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 9.(목) ~ 2025.10.10.(금)
이스탄불 현지 시각 새벽 5시 40분경, 악타우 국제공항(SCO)을 출발한 페가수스 항공의 비행기가 이스탄불 사비히괵첸국제공항(SAW)에 도착했다. 좋은 후기만큼 나쁜 후기도 많던 페가수스 항공인데다가 처음 타보는 유럽 저가항공사여서 걱정도 되었는데 체크인도 무척 친절하게 해주고, 기내 좌석도 웬만한 플래그십 캐리어 못지않게 넓어서 편안하게 왔다. 어쩌면 새벽 4시 비행이어서, 타자마자 잠든 뒤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깨서 더 편하게 느꼈을지도..?

비행기에 내려 바로 입국심사장으로 갔다. 이른 새벽이라 사람이 많이 없었고 10분 정도만 기다린 뒤 바로 입국에 성공했다.
위탁수하물을 찾기 위해 나왔는데, 내 배낭은 거의 바로 나왔다. 내 기내 좌석이 앞자리였던데다 원래 걸음이 빨라서 같은 비행기에 탄 승객 중 가장 먼저 나온 편인데도 입국심사도 빠르게 통과한 걸 생각하면 내 짐이 거의 처음으로 빠져나온 것 같았다. 인천에서 알마티로 갔을 때도 내 짐이 빨리 나왔었는데, 캐리어가 아닌 배낭은 좀 빨리 나오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곳곳에 여권을 스캔하면 무료 와이파이 코드를 주는 기계가 있다. 와이파이를 연결해 공항 내 ATM과 유심 정보를 찾아봤다. Ziraat bank의 ATM이 수수료 무료라는 후기가 있었고, 출국장에서 나와 바로 오른편에 각종 은행의 ATM이 모여있어 그곳에서 Ziraat bank를 찾아 2000리라를 먼저 출금했다. 내가 환전할 때는 1리라=33.5원 정도였다.

출금까지 하니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의 첫차는 6시 반 출발이어서 공항 내 통신사에서 유심카드 가격을 알아봤다.

터키 통신사는 보통 투르크셀, 보다폰을 이용한다는데 투르크셀이 더 좋다는 후기가 있어 알아봤다. 20기가 한달 요금제가 1890리라... 6만원이 넘어간다. 미친놈이다...
시내가 조금 더 싸다는 말이 있어 시내에 가서 유심카드를 사기로 하고, 공항버스 탑승을 위해 공항 내 마트에서 10리라짜리 과자를 하나 샀다.
출국장을 나서 표지판을 잘 따라가면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를 탈 수 있다. 여기서는 하바버스라고 하는데, 아시아지구인 카다쿄이로 가는 것과 유럽지구인 탁심 광장으로 가는 것이 있어 잘 구분해서 타야한다. 기사님한테 하바버스? 탁심? 하면 다 잘 알려준다.
내가 찾은 9월 초 후기에는 현금 270리라 / 카드 330리라 정도에 탁심광장으로 갔는데, 그새 가격이 올라 현금이 367리라를 받아갔다. 진짜 날강도들이다. 물가가 너무 빨리 오르는 것 같았는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버스는 7시쯤 출발했고, 9시경 탁심광장에 도착했다. 이스탄불에는 가늘게 비가 내리고 있었고, 덕분에 하늘이 조금 어두워 버스 안에서도 계속 잠을 잤다. 푹 자지 못하고 중간중간 깼지만 너무 피곤했다.

탁심광장은 이스탄불의 유럽지구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린 순간 난 유럽에 발을 디딘 것이었다. 인생 처음으로 유럽 땅에 온 것이었다. 중앙아시아 도시들을 보다 이스탄불에 딱 오니까 도시가 너무 크고 사람도 많고 무엇보다 정말정말 예뻐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내가 정말 여기로 오다니, 실감이 안났다. 애초에 이스탄불은 계획에 없던 여행자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았는데 케밥집들이 모여있어 구경갔다.

마침 장사 준비를 하는 케밥집 사장님들이 커다란 고기 통을 끼우고 있었다. 엄청 큰 돌돌말이 고기를 쇠사슬로 끌어올려서 매달았다.
그 중 한 가게에 가서 이스탄불의 명물 이슬락 버거 - wet burger를 먹어봤다.


빵이 되게 부드럽고 고기 맛이 찐해서 맛있었다. 크기는 거의 맥모닝 정도..? 작지만 이때 배가 안고파서 배는 찼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일단 짐을 내려놓으러 숙소를 찾아갔다. 숙소를 찾으러 가는 길도 너무 예뻤다.



갈라타 타워, 탁심광장 도보 5-10분 거리의 좋은 위치인데 1박에 9유로밖에 안하는 moon hostel이라는 곳이었다. 부킹닷컴에서 최저가로 검색해 두 번째로 싼 호스텔이었는데, 가격도 싸고 위치도 훌륭해서 얼른 예약한 곳이었다. 3박에 28유로로 결제를 했다. 싼 이유가 있어 공용공간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나름 깔끔하고 화장실도 괜찮고 침대도 푹신해서 지낼만했다. 짐을 맡기고 충전을 좀 하다 10시쯤 호스텔을 나섰다.
일단 먼저 근처의 통신사를 찾아갔다. 사설 업체로 가면 중고유심을 판다고 해서 공식대리점을 찾아가야 했다.
가격은 5기가 한달에 1250리라, 20기가 한달에 1350리라였다. 한달 요금제밖에 안팔고, 어차피 터키에는 좀 오래 있을 생각이어서 20기가 한달을 샀다. 공항보다 540리라 - 거의 16000원 이상 - 를 싸게 살 수 있었다. 그래도 44000원 정도... 중앙아시아에서는 유심카드가 엄청 쌌는데 너무 아픈 지출이었다.
일단 심카드를 사고 이스티클랄 거리를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진 않고 대로를 따라 걷다가 좀 예쁜 골목이 있으면 들어가서 구경했다. 중앙아시아 도시들과는 느낌이 너무 달랐고, 미디어에서 본 유럽 도시느낌이 낭낭하게 났다. 분위기도 그렇고... 진짜 좋았다.





걷다가 성 안토니오 성당이라는데가 있어 들어가봤다. 입장료가 있을줄 알았는데 무료였다. 우즈벡이었음 무조건 입장료 받았을텐데.

마당?에 제1차 니케아 공의회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내가 알기론 콘스탄티노플에서 열린 니케아 공의회는 2차였는데..?
그와 함께 예수의 신성과 삼위일체에 대한 설명이 같이 있었다. 이슬람 국가인데도 그리스도교에 대해 설명이 엄청 자세하게 되어있어서 놀랐다.
성당 안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건물은 20세기에 베네치아풍으로 재건축되었다고 했다.

성당을 나와 또 돌아다녔다.


고등어 케밥은 이따 점심에 먹을 생각이어서 여기서는 구경만 했다.


제일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음식점 가격표가 보통 다 보드마카로 써져있거나 스티커로 계속 덧붙여져있다는 점이었다. 물가가 하루 지날때마다 오른다고 말할 정도로 터키의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방증이었다. 현재 대통령 에르도안이 2003년부터 22년간 장기집권을 하고 있고, 2010년대 말부터 실시한 저금리 정책때문에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데다가 최저임금을 일년에 50프로씩 인상하는 등 돈은 또 엄청나게 푼 결과... 물가가 정말 바쁘게 오르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이야 환전을 해서 들어오는거니 물가 체감을 덜하더라도 현지인들에게 물가가 얼마나 높게 다가올지... 이스탄불을 벗어나 지방으로 가면 또 다른지 궁금했다.











광장에는 커다란 모스크 하나와 그리스정교회 성당이 있다. 성장 Hagia Triada 그리스정교회성당인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오스만 제국 시절 최초로 건축허가를 해준 성당이라고 했다.





내부는 생각보다 작고 크게 볼만한건 없었다. 신자가 아니라서 그럴지도.
길거리 노점 중 빵을 파는 곳이 엄청 많아 궁금해서 하나 사봤다. 이스탄불의 미친 물가에서 20리라밖에 안하는 착한 가격. 700원 정도라 안 먹을 수가 없었다.

참깨가 고소하긴 한데 좀 질기다. 이즈미르에 가면 시미트 맛집이 있다는데 거기서 먹어보기로 하고 이스탄불에서는 더 안먹는걸로...
일단 보스포러스 해안쪽으로 방향을 잡고 또 걸어갔다. 그 전에 이스탄불에서 사용하는 교통카드인 이스탄불 카르트를 구매하기 위해 탁심광장에 있는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외교부 이스탄불 안전여행지침서에는 교통카드를 충전할 때 현지인이 교통카드 발급을 도와준다며 자기 교통카드를 대신 충전하는 사기를 조심하라고 했었는데, 와보니 그런 사람은 하나도 안보였다.
카드값 165리라인가?를 주고 추가로 200리라를 충전했다. 카드결제 수수료까지 뜯어간다. 아주 관광객 등골을 뽑아먹는다.

계속 걸어가다보니 건물 사이로 보스포러스 해협이 보인다. 유사 역사학자 겸 중세시대 소설가 시오노 나나미 할머니의 로마인 이야기와 베네치아 공화국 이야기를 감명깊게 읽고 지중해사를 접한 내게 보스포러스 해협과 이스탄불의 의미는 무척 남달랐다. 책 읽으면서 지형지도나 해협지도를 엄청 찾아보면서 이쪽 지명들에 익숙했었는데, 그곳을 실제로 보고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고대 콘스탄티노플과 중세 비잔티움이 계속 생각났다. 지도와 제미나이를 참고하면서 이곳저곳 걸어다니니까 정말 생생한 역사체험을 하는 것 같았다. 제미나이 고맙다...


탁심광장에서 20-30분 정도 걸어 돌마바흐체 궁전에 도착했다. 오스만 제국 최후의 술탄이 풍전등화인 제국의 마지막 부를 끌어모아 한다는 짓이 호화궁전을 짓는 일이라니, 정말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아름답긴 아름답다고 해서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헛웃음 나오는 입장료. 외국인은 1800리라에 하렘을 보려면 600얼마를 추가로 내야한다고 했다. 다 하면 85000원 정도? 진짜 미친놈들이다... 내국인은 120리라인게 더 킹받아.
학생 할인을 받으면 240리라라길래 재학증명서를 보여줬는데 ISIC카드만 받는다고 해서 빠꾸먹었다. 유럽 여행 할 때 ISIC카드가 유용하다고 들어서 가입을 할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화딱지나서 바로 ISIC카드 발급신청했다. 발급비용 19000원+배송비 3500원 쾌척..!



입장료가 너무해서 벤치에 앉아 조금 쉬다가 해안을 따라 산책했다.


이날 날이 흐려 비가 오다말다를 계속했다. 중앙아시아 여행하면서는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우산을 처음 펼쳤다.


걷다보니 저 멀리 언덕 위에 모스크가 보여 찾아보니 치르힝어 모스크라는 곳이었다. 위에서 보는 해협 경치가 예쁘다고 해서 길을 찾아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 경사가 대단히 가파르고 계단이 진짜 많다. 허벅지 터지는 줄 알았다.

근데 생각보다... 뷰가 좋지는 않다. 그래도 입장료는 무료다.




모스크가 엄청 많은데 보다보니까 다 비슷하게 생겼다. 아야소피아의 열화판이라고 해야할까..? 바로 근처에 희대의 명작이 있다보니 다 그걸 따라하는 것 같았다.
계속 걸어가면 식당거리가 나온다. 여러 식당이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고등어 케밥을 꼭 먹어봐야한다고 해서 찾아간 맛집이었다.

손님이 많아 그때그때 고등어를 구워주는 곳이었다. 탁심광장쪽에는 고등어를 초벌해놓고 데워주는 곳이 많았는데 여긴 주문 후 조리 시작이어서 맛있을수밖에 없어보였다.


후기 보면 호들갑이 진짜 많은데 먹어보니까 호들갑을 인정하게 되는 맛이었다. 진짜 맛있었고 비린내 하나도 없는 맛에 빵도 너무 바삭하고 맛있었다. 또 먹으러 갈 생각이다... 진짜 맛있다.

엄청 맛있는데 문제가 양이 좀 적다. 배고파서 길거리에서 파는 베이글 비슷한 빵을 사먹었는데, 이것도 20리라밖에 안하는데 이건 시미트와 달리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맛있었다. 하나 먹고 맛있어서 하나 더 사먹었다.
이후 갈라타 다리쪽으로 걸어갔다.

금각만에 접어드니 만 건너편 구시가지가 펼쳐졌다. 경치가 죽인다.




좀 쉬다가 다리를 건너보았다. 경치가 정말 좋고, 이때 날이 슬슬 개어서 구름도 예뻤다.



갈라타 다리를 건너면 바로 나오는 예나 모스크. 입장료도 무료라 들어가봤다. 안에는 전부 기도공간이고 그간 봤던 모스크랑 똑같다.

이슬람의 취지는 괜찮은 것 같은데 아무리 읽어봐도 종교가 삶 속에 너무 깊숙히 침투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스크 안에서 조금 쉬다가 나오니 또 갈라타 타워를 바라보는 뷰가 멋졌다.

모스크 바로 옆에는 므스르 차르슈라는 전통시장이 있다. 입구부터 금속탐지기를 지나가야 하는데, 내부에는 사람이 꽤 많다. 그런데 중앙아시아 시장을 보고 와서 그런가... 너무 볼 게 없었다. 좀 둘러보다 그냥 나왔다.


시장을 가는건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을 알고 싶기 때문이고, 그래서 사람냄새가 나는 중앙아시아의 바자르를 구경하는게 좋았다. 현지인들이 실제로 생필품을 구매하는 곳이었고, 그래서 시장 안 식당에서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도 먹을 수 있어 내게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타슈켄트의 초르수 바자르도 그렇고, 이스탄불의 바자르는 너무 관광객 전용이 되어버려 구경하는 맛이 전혀 없었다. 나중에 간 이스탄불의 명물 그랜드 바자르 역시 같은 느낌이었고, 하나도 흥미를 찾을 수 없었다. 온통 관광객 대상 디저트 가게, 기념품 가게 뿐이라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이때 휴대폰을 보니 벌써 25000보 넘게 걸었었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엄청 걸어다니다보니 굉장히 피곤했고, 일단 체크인도 해야했기 때문에 숙소로 가기로 했다.

숙소까지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갈라타 다리 앞에서 숙소 바로 근처까지 가는 튜넬이라는 대중교통이 있어 궁금해서 가봤다. 올라가는 길이 경사가 무척 급해서 사람들이 많이 탄다고 했다.


거의 홍콩 빅토리아 피크를 오르는 경사로 트램같은게 이동한다. 5분?도 안되어서 목적지에 도착한다.
거기서 숙소까지는 다시 걸어서 5분 정도. 위치가 정말 좋다. 체크인을 하고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 누웠다. 조금 자고 일어나려했는데 일어나보니 7시 반, 거의 2시간을 잤다. 그것도 알람에 일어난거지 알람 없었으면 언제까지 잤을지 모르겠다.
저녁을 먹어야해서 나가는 김에 갈라타 타워에 직접 갈 생각이었다.

갈라타 타워에는 사람이 진짜 많았다. 주위 식당도 좌석이 다 가득 차 있었다. 이쪽 가게 주인들은 터키가 불경기여도 걱정 없을 것 같은데.

진짜 얘네들 입장료 장사는 우즈벡보다 더하다. 그나마 관광지가 너무 많아서 무료 입장인 곳이 있어서 다행이지...


갈라타 다리까지 다시 내려가서 야경을 볼까 했는데 힘들어서 그냥 돌아왔다. 숙소 근처에 슈퍼마켓이 있어 빵이랑 크림치즈, 스프라이트 제로가 있어서(진짜 선진국이다...) 사와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좀 쉬다가 잠들었다.
이번 숙소에는 책상이 없어서 수학 공부를 못한다. 다음 숙소는 그래서 공용공간이 좋은 곳으로 예약해두었다. 씻고 여행 정보를 좀 찾아보니까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들었다.
다음날은 일찍 잠든만큼 일찍 일어났다. 전날 저녁으로 먹은 빵에 크림치즈를 발라 아침으로 먹고 8시쯤 길을 나섰다.
저녁에는 그렇게 북적이던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8시면 엄청 거리가 북적였는데, 여긴 사람들이 밤 늦게까지 놀아서 그런지 아침에 사람이 없다.





이날은 날씨가 좋은데다가 아침에 사람도 없어 산책하는 길이 좋았다. 자기도 관광객이면서 관광객 없는걸 제일 좋아한다... ㅋㅋ



전날 이스탄불 지도를 보다가 오랫동안 기억에서 잊혀진 이름을 찾았다. 바로 루멜리히사리와 아나돌리히사리.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두 요새였다. 책에서 읽고 몇년간 기억에서 지워졌다가, 어디를 갈까 하고 지도를 둘러보던 중 나타난 것이었다. 너무 반갑고 신기해서 이날 아침에 이곳부터 가보기로 했다. 루멜리히사리 근처의 베벡에 있는 스타벅스가 또 유명하다고 해서 가는 김에 둘러볼 생각도 있었다.
갈라타 다리 근처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데, 가는 길도 무척 예쁘다. 관광지에서 벗어나 바다를 마주한 유럽 소도시를 보는 느낌이다. 물론 안가봤지만... 사진으로 본 느낌이랑 비슷했다는거다.
그렇게 보스포러스 해협 중간에 위치한 루멜리히사리에 도착했다. 튀르크어로 루멜리는 로마인의(유럽의) 땅, 아나돌리는 아시아의 땅이라는 뜻이고 히사리는 요새라는 뜻이라고 했다.
아나톨리아 반도에서 발흥한 이후 오스만 제국은 아래로는 시리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와 아라비아 반도를 점령하고 이슬람 세계의 맹주로 올라서는 한편 위로는 발칸반도와 그리스를 점령하고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와도 국경을 맞댔다. 그 와중 이미 힘이 빠질대로 빠진 비잔티움 제국은 수도 비잔티움, 그리스 지역의 일부 영토와 에게해의 몇몇 섬만 남기고 쪼그라든 상태였다. 정복왕 메호메트2세는 지중해의 보석 비잔티움을 함락시키고자 마음먹었고, 비잔티움을 포위한다.

비잔티움의 남쪽은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내려오는 해류로 인해 물길이 무척 불안정해 접안이 쉽지 않은 구역이고 성벽까지 둘러져있다. 서쪽은 천년간 비잔티움을 방어한 테오도시우스의 3중벽이 둘러져있었다.

따라서 비잔티움 공격에서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방향은 북쪽의 금각만 방향에서의 공격이었는데, 비잔티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어 금각만 입구에 배로 장벽을 만들고 쇠사슬을 둘렀으며, 제국이 융성했을 시기에는 해군기지를 두어 외적의 침입을 방어했다.
메호메트2세는 먼저 테오도시우스 성벽 주위를 포위해 육지로부터의 지원을 차단하고, 루멜리히사리와 아나돌리히사리를 보스포러스 해협의 가장 좁은 곳에 건설하여 흑해방면에서 오는 제노바와 베네치아의 물자를 차단한 것이었다. 공방전 당시 두 요새에는 거대한 대포가 놓여있었는데, 이 당시 대포 사거리로도 700미터가 되지 않는 해협의 길목을 옥죄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그렇게 메호메트2세는 비잔티움으로 들어오는 지원 물자를 차단하고, 금각만 안으로 배를 들여 비잔티움을 공격하기 위해 육지로 배를 이동시켜(진짜로) 비잔티움의 쇠사슬을 넘어 금각만에 배를 진수했다. 육지로부터는 거대한 대포가 거의 최초로 공방전에 사용되어 테오도시우스 성벽 곳곳을 파괴했다. 그렇게 2년이 넘는 공방전 끝에 비잔티움이 함락되고 로마 시대가 종언한 것이었다.
루멜리히사리로 가는 길이 역사 속으로 떠나는 길이었다. 정말 재밌게 읽은 책 그 속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게다가 옆으로 보이는 해협의 경치가 너무 예쁘고 날씨도 좋아 정말 행복했다.




공사중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었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했다. 건너편의 아나돌리히사리는 루멜리히사리보다 몇 년 앞서 지어졌고,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을 상정하고 지은 것이 아니어서 더 작아보였다.


공사중이어도 티켓값은 정상적으로 받더라. 13유로라고 한다.

구글 리뷰를 보니 직접 가보는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두 눈으로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서 직접 와보니 정말 좋았다. 테오도시우스 성벽도 나중에 꼭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루멜리히사리에 방문한 뒤 베벡 스타벅스까지 걸어갔다. 베벡지역이 카페거리로 유명한 곳인 것 같았다.


이쪽은 또 중심지랑 느낌이 다르다. 훨씬 더 여유가 느껴진다.
스타벅스에 들어가보니 테라스에서 보스포러스 해협을 볼 수 있는 뷰였다. 뭐 세계 3대 스타벅스니 뭐니... 해서 좀 기대했는데 딱히 그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오히려 한국 스타벅스 중 더 예쁜데가 많을 것 같다.


그냥 바로 옆 공원에 앉아있는게 더 나을 것 같다.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면 가볼만할지 몰라도 나는 커피를 못 먹는 사람이어서..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다.
근처에 반대편 아시아 지구로 넘어가는 페리 선착장이 있어 또 걸어갔다.




유럽지구와 아시아지구를 오가는 페리는 보통 50-60리라선에서 탈 수 있다. 페리를 타는 것에 비하면 요금이 꽤 싸다.


쳉겔쿄이 지역은 관광객 적은 아시아 지구 중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지역이라고 했다. 선착장 부근에는 그래도 좀 관광거리 느낌이었는데, 조금만 걸어가니까 온통 주거지역이었다. 특히 부자들이 사는 독채주택이 많았다.


또 해안가에 모스크가 있길래 가봤다.


계속 걷다보니까 점점 외진 곳이 나와 좀 걱정되기는 했는데 음악들으며 걷는게 너무 좋아서 그냥 걸었다.

터널을 지나가니 갑자기 등산로 같은게 나와서 뭐지? 하고 들어가봤다.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의문스러웠는데 좀 걸어가니까 갑자기 공원이 나왔다.

여기에는 사람이 많았고 특히 소풍 온 것 같은 초등학생들로 보이는 친구들이 엄청 많았다.
공원에서 조금 더 오르막길을 오르니까 보스포러스 해협을 한 눈에 내려다보는 뷰포인트가 나왔다.




공원에서 본 침르자 대모스크가 무척 예뻐보여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사람들오 북적이는 유적?이 나와 가봤다.


안에는 현대미술 전시같은걸 하는 것 같았는데, 입장료가 무료였다. 무료는 못참고 얼른 가봤다.

이집트 맘루크 왕조의 총독이 지은 저택을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칼리프가 개조한 저택이고, 지금은 터키의 삼성 포지션인 코치 그룹이 인수해 리움 느낌으로 운영하는 전시관이라고 한다.






좀 구경하다가 나왔다. 이쪽 동네 분위기가 좋았다. 약간 덕수궁 돌담길 느낌?


돌담이 햇빛도 막아주고, 음악들으면서 걸으니까 참 좋았다.
버스타는 곳까지 걸어갔는데, 옆에 케밥집이 있어서 얼른 들어가봤다.

진짜 관광객 아무도 없고 현지인들밖에 없었다. 영어도 당연히 안돼서 고기 가리키면서 열심히 김밥싸는 모션을 하니까 케밥을 만들어서 줬다.

터키 전통음료인 아이란까지 해서 총 210리라? 탁심광장이랑은 비교가 안되는 물가였다. 케밥도 엄청 크고 튼실했다. 닭고기였는데, 고기도 엄청 많이 들어있었다. 난 이런게 좋아... 진짜 현지 가게 느낌이 나서 좋았다.
케밥을 먹고 버스타고 30분 정도 언덕을 올라가 침르자 대모스크에 도착했다. 진짜 엄청나게 컸다.


야외 테라스가 있어 가봤다. 엄청나게 넓고, 여기서 보는 보스포러스 경치가 정말 대단하다. 여기까지 올 가치가 있다.








근처에 침르자 언덕이 있다길래 걸어가보기로 했다. 걸어가는 길도 한적하고 경치가 좋았다. 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듣는데 사람은 하나도 안보이고, 나무 사이로 이스탄불과 보스포러스 해협이 보여 정말 좋았다. 이상은의 가볍고 산들거리는 노래가 그 상황과 딱 맞았다.


쉬다가 좀 더 걸어가 침르자 공원에 도착했다.





침르자 공원에서 본 스카이라인도 무척 예쁘다. 시간을 내서 올만한 곳이다.
한참 앉아있다가 내려와 버스를 타러 갔다. 유럽지구로 넘어가기 위해 카다쿄이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카다쿄이까지 구경할까 하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숙소로 가기로 했다. 해협 건너가는 페리는 50리라. 가는 길에 해가 지고 있어 경치가 무척 아름다웠다.




다시 갈라타 다리를 건너 숙소까지 걸어갔다. 수학공부를 무척 하고싶었는데... 그냥 연습문제를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이날도 엄청 빨리 잠들었다. 워낙 많이 돌아다녀서 잠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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