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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중앙아시아 기행] 18. 타슈켄트 도착 / 타슈켄트 시내 구경

by Orthy 2025. 10. 5.

25.10. 2.(목) ~ 25.10. 3.(금)

전날 부하라에서 타슈켄트행 야간 열차를 탔다. 요금은 18000숨, 22000원 정도?

침대기차의 모습
내 침대

저번 글에서도 말했듯이 침대가 내게는 너무 좁아서 다리를 굽히고 자야했는데, 피곤해서 그랬는지 출발하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중간에 몇 번 깨긴 했지만...

주위가 어수선하고 누가 나를 툭툭 쳐서 일어나보니 타슈켄트 기차역에 거의 다 도착해있었다. 원래 도착 예정시간은 6시 50분이었는데, 한 시간 정도 늦어져 8시쯤 타슈켄트에 도착했다. 어차피 너무 빨리 도착하면 숙소 체크인 하기도 어려워 나로서는 조금 늦게 도착하는 것이 좋았다.

이날 아침에 정말 추웠다. 날씨앱을 보니 8~9도였는데 나는 옷차림이 가벼워서 오들오들 떨면서 기차역을 나섰다. 얀덱스앱을 찾아보니 내가 잡은 숙소까지는 버스를 한 번 갈아타서 가야했다. 기차역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얼른 걸어갔다.

타슈켄트 기차역
정류장 바로 앞 건물에 붙어있던 KOREA STUDY
타슈켄트 기차역 앞 도로

나무위키에는 타슈켄트가 중앙아시아 최대 도시라고 적혀있었는데, 직접 두 눈으로 보니 그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구나 싶었다. 타슈켄트는 소련시절부터 중앙아시아 지역의 거점도시였고, 소련 전체로 봐도 5대 도시에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도시였다고 한다. 게다가 70년대 거대한 지진으로 시내가 거의 뒤집어진 다음 소련에 의해 처음부터 다시 지어졌고, 이때 지하철도 생기는 등 온전히 재건되었다고 들었다. 도로도 굉장히 넓어서 대로는 왕복 8차선으로 지어졌고, 시의 중심 아무르 티무르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져 나가는 도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대중교통도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너무 편리하게도 트레블월렛 카드를 교통카드로 이용할 수 있었다. 한번 탈 때 요금은 1700숨, 약 200원인데 트레블월렛 카드를 이용하면 수수료 25숨이 붙어 1725숨이 결제된다. 수수료 25숨은 약 30원 정도.

무엇보다 버스 안에서 봐도 나무나 녹지가 굉장히 많아서 도시가 굉장히 푸르렀다. 키르기즈스탄의 수도 비슈케크나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 역시 상당히 큰 도시인데다, 두 국가 역시 국가의 역량이 수도에 집중되어있어 수도의 미관이 훌륭했지만 모두 도시 중심가 부분만 잘 관리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심부와 주변의 경관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도 딱 끊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 반면 타슈켄트는 도시 외곽에서부터 중심이 되는 아무르 티무르 광장까지의 풍경이 일관적이면서도 중심부는 또 제대로 꾸며 완성시켜놓은 느낌이 들었다. 하여튼 내게 타슈켄트의 첫인상이 무척 좋았었다.

이번에 잡은 호스텔은 구글리뷰와 부킹닷컴에서 한국인 리뷰가 좋은데다가 타슈켄트의 랜드마크 타슈켄트 텔레비전 타워와 가까워서 골랐다. 당연히 텔레비전 타워 근처가 중심가 부분인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텔레비전 타워는 중심가와 좀 떨어져 있었고, 버스가 점점 외진 곳으로 가서 좀 걱정스러워졌다.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주택가에 자리잡은 곳이었다. 조금 더 알아보지 않은 내 잘못이지, 혹시 두샨베에서처럼 이상한데 예약했나 걱정됐는데 막상 호스텔에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좋아서 다행스러웠다.

공용공간이 이 정도면 훌륭하다. 심지어 책상이 있다니..!

체크인 시간은 12시였는데 내가 도착한 시간은 9시 정도여서 지금 바로 침대를 내어주기는 어렵고, 대신 짐을 맡기고 시내 구경을 하는건 된다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일단 그 전에 배가 너무 고파서 근처 마트에 가서 빵과 요거트? 같은 것을 사왔다. 여기에 키르기즈스탄에서부터 들고 온 꿀과 파슈테트를 함께 먹었다.

참고로 파슈테트는 이런건데, 내가 산 건 생각보다 맛없어서 조금 먹고 그냥 버렸다...
이날의 아침

저 요거트가 엄청 시다. 알고보니 생치즈? 같은 것으로 중앙아시아 전통 음식이라고 했는데, 꿀을 발라서 함께 먹으면 생각보다 맛있었다. 저거 혼자서 먹기는 조금 힘들고, 단맛이 필수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호로그의 조식뷔페에서 맛있게 먹었던 치즈같은 것이 바로 이거였던 것 같다. 그건 이정도로 시지는 않았는데...

아침을 먹고 휴대폰도 충전하고 조금 쉬다가 10시쯤 숙소를 나섰다. 숙소 근처에 타슈켄트에서 가장 유명한 쁠롭가게가 있다고 해서 가봤다. 방금 아침을 먹고 나와 먹을 생각은 없었고, 숙소 근처라길래 그냥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베쉬 코존, 5개의 솥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중앙아시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러번 본 세계테마기행 우즈베키스탄편에 나온 바로 그 쁠롭가게라고 했다. 그런데 구글리뷰 중 한국인 리뷰는 거의 반반으로 갈렸다. 나는 중앙아시아에서 쁠롭을 워낙 많이 먹어봐서 굳이 여기서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안들었고, 그냥 와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식사시간이 아니라서 사람이 좀 없었다.

근처에 또 공원이 있었다. 구글 지도에는 Memorial to the Victims of Repression in Tashkent라도 나와있고, 기념비 너머로 보이는 두 개의 푸른 돔이 있는 건물이 Museum of Victims of Political Repression이라고 했다. 정치적 탄압의 희생자를 기리는 공원인 것 같은데, 누구로부터의 탄압이었을까? 소련? 박물관이 닫혀있어 알 길이 없었다 - 사실 열려있었어도 안들어갔을테지만. 보니까 공사중인 것 같았다.

순교자 공원
박물관
가까이서
공원에서 찍은 타슈켄트 티비 타워

공원 사이를 인공운하가 가로지르고 있어서 운하까지 내려가 걸어봤다.

건너편에서 단체로 복싱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함께 펀치를 날리고 있었다.

그 후로 중심가 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사실 거리가 조금 되어서(10키로 정도...ㅋㅋㅋ) 버스를 탈까 했는데 걸어가면서 보는 풍경과 버스를 타고 보는 풍경이 다르기도 하고, 타슈켄트에 온 첫날이니 그냥 정처없이 걷고싶어서 무작정 걸었다.

타슈켄트랜드, 입장료는 없었다

아마 여기도 놀이기구를 탈 때 그 앞에서 돈을 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놀이기구가 하나도 운영하는 것 같지 않았다. 공원을 청소하는 사람과 공원 안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은 있는데 놀이기구는 하나도 운영 안하고 노는 사람도 없어서 조금 기묘했다.

작동을 멈춘 롤러코스터
빗자루질하는 할머니들은 많았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이 막강하다보니 특히 도시 미관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어딜가나 미화원과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스프링쿨러가 항상 작동하고 있다. 타슈켄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식당 직원들은 있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다
공원의 중심?

좀 걸어가니 공원에서 벗어났다. 통과하는데 10분 정도 걸리는 크지 않은 공원이었다

걸어가다보니 물가에 거위와 오리가 있었다. 난 이렇게 뚱뚱한 오리, 거위들은 처음봤다.

이 호수에서 바라보면 타슈켄트 티비 타워가 한 눈에 들어온다.

좀 빼둘어졌네

조금 더 걸어가니 일본 정원이 있었다.

일본 정원도 입장료를 받는다. 진짜 너무하다.

정원 옆에 일본 국기와 천막이 쳐져있고 기념비같은 것이 있는데다가, 일본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뭔가 하고 찾아봤다.

근데 일본인들이 왜 1945년부터 이쪽으로 강제 이주되었을까?? 그건 너네들이... 읍읍

음, 일본인 억류자 위령비라고 한다. 이날이 무슨 기념일이었을까?

이쪽이 엑스포 센터인 것 같았다. 위령비 너머로 엑스포 건물이 있었는데, 일반인은 못들어가는 것 같았다. 반대편에는 중앙아시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건물들이 모여있었다.

태극기 펄럭. 무역센터인 것 같다.
여기도 미화원분들이
NBU? 왠지 National Bank Uzbekistan일 것 같았다. 정확한건 모름...
이 차 튜닝이 굉장하다
이런 건물 지을 나라는 소련밖에 없는데

엑스포 센터쪽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미노르(Minor) 모스크라는게 있다고 해서 계속 걸어갔다. 그런데 어라, 웬 삼사가게에 현지인들이 줄을 엄청 서있었다.

현지인 맛집??

여긴 무조건 맛집이다 싶어서 일단 줄을 섰다. 구글리뷰를 찾아보니 찬사가 엄청났고, 타슈켄트 1등 삼사맛집이라길래 배불렀지만 일단 먹어봐야했다.

얼른 줄을 섰다.

보니까 현지인들이 거의 80~90프로고 나머지는 중국인들이었다. 타슈켄트에도 중국인이 굉장히 많았다.

가격도 이정도면 착한편이다

삼사가 가장 맛있을 때는 막 구워졌을 때인데, 이렇게 회전율이 좋은 가게는 거의 항상 갓 구운 삼사를 먹을 수 있는 셈이다. 다른 것보다도 일단 여기서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없는 가게였다.

뒤쪽에서 사람들이 미친듯이 삼사를 굽고 있었다.

15분 정도 기다려서 내 차례가 왔는데, 아침을 많이 먹어서 딱 한 개, 소고기 삼사만 시켰다. 가격은 13000숨.

엄청 바삭해보인다

와, 이거 진짜 미쳤다. 빵이 엄청 바삭하고 내가 지금껏 먹은 삼사 중에서 가장 고기가 크고 고기맛이 잘 느껴졌다.

고기가 진짜 크다

현지인들이 이렇게 줄 서는 이유가 있었다. 중앙아시아 최고 삼사 인정입니다.

하나밖에 못먹은게 아쉬워서 다음날 또 가서 세 개를 더 먹었다.

삼사 굽는 모습 - 맛없으면 그게 이상하다

얼른 삼사를 해치우고 다시 미노르 모스크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투어버스를 만났다
미노르 모스크
내부

여긴 입장료가 없었다.

너무 새 건물이어사 검색해보니 2015년에 완공된 모스크라고 했다.

옆에서 본 모습

미노르 모스크 옆으로 강이 있었는데, 지도상으로는 이 강을 따라가면 중심가가 나와서 계속 강을 따라 걸어갈 생각이었다.

전형적인 소련건물이죠?

그런데 좀 걸어가니 길이 막혀있었고,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배가 아파와서 정말 당황스러웠다. 혹시 모스크에는 화장실이 있지 않을까 해서 급하게 모스크로 돌아갔다. 한참 헤매다가 혹시?하고 들어가보니 화장실이었다. 심지어 우즈벡은 보통 화장실이 유료인데 여긴 무료였다.

알라의 관대함에 눈물을 흘립니다

정말 덕분에 살아서 인간의 존엄을 지켰다. 근처에 화장실도 없는 것 같았는데 모스크가 아니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르겠다. 알라후아크바르...

길이 막혀있어 다시 미노르 삼사쪽으로 돌아가 도로를 끼고 걸어갔다. 미노르 모스크 뒤편으로는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그래서 길이 막혀있던 것 같다.

걸어가다가 또다시 펄럭. 아동교육컴플렉스인 것 같은데 코이카에서 협력하는 것 같았다.

계속 걷다보니 독일 대사관도 지나고, 신기한 동상이 서있는 공원에 도착했다.

그냥 사진만 찍었다

조금 더 걸어가면 다시 공원이 나온다. 이때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궁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타슈켄트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공원이 정말 많았다. 금요일 아침이라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공원이 정말 잘 가꿔져있었다.

그런데 자작나무에 누가 낙서를 해놨네
계속 걸어가다 극장도 만났다. 오페라/드라마/발레를 상연하는 극장인 것 같았다.
이쁘게 공원을 잘 해놨다
분수도 있고. 저 건물은 우즈벡 재정부 건물이었다. 대통령궁에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10월 초인데도 햇빛이 너무 뜨거웠다. 다행히 공원을 걷다보니 나무 그늘 아래로 걸을 수 있었다. 햇빛만 피해 그늘에 들어오면 바람도 굉장히 시원하고 기온도 선선해 걷기에 좋다.

푸르른 공원
공원이 많은만큼 관리인도 정말 많이 보인다.

2차대전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끼리는 무명용사 묘역이 있었다.

중앙아시아 각지의 2차대전 기념공원에서 볼 수 있는 슬픈 어머니상과 꺼지지 않는 불꽃
바로 옆에는 긴 목조 회랑이 있다. 벽면에는 사망한 군인들의 이름과 출신이 적힌 것 같은, 금속으로 만든 책이 쭉 있었다.

지도상으로는 묘역 옆으로 독립광장을 지나 대통령궁 앞으로 가는 커다란 길이 있고, 실제로도 그 길을 볼 수 있었는데 실제로는 펜스로 막혀있고 경찰들이 삥 둘러서서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 길이 원래 막혀있는건지 아니면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막았는지 모르겠는데, 가보고 싶어 아쉽게 되었다.

지도 상에서 독립광장 근처의 Mustaqillik maydoni 길이 완전히 통제되었다. 지도에 독립광장으로 표시된 핀 아래, 길로 둘러싸인 부분이 바로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 나는 옆의 작은 길을 통해 Mustaqillik 분수대쪽으로 걸어갔다.
Mustaqillik 분수대 오른쪽에 있는 작은 분수대와 광장
하얀색 건물이 대통령궁, 금색 건물은 정부 각 부처가 모여있는 건물이었다. 우리나라로치면 정부종합청사?
분수대에서 분수는 나오지 않았다

국가 중요시설이 모여있어서 그런지 경찰들이 엄청 많았다. 우즈벡에서는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보다 훨씬 더 경찰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집단으로 순찰도 굉장히 자주한다. 그만큼 치안은 안전하다는 얘기겠죠?

대통령궁 근처에 가볼수도 없어서 길을 건너 아무르 티무르 광장쪽으로 향했다.

우즈베키스탄 역사 박물관, 여기도 공사중으로 임시휴업이었다.

가는 길에 알마티 아르바트 거리 느낌이 나는 거리가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이 타슈켄트판 홍대거리인 브로드웨이였다. 젊은 친구들이 굉장히 많이 보였고 길거리 노점상도 많아 활기찬 느낌이었다. 조금 신기했던 건, 젊은 남자들이 온통 정장을 입고 돌아다녔다는거다. 정장 입은 청년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이곳저곳 활보하니까 왠지 조폭느낌이 났는데 그건 아닐테고...

여기 와보니 학교를 갓 졸업한 나이로 보이는 사람들이 정장이나 세미정장을 굉장히 많이 입고 다녔다. 보통 남자들은 정장을 입고 여자들은 세미정장을 입는 것 같은데, 바로 옆 나라인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아르바트 거리에서는 거의 한국 mz패션급으로 옷을 입어서 분위기 차이가 많이 났다. 회사원들이 목요일 1시쯤 온통 여기 나와서 놀고 있는건 아닐 것 같고 근처는 대학가라서 회사도 없는 것 같은데... 브로드웨이의 정장 패션에 대해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한국 길거리 음식을 파는데 욱일기를 사용하다니 네 이놈들!!
메뉴 선정은 좋구나
양궁장도 있고
체력은 국력ㄷㄷ

또 여기 남자애들은 복싱이나 격투기에 관심이 많은지 막 자기들끼리 가볍게 잽 훅 날리는건 다반사에 펀치기계나 저런 파워측정?하는 기계를 친구들끼리 엄청 많이 한다. 그래서 저런 기계들도 거리에 많았고 사람도 많이 몰려있었다. 뭐랄까... 싸움 잘하는걸 남자답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세다는 느낌이랄까? 어린 남자애들도 다 저러고 있어서 신기했다.

정장입은 남정네들의 습격
정장입고 탁구하는 사람들

탁구채랑 공은 그냥 쓸 수 있는 것 같았다. 좀 봤는데 다 실력이 영 별로였다. 군대에서 갈고닦은 탁구실력을 보여줄까 하다가 그냥 지나갔다.

밤이 되면 브로드웨이쪽이 더 활기찬 모습일 것 같았다. 길거리 음식이 궁금하다거나 사람구경을 하고싶다면 밤의 브로드웨이를 가봐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다가 숙소에서도 좀 떨어져있어서 다시 찾지 않았다.

브로드웨이가 끝나는 지점에서 길을 건너면 아미르 티무르 광장이 나온다. 이 광장에는 동상뿐이고, 여기가 시의 중심인 이유는 이 주위로 발달된 지역이 많아서지 광장이 랜드마크여서는 아닌 것 같았다.

타슈켄트의 아미르 티무르 동상
중앙아시아 까치

티무르 광장 건너편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소련시대에 지어진 우즈베키스탄 호텔이 있다. 왜 상징적인건지는 나도 잘 모른다.

직접 보면 꽤 예쁘다

그 후로도 계속 걸었다. 지도를 보니 타슈켄트시 남쪽에 서울공원이라는데가 있어 그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티무르 광장에서 거의 5키로 정도 떨어져있었는데 또 무작정 걸었다.

그냥 걷기
건물이 굉장히 고풍스러워서 뭔가 했는데
웨스트민스터 국제대학교 타슈켄트 캠퍼스였다. 내가 아는 웨스트민스터는 영국 국회랑 사원이었는데 대학교가 있는줄은 몰랐었다.
학교 주위로는 담장이 쳐져있고 이런 게이트를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었다. 사람 많아지면 엄청 밀릴 것 같은데.

티무르 광장에서 서울공원으로 가는 길에 대학교가 엄청 많고 그래서인지 젊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도 대학가가 발달하고 유행의 중심인것처럼, 타슈켄트도 비슷한 것 같았다. 분위기가 무척 좋고 건물들도 예쁘고, 학생들이 엄청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곳 분위기가 정말 좋은데, 타슈켄트에 여행가면 꼭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소련식 아파트

이것도

시내 곳곳에 소련시대 건물의 흔적이 보였다. 생각보다 중앙아시아 다른 도시에서는 소련의 흔적을 거의 볼 수 없었고, 비슈케크에서는 그나마 조금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타슈켄트에서는 훨씬 더 자주 소련 시대의 흔적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때부터 워낙 큰 도시였어서 그런가? 또 그래서인지 알마티나 비슈케크같은 다른 대도시와 느낌이 달랐다.

경동나비엔이 여기에 있을줄은 몰랐다
정부건물에 그려진 벽화 ㅋㅋ

너무 많이 걸어서 발에 땀이 차고 좀 힘들었다. 마지막에는 공원에 빨리 도착해서 앉아서 쉬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주위 풍경도 눈에 잘 안들어왔다. 그냥 버스를 탔어야했는데. 숙소에서 여기까지 거의 13~14키로를 걸었었다.

드디어 공원에 도착해 벤치에 앉아 좀 쉬다가 서울공원을 찾았다. 공원 전체가 서울공원인건 아니고, 공원 한켠에 테마파크처럼 꾸며진 곳이었는데 내가 갔을때는 또 공사중인건지, 운영을 안하는건지 문이 닫혀있었다. 구글리뷰에는 입장료가 있다고 했다. 아쉬운대로 바깥쪽에서 사진만 몇 컷 찍었다.

고려인 이주 80주년에 즈음하여 고려인들을 친구와도 따뜻하게 맞아준 우즈베키스탄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입구
이거 완전 서울인데요

서울공원은 못들어갔지만 근처에 또 서울문(Seoul Mun)이라는 야외 쇼핑몰이 있다고 했다. 서울공원은 양국 정부의 협정에 의해 만들어진건데, 신기하게 서울문은 한국 기관의 개입 없이 그냥 우즈벡 현지 회사가 만든 쇼핑몰에 자기네들이 서울문이라고 이름붙였다고 했다. 분위기가 서울 느낌이 나서 그랬다나? 우즈벡에서 한국 문화가 이렇게까지 소비될 줄은 몰랐다. 그냥... 되게 신기했다.

진짜였네

서울공원에서 서울문으로 가는 길도 엄청 예쁘다. 소련시대 건물이 엄청 많이 보인다. 소련 느낌이 뭔지 모른 채 가더라도 아 이게 소련느낌이구나 알 수 있을 것 같다.

서울문입성. 가운데 인공운하가 청계천 느낌이 났다. 특히 끝에서 물이 쏟아져내려오는데, 광화문 광장에서 청계천으로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청계천이 더 좋지만... 아 청계천 가고싶다.
옆에서
구글리뷰에서 가져온 사진

밤이 되면 분수쇼를 한다고 하는데 저 사진은 잠수교 분수쇼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름은 서울문인데 건물은 전체적으로 일본/중국풍이고, 또 한식을 파는 가게들이 엄청 많았다. 일본 요리를 파는 가게나 프랜차이즈 식당도 많았는데, 그냥 전체적으로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동경을 담아 만든 거대한 야외 쇼핑센터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 관련 가게들이 정말 많다.

이 감성 어떻게 따라함?

배가 고파서 뭘 먹을까 하다가 간판에 크게 고딕체 느낌으로 김밥 딱 두글자가 적혀있는 식당을 봐서 들어가봤다.

번역기를 열심히 돌리셨구나
완전 한국이네요
메뉴

라면까지 먹을까 하다가 바로 옆에 KFC가 보여서 여기서 김밥 한 줄 먹고 KFC 가서 햄버거도 먹으려고 김밥만 하나 시켰다.

김치김밥, 20000숨 - 2400원

원래 한식을 아예 안먹을 생각이었는데,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은 먹어야 할 것 같아 김밥을 먹은 것이었다. 밥이 완전 한국쌀이었다. 그동안 먹은 밥은 길쭉한 동남아쌀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한국쌀을 먹으니까 너무 맛있었다. 완전 김밥맛이었다(당연함)... 맛있었다. 김치가 좀 짜긴 했는데 신맛이 제대로 나서 좋았다. 깨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내가 밥 먹고 있으니까 슬슬 현지인들이 엄청 많이 들어왔다. 야외테이블이 꽉 차고 실내에도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다들 김밥에 라면 먹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묘했다 ㅋㅋ

바로 옆 KFC로 가서 닭다리 2개에 햄버거 하나를 시켰다. 각각 25000숨, 총 50000숨 - 6000원 정도?

꽤 맛있었다
버거 안에 치즈소스가 특히 맛있었다.

다 먹고 서울문을 좀 둘러볼까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엄청 넓은 것 같은데 다 돌아보지 못해 좀 아쉽긴 했지만 그만큼 피곤했다.

타슈켄트 속의 작은 한국이란 말이 웃겼다

갈 때는 버스를 타야했는데 한 번 갈아타야했다. 환승하는 곳에서 기다리는데 노을이 엄청 붉었다.

새빨간 노을이 졌다.

한참 노을 보면서 기다렸는데 버스가 너무 안와서 조금 떨어진 다른 정류장으로 걸어가 다른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7시 반쯤 되어 얼른 씻고 빨래하고 책을 펼쳤다. Fubini/Tornelli 정리를 활용하여 Cartesian product의 measure를 생각하는 부분을 공부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생각이 제대로 전개가 안되었다. 좀 씨름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그냥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좀 보다 잤다.

전날 거의 10시쯤 잠들어서 7시도 안되어 일어났다. 일어나 아침을 먹고 타슈켄트 볼거리를 검색하니 전날 거의 다 가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이날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시장 초르수 바자르와 근처의 하즈라티 이맘 광장만 가기로 하고, 11시~12시쯤 여유롭게 나설 생각이었다.

아침에 전날 포기한 수학책을 펼쳐 공부하니 또 잘 되었다. 계속 공부하다가 11시쯤 숙소를 나섰다. 이번에는 얌전히 버스를 타고 갔는데, 숙소 바로 앞에서 초르수바자르까지 가는 35번 버스가 있어 바로 타고 갔다.

초르수 바자르 근처의 모스크
그렇다고 한다

들어가볼까 했는데 또 입장료를 내란다. 지겹다 지겨워...

초르수 바자르의 푸른 돔이 저 멀리 보인다
시장이 시작됐다
현지인들이 엄청 줄을 선 정육점. 여기가 유독 특별한가?

초르수 바자르는 저 커다랗고 푸른 돔 안에 시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돔 주위로도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워낙 유명하다길래 가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별로였다. 차라리 부하라의 센트럴 바자르가 더 볼거리 많고 재밌었다. 지금까지 가 본 시장 중에서는 비슈케크의 오쉬 바자르가 가장 좋았었다. 처음 가 본 바자르여서 그랬으려나? 하여튼 초르수 바자르는 생각보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돔 내부
내부에는 거의 정육점뿐이어서 냄새가 짜고 비리다

지금껏 바자르를 많이 가서 그런지 볼 게 없었다.

오디즙같은걸 파는데, 세계테마기행에도 이게 나왔었다. 엄청 달다고해서 먹어봤는데 음... 하나도 안달았다. 계절차이때문에 그럴까? 가격은 5000숨, 600원 정도(작은 것)
하즈라티 이맘 광장으로 가는 길에 발견한 타슈켄트 완벽대 ㄷㄷ

그래서 사진도 많이 안찍고 한 바퀴 둘러보고 바로 나왔다. 초르수 바자르에서 하즈라티 이맘 광장까지는 2키로 정도 걸어야 했다. 하즈라티 이맘 광장은 모스크와 메드레세 두세개가 모여있는 곳이었는데, 타슈켄트의 많지 않은 실크로드 유적 중 하나였다. 가는 길이 온통 공사중이었는데, 보니까 이쪽을 완전히 중세 실크로드 도시처럼 만드는 공사인 것 같았다. 부하라나 사마르칸트에서 본 건물같은 것들을 새로 만들고, 하즈라티 이맘 광장 남쪽에 거대한 이슬람 문화 센터 같은 것을 짓고 있었다. 우즈벡의 중세 이슬람 유적을 토대로 현대적 느낌을 살려서 짓고 있는데, 기본이 되는 유적들이 워낙 예뻐서 이 건물도 아름다워보였다.

엄청 예쁘게 잘 지어놨다
옆에서

1시쯤이었는데, 무슬림들이 점심 기도를 위해 모스크로 모이고 있었다. 하즈라티 이맘 모스크는 지금도 모스크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보니까 여성들은 모스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바깥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이건 너무한거 아님?

모스크로 들어가는 행렬이 많았다.

경찰이 모스크 입구에서 짐 검사를 빡세게 했다
하즈라티 이맘 모스크의 정문
바드라한 메드레세

확실히 사마르칸트와 부하라의 유적들을 보고 오니 별로 볼 게 없는데다가, 광장 전체가 공사중이어서 뭐 할 게 없었다. 햇볕도 너무 뜨거워서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타슈켄트는 되게 크고 중앙아시아 도시 중에는 특색이 있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확실히 중앙아시아 도시가 공유하는 공통적인 느낌은 그대로였다. 이제 중앙아시아 도시에 너무 익숙해져서 흥미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다른 지역으로 가야할 때였다. 얼른 터키로 가고싶어졌다.

버스 타러 가는 길에 발견한 벽화
여기에도 무궁화가
애기들이 놀고 있었다
골목을 지나 버스타러 가는 길, 전봇대 옆 남자애들이 전담을 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중학생 정도일텐데 가오 잡으면서 전담피는게 아주 꼴보기 싫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조용히 지나가야 했다.

바로 숙소로 갈까 하다가 전날 들렀던 미노르 삼사에서 다른 삼사들도 먹어보고 싶어서 중간에 내렸다. 마침 근처의 미노르 모스크에서 기도가 끝나서 얼른 뛰어갔다. 내가 줄 서고 잠시 있다가 뒤로 엄청나게 긴 줄이 생겼는데, 타이밍이 참 좋았었다.

???

그런데 내 앞에 인하대 과잠입고 있는 현지 학생이 보여서 엥???? 하고 이리저리 각을 보다가 카메라로 찍었는데, 뒤에서 갑자기 타슈켄트에 인하대 있어요 하고 나한테 말을 가는거다! 더 놀라서 뒤를 보니 다른 우즈벡 현지인이 근처에 인하대 타슈켄트 캠퍼스가 있다고 설명해줬다. 나는 한국어가 당황스러웠던건데. 알고보니 한국에서 6년동안 있었고 대학까지 졸업한 다음 석사입학을 준비중인 형님이었다. 결혼을 최근에 해서 우즈벡에 돌아와 있다가 이번달 말에 다시 한국으로 가신다고 했는데 이분이 여기 미노르 삼사가 타슈켄트 넘버 원이라고 잘왔다고 해주셨다. 정말 우즈벡에는 한국어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나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분이 주문도 도와주시고 자기 카톡 아이디도 알려주면서 문제 생기면 연락하라고 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했다. 중앙아시아는 참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

이번에는 저번에 못먹은 양고기 2개, 닭고기 1개를 시켰다. 양은 11000숨, 닭은 8000숨.

양보다는 닭이 더 맛있고, 소가 가장 맛있었다. 이번에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생각나는 맛이다.

이후 숙소까지는 20분 정도 걸어갔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다음날 이동할 쉼켄트까지의 이동 방법을 찾아보고, 유튜브를 보며 좀 쉬다가 계속 수학 공부를 했다. 낮잠도 자고 공부하다보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숙소 바로 아래 슈퍼에 삼양라면이 있길래 사왔다. 라면을 또 전자레인지에 돌렸는데, 이번에는 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한강라면이 됐다...

그래도 나름 맛있었다

계란 5개를 전자레인지에 추가로 돌려 계란찜을 만들어 먹었다. 그렇게 총 계란 6개와 삼양라면을 저녁으로 먹고, 이후 여행계획을 짜고 정보를 알아보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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