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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부] 9, 10일차.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시티필드 본문
금요일, 토요일이었던 9, 10일 차는 한 편에 묶어서 글을 쓴다. 9일 차였던 금요일은 일단 여행 피로가 너무 심해 관광을 얼마 하지 않고 숙소로 금방 들어와서 쓸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금요일은 11시인가, 12시에 갤러거 스테이크 하우스 점심 예약을 해두어 아침에 일정 잡기가 애매했다. 갤러거가 타임스퀘어에 있어서 타임스퀘어 근처를 돌아다녀볼까 생각해 둔 것이 전부였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곤하고 찌뿌둥해서 느낌이 안 좋았다. 그렇지만 언제나처럼 애스토리아 역 바로 앞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하나 먹고 N라인을 타고 맨해튼으로 이동했다.
타임스퀘어로 바로 갈까 하다, 5번가 레고스토어를 들러보기로 했다. 레고스토어는 록펠러 센터 근처에 있다.
레고스토어를 좀 돌아다니다가 록펠러 센터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앉아서 쉬기도 했다. 아침을 너무 간단하게 먹어 배가 너무 고팠다.
그래서 조금 일찍 갤러거에 도착했다. 십 분 정도 일찍 갔는데 그냥 들여보내줬다. 문 찾는 게 상당히 힘들었는데(촌티 ㅈㅅ) 마침 나오는 손님이 있어서 들어갔다. 예약자명을 말하니 자리로 안내해 줬다.
동양인 절반, 서양인 절반 정도 있었는데 예상했겠지만 동양인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나는 혼자 갔는데, 생각보다 혼자 온 사람들이 많아서 위안이 되었다.
나는 청바지에 검은 반팔 티셔츠를 입고 갔는데, 가지고 간 옷 중 가장 polite한 옷이었고...드레스코드가 있다는 말에 걱정을 했지만 이 정도 캐주얼함은 용인해 주는 듯했다.
택스에다가 팁까지 내니까 60달러가 조금 넘었다.
다 먹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갔다. 뉴욕에 가기 전 여행사를 통해 전망대, 페리, moma 등 입장권을 묶어서 사는 패스가 있었는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현장결제 시 학생할인이 된다고 해서 구매하지 않았다.
다만 국제학생증만 된다는 말이 있어서 일단 말을 해보고 안 된다 하면 원래 가격으로 사야겠다 생각하고 현장 결제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냥 학생증카드를 보여주니 학생할인을 해줬고, 학생 할인을 받아 25달러 입장권을 12달러에 샀다.
다만 줄이 기니까 줄 서기 싫다면 미리 사가면 좋을 것 같다. 또, 가방을 가져간다면 반드시 로비에 짐보관을 해야 하는데, 무료로 해준다.
그리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이틀간 관람이 가능하고 재입장이 자유로우니 참고하면 좋겠다.
이것들 말고도 정말 인상 깊은 작품들이 많았다. 사진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그림을 볼 때 느껴지는 붓터치와 색감이 분명 다르다. 모마에는 야수주의,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 작품들이 많았지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인상주의, 낭만주의 작품들이 많아 이게 도대체 무슨 그림일까 고민하는 경우는 적었다.
미학론 수업을 듣고 갔다면 더 좋았을 텐데
서양 근대 미술품들을 본 뒤에는 그리스-로마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는 1층 전시관을 쭉 돌았다. 그러니 세 시쯤 되었는데, 다리가 너무 아프고 피곤해서 도저히 미술품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안 자면 병이 날 것 같아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되돌아갔다. 가서 바로 잤다가, 일어나서 저녁 대충 먹고 또 잤다.
전날 잠을 많이 잔 덕인지 연휴인 토요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다. 이 날에도 일정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는데, 전에 먹은 에싸 베이글이 생각나서 또 N라인을 타고 브라이언트 파크 근처에 있는 에싸 베이글에 갔다.
저번에 먹은 연어 샌드위치는 생각보다는 내 입맛에 맞지 않아서 이번에는 크림치즈만 잔뜩 올린 베이글을 시켰다.
블루베리 크림치즈만 넣은 베이글을 주문했고, 전에 한 번 구웠더니 너무 질겨 이번에는 굽지 않고 바로 달라고 했다. 베이글을 사고 브라이언트 파크 근처의 기깔나는 커피 전문점이 있다 해서 들렀다. 콜롬보 커피라는 곳인데, 생맥주를 내리듯 라떼를 draft 방식으로 파는 곳이다. 테이크아웃해서 브라이언트 파크로 들어가 공원에 앉아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보며 먹었다.
일단은 저 블루베리 크림치즈가 진짜 개맛도리고 베이글도 담백하니 맛있었다. 진짜진짜진짜 맛있었음. 라떼는 굉장히 크리미하고 고소했는데, 내 입맛에는 꼭 맞았다.
근데 솔직히 라떼는 한국 라떼도 만만치 않은 것이 최근 경의선 숲길 바로 옆에 있던 카페에서 먹었던 라떼가 이것보다 더 맛있었음...
먹고 오늘은 반드시 메트로폴리탄의 특별전시를 봐야 했기 때문에 다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향했다.
고흐 특별전은 사람이 한 번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 곳곳에 비치된 QR코드를 통해 입장 시간대를 신청하는 형식이었다. 나는 개장시간에 꼭 맞춰 가서 바로 입장하는 시간대를 골랐고, 줄을 오래 서지 않고 입장했다. 금요일 오후에는 사람이 정말 많아 최소 두세 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작품은 20여 점 정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다 보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작품 앞에 서서 셀카도 찍고 사진도 부탁했다. 별 헤는 밤과 사이프러스 앞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몰려있었는데, 다들 하는 행동이 똑같아 그걸 보는 재미도 있었다.
고흐 특별 전시실을 나오면 중세~근대 유럽 조각 회랑이 나온다.
조각 회랑을 나온 뒤에는 그리스도교 관련 작품들을 보고, 예전 미국이 이집트의 댐 공사를 도왔다가 이집트 정부로부터 기증받아 신전을 통째로 뜯어와 미술관 안으로 옮겨놓은 것도 봤다.
티파니 앤 코 특별전시도 있어서 그것도 보고, 무기 특별전도 있어 봤다. 총, 칼, 갑옷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강화유리 때문에 사진은 엉망으로 나왔지만 직접 보면 정말 화려하고 사치스러워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세 시쯤까지 네 시간 정도를 관람하고, 점심을 안 먹어 배가 고파 쉑쉑버거로 갔다.
지하철을 타고 루즈벨트 아일랜드로 갔다. 루즈벨트 아일랜드는 맨해튼과 퀸즈 사이의 길쭉하고 좁은 섬으로, 어퍼 이스트사이드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건너거나 R라인을 타고 지하철로 갈 수도 있었다.
루즈벨트 아일랜드 안에는 코넬대 공대 뉴욕캠이 있었다.
지하철역에 내려서 이스트강변을 따라 쭉 걸어갔다. 조경이 잘 되어있었다. 나무가 우거진 것이 푸르렀다.
사진은 푸르른 여름을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척 더웠다.
루즈벨트 아일랜드는 원래 정신병원이 있던 곳으로, 정신병원 환자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조성되었다.
정신병원 터를 지나 루즈벨트 아일랜드 남쪽 끝으로 걸어가면 거대한 잔디밭이 나온다.
잔디밭 양쪽으로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맨해튼을 바라보며 노래를 좀 듣다가 일기를 썼다.
한참 멍하니 쉬고 있다가, 미여디에 들어가 보니 이 날 저녁 플러싱 시티필드에서 열리는 메츠vs다저스 MLB 경기 동행을 구하는 글을 봤다.
얼른 신청을 했고, 총 셋이서 라과디아 공항 바로 근처에 있는 시티필드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다시 지하철역으로 돌아가 R선을 타고 퀸즈보로 플라자에서 7라인으로 갈아탔다.
맨해튼에서 퀸즈 방향으로 지하철을 타고 조금 들어가면 나오는 플러싱지역은 한인타운이 크게 있는데, 이 당시는 얼마 전 총격사견으로 한인사회가 떠들썩했다길래 조금 무서웠다.
맨해튼 지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다양한 인종이 있는데, 플러싱으로 들어갈수록 흑인, 라틴계만 있어서 (죄송하지만) 솔직히 좀 무서웠다. 다들 너무 스웩이 넘치셔서...
다만 시티필드가 가까워지자 점점 다양한 인종들이 보였고 메츠 유니폼도 많이 보여 안심이 됐다.
내려서 시티필드를 보니 웬 걸,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거였다...
경기는 한 시간 정도 지연되었다. 다행히 우리 일행은 원래 경기 시작 시간에 겨우 맞춰왔기 때문에 현장에서 티켓 구매하고, 먹을거리를 사다 보니 대기시간이 얼른 지나갔다.
양키스타디움과 달리 시티필드는 가방을 메고 들어갈 수가 없다. 눈물을 머금고 주차장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물품보관소에 12불 정도를 지불하고 가방을 맡겼다.
먹구름이 잔뜩 껴서 아쉬웠는데, 한 시간쯤 지나니 하늘이 갰다. 마침 노을이 지고 있었다.
양키스타디움에서는 응원문화랄 것이 없었는데, 시티필드의 메츠 팬들은 흥이 넘쳤다.
양키스타디움에서보다 시티필드에서 관람이 훨씬 재밌었다. 나도 마치 메츠 팬처럼 메츠를 응원했는데, 그럼 그렇지 역시 지고 말았다.
응원하는 영상을 찍었는데, 지금 봐도 재밌다.
그래도 나는 잠실야구장이 더 좋아
경기가 끝나고는 또 정말 피곤해서 얼른 숙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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