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9.25.(목) ~ 25. 9.26.(금)
파미르 여행의 마지막 날. 칼라이쿰의 숙소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를 둘러봤다.



아침 시간은 7시. 숙소를 둘러보고 얼마 안 있어 아침시간이 되었다.


붉은 저 잼이 맛있어서 나머지 잼은 한 입씩만 먹고 저것만 계속 먹었다. 빵을 얼마나 먹은지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맛있다. 저건 백프로 주인아주머니가 수제로 만든 잼인데, 진짜 맛있다. 혹시 칼라이쿰 근처로 간다면... 단지 저걸 먹으러 칼라이쿰에서 5키로 정도를 더 가야하는 Guesthouse Zing으로 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저걸 대용량으로 사서 여행 내내 들고다니고 싶었다.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8시에 게스트하우스를 떠났다. 이날의 목적지 두샨베까지는 350여키로, 운전 시간만 6시간이 조금 덜 걸리는 긴 여정이었다. 중간에 점심을 먹고, 게스트하우스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4~5시는 되어야 여정이 끝날 것 같았다. 계속되는 이동에 몸이 점점 지쳐갔다. 지대가 낮아지니 날도 계속 더워지는데, 흙먼지가 많아 창문을 활짝 열지도 못하고 에어컨은 틀어도 시원하지 않아서 앉은 자리가 너무 뜨거웠다. 반바지를 입었어야 했는데...

계속 그랬듯, 우리는 파미르 하이웨이 위를, 판즈강을 따라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을 왼쪽으로 끼고 달린다. 칼라이쿰부터 두샨베까지는 대부분의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 이날은 승차감이 좋았다. 차가 덜컹거리지 않고 조용히 이동하는게 오히려 이상했다.


두샨베와 칼라이쿰 중간쯤 있는 도시 쿨롭(Kulob)에 도착하기 조금 전 검문검색대에 들러 전체 인원이 차량에서 내려 여권을 검사받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에서 파미르 하이웨이가 끝나는 것 같았다. 두샨베 방향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이곳이 파미르 하이웨이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9일간의 파미르 여행에서 총경비 750달러 정도를 사용했다. 하루에 12만원 정도를 사용한 셈이다. 너무 비싼 금액이어서 고민도 많이 했고,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 걱정도 많았는데 여행을 끝내고 나니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는 여행이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직접 하이킹하며 그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혼자였다면 접근이 어려웠거나 비싼 금액으로 흥정해서 갔어야 할 하이킹 포인트를 걸으며 멋진 경치를 본 건 참 값진 경험이었다. 와칸 회랑 역시 외교부의 여행경보 3단계 철수 권고 지역이어서 엄두도 못냈는데, 투어 덕분에 직접 방문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어 돈값을 한 것 같다. 알리추르에서 랑가르로 가는 길에서 본 거대하고 깊은 협곡과 장대한 설산의 풍경은... 앞으로도 계속 잊지 못할 것 같다.

쿨롭은 꽤나 큰 도시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황량했다. 사막도시에 온 것처럼 하늘도 뿌옇고 나무 하나 없는 모래언덕뿐이었다. 이날이 유독 날씨가 안좋은건지, 아니면 공해 때문에 원래 하늘이 이런건지 모르지만 하늘이 완전히 잿빛이었다. 파미르 고원에서 내내 푸른 하늘만 보다 잿빛 하늘을 보니 정말 이상했다. 도시에 사람들은 많지만 너무 어두워서, 어떠한 매력도 찾기 어려워보였다.
쿨롭에서는 주유소에 들러 기름만 넣고 떠났다. 지금까지 파미르 하이웨이를 달리며 잠깐 지나친 마을 - 무르갑이나 이쉬카심 같은 곳 - 은 하룻밤 묵었다 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는데, 쿨롭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도시였다고 하는데... 인상이 별로였다.
그래도 유서깊은 도시답게 근교에 요새 유적이 있었다.

건너편에는 박물관이 있고, 박물관과 요새 입장료는 합쳐서 40소모니(5달러가 좀 안된다)였다. 하늘이 너무 잿빛인데다가 예전 모습은 전혀 남아있지 않고 몇 년 전 새로 지은 것 같은 모습이어서 들어갈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모두 이곳은 그냥 건너뛰기로 했다.
잠시 화장실 갔다 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이, 하교 시간이었는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쏟아져나왔다.

타지키스탄은 그냥 전체적으로 인터넷이 잘 안 되는데다가, 이런 시골은 인터넷이 명목상으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서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유튜브와 숏츠 / 릴스에 절여지지 않은 순수함이라고 해야할까... 예전에도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알마티에서 유모차에 탄 아기들이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다니는 것에 너무 충격을 받았었는데, 타지키스탄 특히 파미르 지역에서는 그런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게 아이들에게 오히려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쿨롭에서 두샨베로 가는 길의 60프로 지점에 정도에는 타지키스탄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노박(Novak) 저수지가 있었다. 여기도 예쁘긴 한데, 파미르를 보고 와서 그런지 그냥 그랬다.
그래도 파노라마 뷰포인트가 있다고 해서 잠시 멈췄는데, 시장 같은 것이 형성되어 있었다. 파는 것은 모두 똑같다. 석류시즌인지 석류가 엄청 많이 보였고, 견과류, 건과일, 석류를 압착해서 만드는 석류주스 등을 팔았다.


석류를 사기엔 부담스러워서 건과일처럼 생긴 것을 하나 샀다.

음... 맛이 없었다. 맛이 없을뿐 아니라 이상했다. 무슨 맛이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한국사람들 중 맛있다고 할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맛이었다. 다른 투어 참가자들한테도 한입씩 나눠줬는데 다들 별로라고 했다. 나중에 사마르칸트에 와서 보니 이곳 시장에도 이걸 팔던데, 먹다보면 맛있어지는걸까?
그 후로도 계속 달렸다. 파미르 하이웨이가 끝나고 나서는 풍경도 심심해지고, 바깥을 보는 재미도 없어 얼른 두샨베에 도착하기만을 바랐다. 3시쯤 두샨베에 도착했다. 마지막에는 우리가 예약한 숙소 바로 앞까지 픽업해주는 정말 좋은 서비스가 있었다.

두샨베에서 가장 유명한 게스트하우스는 두샨베 국제공항 바로 위쪽의 체크포인트 방면에 위치한 그린 호스텔이고, 여행자를 위한 대부분의 호스텔은 첨부한 지도의 오른쪽에 위치한 세 개의 체크포인트 근처에 몰려있다. 같은 차를 탄 나머지 3분은 모두 저쪽에 내렸는데, 나는 강 왼편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었다.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는데...
일단 두샨베 다음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로 가야 했는데, 사마르칸트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타지키스탄의 국경도시 판자켄트로 이동해야 했다. 판자켄트로 가는 쉐어택시는 보통 200소모니~300소모니에 구할 수 있는데, Dushanbe 2 기차역 근처에 있는 Asian Express Terminal(지도에 왼편 Dushanbe 2 왼쪽 아래에 erminal만 나와있는 바로 그곳)에서는 매일 아침 일찍 단 한 대의 버스가 판자켄트로 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네이버 블로그 후기를 본 결과 최소한 아침 7시까지는 가야 티켓을 구할 수 있다고 했는데, 강 오른편에 호스텔을 구하면 아침에 이동하는게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중앙아시아에서 사용하는 택시앱인 얀덱스에 등록해놓은 카드는 타지키스탄 소모니로 결제가 안되어서 택시를 타는 것도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숙소를 서치하다가 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10분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숙소를 하나 발견해서 바로 그곳을 예약했는데, 1박에 겨우 60소모니(7달러도 안된다)여서 가격도 착해 이곳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최악의 숙소였다.
두샨베에 도착해서 본 시내 모습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맛보는 문명의 모습이었다. 타지키스탄은 대통령이 30년간 독재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타지키스탄 어딜 가든 이 사람 포스터를 볼 수 있는데, 타지키스탄의 국경검문소 그리고 처음 도착한 마을 카라쿨에서부터 파미르 여행 내내 이 사람을 봤다. 체형이나 분위기가 존경할만한 모습과는 좀 거리가 멀어보이던데, 찾아보니 역시 전형적인 독재자였다. 바로 이 사람이 국가의 체면을 많이 신경써서 수도인 두샨베의 외관에 관심을 두고 잘 꾸며놓았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예뻐서 놀랐다. 특히 대통령궁과 근처의 공원, 타지키스탄의 국민영웅인 이스마일 소모니 기념공원은 꽤 잘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두샨베에서는 이틀을 묵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다음날 다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내를 이리저리 구경했다.

내 숙소가 너무 외진 곳에 있어 가이드도 길을 잘못들어 한참 돌아다니다가 겨우 찾았다. 가이드가 계속, 너 진짜 여기에 숙소가 있는거냐, 진짜 여기서 잘거냐, 그냥 다른데로 가는게 낫지 않겠냐고 했지만 나는 계속 여기가 터미널에서 제일 가깝고 나는 아침 일찍 떠나야한다고 그랬다. 가이드 말을 잘 들어야 했는데...
그렇게 도착한 숙소는 두샨베의 ANISA 호스텔. 5시쯤 겨우 도착했다. 혹시라도 나처럼, 버스터미널이 가까워 이곳에 묵으려는 한국인이 있다면 극구만류하고 싶다.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곳이다.
일단 체크인하려고 하니까 갑자기 1박당 70소모니을 달라고 했다. 오랜 이동으로 지친데다가 숙소 모습이 좀 많이 이상해서 불안했는데 처음부터 이러니까 정말 짜증났다. 계속 실랑이하다가 예약내용대로 60소모니로 확정을 하고, 120소모니를 먼저 지불하고 방에 짐을 풀었다. 방 상태가 정말 좋지 않다. 그래도 어쩔수없지, 하고 짐을 풀고 배가 고파 주위도 둘러볼 겸 밖으로 나왔다.

지도상으로는 숙소에서 터미널까지 가려면 좀 돌아가야 했는데, 가로질러가는 길이 있었다. 럭키, 하면서 바로 터미널쪽으로 이동했다. 숙소와 터미널 사이 빈 공터는 사실 경찰서인데, 되게 큰 경찰서가 있었다. 도로에는 경찰차가 엄청 주차되어 있었고, 그래서 치안은 좋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5분정도 걸으니 바로 터미널이 나왔다.


안에는 온통 상점이었다. 매표소를 가봤는데, 불이 꺼져있고 두 사람만 앉아있었다. 영어가 통할거라고는 기대도 안하고 더듬더듬 내일, 나, 원하다, 가다, 판자켄트, 버스 몇 시 라고 러시아어로 말했는데 이 사람이 엄청 웃으면서 자기 영어 할 줄 안다고 하면서 막 설명을 해줬다. 러시아어 못한다고 했는데 아니다, 자기는 다 알아들었다고 하면서 엄청 웃었다. 뭐...좋은게 좋은거겠지. 그리고 이 사람이 내가 웃겼는지 자기 연락처를 주면서 타지키스탄에서 문제 생기면 이 연락처로 왓츠앱하면 자기가 통화해서 타지키스탄어로 문제 해결해주겠다고 말했다. 너무 고마웠는데, 저는 타지키스탄 심카드가 없어서 와이파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답니다...

이 사람이 말해준 정보에 따르면, 판자켄트로 가는 버스는 매일 1회 8시에 출발하는데, 표를 구하려면 일단 최소 7시까지는 오고, 아무리 늦어도 7시 30분 전까지는 와야 표를 구할 수 있을거라고 했다.
정보를 얻고 나서 터미널 앞에 아이스크림 매대가 보이길래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3소모니. 점심도 못먹어서 너무 배가 고팠는데, 지도상으로는 근처에 먹을만한 식당이 없는 것 같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식당을 찾기 전 일단 다음날 시내 구경을 하기 위해서, 터미널 앞까지 오는 버스가 어떤게 있는지 알아보려고 정류장 앞에 서서 오는 버스를 다 기록했다. 키르기즈스탄이나 알마티에서는 2GIS를 쓰면 버스 노선도 다 나오는데 타지키스탄에서는 그게 안먹혀서 버스 노선을 찾을 수가 없어서 한 거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얀덱스맵을 이용하면 이게 되더라고... 두샨베 가는 분들은 얀덱스맵 이용해서 버스 타세요.


버스 노선 기록을 끝나고 돌아다니다보니 터미널 바로 옆에 시장이 있다는걸 알게 됐다. 시장에는 먹을게 있지 않을까 싶어 들어갔는데, 구글을 찾아보니 영업시간이 7시까지였다. 7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대부분 정리하고 있고 식당도 문을 닫았었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가서 이리저리 살펴보다 푸드트럭 하나를 발견해서 샤와르마와 삼사 하나를 먹었다. 총 24소모니. 샤와르마가 되게 맛있었다.

버스터미널을 돌아다니다가 시장과 연결된 입구를 찾아서 들어가보니 과일/반찬 코너는 그 시간에도 영업중이어서 조금 구경했다.




그렇게 시장을 돌아다녔는데, 애초에 규모가 큰 게 아닌데다가 시간이 늦어져 별로 볼 게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서 씻고, 느린 와이파이에 겨우 연결해서 블로그를 올렸다. 사진을 다 올리는데 거의 30분 이상이 걸리는 대단한 스피드였다. 남는 시간에 계속 수학공부를 했다. 르벡적분의 정의를 계속 공부했었다.
공부를 하다보니 투어 왓츠앱 톡방에 부룬쿨 호수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올라오고, 다들 재밌었다며 한마디씩 남겼다. 나도 조이 아주머니 빼고는 다들 너무 만나서 좋았고, 이야기도 많이 해서 즐거웠었다.

공부를 다 하고 11시쯤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나무위키를 읽고있는데 - 와이파이가 안좋아 유튜브는 못봤다 - 갑자기 옆자리 그리고 아랫자리에 자리한 러시아 형님들이 말을 걸었다. 절대 타지키스탄 현지인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딱 유럽러시아인처럼 생긴 사람들이었는데, 영어와 러시아어를 섞으면서 내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그건 상관없는데,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갑자기 자기 숙박요금을 대신 내달라고 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50소모니가 없어서 숙박요금을 못내고 있는데 한국은 부자니까 돈을 좀 달라고 계속 하는거다. 여기서 화나는 포인트는 나한테는 60소모니 받고 러시아어 잘하는 사람한테는 50소모니를 받은 아까 그 짜증나는 숙소 주인과, 밑도끝도 없이 돈을 달라고 하며 자기들끼리 낄낄 웃어대는 이 러시아놈들이었다. 이해 못하는 척하면서 계속 엥?엥? 거리고 있으니까 번역기로 돌려서 돈 달라고 하는데, 나는 또 번역이 잘 안된다고, 영어 러시아어 잘 못하는척 하면서 계속 넌씨눈을 시전했다. 또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하면서 웃더니 일단 돈달라 사태는 끝났는데, 한 놈이 이번엔 자기가 러시아 포르노 스타라면서 자기 영상을 보여준다고 그러는거다. 진짜 구라 아니고 나한테 있었던 일 맞다...
친구들이 두 명 더 와서 방에서는 엄청 떠들고, 일단 나한테 관심을 끄긴 했는데 자기들끼리 엄청 시끄러웠다. 거의 생명의 위협을 느껴 귀중품을 모두 침대로 가져와 끌어안고 자는척하면서 누워있었다. 너무 피곤했는데 잠도 못자고 그러고 있으면서, 여기에 하루 더 묵었다가는 진짜 뭔 일 생기겠다 싶어서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다음날 아침에 바로 사마르칸트로 뜨기로 했다. 숙박비 60소모니때문에 하루를 더 잘 수가 없었다...
새벽 2시 넘어서 겨우 잠든 것 같은데, 제대로 잠도 못 잤다. 5시쯤 눈을 뜨니 이 러시아놈들은 또 코를 엄청나게 골고 있었다. 사마르칸트로 가는 정보를 다시 한 번 검색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해가 뜨자마자 바로 짐을 모두 챙겨서 나왔다.




아침부터 환경미화원?분들이 거리와 학교를 엄청 쓸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어제 봤던 시장의 식당으로 가서 삼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 이후로 배가 계속 아프다. 생선튀김인지 리뾰시끼인지 모르겠는데 이것 때문인게 분명하다.
삼사를 계속 기다렸는데 7시 10분이 넘어도 안나오길래 일단 버스티켓을 사러 갔다. 터미널에 가보니 내 앞에 3명의 외국인이 있었다. 어? 그런데 얼굴이 굉장히 익숙했다. 엥겔스 피크 하이킹 정상에서 두 명의 덴마크 출신 형제를 만났는데, 그 둘을 다시 만난 것이었다. 정상에서 30분정도 같이 이야기했었는데, 며칠 뒤 두샨베의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너무 반가워서 인사하고 그간 여행한 이야기를 했다. 이 형제는 타지크어를 할 줄 알아 버스 티켓 구매하는 것도 도와주고 버스도 같이 찾아서 탑승을 했다. 형제 말고도 스페인에서 온 하이커 한 명이 같이 있었는데, 이 셋은 판자켄트 근처의 하이킹코스로 가서 2박3일 산 속에서 캠핑을 하고 사마르칸트로 간다고 했다.
8시에 버스가 출발한다고 했는데, 이들도 아침을 안먹어서 터미널에서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녔다.

삼사 두 개를 먹고 다시 버스에 탔다. 트렁크가 작아서 내 배낭을 직접 챙겨야했는데, 버스가 한 두자리가 남아서 가장 뒤편에 앉아 가방을 좌석에 두고 기대어 갔다. 8시가 조금 넘어 버스가 출발했다.





전날 잠을 못 자서 타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자고 있는데 버스가 너무 흔들려서 깨니 경치가 대단한 곳을 지나고 있었다. 이곳은 파미르와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은 멋진 경치였다.




타지키스탄은 산간지역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경치가 너무 예쁜 것 같았다.
11시쯤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화장실을 다녀와 버스에 앉아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과자를 주셨다. 볼쇼이 스빠시바...하고 열심히 받아먹었다.

크래커를 먹고 있는데 앞에 앉은 소년이 갑자기 내게 땅콩과 물을 건넸다. 이건 진짜 뭐지 싶어서 괜찮다고 했는데 받아달라고 해서 또 고맙다고 하고 받았다. 이런걸 보면 현지인들은 정말 착한데... 전날 만난 그 러시아놈들이나 숙소 주인 같이 가끔 짜증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전날의 기억으로 타지키스탄의 마지막 모습이 안좋게 기억될 것 같았는데 이분들 덕분에 타지키스탄의 정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호의를 많이 얻어간다.

그렇게 버스는 계속 달린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계속 잤는데, 길 상태가 안좋아서 버스가 굉장히 흔들려 계속 깼다 잤다 반복했다. 1시가 좀 넘어서 판자켄트 터미널에 도착했다.

내려서 보더, 보더 하니 어떤 아저씨가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터미널 바로 앞에 1번 마슈르트카가 있는데 그걸 같이 탔다. 요금은 2소모니.
판자켄트 중앙시장에 도착하자 기사님이 나를 부르며 내리라고 했다. 또 스빠시바, 하면서 내려서 걸어가니 보더, 보더하는 택시기사들이 있었다. 공급이 굉장히 많아서 흥정은 바로 됐다. 사실 흥정이라고 할 것도 없이 바로 20소모니를 불렀는데, 인터넷에서 찾은 가격과 같아서 바로 택시에 탔다. 국경까지는 15~20키로 정도를 움직여야 했다. 마슈르트카나 버스는 없어 택시가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그렇게 국경에서 도착하니 2시가 조금 안됐다. 그 후로 국경을 넘으려면 꽤 많이 걸어야 한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 국경을 넘을 때는 얼마 안걸었는데 여기는 좀 많이 걸어야 한다.

국경통과는 뭐 물어보는 것도 없이 바로 도장을 찍어줬다. 우즈벡 국경을 통과할 때 드론이 있는지만 물어봤다. 국경을 나오니 사마르칸트 가는 택시 호객이 시작됐다. 여기 시세를 안알아보고 얀덱스가 되겠지, 생각하고 왔는데 진짜 멍청한게 유심카드가 없어서 데이터가 안된다는걸 깜빡한거다. 어쩔수없이 아저씨들이 말하는 가격에 가야했다. 일단 환전을 하려했는데, 국경에서 달러를 우즈벡 숨으로 환전할 수 있었다. 1달러에 12110숨이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타지키스탄 소모니를 환전하려면 국경에서밖에 못할 것 같아서 이걸 환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설환전소가 없고, 공식환전소에서는 달러/유로/루블만 취급해서 소모니를 바꿀 수가 없었다. 다행히 푸드트럭?에서 바꿔줬는데, 대충 계산해본 환율은 1소모니당 1300숨이었다. 아저씨가 1소모니에 1250숨으로 해준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환율을 잘 쳐줘서 남은 290소모니를 전부 환전했다. 계산해보니 2000원 정도를 수수료로 준 셈인데 이정도면 기쁘게 줄만했다.
이제 택시를 타야했는데... 요금을 모르는 상태에서 삼십만을 부르길래 어찌저찌 하다가 겨우 사마르칸트의 중심 레기스탄 광장까지 십만 숨에 합의를 봤다. 거의 40키로 떨어진 곳인데, 십만 숨이면 9000원 정도라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런데 택시 타보니 옆 아저씨들은 5만숨에 간다는거다. 씨, 또 속았어 하면서 도착해서 5만숨만 내고 배째야겠다 생각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맵스미에 요금이 나와있었다.

사마르칸트까지는 40키로 정도를 이동해야 했다. 도중에 아저씨들은 사마르칸트 이곳저곳에 내리고, 내가 가장 마지막에 내리게 되었다. 이동시간이 너무 긴데다 전날 쭉 이동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너무 피곤했다.

사마르칸트 시내는 또 차가 굉장히 밀려서 피로도 max인 상태였다. 내려서 5만숨을 주니까 기사가 또 뭐라뭐라 하면서 십만숨 달라고 했는데, 나는 또 노말 프라이스 노말 하면서 싸우다가 그냥 이거 먹고 가라, 하고 십만 줬다. 너무 피곤해서 더 싸울 힘이 없었다. 여행을 얼마 안했지만 택시기사들을 상대할 때마다 항상 기분이 나빠진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을 등쳐먹으려는 그 태도가 너무 기분나쁘게 한다. 이동하면서 아내처럼 보이는 사람하고는 되게 자상하게 전화하던데, 저런 사람들도 집에 가서는 좋은 아빠이자 가장이겠지, 생각하면 정말 기분이 오묘하다. 하여튼...택시기사들이 너무 싫다. 그래서 얀덱스를 이용하는게 참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만 국경에서는 인덱스를 쓸 수가 없었고..ㅠㅠ
기분 나쁜 상태로 택시에서 내려 바로 통신사를 찾아가서 Beeline으로 일주일 심카드를 샀다. 가격은 45000숨, 4천원 정도.
사마르칸트 와서 느낀게, 다마스가 진짜 무지하게 많다. 거의 5대 중 1대는 다마스고 3대 중 2대꼴로 대우나 쉐보레가 보인다. 어차피 대우를 쉐보레가 인수했으니 그게 그거지 뭐... 지금은 한국기업도 아니지만 쉐보레 마크를 보면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간다.
심카드를 개통하고 숙소를 찾기 전 바로 옆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개통한 심카드로 오랜만에 인터넷이 원활하게 됐다. 부킹닷컴을 찾아보니 상태 좋고 위치도 레기스탄 광장에서 도보로 5분 정도인데다가, 후기도 좋고 가격도 1박에 12달러 정도인 곳이 있어 바로 3박을 35달러에 예약했다. 걸어서 5분도 안걸려 바로 숙소에 도착했다.
전날 묵은 숙소가 너무 최악이어서 그랬는지 숙소가 너무 좋아보였다. 사장님 부부도 굉장히 친절하고 한국인이라고 하니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연발하셨다. 방 상태가 좋고 공용공간도 훌륭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짐을 풀고 오랜만에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너무 힘들어서 몸 보신을 해야 할 것 같아 근처에서 제일 유명한 샤슬릭가게를 찾아갔다.



샤슬릭, 맥주에 침착맨 보면서 밥 먹으니까 너무 행복했다. 피곤해서 그런지 겨우 맥주 한잔에 알딸딸해졌다. 사마르칸트는 우즈벡에서 유일하게 서비스차지가 붙는다. 15프로였던 것 같다. 좀 아깝긴 했는데... 총액 94000숨이 나왔다. 싸게 기분좋게 몸보신을 했다.

나와서 마트에서 빵을 하나 샀다.


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레기스탄 광장으로 가봤다.

뭐라고 해야할까, 사람도 엄청 많고 노점상도 굉장히 많았다. 내가 어릴적 목포 외갓집에 가면 저녁에 평화광장이라는 곳을 많이 갔었는데, 딱 거기가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멀리서 둘러만보다 숙소로 들어왔다.
숙소에 가서는 씻고 유튜브만 보다가 잤다. 너무 피곤해서 정말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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