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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유럽 여행기] 6. 알바니아 슈코드라 / 테스-발보나 국립공원

by Orthy 2025. 11. 15.

25.11.11. ~ 25.11.13.

아침 9시에 티라나에서 탄 버스는 11시가 조금 넘어 슈코드라(Shkodër)에 도착했다. 몬테네그로와의 국경이 근처에 있는 국경도시인 동시에 발보나-테스 트레킹의 시작점이었다.

버스가 도착하는 슈코드라의 센터

정류장이 따로 있는건 아니고, 시티센터의 원형교차로 한쪽에서 승하차가 이루어진다. 티라나 등 다른 도시로 가는 버스 역시 같은 곳에서 탄다고 한다.

11시부터 체크인을 할 수 있는 호스텔을 예약해둬서 바로 호스텔로 걸어갔다. 슈코드라는 큰 도시는 아니라 시티센터에서 5분 정도만 걸어가면 호스텔이 있다.

다음날 하이킹 갈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서 그랬는지 거리가 예뻐보였다. 나는 티라나같은 도시보다도 이런 작은 로컬 마을이 좋다.

호스텔로 가는 길

호스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다음날 테스(Theth) 마을로 이동할 교통편을 문의했다. 아침 6시 반, 8시에 테스로 가는 차편이 있고 요금은 12유로였다. 테스에 도착한 당일 하이킹을 갈 생각이어서 6시 반 차를 신청했는데, 요금이 생각보다 좀 비쌌다. 가보니까 완전 산골짜기 마을이라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는 했는데... 사실 뭐 다른 방법도 없다.

짐을 두고 휴대폰을 좀 충전한 뒤 슈코드라 마을 구경을 떠났다. 일단 아침에 사과 2개를 먹은게 전부여서 배가 고팠다. 근처 식당을 찾아보다 평이 좋은 수제버거 가게가 있어 찾아가봤다.

햄버거 먹으러 가는 길

슈코드라를 찾는 관광객은 대부분 발보나-테스 하이킹을 하려는 하이커들이고, 그 특성 상 5월-10월에 관광객이 몰린다고 했다. 사실 11월은 날씨 변덕이 심하고 눈이라도 오면 고립될 수 있어서 비수기에 해당하는데, 다행히 일기예보상으로는 앞으로 며칠 날씨가 좋아서 여행 경로를 수정하고 슈코드라로 온 것이었다. 원래는 알바니아 남부를 먼저 여행하고 북부로 올라가 몬테네그로와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를 여행할 생각이었는데, 하이킹을 하고싶어 급하게 계획을 바꿨다. 티라나에서 처음 숙소를 예약할 때는 이 시기에 하이킹을 간 후기가 없어서 하이킹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와보니 다행히 날씨가 괜찮은 것 같았다. 호스텔에 가보니 빈 침대가 많기는 했는데 며칠 전 하이킹을 다녀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햄버거 먹으러 가는 길에 지나간 공원에 바이킹을 설치하고 있었다.

곧 축제같은걸 하는건가 궁금했다. 바이킹 말고 다른 놀이기구들도 설치하던데.

햄버거 가게에 도착해 대표메뉴라는 Toscana burger라는걸 시켜봤다. 나는 감자튀김을 별로 안좋아해서 햄버거만 시킬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그건 안된다고...

가격은 250레크. 2.5유로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름 맛있었는데, 저 하얀게 마요네즈였다. 좀 시큼한 타르타르 소스나 치즈 소스였으면 훨씬 햄버거에 잘 어울렸을 것 같은데. 베이컨은 맛있었는데, 패티 맛은 많이 안느껴졌다. 좋은 평에 비해 맛은 좀 아쉬운 느낌.

햄버거를 먹으면서 어디를 가볼까 지도를 찾다가, 슈코드라 마을 외곽의 성을 발견했다. 이름은 Rozafa castle. 슈코드라에 온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명소인 것 같았다.

이런 설화도 있다고

일단 여기를 가보려고 마을 외곽으로 걸어갔다. 시티센터에서 걸어서 40분 정도?

가는 길에 이렇게 벽화가 그려진 건물이 많이 보였다.
슈코드라 거리가 다 이런 느낌이다.

거리에 단풍이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유럽 와서 본 가장 붉은 단풍이었다. 도로를 따라 늘어선 나무들이 예뻤다.

파란 하늘과 단풍이 잘 어울린다.
여기도 벽화가

한참 걸어 로자파 성 근처에 도착했다. 그런데 오면서 찾아보니 입장료가 4유로 정도인데다가 위에서 보는 경치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저 위에 있는게 로자파 성
이런 뷰? 딱히 끌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근처에 조그마한 산이 있고, 등산로가 있는 것 같길래 일단 찾아가봤다. 구글 리뷰에는 리뷰가 5개밖에 없어서 긴가민가 했는데 일단 가다가 별로면 다시 돌아오자는 생각으로 올라갔다.

일단 다리를 건너 등산로 입구까지 또 걸어가야했다.

다리를 건너다.

슈코드라 호수에서부터 흐르는 물이 강을 따라 지나가고 있었다. 이 강은 그대로 아드리아해로 이어진다.

강변마을이 아기자기하니 예뻤다.

관광객은 이쪽으로 많이 안 올텐데, 심지어 웬 동양인이 돌아다니니 아이들이 신기했는지, 진짜 부담스럽게 쳐다봤다...

달마시안도 있다.

동네가 조금 낙후된 것 같았다. 저녁에 왔으면 많이 무서울 것 같다. 얼른 마을을 통과해 등산로를 찾아갔다. 구글맵에도 도로가 보이지만, 맵스미를 쓰면 경로가 잘 나온다.

등산로 도착

언덕에도 이따금씩 집들이 보였다.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것 같았다. 도로 곳곳에 소똥이 있었고, 사방에서 가축의 목에 달아놓은 방울 소리가 울렸다. 방울 소리가 고즈넉한 풍경과 잘 어울려서 좋았다.

소가 풀 먹느라 정신이 없다.
조금 올라오니 이런 뷰.

사진에 보이는 호수는 몬테네그로와 알바니아의 경계를 이루는 슈코드라 호수. 저 건너편의 산은 몬테네그로의 산이다.

중턱에서 바라본 슈코드라.

확실히 로자파 성 대신 산으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등산로로 차가 지나갔는데, 산 윗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이 길을 통해 도시를 오가는 것 같았다.

꽤 많이 올라왔는데도 사람이 있었다.
여기서 농사도 하고 가축도 기르는 것 같았다.

유럽에서 유목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등산로 입구에서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뷰포인트에 도착한다.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풍경
슈코드라 근교의 농경지들

산이 굉장히 많이 보이는데, 의외로 평지가 상당히 넓게 펼쳐져있었다. 강도 흐르고, 산으로 둘러쌓여 있으니 예로부터 요충지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슈코드라는 알바니아의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라고 했고, 여기서 유물이 많이 발굴되었는지 슈코드라 고고학 박물관도 있다.

그리고 평야 저 너머로 아드리아해가 보였다.

아드리아해로 햇빛이 비치고 있다.

쭉 혼자 올라왔는데, 뷰포인트에 오니 두 젊은 남자가 쉬고 있었다. 한 명이 알바니아 가이드라고 해서 영어를 잘했는데, 그래서 이 근처에 대해 이곳저곳 설명해줬다. 근처 더 높은 구릉으로 올라가는 길도 알려줘서 조금 쉬다가 그곳으로 향했다.

올라가는 길에 본 자연산 석류

한 15분쯤 올라가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런 군사시설?같은게 많이 보였다.
폐허가 된 건물이 좀 으스스했다.

이땐 몰랐는데, 저녁에 알바니아 관련 영상을 보다보니 이게 독재시절 지어진 감시초소라는걸 알았다. 독재자 호자는 알바니아 국민의 해외 이동을 엄격히 금지했는데 - 마치 지금의 북한처럼, 여기가 몬테네그로와의 국경지대라 월경자가 있는지 감시하려 산 위에 감시초소를 지어놨던 것 같다.

사실 이 정상에서 본 풍경은 뷰포인트에서 본 풍경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높이 올라와 아드리아해가 더 멀리 보이긴 한다.

다만 몬테네그로 땅이 바로 보인다.

이쪽은 몬테네그로 땅이다.
여기 핀포인트에 올라간 것이었다.

또, 뒤를 돌아보면 슈코드라 시내와 슈코드라 호수도 볼 수 있었다.

슈코드라 마을
이쪽에도 버려진 건물들이
오른쪽에 로자파 캐슬도 보인다.

이 이후로는 사진이 없다... 보다폰 유심을 키우면 핸드폰이 껐다 켜지면 통신사 자체에서 주는 유심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잠금해제를 할 수 있는데, 보조배터리를 가져와놓고 사진 찍고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충전을 안해서 휴대폰이 꺼진 것이었다. 비밀번호를 적어놓은 종이는 숙소에 두고와서 숙소에 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다 올라와서 꺼져서 다행이지...

그래서 그 길로 내려가서 숙소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어갔다. 다행히 온 길이 기억나서 길을 헤매는 일은 없었다.

숙소에 도착해 다음날 갈 테스 하이킹 관련 정보를 찾으면서 지도에 핀을 기록해두다가 배가 고파져 밥을 먹으러 나갔다. 숙소에서 식당도 찾아두었는데, 식당 이름이 Traditional food였다.

전통 치즈와 닭가슴살 구이를 시켰다. 치즈는 150레크, 닭가슴살은 600레크.

여기에 알바니아 맥주라는 Korça를 200레크에 주문했다.

맥주가 맛있었다. 진짜 해외 나와서 맥주 먹으니까 우리나라 맥주가 너무 아쉬워진다. 반도체는 그렇게 잘만들면서 왜 이렇게 맥주를 못 만드는거야...

치즈는 페타 치즈 느낌이었고, 닭가슴살 구이는 좀 얇기는 한데 잘 구워져서 맛있었다. 다만 여기 물가를 생각하면 좀 비싼 느낌이었다.

저녁을 먹고 밤거리를 좀 산책하다가 숙소로 들어갔다. 알바니아도 밤에 돌아다니는게 위험하지 않은 나라인 것 같다.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동유럽의 빈국이라 이미지가 좋지 않을지 몰라도, 내가 지금껏 돌아다닌 동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서유럽보다도 치안이 좋은 것 같다. 사실 서유럽은 아직 안가봐서 모르지만... 적어도 소매치기는 없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했어서 숙소에 가서 다음날 테스에서 하루 묵을 짐을 싸고, 씻고 일찍 잠들었다. 테스 마을에는 마트 하나가 있지만 슈코드라보다 훨씬 비싸다고 했고, 숙소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기는 한데 역시 산골이라 많이 비싸서 가방에 먹을거리를 한가득 챙겨야했다. 물 3리터와 빵, 잼, 초콜렛, 커다란 소세지를 챙겼다. 씻을 것들이랑 갈아입을 옷들, 패딩 등등을 챙기니 가방이 꽤 무거워졌다.

어쩌다보니 유럽에 와서는 수학을 완전히 놔버렸는데, 공간도 안나오는데다가 그냥 쉬고싶은 마음이 크다. 나중에 다시 공부하고 싶어지는 때가 오겠지... 싶다.

다음날 6시에 일어나 전날 싸둔 가방을 챙겨 약속 장소로 나갔다. 근데 6시 반이 지나도 차량이 안오는거다. 언제 올 지 몰라 어디 들어가있지도 못하고 밖에서 떨고 있었는데, 7시가 넘어서야 차량이 왔다. 진짜 굴러가는게 신기한 오래된 차를 가지고 왔는데, 운전기사는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 택시든 뭐든 관광객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이런 식이다. 손님이 늦으면 네 탓에 돈을 요구해도 내가 늦으면 그냥 입 싹 닫는다. 여행하다보면 이런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정말 혐오스러워진다.

늦어놓고 바로 가는 것도 아니고, 반대편으로 한참 가서 자기 친구랑 물건을 한가득 싣고 테스로 출발했다. 관광객은 나 하나밖에 없었다.

이날 가는 하이킹은 6-7시간 정도 걸린다는 후기였는데, 슈코드라에서 테스까지 2시간 반 정도 이동해야 했고, 해가 4시 반이면 떨어져서 나는 마음이 정말 급했다. 6시 반 택시를 신청한 것도 얼른 테스로 가서 해가 지기 전에 하이킹을 끝내야해서였는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진짜 엄청 오래되어 보였다.

근데 바로 가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주유도 하고 마트에 들러서 쇼핑도 하고, 심지어 웬 마을에서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먹고 온다는거다...

그러고는 여기 안으로 들어가 한참 커피를 먹었다.

아니 나 시간 없다고, 얼른 테스로 가야한다고 했는데 이 사람 영어를 잘 못해서 좀 화가 났다. 그래도 시간 상으로는 조금은 여유가 있기는 했고, 내가 뭐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경치는 죽인다.
이 고물차를 타고 왔다.

해가 지기 전까지 하이킹을 끝내야 하는 시간 제약만 아니었어도 조금 더 너그럽게 반응했을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예민했던 것 같다. 혼자 세운 계획이 예상하지 못한 외부 요인에 의해 틀어지면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 성격이라 여행을 다닐때는 아예 계획을 안하고 다니거나, 시간 여유를 많이 두고 여유롭게 다녀 최근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날 좀 많이 예민해졌었다.

그래도 가는 길이 너무 예뻐서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중앙아시아의 산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여기는 산세는 험준하지만 절대적인 해발고도 자체는 낮아서(해발1000~2000미터 정도) 나무가 많고, 산이 더 가파르게 올라간다.

밖에서 경치를 구경하다보니 너무 추워서 나도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난로도 있고, 마을 사람들 정모라도 있는건지 열댓명의 남자들이 모여있었다. 나도 인사하고 춥다고 몸짓하니까 난로 앞에 자리를 줬다.

카페 안 모습

다들 영어는 잘 못해서 내가 궁금하긴 한 것 같은데 의사소통이 잘 안됐다. 다행히 좀 있다가 다들 일어나서 다시 테스 마을로 이동할 수 있었다.

늦게 도착하면 더 빨리 하이킹을 하든 다른 곳을 구경하고 다음날 하이킹을 하든 해야겠다고 마음을 좀 고쳐먹으니 여유가 좀 생겼다. 그리고 이동하는 도로 옆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서 자연스레 분노가 누그러졌다. 산악지대와 하이킹으로 유명한 것도 그렇고, 친절한 사람들이나 버스 시스템 등등 보면 볼수록 알바니아와 키르기즈스탄이 닮았다.

풍경이 진짜 예쁘다.
이런 도로는 무조건 풍경이 멋지다...ㅋㅋ
내려서 사진 찍고 싶었는데...

그렇게 7시에 출발한 택시는 9시 45분쯤 하이킹을 시작하는 작은 산골마을 테스에 도착했다.

테스 도착

발보나-테스 하이킹은 루트가 세 가지 정도 있다. 보통은 슈코드라에서 페리와 택시를 타고 7-8시간 정도 이동해 더 깊은 산속의 발보나 마을로 들어가서 하루를 묵고, 발보나에서 테스 방향으로 하이킹을 한 뒤 테스에서 슈코드라로 가는 코스를 이용한다. 또 슈코드라에서 테스로 택시를 타고 가서 하이킹으로 발보나로 넘어간 뒤에, 발보나에서 페리와 택시를 타고 슈코드라로 이동하거나 다시 같은 코스를 거꾸로 넘어오는 방법이 있다. 다만 발보나에서 슈코드라로 오는 교통편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후기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예 테스에서 하이킹 정상까지 올라간 뒤 다시 테스로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나는 세 번째, 테스 - 정상 - 테스 코스를 탔다. 일단 지금 비수기라서 슈코드라 - 발보나 이동이 쉽지가 않았다. 또 발보나에 있는 산장들 중 올해 영업을 종료한 곳들이 많았고, 엄청 비싼 숙소밖에 안남기도 했다. 발보나에서 Rosni peak 하이킹이라는 것도 하고 싶었는데 좀 아쉬웠지만, 그냥 테스에서 시작해 다시 테스로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여기는 나중에 여름에 다시 한 번 오고싶다. 왠지 한 번 더 방문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여튼 택시에서 내려 무거운 가방을 매고 하이킹을 시작했다. 숙소에 맡기고 갈까 생각을 하긴 했는데 정상에 올라 멋진 풍경을 보며 점심을 먹고싶어서 그냥 가방을 챙겨 올랐다.

올라가는 풍경이 정말 멋지다.

테스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맵스미로는 3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길이었다. 6.5키로로 길지는 않은데, 경사가 꽤 급하다.

혼자 올라가고 있었는데, 등산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이스라엘에서 온 네 친구를 만났다. 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친구들이었는데 21살이래서 깜짝 놀랐다. 내가 만22살이이까 나보다 어린거였다. 같이 얘기하면서 올라가니까 재밌었고 훨씬 더 빨리 올라갈 수 있었다.

근데 얘네들 엄청 빨라서 쫓아가느라 힘들었다.

이스라엘과 우리나라는 공통점이 꽤 많아서 이야기할거리가 많았다. 이 친구들 넷은 다음달에 모두 군대에 가는데, 그 전에 알바니아에 여행 온 거라고 했다. 이스라엘 군대는 남자 3년, 여자 2년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군대보다는 복무환경이 훨씬 좋아보였다. 국군, 특히 전방 육군부대는 한숨만 나오는 환경인데. 최근 tod로 근무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진짜 끔찍하더라. 나도 좋은 부대 가서 편하게 군생활 한 편이지만 너무 문제가 많았는데, 국군장병들 고생이 많다...

이 친구들은 축구도 좋아하고 NBA도 즐겨본다고 해서 스포츠 이야기도 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let's go!!! 다 알더라.

올라가는 길이 힘들었지만 풍경은 무척 좋았다. 서로 사진도 찍어줬는데, 나는 진짜 잘 찍어줬는데 얘네들 사진을 너무 못찍는다.

그래서 풍경 사진밖에 없다.
Rocky mountains

하이킹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진짜 빨랐다. 허벅지가 엄청 아팠다. 경사도 가팔라서 스쿼트 훈련 하는 느낌이었다.

나도 데려가 애들아
탐험하는 느낌이었다.

아침에 하이킹 시작할 때는 엄청 추웠는데, 해가 나오고 열도 나니까 너무 더워졌다. 11월이라 추울까 걱정했는데 낮 기온은 13도 정도여서 하이킹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이때가 한 70프로 시점
협곡이 깊다

정상인 발보나 패스(Valbona pass)에 올라오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맵스미에서는 3시간 반 걸린다고 했는데 2시간 20분 정도만에 올라온거다. 애들이 쫓아간다고 진짜 죽을뻔했다.

도착
정상에 와보니 웬 개들이

정상인줄 알았는데 뷰포인트는 조금 더 올라가야했다. 허벅지가 후들거렸는데 겨우 올라갔다.

체력도 좋아
드디어 도착
눈덮힌 산이 예뻤다.
개들은 엄청 쉽게 올라온 것 같다...

위에 알바니아 국기가 있어서 못참고 흔들었다.

ㅋㅋㅋ

아니 근데 얘들은 옆에 있는 좀 더 높은 봉우리까지 다시 등산을 한다는거다. 같이 가자고 했는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더 갈 수가 없어서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대단한 친구들

그렇게 이스라엘 친구들을 보내고 정상에 앉아 초콜렛, 과자, 소시지를 먹었다. 바람도 시원하고 경치가 좋았다. 이거지... 아침에 초콜렛 하나만 먹고 빡세게 등산한 뒤 정상에서 먹는 점심이 맛있었다. 이 맛에 등산을 한다.

하늘도 너무 예뻤다.

여름에 간 후기를 보니 산이 훨씬 푸릇푸릇해서 예뻐보였는데, 시기가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이때 가서 눈덮힌 산을 보았으니 만족하지만, 여름에 반드시 다시 한 번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발보나까지 가는걸로.

점심을 먹고 이스라엘 친구들을 기다리다가 함께 내려갔다.

길 중간중간 이런 이정표가 있다. 등산할 때건 하산할 때건 이것만 잘 따라가면 된다.

내려가는 건 훨씬 빨랐다. 1시간 반이 좀 안걸렸다. 내려가는 길도 경사가 심해서 쉽지 않았다. 하체 운동 빡세게 한 날에는 계단 내려가는게 함든데, 이때 딱 그랬다. 허벅지 앞 대퇴사두가 덜덜 떨리는 느낌이었다..ㅋㅋㅋ

원래 6시간으로 계획한 하이킹이, 정상에서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4시간 반만에 일찍 끝났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침에 택시타고 올 때 좀 더 여유를 가졌어도 됐을텐데.

하산을 하니, 이 친구들이 렌터카가 있어 내 숙소 근처까지 태워줬다. 이 친구들은 바로 슈코드라로 넘어간다고 했다. 덕분에 등산도 재밌게 했다.

손님이라고 앞자리에 태워주기까지

BTS노래도 틀었다 ㅋㅋㅋ

이 노래와 Butter

BTS 노래를 좋아한다고... K-POP 감사하다 정말 ㅋㅋㅋ 여행하다보면 한류가 정말 감사하게 느껴진다.

덕분에 숙소 앞까지 차를 타고 와 바로 체크인하러 갔다.

테스 마을의 guesthouse flodisa

도미토리 룸이 조식포함 하룻밤에 18유로로, 테스 마을에서 가장 싼 숙소였는데 너무 좋았다. 위치도 슈코드라 가는 택시 정류장 바로 앞인데다가 방도 꽤 따뜻하고 무엇보다 주인이 친절하고 조식이 정말 맛있었다. 강추!드리겠습니다.

숙소 뷰도 대단하다.
뭘 보니?

체크인하고 좀 씻고 나니까 너무 배가 고파서 챙겨간 빵, 잼, 소세지를 마구 먹었다. 숙소에서 따뜻한 차를 챙겨줘서 좋았다. 그렇게 이른 저녁을 먹고 숙소 앞 벤치에 앉아 노을을 구경했다.

색이 정말 예뻤는데 카메라로 찍으면 이상했다.

분홍빛 노을로 하늘이 물들고 정상의 하얀 눈이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이 참 예뻤다. 테스 마을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예뻐서, 여길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키르기즈스탄의 알틴 아라샨 산장 마을과 비슷한 느낌도 들었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높게 평가했던 알틴 아라샨 하이킹보다도 발보나-테스 하이킹과 테스 마을에서의 하루가 더 좋다. 조금 더 비싸지만 경치가 더 다이나믹하고 예쁘면서, 인프라가 좋은 것 같다. 최근 중앙아시아로 여행가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알바니아도 언젠가 한국의 하이커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동유럽의 겨울은 해가 4시 반이면 진다. 산장에서는 야경 구경도 없고, 그냥 할 게 없다. 같은 방을 쓰는 서양인들과 얘기하다가 휴대폰 보는게 전부. 영국인 할아버지 한 명이 작년 이맘때 한국에 갔다고 해서 한국 이야기도 했다. 좀 이야기하다보니 다들 너무 피곤하다고 9시쯤 일찍 잠들었다. 조금 추웠는데, 이불을 두 개나 줘서 그나마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조식은 8시에 시작. 전통 치즈와 샐러드, 올리브, 삶은 계란, 소세지와 테스 마을에서 직접 짠 우유를 담아와 밥을 먹었다. 가공처리를 거치지 않은 우유는 노란 기름막이 떠있는데, 처음에는 조금 거부감이 들었지만 먹어보니 똑같은 우유맛인데다가 엄청 고소해서 맛있게 먹었다.

조식 한 상
우유에 노란 기름막 보임?

아침이 너무 맛있어서 이거 먹고 한 번 더 떠다먹었다.

밥 먹고 무척 배부른 상태에서, 떠나기 전 테스 마을을 한바퀴 둘러봤다. 11시에 테스에서 슈코드라로 가는 택시가 출발한다고 해서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테스 마을의 명물, 테스 교회를 보고 오는 것이 목표였다.

테스 마을의 아침은 평화롭다.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테스 마을의 중심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테스 교회가 나온다.

테스 교회 도착!

내가 읽은 블로그 글에서 본 테스 교회에는 사람들이 엄청 바글거렸는데, 비수기의 이른 아침에 방문해서 그런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고즈넉한 풍경이 좋았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

좀 멀리서
풀 뜯어먹는 나귀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 아침 산책이 기분 좋았다. 마침 해가 산 위로 떠올라 마을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어서 더 좋았다.

교회에서 조금 더 걸어가 테스 마을 뷰포인트를 찾아갔다. 역시 맵스미를 따라갔다.
테스 마을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테스 교회
마을에서부터 하이킹 코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보이는 이정표
닭들이 꽤 자주 보인다.

그렇게 아침 테스 구경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갔다.

다시 마주친 테스 교회. 무언가를 고치고 있는 것 같았다.
물소리를 따라가 찾은 시냇물
길 가다가 마주친 양떼

진짜 중앙아시아에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그렇게 숙소로 걸어가는데 현지인 아저씨 한 분이 다가와 슈코드라로 가는 자기 차를 타겠냐고 물었다. 값은 똑같이 12유로. 어차피 마을 구경도 끝났겠다, 11시까지 숙소에서 휴대폰 보느니 일찍 슈코드라로 돌아가는게 나을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다. 아저씨가 호스텔까지 태워줘서 짐을 챙겨 나와 다시 아저씨 차에 탔다.

바로 가는 줄 알았는데, 테스 마을 이곳저곳을 돌며 현지인들을 태웠다. 내가 갑자기 타서 자리가 부족했는지 애기 두명이 트렁크에 탔는데(ㅋㅋㅋ) 아마 현지인들은 돈을 따로 안내는 것 같았다. 트렁크에 애기들이 타는걸 보고 이래도 되나 싶긴 했는데, 나는 돈 냈으니 조수석에 앉아 가도 괜찮을거라고 되뇌이며 못 본 체 했다. 그렇게 테스 마을을 떠나 다시 슈코드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있는 약수터에서 물을 떠가길래 나도 내려서 물을 마셨다. 엄청 차가웠다ㅡ

중간에 아저씨가, 내려서 사진을 찍겠냐고 물어봐서 아싸!하고 바로 내려서 바깥 사진을 찍었다.

종종 이런 굴다리가 있었다.
슈코드라로 돌아가는 길의 정상에서
계곡이 깊고 깊다.

테스에서 슈코드라로 다시 2시간 반 정도를 달렸다. 짐을 두고 왔던 숙소로 바로 가서 짐을 챙기려고 핬는데, 가는 길에 작은 옷 시장을 발견했다. 안 그래도 좀 따뜻한 옷을 어디서 사야할지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어서 잠깐 구경을 했다.

여기서 따뜻해보이는 털비니를 2유로에 구매했다. 여기도 가격이 정찰제여서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숙소로 가는 길에 마트에서 신기하게 생긴 초록색 환타도 사봤다. 가격은 80레크, 약 0.8유로.

무슨 맛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환타 맛이었다... 테스의 숙소에서 챙겨온 삶은 계란 2개와 함께 먹었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 다른 숙소로 옮겼다. 기존에 있던 숙소가 나쁜건 아니었는데, 나는 다음날 일찍 티라나로 떠나는데 여기는 조식 포함이어서 조식을 못 먹고 간다. 그래서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대신 조금 더 싼 호스텔로 옮겼다.

새 호스텔로 체크인을 하고, 조금 쉬다가 슈코드라를 다시 탐방했다.

오후 2시쯤, 슈코드라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근처에 축구 경기장이 있다길래 궁금해서 찾아가봤다.

이런 감성이 좋다.
축구장 도착

근데 닫혀있어서(당연) 들어가지는 못했다. 경기가 언제 있는지 포스터같은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어서 그냥 다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발견한 젤라또 가게

피스타치오, 두바이초콜렛 맛만 한 스쿱에 80레크, 나머지는 50레크라는 착한 가격이어서 피스타치오와 로투스 젤라또를 한 스쿱씩, 총 130레크에 구매했다.

진짜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는데 겨우 1.3유로 정도밖에 안되는게 말이 안된다. 피스타치오와 로투스 모두 너무 맛있었다. 엄청 찐하고 쫀쫀하다. 슈코드라 물가가 정말 착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정육점이 있어서 양념이 된 닭가슴살 600그램을 단돈 3.2유로에 구매했다. 전날부터 단백질 섭취를 많이 못했어서, 저녁에 구워먹을 생각이었다.

3시쯤 숙소로 돌아와 쉬는데, 같은 방을 쓰는 호주 친구가 자기 렌터카를 타고 일몰을 보러가지 않겠냐고 해서 함께 따라나갔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여행자까지 해서 총 셋이서 차를 타고 나갔는데, 어디를 갈 지 고민하길래 내가 슈코드라에 온 첫날 갔던 산을 가보자고 했다. 돌길이기는 해도 차로 갈 수 있는 길이고, 실제로 차가 다니는 걸 몇 번 봤어서 추천했다. 바로 그 산으로 출발해서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뷰포인트에 도착했다.

해질녘의 슈코드라
슈코드라 호수
다시 찾은 그 뷰포인트
하늘이 정말 예뻤다.
해 넘어간다...
해 넘어갔다.
슈코드라의 밤

뚜벅이로 다니다보니 일몰을 보러 가는게 힘들었는데, 차를 타고 가서 너무 멋진 풍경을 봤다. 같이 간 친구들도 너무 예쁘다고, 스팟을 잘 찾았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길이 좀 험해서 렌터카에 기스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되기는 했는데 호주 친구가 괜찮다고 해서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일몰을 보는게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그간 발칸반도를 여행하면서 조금 여행에 피로감을 느꼈는데, 슈코드라와 테스에 와서 다 치유를 받는 느낌이었다. 노을을 보며, 여기를 와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차를 타고 숙소에 돌아와 씻고, 빨래를 하고 닭가슴살을 구웠다.

이게 단돈 3.2유로... 너무 싸다.
침착맨과 함께 ㅋㅋ

내가 구웠지만 너무 잘구웠다. 진짜 촉촉하게 잘 구워서 엄청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슈코드라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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