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고, 나는 어느새 18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7월엔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 7월 첫째주 주말부터 Stein, [Fourier Analysis]를 공부하기 시작해 수학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았기 때문이다. 만으로 4주가 지난 지금은 챕터 5의 연습문제와 챕터 6만을 남겨놓고 있다.
해개연1 수업에서는 해석개론을 처음 공부할 때 함수열, 균등수렴, 무한급수 등의 개념이 난해하고 잘 이해되지 않아 모호함만이 가득했었다. 군에 입대한 후 PMA로 해석개론을 다시 복습하고 위상수학, 복소해석학 등을 공부하며 해석학 기반을 더 다진 후에 Fourier Analysis를 공부하니 그때 난해했던 것들이 '가슴으로' 받아들여진다. 책의 흐름에 공감하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섹션들의 내용과 구성 순서, 정리들 사이의 관계들이 조금 더 잘 이해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동안 달리다보니 머리도 아프고, 연습문제도 잘 풀리지 않아 금, 토 공부시간을 조금 줄이고 듄 파트 1, 파트 2를 감상했다. 오늘도 가족들과 함께 담양을 다녀와 추어탕을 먹고 카페에서 있다가, 오후에 돌아와 연습문제를 다시 풀었다. 여전히 잘 풀리지 않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7월의 영화 리뷰가 생각나 갑작스레 글을 쓰기 시작한다.

7월 2일에는 두 편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정기 외박날을 맞아 명동cgv씨네라이브러리를 가서 조조영화로 네오 소라 감독의 '해피엔드'를, 오후에는 전부터 가고싶었던 시네마 emu에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재개봉 영화 '네이키드 런치'를 관람했다. 두 영화에 대한 후기는 다른 글에 적어두었다.
7월 9일 휴가를 나와서 계속 공부를 하다 왓챠를 통해 애니메이션 시리즈 '진격의 거인'을 감상했다. 정말 재밌었다. 흡입력이 대단하고, 세계관 설정이 빈틈없는데다 생각보다 더 철학적인 시리즈물이라 인상적으로 감상했다. 특히 휴가 나와서 내 태블릿으로 소리 빵빵하게 틀어놓고 보니 더 좋았다. 난 특히 2기, 3기 파트2이 가장 좋았다. 액션 씬이 많이 나오는 부분은 매화가 고점 갱신이다.
그 뒤로는 전역 전 마지막 주라서 저녁 TV연등 시간에 영화를 한 편씩 관람했었다. '해바라기'는 전형적이고 / 평범하고 / 창의력 없는 한국영화였고, '무뢰한'은 가끔씩 좋은 장면들이 있었으나 역시 전반적으로는 크게 인상깊지는 않았다.
'만추'는 두 달쯤 전에 혼자 봤었는데, TV 무료 영화에 등록되어있길래 부대 사람들이랑 같이 관람했다. 다시 보니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더 크게 다가왔다. 특히 주인공들의 심리에 더 공감이 갔고, He used my fork 씬에서 애니가 왜 훈의 편을 들었는지, 왜 오열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범퍼카 위에서의 더빙 씬은 잘 모르겠다.
'화양연화'도 역시 두 번째 관람인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전에 볼때보다 인물들의 관계가 조금 더 잘 이해되긴 했는데 이게 왜 21세기 최고의 영화 1, 2위를 다투는지, 어느 포인트에서 그렇게 관객들의 극찬을 받는건지 잘 모르겠다는거다. 영알못이라고 그렇다고요? 근데 그것도 맞긴 합니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는 인스타그램을 보다 '여름에 보고싶은 영화'라는 게시물에 추천되어있길래 궁금해서 관람했다. 오키나와의 고등학생 아이들이 맞이하는 죽음, 이별 그리고 성장에 대해 다루는데 일본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그대로 나타난다. 죽음을 앞둔 무녀 주위에서 오키나와의 전통 음악을 부르고 춤을 추는 씬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염소를 죽이고 피를 빼는 장면도 역시 인상적이었다. 철학적 주제를 일상적으로 훌륭하게 풀어낸 것 같다. 전반적으로 좋았다.
'제5원소'는 생각보다 정말 괜찮았는데, 이건 내가 SF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현실과의 개연성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더 괜찮게 느껴진 것 같다. 그런데 결말은 별로 마음에 안들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결말 부분이 다가올수록 그렇게 가면 안되는데, 왠지 그렇게 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이 예감은 슬프게도 틀리지 않았다. 그래도 초중반이 좋아서 용서가 된다.
7월 최고의 영화
- 해피엔드, 네오 소라, 2024 ★★★★ : 네오 소라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 '해피엔드', 데뷔작으로 수작을 내놓았다. 사실 각본 그리고 스토리는 새롭지 않다. 1987, 멋진 신세계 등 유명 디스토피아 소설에 영향을 받은 컨텐츠가 으레 그렇듯 발달한 기술을 통해 인민을 통제하려는 정부와 파시즘적 정부에 반기를 드는 행동가들 그리고 생계를 이유로 어느쪽에도 개입하지 않으려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다.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라는게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일까? 그렇지만 주인공인 두 소년들 사이의 관계는 훌륭하게 풀어냈고, 도시 풍경을 담은 미장센과 음악이 특히 좋았다. 청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좋은 평을 받을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