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thy
[아가씨]를 보다 본문
The Handmaiden, 25. 2. 4.

박찬욱의 '문제작', 아가씨
문제작이라고 부른 까닭은 무척 과감한 영화의 수위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올드보이'라고 말한다면 - 그것은 무척 자신있게 발화될 것이다 -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그것이 '아가씨'라고 말한다면 - 왠지 모를 쑥스러움과 함께 -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는 모습이 떠오른다. 사실 주제의 '터부 정도'는 오히려 '올드보이' 쪽이 강렬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누가 뭐래도 난 '아가씨'를 정말 재밌게 봤다. 박찬욱 감독은 정말 변태가 맞구나 싶었다.
포스터에서도 잘 드러나는 네 인물의 관계. 잘못 풀어내면 번잡할 인물들의 관계는, 이 관계를 관객에게 잘 설명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관계설명'이 주제의식을 잡아먹는 주객전도가 일어나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차력쇼'와 인물, 소품, 렌즈의 적절한 배치 그리고 性愛의 직접적 묘사(다만 이정도로 구체적인 묘사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에는 쉽사리 '그렇다'라고 답하지 못하겠다. 그렇지만 性을 너무 터부시하는 것도 문제라 생각한다.) 덕분에 '설명'이 훌륭하게 이루어졌다.
다른 무엇보다 미술, 소품, 색감, 배치에 이르는 미장센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영알못인 내가 '미장센이 이런 거구나'를 처음으로 느낀 영화다.
인물들도 각각의 배역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하정우가 아니었다면 누가 그 능글맞은 백작을 소화했을 것이며 - 사기꾼을 그렇게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게 가능했을까
무엇보다도 김민희. 요즘 말이 많던데 개인사는 알아서 잘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사를 제쳐두고, '아가씨'에서의 연기는 정말 독보적이다. 하정우보다도 대체 불가능한 게 김민희의 히데코다. 1부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보이는 순수한 '아가씨'의 모습을 그린 한편 모든 것을 계획해 자신을 둘러싼 코우즈키의 감옥을 탈출하고자한 '진취적 여성'을 한번에 보여줬다.
김태리, 조진웅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저 둘은 그냥 신들린 모습이었다. 허...
하여튼 박찬욱 미친놈.
다음에 볼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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