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유럽 여행기] 8.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Orthy 2025. 11. 20. 17:56

25.11.17. ~ 25.11.19.

티라나의 Milingona hostel에서 맞이한 아침. 7시 반쯤 일어나 조금 뒹굴거리다가 짐을 싸고, 8시 반부터 시작되는 조식을 먹으러 갔다.

단백질은 부족하지만 나름 맛있었다.

특히 치즈가 맛있었는데, 오레가노를 넣어서 만든 수제 치즈라고 했다. 빵에 잼을 발라 치즈와 함께 먹으니 좋았다. 잼도 아마 호스텔 사장 부부가 직접 만든 것 같았다. 전날 호스텔에서 숙박한 인원이 나 포함 세 명이라고 했는데, 다들 아침을 먹으러 나오지는 않았다.

아침을 먹고 9시쯤 호스텔을 나서 버스 터미널로 갔다. 티라나에서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가 있다.

하나는 티라나의 국제버스터미널(TEG)에서 포드고리차로 가는 국제버스를 타는 것인데, 요금은 26유로 정도에 짐 하나에 2유로가 추가됐다.

다른 하나는 티라나에서 슈코드라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포드고리차로 가는 국제버스를 타는 것이다. 티라나에서 슈코드라까지 5유로, 슈코드라에서 포드고리차까지는 16-17유로+짐값 2유로를 해야한다.

결과적으로 버스만 생각해도 슈코드라에서 출발하는데 더 쌌고, 슈코드라에서 포드고리차로 가는 인원들이 많은 경우에는 합승택시를 이용해 더 싸지만 편하게 갈 수도 있어서 나는 일단 슈코드라로 출발했다. 이런 것들까지 정말 키르기즈스탄을 닮았다. 보면 볼수록 알바니아와 키르기즈스탄이 너무 비슷하다.

자주 방문했던 티라나의 South and North Bus Terminal에서 슈코드라행 10시 버스를 탔다. 슈코드라에는 두 번째 방문.

내가 타고 온 버스. 12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다시 온 슈코드라가 익숙했다.

익숙한 슈코드라의 중심, 회전교차로

티라나에서 온 버스가 내린 곳 반대편에 포드고리차로 가는 버스가 멈추는 정류장이 있다. 구글지도에도 위치가 나와있다. 일단 이 회전교차로에 위치한 관광안내소에 가서 물어보니까 포드고리차로 가는 버스가 확실히 있다고 했고, 정확한 출발 시간과 요금 정보는 getbybus라는 앱을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getbybus에 검색해보니 1시 10분, 1시 15분에 각각 다른 버스회사에서 포드고리차 가는 버스를 운영했다. 일단 버스가 멈춘다는 곳에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쉐어택시 기사가 와서 포드고리차에 가냐고 물었다. 자기가 30유로에 포드고리차를 갈 건데, 나 말고 한 명만 더 구하면 15유로에 갈 수 있으니 버스보다 싸다고 하면서 나를 꼬셨다. 택시 기사들은 다 사기꾼이긴 하지만, 일단 맞는 말이라서 좋다고 하고 그 사람 옆에서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친절한 택시기사였다. 사람 못구하면 그냥 버스타고 가라고 하면서, 정류장 근처에서 배회하는 패찰을 걸고 있는 사람한테 가서 티켓을 사면 된다고 알려줬다.

가는 방법도 설명해주고 버스 시스템에 대해서도 알려줘서 오랜만에 사기꾼이 아닌 택시 기사를 만난 것 같았는데,

갑자기 자기 친구가 포드고리차에서 누구를 태워서 와야 하는 일이 있어서 지금 출발하는데 15유로만 내고 탈 생각이 있냐고 해서 웬 떡이냐, 하고 바로 가겠다고 했다. 짐값까지 생각하면 버스보다도 4-5유로가 싸고 훨씬 편한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잠시 기다리니 그 친구가 와서 짐을 싣고 택시에 타 몬테네그로로 향했다. 슈코드라에서는 1시간 반 정도 달리면 포드고리차에 도착한다.

운 좋게 15유로에 얻어 탄 택시

기사님도 정직한 분인지 딱 15유로만 받으시고 남은 알바니아 돈 500레크를 5유로로 환전도 해줬다. 혹시 이런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어 굳이 슈코드라까지 가서 국경을 넘기로 결정한 것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알바니아 출국 심사장

몬테네그로 역시 무비자 90일 체류가 가능했고, 앞에 차량이 많이 없어서 금방 국경을 통과했다.

국경을 통과하고 나서는 포드고리차까지 금방이다.

정말 가깝다. 슈코드라 호수 근처의 평야지대에 슈코드라 그리고 포드고리차가 자리잡고 있다.

아저씨가 포드고리차 버스 터미널에 내려다줬다.

원래는 포드고리차에 도착해서 바로 베오그라드로 가는 야간열차를 탈까 했는데, 마침 파미르 여행을 함께하고 카파도키아 괴레메에서도 만난 여행 동지 Cho가 포드고리차에 머물고 있다고 해서 저녁식사나 한 끼 하려 포드고리차에 숙소를 잡았다. 하루만 머물 생각이라 터미널 근처에서 가장 싼 숙소를 예약했다. 포드고리차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시간은 2시가 좀 안됐다.

버스 터미널에 내려서 본 포드고리차의 첫 모습

포드고리차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예보상으로는 앞으로 일주일 넘게 쭉 비가 온다는 것이었다. 안그래도 볼 게 없는데 비까지 오고, 더 밖에 돌아다니기 싫어졌다.

숙소까지는 도보로 5-10분 정도 걸리는 짧은 길이었다. 걸어가면서 본 포드고리차 풍경은 생각보다 너무 황량해서 조금 놀랐다. 몬테네그로가, 나름 발칸 지역에서는 잘 사는 국가라고 들었는데 그 수도인 포드고리차는 북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보다도 낙후되어 보였다. 터미널 근처라서 그렇다기에는 나중에 여러 곳 돌아다녀봐도 다 그렇다.

원래 몬테네그로의 관광은 서쪽 아드리아해 연안의 코토르와 부드바가 유명해서 포드고리차는 단지 교통 거점으로만 찾는다고는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황량한 것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뭐 사진을 찍을 게 없었다.

일단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했다. 1박에 13유로. 포드고리차가 여행자가 많은 동네가 아니다보니 도미토리치고는 꽤 높은 가격이지만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Villa old town in Podgorica / 부킹닷컴에서는 Sunny hostel로 등록되어 있었다.

체크인을 하니 방 안에 2년간 세계여행을 했다는 영국인이 있어서 이야기를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에 세 번이나 방문했다고 해서 한국 이야기도 하고, 둘 다 숙소가 마음에 안든다고 까다보니까 할 얘기가 많았다...ㅋㅋㅋ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Cho와 연락이 닿아 약속장소를 정하고 만나기로 했다. 만나기로 한 곳까지 가는 길에 포드고리차 거리 풍경을 찍어보았는데, 다 비슷한 느낌. 뭔가 굉장히 황량하고 회색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맑은 날 왔으면 또 달랐으려나?

거리 풍경1
거리 풍경2
거리 풍경3
거리 풍경4

만나기로 한 곳이 포드고리차의 대형 쇼핑몰이어서 쇼핑몰 구경을 좀 했다.

이것보다 더 큰 몰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부 모습
K-뷰티가 여기까지

3층으로 이루어져 그렇게 크지는 않았고, 내부에도 딱히 볼 건 없었다. 1층에 마트가 크게 있어서 구경을 좀 해봤다.

몬테네그로의 국민마트 iDEA
맥주가 0.7유로? 싸다 싸

마트는 어딜 가나 비슷하게 생겼다. 마트 물가는 알바니아와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 느낌? 다만 식당을 좀 검색해보니까 외식 물가는 알바니아보다는 많이 비쌌다. 알바니아가 비정상적으로 쌌던 것 같다.

그렇게 마트 구경을 하다가 Cho를 만났다. 나보다 하루 먼저 포드고리차에 도착했다는데, 정말 볼 게 없다고 그랬다. 숙소를 사흘이나 예약해서 그냥 쉬다 간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일단 Cho와 함께 포드고리차의 거의 유일한 관광지, 독립 광장과 밀레니엄 브릿지로 갔다. 몬테네그로 역시 구 유고연방의 구성원이었는데, 유고슬라비아 전쟁으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가 분리독립한 이후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연방으로 2006년까지 연방을 유지하다 2006년 전쟁 없이 연방을 탈퇴해 독립을 얻었다고 한다. 이제 겨우 20년 된 신생국가인 셈이었다. 유고 전쟁을 벌였던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는 세르비아와 관계가 험악하지만 몬테네그로는 나름 평화적으로 분리독립하여 세르비아와의 관계는 원만하다는 말을 들었다.

독립 광장 가는 길에. 이런 느낌은 좋다.
저 멀리 몬테네그로의 붉은 국기가 보인다.
독립 광장
독립 광장의 오벨리스크

아니... 나름 포드고리차의 중심이라는데, 아무리 비가 온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을 수가 있는건가? 관광객도 우리밖에 안보이고, 진짜 사람이 너무 없어서 실소가 나왔다.

그 뒤편 식당거라에는 사람이 조금 있긴 했는데

독립광장 근처에는 독립 후 맞이하는 새천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는 밀레니엄 브릿지가 있었다.

이건 수완지구에 있는, 국사에서 롯데마트 가는 길에 있는 다리랑 똑같은데...ㅋㅋㅋ

포드고리차를 가로지르는 모라차 강
근처의 공원
누군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포드고리차 걷기를 하다보니 진짜 볼 걸 다 봤다고 해서, 그냥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둘 다 그렇게 배고프지는 않았는데 진짜 할 게 없어서 그냥 밥 먹은 것.

포드고리차의 황량함을 보니 이제는 점점 버티기 힘들어졌다. 사실 사라예보를 갈지 베오그라드를 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때 아무것도 없는 포드고리차 구경을 마친 뒤 그냥 볼 거 많은 베오그라드 갔다가 부다페스트로 넘어가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도시를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발칸은 여기까지...

사실 몬테네그로는 코토르와 부드바가 진짜긴 하지만, 요 근래 기상예보가 계속 비 예보여서 그냥 나중에 여름에 다시 올 생각을 하고 건너뛰기로 했다.

식사를 하기 위해 검색하다 발견한 현지인(?) 식당.

현지인 아저씨들이 몇 명 와서 식사중이었다.

영어 메뉴판도 없어서 제미나이에게 메뉴판 분석을 맡겼더니, 포드고리차 지역 음식이라는 포드고리차 포펙 그리고 녜구시 스테이크를 추천해줬다. 가격도 각각 9.8유로, 9유로로 몬테네그로 안에서는 나름 착한 가격.

메뉴판
그렇구나

나는 녜구시 스테이크를, Cho는 포드고리차 포펙을 주문했다. 지역 맥주도 함께 ㅎ

하얀게 포드고리차 포펙, 건너편이 내가 시킨 녜구시 스테이크

엄청 맛있었다. 일단 그냥 고기 음식이라 고기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그냥 맛있었는데, 안에 치즈와 햄같은걸 넣어서 고기로 말아서 구워낸 음식이었다. 포드고리차 포펙은 비슷한 재료지만 조금 더 작은 말이를 튀겨 소스를 끼얹은건데, 서로 메뉴를 나눠먹기도 하니까 두 가지 요리를 맛 볼 수 있어서 좋았다.

Cho와 나는 여행 경로가 반대여서, 앞으로의 여행 경로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좋았던 장소나 식당도 공유하고 그랬다. 알틴아라샨 산장에서 만난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지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이도 비슷하고 여행 성향도 나름 비슷해 중간중간 연락도 하다보니 재밌었다.

저녁을 먹고 바로 숙소로 돌아와서 쉬고, 다음날 탈 포드고리차 - 베오그라드 야간 기차에 대해 알아보고 잠들었다. 포드고리차에서 할 게 없는데 밤까지 어떻게 기다려야 하나 걱정이 됐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고, 심지어 전날보다 더 많이 오고 있었다. 체크아웃 시간인 11시가 될 때까지 숙소에 있다가 기차를 타러 갈 생각이었다.

아침을 사먹으러 갈 겸 기차 티켓도 살 겸 해서 8시쯤 숙소를 나섰다. 포드고리차 터미널과 기차역에 붙어있어서, 버스 터미널에서 베오그라드행 버스를 알아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대가 다양했고, 31유로에 터미널 이용료 / 짐값 각 2유로를 내면 35유로에 베오그라드를 갈 수 있었다. 당장 8시 50분에 출발하는게 있는데, 바로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기면 탈 수는 있었지만 너무 비싸서 그냥 기차를 타기로 했다.

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포드고리차 기차역으로 향했다.

이게 기차역...

몬테네그로는 국토가 정말 산악지대라서 철도가 발달하지 않아 철도 노선이 굉장히 한정적이고, 자연스레 기차역도 발달하지 않은 것 같았다. 특히 포드고리차에서 베오그라드로 가기 위해서는 아래 지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한 디나르 알프스 산맥을 뚫고 가야한다.

기차가 있는게 신기하다.

포드고리차에서 베오그라드까지 직선거리는 300키로도 되지 않지만, 버스로 8시간이 걸리는 이유가 있었다. 기차는 그것보다 긴 9시간 반이 걸리는 여정이었다. 원래는 당연히 철도 노선이 없었을 것 같은데, 아마 60-70년대 유고 연방이 경제적 호황을 맞이했을 때 철로가 놓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 블로그에도 포드고리차에서 베오그라드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는 후기를 두 개 찾을 수 있었는데, 모두 별문제없이 간 터라 그냥 기차를 타고 갈 생각이었다. 블로그에서는 아침 10시에 출발하는 기차도 있다고 했는데 이때는 저녁 9시 20분에 출발하는 야간 열차뿐이었고, 요금 24.6유로에 다음날 아침 7시 10분에 베오그라드 중앙역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바로 티켓을 구매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요거트와 뷰렉을 사와서 아침으로 먹었다. 보편적인 발칸의 아침 역시 뷰렉에 요거트라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뷰렉이 무척 쌌다. 250그램에 1.5유로였는데, 다 먹고 진짜 배가 터질 것 같았다.

11시까지 숙소에서 뻐기다가, 짐을 맡겨두고 갈 수 없다고 해서 짐을 모두 챙겨 숙소를 나섰다. 비는 점점 많이 오고 있었다. 너무 막막했다...ㅋㅋㅋ

바로 기차역으로 가서 저녁까지 기다리기는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짐을 다 들고 다니더라도 포드고리차 구경을 좀 하고싶었다. 지도를 보니 포드고리차 올드타운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진짜 황량하다..ㅋㅋ
도로 공사를 할 때 제대로 안 했는지, 도로 곳곳에 물웅덩이가 너무 많아서 걸을 때 주의해야했다. 자동차가 지나가면 멀찌감치 서서 기다리곤 했다.
비 오는 포드고리차
벽화가 재밌네
곳곳에 이런 노출콘크리트 건물들이 정말 많이 보인다.
브루탈리즘의 도시, 포드고리차

지금 남아있는 포드고리차의 건물 다수가 유고 연방 시절 때 지어졌을 것인데, 브루탈리즘이 한창 동구권에 유행할 때라 그런지 노출콘크리트 건물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

숙소에서 좀 걸어서 올드타운에 도착.

올드타운의 상징, 포드고리차 시계탑

근데 이 시계탑 빼면 볼 게 하나도 없다...ㅋㅋㅋ

비가 점점 많이 와서,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그냥 버스터미널로 갔다. 무료 와이파이가 있다는 후기가 있어서 기도를 하며 갔는데 정말 다행히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12시쯤부터 지옥의 대기가 시작됐다.

한창 기다리고 있는데 Cho가 다음 이동할 슈코드라로 가는 티켓을 구매한다고 터미널에 왔다. 좀 얘기하다가 점심이나 먹기로 했는데, 아침에 먹은 뷰렉이 너무 배불러 1시 반쯤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터미널 근처에 있는 평이 좋은 식당으로 갔는데, 여기서도 몬테네그로의 지역특색요리들을 먹을 수 있었다.

Cho는 전날 먹은 포드고리차 포펙이 맛있었다며 또 그럴 시켰고, 나는 배추 속을 고기로 채운 채소만두(?)같은걸 시켰다.

진짜 이유를 모르겠는데, 물보다 맥주가 싸서 그냥 맥주를 시켰다..ㅋㅋㅋ

안에는 이렇게 생겼다.

꽤 맛있었다. 육수랑 같이 먹으니까 맛있다. 약간 깻잎 장아찌에서 짠맛을 많이 덜어내어 그것만 먹어도 괜찮을 염도가 된다면 느껴질 맛이었다. 고기랑 함께 먹으니 당연히 맛있었다. 맥주도 좋았고...

그렇게 3시쯤 식사를 마쳤다. 앞으로는 여행 경로가 많이 달라져 만날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후로는... 그냥 터미널에서 쭉 대기했다. 진짜 너무 심심하고 피곤했다.

쭉 대기

와이파이가 없었으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너무 피곤해서 기차 타면 바로 잘 생각이었다.

9시 20분이 다가오자 선로로 나가 대기했다. 베오그라드로 가는 사람이 꽤 있는지 다들 선로로 모여있었다. 조금 안심이 되는 느낌.

포드고리차 기차역의 저녁
이 기차는 아니고... 이건 그냥 기차역에 서있었다.

9시 30분쯤 기차가 와서 탔다. 여기가 출발역인데도 정시에 오지를 않는다.

찾아보니 이 기차는 프랑스에서 사용하던 기차를 중고로 수입해 온 것이라고 했다.
https://www.reddit.com/r/Interrail/comments/1bwozx9/how_do_you_get_from_podgorica_montenegro_to/

여기서 포드고리차 - 베오그라드 기차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특히 링크의 댓글 중 international railway wiki 링크를 들어가면 발칸 지역의 국제기차에 대한 정보가 많이 들어있어서 유용한 것 같다.

기차 자체는 쉼켄트에서 악타우로 갈 때 탔던 기차랑 느낌이 비슷했는데, 시설은 카자흐스탄에서 탔던 기차가 훨씬 좋았다. 일단 이 기차는 화장실이 있긴 한데 물이 안내려가는 것 같았다. 청소하는 사람도 없어보이고.

내 자리를 찾아갔는데, 방문이 잠겨있었다. 차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내 티켓을 보더니 그냥 아무데나 앉으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근처에 영어하는 사람도 없어서 대충 의미를 추측해야 했다. 일단 사람 좀 적어보이는 방으로 가니까 할아버지 두 명이 앉아있었다.

겨우 탔다

뭐 방법도 없고... 그냥 타서 바로 잤다.

그런데 좀 있다가 이상한 냄새가 나서 깨니까 이 미개한 것들이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분명히 방 안에는ㅍ금연이라는 사인도 있는데. 냄새가 너무 역겨워서 말할까말까 엄청 고민했는데 처음에는 그냥 참았다. 아니 근데 한 십분 지났을까? 또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길래 이러면 앞으로 기차 타는동안 계속 이럴 것 같았다. 그러면 진짜 사망이어서... 헤이! 노 스모킹! 노 스모킹! 하면서 금연표시 가리키니까 아니 갑자기 나한테 짜증을 내는거다. 자기나라 말로 이래저래 하는데 나도 너무 화가 나서 그냥 한국어로 들이받았다. 어차피 못알아듣는거 욕 하면서 금연 표지 계속 가리키니까 담배 창밖으로 버리고 그 후로는 밖에 나가서 복도에서 피우고 오더라. 하루종일 터미널에서 기다리느라 피곤한 상태에 담배냄새가 역겨워서 이랬던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흡연 문화가 너무 관대하다.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 비흡연자도 거의 없는 것 같다.

불편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알빠냐 하고 자다가, 국경 근처에서 여권 검사를 했다. 마케도니아측 국경수비대원이 기차에 들어와 일일히 검사를 하고, 도장을 찍어준 뒤에는 세르비아측 국경수비대원이 들어와 입국 도장을 찍어줬다.

그러고 이제 끝났다 하고 자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깨워서 내리라고 했다. 기차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라는데, 시간은 새벽 3시고 지도를 보니

세르비아의 외딴 시골

무슨 반도 안왔는데 갑자기 내리라는거다. 나 사기당한건가? 새벽 세시에 베오그라드 가는 버스가 있을리가 없는데, 이대로 아침까지 기다려야 되나? 돈 아낀다고 기차 탔는데 이러면 그냥 버스 탄거랑 똑같고 피곤하기만 하네? 그냥 버스탈걸, 하고 혼잣말로 한탄하는데 어디서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기 따라오라고 해서 따라가니까 기차에 탔던 사람들이 다 버스에 타고 있었다. 프리?하니까 공짜라고, 타라고 해서 그냥 탔다.

다시 버스에 탔다.

짐을 넣을 칸도 없어서 배낭을 어떻게든 다리 사이에 끼우고 안고 자리에 앉아서 다시 잤다. 불편했지만 피곤하니까 잠이 오기는 하더라.

근데 6시쯤 다시 버스가 멈추고 다들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나도 가야되나 싶어서 근처 사람들한테 막 물어보니까 다시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고 했다. 다들 영어를 잘 못해서 소통이 힘들었다...

다시 버스에서 내려서
기차를 탔다.

아니 근데 이 기차, 아무리 봐도 포드고리차에서 타고 온 그 기차다. 기차도 똑같이 생겼고, 객실 번호도 똑같고, 내 좌석이 있는 그 방은 똑같이 잠겨있고, 시트도 똑같고, 화장실의 지린내도 똑같았다. 이럴거면 왜 버스로 갈아탄건지 모르겠다.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리니까 또 눈이 와있고, 엄청 춥고...ㅋㅋㅋ 새벽에 정말 난리였다. 그냥 버스 탈 걸, 계속 혼잣말하며 기차에 다시 탔다.

눈은 내리고... 춥고... 난 죽을 맛이고...

기차에 다시 타니 새벽 6시 20분쯤. 아니 그런데 7시까지 기다려도 기차가 출발을 안한다. 도착 예정시간은 이미 지난 시각...

나를 베오그라드로 보내줘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레딧 게시판을 보고 또 봤는데 어디에도 나같은 후기가 없었다.

다들 이 경로글 따라 정시에 딱딱 가던데 왜 나한테만

그렇게 한참 기다리는데 건너편에 기차 한 대가 왔다. 이 기차에 타고 있던 사람 한 두명이 건너가고, 내 옆방에 있던 젊은 청년이 차장하고 뭐라뭐라 이야기하더니 넘어가길래, 나도 짐 싸들고 차장한테 기차를 가리키며 베오그라드?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급하게 넘어갔다. 그러니까 다른쪽 방에 있던 아주머니 네 분도 짐을 챙기고 넘어오려고 하던데, 내가 기차에 타고 얼마 안있어, 나머지 사람들이 넘어오기 전에 이 기차가 갑자기 출발했다. 일단 내 눈에 보인 걸로는 많아봐야 다섯명 정도만 새로운 기차로 넘어왔는데, 혹시 이거 베오그라드 가는게 아닌가? 싶어 새 기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다 베오그라드로 간다고 했다. 심지어 새 기차의 차장이 와서 내 티켓을 검사했는데 아무말도 없이 그냥 갔다.

훨씬 더 좋았던 새 기차

나는 정말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걸 이해하기에는 내 능력이 너무 딸린다. 이날 있었던 베오그라드행 야간열차 여행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다. 남아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베오그라드에 오긴 했을까? 얼마나 늦게 도착했을까? 일단 내가 탄 새 기차가 먼저 떠났으니 먼저 도착한 것 같기는 한데. 아니 그런데 왜 환승이 가능했는지, 가능한거라면 왜 일부만 한건지, 머리가 너무 복잡해진다.

하여튼 7시 10분쯤 새로운 기차가 출발하고, 마침내 10시에 베오그라드 중앙역에 도착했다. 예정시간보다 3시간이 더 걸려, 12시간 반만에 포드고리차에서 베오그라드에 도착한 것이었다.

드디어 도착
베오그라드 중앙역
날씨 좋은 세르비아

참 다사다난한 기차여행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많이 지나도 이 기차여행은 도저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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