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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중앙아시아 기행] 2. 알마티 시내 구경

by Orthy 2025. 9. 1.

25. 8.31.(일)
오늘은 특별한 일정 없이 알마티 시내를 돌아다니는 날이었다. 일단 다음 날인 9월 1일부터 비슈케크로 넘어가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을 약 한 달간 돌아다닐텐데 알마티에 비해 이 지역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문명을 누릴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오지로 떠나기 전 알마티에서 수분 크림을 구매해야 했다. 한국에서 떠날 때만 해도 기존에 사용하던 것만 가져가도 여행 내내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계산해보니 2~3주 후면 다 써버릴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알마티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한국에서 사용하던 것과 비슷한 수분 크림을 구매해야 했다.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화장품 가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시내 구경하는 겸 수분 크림을 살 생각이었다. 태평하게 짐을 싼 멍청비용을 하나씩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 저녁에는 자정 조금 전에 잠들었는데, 아침에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6시 50분이었다. 더 잠이 오지도 않아서 그대로 일어나 씻고 바로 짐을 챙겨 호스텔을 나섰다. 오늘은 날이 더 선선해져 기온이 섭씨 13도/25도라는 예보가 있었다. 바람막이를 입고 나갔는데 조금 쌀쌀한 기분까지 들었다.

시내로 나서기 전 내일 비슈케크로 떠날 버스표를 예매하기로 했다. 당일 예매했다가 버스 표가 없어지는 낭패를 겪을 순 없었다. 아침 산책을 겸해 숙소에서 걸어서 10분정도 호수공원을 따라가니 Sairan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Sairan 버스 정류장. 알마티로 향하는 온갖 버스가 이곳으로 도착한다.

숙소를 예매할 때만 해도 버스 정류장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지 몰랐다. 사실 어디로 가야 비슈케크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지도 몰랐고, 그냥 버스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나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터미널 앞은 역시 택시 호객꾼들로 가득했다. 터미널 앞 가게에서는 간단한 빵과 삼사를 팔고 있었는데, 내일 아침 여기서 빵을 약간 구매해서 버스에서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왼쪽의 티켓박스가 보인다. 비슈케크로 가는 티켓을 물어보니 반대쪽으로 가라고 했는데, 가도 안 보이는 거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행인한테 물어봤는데 조금 더 자세히 알려줬다. 비슈케크행 티켓박스는 조금 더 숨겨져 있었는데, 입구에서 오른쪽 끝으로 쭉 간 뒤 좌회전하면 티켓박스처럼 안 생긴 부스가 하나 있다. 거기서 비슈케크행 버스 티켓을 팔고 있었다. 6~8월 성수기에는 촐폰아타나 카라콜까지 가는 버스도 있다고 한다. 비슈케크행은 항상 있는 것 같다. 비슈케크행 버스는 8시, 10시, 12시, 14시 그리고 18시 정각에 있다. 나는 내일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매했는데, 아침에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일어나 짐을 싼 뒤 터미널로 가면 될 것 같다.

이후 네이버 블로그 후기를 통해 알마티에서 비슈케크로 가는 버스를 타는 방법을 검색해봤는데, 국경을 이동하다보니 조금 복잡했다. 이 과정도 직접 겪어보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지 않을까? 문제는 그것보다도 내일 비슈케크에 도착한 뒤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택시를 타든 버스를 타든 키르기스스탄 솜(KGS)로 환전을 해야 할 텐데, 내일 Sairan 터미널에서 환전할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 택시비가 350솜 정도여서 400솜 정도는 환전을 해둬야 할 텐데... 일단 이건 내일 생각하자.

가격은 3200텡게, 원화로 7500원 정도다. 국경을 이동하는 버스치곤 무척 저렴하다. 네이버 카페에 동행을 모집해 인당 50달러를 주고 택시를 타는 사람들도 있는데, 시간만 있다면 버스가 훨씬 좋을 것 같다.

티켓을 사고 나가려는데 작은 매대가 있길래 알마티의 대중교통 카드인 ONAY카드를 파는지 물어봤는데, 1100텡게에 판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후기를 뒤져본 결과 시내에서는 800텡게에 판다고 했는데, 300텡게 차이면 800원 정도라 그냥 여기서 구매했다. 오늘 하루종일 시내를 돌아다녔는데 블로그 후기에 있던 판필로프 공원의 매대가 없어진 걸로 봐선 그냥 여기서 사길 잘한 것 같다. 카드를 처음 구매하면 1회 버스요금인 120텡게가 충전되어 있어서, 따로 충전하지 않고 터미널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제 문제는 잔액이 0인 ONAY카드를 충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이것도 화장품 가게를 찾아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제쳐두었다.

알마티는 버스가 참 잘 되어있다. 지금 기사님하고 이야기하는 저 두 분도 카드가 없었는지 현금을 내겠다고 기사님하고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어제 나한테 현금을 받은 기사님과 달리 이 기사님은 뭐라뭐라 이야기를 했다. 확실히 현금은 더 이상 안되는 것 같다.

구글맵으로는 버스 노선이 나오지 않는데, 구소련권 국가들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지도 2GIS를 이용하면 정말 정확하게 나온다. 노선이나 길찾기 기능, 위치 정확도가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에 비해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터미널에서 30분정도 이동해 판필로프 공원에 도착했다. 판필로프 공원은 중앙에 러시아정교회 성당인 젠코프 성당이 있고 공원 곳곳에 2차대전에서 전사한 카자흐스탄 전몰장병을 기리는 기념비가 놓여있다. 젠코프 성당 앞 광장에는 비둘기 떼가 많은데, 한국 사람들은(그리고 나도) 보통 비둘기를 더럽다고 생각해 오면 피하기 바쁜데 이곳 사람들은 비둘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사료를 구매해서 직접 먹이주면서 비둘기를 만지는 사람들도 있고,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광장은 비둘기로 가득하다.

젠코프 성당. 꽤 멋지다. 이날은 주일이어서 아침부터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원래라면 안에 들어가보려 했지만 예배 중이어서 들어가기가 조금 망설여졌다.

판필로프 광장에 간 것은 ONAY카드를 충전하기 위해서였는데, 위에서 말했듯 블로그 후기에 적혀있던 카드 매대와 충전할 수 있는 ATM이 사라져있었다. 철거당했나? 자리를 옮겼나? 잘 모르겠다.

충전에 실패하고 판필로프 공원 한 켠 벤치에 앉았다. 알마티에는 공원이 참 많은데, 공원마다 벤치 역시 정말 많다. 특히 나무가 우거져 꼭 그늘지고 비어있는 벤치를 찾을 수 있었다. 판필로프 공원의 그늘진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일기를 썼다. 30일 토요일날 아씨 고원을 방문하고 샤슬릭을 먹은 뒤 호수 공원에서 느낀 점들을 정리하면서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웬 아저씨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알마티 사람들은 옷차림이 상당히 깔끔한데, 이 아저씨는 꽤나 추레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서 경계했는데 가방의 태극기를 보고 꼬레아 꼬레아 하기래 맞다고 하니까 악수를 청했다. 그래서 악수하고 뭔 이야기를 했는데 그러고 난 뒤 내 벤치 옆에 앉았다. 이때는 일기 써야하는데 좀 귀찮네, 싶었는데 자기를 까낫이라고 소개하더니 내 이름을 묻고 이름의 뜻도 물어봤다. 번역기로 보여주니까 자기가 눈 수술을 해서 잘 안보인다며 눈 수술한 이야기를 했다. 맞장구 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기가 약을 사야하는데 돈이 없다면서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 하는거다... 곽튜브에서 본대로 나는 가난한 학생이다를 연발하면서 짐을 싸서 일어나니 이번엔 번호를 주면 연락을 하고 싶다고 하길래 나는 가야해, 나는 가야해라고 계속 말하면서 일어났다. 무섭지는 않았는데 굉장히 짜증났었다...

그렇게 일기를 쓰다가 중간에 끊긴채로 아침을 먹을 카페를 찾아 아르바트 거리로 향하던 중

구세주를 발견했다. 여기에 내가 찾는 수분 크림이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일단 들어가보자 하고 들어갔는데, 각종 한국 화장품이 놓여있었다. 할렐루야. 거의 알마티의 올리브영이다. 여기서 닥터지 보습 크림을 샀는데, PX에서는 5000원이면 사던 것을 11000텡게, 그러니까 28000원 정도를 주고 사버렸다. 너무 아까웠지만 이게 없으면 나중에 씻지를 못할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샀다. 관세가 무섭다.

가게에 있던 꼬마가 내 가방의 태극기를 보고는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애기가 한국어를 꽤 잘했다. 이야기하다가 가게 주인처럼 보이는 한국인 아저씨가 와서 여행 계획에 대해 묻길래 내일 비슈케크로 가서 10월 5일날 다시 한국으로 간다니까 젊은 친구가 용감하다면서 할인을 해주지는 않았고 그냥 응원을 해줬다. 비싸게 샀어도 미션을 해결해서 기쁘게 다시 거리를 걸었다. 아침부터 많이 걸어서 슬슬 배가 고파져서 카페를 찾아갔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카페가 커피를 파는 곳으로 한정된다기보다는 커피, 차, 각종 음료 그리고 빵, 식사를 모두 파는 곳을 통틀어 부르는 것 같았다.

돌아다니다가 완전 현지 느낌으로 인테리어된 카페를 만나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더 현지 느낌이었다. 종업원 분들이 영어를 아예 못하셔서 짧은 러시아어로 이것저것 말하고 알아듣느라 고생했다. 홍차와 삼사 두 개를 시켰는데, 삼사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니 전날 먹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맛있긴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빵이 이도저도 아닌 푸석푸석한 식감에 속을 채운 소도 별로 맛이 좋지는 않았다.

인테리어
내가 시킨건 1행 1열의 240텡게 삼사와 2행 3열의 260텡게 삼사 각각 하나씩. 분명 뭐가 다를텐데 내 입맛에는 똑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삼사 2개에 홍차까지 하나 시켰다. 이쪽에서도 홍차를 뜻하는 단어가 Black이다. 삼사와 함께 차를 마시며 키보드를 꺼내 지금까지 사용한 금액을 정리하고 일기를 조금 썼다. 삼사 말고도 페이스트리를 팔던데, 하나는 그냥 크루아상으로 시킬 걸 그랬다. 둘 다 맛이 비슷하고, 어제보다는 맛이 더 낫지만 삼사는 아무래도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에 가면 정말 맛있는 삼사 가게가 있다고 하는데 거기 가보고 거기도 맛없으면 앞으로 삼사는 안 먹는걸로 해야겠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차에 설탕을 타 먹는다길래 홍차를 2/3쯤 먹고 설탕을 넣어봤다. 잘 섞어서 먹어봤는데 정말 맛없었다. 내 입엔 그냥 차만 먹는게 훨씬 향도 좋고 맛있는데, 현지인이 타주는 설탕차를 먹어보면 좀 다를까? 그런데 차를 많이 마시고 설탕 한 봉지를 탔는데도 애매한 맛이 났는데, 달콤한 차를 먹으려면 설탕을 얼마나 많이 넣어야 할지 감이 안잡힌다. 앞으로도 차는 그냥 마셔야 할 것 같다.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 나와 카자흐스탄의 유명 마트 체인이라는 매그넘 슈퍼를 찾아갔다. 아르바트 거리 한가운데에 있는 지점으로 갔다.

마트 가는 길에 찍은 아르바트 거리.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지고 버스킹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그렇지만 밤에 여기를 오는 일은 없었다.

아르바트 거리를 건너 매그넘 슈퍼에 도착했다.

이 건물 지하 1층이 매그넘 슈퍼다. 나머지 층은 백화점처럼 꾸며진 것 같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주류 코너가 보였는데 각종 술들이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했다. 나중에 귀국할 때 현지 술을 많이 사가야겠다.

마트를 돌아다녔는데 한국 마트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유제품 코너가 굉장히 컸고, 생선 코너는 아예 없었다. 카자흐스탄이 완전히 내륙 국가다보니 생선은 많이 안 먹는 것 같았다.

단 것들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과자 코너 역시 무척 크다.

밖을 돌아다닐 때는 조금 더워 바람막이를 벗고 가방에 넣어두었는데, 마트에 들어오니 냉방이 빵빵해져 좀 추웠다.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입고 있는데 이번에도 갑자기 웬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부자로 보이는 두 남자가 다가와 말을 했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열심히 공부한 문장, 나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된다 / 영어를 할 수 있냐라고 말하니 아들이 짧은 영어로 더듬더듬 말했는데, 나보고 도움이 필요하냐는거다.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입고 있는게 도움이 필요해 보였을까? 그래서 괜찮다, 그냥 옷을 입고 있던 것이었다 말했는데 아들이 한국 사람이냐 물어보더니 이번에도 서로 통성명을 했다. 옐ㄹ르보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였는데 이번에 대학교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를 조금 공부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나랑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그 아버지 왼편에서 한 장 오른편에서 한 장 사진을 찍었다. 이야기를 조금 더  하다가 나를 보내줘서 겨우 나왔다.

그렇게 마트를 돌아다니다가 사과 2개와 우유를 샀다. 사과는 무게를 달아 가격표를 붙이는, 한국 마트에도 많이 있는 그 방법으로 결제했는데 사실 내가 제대로 한 건지 모르겠다. 사과 2개에 129텡게, 원화로 300원 정도여서 엄청 싸게 샀는데 제대로 한게 맞는지 모르겠다. 점원도 딱히 확인 안했는데 대충 맞겠지? 어쨌든 엄청 싸게 사과를 샀다.

말린 생선들은 있다.

마트에서 나와 바로 사과를 먹어봤다. 맛있는데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로 한국 사과랑 다르지는 않았는데, 내가 제대로 된 사과를 산 게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맛은 있고, 또 가격을 생각하면 정말 괜찮다.

사과와 함께 카이막도 샀다. 가격은 500텡게 정도라 원화로 1200원 정도다. 15%라고 적힌건 350텡게길래 150텡게나 차이나는거면 그만큼 더 맛있을거라 기대하고 20%짜리를 샀다. 아마 농축 정도겠지?

카이막 스메타나라고 적혀있다. 스메타나는 유제품 / 크림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유명한 터키 디저트 카이막이랑은 조금 다르다. 이건 생각하는 카이막보다는 더 묽은데, 요거트보다는 확실히 더 진하고 바디감있다. 굉장히 고소하니 맛있었다. 이것만 먹기엔 심심해서 사과를 찍어서 사과와 함께 먹었는데 궁합이 꽤 좋았다.

원래는 그냥 우유를 사려고 했는데, 조그만 팩우유는 다 첨가물이 들어간 ~~맛 우유고 그냥 우유는 2리터정도로 커다란 것이어서 그냥 카이막을 산 것이었다. 맛있어서 만족했다.

다 먹고 뭘 할까 검색하다가 알마티의 남산 타워라는 콕토베 타워를 가볼까 했다. 콕토베 타워까지 가려면 일단 케이블카가 있는 Abay 지하철역 근처로 가야하는데, 마침 Abay 지하철역 인근에는 카자흐스탄 독립기념탑과 알마티 시청 그리고 시청 공원이 있어서 여기를 구경하다 3시쯤 콕토베 타워를 올라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래는 아르바트 거리에서 Abay 역까지 한 시간 조금 넘는 거리를 걸어가려고 했는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지하철로는 두 정거장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다만 지하철역까지도 거리가 있어서, 가장 가까운 역까지 15분 정도를 걸어야 했다.

걸어가는 길에 마주친 카자흐스탄 연합?은행.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은행건물이 고풍스러웠다. 국기가 휘날리는 모습이 하늘의 색과 무척 잘 어울려 찍어봤다.

알마티 지하철의 문제는 며칠 다닌 내 눈에도 좀 두드러지는데, 가장 문제는 역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는 거다. 일단 이건 지도의 문제이기도 한데, 지도랑 역 위치가 다르다. 신기하게 다른 건 지도가 다 잘 맞는데 유독 지하철역 위치가 부정확하다. 이번에도 지하철역을 못찾아서 한참 헤매다 환전소에 물어봐서 지하철역을 찾았다.

막상 이렇게 보니 역 표시가 잘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나는 정말 찾기 힘들었다...

알마티의 또 다른 주요 이동수단인 지하철은 버스와는 달리 출입이 무척 엄격하다. 지하철에 탑승할 때는 금속탐지기를 통과한 후 짐을 검사한다. 거의 공항 보안 검색대를 지나가는 수준이다. 내가 듣기론 구소련권 국가의 지하철이 다 이런 느낌이라는데, 알마티와 권위주의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지하철에는 그 풍습이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게이트는 철도경찰 3~4명이 상주하고 있어서 지하철 무임승차는 꿈도 못 꾼다.

앉아서 가는 모습이 재밌어서 찍어봤다.
지하철이 들어온다.
현대로템 주주로서 자랑스럽다.

지하철 요금은 120텡게, 원화로 300원 수준이고 나는 ONAY카드를 찍고 들어갔다. 하행을 타고 두 정거장을 이동해 Abay역에 도착했다.

Abay역은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해서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무척 길다. 웬만하면 에스컬레이터를 2~3개로 나누어 갈아타는 것을 생각할텐데 여긴 그런 것 없이 하나로 만들었다. 조금만 흔들려도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어서 아까 본 철도경찰처럼 나도 앉아서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갔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역에서 나와 20분정도 걸어가니 시청이 나왔다. 지도상으로는 그렇게 멀리 안보였는데 실제로는 더 멀다. 원래 시청 앞에는 독립기념탑과 분수가 있는 광장이 있어야 했는데, 지금 분수가 공사중이어서 가벽으로 막혀있다. 광장의 둘레를 따라 이어진 높은 가벽을 따라 걸어갈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텐샨산맥에 가까워지다보니 이곳은 경사가 심했다. 오르막길을 올라 시청 뒤편의 시청 공원으로 갔다. 다리도 아프고 날씨도 더워서 벤치에 앉아서 쉬었고, 역시 또 일기를 썼다. 놀이터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애기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일기를 쓰길 반복했다. 햇빛 속에 있으면 무척 더운데, 그늘에만 들어가면 서늘해서 땀이 금방 식고 바람막이를 입었다 벗었다 해야하는 날씨였는데, 역시 그늘에 앉아 조금 쉬다보니 으슬으슬해져 바람막이를 입어야 했다.

여기도 비둘기뗴가 많다. 조금 있다가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사료를 뿌리며 비둘기를 모았다.

옆에 철봉이 있길래 오랜만에 턱걸이와 딥스를 했다. 알마티의 공원에는 철봉이 참 많다. 앉아서 두 시간 정도 일기쓰고 쉬다가 콕토베에 가는 것은 단념했다. 후기들이 다 굳이 여기까지 와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들이기도 한데다가, 케이블카를 8000텡게, 원화로 20000원 정도를 주고 타야하는게 아깝게 느껴졌다. 대신 알마티 최대의 전통시장이라는 그린 바자르에 가면 조금 더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 난 매그넘 슈퍼에서 산 사과 하나를 마저 먹고, 사과 심을 비둘기한테 던져줬다.

광장의 둘레에 놓인 가벽을 따라 시청 뒤편의 시청 공원으로 오다보니 시청사 정면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을 겸해 시청을 가까이서 둘러보았다.

어제 본 현대자동차 건물의 뒷 모습
이게 원래 독립기념탑 광장인데, 공사중이라 아쉽다. 양쪽에 대칭으로 만들어놓은 건물이 무슨 용도인지 잘 모르겠다.
시청 앞에서 킥보드 타는 아이들

시청이 있는 곳이 경사가 있다보니 아이들이 킥보드나 보드를 많이 탔다. 좀 구경했는데 엄청 잘 탄다. 애들이 할 게 없어서 이것만 하나?싶을 정도로 잘 탄다. 이렇게 실력을 연마해 전동킥보드를 타고 알마티를 누비는 걸까?

버스 정류장에 가는 길이 예쁘다.

공사가 끝날 때 오면 정말 예쁠 것 같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걸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고, 지도에 고개를 박고 길을 찾아 그린 바자르에 도착했다.

제레늬 바자르, 녹색 시장이라는 뜻이다. 건물이 녹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그런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시장 앞에는 온갖 행상들로 가득하다. 카자흐스탄 기념품을 많이 팔고 있었는데, 다 거기서 거기라 비슷하다. 나중에 여행을 마치고 다시 알마티로 돌아와서 구입하면 될 것 같았다. 필기구도 많이 팔았고, 옷을 파는 가게도 많았는데 관광객들이 옷을 꽤 좋아하는 것 같았다. 옷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행상을 뚫고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견과류와 건과일을 파는 곳이 나온다. 나는 입구가 이곳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까 입구도 엄청 많고, 이 건물 뒤편과 옆으로도 시장이 엄청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 나는 그냥 이 안만 쓱 둘러보고 바로 나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다 못 본 게 조금 아쉽다. 그렇지만 여기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보인 모습. 유튜브에서 많이 본 모습이다.
고기를 파는 매대가 엄청나게 많다.
간을 이렇게 보관하면 다 상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양 머리도 팔았다. 굉장히 사실적이다.
카자흐스탄 스타일 탕후루? 과일에 초코 코팅을 입혀놓은 것 같았다.

쭉 둘러보다가 과일을 구매할까 싶어서 시장 안 환전소에서 5달러를 2600텡게로 환전하고, 납작복숭아를 하나 샀다. 1키로에 2500텡게인데 하나에 200그램 정도여서 하나에 500텡게를 달라는거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싸서 원래 그런가 싶었지만 달라니까 그냥 주고 하나 받아왔다.

그런데 한 입 베어무니까 너무 맛있어서 급하게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정말 맛있다... 달고 복숭아즙이 흘러 넘친다. 얼른 하나를 해치우고 다른 과일도 사먹어보자 해서 다른 가게로 가서 사과를 사려했다. 혹시나 싶어 복숭아 가격을 물어보니 여긴 1키로에 1500텡게를 달라는거다... 처음 복숭아 산 가게 아줌마가 인상이 좋아보여서 그냥 믿었는데 진실을 알고 속상했다. 사과도 1키로에 1500텡게라길래 사과 2개를 600텡게에 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사과 복숭아 모두 1키로에 1000텡게가 보편적인 가격이었다. 시장에서 눈탱이를 맞고 데미지를 입어 더 돌아볼 생각을 안 하고 그냥 나왔다.

나중에 블로그 후기를 읽어보니 흥정을 꼭 해야한다고 하는데, 이건 몰랐었다. 마트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나보다. 다음에 간다면 꼭 흥정을 해야지... 생각하긴 하는데 여기 사람들 영어는 거의 못하던데 사람들이 어떻게 흥정을 그렇게 잘 한 건지 모르겠다.

과일을 먹다보니 손이 과즙에 젖어 끈적해져서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화장실도 갈 겸, 단백질 섭취도 할 겸 판필로프 공원 바로 옆에 있는 KFC로 갔다. 안심 2개와 다리 2개를 2100텡게, 우리 돈으로 5000원 정도에 주문하고 손 씻고 앉아서 기다렸다.

오! 꽤 맛있다. 한국 KFC가 더 맛있긴 한데 이 정도면 상당하다. 잠을 자기 위해서 콜라를 안마시려고 하다보니 같이 먹을 음료가 맥주밖엔 없다. 그런데 여긴 당연히 맥주를 안 팔고... 이게 정말 슬펐다. 나도 카페인 잘 먹는 사람이 되어서 콜라 커피 맘껏 먹고싶다. 오랜만에 침착맨 보면서 치킨 먹고 좀 쉬었는데, 여기는 의자가 무척 낮아서 앉으면 탁자가 거의 명치에 온다. 이 부분은 먹는데 좀 불편했었다.

치킨을 다 해치우고 다시 손을 씻고, 이때를 위해 한국에서부터 챙겨온 가글을 해서 기분이 좋은 상태로 다시 판필로프 공원으로 갔다.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카자흐스탄 군인들을 기리는 조각상이라고 한다.
이 꺼지지 않는 불이 추모의 상징이라고 했다.

공원 한 켠에 마련된 추모 장소인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엄청나게 많았다. 가이드가 중국어로 이것저것 설명하면서 관광객을 데리고 다니는데... 아, 정말 피하고 싶었다.

중국인이 왜 이렇게 많은가 했는데, 몇 시간 전에 중국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육로 국경을 통과한 블로그를 읽으니 이해가 됐다. 중국 서부 국경이 카자흐스탄과 바로 맞닿아 있는 데다가 중국 정부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新실크로드의 핵심 거점 중 하나로 카자흐스탄 지역을 선정해서 교류가 무척 활발하다는 것이었다. 중국에서 카자흐스탄으로는 버스만 타고 넘어올 수 있는데다가, 버스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중국 풍경과는 또 다른 알마티의 유럽 스타일 풍경을 볼 수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내가 묵고 있는 호스텔에 중국인이 많은 이유도, 중국에서 오는 버스가 정차하는 Sairan 터미널과 가까워서 이곳을 많이 찾는 것 같았다.

세계는 당장 인민들에게 이어폰 살 자유를 빼앗은 중국 정부를 규탄해야 한다. 중국 정부에서 법으로 이어폰 사용을 금지한게 아니라면 이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공용공간에서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살지는 않을 것 아닌가?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공산당 정부를 규탄한다!

또 짜증나는건 얘네들은 메세지 보낼 때 타이핑하는게 아니라 말을 녹음해서 보내고 녹음된 음성을 통해 메세지를 받는데, 이것도 굉장히 시끄럽다. 숙소에서 중국어밖에 안들린다. 내 밑에서 자는 사람도 중국인인데, 얘는 좀 조용하긴 하다. 어쩌다보니 인사를 했는데 한국말을 조금 하길래 나도 중국어를 조금 해줬다. 좋아하면서 차이나 굿을 연발했다. 나라면 다른 나라 사람을 만나고 국적이 뭐 예를 들어서 카자흐스탄이란걸 알게되면 카자흐스탄 굿 이럴 것 같은데 확실히 중화사상은 못 말린다...

추모기념비 반대편으로는 카자흐스탄 전쟁사 박물관이 있다. 정확히는 세계대전 전쟁사 박물관인 것 같았다.

그냥 예뻐서 한 컷. 이 건물이 전쟁사 박물관이다.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내 눈으로는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원래도 볼 생각은 없었는데 입구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마당에는 탱크를 전시해두었던데 여기는 딱히 올라가는걸 제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탱크에 올라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시 판필로프 공원에 돌아와 젠코프 성당쪽으로 향했다.

비둘기와 하나가 된 알마티 아이들
예쁘다

이때 시각은 3시 반 정도였는데, 예배는 이미 끝나있었고 4시까지 성당 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얼른 들어갔는데, 러시아정교 성당답게 이콘으로 가득했고 불경처럼 들리는 구절들이 계속해서 낭독되고 있었다. 성당 안은 무척 더웠다. 크지 않은 성당이라 금방 둘러보고 나왔고, 벤치에 앉아 여행기를 썼다.

여행기를 다 쓰고 조금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탱크를 모는 아이를 발견했다. 탱크 출력이 상당히 좋다. 꽤 가파른 언덕길을 거침없이 올라가는게 신기했다.

판필로프 공원 남쪽으로 한 블럭 정도 떨어진 곳에 내가 저장해 둔 식당이 있었는데, 이 식당을 어디에서 보고 지도에 저장을 해두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저장을 한 걸 보면 분명 무슨 블로그 같은데에서 추천을 해 둔 곳일 텐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때의 나를 믿고 들어갔다.

관광객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직원도 영어를 못 한다. 라그만을 시키려고 했는데, 메뉴판을 보니 라그만이라고 적힌 곳에 메뉴가 10가지는 있는거다. 파파고 번역을 하려했는데 이때 파파고가 말썽이어서 번역도 안됐다. 그래서 어쩌지, 그냥 제일 위에 있는걸 시킬까 하다가 '먀싸'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이건 고기라는 뜻인데, 라그만은 기본적으로 고기가 있는데 굳이 고기를 강조한 걸 보면 분명 고기를 많이 주지 않을까 싶어서 이걸 시켰다. 가격은 2200텡게, 원화로 5500원 정도. 마실 걸 안시키냐고 묻길래 원래라면 콜라를 시켰겠지만... 콜라를 먹으면 잠을 잘 수가 없어 맥주를 찾았다. 그런데 여긴 맥주를 안 판다는 거다. 그래서 그냥 라그만 하나만 주라고 했다.

10분정도 기다리니 라그만이 나왔다. 내가 아는 라그만은 면요리인데 이건 밥이 한 공기 들어있는 것이었다.

뭐 이것도 나쁘지 않아, 하고 먹었는데 이거 진짜 엄청나게 맛있었다. 진짜 맛있다. 저장해 둔 이유가 있었다. 정말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앞으로 라그만을 많이 찾아서 먹을 것 같다. 토마토가 매운 맛과 이렇게 잘 어울릴 지는 몰랐다. 짬뽕 국물에 토마토를 넣었는데 그게 기가막히게 어우러진 맛..? 그런 맛이다. 그런데 채소들도 너무 맛있고, 고기도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그릇째로 비워버렸다. 다만 고수가 많이 들어간 것 같았는데, 나는 이미 타코로 단련되어 있어 고수를 좋아하는 편이라 맛있게 먹었지만 고수를 못 먹는다면 아마 먹기 힘들 것 같다. 겨우 이 가격에 이렇게 맛있는 저녁을 먹어 행복했다. 나 중앙아시아 음식이랑 잘 맞을지도?

식사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식당에서 숙소까지는 30분 정도밖에 안걸렸다.

가는 길에 꽃 시장이 크게 있길래 찍었는데 잘 안 나왔다. 거의 고속터미널 꽃시장이다.

숙소에 돌아와 휴대폰을 충전하고 조금 쉬었다가, 중요한 짐만 챙겨 호수 공원을 산책하러 나왔다. 일요일 저녁인 오늘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솜사탕, 찐옥수수, 빵 등 갖가지 먹을거리를 판다. 애기들이 솜사탕을 하나씩 들고가는게 귀여웠다. 장미 한 송이씩 포장해서 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많은 커플들이 장미를 들고 걷고 있었다...

공원에서 버스킹을 정말 많이 했다. 노래 가사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 잘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형님 엄청나게 잘 부른다. 너무 잘 불러서 가던 길을 멈추고 세 곡을 듣고 갔다. 잘 들어서 남은 현금을 모두 넣고 왔다.

호수 공원을 삥 둘러 산책하니 5키로 정도 걸었다. 알마티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가족들이 많이 보였는데, 아이들이 엄청나게 뛰어 놀고 있었다. 내가 전혀 모르는 곳에 이런 세상이 있었다는걸, 무작정 위험하고 불안정하며 발전하지 못했을거라고 생각한 중앙아시아에 이런 행복한 사람들과 멋진 도시가 있다는 걸 알았다.

바이크 그리고 보드를 타는 아이들도 엄청 많았다. 공원이 커다란 놀이터겠지?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버스킹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왔다. 지나가다보니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 있길래 가봤는데, 여기서는 사람들이 노래를 같이 부르고,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오면 환호하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 동영상도 찍고 나도 같이 음악을 들었다.

알마티 김광석?
무슨 노래인가 싶어 검색해봤다. 지예따 KZ? 아마 카자흐스탄 국민노래인 것 같았다. 사람들 호응이 대단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백만송이 장미 노래의 원곡이 사실은 러시아 노래다. 이 친구는 그 원곡도 불렀는데, 이 노래도 사람들 호응이 굉장했다. 그렇게 구경하고 이제 정말 가려고 했는데, 어디서 익숙한 노래가 들려왔다. 전주가 굉장히 익숙해서, 내가 아는 그 노래가 맞나 싶어 잠시 길을 멈추고 들었는데 그 노래가 맞았다. 러시아 밴드 끼노의 '혈액형'인데, 러시아어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 들려준 이후로 나도 정말 많이 찾아서 들은 노래였다. 하도 많이 들어 가사도 다 외운 노래를 알마티 와서 들을 줄은 몰랐다. 얼른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풀로 찍었다. 너무 좋아서 끝나고 박수도 열심히 쳤다. 그런데 현금은 없어서 돈은 못 줬어...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숙소 앞 매점으로 와서 카자흐스탄 맥주처럼 생긴 캔맥주를 하나 골랐다.

거위 맥주?인가보다. 맛은 그냥 그랬다. 역시 맥주는 유럽이 잘해.

이후 숙소에 들어와 씻고 빨래하고, 내일 떠날 짐을 챙긴 후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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