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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터키 여행기] 2.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다녀왔다가 숙소에서 퍼지기 / 돌마바흐체 궁전 방문 / 구시가지 파티흐 구경하기

by Orthy 2025. 10. 14.

25.10.11.(토) ~ 25.10.13.(월)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 배가 고파서 전날 저녁에 먹고 남은 빵 한 쪽에 크림치즈와 무화과잼을 발라 먹었다. 무화과잼은 전날 저녁에 빵과 함께 산 것이었는데, 진짜 개맛있다... 다 먹으면 한 통 또 사고싶다.

지도를 둘러보다 근처에 평점이 좋은 되뇌르 케밥 가게가 있어 가보려했다. 9시에 테이크아웃 시작이라길래 숙소에서 좀 쉬다가 8시 50분쯤 나섰다.

나가서 케밥가게로 가는데 숙소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다.

원래 러시아 제국의 대사관으로 지어졌다가, 대사관을 건너편으로 이전하며 어느 귀족 소유로 들어가 예술가들을 위한 월세방으로 사용되었다가, 전쟁 이후 방치된 곳을 20세기 말 터키의 한 사업가가 복원한 곳이라고 했다. 이름이 기억 안나는데... 안에는 스타벅스도 있고 다 식당이었다.

숙소에서 5분?10분?쯤 걸어가면 유우명한 케밥집이 나온다.

구글 리뷰도 엄청 많은 곳

근데 가서 물어보니까 10시 오픈이란다;; 그냥 다른데 갈까 하다가 오기가 생겨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기다리는 김에 블로그도 쓰고 사람 구경 하다가 갈라타 타워쪽으로 걸어가봤다. 이쪽에서 보는 갈라타 타워 뷰가 또 멋졌다.

색이 너무 알록달록해

아침부터 커피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갈라타 타워 주위를 돌다가 한국-터키 실크로드 우호협력기념비라는걸 발견했다. 우즈벡 사마르칸트에도 이런게 있었는데.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 10시에 케밥을 먹으러 다시 식당으로 갔다.

장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케밥은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아침에 빵을 먹어 배가 좀 찼기 때문에 가장 빵이 얇아 고기맛을 잘 느낄 수 있다는 뒤륌(wrap) 케밥을 시켰다. 제일 작은게 340리라? 분명 2주 전 리뷰에는 330리라였는데...

좀 기다리니까 바로 내 케밥이 나왔다.

고기 양념에서 양념갈비맛이 조금 났다. 이게 좀 특별해서 유명해진 것 같다. 고기도 꽤 부드럽고 야채도 맛있었는데 소스가 전혀 없어 꽤 퍽퍽하게 느껴졌다. 맛은 있는데 터키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이냐? 그건 또 아니고... 한국에서도 이태원에서 더 싸고 맛있는 케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맛인데다가 심지어 우즈벡의 슈와르마와 비교해도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보통 요거트 소스를 넣어주는데 그게 진짜 맛있다. 그런데 가격은 거의 중앙아시아의 4-5배니까 흠... 이걸 먹고 앞으로 터키에서는 고등어 케밥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고등어 케밥은 확실히 특색있고 정말 맛있다.

이후 근처 슈퍼마트에 들러 음료수를 하나 샀다.

크라운 음료수?

환타랑 맛은 똑같은데 2배 이상 싸다. 맛있게 먹었다. 이후 갈라타 다리쪽으로 내려와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 파티흐 구역으로 이동했다.

날이 무척 흐르고 비가 왔다. 찾아보니 가을의 이스탄불은 날씨가 무척 변덕스럽다고 했다. 원래는 이날 아시아지구의 카다쿄이에 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좋을 때 가고싶어서 급하게 계획을 변경했다.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은 한 번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날씨도 흐린데 실내에서 관람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이날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구시가지의 중심가를 통과했다. 탁심 주위에 비하면 도로도 넓고 건물도 뭔가 더 오래된 느낌이 났다. 이쪽은 영화나 미디어에서 보던 근대 경성 느낌이 났다. 20세기 초 단장된 거리를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건가?

걷다가 웬 건물로 사람들이 들어가길래 궁금해서 찾아보니 터키은행 박물관이었다. 우리로치면 종로에 있는 한국은행 건물처럼, 최초로 설립된 터키국영은행 건물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것이었다. 입장료 무료라길래 얼른 들어가봤다.

내부
그렇구나

터키 여행 정보를 찾으러 유튜브를 돌아다니다보니 자연스레 터키 역사를 다룬 영상이 알고리즘에 뜬다. 그러다보니 아타튀르크에 대해서도 자주 접하는데, 이 사람은 거의 혼자서 현대 터키 공화국을 세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내부 홀
타자기?

타자기가 놓여있고 실제로 두드려볼 수 있다. 글자도 찍힌다. 몇 달 전 본 네이키드 런치가 생각났다.

나도 얼른 앉아서 두드려봤다.
글을 적고 옆의 함같은데에 넣었다.

딱히 크게 볼 건 없었다. 30분 정도 둘러보고 다시 길을 나섰다. 구도심을 쭉 통과하는데, 탁심지구처럼 온통 관광객 전용 가게들이 늘어서있었다.

가는 길에 파티흐구의 명물 귈하네 공원을 통과했다. 날씨가 좋을 때 다시 찾을 생각이다.
그렇게 계속 걸어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에 도착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학생할인은 없었고, 1인 15유로 - 725.25리라, 약 22000원을 결제했다. 무척 쓰라렸지만... 고대 그리스와 로마 유물에 관심이 많아서 가보고 싶었다.

날강도들
공사중이지만 전시실은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다

일단 화장실부터 갔다. 다행히 화장실은 무료 이용 가능했다.

화장실 가는 길에 유물이 놓여있다. 안쪽에 복원실같은게 있는 듯했다.
박물관 앞 카페에 놓여있는 석조동상. 진품은 아니겠지..? 진품인 것 같기도 하고
입구에 들어가면 정면에서 보이는 석상. 신이 사자의 뒷다리를 잡고 거꾸로 매달고 있는 석상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이 꽤 많았다. 폴리스의 형성부터 그리스 문명의 황금기, 소아시아의 식민도시의 역사, 페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 헬레니즘 시대의 유물과 로마 공화정/제정 시대의 유물을 다 볼 수 있었다. 지도에 유적이 출토된 도시를 함께 설명해두어 좋았다. 고대에는 해안도시였던 도시들이 해안건의 후퇴로 현재는 내륙에 위치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고, 주요 폴리스들이 아나톨리아 반도의 서남부에 몰려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시대가 지날수록 화려해지고 더 사실적으로 변하는 유물의 모습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의 조각상을 모아놓은 전시실도 볼만했다. 또 로마 황제들의 흉상이나 두상도 많이 보였는데, 로마의 아시아 속주였던 터키 지역에서 황제의 석상이 이렇게 많이 발견됐다는게 신기했다. 그만큼 로마의 힘이 속주 곳곳까지 온전히 미쳤다는게 아닐까.

박물관 1층에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유물이 많아 이쪽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제미나이와 함께 역사공부 유물공부를 하면서 보니 박물관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 석상
로마 황제의 흉상과 익명의 남성들의 흉상이 함께 있었다. 가운데 금동판은 카라굴라 황제의 무슨 칙령같은 거였는데 기억이 안난다.
기원전 19세기의 점토판이라니 굉장히 신기했다
글씨가 굉장히 오밀조밀해서 놀라웠다. 기원전 19세기에 이만한 문명이..?

고고학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2층의 트로이 유적 전시실이었다.

트로이 유적의 지층을 형상화해서, 각 층에서 어떤 유물이 발견됐는지 전시해두었다. 이것 말고도 전시된 유물은 무척 많다.

독일의 아마추어 고고학자 슐리만에 의해 터키 서북부의 치낙칼레 인근에서 발견된 유적이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의 무대 트로이였다는게 밝혀졌고... 그곳에서 발굴된 유물 일부가 이곳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것이었다.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 과정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고, 배경지식을 위해 일리아드의 내용도 잘 설명해두어서 재밌게 봤다. 신화가 역사가 된 순간.. 정말 근사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보니까 다리가 너무 아팠다. 배도 고프고 돌아다니는게 너무 힘들어서 나머지 전시관들은 좀 대충 둘러보고 나왔던 것 같다. 너무 고대 유물이라든지 보석관 같은데는 딱히 관심이 없어서 바로 동전이 전시된 곳으로 가서 그리스 로마 시대의 주화와 중세 비잔티움/베네치아의 주화를 전시해 둔 곳으로 갔다. 여기서도 로마 황제들을 찾느라 바빴다.

보석을 전시해 둔 곳에서 이건 좀 멋졌었다. 엄청 세밀하게 다듬었다.

마지막 전시실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석관이 있었다. 대왕이 묻힌 관은 아니고 주위에 알렉산더 대왕의 업적이 부조되어있어 그렇게 불리는 것이었다. 설명을 보니 이수스 회전의 전투 모습이 부조되어있다고 했다.

크기가 굉장하다

고고학박물관이다보니 오스만 제국 시절 유물은 하나도 없었는데, 다행히 나는 중세시절의 오스만 제국까지만 관심대상이고, 주로 그리스 로마 시대가 좋아서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출토된 그리스 로마 시대 유적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이즈미르 근처의 고대도시 유적 에페소스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입장료가 좀 비싸서 마음에 안들었고, 놀랐던게 관광객들이 조각품들을 직접 만지는 모습이 가끔 보였다. 아마 진품인 것 같은데 - 이쪽은 유물이 넘쳐나서 굳이 복제품을 만들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 만져도 되나 싶었지만 내가 뭐라 할 수는 없었다.

11시쯤 들어가 3시쯤 나왔다. 점심을 안먹어서 너무 배고팠고, 귈하네 공원쪽으로 가니 전에 맛있게 먹었던 베이글 같은 빵을 팔고있길래 얼른 하나 사먹었다. 박물관을 나오니 비가 꽤 많이 내리고 있어서, 지붕이 있는 그랜드 바자르에 가보기로 했다.

그랜드 바자르

저번 편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랜드 바자르는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유튜브에서 걸어서 세계속으로 이스탄불 편을 보니 2000년대 후반에 찍은 것 같은 화질이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그랜드 바자르가 현지인들의 시장처럼 보였는데 25년에 확인한 그랜드 바자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매력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사람은 엄청나게 많았다. 인파를 뚫고 그랜드 바자르를 통과했는데, 딱히 구경한 것도 궁금한 것도 생기지 않았다.

그랜드 바자르를 통과하고 나온 바예지드 광장

비도 오고, 어디를 가야할지도 잘 모르겠어서 그냥 바로 숙소로 가기로 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첫 이틀을 너무 열심히 돌아다녀서 그런지 다리도 조금 아팠었다. 근처의 지하철역을 찾아 들어갔다.

지하철이 땅속 엄청 깊은 곳에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몇 번을 갈아탔는지 모르겠다.

숙소 근처 마트에 스프라이트 제로와 빵을 사러 갔는데 되뇌르 고기를 포장해서 팔고 있었다. 250그램에 단돈 130리라 - 4000원 정도? 웬 횡재냐 싶어 얼른 집어왔다. 물가가 비싼 곳에서는 고기를 먹는게 쉽지 않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먹어줘야 한다.

숙소에 들어와서 씻고 나니 다섯시쯤이어서 바로 저녁을 먹었다. 빵과 스프라이트 제로와 함께 먹으니 정말 행복했다. 스프라이트 제로가 있음에 정말 감사하다...

이후 저녁에 계속 여행정보를 찾아보다 유튜브도 보다 잠들었던 것 같다. 이날이 토요일이었는데, 숙소 밖에서 노랫소리가 계속 들려서 새벽에 잠을 잘 못잤다. 진짜 짜증났다. 탁심 지구의 문호스텔에 숙박한다면 클럽 노랫소리가 무척 크다는걸 꼭 기억하면 좋겠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근처 빵집에 빵을 사러 갔다. 원래 매번 가던 마트에서 빵을 사려했는데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문을 안열었다. 그래서 근처 다른 빵집을 갔다.

여기 아주 맛있는데 가격도 착하다

시미트와 초코빵을 샀는데 겨우 55리라밖에 안했다. 더 나올 줄 알았는데 너무 싸서 깜짝 놀랐다. 이스티클랄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인데 이렇게 가격이 쌀 줄 몰랐다.

시미트도 엄청 부드럽고 초코빵은 정말 최고였다. 너무 맛있었는데 무화과잼까지 발라먹으니 진짜 행복했다. 갓 만든 아침의 빵은 정말 축복이다.

전날 국제학생증을 발급받았기에 앱에다가 카드를 등록해주고 이스탄불 첫날 포기했던 돌마바흐체 궁전을 가보기로 했다. 그냥 가면 1800리라 - 6만원 정도인데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겨우 240리라다. 2/15 가격으로 갈 수 있는 혜자 중 혜자였다.

9시에 개관인데 사람이 점점 많아지니 오픈런을 하라는 후기가 많아 8시 20분쯤 숙소를 떠났다. 돌마바흐체 궁전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가는 길에 공원을 하나 통과했는데, 여기서 구두닦이 사기꾼을 만났다.

주터키한국대사관의 이스탄불 안전여행 가이드북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이스탄불 안전여행 가이드북을 완독해서 이스탄불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기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 막상 이스탄불에 오니 아무도 사기치는 사람이 없어서 조금(?)은 아쉬웠던 참이었다. 그 와중 드디어 사기꾼을 만난 것이었다. 내 앞으로 지나가면서 구두솔을 떨어뜨린 후 모르는 척 지나치는 사기꾼을 보고 드디어 만났구나, 하면서 웃음이 나왔다. 가이드북에서 말한대로 그냥 무시하고 가니까 뒤에서 막 헤이!! 하면서 나를 불렀는데 그냥 계속 걸어갔다. 나중에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숙소로 돌아갈 때도 이 공원을 통과했는데 사기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대사관 감사하다!!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가는 길 한쪽에 한강작가 포스터가?!
한강 작가(광주 출신 ㅎ) 월클 맞습니다

개장 전에 왔는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 입장이 9시부터인줄 알았는데 매표소도 9시 정각에 열었다. 아침에 가니까 한국인이 많길래 뭐야, 한국인 전용 관광지야? 했는데 나갈 때 보니 서양인들이 엄청 많이 와있었다. 한국인들은 그냥 부지런한 것 뿐이었다.

심지어 한국인 단체관광객 두 그룹이 있어서 가이드가 설명하는 것도 귀동냥 할 수 있었다. 이것도 나갈때 보니까 서양인 단체관광객이 무지막지하게 와있어서, 역시 한국인들 참 부지런하다는걸 느껴서 재밌었다.

국제학생증 앱으로 학생증을 보여주니 바로 할인티켓을 끊어줬다. 싸게 들어가서 기분이 좋았다.

돌마바흐체 궁전의 정면
티켓을 사면 무료로 오디오가이드를 제공해준다. 한국어도 있다!
날씨도 좋아서 엄청 예뻤다.

오스만 제국 말기의 술탄 몇 명이 사용했던 궁전인 돌마바흐체 궁전은 터키 공화국 탄생 후에도 국부 아타튀르크의 집무실로 사용되었던 곳이라고 했다. 직접 본 돌마바흐체 궁전의 모습은 정말 화려함의 극치였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화려함이다. 진짜 말도 안되게 사치를 부려놨다. 이거 짓고 제국이 멸망한게 납득이 되는 사치스러움이었다.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보안요원도 많아서 몰래 찍을래야 찍을 수도 없다. 오디오가이드로 설명도 들으면서, 가끔은 한국인 그룹투어에 끼어 가이드의 설명도 들으면서 관람하니까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너무 화려하고 사치스러워서, 방들과 집기를 관람하다가 어지러워졌다. 요소가 너무 많아서 피로감이 들었다. 뭔가 공간이 나오기만 하면 일단 뒤지게 화려하게 꾸며 놓는다. 이걸 보다보니까 모더니즘과 르코르뷔지에가 괜히 나온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돌마바흐체 궁전의 하이라이트 대연회장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모더니즘이니 장식의 배제니 사물 본래의 기능에 집중한다느니... 합!! 그건 여길 안 본 사람들의 대답없는 메아리였다. 대연회장은 진짜×100 압도적으로 화려하고 거대해서 조금 전까지 생각하던 모더니즘에 대한 향수를 지워버렸다. 거긴 그냥 헛웃음이 나오는 공간이다. 경이로울정도로 화려하다. 그때까지 한 시간 넘게 온갖 사치스러운 것들을 보고 와서 웬만한 자극에는 무뎌졌는데, 대연회장은 어나더클래스였다. 그룹투어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다들 금방 지나가는데 나는 한쪽 구석에 서서 한참 천장을 바라보고 이곳저곳 자세하게 보고 나왔다. 대연회장에 거의 10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티켓 비싼 값을 한다. 여기까지 보고 나서는 원래대로 1800리라를 내라고 했어도 그냥 내고 들어왔어야 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근데 아직도 볼 게 더 남았어. 1800리라도 혜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전날 간 고고학박물관과 돌마바흐체 궁전의 티켓값을 바꿔서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굉장히 합리적인 소비같고 기분이 좋았다.

이후 술탄의 어머니, 부인, 후궁, 자녀들과 그들을 보좌하는 시종들이 사는 공간인 하렘과 국립회화박물관까지 갔는데, 정말 알찼다. 이스탄불 관광지를 다 가보지 않아도 여기가 하이라이트라는걸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이스탄불에서 딱 한 곳만 가야한다면 어디를 추천하겠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돌마바흐체 궁전을 말할 것 같다. 여긴 티켓값 낼만하다. 하렘에도 볼 게 많았고, 여기도 진짜 뒤지게 화려하다. 부릴 수 있는 사치란 사치는 다 부려놨다. 국립회화박물관에서는 오스만시대의 회화들을 전시해두었는데, 인물화와 풍경화가 대부분이었다. 오스만의 술탄들 그리고 중근세의 이스탄불 풍경화가 많았다. 난 특히 이스탄불 풍경화와 오스만 제국군을 그린 그림이 좋았다.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볼 수 있어서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내게는 정말 인상 깊었던 곳이었다. 게다가 이때는 인상주의 시대라서 그런지 굉장히 세밀하게 그려놔서 내가 본 이스탄불 풍경과 비교도 가능했다. 박물관도 마찬가지로 내부 촬영 금지라 오히려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전체 관람시간은 2시간 반정도였다. 오픈 시간에 맞춰가면 사람도 많이 없고 한국인 단체투어 가이드의 설명도 들을 수 있으니... 이때 가기를 추천한다. 하여튼 정말 인상 깊었다.

하렘으로 가는 길
황제가 다니던 바닷길이라고 했다
하렘의 뒤뜰
하렘에 있던 거위
역시 하렘의 뒤뜰
나가는 길
12시쯤 되니 사람이 진짜 많아졌다.

너무 좋았던 돌마바흐체 궁전 투어를 마치고 체크아웃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아침에 갔던 빵집에 다시 들러 미트파이와 피자빵을 또 샀다. 단돈 90리라, 정말 싸다. 체크아웃 하기 전에 숙소에서 점심 겸 먹었는데, 다만 얘네들은 아침에 먹은 것보다는 좀 별로였다.

짐을 싸들고 숙소를 나섰다. 탁심 광장의 문 호스텔에서 3일을 지내고, 이제는 이스탄불 구시가지 마르마라해 방면의 또 다른 호스텔에서 3일을 지낼 차례였다. 이스탄불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어서 이동은 무척 쉬웠다. 다만 신시가지를 떠나기 전에 고등어케밥을 한 번 더 먹고 싶어서 첫날 먹은 케밥집으로 다시 걸어갔다. 카라쿄이에 있는 케밥집은 문 호스텔에서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되었다.

이스티클랄 거리에서 카라쿄이로 내려가는 길
이스탄불은 골목이 참 예쁘다
엥?ㅋㅋㅋ
이슬람은 형제라 그런가..?

다시 찾은 고등어 케밥집은 여전히 사람이 많았고 회전율도 좋아서 갓 만든 따끈따끈한 고등어케밥을 먹을 수 있었다.

220리라

다시 먹어도 맛있다. 고등어 케밥 꼭 먹으세요.

케밥을 다 먹고 바로 옆에 있는 트램을 타면 숙소 근처까지 한 번에 간다. 30분 정도 이동해 숙소에 도착했다.

트램을 타고 숙소 근처에 내려 걸어가는 길

좀 외곽쪽이긴 한데 근처에 식당이 많고 구시가지의 중심, 아야소피아와 톱카프 궁전이 있는 술탄아흐멧 광장까지는 걸어서 10-15분 정도라 위치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숙소 위치

체크인 시간 2시가 안되어서 짐만 맡겨두고 산책을 하러 나갔다. 숙소 바로 앞이 마르마라해를 바라보는 해안이어서 해안으로 걸어갔다.

마르마라해의 항구
렌터카 말고 렌터보트

구름이 많이 낀 날씨라서 아쉬웠다. 날이 맑았다면 훨씬 더 아름다웠을텐데.

마르마라해를 따라 걷다

참고로 이스탄불과 차나칼레(혹은 갈리폴리)의 좁은 해협으로 둘러싸인, 이스탄불 남쪽의 바다를 마르마라해라고 한다.

놀이터도 있었다. 애기들이 재밌게 놀고있었다.

일단 놀이터에 아이들이 보인다는건 어느정도 치안이 괜찮다는 이야기여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볼 때면 항상 안심이 된다.

걷다보니 이스탄불 남쪽의 성벽이 보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스탄불의 남쪽 성벽이 바다를 바로 마주하고 있는데, 성벽 앞으로 도로와 공원이 놓인 걸 보면 아마 간척해서 도로를 놓은 것 같았다.

비잔티움 시대의 성벽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이스탄불의 랜드마크가 모여있는 술탄아흐멧 광장으로 걸어갔다.

한식당 처음 봄

해안가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니 아야소피아가 보였다.

공사중...

아야소피아 옆으로는 이스탄불의 또 다른 랜드마크 톱카프 궁전이 있다. 오스만 제국이 이스탄불을 점령한 뒤 돌마바흐체 궁전을 짓기 전까지 술탄의 처소로 사용된 곳이다. 돌마바흐체 입장료는 1800리라인데 여기는 무려 2400리라. 다만 역시 국제학생증 할인이 되는데,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박물관 관람은 그만하고 싶어서 들어가지는 않았다.

사람이 무지하게 많다

아야소피아와 톱카프 궁전 입장 티켓을 구매하는 곳이 붙어있어서 사람이 정말 많았다. 건너편에는 블루모스크와 술탄아흐멧 광장까지 있어 그쪽에도 사람이 많았다. 어지러워서 다음날 아침 일찍 사람 없는 술탄아흐멧 광장과 아야소피아를 보러 나오려고 다짐했다.

기빨려
아야소피아 - 하기야소피아

무려 유스티아누스 대제가 지은 아야소피아. 이스탄불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비슷하게 생긴 모스크의 원형이자 비잔티움 건축의 걸작이다. 입장료는 20유로 정도였는데 후기를 찾아보니 굳이 그 돈내고 들어갈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바깥에서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근데 생각보다는 아무 느낌도 안들었다
그냥 예쁘네... 하고 끝. 안에 들어갔으면 또 달랐으려나.

아야소피아를 마주보고 반대편에는 술탄아흐멧모스크, 일명 블루모스크가 있다. 돔이 푸른색이어서 블루모스크라고...

여기도 공사중

블루모스크는 무료 입장이라 들어가봤다.

어김없이 있는 이슬람 홍보글들
여기도 사람이 엄청 많다
내부는 굉장히 넓다

무료 입장임에 감사하다. 멋있긴한데 사실 모스크가 딱히 둘러볼 게 있는 편은 아니라 잠깐 서있다가 바로 나왔다.

블루모스크 앞에는 테오도시우스와 콘스탄티누스의 오벨리스크가 서있다.

앞쪽에 있는게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

여느 오벨리스크가 그렇듯 이것도 이집트 정복 후 한 신전에 있는 오벨리스크를 가져온(훔쳐온) 것이었다.

고대에 비해 지반이 많이 올라왔구나

기단에 그리스어가 써져있어서 제미나이한테 무슨 뜻인지 물어봤다.

진품 맞나보다

근데 오벨리스크가 너무 새거같아서, 내 생각엔 기반석만 진짜고 오벨리스크는 복원한 것 같다.

구경을 다 하니 4시쯤 되었는데 오래 걸어서 그런지 골반쪽이 아팠다. 그냥 숙소로 가기로 했다.

숙소 가는 길
골목을 지나

가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 음식을 좀 사고 체크인을 했다. 이번엔 일부러 공용공간이 괜찮은 곳으로 숙소를 잡아 체크인하고 씻자마자 수학공부를 했다. 오랜만에 책을 펼치니 까먹은 것들이 있어 기억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지만 연습문제가 생각보다 잘 풀렸다. 챕터2 연습문제가 좀 쉬운 편인 것 같다. 리만적분이랑 푸리에해석 연습문제랑 좀 이어지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저녁을 먹고 다시 공부를 하다 유튜브 좀 보다가 일찍 잠에 들었다. 여행 와서 수면 패턴이 거의 항상 11-7 정도다.

다음날 아침 일부러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일어났다. 일출이 7시 20분이어서 6시 55분쯤 숙소를 나서 아야소피아를 보러 술탄아흐멧 광장으로 걸어갔다. 사람 적은 광장에서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를 보고싶었다.

그런데 이날도 구름이 많아 아침햇살에 빛나는 모습은 볼 수 없었고 대신 조명에 빛나는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를 봤다.

블루모스크
아야소피아

나처럼 사람 없는 모습을 보고싶은 사람들이 있었는지 술탄아흐멧 광장에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렇지만 전날 오후에 비하면 이건 없는거나 마찬가지.

해가 뜨자 조명이 꺼졌다. 다음에 조금 더 아침 일찍 와서 조명으로 빛나는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블루모스크의 아침

공원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쉬다가 8시쯤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
숙소 근처에 빵집이 있어서 냄새에 홀려 들어갔다.
안에 요거트같은 치즈가 있는 빵이 단돈 15리라

동네 빵집에서 빵을 사먹으니 가격도 엄청 싸고 갓 구운 빵이라 무지하게 맛있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20리라짜리 베이글과 시미트가 가성비가 아니었던거다. 그냥 동네빵집을 찾아다녀야겠다.

이번 숙소는 조식 제공이어서 아침을 먹었다. 잼, 치즈, 삶은 계란 1개, 올리브 절임, 방울토마토 2알이 나왔는데 바게트 같은 식사빵은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어서 배터지게 먹고 나왔다. 올리브 절임이 굉장히 맛있었다.

아침을 다 먹고 숙소를 나섰다. 숙소 근처에 패션의 거리같은 느낌의 거리가 있었다. 왠지 굉장한 기시감이 들어 생각해보니 광주의 충장로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옷가게는 엄청 많은데 사람은 별로 없는 그 느낌...

그런데 오후에 돌아올 때 다시 오니 그때는 가게에 손님이 꽤 많았다. 충장로와는 다른 점.

터키식 패션의 거리

이날은 파티흐 외곽의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가려고 했다. 숙소에서 5키로 정도 떨어져서 버스를 탈까 했는데 가는 길에 발렌스 수도교라는 로마시대 유적도 있길래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면서 현지인들이 사는 거리를 느낄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도중에 만난 이스탄불 시청

시청 바로 맞은편에 발렌스 수도교가 있다. 동로마제국의 수도교인데 이제는 수도교의 아치 밑으로 도로가 지나다닌다.

로마의 기술력은 세계 제일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원형 그대로 보존해놨다고 했다. 로마시대의 시멘트 모르타르도 볼 수 있어 신기했다.

아치가 너무 크면 지탱력이 떨어져 수도교를 2층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수도교 옆으로 카페가 있다. 차를 마시는 사람이 몇명 있었다.

옆에는 콘스탄티노플의 정복자 술탄 메흐메트2세 기념공원이 있다. 로마시대의 유적 옆에 만들어 놓은 건 의도가 있는거냐?

수도교를 따라 걸어가보니 끝에 가서는 아치 밑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도 보였다.

수도교를 이렇게 마감해놓고 잘라내버렸다. 무척 아쉽다.

발렌스 수도교를 보고 다시 테오도시우스 성벽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파티흐모스크라는 곳이 있어 가봤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모스크라고 했다.

입구쪽에 아주머니들이 뭔가를 굽고있길래 가봤다.

완전 현지인 느낌

현지인들만 올 것 같은 이 느낌. 바로 먹어봤다. 괴즐레메라는 터키 음식인데 안에 요거트 치즈를 넣어 시큼고소한 맛이 났다. 치즈 괴즐레메에 홍차 한 잔 해서 100리라. 생각보다 비쌌는데 메뉴판이 있어서 바가지는 아니고, 또 아주머니들이 굉장히 친절하고 내게 관심이 많아보였다. 관광객이 안 오는 이런 곳을 찾아가는게 좋다.

안에 치즈가 맛있었다.

앉아서 먹고 있는데 모스크에서 기도하고 나온 사람들이 이곳에 들러 차를 한 잔씩 하고 갔다. 그리고 괴즐레메 이게 양이 상당히 많아서 먹고나니까 엄청 배불렀다. 아직 아침에 먹은게 소화도 안됐는데 이것까지 먹으니까 너무 배가 찼다. 그래서 점심도 안먹었다.

괴즐레메를 다 먹고 모스크 구경을 하러 갔다. 전형적인 모스크였다.

나가려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 저걸 마시고 있어서 쳐다보니까 나보고도 먹으라고 손짓하셔서 먹어봤다. 아리수 맛이 났다.

모스크에서 나오는데 점점 구름이 개었다.

파티흐 모스크의 해시계. 유명한 이슬람 예언자가 만들었다나
파티흐 모스크에서 나가는 길인데 카페가 많아서 커피향이 무척 좋았다. 커피를 못먹는게 아쉬웠다.

이후로도 계속 걸었다.

거리가 계속 이런 느낌이었다

테오도시우스 성벽 근처에 또 모스크가 있어서 들어가봤다.

정원이 예뻤다. 정원있는 모스크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안에는 그냥 모스크처럼 생겼다.

알라의 은혜로 화장실이 무료개방되어 있어서 감사히 이용하고 나왔다.

모스크 바로 옆에 목적지인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있었다. 천 년간 이민족으로부터 제국의 수도를 지켜온 테오도시우스의 삼중성벽을 드디어 마주한 것이었다. 로마사 책에서 수도없이 들었던 그 성벽을 직접 봐서 좋았는데... 이거 관리가 너무 안되어있다.

드디어 마주한 테오도시우스 성벽
관리 상태가 이거...

반대편으로 넘어오니 관리상태는 더 심각했다.

이 모습을 보고 정말 충격받았다. 이렇게 중요한 유적을 내버려둘 수가 있나...

진짜 굉장히 섭섭했다. 관리도 제대로 안되어있고, 테오도시우스 성벽의 상징인 삼중벽의 흔적은 도저히 찾아볼 수도 없었고, 곳곳에 낙서도 많았다. 아무리 이스탄불에 유적이 많다고 해도 이건 진짜 아닌데. 망해버린 제국의 최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에 터키 깃발이 꽂혀있는 것도 아니꼬운데 관리도 이렇게 개판으로 해두고.

하나님 저 잔악한 이교도들의 행태를 보십시오... 로마제국의 심장을 이렇게 방치해두고 있습니다.

아예 주차장으로 쓰고있다
이런 취급 받을 유적이 아닌데

성벽을 따라 걸어보니 위쪽은 양반이었다.

잘한다 잘해
자세히 보면 외벽과 내벽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앞쪽에 있는게 외벽, 안쪽의 높은 성벽이 내벽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렇게 제대로 방치되어 있어 원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로마인들이 만들었던 그 성벽 그대로일까?
문이 있었다.
명문이 적혀있길래 지피티에게 무슨 뜻인지 물어봤다.
진짜 그때 모습 그대로일까? 로마인들이 만들었던 그것 그대로인지가 궁금하다.
신이시여.........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이렇게 관리되고 있는걸 직접 보니 처참했다. 굉장히 슬펐지만... 오히려 이렇게 방치되어서 옛날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옆에 트램노선이 있길래 궁금해서 찾아보니

위쪽의 캐리어로 표시해놓은 지점에서 출발했다.

지도의 주황색 노선이었다. 이스탄불 외곽까지 가는 노선인데, 외곽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서 트램을 타고 한 번 종점까지 가보기로 했다.

탑승장
앞에 창문이 있어 바깥을 보며 갈 수 있었다

이스탄불의 외곽으로 가는 풍경을 보면서 가는 길이 무척 신기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가니까 진짜 여행 온 것 같았다. 제일 궁금했던건 현지인들이 사는 지역의 물가였다.

트램에서 내리다
이스탄불 외곽의 모습 1
모습2
생각보다 물가 차이가 많이 안난다. 현지인들 살기가 굉장히 힘들겠는데...
모습3
물가는 한 80프로 정도?
모습4
모습5
모습6

종점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 3키로 장도 걸어 내려오면서 현지인들이 사는 거리를 봤다. 생각보다 너무 안전해 보이고 정겨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물가 차이도 생각보다 없었다는 것... 현지인들의 삶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트램 여행이 나름 좋았다.

다시 트램을 타고 테오도시우스 성벽쪽으로 돌아와, 금각만에 접한 발랏 마을로 걸어갔다. 이쪽 골목이 굉장히 예뻐서 요즘 뜨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발랏 마을 가기 전에도 골목들이 다 예뻤다.
중고서적판매점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못먹어도 고!! 하고 들어갔다.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쟨 뭐지? 하고 보시다가 메르하바 하니까 갑자기 표정이 확 밝아지시면서 웃으셨다. 할 줄 아는 터키말이 저것밖에 없는게 문제였지만. 할아버지가 자유롭게 보라고 해서 이것저것 들춰봤다. 오래된 책 냄새, 종이 냄새가 엄청 좋았다. 숲에 들어온 그런 느낌.

터키어로 된 책은 제목도 알 수가 없어 구경밖에 안했지만 메르하바 한 마디에 확 밝아진 주인 할아버지의 표정이 재밌었던 곳이었다.

가는길에 모스크를 개조해 만든 카리예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가봤다. 원래 성당이던 곳을 모스크로 사용했다가 현재는 박물관이 됐는데, 안에 성화가 남아있다고 했다.

카리예 박물관
옆 골목의 집들이 알록달록하다

그런데 박물관 가는 길에 문이 열려있어 내부의 성화를 볼 수가 있었다.

예수님?

열심히 바깥에서 구경하고 나서 티켓 파는 곳으로 가봤다.

카리예 박물관
거울샷ㅋ

20유로면 아야소피아랑 똑같은데 그럴거면 아야소피아를 가지..ㅋㅋ

바로 나와서 다시 발랏마을로 걸어갔다. 가는 길 자체가 다 예쁘다. 날씨도 좋아져서 행복했었다.

저 멀리 해협 건너 침르자 타워가 보인다
홍콩 느낌이 났다

드디어 발랏 마을 도착. 집들이 엄청 알록달록 형형색색이다.

하늘도 파래서 더 예뻤다.

골목으로 들어가니 신기한 건물이 나왔다.

정면
엄청 예뻤다

무슨 건물인고 찾아보니 학교였다.

그렇구나
설명문

안에 실제로 학생들이 있는 것 같았다.

여기 다니는 친구들은 참 운이 좋다.

이쪽이 엄청 경사가 가파르다. 나는 위에서 밑으로 내려왔는데 금각만쪽에서 올라왔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단체관광객들도 오고
금각만도 보인다
카페거리

금각만에 접해서는 카페가 엄청 많다. 사람도 많다.

발랏 마을과 골목이 무척 예쁘다. 시간을 내서라도 올만한 곳이다.

근처에 그리스정교 콘스탄티노플 대주교좌 주교성당이 있다. 그리스정교회의 심장, 카톨릭으로 치면 바티칸 같은 곳인 것 같다. 서양인들이 엄청 많이 있다 - 서양인들밖에 없었다.

외관은 소박하다.

오스만 제국 시절 성당 운영은 허락하지만 모스크보다 작고 검소하게 만들어야 해서 외관을 검소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내부는 무척 화려하다.

내부

성당에서 미사도 실시한다고 한다. 신자라면 큰 의미가 있는 곳일 것 같다.

발랏 지구를 다 둘러보고 카이막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하도 호들갑을 떨어대길래 한 번 먹어보기는 해야 했는데 마침 근처에 맛집이라는 곳이 있어 30분 정도 걸어갔다.

가는 길
금각만에서 본 갈라타 타워

가는 길에 바라본 금각만이 정말 예뻤다. 이날 예쁜 마을과 금각만도 봐서 좋았다. 다시 발렌스 수도교를 지나 카이막 맛집으로 갔다.

카이막 한국인 맛집
차이+카이막 총 270리라

맛은.. 그냥 버터맛이었다. 꿀이 맛있긴한데 그정도로 호들갑 떨 맛은 절대 아닌데... 그냥 빵에 열심히 발라먹고 나왔다. 여기가 이상한건가 싶어 다음날 다른 맛집도 가봤는데 역시 비슷했다. 호들갑 그만떨기..!!!

이후 숙소로 걸어오는 길에 저녁거리를 사서, 씻고 저녁먹고 공부 좀 하다가 잠들었다.

이날의 저녁. 닭봉구이가 저 양이 무려 70리라였다. 혜자다 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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