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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thy

Mother, 2025. 3.17.정말 유명한 영화, '마더'. 나온지 16년이 지난 이제서야 관람했다. 최근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난 뒤 재밌다고 평가받는 영화들을 정말 많이 보고 있는데, 그들을 볼 때마다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았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자그마한 휴대폰 화면으로 누워서 보는게 아쉽지만... 나중엔 꼭 소파에 앉아 커다란 TV 화면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여러 평론가들이 항상 '마더'를 봉준호 감독의 최고작으로 꼽아왔음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영화 평론가들에 대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양가적 감정 - 영화에 대한 평가를 평론가들에게 일임하여 영화를 '점수 매기고' 내가 재밌게 본 영화가 높은 평점을 받거나 재미없게 본 영화가 낮은 평점을 받을 때 기뻐하며, 자신의 예술..

Late Autumn, 2025. 3. 7.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안개가 만연한 늦가을의 시애틀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시간을 핵심 소재로 하여 사랑을 다루는 영화다.영화를 다 보고 후기를 찾아보니탕웨이의탕웨이에 의한탕웨이를 위한 영화라는 말이 있다.탕웨이가 아니었다면 영화의 깊이가 이 정도까지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현빈의 연기가 거슬린다는 반응도 있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애초에 배역과 마스크의 매력이 딱 그 정도일 뿐이었던 것이다. 애나 첸(탕웨이 扮)이란 인물의 배경 / 서사에서 오는 매력이 탕웨이의 마스크에 꼭 맞아 떨어지는 것에 비해, '에스코트 서비스' 종사자 훈(현빈 扮)의 그것들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배우가 더 좋았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김태..

The Pianist, 2025. 2.24.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당직근무 중 채널을 돌리다 OCN에서 '해리포터와 불의 잔' 그리고 '피아니스트'를 연속으로 방영하기에 오랜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고, 이 영화까지 시청했다.영화는 그 영화를 보는 시공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가 있다는 말이 대표적인 예시일텐데, 전에는 이 문장에 잘 공감하지 못했다. 때로는 영화를 '팔려는' 영화계의 선전이라며 냉소적 웃음을 짓기도 했다. 요즘 냉소적 태도 전반에 대한 회의적 혹은 비판적 생각이 든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냉소주의에 대한 냉소?), 영화의 시공간성에 대한 과거의 생각이 실수였다는 것을 느낀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

The Unforgiven, 25. 2. 1.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그렇게 하면 도와 줄 수가 없어라는 하정우의 대사가 제목보다도 유명한 영화다. 나도 유튜브에서 이 대사가 나온 클립을 본 적은 많았지만 영화는 본 적도, 볼 생각도 없었다.그런데 유튜브에 영화 자체가 무료로 공개되어 - 제목을 검색하면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 시간이 남은 토요일 오후 영화를 봤다.그것 외에도, 영화 촬영지가 내가 지금 있는 17사단이라는 것도 영화를 봐야겠다는 마음에 영향을 줬다.정말 사실적인 군대 영화다.군 입대 전에도 그냥저냥 재밌게 봤을 영화지만, 입대해서 이 영화를 보니... 아무리 편해졌다고 해도, 군대는 정말 변함이 없구나 싶다.물론 나는 일명 '선발권' 부대에 들어 구성원 수가 적고 좋은 특기를 가..

Oldboy, 2025. 2. 5.https://youtu.be/_DxjFs_dsR8?si=swHStdbevndVc85k사랑해요, 아저씨...- 누구냐, 넌- 오대수씨는요... 말이 너무 많아- 복수는 건강에 좋다!15년 동안 군만두만 먹은 남자의 이야기,라고만 알고 있었다. 복수극인 것도, 이렇게 멋진 영화인지도 모른 채 살아온 지난날이 - 오히려 감사했다. 뭣모르는 어린 시절 봤다면 이만큼의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었을까?영화의 '맛'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나로서는, 장대한 철학과 존재에 대한 거창한 의문을 꼭꼭 숨겨둬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를 주는 영화보다도 직관적이고 영상미 넘치면서, 전율을 부르는 영화가 좋다.'올드보이'는 적어도 내게는 꼭 그런 영화다.비 오는 어느 날 갑작스레 납치되어 사..

The Handmaiden, 25. 2. 4.박찬욱의 '문제작', 아가씨문제작이라고 부른 까닭은 무척 과감한 영화의 수위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올드보이'라고 말한다면 - 그것은 무척 자신있게 발화될 것이다 -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그것이 '아가씨'라고 말한다면 - 왠지 모를 쑥스러움과 함께 -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는 모습이 떠오른다. 사실 주제의 '터부 정도'는 오히려 '올드보이' 쪽이 강렬하지만 말이다.그렇지만 누가 뭐래도 난 '아가씨'를 정말 재밌게 봤다. 박찬욱 감독은 정말 변태가 맞구나 싶었다.포스터에서도 잘 드러나는 네 인물의 관계. 잘못 풀어내면 번잡할 인물들의 관계는, 이 관계를 관객에게 잘 설명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관계설명'이 주제의식을 잡아먹는 주객전도..

아, 미친놈. 영화가 너무 재밌잖아.성탄절 아침에 이틀 전 연등시간부터 고민했던 Munkres 연습문제 : Strong form of the Urysohn lemma의 증명을 마무리하고 다음 문제를 풀려다, 크리스마스로 들뜬 사회인들의 소식에 헛헛함을 달랠 길이 없어 수학 공부를 잠시 제쳐두고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점심을 먹고 생활관으로 돌아와 넷플릭스를 둘러보다 몇 번씩이나 본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다시 볼까 생각이 들어 검색하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몇 달 전 볼까말까 하다 맘을 접었던 기억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감독의 명성에 기대어 재생버튼을 클릭했다.정말 실망시키지 않는 영화였다. 두 시간 반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각본과 연출이 압..

Peppermint Candy.찬란한 미래를 꿈꾸다. 과거를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잊고 싶은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미래를 꿈꿀 수 있다,얼마나 자주 사용되는 격언인가24년이 흐른 지금, 나는 '뒤돌아보기'가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영화가 나왔을 당시를 생각하면 곱씹을수록 아플 '뒤돌아보기'였을 듯하다.관찰자의 시점으로 영호의 인생을 역순으로 돌아보는 것이 아니다.마지막 야유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영호의 모습.99년의 야유회로부터 20년 전인 79년의 야유회에서 기시감을 느끼며똑같은 노래를 부르다 홀로 무리에서 나와 눈물을 흘리는 영호.영화는, 이 눈물을 통해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며 기차를 마주한 영호 인생의 주마등이 된다.관객은 관찰자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