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 4. ~ 25.11. 6.
4일은 소피아를 떠나 북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로 가는 날이었다. 이번 여행을 하기 전에는 스코페라는 도시는커녕 북마케도니아라는 나라가 있는줄도 몰랐는데.
소피아에서 스코피까지는 4-5시간 정도 걸리고, 아침 7시 혹은 오후 5시 버스뿐이어서 전날 플릭스버스 앱을 통해 아침 7시 버스를 미리 예매해뒀다.
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서 6시쯤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바로 숙소를 나섰다. 최근 잠에 드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어서 6시에 일어나는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숙소를 나서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불가리아에 도착해서 플로브디프와 소피아에 3일씩 머무는 동안은 쭉 날씨가 좋았는데, 이날 이후 일주일 넘게 흐린 하늘이 예보되어있었다. 걸어가려면 걸어갈 수는 있었지만 남은 동전도 쓸 겸 해서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세르디카역에서 2호선을 타고 북쪽으로 두 정거장을 가면 터미널까지 바로 갈 수 있다.

터키에서는 대형마트도 9시에 열고 모두 하루를 늦게 시작하는 느낌이었는데 불가리아의 하루는 훨씬 일찍 시작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나도 지하철을 타고 터미널로 갈 수 있었다.

새벽 분위기가 조금 으스스하다. 위험한 것 같지는 않지만 유럽에서는 몸조심 해야한다는 경고 영상을 워낙 많이 봐서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을 갈 때면 항상 경계하게 된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6시 30분이 조금 넘었다. 이번에는 국경을 넘는 버스라서 그런지 버스회사 카운터로 가서 여권을 검사해야 했다. 여권 검사를 마치고 플랫폼으로 가니 미니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왠지 중앙아시아로 돌아온 느낌. 소련의 영향을 받은 나라는 다들 이런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각자의 고유한 문화 위에 '소련스러움'이 덧입혀져서 만들어지는 그 느낌...

정해진 자리는 없었고 사람도 가득 찬 것이 아니라 2인석의 한 켠에 가방을 두고 사용했다. 미리 저장해둔 침착맨 영상을 보다 잠을 자다 하면서 스코페로 이동했다.
국경 근처의 한 주유소에서 잠시 기름을 넣고 쉬었다 갔다. 아침을 못 먹은 상태라 배가 고파 주유소 안 매점에서 핫도그 하나를 사먹었다.

소시지가 있긴 한데... 이렇게 맛없는 음식도 오랜만에 먹는다. 빵도 무척 퍽퍽해서 먹는게 힘들었다.
7시에 출발한 버스는 9시 반쯤 국경에 도착했다. 출입국절차는 어렵지 않았고, 질문도 없이 바로 통과했다. 이번에 가는 북마케도니아서부터 발칸반도 서쪽의 나라, 구 유고연방의 국가들은 쉥겐 조약에 가입되지 않은 나라들이 대부분이라 출입국절차를 따로 밟아야 했다.
마케도니아 입국 심사까지 마치니 10시쯤이었는데, 마케도니아는 불가리아보다 시간이 1시간 느려서 시계를 조정해야 했다. 즉 마케도니아로 넘어와서는 아침 9시가 된 것이다. 국경에서 다시 2시간을 달려 북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에 도착했다. 달려오는 고속도로 옆으로 보이는 산과 마을이 예뻤는데 날이 흐려서 아쉬웠다.

스코페 버스 터미널에 내려서 마주한 스코페의 인상은, 이게 수도라고?였다. 수도라기엔 조그마한 도시같은 느낌... 중앙아시아 나라들도 수도는 이것보다 더 컸는데. 정말 규모가 작은 나라라는게 실감이 났다.
먼저 터미널에 있는 녹색 atm이 수수료 무료라는 후기를 봤어서 토스카드로 돈을 뽑아봤는데 정말 수수료가 없었다. 심지어 터미널에서 와이파이도 연결할 수 있었다. 공식 환율과 비교해보니 1.5프로 정도 차이가 나긴 했는데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는 환차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수도 자체에 볼 게 없다는건 차치하고서라도, 곳곳에 보이는 광고판에 커다랗게 카지노 광고가 쓰여있는건 좀 문제가 있어 보였다. 버스 터미널 안에도 카지노가 버젓이 있고, 심지어 카지노 광고로 완전히 도배된 2층버스도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국가가 카지노를 막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이런 공공장소에서 광고하는건 막아야하지 않나 생각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생각이 조금 다른가보다.
일단 숙소를 찾아갔다 걸어갔다. 터미널은 시 외곽에 있긴 한데 스코페가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라서 걸어다닐만 하다. 시내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케도니아 광장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이번에 내가 묵는 숙소는 그 마케도니아 광장과 터미널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곳이었다.
수도라고는 하지만 도시 규모가 작다보니 골목으로 들어가면 정감가는 풍경이 보였다. 비도 오고 낙엽이 떨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왠지 쓸쓸함도 느껴졌다. 큰 도시였다면 이곳저곳 둘러보느라 이런 감정을 느낄 새도 없었을 것 같은데.

일단 체크인 시간은 안되어서 가방만 맡겨두고 시내 구경을 하러 나갔다. 원래 계획은 스코페에 하루만 머물 생각이었어서 얼른 도시를 돌아다녀야 했다. 결국 계획이 바뀌어서 이틀을 자고 이동하는 것으로 바꿨지만...

중심지를 벗어나면 수도라기에는 좀 어색하다.

스코페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니 조각상이 정말 많은 도시라고 했는데, 정말 중심지로 다가갈수록 조각상이 점점 많이 보였다. 온갖 종류의 조각상이 있다. 고대 인물들부터 근현대의 민족영웅, 교육자 그리고 동물과 예술적 조각상까지. 어느 블로그 글에서는 스코페 시민들은 이런 조각상에 들어가는 세금 좀 줄이고 다른 곳에 유용하게 쓰길 바란다고 했었는데, 조각상이 너무 많은걸 직접 보니 공감이 간다.



개선문을 통과하면 스코페의 상징, 마케도니아 광장과 '말을 탄 사내' 동상이 보인다.

북마케도니아는 과거 알렉산더 대왕이 다스린 마케도니아 왕국 영토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리스계인 알렉산더 대왕과 달리 현재 북마케도니아의 주류 인종은 슬라브계의 알바니아인이다. 민족적 정체성과는 별개로 영토 자체는 마케도니아 왕국이 있던 곳이었기에 이들은 알렉산더 대왕을 존경하고 민족 통합의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고 하는데, 당연히 그리스 입장에서는 이게 아니꼬울 것이다. 본인 민족의 영웅을 다른 민족이, 단지 위치가 같다는 이유로 뺏어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국명을 정할 때도 본래 마케도니아로 정한 것이 그리스의 격렬한 반대로 북마케도니아가 된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역시와 한민족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동북공정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여기는 국력이 훨씬 더 약한 북마케도니아가 그리스 역사 일부를 자기네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이기는 한데...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저 동상은 누가봐도 알렉산더 대왕 동상인데 그리스의 눈치를 봐서 그런지 정식 명칭은 '말을 탄 사내'(a man on the horse)라고 되어 있는 것이 재밌어서서였다. 동상 아래의 부조나 병사들의 무장도 누가봐도 팔랑크스 부대인데..ㅋㅋㅋ

마케도니아 광장 앞으로는 바르다(Vardar) 강과 강의 양안을 잇는 석조 다리가 여럿 놓여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다리는 '스톤 브릿지'.



스코페에도 프리 워킹투어가 있다. 조금 다른 건 여기는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을 걸어두어야 한다는 것? 끝나고 팁을 주는 형식인건 똑같아 보인다. 이날 비가 와서 그런지 워킹투어 참여자가 무척 적어보였다.

동상 너머 산 위로 거대한 십자가가 보인다. 스코페의 또 다른 랜드마크인 밀레니엄 크로스라고 하는데, 해발1100미터의 보드노(Vodno) 산 꼭대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일단 강 건너편으로 넘어가는건 나중에 하고 마케도니아 광장쪽의 강변을 걸었다.

11월이 되었는데도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보통 낮에는 13-16도 정도? 이제야 낙엽이 떨어지고 있는 발칸 반도였다.

강변에 중간중간 이런 배들이 있었다. 아직도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는 배들도 있는데 아래 사진처럼 폐허가 된 것도 있었다. 그런데 배로 넘어가는 다리는 그대로 있어서 왠지 비행청소년의 아지트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아무것도 없는 스코페였다. 일단 다시 중심가쪽으로 돌아왔다. 비가 갑자기 많이 내려서 일단 쇼핑몰로 들어갔다.

스코페에서 가장 좋은 / 큰 쇼핑몰은 아니지만 마케도니아 광장 바로 옆에 있어 위치가 좋은 GTC 쇼핑몰. 일단 공공 와이파이가 있어 유심카드 없이 다니는 내게는 정말 감사한 곳이었다. 다만 좀 많이 낡았다는 점...
돌아다니면서 배가 고팠는데 쇼핑몰 안에 사람들이 몰린 빵집이 있길래 나도 줄을 서봤다.

피자와 샌드위치를 팔고 있는 빵집?

나는 닭고기가 잔뜩 올라간 피데를 골랐다. 가격은 130데나르. 100 마케도니아 데나르가 2700원 정도라고 계산하면 되는데, 물가가 정말 저렴하다.

엄청 맛있었다. 빵도 엄청 쫄깃하고 방금 화덕에서 나왔는지 따뜻하면서 화덕에 구운 도우 특유의 탄맛이 좋았다. 웬만한 피자 전문점 도우에도 꿀리지 않는 빵에 가득 올라간 닭고기까지. 벌써부터 마케도니아 물가와 사랑에 빠질 것 같았다. 다만 먹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근처에서 서서 먹어야 했다.
일단 피데를 맛있게 먹고 쇼핑몰 구경을 했다. 쇼핑몰은 지하1층, 지상3층 규모였는데 3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나름 2층에 영화관도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이 옷가게고, 지하에 대형마트와 빵집 몇개가 더 있다. 내가 피데를 먹은 빵집은 1층에 있었다.
지하에도 내려가봤는데, 빵집 몇 군데에서 모두 비슷하게 생긴 빵을 팔고 있었다. 기름에 튀긴 페이스트리 안에 속재료를 채워넣어 만든 뷰렉이라는 빵이었는데, 원형으로 만든 뷰렉을 원하는만큼 잘라서 무게를 측정해 계산하는게 신기했다.


하나 먹어볼까 했는데 아침부터 쭉 탄수화물만 너무 많이 먹었어서 참았다.

확실히 물가가 싸다. 중앙아시아 물가랑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현지에서 생산된 것들은 무척 싸고, 수입품은 가격이 나가는게 중앙아시아랑 비슷하다.
쇼핑몰을 둘러보는 중 현지인들의 말들이 너무 러시아어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불가리아처럼, 여기도 기본적으로 키릴 문자를 쓰기도 하고 슬라브계열이라 그런지 러시아어와 억양이 비슷하고 일부 단어는 대충 무슨 뜻인지 추측도 가능했다. 기본적인 인사말을 검색해보니 역시 어원이 똑같다.

다만 불가리아나 북마케도니아나, 키릴문자에 고유의 문자를 몇 개를 추가해 키릴 문자로는 발음할 수 없는 자국의 언어를 나타내고 있었다. 북마케도니아에서는 'j'가 키릴문자와 함께 쓰이는데, 아마 발음기호 /j/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수도 스코페의 표기도 Скопjе라서 '스코폐' 느낌으로 읽어야 하는건가 싶다. 계속 소련 / 슬라브어권을 여행하다보니 한국으로 돌아가면 러시아어를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빵집을 구경하다가 푸드코트처럼 생긴 식당을 발견했다. 원하는 음식을 고르면 무게를 재서 값을 매기는 익숙한 시스템이었고, 단백질을 좀 섭취해야 할 것 같아서 콩요리와 닭가슴살 구이를 골랐다. 이게 195데나르였으니까 5400원 정도..?

너무 배가 불러 좀 걸어야 할 것 같았다. 마침 구시가지 쪽에는 스코페 요새(성채)가 있어서 언덕을 조금 올라야 했기에, 그쪽으로 걸어갔다.

강을 건너 구시가지로 넘어오면 왼편에 바로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보인다. 북마케도니아에 왜 유대인을 위한 홀로코스트 추모 박물관이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네.


구시가지의 올드 바자르를 통과해 성채로 올라갔다. 터키부터 이쪽 발칸 국가까지, 관광도시의 올드 타운과 올드보이 바자르는 다 똑같이 생겼다. '올드' 느낌은 없이 다 보석상, 카페, 기념품 가게 뿐이다. 건물도 다 몇 년 전에 옛날 느낌으로 지어낸 느낌. 이런 전통 마케팅은 슬슬 지루하다.

젤라또 가게가 있어서 먹어볼까 했는데, 일단 첫째로 배가 너무 불렀고 둘째로 너무 맛없게 생겨서 그냥 안먹었다. 값은 싸지만 여기서는 싼 게 비지떡이었다.

입구 찾는게 쉽지 않은데 맵스미만 있으면 해결!

입장료는 없는데 관리하는 경비원이 요새의 마스코트 고양이 세 마리가 있다면서, 자율적으로 사료값에 조금 보태달라고 해서 모금함에 10데나르를 내고 왔다. 좀 적은 것 같긴 한데 다들 그 정도 내길래 그냥 나도 10데나르만 냈다.

예전에 내가 개나 고양이 싫어한다고 했는데... 싫어하는게 맞긴 한데 일단 나한테 안 다가오면 괜찮고 특히 내가 뭐 먹고 있을때 앞에서 달라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만 아니면 별 상관이 없다. 그리고 애기 고양이 강아지들은 진짜 귀엽긴 해서... 나도 잘 모르겠다 ㅋㅋ...


요새는 그렇게 작지도 크지도 않아서 20~30분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다.


요새의 외곽 성벽 부분은 모두 보수됐지만 안쪽의 유적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시대때부터 이곳에 요새가 있었다고 하던데.



북마케도니아도 이슬람 신자 비율이 꽤 많다. 역시 오스만의 영향이고, 터키의 영향도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어 곳곳에 터키식 음식점은 기본이요, 터키어로 된 간판도 자주 보인다. 보면 볼수록 발칸 국가에게 터키는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비슷한 포지션인 것 같다.
스코페 요새에서 내려와 바로 옆에 있는 모스크에 들어가봤다. 안에는 기도 하는 사람이 몇 있었다.


모스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올드 바자르가 나온다. 올드 바자르를 통과해서 버스 터미널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구시가지에서 터미널까지는 지도상으로는 꽤 멀어보였는데 막상 걸어가니 얼마 안걸렸다. 도시가 정말 작긴 한가보다.
다음날 프리슈티나로 가는 버스 티켓을 알아보려고 하루 전에 가서 산 것이었는데, 막상 다음날 버스를 타보니 굳이 이렇게 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미리미리 예매, 예약을 하는 것에 익숙한 한국과는 달리 여기 사람들은 그냥 그때에 닥쳐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익숙한 것 같았다. 이건 사실 중앙아시아에 있을 때부터 그렇긴 했는데, 나는 아무리 오래 있어도 이런 문화에 적응하는게 쉽지가 않다. 정해지지 않음 혹은 불확실성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디폴트 상태다...

터미널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나와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쇼핑몰로 향했다. 스코페에서 가장 큰 쇼핑몰은 시 외곽에 위치한 이스트 게이트 쇼핑몰이고, 일단 지도상으로는 이게 그 다음으로 큰 쇼핑몰인 것 같았다.

Vero는 대형마트 체인인 것 같았다. 우리로 치면 이마트 / 홈플러스 같은 느낌이려나?

내부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그냥 Vero 마트가 거의 절반이라서 딱히 볼 건 없는데 마트 자체가 엄청 커서 구경을 좀 했다.

마트를 둘러보다가 소시지가 엄청 맛있어 보여서 업어왔다. 원래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이 소시지가 계속 나를 유혹했다...


균형잡힌 영양소 섭취를 위해 양배추 샐러드도 사고, 북마케도니아의 대표 맥주라는 Скопско 맥주도 샀다. 이렇게 하니까 오히려 밖에서 사먹는게 더 값쌌지만... 소시지가 진짜 맛있긴 했어서 후회는 없었다. 좀 짜긴 한데 양배추랑 먹으니까 딱 알맞았다. 내가 좀 잘 구운 것 같기도 하고 ㅎㅎ
맥주도 먹으니까 금새 취해버려서 그냥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8시 반부터 조식이 있는데, 너무 일찍 일어나서 기다리다가 그냥 밖에 산책을 다녀왔다. 전날보다는 하늘이 좀 더 맑긴 했는데 여전히 구름이 많아서 아쉬웠다. 한 시간 좀 안되게 돌아다닌 것 같다.








아침이라 사람이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길거리 카페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마케도니아 광장 근처는 건물도 나름 웅장하고 예쁘긴 하다. 여기만 벗어나면 어디 지방 소도시 감성이 되어버리는게 문제지...

테레사 수녀가 이곳 스코페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곳곳에 테레사 수녀 동상도 있고 이런 기념관도 있는데, 이때는 아침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이 닫혀있어서 구경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산책을 좀 하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아침을 먹었다. 아침은 뭐 별거 없이 빵, 잼, 우유 그리고 시리얼이 끝. 단백질이 없어서 슬펐다. 계란이라도 좀 부쳐주지.
짐 정리를 하고, 큰 가방은 숙소에 맡겨두고 작은 가방만 들고 프리슈티나로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출발했다. 프리슈티나에서 하루 자고 다시 이곳 호스텔로 돌아와 하루를 더 묵을 생각이어서 큰 가방은 맡겨두고 간 것이었다. 원래는 프리슈티나에서 돌아와서 바로 오흐리드라는 도시로 갈 생각이었는데, 스코페에서 하고 싶은게 하나 생기기도 했고 숙소가 꽤 좋아서 하루 더 묵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터미널에 도착해서는 전날 구매한 11시 티켓을 10시 티켓으로 교환하고 바로 버스에 탔다. 안되면 그냥 한 시간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일찍 왔는데 다행히 교환을 해줬다.

그런데 막상 버스에 타니 나처럼 티켓창구에서 티켓을 구매한 사람도 있는데, 그냥 버스에 타서 기사님한테 티켓값을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단 버스에 타서 자리를 차지한 다음에 돈은 나중에 내는게 신기했다. 이거는 진짜 중앙아시아 마슈르트카인데.

프리슈티나는 코소보의 수도로, 스코페에서 80키로도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도시라 그냥 서서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출입국 심사는 간단했다. 그냥 국경경찰이 차에 들어와서 여권 확인만 하고 바로 출국심사가 통과됐고, 심지어 마케도니아 출국 도장도 찍어주지 않았다. 코소보에 입국할 때도 입국 심사에서 따로 입국 도장은 없었다.
이게 또 복잡한 사정이 있는데... 일단 이날 가는 코소보는 미승인국가다. 정확히는 모든 국가가 코소보를 국가로 승인한 것이 아니고 일부 국가만 국가로 승인한 것인데, 미국을 필두로 1세계 국가들은 보통 코소보를 국가로 승인하고 러시아, 중국과 2세계 국가들은 보통 코소보를 국가로 승인하지 않는다. 벌써부터 대충 느낌이 올 것 같은데, 하여튼 이것도 냉전의 영향인 것 같다.
https://namu.wiki/w/%EC%BD%94%EC%86%8C%EB%B3%B4%20%EC%A0%84%EC%9F%81
코소보 전쟁
코소보 전쟁 관련 사진자료 파일:코소보 해방군 진격.jpg 파일:노비사드 포격.jpg 전장으로 진격하는 코소보 해방
namu.wiki
이리저리 얽힌 문제가 많아서 설명이 거의 불가능하다. 유튜브 영상 몇개 보니까 피상적 상황은 대충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너무 꼬여있는 느낌. 그래도 여행을 하려고 정보를 찾아보다보니 어느정도 이해를 하기는 했는데, 여기에다가 설명하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그냥 관심있으면 유튜브를 찾아보기를 바란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여행을 하다보면 스 지역의 역사나 지명을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이런건 참 긍정적 요소 중 하나... 여행 오기 전까지는 북마케도니아나 코소보, 알바니아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하여튼 전반적으로 이 발칸 국가들, 특히 구 유고 연방 국가들의 역사는 너무 어렵다. 어려울 역사만큼 이곳 주민들은 힘든 세월을 살았을 것이라고만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결론은 뭐냐... 코소보는 미승인국가라 그런지 출입국 시스템이 엄격하지 않은 것 같다는 거다.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얻어냈는데, 세르비아는 코소보를 괴뢰 지방정권으로 취급하고 있는 상태라 제3국에서 코소보를 통과한 뒤 세르비아로 입국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고 주의해야 할 상황. 나는 일단 북마케도니아 - 코소보 - 알바니아 - 세르비아 루트로 여행할 예정이라 해당사항이 없긴 하다.
그렇게 거친 풍파를 거친 코소보에 입국한 뒤 수도 프리슈티나의 버스 터미널에 내렸다. 프리슈티나 터미널은 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중심부까지는 3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다행히 짐을 가볍게 하고 와서 걸어갈만했다.

중심부로 걸어가다보면 프리슈티나의 랜드마크, 빌 클린턴 광장에 도착한다.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할 때 클린턴 대통령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나? 갑자기 왜 그랬을까 궁금해진다.


광장 앞으로 마켓이 열렸다.

이런저런 잡동사니들과 꿀, 과일들을 팔고 있었다.


현금이 없어서 뭘 살 수는 없었고 - 사실 있었어도 안 샀을 것 같긴 했다.
코소보는 자국 통화가 없고 유로를 사용하는데, 일단 숙소 비용을 유로 현금으로 결제해야 해서 유로를 인출해야 했다. 어차피 숙소 체크인까지는 시간도 남았고, 가방도 가볍겠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관광 겸 수수료 무료 atm을 찾아 떠났다.

찾아보니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그리고 코소보 세 나라가 각각 테레사 수녀가 본인 나라의 위인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북마케도니아는 테레사 수녀가 스코페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알바니아와 코소보는 테레사 수녀가 알바니아계 민족 출신이라는 이유로.
역사가 짧은 국가일수록 / 국론이 분열된 국가일수록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고 통합하기 위해 자국의 위인을 조명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세 나라가 각각 테레사 수녀를 두고 다투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반도 한 땅에서 거의 오천년을 단일 민족으로 살아온 한민족의 후예로서는, 국가의 상징으로 삼기에는 테레사 수녀의 '업적작'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는 발칙한 생각마저 든다.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거나 태평성세를 만든 민족의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슬라브족의 한 갈래인 이들은 계속해서 거주지를 옮겨가며 발칸반도에 살아온 기존 민족들을 쫓아낸 후 최근에야 이 땅에 정착했고, 대항하기에는 너무 강력했던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오스만이 쇠퇴한 후로는 양차대전과 함께 긴 내전을 겪었으니. '영웅의 가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왠지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이 생각나는 색감이다.

성당 위에는 프리슈티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현금이 없기도 했고 날이 너무 흐려서 현금이 생긴 뒤에도 딱히 올라가고픈 생각이 안들었다.


은행 몇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모두 5유로의 고정 수수료가 있었다. 딱 한 군데, Ziraat Bank에서는 고정 수수료가 4유로였다. Ziraat Bank는 터키에서 수수료 없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던 은행이라 혹시나?하고 기대했는데 코소보에서는 수수료를 받더라. 보니까 현지에서 발급한 카드가 아니면 모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 같았다. 너무하다 너무해.
그냥 좀 큰 단위로 수수료 내고 유로 인출을 할까 하다가, 환전소를 발견해 가지고 있던 비상금 100달러를 83유로로 환전했다. 수수료 안내서 신났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공식 환율은 100달러에 87유로여서 사실상 은행 수수료와 차이가 없었다. 그냥 atm 인출할 걸 그랬다.
조식에서 빵을 많이 먹어서 배가 고프지는 않았는데 돌아다니다가 뷰렉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전날 스코페의 쇼핑몰에서 보고 궁금했어서 들어가서 먹어봤다.

양이 꽤 많았다. 한 줄에 1.6유로.

맛은... 그냥 그랬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고, 케첩 뿌려먹어야 좀 먹을만했다.
일단 체크인하고 짐부터 내려놓으러 숙소로 갔다.

프리슈티나에서 묵은 숙소는 Prishtina center hostel. 내가 참고한 여행 유튜브도 여기서 지냈어서 괜히 반갑게 느껴졌다. 하룻밤에 겨우 8유로밖에 안하는데 시설은 꽤 괜찮았다. 그렇지만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어서 오래 머물기에는 좀... 딱 하루 이틀 머물기에는 좋은 것 같다. 프리슈티나에 이틀 이상 머물기에는 너무 볼 게 없긴 하지만.
체크인을 하고 좀 쉬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독립을 기념하는 조형물이라고 한다. 세르비아로부터 벗어나 새로 태어났다는 의미려니...



66번 국도 표지판을 보면 자동으로 오버워치가 떠오른다. 하고 싶은 생각은 안드는데 영상 보면 참 재밌다 ㅎㅎ...



다시 광장쪽으로.



거리 군데군데 서점이 자주 보여서 한 서점에 들어가봤다.


책을 고를 때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는 '표지가 예쁜 책은 웬만하면 거른다'인데... 이건 동시대인 작가의 글 중 표지가 번지르르하면 보통 내용은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고전에는 해당사항이 없고 오히려 예쁘니까 더 좋다. 표지도 예쁘고 종이 질감도 좋아서 갖고 싶었는데 처치곤란인걸 알아서 잘 참았다.



걸어다니다가 사람들이 몰려있길래 가봤다.

현지인들이 이야기하는걸 들었는데 코소보의 총리라고 했다!

근데 갑자기 의문이 드는게, 왜 자기들끼리 영어로 이야기했을까? 코소보는 원래 영어를 쓰나?
하여튼 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걸 듣고 저 사람이 코소보 총리가 맞냐면서 말을 걸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길래 나도 사진을 부탁해봤다.

어디서 왔냐고 먼저 물어봐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자기도 최근에 서울에 갔는데 무척 예뻤다고 했다. 나도 I like Kosovo 해주고 악수도 했다. 사진을 찍어준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니 코소보 사람들의 총리 지지율이 꽤 높다고 했다. 경호원도 많이 없이 거리에 나와서 시민들과 이야기하는걸 보니 인기가 많은 것 같기는 하다.

미승인국이라는 코소보에 와서 총리 만나서 사진도 찍고... 무척 신기했다. 기분도 좋아져서 더 열심히 돌아다녔다. 날씨가 맑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무슨 미국 국무장관도 흉상을 세워주나 싶은데... 그만큼 미국에 감사한다는거지.



대학교가 너무 시내 한기운데에 있던데 공부하기 불편하지는 않을까? 자고로 대학교란 어디 못 나가고 공부만 하도록 산골짜기 구석에 박아둬야 하는데 말이야. 떼잉...



산책하다가 국립도서관 내부에도 한 번 들어가봤다.

로비에만 들어가보고, 안쪽은 좀 쫄려서 안들어갔다. 도서관 바로 근처에 꽤 큰 규모의 마트가 있길래 가봤다.

롯데에서 생산한 알로에 음료수가 쌓여있었다.
그 외에 코소보에서 생산한 와인을 200미리 정도의 작은 병으로 팔길래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을 하나씩 사왔다. 하나에 1.4유로도 하지 않는 착한 가격은 덤.

마케도니아와 코소보는 오후 네 시 반이면 해가 진다. 아무리 11월이라도 해가 너무 빨리 지는거 아닌가 싶다.
숙소로 들어가 산 와인도 두고, 조금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사실 별로 배가 안 고팠는데 안먹기에는 또 나중에 배고플 것 같아서 나간 것이었다. 열심히 검색해서 코소보 전통 음식을 파는 식당을 찾았는데 가보니까 당일 예약이 다 찼다고... 다행히 바로 건너편에 평점이 좋은 피자집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피자를 먹으러 갔다.

핏제리아에 가면 거의 항상 마르게리따를 먹는 편이라 여기서도 마르게리따를 시켰다. 가격은 단돈 5.5유로!?!?

일단 가격이 무척 착하다. 피자도 굉장히 맛있었다. 딱 정석적인 마르게리따. 구글 리뷰에 평이 무척 좋았어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갔는데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맛이었다. 맥주도 굉장히 맛있어서 궁합이 좋았다. 서울에서 먹는 피자도 정말 맛있는데, 가격 차이가 너무 난다. 도우가 정말 맛있어서 먹는 내내 행복했다. 사장이 젊은 남자였는데, 친절해서 좋았다.
이반 여행에서 이탈리아는 갈 생각이 없었는데... 피자 먹으러 가야되나 고민이 된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쉬다가, 오후에 사온 와인을 먹었다. 참치캔을 사와서 유튜브 보면서 먹으니까 정말 좋았다.


화이트, 레드 모두 탄닌감은 굉장히 적고 포도맛이 엄청 상큼하게 잘 느껴진다. 나는 화이트가 훨씬 맛있었다. 와인은 많이 안먹어봐서 잘 모르긴 하지만 가격에 비해 너무 맛있었다.
맥주 한 병에 와인 400미리 정도 먹으니 진짜 취해버렸다. 원래 수학 공부때문에 술을 잘 안마셨는데 요즘 호스텔마다 공부 공간이 마땅치 않기도 하고, 공부 권태기가 와서 좀 놓고 있어서 술을 자주 마신다. 특히 맥주를 자주 먹는데... 한국 맥주는 왜 그렇게 맛이 없는 걸까, 슬퍼진다.
그렇게 잠들고, 다음날 아침 일찍 숙소를 떠났다. 8시 반에 출발하는 스코페행 버스를 타러 터미널까지 걸어가야 해서 7시 반쯤 숙소를 나섰던 것 같다.

터미널 가는 길에 문을 연 빵집에 들러 또 뷰렉을 한 줄 사먹었다. 맛은 전날 먹은거랑 다를게 없었다. 아침에 너무 배가 고파 뭐라도 먹어야 했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터미널 가는 길이 조금 을씨년스러웠다. 조금 무섭긴 하지만 가끔씩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여 안심이 됐다.

남은 유로 동전이 조금 있어 터미널 안 매점에서 과자 한 봉지를 사고 털어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과자를 먹다 8시 반 버스를 타고 스코페로 돌아갔다.

스코페로 돌아가는 길 내내 날이 흐려서 바깥 경치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분명 경치가 괜찮았을 것 같은데. 아이러니인 것은, 여름에 오면 날씨가 항상 좋았겠지만 너무 더워서 제대로 구경을 못했을 것이고 가을에 오니 날은 좋지만 이렇게 흐린 날이 많아 관광하기에는 좀 아쉽다는 점이다.
스코페로 돌아갈 때도 출입국절차는 간단했다. 코소보 국경은 출국심사도 없이 통과했고, 마케도니아에 입국할 때도 간단히 도장을 찍어줬다. 결과적으로는 마케도니아 출국도장도 없이 입국 도장만 두 개 찍힌 셈.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일단 스코페 터미널에 도착해서는 다음날 오흐리드로 가는 버스표를 알아봤다. 티켓부스에 물어보니 아예 일정표를 줬다.

전날 가방을 맡겨둔 호스텔로 돌아가 다시 체크인을 하고, 가방을 내려둔 뒤 스코페의 뒷산 보드노(Vodno) 산을 등산하러 갔다. 보드노 산의 정상에는 스코페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보이는 십자가, '밀레니엄 크로스'가 있어 여기까지 올라가 볼 생각이었다.

시내에서 25번 버스를 타면 리프트 정류장까지 갈 수 있고, 거기서 리프트를 타면 밀레니엄 크로스까지 갈 수 있다.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맵스미를 확인해보니 걸어서 갈 수도 있는 것 같아서 걸어 올라가고 싶었다.

일단 맵스미에서 나온 경로를 따라 등산로로 걸어가는데, 점점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갔다. 등산로를 향해 걸어갈수록 솔직히 많이 무서웠다. 불량청소년을 만나 강도를 당할 것만 같은 그런 골목이었달까... 심지어 날도 우중충해서 더 무서웠다. 혹시 몰라서 지갑에서 고액권 지폐를 안주머니에 숨겨놓기까지 했다. 아무리 그래도 수도인데 중심가에서 조금 멀어졌다고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없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마트 근처에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등산로는 이 마트 근처에서 시작했다.

아니... 등산로 올라가는 것도 무서웠다. 소피아 비토샤 산을 오를때도 좀 무섭긴 했는데 여긴 사람도 아무도 없어서 더 을씨년스러웠다.
그렇게 40-50분 정도 올라가니 중간 전망대가 나왔다.


구름이 많아서 시야가 많이 좁았다. 날이 맑았으면 나름 예뻤을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정상까지 올라가는건 힘들었다. 일단 정상에 올라가도 구름이 많아서 도시 전경이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았고, 무엇보가 내가 너무 무서워서 더 올라갈 수가 없었다. 밀레니엄 크로스에 갈 계획이라면 얌전히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다시 같은 길을 걸어 내려와 도시로 돌아왔다. 무서워서 내려오는 발걸음이 정말 빨랐다.


일단 발걸음을 재촉해 숙소로 돌아갔다. 앞으로는 어느 도시든 외곽으로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점심을 먹고 싶었는데, 아침부터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 계란을 삶아먹었다. 마트에서 계란 10구를 109데나르 - 약 3000원에 구매해서 다 삶았다. 다섯 개는 바로 먹고 나머지 다섯 개는 다음날 아침에 먹으려고 남겨두었다.

삶은 계란과 바나나를 먹고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다시 시내 구경을 나섰다. 일단 스코페에 온 첫날 갔던 피자집에 다시 가서 또 피자를 하나 먹었다.

이번엔 조각피자를 하나 시켰다.

아니 진심... 진짜 피자 잘 만든다. 너무 맛있었다. 치즈도 아낌없이 들어가고, 무엇보다 도우가 너무 맛있다.
피자 한조각을 먹어도 배가 고파서 첫날 먹었던 닭고기 피데를 다시 시켜먹었다. 긴장한 상태로 등산을 하고 와서 그런지 배가 많이 고팠다.

다 먹고 화장실을 찾아가다가 신기한 가게를 발견했다.

암호화폐를 송금해주면 실물 화폐를 주는 환전소인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했는데 안에 들어갈 용기는 없었다.

그리고, 프리슈티나로 가는 버스에서 내 버즈의 이어팁을 잃어버렸는데, 여러 휴대폰 악세사리 가게를 가봐도 이어팁을 파는 가게가 없어서 그냥 T mobile 대리점에 가서 삼성 공식 줄이어폰을 하나 샀다. 내 아까운 돈 1000데나르...
그래도 산 김에 줄이어폰을 많이 쓰고 있는데 나름 좋다.


올드 바자르를 돌아다니다 바클라바 파는 가게가 있어서 앉아서 쉴 겸 조금만 시켜서 먹었다.


근데 맛은 터키에서 먹은거랑 똑같다. 굳이 터키에서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보니까 가게 운영하는 사람들도 터키인처럼 보이는데... 물가 싼 발칸 와서 터키 음식 즐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잠깐 저 멀리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렇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가끔씩은 아무 생각없이 놀던 어릴 때가 그리워진다. 또, 기껏해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녀들이 동상을 배경으로, 모델 포즈를 잡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을 보니 사진 잘 찍히고 싶은 마음은 여자들의 DNA에 새겨져 있는건가 싶어 웃음이 나왔다.


전날 아침 일찍 가서 들어가지 못했던 마더 테레사 기념관에도 가봤다.

테레사 수녀는 알아도 어떤 일을 한 사람인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기념관을 둘러보다보니 어릴적 읽은 테레사 수녀 위인전의 내용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스코페 시내를 좀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좀 누워서 쉬다가 7시쯤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식당까지 가기 귀찮아서 그냥 근처 마트에서 사먹을까 했지만 그래도 북마케도니아 음식을 한 번은 먹어봐야 할 것 같아서 평이 좋은 식당을 찾아갔다.
Kuka라는 식당이었는데, 메뉴판에 전통음식 카테고리가 따로 있어서 거기서 메뉴를 하나 골랐다.

오, 맛있었다. 버섯 소스같은 느낌이었는데 감자와 함께 먹으니까 엄청 잘어울렸다. 가격은 단돈 260데나르니까 7000원 정도? 여기에 현지 맥주인 Скопско를 함께 시켜 총 370데나르, 만 원도 안되는 가격에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물가천국 북마케도니아...
마케도니아 광장과 가까운 식당이어서 밥 먹고 산책을 좀 하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들어가서는 너무 피곤해서 거의 바로 잠들었던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짐을 싸고 조식 먹은 뒤 바로 오흐리드로 출발할 생각이어서 일찍 잘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스코페와 프리슈티나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날씨가 흐린게 너무 아쉬웠던 스코페 여행. 다만... 스코페나 프리슈티나나, 딱히 할만한건 많이 없다. 컨텐츠가 많았던 이스탄불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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