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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중앙아시아 기행] 7. 카라콜 악수 온천 다녀오기 / 카라콜 시내 투어 / 카라콜에서 촐폰아타로 마슈르트카 타고 가는 법

by Orthy 2025. 9. 10.

25. 9. 8.(월)
전날 알틴 아라샨에서 하산하고 나서 푹 쉬었다. 이날도 특별한 일정은 없어서, 알틴 아라샨 마을로 가는 트레킹 시작점에서 조금 더 차를 타고 가면 나오는 악수(Ak-suu) 마을에 온천을 하러 가기로 했다. 이쪽이 유황온천이 유명하다고 하고,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도 많이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틴 아라샨 산장에서 만난 여행객들 중 악수 온천을 다녀 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추천하길래, 시간을 굳이 하루 빼어 온천을 다녀오기로 했다.

알아본 바로는 온천이 9시부터 오픈이었다. 아침에 할 것도 딱히 없는데 항상 눈이 일찍 떠져서,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려고 8시에 숙소를 나섰다.

나오는 길에 갑자기 똥냄새가 엄청 났는데 젖소누님이 고고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중앙아시아판 네이버지도인 2GIS에서 제공하는 마슈르트카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서, 이날은 숙소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게 아니라 아예 마슈르트카가 출발하는 바자르(시장)쪽까지 걸어가서 직접 기사님께 악수 온천을 가는게 맞는지 물어보고 타기로 했다.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카라콜 시내에서 악수 온천 혹은 알틴 아라샨 트레킹 시작점까지 가는 350번 마슈르트카는 악수 마을을 가는 버스와 온천 / 알틴 아라샨을 가는 버스 두 종류가 있는데, 2GIS 앱이 정확하지가 않다... 숙소 주인이 출발점까지 가서 탑승하는 걸 추천하기도 한데다가 그냥 아침에 좀 걷고싶어서 2~3키로 정도를 걸어가기로 했다.

이동 시간이 마침 등교시간이어서 학생들과 함께 걸어갔다. 보니까 특별히 교복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흰색 혹은 검은색 계열로 단정하게만 입고 가면 되는 것 같았다.
아마 중고등학교를 하나로 합쳐놓은 것 같다. 들어가는 학생들 연령대가 꽤 다양해보였다.

1/4정도 걸어갔을까? 전전날 알틴 아라샨 산장에서 만난 호주 여자분을 정말 우연히 만났다. 아시아 지역 여행을 정말 많이 다니고 또 한국 여행도 엄청 다녔다는 그 사람이었다. 안부를 묻다 내게 어디 가냐고 물어봐서 시장 쪽에 버스타러 걸어가고 있었다고 하니까, 자기도 그쪽으로 버스를 타러 가야 하는데 택시를 불렀다면서 같이 타고 가자고 했다. 운이 좋게 택시를 얻어타고 왔다. 또 감사하게도 택시 요금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몇 번이나 돈을 줬는데도 거절해서 그냥 고맙다고 하고 여행 잘 하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바자르 쪽으로 가서 350번 마슈르트카가 모여있는 쪽에 도착했다. 악수 핫스프링! 악수 핫스프링! 외치니 기사님 중 한 분이 끌고 자기 마슈르트카에 태워줬다. 요금은 40솜, 우리 돈으로 700원도 안한다.

350번 마슈르트카가 무지하게 많다.
마슈르트카를 잘 골라 탔다.

한 십 분도 기다리지 않아서 마슈르트카가 출발했다.

이번 마슈르트카는 알틴 아라샨을 등산할 때 탔던 것과는 다르게 올바른 길로 제대로 갔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찾은 정보로는 350번 종점이 악수 온천이라고 해서 종점까지 버스를 타고 갔는데 알고보니 Ак-суу Кенч에서 내렸어야 했다.

여기가 유명한 온천 리조트인데 나는 지나쳐서 오른쪽 하단의 장소까지 350번 버스를 타고 갔다.

오픈시간이라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헷갈렸던 것 같다. 그러니까, 유명한 악수 온천을 가려면 350번 종점까지 가지 말고 악수 켄치에서 내려야 한다.

그런데 350번 버스 종점에도 온천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서 나와 함께 버스를 타고있던 할머니가 자기 온천이 있다면서 그 온천으로 데려갔다.

오픈과 동시에 입장

악수켄치 온천은 400솜에 1시간 제한이 있는데, 여긴 아침에 나 혼자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시간 제한도 없는데다 300솜밖에 안했다. 온천 물도 뜨끈한데다가 나밖에 없어서 거의 프라이빗 온천처럼 이용했다.

다리를 지나가면 온천이 나온다.
물 깨끗한거 봐라... 엄청 깨끗하고 뜨끈하다.
온탕에 한참 있다가 강물을 끌어온 냉수폭포를 맞으면 기분이 엄청 좋다. 그대로 다시 온탕에 들어가면 더 좋다.
할머니의 온천 전경

인터넷은 안되는 구역이라서, 오프라인 저장해 둔 음악을 들으면서 한시간 정도 몸을 지졌다. 유황냄새가 생각보다 심하진 않다. 온천을 정말 오랜만에 해보는 것 같은데... 엄청 좋았다. 브로콜리너마저만 계속 들었다.

온천을 다 하고 나오는데, 나만 있던 온천에 어떤 아저씨가 들어가 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걸길래 러시아어 잘 모른다고 하니까, 갑자기 한국어로 한국 사람이냐고 물었다ㅋㅋㅋ 깜짝 놀랐는데 자기가 5년간 조치원에서 일했는데 한국 너무 좋았다고 한참 이야기하고, 자기 친구랑 영상통화하는데 나보고 인사해달라고 해서 또 인사하고... 얘기를 좀 했다. 사실 어차피 버스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계속 이야기했는데, 매장에서 밥을 사주신다고 하길래 그냥 물 하나면 된다고 계속 사양했다...

그 아저씨
감사합니다
악수지역에서 나는 천연수를 정화한거라는데 탄산수같은 물이었다.

강가에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350번 버스가 와서 버스에 탔다. 텐션이 너무 높아서 힘들긴 했는데... 감사했다.

돌아가는 350번 버스, 이번엔 여기가 출발점이다. 요금은 역시 40솜

돌아가는 버스도 똑같이 카라콜의 중심가에 있는 바자르까지 간다. 악수 마을에서 카라콜로 가는 마을 주민들이 엄청나게 많이 타서 만원으로 이동했다. 나는 맨 끝에 앉아서 내리고 싶어도 내리지도 못하고, 가보려했던 식당이 있었는데 결국 종점인 바자르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 흙바닥 아닌가요

시장 구경도 할 겸 미리 찾아봤던 식당쪽으로 걸어갔다.

치킨을 튀기더라고? 닭봉 하나에 35솜이었다.
꽤 그럴싸하다.

좀 안 익었는데 맛있었다. 아직까지 문제 없는걸로 봐서는 그정도 안익은건 먹어도 되는 것 같다. 맛있어서 하나 더 사먹었는데, 2조각에 70솜이니 1000원을 겨우 넘는다. 물가가 감사하다.

조각 케이크도 판다. 먹어보고 싶었는데 내가 먹고싶은건 이제 막 만들어서 그런지 안판다고 하길래 그냥 나왔다.
빵이 맛있어보이는데, 먹으면 혈당스파이크 올 것이 안봐도 뻔하다. 중앙아시아의 단 것은 한국의 단 음식에 비하면 너무 달다...
햄버거 파는 곳이 있었다. 먹어보고 싶었는데 구글리뷰가 안좋아서 그냥 지나쳤다.

그렇게 시장을 지나 계속 식당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이런게 있었다. 간판이 키르기스어라 읽지도 못하겠다.
뭔진 모르겠는데 러시아 국기도 걸려있고, 러시아 관련된 건물인것 같다.

한 삼십분 정도 걸어가 카라콜에서 제일 평이 괜찮고, 블로그 후기도 많았던 아슐란푸 식당에 도착했다.

아슐란푸와 소시지빵
내부가 좀 신기하게 생겼다.
카라콜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인테리어인데

내부는 딱 마라탕가게처럼 생겼다. 카운터에서 먹고 싶은걸 하나씩 골라서 계산하는 시스템인데, 메뉴는 아슐란푸, 삐료시끼(안에 감자를 넣어 만든 빵, 설탕 없는 꽈배기 맛이 난다), 소시지빵 그리고 음료수 뿐이다. 나는 아슐란푸와 소시지빵을 시켰다. 맛은 솔직히 저번에 간 아슐란푸 집이 더 맛있었다. 그때는 맛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여기서 먹어보니 거기가 맛집인 것 같다. 가격은 거의 비슷하다. 소시지빵은 꽤 맛있었는데, 의외로 빵이 페스츄리인데다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다 먹어갈때쯤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더니 가게에 널린 거울(...) 앞에서 인스타에 올릴 것 같은 사진들을, 신기한 포즈로 찍고 있었다. 여기가 카라콜 소녀들의 핫플인가...

다 먹고 카라콜 시내 구경에 나섰다.

키르기즈스탄 어느 도시를 가도 있는 I Love (도시이름)
아마 대학교인 것 같았다.
대학교 반대편 블록에는 병원건물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이 많은 나라라 그런지 소아과가 대부분인 것 같았다. 애기들이 계속 병원에 가고 있었다.
CBT도 있는데 간판이 떨어질까 걱정된다. 직원은 어디 나갔는지 없었다.
영화관도 있는 쇼핑센터?
신호등이 색다르다. 사실 키르기즈스탄에서 신호등을 본 게 언젠지도 기억 안나던 참이었다.

12-13세기에 중국쪽에 살던 무슬림들이 박해를 피해 카라콜 지역으로 이동해왔고, 중국의 건축 양식으로 지은 모스크가 있다고 해서 가봤다. 이주해온 무슬림 민족의 이름이 둔간족이라고 해서 둔간 모스크라고 불리는데, 건축양식이 특이하다고 해서 방문해 보고 싶었다.

신기하게 생겼다
정문
입장료 50솜이 있다.

얼마 안되는 금액이기는 한데 구글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안에 아무것도 없고 그냥 밖에서 봐도 충분하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그냥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 이리저리 둘러보기만 했다.

타일무늬가 알록달록 예쁘다
돔이 없는 모스크가 이것 말고도 있을까?
파란색 탑처럼 생긴게 있다.

안쪽에 파란색 탑처럼 생긴 것이 있길래 궁금했는데, 구글 리뷰에 보니 사진이 있어서 스크린샷으로 찍어왔다.

이러면 가본거나 다름없지
확실히 안에서 찍은게 더 예쁘긴 하다.

둔간 모스크를 몇 분 둘러보고 다시 길을 떠났다.

카라콜 역시 나무가 정말 잘 심겨있다. 매연문제만 어떻게 해결하면 키르기즈스탄 도시들은 환경적으로 참 괜찮을텐데...

여기도 민들레가 있다.
버스 터미널까지 1키로 더 걸어가야 한다.
빨래 말리는 모습이 정겨워서

계속 걸어가다보니 시 북쪽의 중심으로 보이는 회전교차로가 나왔다.

키르기즈스탄엔 국가가 참 많이 걸려있다.
베쉬바르막(중앙아시아 전통음식)을 파는 곳인 것 같다.
터미널까지 걸어가는 거리가 황량하다
세차장도 있고

그렇게 바자르에서부터 한시간? 한시간 반?을 걸어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고 좀 걸렸는데, 직선거리는 30분이면 도착할 거리다.

드디어 도착한 카라콜 터미널
키라콜로 오는 버스는 다 이곳에서 내린다고 한다.
버스요금표. 다음날 내가 갈 촐폰아타는 인당 250솜이다. 거리가 그렇게 가깝진 않은데 꽤 저렴하다.

티켓에 대해 물어보니 티켓은 당일 것만 판매한다고 해서, 다음날 다시 오라고 했다. 얼마나 자주 있는지도 물어봤는데, 매시간 버스가 간다고 해서 홀가분하게 미션을 종료했다.

전날 잠을 잘 못잔데다가 아침에 온천까지 하고, 시내를 쭉 돌아다니다보니 무척 피곤했다. 숙소에 가서 낮잠을 좀 자려고 숙소까지 가는 마슈르트카를 찾아봤다.

혹시 이번에도 틀릴까 걱정돼서 정류장 앞의 소년에게 물어봤는데, 자기도 그것을 탄다고 해서 같이 기다렸다.

저 소년한테 질문했었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었는지, 잠시 뒤 마슈르트카가 꼬맹이들로 가득 찼다.

30분정도 걸려서 숙소에 도착했다. 짐 풀고 바로 잤다. 2시 반쯤 잠들어서 4시 반쯤 일어난 것 같다.

일어나보니 알틴 아라샨에서 만난 슈헤이가 아직 카라콜에 있으면 같이 식사 어떻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아직 호스텔을 정하지 않았다고 하길래 내가 있는 호스텔로 오라고 했고, 그렇게 슈헤이가 오기까지 숙소에서 기다렸다.

6시쯤 슈헤이가 도착해서 짐 풀고 정리한 뒤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사실 배가 그렇게 고프지는 않았는데, 슈헤이는 전에 묵던 숙소에 들러 챙길 짐이 있고 환전을 해야한다길래 겸사겸사해서 시내쪽으로 걸어갔다.

은행이 다 문을 닫아서 환전은 못하고, 짐만 찾아 구글 리뷰가 좋은 식당으로 갔다.

cafe Bair라는 곳이다
완전 로컬느낌
슈헤이는 배고프다고 삼사까지 하나 시켰다.

맥주를 먹고 싶었는데 술을 안파는 식당이어서 라그만과 차를 함께 먹었다. 라그만이 맛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그냥 그랬다...

밥을 먹고 글로버스로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첫날 진짜 KFC인줄 알았던 글로버스 앞의 치킨집은 사실 Karakol Fried Chicken이었다...ㅋㅋ

글로버스에서 물이랑 간식, 술 조금을 샀다. 숙소까지 다시 30분정도 걸어가서 씻고 정비를 한 다음 슈헤이 그리고 숙소에 새로 체크인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사라와 함께 이야기를 했다. 사라는 술을 안마셔 슈헤이와 나만 맥주를 먹고, 사라는 물을 마셨다. 사라는 우리가 다음날 갈 촐폰아타에서 오는 길이라고 했는데, 촐폰아타가 너무 좋았다면서 자기가 갔던 장소들을 소개해줬다. 지도에 잘 저장해두고 다음날 가보기로 했다.

한참 이야기하다가 피곤해져서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꽤 많이 쉰 것 같아서 슬슬 바삐 움직이고 싶었다.

25. 9. 9.(화)
또다시 7시가 되니까 눈이 떠졌다. 나 혼자였으면 일어나자마자 바로 짐을 챙겨 촐폰아타로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갔을테지만, 어제 이야기하다보니 슈헤이도 촐폰아타로 가고싶다며 함께 가자고 해서 슈헤이를 기다려야 했다. 9시가 되어서야 눈을 뜨더니 짐도 한참을 챙기더라고... 그래서 10시 반이 넘어서 터미널로 출발해서, 표를 사니 11시 50분에 출발하는 마슈르트카였다. 버스 시간이 정해져있거나 몇시에 출발하자고 미리 이야기한게 아니라 빨리 준비해달라고 말하기는 애매해서 그냥 기다렸는데, 솔직히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다. 난 아무래도 나랑 비슷한 성향이 아닌 사람과 둘이서 여행하기는 힘들 것 같다... 혼자 여행하다가 중간중간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혼자였으면 이미 촐폰아타까지 절반쯤 가 있었을 시간에 터미널에 도착해서, 촐폰아타로 가는 마슈르트카에 탔다.

발릭치까지 가는 300번 마슈르트카, 요금은 250솜
내부는 지금까지 탄 마슈르트카 중 가장 훌륭했다. 승차감은 다 비슷했지만... 제일 최신식이었던 것 같다.

촐폰아타로 가는 길은 남부 이식쿨의 도로보다도 더 엉망진창이었다. 온통 오프로드여서 차가 속도를 내지를 못했다. 그렇지만 공사를 하고 있어서, 나중에 완공된 뒤 오면 훨씬 관광하기 편해질 것 같다. 남부 이식쿨처럼 이곳도 중국 회사가 도로를 공사중이었다.

불편하지만, 가는 길은 예쁘다. 카자흐스탄과 톈샨산맥을 맞대고 있는 키르기즈스탄의 북부도로를 쭉 달려가다보니 창문으로 톈샨산맥이 계속 보였는데, 무척 멋졌다. 알마티에서 비슈케크로 올 때는 톈샨산맥이 저 멀리 보이거나 거의 안보였는데, 카라콜에서 촐폰아타로 가는 북부 이식쿨의 도로는 양옆으로 이식쿨 호수와 톈샨산맥이 바로 붙어있었다.
도로 주위로는 남부 이식쿨보다 마을이 훨씬 많았는데, 마을을 하나 지나갈 때마다 몇 차례씩 사람들이 타고 내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 여긴 마슈르트카를 이용해서 짐이나 택배도 배달하는 것 같았다. 연락을 도대체 어떻게 해서 배달을 하는지 궁금하다. 기사님이 전화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참 신기하다.

12시쯤 출발한 마슈르트카는 3시가 좀 넘어서 촐폰아타에 도착했다. 나와 슈헤이 모두 숙소를 안잡았기 때문에 근처에서 제일 싼 도미토리를 찾아 예약했다. 알고보니 촐폰아타에서 제일 유명한 게스트하우스 중 하나였다.

내리고 나서 찍은 촐폰아타의 한 거리

500미터 정도 걸어가면 숙소를 찾을 수 있다.

후기를 보니 숙소가 찾기 힘들다는 말이 많았고, 우연히 본 유튜브 채널 몇 개도 이곳을 숙소로 정했다가 한참을 찾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2GIS를 보고 가니 바로 찾아버렸다..? 그런데 이게 게스트하우스처럼 생기지 않았고 구글 지도 상 위치도 조금 달라 초행길에 찾기가 힘들 것 같기는 하다.

자물쇠 모양이 신기했다. 버튼 몇 개를 동시에 누르면 열리는 시스템인데 이런건 처음 봤다.

숙소에 들어갔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영어를 잘 못하셔서 번역기로 대화했다.

굉장히 자연친화적이다.

방 상태는 꽤 괜찮은데다 요금은 790솜밖에 안해 무척 저렴하다. 9달러 정도..?

슈헤이가 환전을 해야해서, 짐을 풀고 바로 환전하러 갔다. 환전하러 갔는데 은행에서 총든 군인과 함께 현금 포대를 들고 나가는 여자분이 있어서 신기했다. 정장을 제대로 갖춰입은 것이 정부 직원인 것 같았다. 문제는 이 여자분이 고액권을 다 가져갔는지 4500솜 정도를 환전했는데 다 200솜짜리로 준거다... 덕분에 지갑이 무척 두툼해졌다.

환전을 마치고 나오니 비가 조금 쏟아졌다가 금새 그쳤는데, 도로 위로 무지개가 떴다.

이렇게 가깝고 선명한 무지개는 처음 봤다.
실제로 보면 더 선명하다.

무지개가 엄청 선명했다. 보라색까지 다 보이는 무지개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다시 숙소에 들러, 이식쿨 호수에 뛰어들기 위해 신발을 갈아신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 호수쪽으로 이동했다. 둘 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먹어 호수 근처 식당에 갔는데, 좀 쎄했다.

내가 듣기론 촐폰아타가 이식쿨 최고의 휴양지라서 사람이 드글드글하고, 너무 관광지같은 느낌이 나서 나같은 배낭여행객들에게는 별로 있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는 후기를 많이 봤는데 호수 근처로 다가가도 사람이 하나도 안보이는거다. 식당에도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일단 너무 배가 고파서 뭐라도 시켰는데, 위생도 별로 안좋아보이고 점원의 응대 태도도 좋지 않아서 음식도 하나씩만 시켰다.

만두와 라그만. 나눠먹었다. 라그만 하나에 350솜이면 꽤 비싼 편인데 관광지라 그런가...

생각보다 맛은 괜찮았다. 특히 저 만두(현지어로는 만틔)가 맛있었다.

다 먹고 호수로 계속 다가갔는데, 역시 사람들이 없다. 카라콜에서 만난 사라 말로는 사람이 굉장히 많을거라고 했는데... 보콘바예보와 통에서 본 것보다도 사람이 없었다. 난 굉장히 붐비는 촐폰아타를 기대하고 간거였는데, 조금 실망이 컸다.

일주일 전 블로그만 보더라도 해변에 사람이 정말 많던데.

일주일 전쯤 촐폰아타에 방문했다는 블로그에서 가져온 사진

내가 가보니 정말 한적~~했다.

그래도 경치는 좋았다
갈매기도 있고(이래도 바다가 아니라고?!?)
사람이 거의 없다. 이거 맞아요..?

비가 잠시 내리긴 했는데 날이 그렇게 흐린 것도 아니었다. 당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왜 이렇게 사람이 적었을까?

그렇게 슈헤이랑 계속 있다보니까 내향인 기질이 발동해서, 너무 피곤해졌다. 잠시 각자 둘러보고 호스텔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서로 다른 길로 갔다. 음악을 들으면서 홀로 해변가를 걸으니 과장 안하고 진짜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난 혼자 여행하는게 맞아...

풍경도 더 예뻐보인다

보콘바예보나 남부 이식쿨에 있었을 때는 호수 뒤편으로 깎아내린듯한 붉은 절벽이 보였다면, 촐폰아타에서는 거대한 톈샨산맥이 도시를 받쳐주는 느낌이 들었다. 산세가 정말 웅장하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어 만년설이 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3000미터 중반급의 고봉 위로 만년설이 보였다.

해변을 걷다 사라가 추천해준 공원으로 갔다. 해변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공원인데, 인공연못이 있는 곳이었다.

꽤 이쁘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극찬을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흠흠
계속 걸어갔다
피크닉 장소인가?

공원을 나와 해변가를 벗어났다. 촐폰아타의 메인스트릿으로 다시 걸어갔다.

도시 뒤편에 저런 모래?돌?산이 있는데, 인공인지 자연인지 모르겠다.
촐폰아타는 지금껏 가본 이식쿨 도시 중 고저차가 꽤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런 계단때문에 도시가 더 예뻐보였다.

정말 거짓말 안하고, 혼자서 돌아다니니까 너무 좋았다.

여기도 2차대전 기념비가 있다.
조형물 옆에 있는게 뭔가 했는데 짚라인기구 같았다. 지금은 운영을 안하는 것 같다.
놀이공원도 있는데 이것도 운영을 안한다.

내 생각엔 일주일 사이에 관광시즌이 끝나버린 것 같다. 도시 곳곳에서 보수공사를 하고 있고 해변에 상점들도 거의 닫혀있는데다 놀이공원도 기구들을 수리하고 점검하는 것처럼 보였다. 좀만 더 일찍 올 걸 그랬다. 촐폰아타 가는 사람들은 최소 9월 초반에는 방문하세요...

키르기즈스탄 어느 도시에나 있는 I Love (~~)

놀이공원을 지나가니 촐폰아타 (아마) 유일의 글로버스가 나왔다. 보니까 꽤나 큰 쇼핑몰이었다.

촐폰아타의 스타필드
글로버스가 지하에 있는건 처음 본다.
기념품점도 있고, 식당, 카페, 옷가게, 은행, 통신사도 있다.
2층에는 영화관도 있다. 저건 한국 감성술집 느낌인데...
실내놀이터도 있다. 이게 스타필드지 뭐

슈헤이에게 연락해서 글로버스에서 필요한게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부탁한것을 좀 사고 내 저녁으로 간단하게 빵을 하나 샀다.

초코 크루아상, 단돈 900원

이거 개맛있었다. 키르기즈스탄 빵 왜케 잘 만듦? 한국이었으면 최소 5000원 이상 받을 것 같은 맛이었다. 심지어 마트에서 파는 공산품인데 정말 맛있었다. 초콜렛도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준데다가 페스츄리도 생각보다 잘 살아있다..! 키르기즈스탄 너 재능있어, 계속 정진하도록.

글로버스를 나왔는데, 블로그에서 여러번 본 식당이 있길래 가볼까 했지만 빵 한 쪽 먹었다고 또 금새 배가 차서 그냥 구경만 했다. 하루 더 묵으면 가보려고 했는데, 그럴 일은 없게 됐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촐폰아타에서 유명한 문화센터? Rukh Ordo처럼 생긴게 보이길래 찍어봤다.

아마?

인터넷 검색해보니까 문화센터+박물관+산책할 수 있는 공원을 합쳐놓은 것 같던데, 입장료가 무려 500솜. 키르기즈스탄에서 이정도면 정말 비싸다. 시간도 시간이고, 당연히 안들어갔다.

숙소로 바로 들어가지는 싫어서, 마침 해가 지고 있길래 호수 바로 앞에서 일몰을 보고 싶어 다시 호숫가로 향했다(지금 생각해보니 호숫가라고 말해야하는데 위에서 계속 해변가라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헷갈림... 고치기 귀찮으니까 그냥 대충 알아들었을거라고 믿고 넘어간다).

오후에도 그랬지만, 사람이 없으니까 무척 을씨년스럽다.

아니 진짜 무서움
노을은 예쁘긴 하다.

왠지 모르겠는데 이쪽에 짓다 만 건물도 많고, 뭔가 모르게 황폐한 느낌이 든다. 폐허덕후 빠니보틀이 여기 왔으면 좋아했을 것 같은 느낌인데, 나는 좀 무서웠다.

그래도 호숫가로 나오니 사람이 좀 보여서 다행이었다. 사람을 너무 보고싶었다.

모래사장에서 금속탐지기를 돌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금속탐지기를 어디서 빌린거지?

노을 예쁘다. 낚시하는 아저씨가 두 명 있었는데 낭만있었다.
이것도 짓다 만 리조트. 주위 분위기가 진짜 무섭다니까...
원피스 입고 사진찍는 가족들
여기서 캠핑을? 대단히 용감하다.
좀만 걸어가니 사람이 또 없다.
폐허지 이게
ㅠ.ㅠ
불은 켜져있는데 사람은 하나도 안보인다.

무서웠지만 아직은 해가 있었기 때문에 그냥 계속 걸었다.

불켜진 상점은 하나였는데,그것마저 안에 아무것도 없었고, 주인 아줌마가 철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낚시 낭만은 대단해

생각보다 고기가 잡히는지 길을 걷다보면 건어물이 많이 보인다.

그렇게 밤의 호숫가를 산책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촐폰아타는 7~8월이 성수기라는데 그냥 성수기에 오기를 추천하고 싶다. 사람이 없으니 분위기가 좀 무섭다.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터미널이 있길래 가서 버스에 대해 조금 물어봤다.

다음날 발릭치로 갈지 비슈케크로 갈지, 아님 하루 더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단 비슈케크로 가는 마슈르트카는 많고, 발릭치로 가는건 카라콜에서 오는걸 잡아타거나 쉐어택시를 타야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당구를 하는 사람을 봤다. 혼자서 하고 있는데, 특이한게 흰 공 여러개에 검은 공 하나로 당구를 하고 있었다. 키르기즈스탄의 고유한 놀이인가?

숙소로 돌아오니 8시 반쯤이었다. 슈헤이를 만나서 돌아다닌 이야기를 했다. 혼자서 에너지 충전하고 돌아오니 이야기하는 것도 훨씬 재밌었다..ㅋㅋ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음날 플랜을 짰는데, 정말 미안하지만 어떻게든 난 혼자 떠나야 할 것 같아 슈헤이와는 다른 경로를 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슈헤이는 우즈벡을 가고 싶어서, 알마티로 먼저 간 다음 타슈켄트로 간다고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촐폰아타에 하루 더 있어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딱히 볼 게 없을 것 같아 다음날 버스터미널에 가서 마슈르트카를 살펴보고 발릭치로 갈 지 비슈케크로 다시 갈 지 결정하기로 했다. 수도 비슈케크를 제대로 못 보고 보콘바예보로 떠났던 것 같아 아직 구경할게 좀 남아있는데다가 오쉬로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비슈케크로 가야해서 다음날 발릭치로 가더라도 결국에는 비슈케크를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결국 비슈케크로 가는 마슈르트카를 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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