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thy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다 본문
The Unforgiven, 25. 2. 1.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 그렇게 하면 도와 줄 수가 없어
라는 하정우의 대사가 제목보다도 유명한 영화다. 나도 유튜브에서 이 대사가 나온 클립을 본 적은 많았지만 영화는 본 적도, 볼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유튜브에 영화 자체가 무료로 공개되어 - 제목을 검색하면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 시간이 남은 토요일 오후 영화를 봤다.
그것 외에도, 영화 촬영지가 내가 지금 있는 17사단이라는 것도 영화를 봐야겠다는 마음에 영향을 줬다.



정말 사실적인 군대 영화다.
군 입대 전에도 그냥저냥 재밌게 봤을 영화지만, 입대해서 이 영화를 보니... 아무리 편해졌다고 해도, 군대는 정말 변함이 없구나 싶다.
물론 나는 일명 '선발권' 부대에 들어 구성원 수가 적고 좋은 특기를 가진 사람들과 지낸다. 그러다보니 부대 사람들이 나름 인격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계급사회라는 배경이, 내가 그 당시의 지옥같은 군대를 그려낸 영화에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일명 내리갈굼이라고 하는 군대 특유의 악습과 군기확립이라는 명목의 병정놀이는
군대 내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반기를 든 이등병 승영을, 본인이 거부하던 '이등병 시절의 선임'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만들어낸다.
잘 대해주려고 마음먹고 신경써준 후임은 조금 머리가 크더니 - 사회 기준에서는 일상적인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 본인을 무시하는 것만 같다.
선임은 그 후임의 기강을 승영보고 잡으라며 압력을 가하고
결국...
국군을 이해하려고 해도, 아무리 노력해봐도 난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조직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직의 불합리를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보다도 나갈 날만을 기다리며 참는 시간도 길어진다.
그렇게 군대의 여러 문제점은 해결되지 못한다. 문제를 해결할 지휘관을 찾지 못할뿐 아니라 이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문제인지 찾아내는 것부터가 굉장한 난관이다.
하여튼, 작품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만 나 역시 금새 잊어버리기로 했다.
나도 곧 군을 벗어나고, 그러면 군이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칠 일이 없을테니까.
그런데 이게 맞는건가? 영화는 이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진다.
그렇지만 국군이라는 조직은 너무 거대하고, 지금껏 있었던 수많은 죽음에도 변화하지 못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할지?
국민을 지키는 군은,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의 공격으로 국군장병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이 작품을 졸업작품으로 내놓은 윤종빈 감독에게 감탄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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