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 9. ~ 2025.11.11.
북마케도니아 오흐리드에서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로 넘어가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전날 삶아둔 계란 세 개와 조금 남은 아이란, 빵 두 쪽을 먹고 짐을 모두 챙겨 숙소를 나섰다.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로는 오흐리드에서 티라나로 가는 버스는 아침 8시, 9시 그리고 오후 2시에 있었는데, 현장에서 아침 8시 버스를 발권할 생각이라 조금 일찍 출발했다. 숙소에서 터미널까지 걸어가 7시 반쯤 오흐리드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고, 890데나르 - 약 24000원 - 에 티라나행 버스 티켓을 구매했다.
8시에 떠나는 버스를 타기 전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은데다가 아직 배가 고파서,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빵집에서 소시지빵을 하나 사먹었다.

맛있었다. 만든지 얼마 안 됐는지는 따끈따끈한데다가 치즈, 머스타드 소스도 있었다. 여행을 다니며 느끼는건, 한국은 다 좋은데 빵이 너무 맛이 없는 것 같다. 해외에 나오니 웬만한 동네 빵집, 심지어 마트에서 파는 값싼 빵도 다 맛있다. 한국도 맛있는 빵집은 있지만, 애써 찾아가야 하는데다 너무 비싸다...ㅠㅠ 빵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슬픈 일이다.
빵을 먹고 터미널 앞 마트에서 제로 사이다를 70데나르에 사먹고 버스에 탔다. 아침부터 하늘이 흐리더니, 버스에 탈 때가 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익숙한 유럽에서의 미니버스를 타고 티라나로 출발했다. 차는 중앙아시아의 마슈르트카와 같은데, 마슈르트카는 무조건 인원이 다 찰 때까지 기다렸다 꽉 채워서 가는 반면 유럽의 미니 버스는 사람이 다 차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이 되면 출발한다. 참 편리하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날 이후 며칠간 계속 흐리다는 예보가 있어 마음이 심란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고 싶은데, 비가 오고 날이 흐리면 기분도 축 처지는데다 돌아다니기도 힘들다. 근래에 다니는 도시들이 다 비슷한 느낌인데다가 흥미로운 것도 딱히 없어서 여행이 점점 재미 없어지고 있었는데, 날씨까지 안좋으니 조금씩 여행에 권태감이 들고 있었다.
그래도 버스는 달리고. 오흐리드를 출발한 버스는 국경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마을 스트루가에서 인원들을 더 태우고 알바니아와의 국경으로 건너갔다. 오흐리드에서 국경까지는 30분이면 도착하는 것 같다. 출입국심사는 간단했는데, 출국심사는 받지도 않았고, 알바니아 입국 시에 국경 경비대원이 버스 안까지 들어와 여권을 모두 수거해 검사한 뒤 다시 나눠줬다. 어쩌다보니 북마케도니아 출국 도장도, 알바니아 입국 도장도 없이 알바니아에 들어오게 되었다.
알바니아에 입국해서는 잠시 꼬불꼬불한 산간도로를 달리는데, 이곳 경치가 참 좋았다. 날이 흐린데다가 버스 안이어서 사진을 잘 찍을 수가 없었는데, 경치가 너무 좋아 하이킹하고 싶었다.

도로를 따라가며 멋진 경치를 보니, 반드시 하이킹 정보를 찾아 하이킹을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알바니아가 하이킹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버스에서 어린 꼬맹이가 계속 울어서 정말 짜증났다. 그렇게 어리지도 않은데 뭐가 맘에 안드는건지, 부모가 계속 뭐라 하는데도 쉬지않고 앵앵댔다. 이때 그냥 기분이 별로 안 좋은 상태여서 꼬마가 우는 것도 굉장히 짜증났던 것 같다.


잠도 자고 유튜브도 보고 하다보니 어느새 티라나 국제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8시에 출발해서 3시간 조금 넘게 걸린 것 같다.
티라나는 다른 국가를 오가는 버스가 정차하는 국제 버스 터미널과 국내 도시들을 오가는 버스가 모여있는 국내 버스 터미널 위치가 다르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위치가 잘 나오고, 구글 지도에 Tirana east bus terminal을 검색하면 국제 터미널이, Tirana north and south bus terminal을 검색하면 국내 터미널이 나온다.
국제 버스 터미널은 티라나 중심가와 조금 많이 떨어져있어서 걸어가는건 거의 불가능하고, 버스를 타야했다. 내린 곳에서 바로 시내 버스들이 모여있는 곳이 보이는데, 그 중 아무거나 잡아타면 되는 것 같다. 시내버스를 타기 전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리고차로 가는 버스의 출발시간을 확인하고, L2 버스에 탔다. 요금은 40레크 - 약 0.4유로고, 버스에 탑승한 검표원에게 직접 현금으로 내면 된다.
참고... 알바니아의 통화는 '레크'이고, 공식 환율은 1유로 = 96레크 정도인데, 현지인들은 그냥 1유로 = 100레크로 쳐서 계산한다. 숙소나 대형마트 같은데는 유로도 같이 받아주고, 100레크를 1유로로 쳐서 계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여튼 버스를 타고 티라나 시내로 30분 이상 이동했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이 많았고,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티라나의 중심 스칸데르베그 광장에 내려, 예약한 호스텔까지 20분 정도를 걸어가야 했다.


호스텔로 가는 길이 시장 거리여서 사람으로 북적였다. 길거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상인들, 손님들이 많았다. 손님들은 거의 다 현지인으로 보였다. 특히 이 거리가 가구거리?같은 거리였는지, 가구 가게나 도배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그렇게 한참 걸어 숙소에 체크인하고 휴대폰을 좀 충전한 뒤에 바로 시내 구경을 하러 나왔다.

진짜 빵집 왜케 잘함? 여기도 그냥 숙소 바로 앞 빵집이었는데 너무 싸고 맛있다. 에클레어가 진짜 맛있어서 놀랐다. 커스타드 크림이 딱 적당히 달고, 초코 코팅이 듬뿍 있는데 겨우 1유로. 한국으로 다 데려가고 싶다.

티라나 시내라고 함은 스칸데르베그 광장 인근이다. 스칸데르베그는
https://namu.wiki/w/%EC%8A%A4%EC%BB%A8%EB%8D%B0%EB%A5%B4%EB%B2%A0%EC%9A%B0
스컨데르베우
알바니아 의 군사 지도자로 발칸 반도를 파죽지세로 점령해나가던 오스만 제국 의 메흐메트 2세 에 대항한 지도자
namu.wiki
이런 사람인데, 알바니아의 이순신 장군 포지션인 것 같다. 오스만 제국에 맞서 알바니아의 독립을 끝까지 사수한 장군인데, 당시 오스만의 술탄은 무려 비잔티움을 함락시킨 메호메트2세였으니, 얼마나 대단한 장군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비록 스칸데르베그 사후 알바니아 왕국은 더 이상 오스만의 진격을 막지 못하고 함락되었지만, 스칸데르베그의 항전 덕에 알바니아 민족의 민족의식이 싹텄고, 그래서 알바니아 민족의 시조로 모신다고 한다고... 하여튼 대단한 사람.
그래서인지 수도 한가운데의 번화가 광장에 그의 이름이 붙었고, 주위로 여러 고층 건물과 정부 부처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티라나 관광은 스칸데르베그 광장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발칸 국가들의 거리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정겹고 사람냄새가 난다. 나는 왜 이런 개발도상국의 거리들이 좋은지 모르겠다.
스칸데르베그 광장으로 가는 길에 시장을 발견했다. 어차피 정해진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시장을 구경하러 갔다.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시장은 이게 전부고, 주위에 상가와 식당으로 둘러쌓인 조그마한 시장이었다. 오히려 내가 걸어온 거리를 따라 놓인 가판대들이 더 북적였지만, 여기가 중심인 것 같다.

시장 바로 옆 아파트가 굉장히 느낌있게 생겼다.


시장 안에를 둘러봤다. 비가 와서 얼른 지붕 아래로 들어갔다.

그냥 지나가는데 술을 파는 아저씨가, 자기가 직접 만든 술이라면서 전통주 세 종류를 시음시켜 주셨다. 병뚜껑에다가 먹어서 조금밖에 안먹었지만 향이 꽤 좋았다. 다만 현금이 얼마 없어서 구매는 안했는데, 감사했다. 맛있었는데, 그냥 하나 살걸 조금 후회가 된다.





시장이 작아서 별로 볼 건 없었다. 시장 주위를 둘러싼 레스토랑, 카페에서,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이 밖에 나와있던게 기억난다. 유럽인들은 참 야외를 좋아한다.



시장 구경을 생각보다 빨리 끝내고 스칸데르베그 광장으로 다시 걸어갔다. 생각보다는 꽤 멀었던 것 같다.
터키에서 불가리아로 넘어온 뒤 본 발칸 도시 중에는 가장 고층 건물이 많았다. 그것도 일반적인 고층 건물이 아니라 신기하게 설계한 건물들이렀다.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축에 속한다는 알바니아지만,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상징인 것 같다. 여러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찾아봐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굉장히 특색있고 독특한 건물들이었다.









사실 별로 구경할 기분이 아니어서 바로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유심을 구매해야 해서 근처의 유심 가게를 찾아갔다. 알바니아의 Vodafone 매장에서는 유럽 통합 유심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들어 알아보고 유심을 구매하려고 티라나의 가장 큰 보다폰 매장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일단 그 전에 현금을 인출해야 했다. 알바니아는 경제가 발달하지 않아서 그런지 경제활동이 거의 다 현금으로 이루어지고, 고급 레스토랑 혹은 대형마트에서만 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건 문제가 아닌데,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때는 6-8유로의 고정 수수료가 붙는다는게 문제였다. 알바니아에 얼마나 머무를지 결정이 되지 않아서, 이곳저곳 atm을 돌아다니다가 150유로 정도의 알바니아 레크를 6유로의 수수료와 함께 인출하고, 보다폰 매장을 찾아 발칸통합유심을 구매했다.

알바니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코소보, 북마케도니아에서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몬테네그로가 없는건 아쉬웠는데,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와 세르비아도 방문할 생각이어서 조금 비쌌지만 구매했다.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에서 유심이 없는 생활을 보내보니, 살 수는 있는데 조금만 중심지를 벗어나도 활동이 힘들었다. 유심 개통하니 좀 살 것 같았다.
그렇지만 비는 계속 내리고. 이러면 안되는데, 비가 계속 오니까 기분이 도무지 돌아다닐 기분이 아니었다. 뭔가 여행이 재미가 없었다. 숙소에 박혀있지 말고 돌아다니면서 뭐라도 봐야할 것 같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는 했는데 점점 감흥이 없어지는 느낌? 다행히 글을 쓰는 당일, 발보나-테스 하이킹을 하며 무지하게 고생하는 동시에 너무 멋진 풍경을 보니 '이러려고 여행 다니지'라는 생각도 들고 다시 여행이 재밌어진다. 아무래도 그동안 너무 고생을 안해서 권태가 왔던 것 같다. 나는 내가 모험심이 있는 사람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이번 여행에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 같다.

티라나 피라미드는 40년간 알바니아를 통치한 독재자 호자의 사망한 후 지은 그의 기념관이었다가, 알바니아가 민주화된 이후 방치된 건물을 최근들어 청소년 IT/창의센터로 개조한 건물이다. 독재자 호자와 알바니아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데는
https://youtu.be/WGE3J565iIE?si=EHKE5gNyzkNQUEl8
https://youtu.be/M5bQx0ImkoM?si=twEtx1jWpeCAhAUY
이 두 영상이 많은 도움이 됐다.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역사였다. 최근 발칸국가를 여행하며 동구권의 근현대사에 대해 정말 무지했다는걸 깨닫게 된다. 동구권 근현대사의 핵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유고 연방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구 유고 연방 국가들을 여행하며 많이 배우고 있다.

어딜 가나 은행은 돈을 참 잘 버는 것 같다. 은행 본사들은 웬만하면 그 국가에서 가장 좋은 편이다. 가장 신기했던건 알마티에서 본 카자흐스탄의 은행 Halyk bank의 본사(?)건물. 거의 '쟤네들이 이 나라 부는 다 빨아가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재력이 느껴졌다.
각설... 티라나 피라미드의 내부는 굉장히 꾸러기스러웠다.

안에 티라나 피라미드의 역사도 나와있어서 열심히 읽었다. 독재자 호자에 대해서도 이때 처음 알았다.
외부 계단으로 피라미드의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계산이 꽤 가파르다.


비가 와서 뭐 둘러볼게 없었다. 비가 너무 싫어.

위에서 우산쓰고 좀 구경하다가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기 시작해서 티라나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는 톱타니 쇼핑몰로 걸음을 돌렸다. 밖에 있어봐야 비때문에 제대로 돌아다닐 수가 없어서 그냥 실내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톱타니라는 것도 알바니아 왕국의 귀족 가문 이름이라고 했다. 피렌체의 메디치가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되는건가?

6층 규모였는데 생각보다 정말 크고 층고가 높았다. 근데 안에 상가 건물은 볼 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중심부를 곡선으로 유려하게 설계한게 예뻤다. 티라나의 랜드마크 건물들은 다들 꽤 볼만하다.

할 거 없을 땐 푸드코트 구경이나... 가장 꼭대기인 6층으로 올라갔다.


버거킹, KFCZ같은 프랜차이즈의 가격은 알바니아의 일반 중산층에게는 너무 비싼 것 같다. 버거킹을 먹고싶긴 했는데, 그돈이면 그냥 레스토랑 가서 현지 음식 먹을 것 같아서 카자흐스탄에서 한 번 먹은 뒤 계속 안먹고 있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쇼핑몰에는 볼 게 없고, 밖에 돌아다니기도 싫어서 그냥 숙소로 들어갔다. 가는 길에 장을 봐가서 숙소에서 요리를 해먹었다. 사실 밖에서 먹는게 더 싼데 나도 파스타 요리해서 먹어보고 싶어서 그냥 장을 봤다.

큰 통에 담긴 토마토 파스타 소스를 1.5유로 정도로 할인하고 있길래 얼른 샀다. 파스타도 삶고, 구매한 올리브유에 마늘과 베이컨을 볶다가 토마토 소스를 넣고 볶았다. 이후 면을 넣고 조금 더 팬을 흔들어주고, 올리브유를 뿌려 마무리... 생각보다 토마토 소스가 시큼했는데 그래도 먹을만했다. 오흐리드에서 먹고 남은 와인 그리고 삶은 계란 5개와 함께 먹으니 맛있었다 ㅎㅎ

이후로 알바니아의 하이킹 코스에 대해 찾아보다 알바니아 북부의 발보나-테스 하이킹 코스에 대해 알게됐다. 정보가 많이 없어서 구글링하면서 영어 자료를 열심히 공부했다.
10월이 넘어가면 날씨가 많이 추워질 수 있는데다 눈이 오는 경우에는 위험해진다고 해서 최대한 빨리 가보고 싶었다. 후기를 찾아봐도 모두 여름에 하이킹을 한 후기여서 11월 10일 이후로도 하이킹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일단 여기 하이킹을 하려면 알바니아의 국경도시 슈코드라로 가야했기 때문에, 하이킹을 할 수 있을지는 슈코드라에 가서 판단하기로 하고 바로 슈코드라의 숙소를 예약했다. 하이킹 정보를 찾다보니 오랜만에 여행 정보를 찾으면서 가슴이 뛰었다. 내가 진짜 하이킹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이날 하루 종일 비오는 티라나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너무 재미가 없었는데, 하이킹 갈 생각을 하니까 막 설레고 얼른 가고싶어졌다. 게다가 예보상으로는 내가 하이킹을 계획하는 날부터 일주일 정도 날씨가 맑아서 더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조금 빈둥대다가 빵을 사러 나갔는데, 또 비가 왔다. 우산을 쓰고 전날 에클레어를 산 빵집으로 가서 식사빵과 조그마한 체리타르트를 사서 삶은 계란 5개와 함께 먹었다. 체리타르트가 엄청 맛있었다.
아침 내내 비가 오는데다가, 여행에 권태감을 느낀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려 오랜만에 빠니보틀의 여행기를 정주행했다. 중앙아시아를 여행하고 싶던 것도, 장기여행에 로망을 가지게 된 것도 모두 고등학생 때 빠니보틀의 영상을 본 것에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여행의 의미가 뭘까, 라는 질문의 답을 찾으려고 빠니보틀의 여행기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중간중간 나 못지않게 여행에 권태감을 느끼는 빠니보틀을 보며 어느정도 위안을 얻었다. 비일상을 위해 떠난 여행이 일상이 되다보니 자연스레 권태가 생기는게 아닐까, 생각을 했다. 배부른 소리라고, 그럼 그냥 돌아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은 언제나 일상/반복에 권태를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가 그치면 나가려했는데 아무리 여행기를 넘겨봐도 비가 그치지를 않았다. 1시쯤 갑자기 창문 밖으로 햇빛이 나오길래 바로 옷을 갈아입고 숙소를 나섰다. 수수료 최저라는 썰이 있는 은행 atm을 찾아다니는 동시에 시내 구경을 좀 할 생각이었다.





거리에 놓인 과일이 무척 싱싱해보여 사과 2개를 40레크에 구매했다. 겉보기엔 엄청 맛있어보였는데, 다음날 아침에 먹어보니까 이번 여행에서 먹은 과일 중 가장 맛이 없었다...



숙소 근처에 평이 정말 좋은 빵집이 있어 찾아가보려했다. 다들 피스타치오 도넛이 맛있다며 강추를 하길래 먹어보고 싶었다.

들어가자마자 빵냄새가 확 풍겨왔다. 버터 냄새가 기절할 것처럼 좋았다. 난 빵이 너무 좋아...

진짜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내 건강을 위해(?) 피스타치오 도넛 하나만 샀다.

스칸데르베그 광장에서 도넛을 먹으려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되는게 없구나, 하면서 그냥 숙소로 돌아갔다.

이게 뭐냐면, 바로 과속방지턱이다! 밧줄로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는건 진짜 상상도 못했는데.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초등학교 하교시간이었는지, 어린 아이들이 마구 쏟아져나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얘네들은 스쿨버스도 있어서, 다들 미니버스를 타러 갔다. 오흐리드에서 티라나로 갈 때 탄 바로 그 미니버스와 같은 차종의 밴을 스쿨버스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좀 정리하고 바로 피스타치오 도넛을 먹었다.

극찬하는 이유가 있었다... 안에 피스타치오 크림이 가득 들어가있는데, 정말 밀도가 높고 찡하게 달았다. 한 다섯 개 연속으로 먹고 하루 칼로리 할당량을 다 채운채, 혈당 스파이크로 쓰러져도 후회없을 맛이었다. 나 진짜 호들갑 싫어하는데..ㅋㅋ 이런 진짜 맛있었다.


나가고 싶어도 비가 계속 내려서 그냥 숙소에만 있었다. 여행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숙소에만 있던 날이었는데, 한 번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좋은 것 같기도 했다.
저녁에는 전날 만든 파스타 재료가 다 남아서 똑같은 파스타를 해먹고, 역시 계란 5개를 까먹었다.
다음날은 티라나를 떠나 등산을 하기 위해, 몬테네그로와의 국경에 위치한 슈코드라로 가는 날이었다.

사과 두 개를 먹고 버스 터미널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타러 스칸데르베그 광장까지 걸어갔다. 구글맵에 Tirana north and south bus station을 검색하면 국내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나오고, 스칸데르베그 광장에서 어느 버스를 타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가 와서 40레크를 내고 탔다.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교통체증이 심했고, 30-40분 정도 걸려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근처 주차장에 버스가 모여서 출발시간까지 대기하고 있다. 버스가 모여있는 곳으로 가서 행선지를 기사님들한테 말하면 그곳으로 향하는 버스 위치를 알려주는 시스템. 중앙아시아 - 특히 키르기즈스탄의 마슈르트카 시스템과 비슷하다. 온라인 예매는 쓸모가 없고, 보통 버스에 타서 기사님한테 직접 돈을 지불한다. 다만, 터미널 공사가 끝나면 아마 온라인 시스템도 도입되고, 조금 더 현대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막 발전이 가속화되는 알바니아를 목격하는 것 같다. 몇 년 후 다시 알바니아를 방문한다면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은 느낌. 왠지 그때는 그만큼 물가도 많이 올라 지금의 감동적인 물가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슈코드라를 외치니 기사님이 슈코드라행 버스 위치를 알려줬다. 9시 정각에 출발하는 버스고, 요금은 500레크.

사람이 별로 없어서 거의 빈 채로 갔다. 2시간 정도 달려 11시쯤 슈코드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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