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1.23. ~ 26. 1.26.
체스키 크룸로프를 떠나 독일 뮌헨으로 가는 날. 뮌헨으로 바로 가는 일정이 아니라, 잘츠부르크까지 버스를 타고 가 잘츠부르크의 숙소에서 맡겨둔 짐을 찾은 뒤, 다시 기차를 타고 뮌헨으로 가야했다.
아침 9:40 체스키 크룸로프를 출발하는 플릭스 버스를 예매해뒀어서, 적당히 일어나 짐을 챙기고 가볍게 숙소를 나섰다. 체스키 크룸로프의 숙소에는 옆 방에 한 명 있는 것 같았는데 묵는 동안 한 번도 얼굴을 못봤다. 여하튼 너무 잘 쉬다가 떠났다.
버스 터미널까지는 15분 정도 걸어서 이동했고, 조금 기다려 버스를 탔다. 이 버스는 그대로 잘츠부르크를 지나 뮌헨으로 가더라.
버스는 오후 1시경 Salzburg Süd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잘츠부르크 중앙역 근처의 숙소에 들러 짐을 챙긴 뒤 열차를 타러 중앙역으로 갔다.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국경 바로 옆에 붙어있는 도시라, DB의 RE가 뮌헨과 잘츠부르크를 왕복한다. 즉, 도이칠란드 티켓으로 잘츠부르크에서 뮌헨 가는 열차, 혹은 반대방향 열차를 공짜로 탈 수 있는 것. 오후 2시 정각에 뮌헨행 열차를 타고 두 시간 정도 달력 뮌헨 중앙역에 도착했다.


아침 9시부터 시작한 이동이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이동이 정말 지치지만,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지도상으로는 뮌헨의 숙소가 중앙역 바로 옆이어서 걸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 10분 걸었을까? 겨우 중간쯤 걸었길래 그냥 트램을 탔다. 도이칠란드 티켓으로 대중교통까지 무료로 탈 수 있는게 진짜 말이 안된다.
뮌헨에서의 숙소는 a&o 호스텔. 중앙역 바로 근처에 있고 구시가지로 한 번에 가는 트램 노선이 두 개나 있어 위치가 괜찮다. 호스텔 체인인만큼 퀄리티도 보장되어 있고, 가격도 싸서 여행 중 정말 애용했다.
숙소에 체크인 한 뒤 유심카드도 구매하고 시내도 돌아볼 겸 구시가지로 S반을 타고 이동했다. 여행이 일주일밖에 안남았지만 그동안 데이터 없이 다니기는 힘들기도 하고, 수강신청도 해야해서 그냥 구매하기로 했다.

숙소 앞 S반 역에서 아무 노선이나 잡아타면 뮌헨의 중심, Marienplatz에 도착한다.


지하철역을 나오니 거대하고 웅장한 건물이 딱
지도를 보니 뮌헨 시청사였다.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역사가 오래된 건물인 줄 알았는데, 이날 저녁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니 19~20세기에 새로 지어진 건물이란다.
Marienplatz에 있는 통신사 매장을 찾아가다보니 꼭 4주 전, 파리를 가기 전 쾰른에서 vodafone 유심을 구매했던 것이 기억났다.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니.
그때는 13유로에 25GB 유심을 구매했는데, 뮌헨에서는 T mobile 매장에서 13GB 유심을 20유로에 구매했다. vodafone 매장에 여행자 유심이 없다해서 간 건데... 다른 vodafone 지점을 찾아갈 걸 그랬다.

유심을 개통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완전히 저물었다.
어디를 둘러봐야하나 싶어 제미나이와 대화를 좀 해봤는데, 별로 끌리는 데가 없어 그냥 광장 앞에 놓인 번화가를 따라 쭉 걸어갔다.

장기간 여행을 하고, 남은 여행 기간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데다가, 뮌헨에 별로 볼 것도 없어서 그런지 갑자기 무기력증이 도졌다. 원래 잘츠부르크 여행을 한 뒤 어디든 예쁜 도시를 가고 싶어서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바르셀로나 등 이곳저곳 찾아봤는데 모두 날씨가 흐려서 포기했던 터. 이것까지 합쳐져서 그랬는지 그냥 돌아다니기가 귀찮고 숙소 가서 눕고 싶어졌다.
그 길로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고, 가는 길에 리들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본 뒤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오후 6:30 정도, 바로 씻고 저녁을 먹었다. 이날 저녁에 본 믠헨은 생각보다 너무 별로였어서, 내가 뭘 놓치고 있겠지 싶어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세계테마기행, 기타 브이로그를 보면서 다음날 찾아갈 명소들을 공부했다.
다음날 24일 토요일, 뮌헨에서의 두 번째 날. 이날은 아침에 뮌헨 시내를 구경한 뒤 오후에는 FC 바이에른 뮌헨의 축구 경기를 보러 갈 예정이었다.
체스키 크룸로프의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쉴 때, 친구들과 연락을 하다 24일 바이에른 뮌헨의 홈경기가 있는걸 알게 돼서 고민을 좀 하다가 바로 티켓을 구매했다. 바이에른 뮌헨 공식 홈페이지에서 티켓을 이미 구매한 사람들이 다시 내놓은 것을 살 수 있었는데, 50유로짜리 티켓에 수수료가 붙어 62.5유로에 2층 티켓을 구매했다.
이날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는 오후 3:30, FC 아우구스부르크와 예정되어있어서 그 전까지는 뮌헨 시내를 돌아다녔다. 아침을 먹고 9시쯤 숙소를 나서 트램을 타고 구시가지에 도착했다.



번화가라고는 하지만... 이제껏 본 독일 도시 중에서 하위권에서 순위를 다투는 풍경이다.

위 사진 가운데, 둥근 두 개의 탑은 뮌헨의 성모성당(프라우엔 키르헤, Frauenkirche)이고 그 앞의 흰색 건물은 성 안드레 교회라고 한다.

안드레 교회에는 별로 볼 게 없었고, 프라우엔키르헤는 전날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소개되어 굳이 찾아갔다.
신성로마제국의 제후국 중 하나던 바이에른 공국은, 14세기 바이에른 공작 루드비히 4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선출되며 전성기를 맞이한다. 바로 이 루드비히 4세의 무덤이 이곳 프라우엔키르헤에 있다.

아마 복원된거겠지?
방송에 나와 찾아간 것인데, 내부는 오히려 성 안드레 교회가 더 멋졌다.

찾아보니 2차대전 때 파괴된 이후 새로 지어져스 그렇다고.
이후 다시 거리를 걷다가, FC 바이에른 뮌헨 팀스토어가 있어 구경을 갔다.

둘러봐도 딱히 사고 싶은건 없었는데, 친구들이 뮌헨 경기 갈거면 머플러는 꼭 사라, 그래야 경기 끝나고 안전하게 빠져나간다 그래서 20유로를 주고 머플러 하나를 샀다.
이날 뮌헨 경기가 있는 날이어서 거리에 뮌헨 유니폼, 머플러, 비니를 한 사람이 무척 많았다.
거리를 계속 걷다보니 전날 방문한 Marienplatz에 도착했다.


이번엔 시청사 내부도 들어가봤다.

7유로인가?를 내고 시청사 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는데, 이날 날씨도 흐려서 탑에 올라가지는 않았다.


이후 마리엔 광장 남동쪽으로 빅 알투안 마켓이라는 재래시장이 있어서 구경갔다.


정육점, 꽃집, 빵집, 치즈 가게들이 모여있었다. 여느 전통시장이랑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정육점에서 파는 소세지가 너무 냄새가 좋았다. 아침을 많이 먹어서 먹기 힘들 것 같아 참았다가 점심에 사먹을 생각이었는데

돌아다니다가 청어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를 발견해버렸다. 소시지보다도 청어 샌드위치를 보고 참지 못하는 나, 정상인가요?

맛있었는데 그냥 소시지를 사먹는게 더 나았을 것 같은 맛? 안그래도 배가 더부룩했는데 이거 먹고 나니까 너무 배불러서 힘들었다.
이후 지도를 보며 전날 유튜브에서 본 곳들을 찾아다녔다.

뮌헨 레지던스는 바이에른 왕국의 왕이 머물던 궁전이다. 본래 신성로마제국의 제후국에 불과하던 바이에른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유럽 원정 당시 나폴레옹 쪽으로 줄을 잘 섰고, 나폴레옹이 황제에 즉위한 뒤 왕국으로 승격됐다고 한다.



레지던스를 지나 뒤편의 정원으로 갔다.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가 없고... 날씨는 이 모양. 계속 돌아다녀봐야 그냥 의무감에 구경 다니는 느낌이어서 그냥 그 길로 숙소로 돌아왔다. 너무 무기력하고 재미가 없었다. 장기여행을 하다보니 여행에도 슬럼프가 온다는걸 경험하게 됐다. 예전에 빠니보틀 유라시아 일주 영상에서는 여행 슬럼프라는걸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이해가 되더라...
숙소에 돌아가 쉬다가 축구가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오후 1:30쯤 숙소를 나섰다. 다행히 숙소에서 쉬니까 기분도 나아지고 상태가 괜찮아졌다.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장, 알리안츠 아레나로 가는 U6 노선은 바이에른 팬으로 만석이었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진짜 거의 다 바이에른 뮌헨 아이템?을 하고 있더라. 20유로 주기엔 아까웠는데 막상 오니까 사길 잘했다, 느꼈다.

티켓 되팔렘들도 경기장으로 가는 길 곳곳에 있었고, 경찰도 이곳저곳 배치되어 있었다. 경찰은 되팔렘들 안잡아가나? 대놓고 팔던데.

경기장까지는 지하철역에 내려서 2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사람 진짜 많더라. 파리에서 본 새해 카운트다운이 생각나는 인파였다.


입구에 도착하면 디지털 티켓의 QR을 찍고 경기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경기장이 너무 넓어서 내 자리를 찾느라 조금 애를 먹었다. 분명 216 구역이라고 써진 곳을 찾아갔는데 입구가 안보여서 한참 헤매다가 형광조끼를 입은 관계자에게 길을 물어 자리를 찾았다.

경기장이 너무 잘보여서 놀랐다. 진짜 크고 웅장한 느낌. 전에 안산에서 친구들과 전남과 안산의 K2리그를 직관한 적이 있었는데, 안산 운동장은 종합경기장이라 육상 트랙때문에 축구장이 엄청 멀리 느껴졌다. 축구 전용구장이 확실히 다르긴 다르더라.

좀 일찍 왔더니 몸푸는 선수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골대 뒤편 자리잡은 뮌헨 열성 팬클럽(?) 울트라스도 있다.


구경을 하다보니 어느새 배가 고파져서 푸드코너로 가서 핫도그를 사먹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짜 맛있게 먹었던 케세크라이너(Käsekrainer) 소시지 핫도그가 있었다. 가격도 5.9유로로 경기장 음식치고 정말 쌌다. 빈에서 먹은 핫도그가 5.5유로였으니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

케세크라이너는 치즈가 콕콕 박힌 소시지. Käs가 독일어로 치즈인 것 같다. 빈에서도 진짜 맛있게 먹었는데 여기서 먹은 소시지도 정말 맛있다. 여행 중 먹은 소시지/햄/기타 육류가공품 중 케세크라이너가 제일 맛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 와서도 몇 번 찾아다녔는데 파는데가 없어서 아쉽더라.

경기 시작 전 FCB 응원가?를 다같이 부르는데 진짜 웅장했다. 가사를 전광판에 크게 띄워주는데, 독일 한 달 넘게 여행한 짬빠가 있어 뜻은 몰라도 읽는건 곧잘 읽어 나도 같이 노래를 불렀다. 오랜만에 목청 터져라 소리지르니까 목이 아팠지만... 너무 재밌었다.
뮌헨 선수들 소개할 때도 한 명씩 이름을 부르는데, 이날은 뮌헨의 센터백 김민재가 선발출전까지 했다. 해리 케인도 선발로 나와서 볼 게 많았다.

원래 옆에 있는 사람들한테 말을 걸어볼 생각이었는데, 양옆으로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들이 앉아서... 그냥 조용히 축구만 봤다.
그래도 사진 한 장 안남기면 후회될 것 같아 뒷자리에 앉은 젊은 친구들한테 사진을 부탁했다.

경기가 시작하고, 20분만에 뮌헨이 선제골을 넣었다.

뮌헨이 점수 내니까 경기장이 진짜 난리법석이었다. 동영상도 엄청 찍었다 ㅋㅋㅋ



전반전은 그렇게 1:0으로 끝났는데, 후반전 아우구스부르크가 두 골을 연달아 넣으며 결국 1:2로 승리했다.


후반 추가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 뮌헨의 마지막 공격이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한 선수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오는데, 경기장 전체에 탄성이 터졌고
결국 뮌헨이 졌다.
아니 그런데... 이게 뮌헨의 올시즌 첫 분데스리가 패배라는거다...

19경기 무패행진을 이어오던 분데스리가 1위 뮌헨이 내가 첫 직관 온 날 지는거, 이거 맞아요? 심지어 상대는 강등경쟁중인 팀인데?

사실 절대적인 순위는 1위와 13위의 경기지만, 경기 보는 내내 아우구스부르크가 뮌헨보다 훨씬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점유율 자체는 뮌헨이 높아도 공을 뺏기면 아우구스부르크의 역습이 무척 매서웠다. 반면 뮌헨의 공격은 그냥 답답하고 전개가 안되는 느낌.
축알못의 시선에서는 뮌헨 왜 이렇게 못해? 소리가 절로 나왔다.
특히 이날 케인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김민재가 역습 몇 번 막기도 하고 수비를 꽤 잘한 것 같았다.

뮌헨이 져서 팬들이 다 노발대발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런건 별로 없고 다들 질서정연하게 퇴장하더라. 울트라스는 경기가 끝나든 말든,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계속 점프하고 노래부르면서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ㅋㅋ

이대로 떠나는게 좀 아쉬워서 자리에 앉아서 한참 있다가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고 나서야 일어섰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데 사람이 진짜진짜 많았다. 꼭 파리의 새해 카운트다운 쇼가 끝난 뒤 모습같았다. 지하철역이 가까워질수록 발걸음 옮기기도 힘들어서 그냥 뒤에서 밀면 미는대로, 앞사람들을 밀면서 움직였다. 군중의 행렬이 유체와 같다는 비유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그렇게 밀고 밀리면서 다니는게 재밌어서 웃음도 나왔다.
경기가 끝난 뒤 다같이 노래부르면서 퇴근(?)하는 장면을 기대했는데, 뮌헨의 패배로 이건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었다. 축구팬은 아니어서 티켓과 머플러, 도합 83유로가 좀 아깝기는 했지만 그래도 보러올만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역시 리들에 들러 간단히 먹을거리만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경기 전에 먹은 핫도그때문에 그렇게 배가 고프지는 않아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다.
다음날, 25일 일요일에는 뮌헨 근교 퓌센(Füssen)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갔다.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된 성으로 유명한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가려면 뮌헨 중앙역에서 도합 세시간이 조금 안되는 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굳이굳이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간 것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시절, 아마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우연히 본 세계테마기행 독일편에서 본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 비디오에서 다른 건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데, 남부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리는 차량을 찍는 드론샷과 아우토반을 달려 도착한 목적지,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유독 기억에 남아있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인상깊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그걸 보며 '내가 여기를 갈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예쁜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그냥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하고 강렬해서 왕복 6시간을 이동해야함에도 굳이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나도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거지, 설명이 잘 안된다. 그냥 뇌리에 너무 깊게 박혀있는 느낌.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가려면 뮌헨에서 기차를 타고 Buchloe라는 마을로 가, 기차를 한 번 갈아타고 퓌센으로 가야한다. 거기서 다시 한 시간에 한 번 다니는 78번 버스를 타고 5키로 정도를 이동하면 된다.

각각 50분, 1시간 30분이 걸리는 기차를 타고 오다보니 벌써 진이 빠졌다. 날씨도 안좋아 괜히 왔나... 생각도 들었는데, 그래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니까, 라는 마음이었다.

퓌센 중앙역에 내려 밖으로 나오면 이렇게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는 차고지가 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가는 78번 버스는 20분 정도 기다려야 해서 퓌센 마을을 좀 둘러봤다.

퓌센은 왠지 익숙한 이름이어서 나름 큰 도시일 줄 알았는데, 도시라고 부르기엔 너무 작은 마을이었다. 기껏해야 만 명도 살 것 같지 않았다.

일요일이라 곳곳의 상점도 다 문을 닫아서 동네가 너무 조용해보였다. 더 돌아다녀도 딱히 볼 게 없을 것 같아 다른 관광객과 함께 버스를 기다렸다.
날씨가 이래도 꽤 관광객이 많았다. 버스를 탈 때는 기사님한테 티켓을 보여주거나 구매하면 되는데, 나는 도이칠란드 티켓을 보여주고 버스에 탔다.

15분 정도 달려 노이슈반슈타인 성 아래의 마을에 도착했다. 안개도 너무 짙고 구름이 많아 내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ㅋㅋㅋ
여름에 왔어야 했는데. 그래도 이왕 왔으니 성으로 올라가려고 길을 찾았다.

그런데 분명 구글 지도 상의 길은 따로 있는데, 사람들이 다 다른 방향으로 가는거다. 뭐지..? 하고 일단 구글 지도에 나온 곳으로 가는데, 지도에 나온 길은 산길로 제설이 하나도 안되어있었다. 올라가는 사람이 있길래 나도 따라갔는데, 올라갈수록 너무 미끄러웠다. 앞서가던 사람이랑 이야기해보니 너무 미끄러워서 더 못 갈 것 같다고 했고, 결국 같이 내려와서 다른 길을 찾았다. 중국인 같았는데 물어보니 대만에서 교환학생을 온 친구라고.

구글 지도에 나온 길로는 못 갈 것 같아 그냥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보니, 제설이 완료된 아스팔트 도로가 있었다.
이 길을 따라 걸어서 30분 정도 올라가야 되는데, 마차를 탈 수도 있었다. 마차에 진짜 사람들을 한 10명 이상씩? 가득 태워서 가더라. 말들이 막 침흘리면서 가는데, 좀 불쌍했다...
대만에서 온 친구랑 이야기 하면서 올라가는데, 처음에는 그냥 여행 이야기하다가 좀 지나니까 군대 얘기랑 트럼프 얘기를 많이 했다...ㅋㅋ 이 친구가 요즘 대만 상황이랑 트럼프에 불만이 무척 많아보였다. 최근 대만에서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되면서 자기도 군대에 가게 됐다는데. 이번 교환학생이 끝나고 대만으로 돌아가 졸업한 뒤에 군대에 간다고 한다. 일년정도? 복무한다더라.
하여튼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걷다보니 금방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도착했다.


날씨가 별로 안좋아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안예뻤다.


심지어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마리엔 다리가 폐쇄되어 있었다.

아쉬운대로 포스터에 있는 사진이나 찍었다.
좀 둘러보다가 대만 친구는 내부 관람 티켓을 예약해왔다고 해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인스타 교환하고 헤어진 뒤, 나는 그나마 접근이 가능했던 근처 전망대를 찾아갔다.

사실 아침부터 날씨가 안좋아 기대를 안했고, 기억에 남아있던 장소에 직접 와보는게 주목적이었어서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왜 이 성이 이렇게까지 깊게 기억에 남아있는건지, 그게 의문이다.
전망대에서는 퓌센 일대의 호수들이 보인다고 했는데, 이날은 역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좀 둘러보다가 그냥 내려와서 뮌헨으로 돌아가려는데, 마리엔 다리로 가는 다른 등산로를 오르는 관광객들이 보였다.

바로 돌아가기에는 여기까지 온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일단 가보고 도저히 안되겠으면 중간에 내려오자는 생각으로 이들을 따라 마리엔 다리로 향했다.
처음엔 길이 괜찮았는데, 갈수록 얼음이 많아지더니

마리엔 다리를 10분쯤 남겨놓은 이곳은 진심 너무 미끄러웠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진짜 많이들 넘어지고 다들 거의 기어서 내려오더라.
내려오는 사람들 중 카메라를 든 관광객에게 마리엔 다리로 갈 수 있는거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다리는 폐쇄되었지만 다리에서 보는 뷰와 비슷한 뷰를 볼 수 있는 근처 언덕에 사람들이 모여있을거라고 했다.
계속 올라갈까 고민을 했는데, 날씨가 안좋아 카메라 속 풍경도 별로 인상적이지 않고, 여행 마지막에 다치기 싫어서
그냥 그 길로 내려왔다.
다시 퓌센 중앙역으로 가는 78번 버스를 타기까지는 40분 정도 기다려야 해서 근처의 호수를 보러갔다.



여기 호수도 날씨가 좋았으면 경치가 좋았을텐데.
왕복 6시간이 걸리는 관광지라 솔직히 날씨가 정말 좋은게 아니면...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여름에는 근처 산의 등산로가 개방되어 있어 컨텐츠가 많지만 겨울에는 등산로가 다 폐쇄되어 있으니... 기대가 없었지만 그래도 실망스럽기는 했다.
심지어 가는 길에 열차가 한참 지연돼서, 2시 20분에 퓌센 중앙역을 출발해서 6시가 넘어서야 뮌헨 중앙역에 도착했다.

퓌센에서 기차를 타기 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생각보다 눈이 많이 내렸는지 열차가 자주 멈췄다. 열차 안에서 기다리느라 아주 고역이었다.
다음날은 뮌헨에서의 마지막날이자 여행 마지막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이날은 뮌헨 근교의 레겐스부르크를 여행할 생각이었다.
그 전에 빅 알투안 마켓으로 가서 바이에른 지역의 전통 소시지라는 바이스부어스트(Weißwurst)를 먹으러 갔다. 8:30쯤 숙소를 나서 트램을 타고 뮌헨 구시가지로 이동했다.

하나 둘 문을 열고 있는 상점을 구경하면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간판에 크게 Weißwurst라고 적혀있는 정육점으로 들어가 바이스부어스트 2개 + 프레젤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바이스부어스트는 바이에른 지역의 전통 소시지로, 굽지 않고 삶아먹는 하얀 소시지다.

맛은.. 맛있기는 한데 솔직히 그냥 그랬다. 케세크라이너 소시지가 훨씬 더 맛있다. 약간 고수랑 후추같은 향신료 냄새가 꽤 강하게 나고, 좀 부드러운 느낌? 푸딩같은 식감이었다. 같이 나온 소스는 허니 머스타드 느낌이었는데, 같이 먹으니까 맛있었다. 프레젤은 그냥 프레젤 맛.
저걸 먹고 그냥 마켓 구경을 더 하는데, 한 정육점에서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고 그 밖에서 다들 샌드위치? 같은걸 먹고있었다. 소시지와 프레젤로는 배가 다 안차서 그곳으로 들어가 Krustenbraten Semmel이라는 이름의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돼지고기 껍질을 바삭하게 구운 샌드위치인데, 어느 부위를 썼는지 모르겠다. 좀 퍽퍽하기는 했는데 충분히 맛있었다. 그렇지만 코펜하겐에서 먹은 삼겹살 샌드위치에 비하면... 그게 더 맛있기는 하다. 그게 진짜 맛있었는데. 언젠가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침을 거하게 먹고 시간에 맞춰 중앙역으로 이동해 레겐스부르크로 가는 RE 열차를 기다렸다.
그런데 예정된 열차 시간이 점점 지연되더니, 한시간 넘게 지연된 끝에 결국 취소됐다.

하... 게다가 다음 열차는 또 한참 기다려야했다.
짜증나서 그냥 그 길로 숙소로 들어가 쉬었다. 오랜만에 낮잠도 푹 자고 수강신청 시간표도 다시 짜고, 복학 후 공부플랜도 생각했다. 여행하면서 정말 푹 쉬어서 그런지 공부 의욕이 활활... 학교에 돌아가면 정말 열심히 해야지.
그렇게 방에서 쉬면서 저녁도 먹고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 큰 알람소리? 같은게 울렸다. 처음엔 같은 방 룸메 알람소리인줄 알았는데 계속 울리길래 룸메랑 이야기해보니 자기 것이 아니라는거다. 그래서 지금 방에 없는 다른 룸메 짐에서 나는 소리인가 싶어 이리저리 소리의 근원을 찾았는데, 몇 초 뒤 그게 화재경보기 소리라는걸 알게됐다.
우리방만 문제인가? 싶어 복도로 나가보니 복도에도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있고, 다들 복도에 나와있길래
불이 난 것 같지는 않아도 혹시 모르니 귀중품, 태블릿, 지갑, 여권만 챙기고 계단을 통해 로비로 내려갔다.
아니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심각한건지, 투숙객들이 다 나와있고 얼마 안있어 소방차까지 네 대가 출동한거다.

나 진짜 당황스러웠다.


살면서 뮌헨 소방대를 볼 줄이야?
심지어 소방관들이 하나 둘 호스텔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진짜 불이 난건가 싶었다.
밖에서 30분쯤 기다렸을까? 호스텔 안으로 들어간 소방관들이 나오고 투숙객들이 다시 하나 둘 들어갔다. 그런데 호스텔 측에서는 무슨 일인지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대충 무슨 일인지 알려는줘야 하지 않나?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피해 입은 것이 없어서 그냥 가만히,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뮌헨에서의 마지막이자 다사다난한 밤이 지나고, 다음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프랑크푸르트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