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입시에 대한 기억 본문
찬바람이 쌩쌩 불어오면 어느새 수능이 다가와있다.
11월이 무슨 이렇게 덥냐며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던 것도 얼마 전이었는데, 수능이 다가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쌀쌀하다.
2년 전 오늘, 나는 수능 나흘 전 치뤄진 대학 수시 면접을 보기 위해 서울에 올라갔다가 고등학교 기숙사로 돌아왔다. 어째서 수능 나흘 전 면접을 보는 전형을 썼느냐
수시로 대학을 썼기 때문에 수능에서는 매우 널널한 최저기준 하나만 넘기면 되었기 때문이다.
복스럽게도, 그러한 배경 때문에 나는 학생들이 수능이 있는 그 주 얼마나 떨리고 힘들지 알 지 못한다. 그런 나조차도 수능 당일 국어 지문이 당최 읽히질 않았는데, 수능에 당락이 결정될 수험생들이 얼마나 큰 부담을 느낄 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수능이 끝난 그날 저녁 광양에서 하루 종일 나를 기다린 어머니, 동생과 함께 광주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니 수능이 겨우 이거였나 싶어 헛웃음만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너무나도 별 거 아니었다. 끝났다고 후련하지도, 드디어 자유라는 생각도, 이제 마음껏 놀아야겠다는 생각도 그리 들지는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니 부담갖지 말라는 선배들의 말이 전혀 다가오지 않겠지만, 할 수 있는 말이 그것 뿐이라는 것도 이해하고, 정말 아무것도 아닌 시험 아무 생각없이 여태 공부한 것을 믿고 풀고 나오면 된다. 할 수 있는 말이 정말 이것 뿐이다.
수능만큼은 공부가 배신하지 않는다더라.
지금와서 입시시절을 생각하면, 난 정말 내가 뭐라도 된 줄 알았다.
얼마나 철없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입시는 빨리 마무리하면 할수록 좋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계속해서 든다. 세상에는 고민할 것이 너무나도 많고 행복에 이르는 길도 참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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