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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중앙아시아 기행] 20. 악타우에서 쉬기 / 악타우 국제공항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by Orthy 2025. 10. 10.

25.10. 7.(화) ~ 25.10. 9.(목)

전편에 이어

악타우에 도착해서 호스텔에 체크인 한 뒤에는 오랜만에 연결된 인터넷으로 도파민충전을 했다. 인터넷 없어도 살만했는데 막상 생기니까 굉장히 재밌더라...

내가 묵은 Mang'o hostel에서는 무료로 얼리체크인을 받아줘서 덕분에 잘 쉴 수 있었다. 블로그 글을 다 작성하고 캐롯 아주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에, 호스텔 바로 옆 마트에서 사온 계란, 닭가슴살 마요네즈 샐러드를 함께 먹었다.

나가서 카스피해를 좀 구경해보고 싶어 2시쯤 숙소를 나섰다. 호스텔 위치가 상당히 좋아 걸어서 5분이면 해변으로 갈 수 있다. 망고 호스텔 바로 앞에 있는 호텔에 산책로를 따라가면 되는데, 나는 그걸 모르고 조금 돌아갔다.

아파트가 혁명적이다
동상도 있다.

악타우를 조금 돌아다녀보니 건물이 굉장히 오래되어보였다. 소련시대때 지은 건물을 아직까지 사용하는 것 같았다.

악타우는 1970년대 카스피해에서 유전이 발견되며 소련에 의해 건설된 신도시다. 그전까지 이쪽에는 도시랄게 없었다고 한다. 석유를 시추하고 관련 산업을 개발해 소련시대부터 굉장히 잘 살았고, 카자흐스탄이 독립한 뒤에도 악타우 지역에서 생산된 석유는 유럽, 러시아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 비해 카자흐스탄의 GDP가 높고 잘 사는 것도 카자흐스탄에서 석유가 많이 나서 그런거였다. 단군할아버지 터를 좀만 더 잘 잡으시지...

지름길을 찾지 못하고 십분정도 걸어가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을 발견했다.

처음 마주한 카스피해

여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쪽은 아예 갈 계획이 없었는데, 이렇게 카스피해를 마주하고 있자니 신기했다. 지금까지 살아어며 느낀 '나의 지리적 바운더리'안에 있지 않은 곳이어서 더 신기했던 것 같다. 여기를 실제로 와볼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푸르다

해안을 따라 절벽이 형성되어 있었다. 암석들이 굉장히 잘 바스라지는 것들이어서 파도가 돌을 열심히 깎아놓았나보다.

해안을 따라 호텔과 부호들의 별장이 주르르 늘어서 있었다. 좀 걷고싶었는데 햇빛이 너무 뜨겁고 더워서 해가 좀 지고 나서 다시 나와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기차에서 잠을 잘 못자서 피곤하기도 했고...

그대로 다시 숙소에 들어가 낮잠을 잤다.

4시쯤 일어나 수학공부를 좀 하다가 5시쯤 다시 숙소를 나섰다. 해가 좀 내려가긴 했는데 햇살이 여전히 따가웠다. 그래도 해안가 산책로를 걷고 싶어서 이번엔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아파트가 참 신기하게 생겼다.

이십분?정도 걸어 다른쪽 해안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을 태우는 모터보트 선착장
저 멀리 악타우항이 보였다. 저기서 석유가 수출되는 것 같다.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

카스피해 물을 찍어먹어봤는데 하나도 안짰다. 소금기가 있긴 있구나 딱 이정도만 느낄 수 있는 염도였다.

그리고 여기가 내륙에 있는 바다라서 해발고도가 -10미터가 찍혔다. 2주전에 해발고도 4000미터 이상에서 고산증세로 고생했다는게 꿈만같이 느껴졌다.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있었다. 쭉 걸어갔다.

고양이가 바위에 숨어있었다.
낙서는 못참긴해
신기한게, 여기 사람들은 커플끼리 이런거 쓸 때 하트 대신 +를 쓰는 것 같았다.
선착장도 가보고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계속 걷기

햇살이 따가워서 고생 좀 했다. 날이 상당히 더웠다.

드넓은 카스피해

어느새 산책로의 끝에 다다랐는데, 해가 질 생각을 안했다. 다시 숙소에 들어가서 이스탄불 여행 정보를 찾아보다, 해가 지는 7시쯤 나와 일몰을 봤다.

악타우에서는 바다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색이 엄청 선명하다.
십분도 안되어 해가 넘어갔다.

일몰이 너무나 예뻤다. 하루 종일 딱히 한 것 없이 쉬기만 했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오프라인 저장해 둔 음악을 듣는게 정말 좋았다. 얼마 전까지는 존재도 알지 못했던 악타우라는 도시에서 일몰을 보고 있는게 현실까지 않았다. 뭔가 세상의 끝에 온 느낌이랄까? 40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온 도시라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성수기도 지나 해변에는 몇몇 사람 뿐이었고, 그래서 더 분위기가 좋았었다. 여행하는게 너무 행복하다는걸 느꼈었다.

20분쯤 해변에 앉아있다가 숙소로 들어왔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빵, 고기반찬에 맥주를 사왔다. 오랜만에 맥주 한 병을 먹으니 금새 취해버렸다. 고기반찬은 양고기로 만든 듯한 미트볼이었는데, 고기맛이 잘 느껴져서 맛있었다. 빵에 크림치즈와 딸기잼도 발라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숙소에서 이런 것도 발견했다.

그렇게 취한 상태로 여행 정보를 찾고, 유튜브를 보다 잠들었다. 기차 여행 후 맞이하는 꿀같은 휴식이었다.

다음날은 체크아웃이 12시여서 일어나서 수학공부를 좀 하다 침대에 누워 이스탄불, 터키 여행 정보를 찾았다. 워낙 크고 볼게 많은 나라라 알아볼게 정말 많았다.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긴 뒤 악타우 시내를 좀 둘러볼 생각이었다. 5시 전까지는 와달라고 했지만 시간은 충분했다.

숙소 바로 앞 정류장에서 2번 버스를 타면 악타우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간다.

악타우 버스는 중앙아시아 버스에서 처음 보는 검표원이 있었다. 요금을 냈는지 일일히 확인하고 영수증을 끊어주는 역할인데, 젊은 청년부터 나이든 아주머니까지 성별과 연령이 다양해보였다.

내가 받은 영수증. 요금은 100텡게.

숙소에서 시장까지는 40분 정도 버스를 타야했다. 버스 타고 가는 길에 본 악타우의 모습은, 석유가 나오는 부자도시라는 느낌보다도 소련 시대에 멈춰있는 도시 느낌이었다. 분명 악타우 사는 사람들은 돈을 잘 번다고 들었는데, 아파트가 다 낡았고 도시 분위기도 부유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 그런데 저녁에 공항 가는 길에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걸 알았다. 오히려 시 외곽에 으리으리하고, 높고 새로운 아파트들과 쇼핑센터가 많았다.

시장 도착

생각보다 시장이 너무 작고 볼 게 없었다. 진짜 할 게 없어서 한 바퀴 돌고 바로 나왔고, 사진도 뭐 찍은게 없다.

입구에서 한 컷
정육점들
콜라겐은 먹어야지
시장 안 식당에서 음식배달하는 카트를 봤다.

한 시간 좀 안되어 시장을 나왔다. 이제 정말 중앙아시아 시장이 다 똑같이 느껴졌다.

악타우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가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또 가봤다. 시장에서 5번 버스를 타고 15분?정도 가까운 거리에 쇼핑몰이 있었다.

바깥에서 봤을 때는 엄청 컸다.

안에는 빙상장도 있는데, 쉼켄트에서 본 쇼핑몰보다 빙상장이 더 컸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공실도 좀 있었다. 이날은 수요일 오후였고, 쉼켄트에서 간 쇼핑몰은 주말이었음을 감안하긴 해야겠지만 쉼켄트의 메가플래닛이 훨씬 더 볼게 많고 재밌었다.

어린 소녀가 스케이팅을 하고 있었다. 피겨를 배운건지 몸놀림이 우아했다. 스핀도 하더라...
극장도 있고

쉼켄트에서 비슷한걸 보고 오기도 했고 사람도 너무 없어서 그때만큼 신기하고 재밌지 않았다. 가게들도 온통 옷가게여서 볼 게 없었다.

앞에 버거킹이 있어서 이걸 먹을까 했는데 근처에 되네르 집이 있는 것 같아 그쪽으로 걸어갔다.

1900텡게, 5000원이 좀 안된다.

고기가 많긴 했는데 바베큐소스가 너무 짰다. 조금만 덜 줬으면 좋았을텐데. 아직도 부하라에서 먹은 버거와 되뇌르가  생각난다. 시장 근처에 그 가게들이 정말 맛있었는데... 그 맛을 따라가는 곳이 없다. 이스탄불에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중앙아시아, 특히 우즈벡의 음식이 너무 그립다. 그렇게 싸고 맛있는 음식이 없는데. 여긴 맛은 있는데 너무 비싸다.

되뇌르를 먹고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러 조금 걸어갔다. 다시 2번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

악타우가 다 이런느낌이다.
악타우 중앙 모스크

그렇게 별로 특별한 것 없이 악타우 시내 구경이 끝났고, 4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양해를 구하고 6시쯤까지 있다가 숙소를 나섰다. 내가 파악한 정보로는 저녁 8시 반까지 공항으로 가는 6번 버스를 숙소 근처에서 탈 수 있었고, 배차간격이 1시간 정도라 6시에 나서면 충분히 여유가 있을 것 같았다. 비행기 시간이 새벽 4시라 너무 일찍 공항에 가면 할 게 없을 것 같았고, 와이파이는 당연히 없을것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동영상을 열심히 다운받아 놓았다. 6시에 숙소를 나서 마트에서 빵 한 쪽을 사고,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
악타우 번화가의 풍경

그렇게 6시 10분쯤부터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런데 계속 기다려도 6번 버스는 코빼기도 안보이는거다. 버스 확인하느라고 음악만 들으면서 도로만 쳐다보고 있어서 내가 버스를 놓쳤을리는 없었다. 인터넷이 없어 뭘 찾아볼 수도 없었는데, 현지인 하나가 어디서 왔냐고 말 걸어줘서 좀 이야기하다가 6번 버스의 행방을 물어보니 이리저리 찾더니 있을거라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했다. 그렇게 그냥 기다렸는데 어느새 8시가 되었고... 점점 불안해졌다. 불안max 상태로 빙글빙글 돌고있으니 한 할아버지가 어디가냐고 물어봐서, 공항 가는데 6번 버스가 있는걸로 아는데 안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옆에 현지인들하고 이리저리 말하는데 갑자기 젊은 친구 두 명이 와서 무려 영어!를 하면서 통역해주고 정보도 찾아줬다. 알고보니까 공항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5시 반쯤 떠났고 나는 오지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시간은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 친구가 핫스팟을 연결해줘서 얀덱스를 부르려고 했는데, 공항까지 거의 15000원이 나왔다. 그런데 이 친구가 inDrive라는 앱에서 하면 5000원이면 간다고, 내 휴대폰에 앱을 깔아주고 택시도 직접 불러서 2100텡게에 공항까지 가는걸로 합의를 봐줬다. 이 앱은 쉐어택시를 부르는 앱이라 더 싼 것 같았고, 내가 탈 택시에는 이미 할머니 한 분이 타고 있었다. 이번에도 현지인의 도움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참 고맙고... 정말 착하다. 이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시내에서 30키로 정도 떨어진 공항으로 갔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마주한 악타우 외곽은 시내보다 오히려 더 발달해있었다. 아파트들이 거의 호텔처럼 지어져있더라.

그렇게 정류장에서 2시간을 기다리고, 택시를 30분 정도 타서 9시쯤 악타우 공항에 도착했다. 체크인 카운터는 1시에 열리고 비행기는 4시 탑승이니, 여기서 7시간을 뻐겨야했다.

악타우 공항
내가 탈 페가수스 항공의 PC233편

근데 공항 내부가 생각보다 굉장히 깔끔하고 대기하기에 무척 편리했다. 책상/의자에 쇼파도 있고, 콘센트도 있었다. 밖에서 사온 빵으로 저녁을 먹고 유튜브를 좀 보다 계속 수학 공부를 했다. 챕터2의 연습문제를 풀었는데, 인터넷이 없으니 오히려 공부가 잘되는 느낌...ㅋㅋ

한참 있다보니 어느새 체크인 시간이 왔다. 엄청 피곤했다...

체크인하고
티켓도 받고

출국장으로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금새 출국장을 통과했다. 이제 중앙아시아 여행을 정말 끝내는 것이었다.

나름 면세점도 있다.
대기장도 꽤 좋다.

4시까지 유튜브를 보면서 기다렸다. 프리미엄 결제 안했으면 큰일났을뻔...

저가항공이라 그런지 게이트탑승 같은건 없었다.
3-3배열, 생각보다 좌석이 넓었다.

저가항공사라 기대는 하나도 안했는데 좌석간격이 생각보다 꽤 넓고 자리도 편안했다. 페가수스 항공 괜찮은듯.

에어버스 A320

좌석에 앉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비행기가 이륙한 기억도 없다ㅋㅋㅋ 눈 뜨니까 이스탄불에 도착해 있었다. 3시간 반 정도를 비행했고, 시차는 2시간이 느려 4시 10분에 악타우를 출발한 비행기는 5시 반에 이스탄불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내릴때도 게이트 하차는 없다

입국수속도 금새 마쳤다. 드디어 터키 여행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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