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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 ]를 보다

6월의 영화

by Orthy 2025. 6. 29.

어느새 6월도 지나갔다. 6월에는 총 20편의 영화를 관람했다. 이번 달에는 왓챠를 구독하기 시작해 조금 더 다양한 영화를 본 것 같다. 평일엔 계속 수학 공부하고, 주말엔 오후에 시간을 많이 내어 영화를 보며 쉬고 있다.

6월에 본 영화들. 좀 더 자세히 보이자면,

6월 최고의 영화
- 레퀴엠, 대런 애러노프스키, 2000 ★★★★★ : 강렬한 포스터처럼 영화 역시 무척이나 강렬하다. 마약은 결과일 뿐, 결국엔 결핍과 외로움에 대해 다루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자칫 뻔할 수 있는 소재를 뻔하지 않게 풀어낸 미장센, 심리묘사, 편집과 연출이 좋았다. 주제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호흡이 가빠지고, 컷을 마음대로 이어 붙이는 초고속 몽타주 기법이 인상적이었다.
 
기억할만한 영화
- 버드맨,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2014 ★★★★★ : 버드맨 역시 무척 재밌게 본 영화다. 레퀴엠이 초고속 몽타주를 이용해 정신없는 컷 전환으로 긴장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면, 버드맨은 원테이크 기법을 이용해 컷을 끊지 않고 극을 이어나간다. 복잡한 극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 닉과 그의 연극을 추적하다 보면 어느새 영화가 끝나있다. 중간중간 나오는, 숨 넘어가는 엇박의 드럼 역시 포인트. 닉의 초능력, '목소리' 그리고 성공에 대한 열망은 결국 허상이었다. 그토록 바라던 재기에 성공한 순간 그는 버드맨이 되어 하늘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번외로,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는 역시 믿고 본다.
 
-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2023 ★★★★☆ : 나는 정말 재밌게 봤는데, 혹평이 많은 영화다. 주된 비판은 철 지난 오리엔탈리즘적 윤회/인연 타령과 아서의 캐릭터 설정이다. 특히나 왓챠피디아의 베스트 한줄평, '윤회를 논하는 동양인 사이에 낀 유대인 부처 아서 이야기'에는 나도 공감할 수 있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나영과 해성의 로맨스를 다루는 멜로로서는 '영화실격'이지만 지구화 사회와 이민자의 정체성 혼란을 다룬 작품으로서는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영화에 대한 다른 혹평들 - 한국계 배우들의 어눌한 발음과 발연기, 몇 가지 의아한 설정들 - 이 영화에 대한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아름다운 맨해튼의 풍경이 좋았다.

When I was in Manhattan - 1
When I was in Manhattan - 2 영화 속 그 자리.


- 이 별에 필요한, 한지원, 2025 ★★★★☆ :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에 대한 별점은, 물론 다른 작품에 대한 별점 역시 그렇지만, 내 취향이 정말 많이 들어갔다. 한 마디로 객관성을 잃은 별점임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왓챠피디아의 예상 별점은 2.9, 평균 별점은 3.3에 불과한 이 작품에 4.5점을 준 까닭은 무엇보다도 서울에 대한 나의 애정 때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도쿄 풍경이 항상 부러웠는데, 근미래 서울을 제법 그럴듯하게 상상해 아름답게 그려낸 애니가 정말 좋았다. 서울 풍경이 나올 때마다 일시정지 해놓고 한참을 들여다보며 이건 무엇, 저건 무엇, 하며 서울에 대한 내 추억을 하나 둘 꺼냈었다. 내게는 그런 작품도 좋은 작품이다. 연출이나 SF 소재, 주제곡 등도 마음에 들었다. 별개로 애니를 보며 신카이 마코토가 계속해서 떠오른 건 아쉬웠다. 또, 마지막 부분의 난영의 행동이 무척 답답했지만 한정된 자원 속에서 복선을 회수하려 했던 제작자들의 노고는 느낄 수 있었다. 제이가 난영의 화성 탐사를 막아서는 장면에서도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 택시 드라이버, 마틴 스콜세지, 1976 ★★★★☆ : 일그러진 영웅을 담는 5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세련됨과 영상미. 비 내리는 아름다운 뉴욕 야경은 덤. Note : Vietnam war, 1962 ~ 1973.
 
- 버닝, 이창동, 2018 ★★★★☆ :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봐도 정말 재밌는 영화였지만, 이동진의 해설을 듣고 난 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의문스러웠던 마지막의 두 씬이 이해되자 비로소 영화가 다시 시작했다. 꼭 다시 한 번 볼 영화.
 
잘 모르겠는 영화
- 애프턴 썬, 샬롯 웰스, 2022 ★★★ : 진짜 잘 모르겠다. 엔딩은 뭔가... 뭔가였는데, 평론을 들어도 잘 이해가 안 된다.
 
- 지구 최후의 밤, 비간, 2018 ★★☆ : 이건 스토리부터 잘 이해가 안됐다. 음악도 좋고 탕웨이도 좋은데, 무슨 말인지를 몰랐다. 1부에서는 뤄홍우의 머리카락 색이나 옷차림을 보고 대충 이해를 했는데, 2부는 또 뭔지... 그래도 이건 평론을 들으니 의문점이 많이 풀렸는데, 시간이 좀 지나 전역하는 다음 달쯤 되면 한 번 다시 볼 영화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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