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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를 보다

Orthy 2025. 3. 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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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er, 2025. 3.17.

봉준호, 2009

정말 유명한 영화, '마더'. 나온지 16년이 지난 이제서야 관람했다. 최근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난 뒤 재밌다고 평가받는 영화들을 정말 많이 보고 있는데, 그들을 볼 때마다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았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자그마한 휴대폰 화면으로 누워서 보는게 아쉽지만... 나중엔 꼭 소파에 앉아 커다란 TV 화면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러 평론가들이 항상 '마더'를 봉준호 감독의 최고작으로 꼽아왔음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영화 평론가들에 대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양가적 감정
 
- 영화에 대한 평가를 평론가들에게 일임하여 영화를 '점수 매기고' 내가 재밌게 본 영화가 높은 평점을 받거나 재미없게 본 영화가 낮은 평점을 받을 때 기뻐하며, 자신의 예술적 심미안과 권위있는 평론가의 예술적 심미안을 동일시하는 '권위에게로의 의탁'
- 그리고 보통의 영화 관람객(대중)과는 달리 영화 예술을 받아들이는 그들만의 심미안을 강조하며, 일반적으로 '재미없다고' 받아들여지는 영화에 높은 평점을 주는 평론가들에 대한 냉소
 
이 내게도 있었기에, 이에 대한 경각심이 오히려 '마더'의 시청을 망설이게 했다.
 
나의 망설임을 이긴건 참을 수 없는 지루함이었다. 그리고 그 참을 수 없는 지루함 덕분에, 언급한 '경각심'이 오히려 나는 다르다는 일종의 선민의식에서 나온게 아닐까,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영화를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하기 전에는 평론가들에 냉소지었던 적이 많았는데, 최근들어 영화의 시청과 평론가들의 평론을 어떻게 관계지어야 할 지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직관적이면서도 가볍지 않은 영화, 쉽지만 그 의미가 결코 얕지 않은 영화, 누구나 영화가 담아내고자 하는 그 깊고 깊은 심연에 가닿게 해주는 영화는 정말 흔치 않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꼭 그런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더'가 꼭 그런 영화이기 때문에 평론가들에게 무수한 찬사를 받으면서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을 보게 하고,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하지만 문외한마저도 저 깊은 감동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다.
 
정말 재밌게 봤고, 잘 봤다. 무척이나 여운에 깊게 남는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정말 재밌고 또 깊다는 말밖엔. 연기, 각본, 연출에 대해 하나하나 말을 하는게 의미가 없다. 그저 시청을 권하고 싶을 뿐이다. 여태 본 영화 중 가장 시청을 권하고 싶다.

 
이제 정말 蛇足을 붙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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