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thy
어학병 합격 후기 본문
2024년 1월 29일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육군 어학병으로 18개월 복무를 하게 됩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떨어질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는지 합격했습니다.
11월 초 카투사 발표 당일 추첨에서 떨어지고, 그날 저녁 바로 육군 어학병 지원서를 넣었습니다. 카투사를 넣으려고 본 텝스 시험 점수가 생각보다 잘 나와서 해군 통번역병과 육군 어학병을 고민하다, 해군 통번역병 TO가 너무 적어 육군 어학병을 넣었습니다.
약 10대 1의 경쟁률이었는데, 1차로 추첨을 통해 두 배수를 선발하고 2차로 면접을 실시하는 전형이었습니다.
운이 좋게 넣자마자 1차 추첨에 합격해 12월 5일 이천 국방어학원에서 면접을 봤습니다. 아침 9시 반 면접 시작이어서 아침 7시 20분 동서울터미널에서 이천 이황리로 가는 버스를 탑승했고, 9시쯤 이황리 정류소에 도착했습니다.
면접 전날 긴장해서인지 잠을 자지 못했고, 막상 면접 가서 졸까 두려워 에너지음료 한 캔을 마시고 갔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더 심장이 빨리 뛰고 긴장되었던 것 같습니다.
도착하니 미리 정해진 면접 순서를 알려줬는데, 오전 시간대에 참여한 54명 중 제 번호는 43번이었나...그랬던 것 같습니다. 대강당에서 대기를 했는데, 휴대폰과 태블릿 등 전자기기를 제출해야 해서 가끔 단어장 보다가 멍하니 대기했던 것 같습니다. 초콜릿 하나와 생수 한 통을 들고 갔는데, 덕분에 집중이 더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멍하니 대기하다보니 드디어 차례가 왔습니다. 한영통역, 영한통역 합쳐 5분도 채 되지 않아 면접이 종료되었습니다. 오디오파일이 무척 짧았습니다. 평소 30~40초 분량으로 연습했는데 체감 상 각각 20초 정도밖에 되질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영통역은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미국의 긴장관계 그리고 그에 따른 한국 정부의 역할, 영한통역은 주한미군 부대가 판문점 근처에서 수행한 작전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영한통역이 훨씬 문장이 짧았습니다.
제가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데, 무척 대답을 잘못했습니다. 기억이 드문드문했고, 말도 더듬었습니다. 핵심을 전달하려고 노력은 했는데, 긴장하고 당황해 같은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붙은 걸 보면 저보다 못한 사람이 더 많았나봅니다. 면접에서 당황하고 긴장하더라도 어떤 말이라도 뱉을 수 있도록 평소에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독학을 했습니다. 어학병 시험을 준비하는 유명한 학원이 있는데, 인터넷에서 여러 후기글을 읽어보고 학원 커리큘럼도 살펴본 결과 군대에 가려고 그만한 돈을 주고 학원을 가는 것에 메리트를 느끼지 못해 혼자 공부를 하였습니다. 여러 후기글에서처럼 저도 제 영어 스펙을 알려드리려합니다.
2022 수능 영어 95점이었습니다.
2023년 여름 텝스, 기말 준비로 바빠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갔더니 429점을 얻었습니다.
유학 경험 없습니다.
미국 2주 여행 경험 있으나 거의 영어를 쓰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저는 인서울 대학 수학과에 재학 중인데,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많고 교재는 대부분 영어다보니 영어 듣기, 읽기 그리고 쓰기는 나름 유창한 편이나 유학 경험이 없는 전형적인 한국인답게 말하기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독학하는데는 인터넷 후기글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구글이나 네이버에 어학병 후기/어학병 독학을 검색하면 좋은 글들이 나오는데, 어학병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꼭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독학을 했지만, 학원에 가면 도움이 분명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차이가 있습니다. 학원에서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서 많은 후기를 볼 수 있고, 공부 팁 역시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스터디원을 쉽게 구해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학원 수업보다 스터디원을 구할 수 있다는게 가장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기 연습을 많이 하면 할수록 면접을 잘 볼 확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터디원을 구하지 못해 혼자 아리랑 뉴스를 통해 영한통역을, 연합뉴스를 통해 한영통역을 공부했고 파파고 번역기로 통역이 정확한지 확인했습니다. 처음 말하기를 시작하면 정말 많이 어려울 텐데, 매일 꾸준히 1~2시간 정도를 투자하면 비슷한 문장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다 비슷한 주제를 이야기하게 되기 때문에 점점 쉬워집니다. 1차에 합격한 뒤 한 달 정도의 시간동안 공부를 했는데, 중간고사/기말고사 시험기간이 겹쳐 시간을 내는 것이 힘들었고 공부하지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내어 꾸준히 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교/군사 용어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데, 뉴스에 나오는 단어 중 모르는 것이 있다면 따로 수첩에 기록해둔 뒤 면접을 대기할 때 살펴보면 좋습니다. 예전 후기글을 보면 군대 계급별 명칭 등을 외워야 한다고 하던데, 저도 혹시 몰라 외우긴 하였으나 최근 면접은 뉴스 기사를 긁어오는 것 같아 반드시 외워가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혼자 말하기 연습을 할 때 꼭 녹음해서 본인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또 어떻게 통역을 했는지 되짚어보기를 바랍니다.
궁금한 것이나 질문이 있다면 또는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댓글 남겨주시면 최대한 빨리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보는 어학병 준비생 여러분들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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