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9.29.(월) ~ 25.10. 1.(수)
사마르칸트에서 부하라로 이동하는 날. 부하라(Buxoro) 역시 사마르칸트 못지 않게 유서깊은 역사를 가진 도시로, 고대부터 여러 왕국의 수도이자 최대도시였고 그래서 역사 유적이 무척 많은 도시다.
부하라에서 다시 기차로 4시간 정도 떨어진 우즈벡 서쪽의 도시 히바(Khiba) 역시 또 다른 역사 도시인데, 부하라와 히바는 느낌이 비슷하다는 후기가 많았고 또 히바는 너무 서쪽에 있어 이번 여행에서는 부하라만 방문하기로 했다. 키르기즈스탄이나 타지키스탄과는 달리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도시 사이 이동에 기차를 주로 이용한다. 고산지대가 없고 넓은 사막이 펼쳐져 있어 철도를 놓기가 유리하지 않았을까. 타지키스탄이나 키르기즈스탄은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너무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기차로 쉽고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왠지 모르게 허전함이 느껴졌다.

이날의 기차는 11:55 사마르칸트 기차역 출발, 14:10 부하라 기차역 도착 예정이었다. 시간이 많아 - 사실 시간이 없었어도 버스를 탔을 테지만 -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9시에 숙소를 나서 전날 저녁을 먹었던 되뇌르 가게에서 라바쉬를 주문했다. 전날 먹은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어서 또 간 것이다.

아, 이날도 너무 맛있었다. 케밥, 되뇌르, 슈와르마, 라바쉬 같은 것이 정말 너무 맛있다. 그냥 우즈베키스탄 식당 음식이 다 맛있는 것 같다. 유럽가면 이 가격 이 맛이 너무 그리울 것 같다.
라바쉬를 다 먹고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를 알아봤다. 얀덱스 맵을 쓰니까 노선 번호가 다 나와 편했다.

얀덱스 지도에서는 현재 도시를 다니는 버스의 번호와 위치를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지도상으로는 숙소 바로 앞에서 3번 버스를 타면 되는데, 아무리 사마르칸트를 뒤져봐도 3번 버스가 다니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조금 기다리다가 어쩔 수 없이 15분 정도 걸어 확실히 다니는 걸 확인한 27번 버스를 타러 갔다. 또다시 레기스탄 광장을 지나 구르 아미르 근처로 가는 경로였다.
내가 정류장에 도착할 즈음 27번 버스가 근처에 와있어서 정말 열심히 걸었다. 가방을 앞뒤로 매고 있어서 뛸 수는 없었고, 경보선수처럼 걸었다. 다행히 아침이어서 덥지 않았다.
겨우 정류장에 도착하고 3분 정도 후 버스가 바로 왔다. 요금은 3000숨, 360원 정도. 그런데 잔돈이 없어 2000숨 두 개를 내니 거스름돈을 주지 않았다. 우즈벡에서 버스를 탈 일이 있다면 꼭 5000숨 내고 2000숨 거슬러 받기를 바란다...
역은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져있다.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 사마르칸트 기차역(Samarkand Vokzal)에 도착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버스터미널을 abtovokzal(автобокзал), 기차역을 vokzal(бокзал)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여기는 기차역 안에 들어갈 때도 짐을 엑스레이 기계에 통과시키고 금속탐지기를 지나가야 한다. 내가 갔을 때는 사람이 없었는데 기차시간이 다가오자 사람이 몰려 입구를 통과하는데 한참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기차역을 이용할 생각이라면 시간 여유를 가지고 와야 할 것 같다.


여기는 또 다른 공공장소와 달리 화장실이 무료다. 어차피 기차 안에서 화장실에 있지만 무료라서 얼른 다녀왔다.

와이파이가 있긴 한데 우즈벡 번호가 필요하고, 속도도 빠르지 않다. 나는 심카드를 살 때 우즈벡 번호를 받아서 연결해봤지만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런데 여기서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지 않아도 오프라인 저장이 돼서, 숙소에서 미리 다운받아놓은 유튜브 영상을 보며 기차 시간을 기다렸다.
플랫폼으로 나갈 때도 표 검사를 한다. 한국 기차와는 달리 이용 절차가 조금 더 빡셌다.


내가 탄 기차는 아프로시압은 아니었고, 우리나라로 치면 새마을호에 해당하는 기차인 것 같았다. 그렇지만 상태가 무척 좋았고, 무엇보다 2-1 배열이어서 자리도 굉장히 넓고 의자도 컸다. 앞에서 의자를 뒤로 눕혀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좌석간넓이였다.

화장실도 구경 안 갈 수 없었다. 여긴 남녀가 나뉘어져있지는 않고 두 칸이 있었다. 화장실은 꽤 깔끔했다.


나 어릴때 기차를 타면 간식카트가 다녔었는데, 언제부턴가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여기는 간식카트가 다니는 건 아니고, 사람이 직접 바구니에 간식을 채워 판매하고 다닌다.

재밌는건 도시락도 판다는 것이었다.

도시락 상태가 꽤 좋아보였다. 가격은 물어보지 않았는데 물어볼 걸 그랬다.

아직도 기차 안 간식카트가 가끔씩 그립다. 무한도전 몇몇 특집을 보면 그 모습이 보이는데, 향수가 나곤 한다. 지금 다시 간식카트가 생겨도 그때 그 느낌이 나지는 않을 것 같아 더 아쉬워진다.
지나가는 길은 내내 들판이다. 산을 하나도 볼 수 없다는게 어색했다. 심지어는 언덕 하나 보이지 않는다.


우즈벡 지역에서는 예전부터 목화를 많이 재배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말라버려,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의 예시로 교과서에도 실린 아랄해 역시 과도한 목화 재배가 호수를 마르게 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우즈벡의 초대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가 명성을 얻은 것 역시 소련 정치지도국에서 우즈벡의 목화 생산을 늘릴 것을 의결하자 이에 반기를 든 것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목화밭을 직접 본 적이 있었나? 아마 처음인 것 같은데...
1시 20분쯤 중간역 나보이 역에 도착했다.

내가 알기로는 나보이는 우즈벡에서 굉장히 존경받는 시인이다.
열차는 계속 달려 14:20분쯤 부하라 역에 도착했다. 내 옆에는 네 명의 가족이 앉아 있었는데, 사이가 무척 좋아보였다. 기차가 넓어서 어린 아들이 좌석들을 막 넘어다니며 놀았는데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눈에만 조금 거슬렸었다. 그래서 기억에 남았는데, 나중에 부하라 시내에서 또 만나게 된다. 이따 그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부하라 기차역이지만 실제로는 부하라 남동쪽의 소도시 코곤(Kogon)에 있다. 여기서 부하라 구시가지까지는 10키로 정도 떨어져 있는데, 얀덱스 택시를 부르면 3~4만 숨(4000~5000원)이 든다. 비싼 비용은 아니지만 나는 혼자 이동하는 배낭여행객이기 때문에 택시는 절대 타지 않는다. 대신 역 앞에 부하라 시내로 가는 68번 버스를 타는 정류장이 있어, 버스를 타러 걸어나갔다.
역시 나를 반겨주는 수많은 택시기사들의 인파를 뚫고, 역에서 만숨짜리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먹으며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여기는 아이스크림도 참 맛있다. 우유맛이 정말 녹진하고 달콤하니 마음에 들었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정말 곧바로 68번 버스가 왔다. 구시가지까지 가는데 요금은 고정으로 3000숨. 정말 싸다..!
버스에 탔는데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내 가방 옆주머니의 칫솔케이스에 적힌 한국어와 군용양말을 보고 알아보셨단다. 알고보니 작년 12월에 전역하고 알바해서 돈을 모은 뒤 7월부터 여행을 하는 중이라는 03년생 친구를 만난 것이었다. 우즈벡 와서 처음으로 또래 한국인을 만나 계속 이야기하다가, 버스에 사람이 가득 차 잠시 이야기를 그만뒀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는 20분정도 걸어야 했다. 나와 숙소 위치가 비슷해 걸어가면서 이야기하고, 인스타그램도 교환했다. 이분은 동남아에서 출발해 내년 8월까지 세계일주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는데, 중앙아시아에 온 지는 2주정도밖에 안되었다고 했다. 중앙아시아에 정말 오래 있어 밥 먹는 것도 거의 현지 음식 위주였던 나와 달리 이분은 현지 음식을 많이 안먹었다고 해서 이따 저녁에 같이 오쉬를 먹으러 가기로 하고 각자 숙소로 헤어졌다.

부하라에도 싼 숙소는 많이 없었다. 이번에 묵은 Dervish hostel은 1박에 15.4달러, 190000숨 정도지만 조식이 포함이고, 부킹닷컴과 구글리뷰 후기가 정말 좋아서 예약했다.


들어와보니 시설이 정말 괜찮았다. 침대가 조금 좁긴 한데 커튼이 되게 넓어서 잘 때나 쉴 때 편하다. 나중에 또 나오겠지만 조식도 맛있고 관광지도 가까워서 부하라 오면 추천하고 싶은 호스텔이다.
체크인을 하고 연락을 기다리면서 쉼켄트에서 악타우로 가는 기차를 예매했다.

악타우(Aktau)는 카스피해를 접한 카자흐스탄 서부 최대 도시 중 하나다. 카자흐스탄인듷에게 휴양지로 정말 유명한 곳이라고 들었다.
굳이 40시간 가는 기차를 예매한 것은, 예전부터 장거리 기차를 타보고 싶었고, 특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쟁 때문에 러시아를 가는게 꺼려지고, 그래서 횡단열차를 탈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그 꿈을 이뤄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쉼켄트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표는 거의 40만원인데, 악타우에서 가면 15만원선에서 해결할 수 있어 악타우까지 가는게 훨씬 이득이었다.
2등석은 90000원 정도, 3등석은 55000원 정도인데 그냥 좀 더 내고 더 편하게 가려고 2등석을 예매했다. 여기서도 또 2층 침대는 20프로 할인이 있지만 쉼켄트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표 아낀 셈 치고, 차이 얼마 나지도 않는거 편하게 가려고 1층으로 예매했다. 32000텡게, 86000원 정도를 주고 예매했다. 사실상 2박 숙박비를 생각하면 쉼켄트에서 악타우 가는 교통비에 5~6만원을 쓰는 거저다.
그리고 부하라에서 만난 이 친구 역시 나보다 이틀 먼저, 같은 기차를 타고 쉼켄트에서 악타우로 간다고 했다. 날짜가 맞았으면 재밌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이 친구는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고 했는데, 나는 아직 악타우에서 바로 이스탄불로 갈 지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를 들렀다 갈 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비행기표를 보고 결정하려고 잠시 미뤄뒀다.
약속시간이 되어 숙소를 나섰다. 이날 갈 곳은 부하라 여행 블로그에서 본, 시 외곽의 오쉬 전문점이었다. 아주 극찬을 한데다가 구글 리뷰에도 칭찬이 많아서, 30분 이상 걸어가야 했음에도 굳이굳이 찾아갔다.



여기도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런데 복원을 한 팀에서 하는지, 이제는 메드레세나 영묘가 다 똑같이 느껴진다...
잠시 들러 사진을 찍고 다시 밥을 먹으러 걸어갔다.


한참 걸어 오쉬 맛집에 도착했다.

기본 오쉬는 40000숨, 고기를 추가하면 52000숨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고기 추가한다 것으로 시키고, 홍차를 함께 시켰다. 이 친구는 중앙아시아 와서 현지 음식을 거의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고, 따뜻한 차를 같이 먹는게 놀랍다고 했는데 기름진 음식에 차가 정말 잘 어울린다는걸 알려주고 싶었다. 아무리 기름지더라도 차 한 입 하면 정말 싹 내려간다.

기대를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맛있지는 않았다. 일단 너무 식어버렸다. 보통 오쉬는 점심에 한 번에 많이 만들어놓고 더 만들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보통 오쉬 전문점은 4~5시면 다 문을 닫는다. 이곳도 점심 때 많이 만들어놓고 더 만들지 않아서 그런지 음식이 너무 식어있었다. 점심 때 왔으면 더 맛있는 오쉬를 먹을 수 있었을텐데, 너무 아쉬웠다. 그렇지만 일단 고기는 굉장히 많았고, 이건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 오쉬를 먹으러 갈 때는 꼭 점심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밥을 다 먹고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부하라 구시가지로 돌아왔다. 갈 때는 정말 멀었는데 이야기하면서 오니까 금새 도착한 것 같았다. 이 친구는 동남아에서 시작해 네팔, 인도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왔다고 했다. 그만큼 이야기거리도 많았는데, 제일 재밌었던건 라오스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갈 때 홍수로 길이 막혀서 28시간 타는 버스를 132시간동안 탔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인터넷도 안돼서 부모님이 라오스 대사관에 실종신고를 했고, 겨우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여러 통 와있어 전화해보니 라오스 영사한테 온 전화였다고 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겠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스펙타클하고 재밌게 여행한 게 아닌가 싶었다. 나도 역시 좋았던 경험보다도 고산병으로 힘들었던 기억 같은게 가장 먼저 생각나 이야기했다. 역시 여행하다보면 좋았던 것 보다도 힘들었던 기억이 먼저 생각나도 추억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이야기를 계속하다보니 여행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도 정말 비슷해서 신기했다. 앞으로 여행 루트가 비슷할 것 같은데 터키나 유럽에서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해가 저무는, 부하라 구시가지를 둘러보기 딱 좋은 시간대가 되어 함께 쭉 돌아다녔다.


부하라에는 이런 식으로 유적지를 개조해서 식당이나 호텔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외벽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개조해서 사용하는 것 같은데, 사마르칸트의 유적지와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다. 사실 어차피 외벽도 그 때 그대로가 아니라 복원해서 새로 만든 것이니 이렇게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마르칸트의 유적지는 서로서로 거리가 꽤 떨어져있고, 하나의 독립적인 유적이지 서로 연결된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부하라 구시가지는 시가지 전체가 하나의 유적인듯, 유적들 하나하나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내가 정말 중세 실크로드의 도시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물론 곳곳에 현대적 식당, 호텔, 상점이 있지만 거리를 걸을 때는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지금은 부하라 구시가지 전체를 배경으로 비엔날레가 진행 중이어서 시가지 곳곳에 예술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것 덕분에 분위기가 더 좋아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사마르칸트보다도 부하라가 훨씬 더 멋있고 좋았다. 사실 부하라나 히바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글을 몇 개 봐서 처음에는 아예 안 갈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좀 남아 부하라에 간 것이었다. 부하라를 다 구경한 뒤에는 이곳에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히바까지 갔다면 다 좋았을 테지만 히바는 부하라에서도 서쪽으로 4시간을 가야해서 여행 경로 상 힘들었다
처음 여행 계획을 짤 때는 타슈켄트에서 쉼켄트로 넘어가야 악타우로 갈 수 있을 줄 알아 부하라까지만 가고 히바는 포기했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아예 우즈베키스탄 서쪽 끝으로 가서 거기서 악타우로 가는 방법도 있었다. 이걸 알았더라면 그냥 히바까지 가고 타슈켄트를 안 갔을 텐데, 뭐 이젠 이미 티켓을 다 구매해버려서 도리가 없다. 그나마 히바와 부하라가 비슷한 느낌이라는 후기에 위안을 얻을 뿐이다.








해가 저물고 날씨가 너무 선선하니 좋아 사람들도 많았다. 사람이 너무 많은 건 싫지만 딱 이정도라면 여행 온 기분도 나고 활기찬 느낌이어서 좋다.

부하라를 오니 이곳에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오히려 서양인이나 현지인 단체관광객은 많이 안 보였는데,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거의 사마르칸트만큼이나 많이 보였다. 호스텔에서도 거의 중국인 반, 서양인 반이었고 한국인은 한 명도 못 봤으며, 일본인 한 명을 만났다. 마침 말이 나와서 이야기하지만... 아침에 자기들 일어났다고 왜 그렇게 시끄럽게 떠드는지 모르겠다. 매일 이 사람들 덕분에 일찍 일어난다.
그런데 같이 다니던 친구 말로는, 인도인들에 비하면 중국인들은 천사라고 했다. 대체 인도는 어떤 곳일까...




좀 걸어가니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너른 거리가 나왔다. 색이 정말 예뻤고, 건축물과 잘 어울렸다. 이쯤 사마르칸트보다 부하라가 훨씬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바로 옆에 부하라의 명물 미르 아랍(Mir-Arab) 메드레세와 칼란(Kalan) 미나렛이 있다.


메드레세는 역시 입장료가 있었다. 같이 다니던 친구도 나차럼 사마르칸트에서부터 유적지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어차피 들어가면 다 똑같다는 생각도 같았다. 이곳도 역시 밖에서 둘러보고 패스했다.





조금 더 걸어가면 부하라의 성벽, 부하라 아르크가 나온다. 성벽을 되게 특이하게 만들어두었다.

성벽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만들어놓으면 성벽을 오르기 꽤 쉬워질 것 같은데. 방어용이 아닌가?

부하라 아르크의 입구는 딱 하나뿐이다. 당연히 입장료가 있고, 우리는 들어가지 않았다. 안에는 박물관이 있고 성벽 위를 둘러볼 수 있다고 했는데, 별로 끌리지는 않았다.

이제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갔다.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가 조금 구경하다가, 이러다 첫날 저녁에 관광지를 다 돌아버릴까봐 구경을 멈추고 숙소에 가기로 했다. 같이 다니던 동행 친구와도 인사를 하고 숙소에 들어왔다.
숙소에 들어와서 씻고 수학 공부를 했다. 이 날은 르벡 적분을 이용해서 일반적 상황에서의 푸비니 정리의 증명을 공부했다. 증명 자체는 꽤 길지만 지금까지 했던 르벡 적분의 construction 과정을 이해했다면 전혀 무리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 여기에 챕터1에서 공부한 내용인, 가측집합의 집합족이 보렐대수의 completion이라는 내용을 덧붙이면 쉽게 푸비니 정리의 증명이 완료되는 형태였다.
다만 양반다리를 하고 공부해야 해서 다리가 너무 저려왔다. 더 공부할 수가 없어 그냥 침대에 누워 여행 정보를 찾다가 잠에 들었다.
다음날 일어나 바로 아침을 먹었다.

아침은 맛있었다. 단백질이 좀 부족한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멜론은 역시 달콤했는데, 왠지 모르게 오이맛이 났다. 그렇지만 난 오이를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다.
아침을 일찍 먹고 더워지기 전 8시에 숙소를 나서 관광을 시작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쿠칼도시(Kukaldosh) 메드레세라는 곳에 갔다. 여긴 내부를 완전히 기념품 가게나 상점으로 바꿔놓아서 입장료가 없었는데, 내부는 다른 메드레세와 비슷했다.



축구팀 엠블럼이 있는 저걸 찍고 있으니 주인 아저씨가 축구 좋아하냐고 물어서 그냥 가끔 본다고 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박지성, 손흥민을 샤라웃해서 나도 후사노프 굿~~ 해줬다. 그런데 갑자기 옆 가게 사장님이 한국에서 일했다고 불러와서 조금 이야기했다. 96년부터 01년까지 안산에서 일했다고 했는데, 신기하게 아직까지도 한국어를 안 까먹으셨다. 그런데 광주는 모르시더라...

쭉 걸어가니 잰잰바리 영상에서 본 식당이 나왔다.

거기서 조금 더 걸어가니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갓 구운 삼사를 탄두리에서 꺼내고 있었다!!
배가 불렀지만 갓 구운 삼사를 그냥 지나치는건 거의 범죄다. 막 구웠을 때 삼사는 정말 맛있다. 운이 좋았다 ㅎㅎ 닭고기 삼사 하나를 10000숨(1200원)에 사서 먹었다. 역시 뜨겁고 빵은 바삭하고 고기는 쫄깃하니 맛있었다. 어느 가게를 가더라도 갓 구운 삼사가 제일 맛있다.

구시가지 중심에서 20분 정도 걸어야 하는 조금 외딴 곳에 쵸르 미노르(Chor-Minor) 미나렛이 있다.


굳이 여기까지 온 것은 이곳이 유명 여행가이드북 론리플래닛의 중앙아시아편 표지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부는 무척 좁은데, 역시 기념품 가게로 바뀌어있었다.
건너편에는 골동품 상점과 카페가 있다.




쵸르 미노르 미나렛 구경을 마치고 이번엔 조금 외진 골목골목을 돌아다녀봤다.

갑자기 축구단 소년들이 이 골목으로 들어왔다. 이쪽으로 전지훈련을 와서 숙소를 이쪽으로 잡았나? 관광지랑은 좀 거리가 있는 곳이었는데...

그렇게 골목탐방을 쭉 하다 다시 구시가지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구시가지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라비 하우스(Lyabi Khaus) 광장이다. 전날 아껴놓아 이때 처음 방문했다.



사실 볼 건 이게 끝이다. 부하라 관광지는 거의 다 돌았는데, 시간은 겨우 10시쯤이었다. 그런데 근처에 사람들이 안 찾는, 버려진 유적지가 있다고 해서 10분쯤 걸어 가봤다.


메드레세 앞에서는 동네 아저씨들이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작은 골목을 통해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갔다.

골목 사이를 이리저리 통과하니 처음 보는 유적이 나왔다.





12시가 다가와 날도 슬슬 더워지고 이젠 정말 볼 게 없어서 숙소로 들어왔다.
원래는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왠지 비행기표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사마르칸트에서 봤을 때는 악타우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로 가는 비행기표가 7만원 선에서 시작했는데 이때 확인하니 거의 14~15만원으로 뛰어있었다. 거의 2~3일 사이에 두 배 이상 뛰어버리다니!! 낭패였다. 게다가 아제르바이잔은 비자가 필요해서 30달러를 내야하는데, 완전히 계획이 꼬여버렸다. 원래는 아제르바이잔으로 입국해서 조지아를 들러서 캅카스 지역을 여행하고 육로로 터키로 가려했는데, 비행기표가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터키로 바로 가는 직행이 15~16만원 정도라 그냥 바로 터키로 가는게 이득인 것 같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해도 캅카스 지역 물가가 정말 착했다고 들었는데, 전쟁 이후 징집을 피해 캅카스 지역으로 내려온 러시아 청년들이 무척 많아서 물가가 거의 한국급으로 올랐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조지아 자연환경이 예쁘기는 한데 찾아보니 안 가면 안된다,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악타우에서 바로 터키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이곳저곳 찾아보니 페가수스 항공 비행기표가 가장 괜찮아보였다. 기내에 3키로 배낭만 반입할 수 있는 티켓은 89달러인데 이건 내게 택도 없고, 수화물 20키로에 기내 반입 8키로 옵션을 고르니 127달러였다. 사흘 후 비행기는 같은 옵션에 101달러였지만, 그렇게 되면 악타우에 4일을 있어야 하는거라 그냥 일찍 가고 4만원 정도 더 내기로 했다.

이후 터키 여행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봤다. 대사관 자료를 보니 사기유형이 무척 다양했다. 중앙아시아는 사람들이 너무 착하고 물품 도난이나 사기 걱정은 거의 없어 여행하기 정말 편했는데, 터키부터 시작해서 유럽 지역으로 넘어가면 신경 쓸 게 정말 많아보였다. 그래서 걱정할 게 많아 여행이 재미없어지면 어떡하지, 걱정했지만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니 터키가 너무 재밌어보였다. 지금 경제가 안좋아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긴 하지만 이것도 예전에 비해 물가가 오른거지, 한국에 비하면 괜찮은데다가 지방으로 내려가면 또 살만한 것 같아 보였다.
그렇게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이동방법을 알아보고 터키 여행 정보도 검색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결국 원래 하려던 수학 공부는 하지 못하고 4시쯤이 되어 다시 숙소를 나섰다.
점심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배가 무척 고팠다. 관광지 식당은 선호하지 않아서(지도 관광객이면서ㅋㅋ) 어디를 갈까 하다 숙소에서 20~30분 정도 거리에 시장이 있어 그곳에서 가기로 했다. 시장에는 항상 맛있는게 많아 어느 도시를 가든 시장을 꼭 가보는데, 부하라의 시장도 궁금했다. 게다가 근처에 유적이 몇 개 있어 일석이조였다.


건너편에는 박물관이 있는데 운영시간이 끝났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장 도착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가게를 하나 발견해서 들어갔다.

구글리뷰가 좋아서 찾아간 것이었다. 우즈벡 전통음식과 되뇌르/라바쉬/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함께 파는데, 왠지 되뇌르가 먹어보고 싶어 35000숨에 주문했다.

와! 진짜 엄청나게 맛있었다. 찐맛집이었다. 빵은 엄청나게 바삭하고, 고기는 푸짐하고 요거트 소스가 맛있었다. 고수를 좀 많이 준 느낌이 있긴 했는데 나는 고수를 잘 먹어서 더 맛있게 먹었다. 진짜 너무 맛있었다. 빵이 정말 바삭하다... 배고플 때 먹어서인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감동하면서 먹고 나갈때 너무 맛있다를 러시아어로 연발했더니 주인 아주머니들이 엄청 웃으면서 고맙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말 맛있었는걸요...

좀 걷다보니 삼사도 하나 팔아서 사먹었다. 가격은 5000숨, 600원 정도.





시장 옆 공원에는 이스마일 소모니의 영묘가 있다. 타지키스탄에서 가장 존경하는, 타지키스탄 화폐 단위로 사용되는 바로 그 소모니다. 알고보니 이스마일 소모니가 개창한 사만 왕조의 수도가 바로 부하라였다고 한다.



설명을 보니 소모니는 10세기 인물로, 바로 이 영묘가 이후 이슬람 영묘 건축의 기본이 되었다고 한다. 영묘는 칭기즈칸의 침공 때도 파괴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름다움에 감명받아서가 아니라 진흙속에 파묻혀 발견하지 못해서라도 했다. 어떻게 이 거대한 건축물이 진흙속에 파묻혀 있을 수 있었을까?
그렇게 둘러보다가, 사마르칸트 비비하눔 모스크에서 봤던 실크로드의 선비를 다시 발견했다!!!



숙소로 바로 돌아가기엔 시간이 일러서 일부러 쭉 돌아갔다. 관광지쪽이 아니라 부하라 현지인들이 사는 길로 돌아가려 했다.



숙소에 거의 다 왔을 때쯤 되뇌르 가게를 하나 더 발견했다. 사실 아까 먹은 것 하나로는 조금 배가 고파서(점심 안먹었으니까 ㅎ) 하나 더 먹기로 했다.

그런데 여긴 마요네즈를 너무 많이 짜줬다. 마요네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거의 다 덜어내고 먹었는데, 아까 먹은 것에 비하면 조금 맛이 아쉬웠다. 조금 외딴 곳에 있고 사람도 한 명도 없었는데, 씁... 괜히 사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숙소로 돌아오니 7시쯤이었다. 구시가지를 또 둘러볼까 했는데 지도를 보니 정말 갈 곳이 없어 그냥 계속 숙소에 있었다. 다시 터키 여행 브이로그를 찾아보고 유튜브도 보다 잠에 들었다.
부하라 마지막 날 아침. 이날은 저녁 11시에 타슈켄트로 가는 슬리핑 기차를 타야하는데, 사실 구경할 건 다 구경해서 딱히 할 게 없었다. 느즈막히 일어나려고 했는데 중국인들 덕분에 또 다시 7시 반에 기상했다. 바로 아침 먹기에는 어차피 할 것도 없어서 폰 좀 보다 10시쯤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다시 침대에 누워있다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 시간인 12시에 맞춰 숙소를 나섰다. 다행히 짐을 맡길 수 있었다.
할 것이 없어 시장을 다시 한 번 구경하기로 했다.


몰랐는데 시장 가는 길에 유적 하나가 더 있었다. 볼로하우즈(Bolohovuz) 모스크라고 하는데, 이건 특이하게 나무로 지어진 모스크였다.





입장료는 없었다. 지켜보니 담요같은 것을 두르면 반바지를 입어도 들어갈 수 있었다. 얼른 담요를 찾아 두르고 들어갔다.

그런데 안에는 기도장소밖에 없었다.

나오는데 한국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정년퇴직하고 여행을 하고 있으시다고 했다. 유럽을 돌고 다음주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산티아고 순례자길에서 만난 바르셀로나 할아버지와 거의 10년째 친구먹고 바르셀로나 할아버지의 동네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신기한 분이었다. 산티아고 순례자길을 무려 7번이나 걸으셨다고..?
이분과 일행도 시장으로 가는 길이어서 걸어가며 같이 이야기했다. 한참 걸어가다 시장 근처에서 각자의 길을 갔다.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듣는건 항상 재밌다. 특히 중앙아시아에 온 여행자들은 보통 여행 경력이 꽤 많은 사람들이어서 더 들을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시장 바로 건너편에 거대한 쇼핑센터 같은 것이 있어 시장으로 가기 전에 가봤다. 그런데!! 걸어가다 파미르 엥겔스피크, 두샨베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덴마크 형제를 또 만난거다. 그것도 길에서 우연히! 두 번은 몰라도 세 번이나 만나게 되어 정말 어이가 없고 웃겼다. 이 친구들도 엄청 웃으면서 왜 자기들 따라다니냐 그러고 이야기하다, 너무 인연이어서 인스타그램도 교환했다. 좀 있다가는 사마르칸트에서 부하라로 가는 기차 옆자리에 앉아있던 가족도 만나서 아버지와 아들과 악수도 하고... 하여튼 이곳은 돌아다니는 데가 다 비슷해서 그런지 만나는 사람을 여러 번 만나는 것 같다. 무척 신기했다.


둘러보는데 현지인들로 가득한 패스트푸드점이 보여서 나도 모르게 들어갔다. 마침 1시쯤이어서 배가 좀 고프기도 해서 가봤는데, 사람이 엄청 많은것이 이건 안먹어봐도 맛집이었다. 빅버거를 35000숨에 시켰다.

사람이 많아서 1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어느 가족이 합석을 했다.
빅버거가 나왔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위의 번을 뚜따해서 거기에 토마토, 소스, 패티, 치즈까지 올린 신개념 더블버거였다. 이게 겨우 4000원... 유럽에 가면 금새 중앙아시아의 물가와 음식이 그리워질 것 같다.
내 음식만 나와 먹고 있는데 애기들 세 명이 햄버거와 내가 먹는 모습을 정말 뚫어지게 쳐다봤다. 엄청 부담스러웠는데 모른척하고 침착맨 보면서 열심히 먹었다. 이것도 엄청 맛있었다. 패티가 되게 두껍고 완전 고기고기해서 딱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다만 여기에도 고수가 가득했는데, 여기에는 좀 많이 들어가있어서 몇 줄기 빼고 먹어야 했다. 겨우 4000원에 너무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여 올라가봤다.

계속 걸어가는데 미용실이 엄청 많았다. 사실 여기뿐 아니라 사마르칸트고 그렇고, 미용실이 엄청 많이 보인다. 다들 머리를 자주 깎나?
지나가는데 또 엄청나게 고소한 냄새가 나서 따라가니 빵을 만들고 있었다.

심지어 크림빵..!! 너무 냄새가 좋아 가격을 물어보니 3! 이라고 해서 30000숨인가? 너무 비싼데... 하고 계산기에 30000을 찍어서 보여주니 웃으면서 3000이라고 했다. 가격이 미쳤다. 겨우 360원인데 안 살수가 없었다. 하나 달라고 하니 밑에 마트에서 사라고 했는데, 마트에 있는건 만든지 좀 되었을 것 같아서 빠잘루스타, 빠잘루스타(please라는 뜻...)를 연발하니 알았다면서 하나 만들어주셨다. 아주머니와 딸이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딸이 한국어 공부하고 있다면서 인사하려고 독촉했다.. ㅋㅋ 부끄러워하길래 안녕하세요, 하니까 인사는 받아줬다. 너무 고마워서 스빠시바, 스빠시바 하고 나왔다.

갓 만든 빵은 항상 맛있다. 이것 역시 너무 맛있었는데 가격도 너무 착해서 더 맛있게 느껴졌다. 정말 감사하다.
이층을 좀 둘러보다 다시 일층으로 내려가니, 온갖 잡화점들이 있었다. 사이사이로 패스트푸드점이 많이 보였다.


여기 살면 버거킹 맥도날드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가게 햄버거들이 너무 싸고 맛있다.

이쪽에서는 샤슬릭이 20000숨 정도로 무척 싸다. 여기서 먹을걸...

계속 걸어가니 시장이 나왔다. 여긴 따로 옷이나 가방같은 것을 파는 가게가 모여있는 곳이었는데 정말 관광객은 하나도 없이 현지인밖에 안보였다.


사람들이 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여행하다보면 시선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다니는 것에도 익숙해진다. 가끔 니하오,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냥 나도 니하오 한다. 설명하기도 귀찮아진다...

작은 시장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건너편 부하라 바자르쪽에 부하라 아르크처럼 생긴 성벽이 하나 보였다.

바로 구글리뷰를 찾아봤는데, 복원공사 중인 성벽같았다.


다가가보니 작업자가 있었다. 정문 사진만 찍고 돌아가려는데 이분이 안으로 들어가보라고 손짓하길래 들어갔더니, 작업자들이 몇 명 더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성이 있을 줄 알았는데


성벽이 ㅁ자로 이어진게 아니라 ㄴ자 모양만 있고 나머지 면은 벽이 없었다. 왜 복원하는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더 알아볼 수는 없었다.

사진 찍고 나가려고 하니 계단 위로 올라가보라고 해서 또 올라갔다.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서 다시 쇼핑센터쪽으로 갔다.


굳이 다시 쇼핑센터쪽으로 간 것은 아까 먹은 빵을 파는 마트를 찾고싶어서였다. 조금 돌아다니다 그 마트를 찾았다.


목표를 달성하고 드디어 시장으로 돌아갔다.












돌아다녀보니 사마르칸트의 시욥 바자르보다 훨씬 더 컸다. 그렇지만 파는 물건은 다 비슷한 것 같다. 다만 항상 볼 게 많고 재밌으면서, 먹을거리도 싸고 맛있다. 중앙아시아에 가면 꼭 바자르에 가봐야 한다.

좀 앉아서 쉬다 구경하기를 반복하다 4시쯤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서 짐 찾기 전에 와이파이도 쓰고 충전도 하면서 쉬다가 5시쯤 짐을 찾고 기차역으로 가기 위해 나왔다. 기차역까지 택시로는 50000숨 정도. 당연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숙소에서 걸어서 30분정도 이동하면 역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어, 부하라 구시가지를 통과해 걸어갔다. 도중에 수많은 택시기사들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다 무시하고 묵묵히 걸어갔다.

정류장에 도착하고 5분도 안되어 바로 버스가 왔다. 68번이나 378번을 타면 되는데, 둘 다 배차간격이 10분이라 편리하다. 얀덱스 맵을 이용하면 정류장 위치와 운행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버스에 타니 웬 할머니가 내게 계속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단어에 자주 물어보는 것들이라 답을 할 수 있었는데, 내가 러시아어를 잘한다고 생각하셨는지 계속 물어보셨다. 얼타고 있었는데 옆에 청년이 영어로 해석을 해줬다. 그 뒤로도 할머니가 물어보는 말을 계속 통역해줬다. 아지즈라는 친구였는데, 이후로도 나한테 여행계획도 물어보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현지인들과 여행 이야기를 하면 항상 돈을 어떻게 모았냐고 물어보는데, 이쪽에서 일하는 걸로는 여행할 돈을 모으기 힘들어보였다. 딱히 둘러댈 말이 없어 여행할 돈을 모으기 위해 군대에 다녀왔다고 하면 보통 납득을 해서 이번에도 그렇게 말해뒀다.
할머니가 자기도 한국에 가고 싶은데 한국에 가면 연락하고 싶다며 전화번호를 물어보길래 죄송하지만 아무 번호나 찍어서 드렸다.
6시쯤 부하라 기차역에 도착했다.

바로 근처에 유적지가 하나 더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안에는 공사중이었다.

정문으로 가보니 아예 막혀있었다.

공사가 끝나면 무척 아름다운 곳이 될 것 같다. 부하라 기차역 바로 앞에 있으니 기차타고 부하라에 온다면 잠깐 들렀다 가기에 좋을 것 같다.

기차는 11시 출발이고, 기차역에 들어가면 짐 검사를 다 하고 들어가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들어가기 전에 미리 밥을 먹고 가고 싶어서 궁전 바로 앞에 있는 햄버거집을 또 갔다. 우즈벡이 알고보니까 되뇌르, 햄버거 맛집인 것 같다.



처음 주문할 때 어디서 왔냐고 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다들 안녕하세요, 하더라. 밥먹고 있는데 갑자기 직원이 소녀 한명을 데려왔다. 한국어 공부하는 친구인데 한국인이 왔다고 부른 것 같았다..ㅋㅋ 이 친구는 한국어를 되게 잘했다. TOPIK이라는게 한국어 시험인 것 같은데, 최고 6급 중 4급까지 땄고 다음달에 5급 시험을 본다고 했다. 2년 후에 한국에 갈거라고 하면서 케이팝 팬이라고 했는데, 정말 케이팝 가수들 그리고 BTS 너무 감사하다. 인스타를 교환하자고 해서 팔로우도 했다. 심지어 휴대폰 기본 언어도 한국어로 해놓은, 공부에 진심인 친구인 것 같다. 이야기하다 음식이 나와서 맛있게 먹으라고 하고 갔다. 확실히 우즈벡은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보다도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 참 많고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학생들도 많은 것 같았다.
되뇌르도 무척 맛있고 고기가 특히나 많았다. 난 정말 우즈벡 되뇌르와 햄버거가 너무 좋아...
밥 먹고 나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역에 들어가기 전에 물을 사고,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역에 들어왔다. 숙소에서 미리 유튜브 영상도 다운받아놓았다.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글을 쓰고 있다.
드디어 11시가 되어 기차를 탔다.

침대 기차는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잘 잤다.


요금은 10파운드를 결제했고, 19000원 정도다. 시트도 주고 수건도 주는데, 문제는 담요가 너무 얇고 침대도 좀 작아서 나는 다리를 수그리고 옆으로 누워서 자야했다. 그래도 너무 피곤해서 잘 잤던 것 같다. 새벽에 너무 추워서 잠깐 깼는데, 가방에서 긴바지와 긴팔을 꺼내어 겹쳐입고 다시 잠들었다. 8시쯤 타슈켄트 기차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숙소에 도착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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