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중앙아시아 기행] 19. 타슈켄트에서 국경 넘어 쉼켄트로 이동하기 / 쉼켄트 구경 / 쉼켄트에서 악타우 가는 침대기차 타기 / 악타우 구경

by Orthy 2025. 10. 7.

25.10. 4.(토) ~ 25.10. 7.(화)
한국에서는 모두들 긴 추석 연휴를 즐기고 있겠지? 명절이 되니 조금 더 한국이 그리워진다. 군대에 있느라 작년 설, 추석 그리고 올해 설에도 가족들과 모이지 못해 이번 추석에는 함께할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이번 추석은 한국에서 저 멀리 떨어진 카자흐스탄에서 보내고 있다. 이쪽은 휴일이 아니기도 하고 여행하느라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명절 느낌은 전혀 안 난다. 그렇지만 여행은 즐겁게 하고 있다..ㅋㅋ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곧바로 짐을 챙겨 숙소를 떠났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도시간 이동, 특히 국경 이동은 웬만하면 빨리 갈수록 좋다. 7시 반쯤 숙소를 떠났던 것 같다.


잠시 국경 넘는 방법에 대한 설명. 이쪽 정보 찾는게 쉽지가 않다.

타슈켄트에서 카자흐스탄 쉼켄트로 가는 국경 검문소는 두 개가 있다.
https://maps.app.goo.gl/1qF357q95JejZoqEA

Zhibek Zholy · Zhibek Zholy

www.google.com

https://maps.app.goo.gl/DH1zUyr48m4d8TXm7

"Navoiy" chegara nazorat punkti

www.google.com

첫 번째 국경 검문소 '즈벡졸리'는 대부분의 블로그 / 국경 통과 후기에 나온 곳인데, 25년 10월 현재 공사로 인해 임시 휴무 중이고, 그래서 두 번째 국경 검문소 '나보이'로 가야한다. 카자흐스탄쪽에서 올 때는 카자흐스탄측 국경 검문소 이름인 '카플란벡(Kaplanbek)'을 검색해서 와야 한다.

타슈켄트에서 쉼켄트로 넘어가려면, 시내에서 일단 나보이 국경 검문소로 이동한 뒤 국경을 넘어 카플란벡에서 쉼켄트로 가야하는데, 타슈켄트 시내에서 나보이 국경 검문소는 차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고 대중교통까지 있다. 시내에서 120번 버스를 찾아 타면 국경 검문소 근처까지 갈 수 있고, 내려서 1키로 정도 걸어가면 국경 검문소에 도착한다. 이때 국경 검문소가 종점이 아니기 때문에 지도를 잘 보고 있다가 국경 근처에서 우회전을 한다! 하면 바로 내려야 한다. 120번 버스는 1700숨의 요금을 내면 되는데, 이것 외에도 사설 마슈르트카(다마스) 중 Набой(Navoi)라고 적힌 마슈르트카를 타고 된다. 나는 120번 버스를 기다리는 와중 국경으로 가는 다마스를 엄청 많이 봤다. 얀덱스 택시를 불러서 가도 되는데, 시간이 많고 돈은 부족한 나같은 배낭여행자라면 대중교통이나 마슈르트카를 이용해서 가도 충분하다. 특히 2GIS 앱을 사용하면 상세히 설명해준다.

국경을 넘는 길은 꽤나 길다. 좀 많이 걸어가야 한다.

국경을 넘어 카자흐스탄측 카플란벡에 도착하면 또다시 택시 삐끼들이 무지하게 달려든다. 보통 요금은 4000-5000 텡게를 부르는 것 같다. 9000~12000원 정도인데, 국경에서 쉼켄트 시내까지는 120키로가 넘어서 사실 그렇게 비싼 요금은 아닌 것 같다. 나는 흥정을 실패해서 5000텡게를 냈는데 나보다 이틀 정도 먼저 국경을 넘은 한국분은 4000텡게에 갔다고 했다. 흥정을 잘 하시길...

다만 이쪽이 물가가 엄청 빨리 오르기도 하고 정보 찾기도 힘들다보니, 25년 10월 정보임을 감안해야 한다.

쉼켄트에서 타슈켄트로 넘어올 때는 정확히 거꾸로 하면 된다. 쉼켄트에서 국경으로 올 때는 쉼켄트 플라자 근처에 합승택시 정류장이 있는데, 여기서 다마스같은 마슈르트카를 찾으면 2000텡게에 국경까지 갈 수도 있다고 들었다.


이제 다시 여행기로

설명한 방법대로 120번 버스를 타기 위해 슥소에서 20분 정도 걸어 88번 버스를 타고, 120번 버스가 오는 정류장에 도착해 기다렸다.

늠름하구나

한 15분 정도 기다리니까 버스가 왔다.

120번 버스

안에 사람이 꽤 많았다. 그런데 국경에서 내리지는 않았고, 그냥 출근시간이라 많았던 것 같다.

시내에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국경 근처에서 내렸다. 국경까지는 1.3키로 정도 걸어가야 한다고 해서 또 걸었다.

그냥 걷기

역시 국경 근처에는 먹을걸 파는 사람들이 많다. 아침을 안먹어서 좀 배고팠는데 우즈벡 현금은 국경 통과 후 카자흐스탄 돈으로 환전해야 했고, 그래서 큰 단위들만 남겨놨기 때문에 여기서 뭘 사먹으면 곤란해졌다. 국경 넘어서 먹어야지 하고 열심히 참았는데... 국경 넘으니 카자흐스탄쪽에서는 뭐 파는 사람들이 없더라.

국경검문소 초입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다들 국경 통과를 안하고 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길래 엥? 국경 막혔나?했는데 국경은 정상적으로 열려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자동차가 국경 통과하는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사람은 통과가 빠른데 자동차는 진짜 한참 걸린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통과한 육로 국경 중 사람이 가장 많았다. 거의 40분정도 걸린 것 같다. 우즈벡 출국 시에는 거주등록증(Registration)을 요구했는데, 이건 숙소에서 알아서 해주고 등록증을 체크아웃할 때 챙겨줘서 잘 챙기고 있기만 하면 됐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쓱 확인만 하도 다시 줬다.

카자흐스탄 입국할 때는 외국인은 줄을 따로 서라고 했는데, 안내하는 군인이 한국인은 그냥 내국인이랑 같이 줄 서라고 해서 더 빨리 통과했다. 아마 무비자 국가가 그런 것 같았다. 또다시 국뽕 한사발 들이켰다...

중앙아시아 4개국 스탬프 수집완료

국경 통과를 마치고 환전을 하려는데 내게 붙은 택시 삐끼 중 한명이 한국말을 할 줄 알았다. 이 사람도 한국에서 오래 일했다고 했는데, 환율도 잘 쳐줘서 250000숨을 11000텡게에 환전해줬다. 이건 공식환전소보다도 잘 쳐준거라서 고마웠다ㅎ. 택시도 4000텡게에 가게 해준다고 하고 택시 잡아줬는데, 나중에 쉼켄트 도착하니 기사가 5000텡게 달라고 했다. 하... 짜증나긴 했는데 옆에 현지인들도 5000텡게 냈다고 은행 입금내역까지 보여줘서 아 이게 맞는건가? 하고 그냥 5000 줬다. 국경에서 쉼켄트까지는 120키로가 넘어서 사실 비싼 요금도 아니었다.

카자흐스탄 남부의 도시 쉼켄트는 알마티, 수도 아스타나에 이은 카자흐스탄 제3의 도시다. 내가 내린 곳은 숙소 근처에 있는 쉼켄트의 랜드마크?인 쉼켄트 플라자였다. 그간 중앙아시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으리으리한 현대식 건물이었는데, 이런건 알마티에서도 없었던 것 같다.

진짜 깜짝 놀랐다

아니 근데 버거킹이 있다는거다!!! 알마티에서도 버거킹은 없었는데 이거 진짜냐 하고 홀린 듯 들어갔다.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체인이 버거킹이었는데 중앙아시아 버거킹을 안 먹을 수는 없었다. 진짜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너무 행복했다 ㅋㅋㅋ

어이어이 진짜냐고!!!

안에는 엄청 현대적이었다. 거의 스타필드 아님?

자본주의 맛이 난다
말 안된다 ㅋㅋㅋ

카자흐스탄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잘 살고, 1인당 GDP가 15000달러 정도 된다고 했는데 확실히 쉼켄트에 오니 부유함이 느껴졌다. 우즈벡,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의 1인당 GDP 각각 3200달러, 2400달러, 1400달러 정도니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난다.

자동차도, 우즈벡에서는 대부분 쉐보레(구 대우) 자동차고 현대나 토요타를 거의 볼 수 없었고, 타지키스탄이나 키르기즈스탄에서는 거의 다 중국 자동차였는데 여긴 중국 자동차는 진짜 하나도 안보이고 다 현대 아니면 토요타였다.

쉼켄트 플라자의 거대함에 놀랐지만 일단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얼른 2층으로 올라가 버거킹을 찾았다. 코카콜라 제로에 햄버거 단품, 각각 550텡게 / 3250텡게로 총 3800텡게를 냈다. 거의 11000원... 우리나라 버거킹이랑 차이가 없다.

원래 콜라먹으면 잠 못자서 한국에서도 스프라이트 제로만 먹는데 이때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고기 봐라

오랜만에 먹는 버거킹이었는데, 한국 버거킹과는 맛이 달랐다. 패티가 훨씬 덜 짜고 마요네즈가 좀 더 들어간 맛? 한국 와퍼의 그 불맛나는 패티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육향이 더 세고 고기 맛은 좋았다.

먹던 사진 ㅈㅅ;ㅋ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버거킹이라 정말 맛있게 먹었다. 행복했다... 가격이 꽤 센 것 같은데 현지인들도 버거킹을 먹으러 많이 왔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중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친구들이 많이 왔는데 단체로 모여서 버거킹을 먹고 있더라. 확실히 잘살아...

배부른 채로 내려왔는데 스타벅스 빵도 궁금해서 하나 시켰다. 크루아상, 1200텡게니까 거의 3000원 정도? 쉼켄트 오니까 한국이랑 물가 차이가 거의 없다.

근데 별로 맛은 없었다. 글로버스 크루아상이 훨씬 맛있었다.

쉼켄트 플라자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로 가까워 걸어갔다.

플라자에서 숙소로 가는 길
극장도 있고
여기도 이름이 아르바트 거리였다. 저녁이 되면 또 활기찬 거리가 될 것 같은데, 왠지 안가봐도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서 안 갔다.

숙소는 시티호스텔이라는 곳이었는데, 1박에 5000텡게로 12000원 정도 했는데 시설 컨디션이 엄청 좋았다. 강추!

카자흐스탄에 와서는 심카드를 안사서 계속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에 숙소에 와서 짐을 풀고 얼른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추석 연휴인데 와이파이가 없어 부모님께 연락도 못드렸기 때문에 폰을 충전하며 얼른 연락을 드리고, 악타우에서 가볼만한 곳도 검색하다 갑자기 보험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10월 5일까지만 여행을 계획해서 그때까지만 여행자 보험을 들어왔는데, 여행을 연장하다보니 보험 기간이 끝나거였다. 문제는 해외에서는 여행자 보험 가입이 안된다는 것... 해외 보험사 가격을 알아보니 내 여행 일정이면 거의 800달러를 내야하길래 그냥 보험 없이 다니기로 했다. 앞으로 더 조심해서 여행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숙소에서 두세시간 정도 쉬고 시내를 둘러보러 나왔다. 쉼켄트 북동쪽에 아이나(Aina, Айна) 바자르라는 곳이 있다길래 가보려했는데, 5키로 정도 떨어져 있어 버스를 탈까 했지만 또 걸어가면서 시내 구경도 하고싶어 걸어갔다.

대학교도 있고
걷다가 길 중간에 이런게 있었다 ㅋㅋㅋ 이건 진짜 한국인이 내놓은 것 같은데

아니 근데 또 숙소에서 10분정도 걸어가니 대형 쇼핑몰이 나왔다.

스타벅스가 같이 있는 대형 쇼핑몰?

진짜 어이가 없었다ㅋㅋㅋ 중앙아시아에서 이런걸 볼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진짜 한국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났다.

이거 중앙아시아 맞나요

돌아오는 길에 가보기로 하고 일단 또 걸어갔다.

이 간판 분위기 어떻게 따라한거야
춘천닭갈비는 좀 끌리는데
이건 또 뭐야

해외에 나오니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정말 실감한다. 진짜 신기하다...ㅋㅋㅋ

계속 걷다보니 점점 외진 곳으로 가길래 살짝 걱정되긴 했는데 카자흐스탄은 워낙 치안이 좋아서 그냥 계속 걸어갔다. 중앙아시아 간다고 하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내가 직접 느낀 중앙아시아는 정말 안전한 곳이다. 일단 정부의 힘이 강한데다가 경찰국가라 순찰하는 경찰차도 자주 보이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너무 친절하다. 한국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정이 중앙아시아에는 아직 남아있는 느낌?

그래도 이때 좀 쫄렸다.
느낌있다

그래도 계속 걷다보니 진짜 시장이 나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쉼켄트에서 가장 큰 시장은 따로 있고 이건 되게 조그마한 시장이었는데, 막상 와서 둘러보니 또 여기만의 볼거리가 있던 것 같다.

아이나 바자르
만화고기
이건 진짜 돼지고기 아닌가?
토끼고기인것같은데
초고추장이랑 된장이 엄청 먹고싶었다
이거 뭔데 ㅋㅋㅋ
쿨피스 제로는 진짜 끌렸는데 잘 참았다
하지만 빵은 못참았다
크림치즈 타르트같은데 이것도 엄청 맛있었다. 중앙아시아가 빵을 참 잘해... 게다가 겨우 600원 정도? 시장은 또 물가가 싸다.
김치는 항상 있고
딸기가 엄청 맛있어보였다
박스가 왜 한국어인가요
곶감같은게 있었다
좀 이쁜데

시장 바로 옆에는 버스터미널같은게 있었다. 알마티 사이란 터미널로 가는 버스도 있는 것 같았다.

알마티행 버스들

시장에서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탔다. 요금은 70텡게. 쉼켄트 센트럴파크 근처에서 내렸다.

센트럴파크 근처 환전거리가 있다
센트럴파크의 동상. 카자흐스탄의 위인들인듯?
배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완전 소련식 건물

센트럴파크를 좀 구경하다 아까 본 쇼핑몰로 갔다. 센트럴파크에는 생각보다 볼 게 없더라고...

쇼핑몰은 지하1층, 지상3층 규모인데 밖에서 봤던 것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작았다. 아니 그런데 지하에 내려가보니 아이스링크가 있었다 ㅋㅋㅋ 진짜 신기했다.

말도안된다 진짜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곳이라 정말 놀라웠다.

지하주차장도 있고
화장품가게에는 한국어가 ㅋㅋㅋ
미니소도 있다

2층에 서점같은게 있길래 들어가봤다. 서점에 어떤 책이 있는가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대형 서점은 중앙아시아 와서 처음 봤다.

이 새끼는 여기에도 있네
머스크ㅋㅋㅋ
Siuuuuuuuuuuuuuuu

메시는 없더라고...

서점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한 책이 고전명작이어서 놀랐다.

아우렐리우스 황제, 마키아벨리, 세네카,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니체... 신기했다.
융, 토마스 만, 칸트, 키케로까지?
아우렐리우스 말고 나머지는 누군지 모르겠다
마키아벨리 되게 좋아하는 듯? 책이 엄청 많았다.
브론테 자매들, 쥘 베른, 골딩, 빅토르 휴고 등..
엔 브론테는 처음 들어봤다
온은아니고 휴고입니다
조지 오웰
에리히 레마르크라는 작가는 처음 들었는데 알고보니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쓴 작가라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 등도 있고. 일본 문학이 참 부럽다.
푸쉬킨 있어야지 암
캬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체호프
쇼군과 삼국지
파울로 코옐로가 이 라인업에? 씁...
애니메이션도 있다

러시아어로 된 책 표지를 보는게 엄청 재밌어서 한 시간 정도 서점 구경을 했던 것 같다.

3층에서 바라 본 쇼핑몰

1층에는 대형마트도 있어서 빵이랑 크림치즈, 닭가슴살을 사왔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닭가슴살 두 덩이를 사서 아침 저녁으로 하나씩 먹을 생각이었다.

저 크림치즈가 요물이었다.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갔는데 딱 저 모자가 있었다.

한국인이 왔나? 싶었는데 나중에 룸메가 들어오니 벨기에 사람이었다. 저게 왜 있나 했는데 한국 가서 산 모자라고 했다 ㅋㅋㅋ 그리고 며칠 후에 한국으로 가서 순천에 간다고 했는데 여행지 추천도 해주고 재밌게 이야기했다.

이후 수학 공부를 했다. f와 그 푸리에변환이 모두 L^1 공간의 원소면 푸리에 역변환이 잘 성립한다는 정리를 증명하는 섹션이었는데, 몇달 전 공부한 푸리에 변환에서 제대로 증명하지 않고 넘어갔던 부분을 다시 봐서 좋았다.

이후 유튜브를 보다 잠들었다.

다음날, 10월 5일 일요일은 쉼켄트에서 악타우로 가는 기차를 타는 날이었다. 14시 8분에 기차를 타고 40시간을 달려 10월 7일 아침 6시에 악타우 인근은 망기스타우(Mangistau)역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악타우(Aktau)는 카스피해에 접한 카자흐스탄 서부 최대의 도시로, 예전부터 카스피해에서 나오는 석유 시추를 통해 공업이 발달한 도시이자 카자흐스탄인들의 휴양도시라고 했다. 악타우에 가기로 한 건 쉼켄트에서 다음 목적지인 이스탄불까지 가는 비행기표는 40만원 정도 하는데 악타우에서 출발하면 16만원 정도에 갈 수 있어서였다. 게다가 장거리 기차 여행을 전부터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내게는 일석이조였다.

숙소 체크아웃 시간은 12시였고, 그 전까지 숙소에서 공부도 하고 휴대폰을 보다 나왔다. 기차에서 할 게 없어 유튜브 오프라인 저장이나 해갈까 하고 프리미엄을 가입하려고 하니 카자흐스탄 IP로 잡혀서 합법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이민을 할 수 있었다! 겨우 2700텡게, 우리돈 6500원 정도에 프리미엄을 가입했다. 열심히 영상 저장해놓고 기차를 타러 갔다.

먼저 어제 갔던 쇼핑몰의 대형마트에 들러 기차에서 먹을 빵과 크림치즈, 잼, 과자를 샀다. 마트 바로 앞에서 기차역까지 가는 12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역시 요금은 70텡게

기차역까지는 20분정도? 걸렸다.

쉼켄트 기차역
역 앞 광장에는 시계탑이 있었다.

1시도 안되어서 기차역에 도착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처럼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기차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와이파이는 당연히 없어서 이때부터 거의 이틀동안 인터넷 없이 살아야 했다.

오프라인 저장해 둔 영상을 보면서 기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보니 13시 50분쯤 열차가 왔다. 차장님한테 몇 번씩 확인하고 기차를 탔다.

내부

2등석을 골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굉장히 깔끔했다. 요금은 32000텡게, 87000원 정도였다.

돼지코도 있다
열차표. 알마티에서 출발해 악타우까지 간다. 알마티에서 출발하면 52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딱 이 계획표대로 기차가 움직인다. 항상 플러스마이너스 5분으로 계획표에 맞춰서 역에 도착했다.

같은 칸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타있었다. 알마티와 쉼켄트 사이의 도시 타라즈에서 악타우까지 간다고 하셨다. 이름은 캐롯, 55세라고 하셨다. 이때는 계속 말 거시는게 좀 귀찮았는데 이번 기차여행에서 이분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차차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간단하게 호구조사부터 하셨는데 내가 러시아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라서 가끔씩 못알아먹는게 있었다. 바디랭귀지까지 섞어서 막 이야기하다보니 서로 대화가 되긴 했다. 내가 알아먹든 못알아먹든 우직하게 러시아어로 말을 거셨는데, 이건 사실 우리 한국인들이 좀 배워야 할 점 아닐까?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한테 애써 영어로 설명해주려고 하는게 너무 착한 마음씨다. 자기들이 한국어 배워서 와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

이후 낮잠을 좀 잤는데, 4시쯤 일어나보니 아주머니랑 아까 본 열차 차장님이 우리 칸에서 먹을걸 차리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차장님 초대한 것 같았다 ㅋㅋㅋ 나도 일어나니까 같이 먹으라고 하면서 빵, 고기, 요거트(여기서는 스메타나라고 불렀다), 잼 같은걸 내놓으셨다.

여기서 고기를 먹을줄이야?

기차 타면서는 빵으로 식사를 때우려고 했는데 단백질을 보고 눈이 돌아가서 엄청 먹었다. 말고기라고 했는데, 수육같은 맛이 났다. 그냥 고기여서 맛있었다. 또 언제 단백질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엄청 많이 먹었고, 빵에 스메타나를 발라서 열심히 먹었는데 아주머니랑 차장님이 엄청 흐뭇하게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옆 칸 차장님도 와서 같이 먹었다. 이분들도 영어는 못하셔서 러시아어로 계속 말을 걸었는데, 거의 반은 못 알아들었다.

먹다가 저 잼같은 걸 빵에 발라먹었는데 안에 있는 딸기가 엄청 달고 맛있었다. 씨도 없어서 맛있게 먹었다. 아주머니가 만든 수제?잼이라고 했다. 스메타나와 잼을 가리키면서 계속 내추럴, 내추럴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이른 저녁을 먹고 차장님들과 이야기하다가 다음 역에 도착해서 자리는 파했다.

가는 길은 계속 이런 황량한 들판이었다.

아주머니도 잠들어서 나는 태블릿으로 챕터2를 복습했다.

어떤 역. 이름이 기억 안난다.

해가 지고 휴대폰을 보고있었는데, 8시쯤 아주머니가 나보고 요거트를 먹겠냐고 하셔서 괜찮다고 했는데 이거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하셨다. 어른이 권하면 받는게 예의니까 그럼 조금만 먹어보겠다고 하고 일어났다. 이건 아이란이라는 전통 음료였는데, 스메타나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묽은 느낌이었다. 플레인 요거트 맛이 난다. 여기에도 빵을 조금 뜯어서 푹 담궈먹었다. 맛있었다 ㅎㅎ.

아이란

기차 안에서는 할 게 별로 없다. 그러고 있다가 금새 잠들었는데 새벽 1시쯤 기차에 탄 젊은 친구들이, 자기들은 극단인데 방을 함께 쓰고 싶어서 자리를 바꿔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이미 아주머니는 다른 방으로 옮겼고 나는 자고 있어서 나만 남았던건데, 다른 방도 1층 좌석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냥 바꿔주려고 했는데 내가 써야 할 자리를 다른 아주머니가 이미 쓰고 있었다. 이 아주머니는 2층 좌석을 구매했는데 허리가 아프고 1층에 아무도 없어서 1층을 쓰고 있던 거였다. 그러면서 나보고, 자기는 허리가 안좋은데 1층쓰게 해달라고 했다. 내가 1층 쓰려고 8000텡게 정도를 더 썼는데... 진짜 짜증났는데 내가 거기다가 아뇨 아줌마 내가 1층 예약했고 아줌마는 2층 예약했으니까 허리 아파도 2층 가세요 라고 말할수도 없고... 2층 올라가는게 쉽지 않아서 그냥 알았다고 했다. 자고있는데 깨운데다가 갑자기 2층 쓰라고 해서 짜증났는데 막상 2층 써보니까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일단 1층은 공용좌석이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앞으로 침대기차를 또 탈 일이 있으면 그냥 2층을 쓸 것 같다.

어찌저찌 새벽의 소동이 끝나고 바로 침대에 누워 다시 잠에 들었다.

동이 틀 때 엄청 예뻤다.

다음날 아침엔 6시쯤 일어났다. 자리가 그렇게 편하지는 않아서 잘 못잤는데, 사실 열차 안에서 할게 없으니 오전 내내 유튜브 보다 자다 반복했다. 새로 옮긴 칸은 꽉 차있었는데, 11시쯤 되니 내 자리를 가져간 1층 아줌마와 나만 남았다. 반대편은 내렸나보다 하고 다시 잤는데, 일어나보니 캐롯 아주머니가 이미 우리 칸 1층에 자리를 다시 차리셨다. 다른 방에 있다가 이쪽으로 오신 것이었다.

그러고나서 점심때도 또 어제 먹었던 것들로 나를 배불리 먹이셨다. 너무 감사했다..ㅋㅋㅋ

이때는 수제버터도 꺼내셨는데 엄청 맛있었다. 풍미가 생각보다 깊다.
계속 이런 풍경
열차 안에서 화장실. 온수도 잘 나와서 세수도 했다.
복도
가끔 큰 역에는 꽤 오래 정차한다.
차장님
이런것도 팔았는데 현금이 없어서 못샀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챙겨간 음식도 너무 적고 현금도 안챙겨가서 캐롯 아주머니가 아니었으면 정말 배고파 힘들었을 것 같다.

참외같은 것도 챙겨주시고

근데 저거는 별로 맛이 없었다. 참외같이 생겼는데 안에 씨앗부분이 하나도 안달고, 과육도 오이맛이 났다. 참외는 한국참외가 훨씬 맛있다.

저녁도 또 스메타나와 버터를 맛있게 먹었다. 기차 안에서는 할게 없어서 갤러리 추억팔이도 하고, 사진첩 정리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지오메트리대쉬도 오랜만에 했다.

캐롯 아주머니가 야식으로 삼사도 사주셨다. 은혜가 끝이 없구나.

너무 잘 챙겨주셨는데 현금이 하나도 없어 뭘 드릴수도 없었다. 이분 아들이 25살인데, 중국에서 공부한다고 오래 못봤다고 하셨다. 거의 나를 아들처럼 생각하고 챙겨주신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열심히 물 떠오고 설거지 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40시간을 먹고 자고 핸드폰보고 공부하고 하다 7일 아침 6시에 악타우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시간도 잘가고 캐롯 아주머니가 먹을 것도 너무 잘 챙겨주셔서 기차여행이 즐거웠다.

악타우 도착

기차의 종점인 망기스타우역은 악타우 도심에서 25키로 정도 떨어져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버스도 없어서 일단 역에서 뻐기다가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캐롯 아주머니가 짐이 엄청 많으시길래, 감사했어서 택시까지 들어다드렸는데 내가 역에서 버스 올때까지 기다린다고 하니까 자기 집에서 있다가 가라고 하셨다. 정말 염치없지만 할 게 없어서 그러기로 했다. 아주머니 집도 악타우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택시타고 10분쯤 이동해 집에 도착해 짐을 다 옮겨드리고 정리하는 것도 도와드렸다. 진짜 아들 역할 한 것 같았다.

좀 있다가 가려고 하는데 아침 먹고 자기 출근길에 같이 나가자고 하셔서 또 다시 신세를 졌다.

아주머니 짐이 엄청 많았다.
캐롯 아주머니의 집
프라이도 해주시고
보르속을 갓 만들어 주셨는데, 스메타나를 올려먹으니 엄청 맛있었다

삼사도 하나 꺼내주셔서 맛있게 먹고, 심지어 점심때 먹으라고 도시락을 싸주섰다. 아...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다. 그냥 기차에서 만난 다른나라 여행자한테 이렇게까지 친절을 베풀 수 있다는게 믿기지않았다. 나도 한국 가면 여행자들에게 잘 해줘야겠다, 특히 중앙아시아 사람 만나면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도 먹고 도시락도 받고 같이 집을 나섰다.

Siuuuuuuuuu
동이 트고 있었다
버스가 되게 새거였다.

다행히 아주머니 집 바로 옆에 악타우 시내로 가는 버스가 있었고, 그 버스가 내가 예약해 둔 호스텔 근처로 가서 같이 버스를 탔다. 아주머니가 버스 요금까지 내주셨다.... 정말 은혜가 끝이 없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계속 인사드리고 아주머니가 먼저 내리셨다. 중앙아시아에 와서 현지인들에게 정말 분에 넘치는 친절을 많이 받았다. 한국에 가서도 잊지 못할 경험일 것 같다. 우리가 너무 각박하고 바쁘게 살아 정말 중요한 걸 잊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떻게 처음 본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중앙아시아에서 좋은 방향으로 충격을 정말 많이 받는다.

버스에서 내려 30분 정도 걸어 호스텔에 도착했다.

걸어가는 길에
신기한 건물들
나의 호스텔, Mang'o hostel in Aktau

체크인하고 와이파이를 연결해 부모님께도 연락드리고 오랜만에 인터넷을 접속해 휴대폰을 보다 글을 적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