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9.23.(화)
파미르 여행 - 사실 이번 여행 전체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의 숙소에서 잤기 때문에, 조식을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 파미르 여행 중에는 뭘 딱히 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활동량이 많아서 그런지 항상 배가 고팠다. 이날도 아침에 너무 배가 고파서 조식 시간인 7시가 되자마자 식당으로 내려갔다.

진짜 맛있었다. 두 접시나 먹었다. 주황색 잼 저게 복숭아 잼 같은건데 너무너무 맛있다. 상큼하고 달콤해서 빵이 계속 들어간다(큰일났다). 프렌치토스트는 좀 별로였는데, 토마토 오이 샐러드도 너무 맛있고 하얀색 치즈도 잼과 먹으니까 정말 잘 어울렸다. 소시지도 맛있었고... 토마토계란볶음도 있었는데 엄청 먹었다. 함께 밥먹은 아이리스와 Cho가 좀 놀라지 않았을까...
밥을 먹고, 이날의 투어 시작인 10시 30분 전까지 호로그 시내를 구경할 시간이 있어서 호텔 밖으로 나왔다. 호텔을 나와 시내까지 걸어가려고 했는데, 근처에 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은 행렬이 있길래 아무 정보도 없이 같이 따라서서 처음 오는 버스를 잡아탔다.

등교시간이어서 그런지 꼬맹이들이 몇 명 탔다. 옆자리에 앉은 꼬맹이에게 요금이 얼마냐고 물어보니 대뜸 3소모니를 주면서 내라고 하는거다..! 어쩜 이렇게 순수하고 착할 수 있을까. 나도 동전 있다고 보여주면서 내니까 50을 거슬러줬는데, 이때 0.5소모니 단위가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호로그의 버스 요금은 2.5소모니인 것이었다. 0.5소모니 동전 단위가 뭐였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소모니 동전은 은색인데 이건 황동색이었다. 나중에는 0.2소모니(20)도 받았는데, 0.1단위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게 동전을 건네준 아이가 너무 신기해서 이름도 묻고 나이도 물었는데, 데니스라고 했다. 나이는 까먹었다. 중앙아시아에 가면 어딜가나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노는 모습이 보이고, 다들 너무 순수해보여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진다.
일단 버스를 타긴 했는데, 어디까지 가는지도 모르고 내가 가려는 방향으로 가는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호로그의 지도를 보면

Khorog airport 방면 가장 끝의 핀이 내 숙소가 있는 곳이고, 윗 도로와 아랫 도로를 잇는 다리가 있는 쪽이 중심가다. 즉, 숙소에서 중심가로 가는 도로가 한 방향이라 대충 아무거나 잡아타도 괜찮을 것 같았다(그리고 실제로 맞았다).
중심가가 가까워질 때 데니스가 내리길래 나도 함께 내렸다. 악수를 하고 학교 잘 가라고 인사했다.


내가 딱 봐도 이방인처럼 생겼는지 애기들이 다 뚫어져라 쳐다봐서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뿐 아니라 모두들 니하오라고 인사했는데, 처음엔 노 차이니스 이러다가 그냥 지쳐서 나도 니하오라고 받아줬다.
이건 내가 중국인처럼 생겨서라기보다는 타지키스탄에 워낙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오고, 또 중국인이 많다보니 아이들이 동북아시아인을 보면 다 중국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호로그의 명물 Khorog city park쪽으로 걸어갔다.







학생들이 공원을 통해서 등교를 많이 하고 있었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수많은 니하오의 세례를 받았다...


공원을 한바퀴 둘러보기 위해서 쭉 걸었다.



근처에 파미르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공원을 나왔다.



정문으로 들어가니 아무것도 없어서 뭐지? 하고 그냥 나왔다. 나중에 여길 다녀온 아이리스와 Cho에게 들어보니 내가 들어간 정문이 아니라 건물 뒤편의 쪽문으로 들어가야 박물관이 나온다고 했다. 이건 무슨...
둘의 증언으로는 딱히 볼 건 없다고 했다. 입장료는 20소모니(3000원 정도)
파미르 박물관을 나와 호로그를 계속 돌아다녔다.




스타디움/극장은 바로 붙어있고, 거기서 10분정도 걸어가면 호로그 시립대학교가 나온다



안에도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수업을 하고 있어서 갈 수가 없었다. 건물을 한바퀴 둘러보니 뒤편은 좀 많이 낡았다.
대학교 바로 건너편에는 GBAO지역 관청?같은 것이 있다. GBAO는 Gorno-Badakhshan Autonomous Oblast(고르노-바닥샨 자치주)의 약자라고 했다.

호로그는 고르노바닥샨주의 주도인데, 그래서 관청이 있나보다. 얼핏 봐도 타지키스탄 전체 영토의 절반 정도인데, 전체 인구의 3프로 정도만 살고있다고 들었다. 대부분이 파미르 고원지역이서 살기가 힘들 것 같기는 한데...

호로그 시립대 옆에는 또 강을 건너는 도보다리가 놓여있다.

더 이상 걸어갈 곳이 없어보여서 다시 숙소쪽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지제브 마을에서 먹을 생수를 사야해서 마트에 들렀다.





생수를 사고 또 아무 버스나 하나 잡아탔다. 대충 숙소쪽으로 갈 것 같았는데 역시 맞았다. 숙소 바로 앞에서 하차했다.

그렇게 방에 들어와 짐을 챙기고 시간에 맞춰 로비에 나와 다시 짐을 차에 싣고 길을 떠났다. 이날은 호로그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루숀에서 Bartang valley로 1시간 정도 들어가면 나오는 작은 오지마을 지제브(Jizev)에 가서 하루 자고오는 일정이었다.
파미르 여행에 대해 알아볼 때부터 굉장히 인상깊게 봐서 가보고 싶었던 마을이다. 내가 본 블로그는 투어 없이 루숀에서부터 걸어가다 히치하이킹을 통해 지제브 마을로 들어가 굉장히 오래걸리고 정말 오지라는 기분을 느꼈을 것 같은데, 나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다보니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차를 타고 간 뒤 1시간 반 정도 트레킹을 하면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딸깍으로 파미르 여행을 하고 있었다. 좋기는 한데... 고생을 하고 싶어 떠난 여행을 너무 편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루숀에 도착한 뒤로도 바르탕 협곡을 따라 계속해서 들어간다. 이쪽도 길 상태가 무척 난감하다.
바르탕 밸리를 따라 마을이 계속 이어저있었다. 지나가는 길에 화장실을 가려 한 마을에 잠시 들렀다.


지루한 차 타기가 끝나고 트레킹 시작점에 도착했다.






다리를 건너 걸어갔다. 그간 했던 하이킹에 비하면 고도도 낮고 길도 평탄한 편이어서 엄청 쉬웠다. 경치도 멋져서 경치를 즐기며 올라갔다.












1시 반쯤 시작한 트레킹, 3시쯤 지제브 마을 초입에 도달했다.



우리는 Gulha's guesthouse에 묵었는데, Gulha 이 분이 지제브 마을 이장님인데 관광객 오면 본인 집 한켠을 내어주는 거라고 했다. 이분은 영어 러시아어가 굉장히 능통하다.

알렉스와 이야기하다보니 일행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웰컴티와 과자를 먹고 마을을 둘러봤다.



















애기들이 축구공을 가지고 놀길래 같이 축구를 했다. 엄청 못하지만 이리저리 열심히 뛰어다녔다. 애들이랑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러시아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이장님이랑 이야기해보니 애기들은 파미르어만 알고, 나중에 루숀의 학교에 가서 영어나 러시아어를 배운다고 했다. 관광객들이 오면 애기들이 영어나 러시아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고 자기들도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게 좋다고도 하셨다. 그 외에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여러 리뷰대로 정말 착하고 좋으신 분 같았다. 한결같은 증언의 이유가 있었다...



저녁시간이 되어 밥을 먹었다. 산골짜기에서 많은 걸 기대해서는 안되기에 기대를 안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특히 감자가 너무 맛있었고(이건 중앙아시아 공통이다) 오른쪽에 놓인 파스타? 비슷한것도 되게 중독적으로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갔다. 인터넷도 안되고, 할 수 있는건 이야기하고 오프라인 저장해 둔 음악을 듣는 것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다들 각자 할 것을 하길래 나도 패드로 르벡 적분 이론을 훑어봤다. 챕터1에서 지지고 볶은 정리들이 대충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르벡 적분에서는 y축으로 잘라 적분을 한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굉장히 흥미로워서 얼른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다.
9시쯤 모두 잠들었다.
25. 9.24.(수)
6시 반쯤 일어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을을 다시 돌아보다 이장님과 만나 또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하다 뒤편에 사과 나무가 보여 물어보니 따먹어도 된다고 하셔서 얼른 잘 익은 것 하나를 골랐다.


이건 품종이 다른지 과육이 굉장히 하얗다. 날씨가 시원해서 그런지 냉장고에 넣어 둔 것처럼 먹을 때 굉장히 시원하고 달콤했다. 너무 맛있어서 하나 더 따먹었다.

그러고 있다보니 아침이 나왔다. 생각지도 않게 계란부침이 나왔는데, 짭조름하니 빵과 먹으니 맛있었다.

8시쯤 지제브 마을을 떠나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은 역시 훨씬 더 쉬웠다.


9시 반쯤 모두 내려와 칼라이쿰으로 떠나는 여정을 시작했다. 길은 여전히 험하고, 우리는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왼쪽에 두고 판즈 강을 따라 깊은 협곡을 달리기 시작했다.
알리추르에서 랑가르로 가는 길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면, 루숀에서 칼라이쿰으로 가는 길은 파미르 여행의 두 번째가는 경치라고 할만하다. 이곳도 정말 아름다웠다. 타지키스탄의 자연환경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그렇지만 저번에 일어난 아프간 마을 촬영 사태로 인해 사진은 거의 찍을 생각도 안하고 눈으로만 경치를 담았다.
그리고 그 사건은, 다행히 잘 해결되어 경고로 끝나고 우리의 가이드 사딕은 아무런 벌금도 내지 않았다. 조와 조이가 반성을 좀 할 줄 알았는데, 지제브 마을에서도 온통 자기들이 왜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남들도 다 하는데 우리한테만 사진을 지우라고 한 거 아니냐, 등등... 답답한 소리를 계속 해댔다. 그냥 나랑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관련된 얘기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만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이 둘은 아프간 마을이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차 안에서만 열심히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댔다.
1시쯤 점심을 먹으러 휴게소 같은 곳에 들렀다.




점심을 먹고도 계속 달렸다. 길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최대속력은 40키로/h도 되지 못해서 가는 길이 한참 걸렸다.


그렇게 지제브 마을에서 200여키로, 7시간 이상을 달려 칼라이쿰(Qalai-Kumb)에 도착했다. 칼라이쿰은 고르노바닥샨 자치주의 거의 끝으로, 파미르 하이웨이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이다.

우리는 칼라이쿰 마을이 아니라 조금 더 이동한 Zing 마을에서 묵을 예정이어서, 마트에 들러 필요한 걸 사라고 했다.


어차피 저녁, 아침이 포함이라 아이스크림 하나를 샀다. 3소모니.

숙소에 도착하니 와이파이가 되긴 하는데, 엄청 미약했다. 지제브 마을에서 못씻었기 때문에 얼른 샤워를 하고, 밥을 먹기 전까지 열심히 수학 공부를 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밀린 블로그 글을 올리고, 사진 업로드에 한참 시간이 걸려 다시 수학공부를 했다.
이때가 되어서야 타지키스탄 역사에 대해 찾아보려 했던 것이 생각나 나무위키를 정독했다. 유튜브를 보기엔 인터넷이 너무 느렸고... 11시쯤 잠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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