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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중앙아시아 기행] 16. 사마르칸트 시내 탐험하기

by Orthy 2025. 9. 30.

25. 9.27.(토) ~ 25. 9.28.(일)
아침 7시 반쯤 일어나 바로 옷을 갈아입고 시내 구경을 하러 떠났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 가장 사막기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데 낮의 태양이 무척이나 뜨겁다는 말이다. 해가 한창 강하게 내리쬐는 오후에는 도저히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아침 일찍 구경을 시작해 오후에는 숙소에서 쉬고, 저녁에 다시 나가는 식으로 관광을 하려 했다.

숙소에서 5분쯤 걸어가면 사마르칸트의 중심 레기스탄 광장이 나온다. 내가 있는 숙소는 Hostel.uz라는 숙소인데, 1박에 12달러 수준에 위치가 좋고 사장 부부가 청결에 상당히 진심이라 청소하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어 너무 마음에 드는 호스텔이다. 두샨베에서도 이런 곳이 있었겠지..?

아침의 레기스탄 광장

간단한 역사 설명?

사마르칸트(Samarkand)는 티무르 제국의 수도였던 곳이라고 들었다. 칭기즈칸 사후 몽골 제국이 여러개의 칸국으로 나뉘었고, 칸은 칭가즈칸의 직계혈족만이 될 수 있었다. 티무르 제국을 세운 아무르 티무르는 외가가 칭기즈칸의 직계혈통을 이르는 말인 황금씨족이었지만 직계는 아니었던 탓에 칸이 될 수 없었고, 장군?을 뜻하는 아무르가 되어 오히려 칸국을 정벌하고 다녔다는 설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전부터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 융성하던 사마르칸트는 티무르 제국의 수도가 된 후 더욱 번영했는데, 사마르칸트 인근에서 태어나 도시에 애정이 많았는지, 티무르는 정벌을 통해 얻은 부를 축적해 사마르칸트에 모았다. 사마르칸트에 남아있는 많은 건축물들이 티무르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무르 티무르는 서쪽으로는 터키, 동쪽으로는 중국에 맞닿은 대제국을 건설했는데, 중국 원정 중 병사했다고 한다. 우즈벡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티무르를 민족의 정체성이자 우상으로 본다. 그래서인지 사마르칸트 곳곳에서 티무르와 관련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이따 갈 구르 아미르도 티무르의 영묘(무덤)이다.

레기스탄 광장은 티무르 시대부터 몇백년에 걸쳐진 메드레세(학교)가 모여있는 곳이다. 중세 유럽에서 학문의 암흑기를 지나는 동안 인류 지식의 발전은 이슬람 문명권에서 이루어졌는데, 학교를 이렇게 커다랗게 세워놓고 학업을 장려했다니 그 이유를 알만하다.

우측의 쉬르다르(Sher-Dor) 메드레세
좌측의 울르그벡(Ulugh-Beg) 메드레세
쉬르도르 메드레세를 더 가까이서 찍다
위쪽에 호랑이가 그려져있다.

쉬르도르라는 말이 '호랑이가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상숭배를 엄격히 금하는 이슬람 문화 때문에 이슬람 문화권에서 기하학적 패턴이 아닌 동물을 건물에 그려넣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울르그벡은 티무르의 자손이자 티무르 제국의 왕인 동시에 수학과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사마르칸트에는 울르그벡 천문대도 있다. 울르그벡 메드레세에서는 수학, 과학 중심의 학문이 연구되었다고 들었다.

정면의 틸라칼리(Tila-Kari) 메드레세

1-2년전 레기스탄 방문 후기만 해도 틸라칼리 메드레세의 푸른 돔이 공사중이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새파란 하늘색 돔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틸라칼리 메드레세는 신학교라고 했다.

레기스탄 광장에 들어가려면 울르그벡 메드레세쪽에 있는 매표소에서 입장티켓을 구매해야 했다. 일단 요금을 모른채 티켓부스로 가봤다.

가는길에 국가유산청에서 세운 KOREA벤치가?
엥?

나중에 사마르칸트를 계속 둘러보니 저렇게 생긴 벤치와 쓰레기통이 무척 많았다. 정부 차원에서 우즈베키스탄 투자에 공을 많이 들이나보다.

티켓부스에 가보니 입장료는 십만숨, 우리 돈으로 12000원 정도? 하... 이놈들 입장료 장사가 장난 아니었다. 큰 돈은 아니지만 들어가서 볼만한 가치가 있을까 궁금해 인터넷 서핑을 열심히 해봤는데, 안에는 역사 전시도 있지만 대부분이 기념품 상점으로 변한데다가 포토 리뷰를 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 큰 차이도 없어 보였다. 갈까말까 고민을 했는데, 먼저 내가 지금 달러가 거의 떨어져 현금이 부족한 상태라서 우즈벡에서는 조금 긴축재정을 해야했다. 카드로 결제가 되긴 하는데 주요국가가 아니라서 트레블월렛 카드의 환율이 상당히 안좋은 것도 한 몫 했다. 그리고 파미르 여행에서도 그랬지만, 난 역사 속 모습 그대로 있는 유적을 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메드레세를 복구한다고 온통 갈아 엎어버리고, 에어컨 실외기 통풍시설을 덕지덕지 칠해놓은 메드레세를 구경하는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우즈벡 여행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면 그냥 봤을 것 같은데 앞으로 여행해야 할 나라도 많고 볼 것도 많아서 레기스탄 안을 둘러보지 못하는게 크게 아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밖에서 둘러보는 걸로 레기스탄 구경을 마무리했다.

울르그벡 천문대 뒤편으로 돌아가면 안쪽 뷰도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 틸라칼리 메드레세의 뒤편까지 길이 이어져 있었다.

왼쪽의 건물이 틸라칼리 메드레세
경비원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음, 확실히 앞에서 보는 모습이 더 예뻤다. 뒤쪽은 잘 안보이는 부분이라고 조금 신경을 덜 쓴 것 같았다.

앞으로 사마르칸트를 구경하면서 수없이 돌아올 레기스탄 광장이어서 자세한 구경은 이쯤에서 마치고 티무르가 묻혀있다는 구르아미르로 걸어갔다. 레기스탄 광장에서 걸어서 15-20분 정도 떨어져있는데다 가는 길이 잘 꾸며져있어 걸어가는 것이 좋다. 택시를 타기에는 조금 애매한 거리가 아닌가 싶다.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우즈벡 민족의 시인들을 기념하는 동상?이라고 했다.
공원에 밤나무가 있었는데, 껍질이 조금 특이했다.

그렇게 걸어가면 구르아미르의 초입에 도착한다. 티무르가 존경한 스승을 모신 루호보드 영묘(Rukhobod mausoleum)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여긴 입장료가 없고, 건물이 그렇게 화려하지 않아 나말고 관광객이 딱 두 명이 보였다.

루호보드 영묘
여러 사람을 함께 기리고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가족들이 함께 모셔져있는데, 정확하지 않다.

잠시 둘러보고 구르 아미르로 향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구르 아미르(Gur-Amir)는 티무르 제국을 세운 아미르 티무르가 묻힌 곳이다. 생전의 대단했던 위세를 보여주듯 무덤도 무척이나 화려했다.

영묘의 입구
저 타일 장식이 너무나 화려하다
입구에서 찍은 구르 아미르의 정면 모습

여기는 입장료가 75000숨. 미친거지 그냥... 그래서 역시 여기서도 구르 아미르 근처를 돌아다니며 사진만 찍었다. 인터넷 서핑을 열심히 한 결과 여기도 가서 볼만한 건 없어보였고, 사마르칸트에서 입장료를 내고 갈만한 유적을 딱 한 곳 고르라면 다음날 갈 아프로시압 유적 근처의 영묘복합단지 샤히진다를 가라는 말이 많아 그곳만 들어갈 생각이었다.

구르 아미르의 미나렛, 돔, 출입문을 한 번에 담아봤다.
예쁘긴 예쁘다
확대

시간이 좀 지나자 단체관광객이 버스에서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사마르칸트가 우즈베키스탄, 나아가 중앙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역사도시이자 관광도시여서 그런지, 서양과 중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 단체관광객들이 엄청 많이 보였다.

잠시 관광객 이야기를 하자면, 사마르칸트에 오니 중국인이 엄청 많이 보인다. 알마티보다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중국에서 출발하는 실크로드의 중요한 거점이라 중국인들에게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도시라서 그런가? 숙소에서도 동양인은 모두 중국인이고, 한국인은 나이 든 분들 몇 분을 본 것이 전부다.

인증샷은 남겨야지
그나저나 저 타일이 너무 화려했다.
전경

단체관광객들을 보는 것도 여행의 한 묘미다. 잘 따라다니면 가끔 영어로 말하는 가이드의 설명도 훔쳐들을 수 있는데, 이날은 러시아어와 중국어밖에 못들었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구르 아미르의 화장실을 찾아다녔다. 내가 알기론 원래 돈을 내고 가야하는데(3000숨) 관리인이 아무도 없어서 그냥 들어갔다. 그런데 화장실이 조금 당황스럽게 생겼다.

개방형 화장실

계속 앉아있으니 현지 학생들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한국에서 경주로 수학여행 가듯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사마르칸트로 수학여행을 오나? 그 이후로도 주요 관광지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거 좀 잘 찍은 것 같다
단체관광객들. 다른 곳을 둘러보다 한시간쯤 후에 다시 구르아미르에 돌아오니 그땐 관광객들이 너무 많았다.

구르 아미르 주변을 대충 둘러보다 지도를 보고 다음에 갈 곳을 찾았다. 근처에 길게 공원이 있어서 한 번 가봤는데 사마르칸트의 대학들이 모여있는 대학가였다.

도로 이름부터 University Boulevard
사마르칸트 시립대학이었던 것 같다

주말이었는데도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학건물로 계속 들어갔다. 얘네도 토요일날 시험보나?

계속 걸었다

지나가는 길에 노점에서 핫도그를 팔길래 하나 먹었다. 되게 조그마한 것이었고, 4000숨. 사진 찍는 것을 깜빡했다. 소시지는 항상 싼마이 맛이지만, 갓 기름에 튀겨져나와 빵이 무척 바삭바삭해서 맛있었다.

그냥 걸었다

끝까지 간 뒤 다시 되돌아왔다. 되돌아오는 길의 끝에는 아미르 티무르가 왕좌에 앉아있는 동상이 있다.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근엄한 티무르 대왕

구경을 마치고 다시 구르 아미르로 돌아왔다.

여기도 공사를 하고있다
구르 아미르도 다시 찍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구르 아미르 근처에 또 다른 유적이 있길래 가봤다. 악사라이(Aksaray) 영묘라는 곳이었는데, 누가 묻혀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사람으로 북적이는 구르 아미르에서 3분?정도만 떨어진 영묘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 왠지 모르게 더 신성한 느낌이 들었다.

악사라이 영묘

문은 잠겨있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다보니 안에서 관리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나왔다. 입장료가 만 숨이라고 했는데, 구글리뷰가 좋기도 하고 사람이 하나도 없는 영묘의 모습이 궁금해 그냥 돈 내고 들어가봤다.

관리인 아저씨가 문을 열어줬다

그런데 좀 부담스럽게 계속 문 앞에 서서 내가 뭐하나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도 나 혼자뿐이라 감시당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ㅋㅋ 부담 준 건 아니지만 왠지 그렇달까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었다.
통로를 내려오니
두 구가 안장되어있었다. 누굴까?

영묘가 무척 작아 딱히 볼 건 없었다. 천장의 타일이 아름답긴 한데 이젠 다 거기서 거기처럼 느껴진다.

좀 둘러보고 있으니 관리인 아저씨가 폰을 달라고 했다. 엥? 했는데 영묘 정중앙에 놓인 휴대폰거치대?에 폰을 올려두고 굉장히 열정적으로 천장 사진을 찍어주셨다.

아저씨가 찍어준 천장 사진
여기다가 휴대폰을 올려두고 밑에 엎드려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셨다.

저 거치대가 회전하는데, 좀 있다가는 동영상을 틀어두고 거치대를 회전시켜 천장의 타일을 한바퀴 돌아가며 동영상으로 남겨줬다. 티스토리가 동영상은 첨부가 안되어서 못 올리지만... 아저씨가 굉장히 열심히 해주셔서 재밌었다.

사람이 전혀 없어서 더 좋았다. 조용한 기분을 느끼고 싶으면 구르 아미르에서 조금만 걸어 여기에 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볼 건 없다.

다시 구르 아미르쪽으로 돌아가는 길에 옆문을 발견했다.

살짝 열려서 안을 조금 구경했다
뒤편은 이렇게 생겼구나

구글 리뷰를 읽어보니 구르 아미르 복원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예전 모습과 복원한 모습에 차이가 좀 큰 것 같았는데,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몇몇 보였다. 내부로 들어가면 박물관에 옛 모습이 미니어처로 전시되어 있는 것 같은데, 포토리뷰로 보니 확실히 현재 모습과는 좀 달라보였다. 내가 쪽문에서 본, 복원되지 않은 구르 아미르의 옛 모습과 복원된 부분 사이에서 왠지 모를 괴리감이 느껴졌는데 아마도 급하게 영묘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슬슬 배가 고파졌다. 숙소 근처에 오쉬를 파는 식당을 봐서 그쪽으로 걸어갔다. 키르기즈스탄이나 카자흐스탄에서는 쁠롭/필라프라고 부르는 볶음밥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쪽에서는 오쉬(Osh, Ош)라고 불렀다. 처음 들었을 때는 파미르 여행을 시작한 키르기즈스탄의 도시 오쉬가 떠올랐는데, 키릴문자로 철자도 같아 헷갈렸다.

다시 래기스탄 광장을 통과한다.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숙소에서 3분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우즈벡 전통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었다. 사마르칸트에 와서 잡은 숙소는 관광지나 식당이 가까워서 참 좋다.

들어가니 사장님이 오쉬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지금 먹을 수 있냐고 하니까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자리에 앉아 30분 정도 기다렸다. 오프라인 저장해 둔 침착맨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사장님 아들딸로 보이는 애기들이 와서 같이 놀았다. 이 아이들도 러시아어를 못하는 것 같았다. 아까 본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을 하나 가져왔었는데, 어느 손에 있는지 맞춰보는 놀이를 했는데 애들이 엄청 꺄르륵대면서 재밌어했다. 그렇게 좀 기다리다보니 음식이 나왔다.

갓 볶아진 오쉬. 맛있었는데 고기 양이 너무 적었다. 고기만 더 많았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기름졌지만 같이 나온 양파 토마토 샐러드와 홍차를 곁들이면 금새 느끼함이 가신다. 그리고 여전히 저 고구마?당근? 같은 노란색 채소가 정말 맛있다.

이렇게 먹고 5만숨, 6000원 정도가 나왔다. 이것도 물가가 정말 비싸진건데, 여전히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정말 저렴하다. 우즈벡 영상을 찾으면서 6년전 빠니보틀 영상을 보니 샤슬릭 한 꼬치에 만 숨 이렇게 하고, 3년전 잰잰바리 영상에서는 2만숨도 안했는데 내가 왔을 때 좀 맛있는 식당은 3만~4만숨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다. 여기는 한국보다도 물가 오르는 속도가 정말 빠른 것 같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싸게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먹어야지

숙소 들어오는 길에 삼사를 파는 전문점이 보여 하나를 사봤다.

왼쪽에 있는건 호박으로 속을 채운 것, 고기는 없다. 당연히 나는 고기 가득한 오른쪽 삼사를 골랐다.

가격은 만 숨, 1200원 정도. 빵이 너무 바삭하고 고기도 많이 들어있어서 정말 맛있었다. 빵 바삭한게 정말 장난아니었다. 게다가 페이스트리였는데, 여기서 크루아상 같은 것도 만들어주면 정말 좋을텐데. 사마르칸트 오니 음식이 다들 너무 맛있어서 행복했다.

12시쯤 숙소에 들어와서 쉬었다. 한낮의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도저히 돌아다닐 수가 없다. 9월 말에도 이런데 7,8월에는 얼마나 더울까? 그늘에 들어가면 조금 살만하지만 햇빛이 너무 뜨거웠다.

유튜브를 조금 보다가 수학 공부를 했다. 이때 일반적인 함수의 르벡 적분 construction 부분을 완료했다.

공부하고 있는데 밖에서 음악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서 무슨 일인가 하고 나가봤다. 숙소 바로 건너편에서 음악이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출장밴드인듯?

무슨 축제인가? 싶어서 구경하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니 꽃이 둘러져있고 안쪽에서는 사람들이 춤추고 있었다. 혹시 결혼식인가 싶어서 그냥 계속 구경하고 있었다. 모인 사람들이 딱 봐도 외지인인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그런 것에 굴할 내가 아니었다.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떠나기 싫어서 한참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와서 악수하더니 어디서 왔냐고 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고 이야기를 했다. 물어보니 결혼식이 맞았고, 자기 사촌누나가 결혼한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우즈벡의 결혼 문화에 대해 쭉 설명해줬는데, 잠시 뒤 신랑이 와서 신랑신부가 서로 절을 하고 사진을 찍으러 간다고 했다. 그동안 하객들은 열심히 춤추고, 사진을 찍은 뒤에는 커다란 식당을 빌려 저녁 늦게까지 논다고 했다. 여기서 나를 초대해줬으면 유튜브감이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그냥 서로 대화만 계속 했다. 어떻게 영어를 그렇게 잘하냐 물었더니 자기가 국제학교를 다녀서 영어를 많이 쓴다고 했다. 우즈벡에도 국제학교 같은게 있구나, 했다.

숙소 바로 앞에서 찍은 결혼식장?

한참 구경하고, 음악의 정체도 알았으니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오는 길에 맥주를 한 병 샀다. 현지 맥주라는 레기스탄 맥주를 샀는데, 가격은 2만숨. 좀 비싸긴 한데 여기 음료가 보통 만~2만숨이라 평균 가격은 것 같긴 했다. 저녁에 아까 먹은 삼사를 포장해서 맥주와 함께 먹을 생각이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수학공부를 한참 하다 다음에 여행갈 곳의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이 다음에는 캅카스 국가나 터키를 여행하고 싶었는데, 어떤 방법으로 거기까지 갈 지 확정을 하지 못했었다. 그래도 일단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 여행 정보를 찾으려 유튜브를 여러 개 봤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있을만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어쨌든 숙소에서 쉬다가 5시 반쯤 배가 고파 삼사를 사러 나갔다. 나가는 길에 만티가게를 발견해서 만티 5개를 4만 3천숨에 포장해오고(+난 1/4조각도 함께) 삼사를 2개만 사왔다. 만티를 사니 요거트 소스를 함께 줬는데, 이게 정말 꿀맛이다. 다만 조금 비싼 감이 있었다. 그냥 삼사만 먹는게 나았을 것 같았다. 삼사는 여전히 맛있었고, 맥주가 정말 맛있었다. 중앙아시아에서 먹은 맥주 중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였다. 수제맥주같은 맛이 났다고 해야할까..? 하여튼 정말 맛있었다.

나의 저녁

저녁을 먹고 밤의 레기스탄 광장을 다시 찾았다. 현금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어서 환전소를 찾아다녔는데, 사마르칸트에서는 은행이 하나도 안보였다. 레기스탄 광장 근처에 24시간 환전소가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봤다.

환전소 가는 길에 엄청 붐비는 식당이 있었다.

그런데 환전소 불이 꺼져 있어서 엥?하고 돌아왔다. 다음날 다시 가보니 ATM 자동환전소였다. 공식 환율은 구글 기준으로 1달러=12160숨이었는데, 1달러에 12000숨으로 쳐줬다. 그냥 100달러를 환전했다. 수수료 2000원정도를 낸 셈인데 이정도면 뭐...

이후 저녁에 레기스탄 광장에서 펼쳐진다는 라이트쇼를 보기 위해 광장에 앉아있었다. 블로그 후기에서는 8시 20분에 시작한다고 했는데 7시쯤 도착해 내 블로그 글도 쓰고 사람 구경도 했다.

이런걸 엄청 팔고 있다. 애기들이 다 하나씩 쥐고 뭘 날리고 있다. 새총 같은 걸로 하늘에 쏘면 빛을 내며 천천히 내려오는 그런 장난감이었다.
인터뷰?하는 사람도 있고
기다리는 중

그런데 8시 20분이 되어도 시작을 안하길래 다시 검색 해보니 9시 시작이라고 했다. 단 게 먹고 싶어서 다시 레기스탄 광장 앞의 상가쪽으로 갔다.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했는데 터키식 디저트를 팔길래 하나 샀다.

가격은 만오천숨

생각보다 그렇게 달지는 않았고 보이는 모습에 비해서는 맛이 밋밋했다. 그냥 아이스크림 먹을걸...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 라이트쇼를 기다렸다.

드디어 시작

뭐 이렇게 메드레세에 빛을 쏴서 실크로드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것 같았는데, 소리가 너무 작고 우즈벡어여서 뭘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할 게 없으면 가도 좋은데 굳이 이거 보겠다고 광장에 몇 시간씩 앉아있을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일찍 숙소를 나섰던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은 무지하게 많았다. 사마르칸트 관광객 다 여기로 모였나?

다 보고 숙소로 들어와서 씻고 블로그를 마무리하고 잤다.

다음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사람 없는 레기스탄 광장을 보고 싶었다. 6시 10분쯤 해가 뜬다고 해서 6시에 일어나 바로 레기스탄 광장으로 걸어갔다. 생각보다 환했고, 지나다니는 자동차도 꽤 있었다.

그렇지만 레기스탄 광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처럼 일찍 나와 사람 없는 레기스탄 광장을 찍으려는 사진작가들이 몇 보였다.

관리인 한 명만 있었다.
확대샷 - 틸라칼리 메드레세
숙소 돌아가는 길에 산 너머로 해가 뜨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수학공부를 했다. 이때는 L^1 공간을 정의하고 이 공간이 완비공간이라는 리스-피셔 정리를 증명했었다. 실수가 완비공간임을 보이는 증명과 꽤 유사했다. 이후 simple function, step function, continuous function with compact support로 이루어진 함수족이 L^1에서 조밀한 공간임을 보이는 정리를 증명하다 나가기로 계획한 9시가 되어 다시 관광을 떠났다.

역시 다시 레기스탄 광장으로. 웨딩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 번에 두 커플이 같이 웨딩사진을 찍었다. 가족이거나 친구인가?

레기스탄 광장의 동쪽에는 1991년 우즈베키스탄이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뒤 2016년까지 우즈벡의 대통령을 역임했던 독재자 이슬람 카리모프의 동상이 있었다. 이 사람이 사마르칸트에서 태어난데다가 현지인들은 과오도 있지만 공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건지 동상을 아주 제대로 세워놓았다.

이 사람에 대해 알아보니 역시 전형적인 소련식 독재자로, 독립 직후 우즈벡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평이 있지만 우즈벡의 경제발전은 해외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의 공이 크다는 의견도 있고, 무엇보다 우즈벡 동부의 안디잔에서 벌어진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한 안디잔 학살 사건의 책임자다. 거의 천안문 사태 급으로, 우즈벡에서는 언급조차 금기시되는 사건이라는데, 여태까지도 제대로 진상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독재자의 이름까지 붙여 공원을 만들고 동상을 세운다는게 개인적으로는 잘 공감되지는 않았지만, 현지인들은 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우즈베키스탄의 초대 대통령이자 독재자

레기스탄 광장과 이슬람 카리모프 공원 사이에는 길게 산책로가 쭉 나있고, 그 끝에는 비비하눔(Bibi-Xonim) 모스크와 샤히진다(Shohi-Zinda), 하즈랏 히지르(Hazrar-Xizir) 모스크 그리고 고대도시유적 아프로시압(Afrasiyab)이 있다. 구경할 관광지가 몰려있어 산책로를 따라 쭉 걸어갔다.

산책로가 무척 잘 되어있다.
자라 말고 굴자라

15분 정도 걸으면 비비하눔 모스크가 나온다. 비비하눔은 티무르 아내의 이름이라고 들었다.

크랙이 있는걸로 봐서는 아마 여기도 곧 보수공사가 들어가지 않을까.

둘러보는데 갑자기 한복?에 갓?을 쓴 사람이 나왔다. 한국사람인가 싶었는데 물어보지는 못했다.

사마르칸트의 선비

이후 비비하눔 모스크를 한 바퀴 둘러봤다.

입구
이 색감이 참 좋다.
비비하눔 모스크의 미나렛(첨탑)

역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입장료 7만5천숨? 한숨만 나온다...

모스크 건너편에는 비비하눔 왕비가 묻힌 영묘가 있다.

비비하눔 영묘

여기서는 건너편의 비비하눔 모스크 전경을 찍을 수 있다.

이후 바로 옆에 붙어있는 사마르칸트 최대의 시장 시욥바자르로 향했다.

티셔츠가 예뻤다
우즈벡에도 엿 비슷한게 있다. 엿으로 접시?케이크?같은 걸 만들어놨다.
빵을 좀 시식해보라고 해서 먹었는데 지금껏 먹은 난 중에서도 제일 맛있었다. 사고싶긴 했는데 나 혼자서 이걸 처리할 수가 없었다. 근데 진짜 맛있긴 했다.

시욥 바자르가 좋은게 시식코너가 잘 되어 있다.

하나씩 먹어봤다. 엄청 달콤하고 맛있었다.

먹기만 하고 가버리면 좀 미안해서 가격을 물어봤다. 원래 살 생각도 없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핑계로 떠났다. 코리안이 미안해...

이것도 부스러기를 줘서 먹어봤는데 꿀로 만든 사탕같은 느낌이었다. 알고보니 커피나 차에 녹여서 먹는 거라고 했다.

여기 여성분들은 젊은 분들은 거의 다 날씬한데 나이가 좀 들면 다 풍채가 장난아니시다. 아마 단 걸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게 아닐까... 정말 단 음식들이 너무 많다.

이거 엄청 맛있게 생겼는데 먹어보지는 못했다.
전통 모자
마그네틱
접시
석류모양 도자기가 예뻤다
이 술잔은 정말 사고싶었다.
왜 계란을 함께 파는건지?
향신료 코너
김치와 토마토를 신기한 걸로 채워넣은 음식. 이건 정말 먹어보고 싶었다.
이분은 김치를 아주 제대로 담그셨네

시장 구경은 항상 재밌다. 돌아다니다가 치킨을 팔길래 두 조각을 샀다. 5000숨, 600원 정도. 좀 식었지만 짭짤하니 맛있었다.

시욥 바자르의 모습
너머로 보이는 비비하눔 모스크

시장을 나와 역시 바로 옆에 있는 하즈랏 히지라 모스크로 갔다. 여기에는 초대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의 영묘도 함께 있었다. 입장료가 무료라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가는길
모스크

우즈베키스탄 사관학교?생도로 보이는 친구들이 단체로 구경을 왔다. 모스크를 보러 왔다기보다는 카리모프 대통령 영묘를 참배하러 온 것 같은데, 확실히 현지인들은 이 사람을 무척 존경하는 것 같았다.

카리모프의 영묘
음 그렇군

여기에 오면 비비하눔 모스크 전경을 예쁘게 담을 수 있다.

천장이 단청같이 생겼다.

모스크 안에는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구경을 마치고 샤히진다로 갔다. 여기는 진짜 들어가려고 했는데, 남자는 반바지를 입으면 못들어간다고 했다. 나 반바지 입었는데!! 그래서 입구를 찍고 구글 포토리뷰를 정독했다.

입구
이렇게 생긴 영묘복합단지?가 샤히진다. 각각이 모두 티무르 씨족의 영묘다.

그런데 리뷰를 읽어보니 근처 공동묘지에서도 샤히진다를 구경할 수 있다는 리뷰가 있었다. 오? 하고 길을 찾아 나서 겨우 입구를 발견했다. 하즈랏 히지라 모스크 근처, 아프로시압 유적을 가는 길에 입구가 있었다. 공동묘지를 따라 쭉 걸어갔다. 이 공동묘지에 묻힌 사람들도 다 우즈벡에서 한 자리씩 하던 유력인사 같았다.

끝에 가니 샤히진다가 떡하니 보였다.

공동묘지뷰ㅋㅋㅋ
저기가 하이라이트라고 했는데 공사중이네? 안가길 잘했네?

묘지를 따라 쭉 걸어가면서 샤히진다 외곽을 둘러봤다. 나 말고도 현지인 아주머니 네 분이 함께 갔다.

이게 샤히진다 들어간거랑 무슨 차이야 ㅎㅎ

그런데 이분들이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더니 담장을 넘어 샤히진다 안으로 들어가는거다? 오?? 하고 나도 같이 들어갔다.

여길 넘어갔다
안에 들어갔다
사람이 무지하게 많다

티켓이 없고 반바지여서 좀 쫄렸다. 얼른 사진만 찍고 바로 들어온 곳으로 나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안가길 잘했다 싶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 밥을 먹었다.

이날도 오쉬. 총 45000숨. 전날 먹은 오쉬보다 맛있었다.

다시 똑같은 산책로를 걸어 숙소로 돌아갔다. 너무 더워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8000숨. 우즈벡 누가바? 이게 훨씬 맛있긴 하다.

숙소에 들어가서는 유튜브 보고 쉬다가 다시 수학공부를 했다.

저녁시간이 되어 숙소 바로 옆 케밥집에서 샌드위치를 포장해왔다.

진짜 엄청 맛있었다. 제로사이다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왜 중앙아시아에는 제로음료가 없을까........

빵이 너무 바삭하고 고기도 엄청 많았다. 저 두개가 5만숨, 엄청 저렴하기까지. 사마르칸트가 너무 좋았다.

그 후로도 계속 쉬다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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