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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역 이야기

[3호선] 안국역

Orthy 2024. 1. 1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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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과 그 주변


3호선 안국역. 특이하게 여섯 개의 출구를 가지고 있는 역이다. 부역명은 현대건설. 안국역 3번출구로 나와 한 블럭을 걸어가면 장중한 현대빌딩본관이 자리하고 있다. 장식없이 단색으로 우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빌딩 그리고 커다랗게 음각된 '現代'는 정주영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시청 그리고 광화문 주위의 몇몇 지하철 역들은 벽돌을 이용하여 대합실에 한국의 미를 고즈넉히 드러내는데, 안국역 역시 아름다운 역 중 하나다. 2345 출구 방면으로는 독립운동을 기리는 전시물들이 있는데, 이는 2019년 3.1 운동 100주년 기념을 맞아 설치한 것이다.

 

안국역 승강장은 지하 4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하 2층과 지하 3층은 모두 대합실로 사용되고 있다. 16번 출구 방면으로 승강장에서 대합실로 이동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으며, 바로 옆에 대합실에서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역시 있다. 또 16번 출구 방면은 지하 1층 없이 바로 지상과 연결되어 있으며, 1번 출구는 지하에서 다이소와 연결되어 있다.


안국역에 갈 적엔 항상 기분이 좋다. 한국적인 요소들로 가득해 주위 동네가 참 예쁘다. 안국역을 둘러싸고 익선동, 인사동, 안국동, 계동이 자리하며 유적과 역사로 가득하다. 3번 출구 방면 2블럭 거리에 창덕궁이 있다. 2번 출구 방면으로 북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북촌 한옥마을이 있다. 6번 출구 방면으로 걸어가면 인사동이 있다. 4번 출구 방면으로 걸어가면 익선동이 있다. 한국의 역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동네인데다가 아기자기한 곳들이 많아 데이트 장소로도 좋고 관광 온 외국인들로 항상 붐빈다.

 

안국역의 주 이용객은 주위 학교를 등교하는 중고교생, 약간의 직장인 그리고 관광객이다. 창덕궁 너머의 율곡터널을 지나 면 혜화동으로 갈 수 있어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이 역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용객은 관광객인지라, 2010년대 일 평균 이용객 5만명 이상을 기록하던 안국역은 코로나19 이후 2020, 2021년 이용객이 3만명대로 급감한 뒤 2022년 4만명대, 2023년 5만명대로 이용객 수가 회복되고 있다.

 

안국역에 얽힌 이야기도 참 많다. 추억이 많이 서려있는 곳이다.

 

2번 출구 방면으로 쭉 걸어가다보면 재동초등학교가 보인다. 거기서 바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으면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이 있다. 인스타 맛집이라면 치를 떨던 내가 베이글 한 입 먹고 바로 인정한 빵집이다. 버터 풍미가 남달랐고 정말 담백하면서도 기분 좋아지는 맛이었다. 나는 뉴욕 베이글보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에서 먹은 베이글이 더 맛있었다. 대파크림치즈 베이글 그리고 기본 베이글이 참 맛있었다. 빵집 바로 앞에 스타벅스가 있는데, 웨이팅을 상당히 오래해야 하니 스타벅스에 들어가 음료를 마시며 쉬다가 알림이 오면 얼른 빵을 사오곤 했었다. 스타벅스는 외부 음식 취식을 허용해주는 관대한 카페여서 커피와 함께 베이글을 먹곤 했었다.

 

헌법재판소 앞 조그마한 골목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모습을 본다면 그곳으로 가면 된다. 깡통만두라는 식당인데, 만두를 넣은 칼국수가 맛있는 곳이다. 이곳 역시 인스타에서 유명했는데, 내 생각으로는 식당에서 바이럴마케팅을 돌린 것이 아니라 원래 유명한 곳이어서 인스타에 소개된 것이다. 한겨울에 20분 정도 기다려서 칼국수를 먹었는데, 김치도 그렇거니와 만두 맛이 참 좋았었다.

 

3번 출구 방면으로는 햄버거집인 다운타우너와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유명한 한옥카페 어니언이 있는데, 이곳은 둘 다 가보지 않았다. 그런데 많이 유명하더라.

 

헌법재판소를 끼고 경복궁 방향으로 걸어가는 작은 골목의 끝에는 덕성여고가 자리하고 있다. 그 골목까지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데, 고즈넉한 풍경이 참 아름답다. 거기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으면 서울시립 정독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을 가는 것도 좋지만, 도서관 앞마당에 조성된 정원이 아름답다.  정독도서관은 옛 경기고등학교가 있던 곳으로, 박정희 대통령 시절 현 봉은사역 부근으로 터를 옮겼다. 또, 근처의 서울공예박물관도 볼만하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전통 공예품부터 현대 공예품까지 감상할 수 있는데, 추천할만한 곳이다. 서울공예박물관까지 갔다면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송원열린마당도 걸어보면 좋을 것이다.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대로로 나와 삼청동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도 좋지만, 조그마한 골목을 따라 이리저리 북쪽으로 발길을 향하다 보면 어느새 북촌 한옥마을 거리이다. 내가 갔을 때는 '여기서부터 한옥마을입니다' 하는 표지는 따로 없었지만, 좌우로 한옥이 하나 둘 씩 보이다 보니 어느샌가 한옥마을에 들어와 있었다. 북악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걸어가는 길이 오르막길이지만, 그만큼 다 올라갔을 때 경치가 멋지다. 광화문에 들어선 높다란 빌딩들과 남산 그리고 N서울타워의 모습도 보인다. 밤에 갔었지만, 낮에 갔어도 참 예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피곤하지도 않았는지, 북촌 한옥마을에서부터 경복궁 둘레길로 하여 광화문까지 걸어갔었다.


 여러모로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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