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미동부] 2일차. 뉴욕 입성 본문

그 외 이야기들

[미동부] 2일차. 뉴욕 입성

Orthy 2023. 7. 9. 11:31
반응형

뉴욕에 오고 한참을 걸어다니다가 지쳐서 스타벅스에 들어와 아메리카노 한 잔 시키고 폰 충전시키면서 글을 쓴다. 나 벌써 21000보 걸었어...



홍콩 10시간 경유여행을 마치고 홍콩역으로 들어와서, 다시 AEL을 타고 홍콩공항에 돌아오니 10시쯤이었다. AEL에서 내리면 곧바로 공항에 들어올 수 있는데, 무척 편리한 것 같다.

뉴욕 행 비행기는 새벽 2시 출발이어서 시간이 한참 남은 것이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정말 졸렸는데, 비행기 안에서 자려고 겨우 정신 차리고 있었다. 320홍콩달러를 환전해 갔는데 70달러 정도가 남아서 공항에서 좀 쓰고, 폰 보면서 있다가 수속을 받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왔다.

미국 입국 전에 간단하게 보안 검문을 하는데, 경유 기다리는 동안 뭐했냐, 한국에서는 뭐했냐, 미국은 뭣 하러 입국하냐 등등 물었다. 간단히 답하고 조금 더 대기하니 탑승을 시작했다.

비행기 이륙하는 기억도 안 나는걸 보니 앉자마자 잠들었던 것 같다.

한시간쯤 자니 깨워서 기내식 먹었는데, 먹고 또 바로 잠들었다. 일어나니 비행 10시간쯤이었다. 저장해 둔 넷플릭스 좀 보다 보니 또 졸려서 3시간쯤 잤다.

그러고 일어나서 기내식을 아침으로 먹었다. 먹고 저장해 둔 침착맨 영상 보다 또 졸려서 잤다. 역시 몸을 혹사시켜놓으니까 16시간 비행이 금방 지나갔다. 진짜 잠만 자니까 어느새 뉴욕에 도착해 있었다.

뉴욕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유심칩을 갈아끼우고 내렸다. 분명 7일 새벽 2시 홍콩에서 출발했는데...내리니까 7일 새벽 5시 반이네? 비행기에서 계속 자서 시차적응도 힘들지 않았다.

1시간 반 정도 기다려 입국심사를 받고 나왔다. 흑인 누나분이 담당관이었는데 목소리가 너무 작은거임...sorry? 많이 해서 점점 긴장되더라고. 그래도 겨우 다 마치고 나와 짐을 찾았다. 세수용품이 다 캐리어에 들어있어서 캐리어를 받고 공항 화장실에서 거의 이틀만에 세수를 했다.

JFK에서 맨해튼 도심으로 가려면

맨해튼 곳곳에 찍힌 나의 버킷리스트는 무시하길 바라요..ㅋㅋ

일단 이렇게 멀기 때문에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정보 찾아보니까 한국인들은 거의 다 한인택시나 우버 불러서 가더라. 그런데 일단 80~100불씩 해서 그 돈으로 다른 맛있는거 사먹는게 나을 것 같았다. 같이 다녀야 할 아이가 있다거나 내가 거동이 힘든 것도 아니니까 젊을 때 무작정 도전하는거지! 하는 심정으로 지하철을 타고 나오기로 했다.

Terminal8에 내려서 표지판에 적힌대로 Airtrain을 따라가면 역이 나온다. 구글이 시키는대로 Jamaica행 열차를 타고, Jamaica역에서 Airtrain 운임을 결제한 뒤 E라인으로 갈아타서 1차 목적지, 타임스퀘어에 도착했다. 구글 맵이 시키는대로만 움직이니 어렵지않게 갈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해 둔 짐보관소를 찾아가서 짐을 맡겨놓았는데

처음 봤을 때는 짐보관소가 안보여서 계속 근처를 배회했다. 아무리봐도 기념품샵인데 계속 주소는 그 곳을 가리키고 있는거였다. 게다가 알바가 나와서 나한테 호객도 해서 no thank you~하고 지나갔는데 알고보니 그곳이었던 거임...나중에 돌아다니다 보니 뉴욕 곳곳에 있는 기념품샵은 짐보관소도 겸하고 있는걸 알 수 있었다.

짐 놓고 타임스퀘어로 가서 여기가 타임스퀘어군~~하고 그냥 좀 구경했다.

사실 진짜 별 거 없는데...famous for being famous의 대표격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에는 킹콩, 미키마우스 등등으로 분장해 사진을 찍어준다거나/자신과 사진을 찍자며 여행객을 붙잡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두 사진을 찍은 뒤 돈을 요구하니 절대 대꾸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맨해튼에서 말을 거는 모든 사람들을 도믿맨 보듯이 지나쳐야 사기(scam)를 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 무시하고 지나갔다.

미국 첫 인상이 좀 이래저래 좋지 않은데, 좀 놀랐던 건

- 여기는 무단횡단이 기본이다. 차 안다니는 것 같으면 일단 건너고 본다. 나도 처음에는 이게 뭐하는거야? 하며 신호를 지키다가도 street과 street을 지나는 짧은 블럭마다 멈춰서길 반복하다 보면 그냥 차 안다닌다 싶으면 무단횡단을 한다. 맨해튼에는 일방통행 도로가 많아서 차가 다니는지 확인하는게 더 쉬워서 그러지 않나...생각하고 있다.

보통 Avenue와 Avenue를 잇는 가로도로는 지나는데 5분정도, street과 street을 잇는 세로도로는 1분정도가 걸린다.

- 길빵이 기본이다. 그냥 아무렇게나 담배를 피고 심지어 걸어다니면서 대마를 피우기도 한다(!?!?) 대마는 진짜 그 향이 오묘한데...그냥 아 이게 대마냄새구나 맡으면 바로 알 수 있다 진짜 짜증나는 냄새다.

타임스퀘어를 본 뒤 오늘은 그냥 근처 다 돌아다니자 마음먹고 몇 블럭 떨어져있는 그랜드센트럴 터미널로 갔다. 지나는 길에 브라이언트 파크가 있어 들러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마주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오후에 저길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웅장해졌다. 브라이언트 파크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다 설명문을 읽어보는데, 바로 옆에 뉴욕 공립도서관을 위치시켜 전형적인 프랑스식 정원을 만들었다는 설명이 인상깊었다. 가운데의 잔디밭에는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는데, 드러누워서 햇살을 쬐면 참 좋았겠지만 지금은 출입금지기간이라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

계속 걸어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 도착했다. 지하철 플랫폼인데, 건물 자체가 고색창연하고 이름에 걸맞게 거대했다.

그랜드센트럴터미널(가운데)와 높이 보이는 크라이슬러 빌딩
티켓부스가 이렇게 멋질 일이야?
천장에는 황도12궁이 그러져있다
이렇게 철길노선을 볼 수 있다
다시 한 번 전경

이쯤에서 미국 지하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JFK에서 내려서 Airtrain을 타고 가면 Jamaica역에 내리는데, 이게 첫 미국 지하철이었다. 일단 지하로 깊이 내려가지 않는 것은 장점이었지만 플랫폼에 에어컨이 없어 무척 후덥지근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척무척무척엄청엄청엄청 낡았다. 뉴욕 지하철이 개통된 지 100년 정도 되었는데, 한 번도 바꾸질 않았나보다.

지하철을 타면 조커(...)에서 본 바로 그 지하철이 나온다. 다행히 지하철 안은 무척 시원하다.

또, 뉴욕 지하철은 노선이 무척 복잡한데, 거의 모든 노선이 서울 9호선처럼 급행(express)과 완행(local)을 가지면서 각각의 이름이 다르다. 예를 들어 Jamaica에서 타임스퀘어를 가기 위해 나는 E라인을 타야했는데, A, C라인도 같은 노선을 공유하지만 정차하는 정거장이 달라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는 식이다. 그래서 이름이 무척 복잡하고...운영하는 회사도 세 개라서 구글맵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움직이지 않으면 길 잃기 십상이다. 당장 나도 어제 숙소로 가는 길에 N라인을 타야했는데 R라인을 잘못 탔다(다행히 한 정거장만에 내렸고, 마침 N라인도 그 정거장에 정차해서 숙소로 잘 갈 수 있었다.)

지하철 탈 때 메트로카드를 발급받아 타게 되는데, 금액충전식과 7일 무제한권이 있다. 7일 무제한권은 33달러인데,  1회당 2.75달러를 거리에 관계없이 내니 횟수를 고려해서 선택하면 되겠다. 나는 계속 걸어다닐 생각이라 금액을 충전하는 식으로 다니고 있다.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에서는 지하철 철도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후 계속 발을 재촉해서 맨해튼의 동쪽 끝, 이스트강변으로 가서 유엔본부에 도착했다.

태극기 펄럭

일반인 출입 금지여서 내부는 들어갈 수 없었다. 앳홈트립에 유엔 가이드 투어패스도 있긴 했는데, 해당일에 일정이 있어 포기했다.

유엔본부는 1번가에 있는데, 1번가를 따라 쭉 내려가다보니 사람도 하나 없고 정오인데도 을씨년스러워서...얼른 중심가로 달음박질했다. 뭔가...뭔가 무서웠어

그래서 5번가까지 올라와서 브라이언트 파크에 다시 갔고, 좀 쉬다가 점심을 먹으러 파이브가이즈에 갔다.

브라이언트파크의 회전목마

미국 가면 밀크쉐이크를 꼭 먹어야지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그 흉악한 비주얼을 볼 때마다 시키기가 망설여진다. 그래서 결국 밀크쉐이크는 시키지 않고 제로콜라만 먹었다. 파이브가이즈에는 코카콜라제로 라임, 오렌지, 라즈베리 등등...다양한 맛이 있는데 이러나저러나 제로콜라는 펩시라임이 제일 맛있다.

햄버거는 '진짜' 고기가 들어간 것만 같았고. 확실히 더 진한 향과 맛이다. 와퍼랑 비슷한데 훨씬 맛있다. 물론 비싸니 맛있어야지. 국내 파이브가이즈 사람 좀 줄어들면 한번씩 먹어보길 추천하는 맛이다.

그리고 대황뉴욕닉스의 본거지 메디슨스퀘어가든으로 가던 중

파리바게트를 만났다.

이것 참...안어울려

계속 걷다보니 패션의 거리라는 7번가도 지나고-ZARA, H&M같은 SPA 여성복 브랜드 매장이 많았다-하다보니 NBA의 메카 메디슨스퀘어가든에 도착했다.

싱글벙글 닉린이가 랜들 아웃!!!을 외치고 있다(아님말고)

원래 이 자리에는

이렇게 생긴 Penn Station이 있었는데, 오래된 건물을 밀어버리고 지하에는 그대로 역을 만들고 지상에 농구경기장 메디슨스퀘어가든을 만들었다고 한다. NBA 시즌이 끝나 경기를 못 본 것은 아쉬웠지만...직접 본 게 어디야!!

내부는 이랬다. 안에 공차도 있었다 ㅋㅋ

바로 옆에 flix버스의 정류장도 있었는데, 다음주 워싱턴으로 갈 때 내가 타고 갈 버스가 모여있었다.

또 옆에 멋진 건물이 있길래 들어가봤다.

내부로 들어가니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은 어디로 가고 이런 현대식 천장이 있나 했더니, 외벽만 남겨둔 채 내부를 허물고 기차역을 지어 놓은 것이었다. 바깥이 참 예쁘던데, 외벽을 보존한 채 새로 건물을 지어놓은 것이 멋진 아이디어인 것 같다. 에어컨을 쐬며 숨을 돌리고 다시 길을 나서, 이번에는 맨해튼 서쪽으로 가보았다.

허드슨강변까지 쭉 걸어갈까 싶었는데 일단 햇살이 너무 쨍한데다가 날이 더워서 탈진할까 겁났다. 진짜 힘들어서 일단 에어컨 좀 쐬려고 근처 스타벅스로 가던 중 한인타운을 지났다.

한인마켓. 반가운 제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론 가격은 반갑지 않다.

내가 가려던 스타벅스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층에 있었는데, 알고보니 리저브 매장이었다. 앉을 곳이 얼마 없어 다른 곳을 가기로 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내부로 들어가봤다.

잠시 후 올 이곳을 둘러보고 나와 다른 스타벅스 지점을 찾아갔다.

근본은 만들어나가는 것. 미국에 꼭 들어맞는 말이다. 돈많은 양키들의 돈자랑이라 비웃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어느새 근본이 되어있다.

한국에서처럼 스타벅스 안에 앉아 음료 좀 먹고 쉬려고 했는데 한참을 돌아다녀도 매장에 자리가 많이 없는 거였다...

미국은 카페가 한국에서처럼 음료를 시켜놓고 매장에 앉아서 수다를 떠는 공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음료를 잠시 먹고 가거나/테이크아웃 해 갈 음료를 만들어주는 곳 딱 그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그냥 앉을 곳이 거의 없고, 매장은 다 1층이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메디슨스퀘어파크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 자리가 4개정도(...)있길래 그냥 여기서 먹고 가자 하고 아메리카노 하나 시켜서 20분정도 쉬었다가 나갔다.

나가서 또 걸으려니까 머리가 어지러운거임...너무 많이 걸었던 것 같더라. 그래서 그냥 메디슨스퀘어파크에 앉아서 쉬면서 노래 듣고...여유를 즐겼다.

그러던 중 화장실을 가고 싶었는데...갈만한데가 없었다. 아까 스타벅스에서도 화장실이 없다고 했다. 미국은 지하철 역에 화장실이 없다. 생각나는 곳이 메디슨스퀘어가든밖에 없어서 거의 1키로를 걸어서 화장실에 갔다. 가면서 굉장히 뭐랄까...슬펐다 ㅋㅋ

메디슨스퀘어파크(우하단)과 메디슨스퀘어가든(좌상단)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가 4시 반에 예약되어있어 한 시간 가량이 남은 상황, 오전에 구경했던 뉴욕공립도서관이 12시 이후로 오픈해서 찾아가보았다.

이름만 공립도서관이지 사실 거의 박물관이었다. 다만 이렇게 앉아있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다이어리를 적으면서 숨 돌렸다.

시간이 되어 드디어 가게 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전망대!! 그냥 넋놓고 바라보게 되었다. 그냥 사진이 다 담지 못하는 전망이고, big apple이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님을-마치 인류의 전부를 여기로 끌어모아 완성한 탐욕스러운 도시의 모습이 이러지 않을까 하는-느꼈다.

맨해튼 남부
이스트강 너머 퀸스지역
저 멀리 보이는 센트럴파크와 맨해튼 북부
다시 한 번 남쪽 뷰

다음날 배를 타고 맨해튼을 둘러볼 때도 느꼈지만, 그냥 다른 도시들을 안가보아도 뉴욕만큼 멋진 도시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냥 고트다 여기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는 딱 한 가지 빼고 너무나도 완벽한 전망대인데

그 단점은 바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ㅠㅠ)

한참을 둘러보고 지쳐 쓰러질 것 같아서 잽싸게 찾아간 이치란라멘.

1. 진짜 짜다
2. 정말 짜다
3. 심하게 짜다
4. 그냥 서울에 있는 라멘집 가서 먹어라

이상 후기 끝!은 장난이고 사실 맛있긴한데 이 돈 주고 뉴욕에서? 라고 묻는다면 그치 그건 좀 아니지 다른 거 사먹어~라고 말해주고 싶은 맛이다.

이후 타임스퀘어까지 다시 올라가서 짐을 찾고 N라인을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

전형적인 미국 교외 느낌의 동네로, 조용하고 꽤 안전한 것 같다. 들어와서 바로 뻗었다.

그냥 날 죽여라!

이상 뉴욕 첫날 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