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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터키 여행기] 4. 부르사 → 이즈미르 버스로 가기 / 이즈미르 시내 구경 / 이즈미르 → 셀축 기차로 왕복하기 / 에페소스 고대도시 방문

by Orthy 2025. 10. 21.

25.10.17.(금) ~ 24.10.19.(일)

17일 금요일은 2박을 머물렀던 부르사를 떠나 터키 서부, 에게해에 접한 터키 제3의 도시 이즈미르로 떠나는 날이었다. 부르사는 이스탄불에서 바로 이즈미르로 가기에는 시간이 오래걸려서 선택한 경유 도시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예쁘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어서 들렀다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주요 관광지가 무료 입장이어서 참 좋다.

이즈미르로 가는 버스는 엄청 많은데, 매 30분 간격으로 여러 버스 회사의 버스가 있어 티켓이 없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터키의 티머니고 같은 앱인 Obilet에서 전날 저녁에 미리 티켓을 예매했고, 11시에 이즈미르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다. 숙소에서 터미널까지는 30-40분이면 가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9시에 숙소를 나섰다.

버스를 타러 가기 전 전날 갔던 숙소 근처의 유명 빵집에 다시 가서 타히니를 또 샀다. 이번엔 작은 것을 샀다.

이날도 사람이 많았다. 9시가 넘어서 그런지 사람이 더 많았다.
터키의 전통?빵 타히니, 위에 송편에 든 깨설탕같은 것이 가득해 익숙하면서도 무척 맛있다.
시미트도 하나 사서 먹었다.

내 앞에서 시미트가 동나서 좀 기다려 갓 구운 시미트를 먹었다. 깨가 아낌없이 뿌려진 갓 구운 시미트는 정말 고소했는데, 좀 목이 막혔다...

타히니는 엄청 달았다. 이날 먹은게 전날 먹은 것보다 더 달게 느껴졌는데 크기가 작은 것은 더 달게 만드는 건가? 좀 많이 달아서 먹기 힘들 정도였다.

맛있게 빵을 먹으며 버스 정류장을 찾아갔다. 내가 묵은 숙소에서는 38번 버스를 타면 바로 터미널까지 간다. 무빗 어플만 믿으면 된다.

5분쯤 기다리니 바로 버스가 왔다.

시내에서 30분 정도 달려, 시 외곽의 부르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구글지도에 Bursa bus station을 검색하면 나온다.

무빗에는 안나와있었는데, T2 트램을 타면 이곳까지 올 수 있는 것 같았다. 터미널 바로 앞에 T2 트램 정류장이 있었다. 숙소 근처에 T2 트램 탈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알았으면 트램을 탔을거다.

혹시 트램 타고 오실 분이 있을까봐

터미널에 들어갈 때도 역시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한다. 터미널 내부는 생각보다 꽤 넓고 공항같았다.

내부

터키는 버스 회사가 무척 많다고 들었는데, 각 회사마다 터미널 내부에 사무실을 차려놓았다. Obilet 앱에서 시간과 가격을 확인한 뒤 터미널에서 현장구매해도 문제 없을 것 같다. 회사가 많아서 티켓 부족한 일은 없을 것 같다.

버스회사들의 현장사무실?

내가 예약한 Uludağ 회사의 사무실을 찾아 티켓을 발권하고 의자에 앉아 11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전날 어디서 들어온지 모를 카페인의 영향으로 새벽 4시 반이 넘어 잠든 뒤 8시에 일어나서 무척 피곤한 상태였는데, 터미널에서는 안심하고 잠들 수 없어서 고생했다.

11시가 다가와 플랫폼으로 나갔다.

부르사 터미널의 플랫폼

11시 조금 전 버스가 도착했다. 보니까 이즈미르에서 온 버스에서 승객이 내리고 그 버스를 그대로 부르사에서 이즈미르로 가는 승객이 타는 것 같았다. 심지어 버스기사가 바뀌지도 않는데 이거 괜찮은건가 싶었다. 많이 힘들 것 같은데...

내가 탈 버스

버스는 우리나라 우등버스랑 똑같이 생겼다. 그렇지만 터키는 2+2 배열은 없고 모두 2+1 배열이다.

버스 내부
무려 모니터와 충전되는 USB포트도 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쾌적한 버스 컨디션에 편안한 도시간 이동이었다. 요금은 420리라, 약 14000원 정도? 이날 약 400키로를 5시간동안 이동했는데, 요금이 한국에 비해 꽤 싸다.

버스에 타자마자 바로 안대 쓰고 잠들었다. 중간중간 깼을 때 창문 밖으로 보인 풍경이 아름답긴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창밖을 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중간에 음료수와 간식을 주실래요 얼른 일어나서 홍차와 과자를 빼먹었다. 아쉽지만 과자는 한 사람당 하나밖에 못먹는다.

차와 과자를 나눠주고, 쓰레기도 걷어가고 다 끝난 뒤에는 손소독제도 뿌려준다. 내가 탄 버스가 가장 싼 버스이고, 비싼 버스는 600리라까지 하던데 거기서는 서비스가 더 좋을 듯..?

버스는 이즈미르로 가는 길에 있는 큰 도시인 발리케서르와 마니사 버스터미널을 경유해서 갔다. 원래 4시간 반 여정이었는데, 발리케서르 버스터미널을 떠나고 잠시 뒤 경찰이 불시검문을 해서 승객들의 신분증과 여권을 확인하고, 짐칸에 있는 짐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승객 한 명이 나가 한참 이야기하다 출발해서 5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4시가 좀 넘어 이즈미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풍경이 예뻤을텐데, 자느라 못 본 것이 조금 아쉽다.

이즈미르 버스터미널

이즈미르 버스터미널도 시 외곽에 있다. 숙소가 있는 Basmane역까지 가려면 302번 버스를 타야했다. 302번 버스는 이즈미르 시계탑이 있는 Konak역까지 운행하니 시내에 갈 때 터미널에서 이걸 타면 좋을 것 같다.

30-40분 정도 걸려 Basmane역에 도착했다. 역에서는 걸어서 5분이면 숙소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한 컷
이날의 숙소, Lotus garden hostel

1박에 27000원 정도인 이 숙소가 이즈미르에서는 최저가여서 이곳을 골랐는데, 지나고 보니 Basmane역이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거점이고 근처에 시장도 있고 저렴한 식당도 많아 위치가 좋았다. 호스텔도 내부 정원이 예쁘고 청결상태도 괜찮아 나름 만족했다. 원래 2박을 예약했는데, 하루 자고 나니 상태가 좋아 1박을 연장했다.

체크인을 하고 주방을 둘러보는데, 한 터키 아저씨가 자기가 요리한 카레파스타?가 양이 너무 많아 같이 먹지 않겠냐고 했다. 5시쯤이었는데, 점심을 먹지 않아 배고팠기에 얼른 자리에 앉아 아저씨가 요리한 카레파스타를 먹었다.

설거지는 내가 했다

맛이 완전 한국에서 먹던 오뚜기 카레 맛이었다. 고국의 맛을 카레를 먹다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설거지까지 하고, 해가 지기 전에 바닷가로 가서 일몰을 보고싶었다. 얼른 숙소를 나섰고, 바닷가까지는 30분정도 걸어야했다. 이즈미르의 앞바다는 그 유명한 에게해였고, 이즈미르의 원래 이름은 스미르나여서 역시 역사책에서 자주 본 곳이라 익숙했다. 몰랐는데 스미르나는 성경에도 언급되는 소아시아 7교회 중 하나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에게해를 보기 위해 얼른 걸어갔다.

숙소 바로 앞이 시장의 초입이다. 저 과일가게에서 토마토를 많이 샀다.
Basmane역. 터미널을 오토가르라고 하는걸로 봐서는 Gar라는게 역이라는 뜻 같다.

이즈미르 거리의 느낌은 부르사나 이스탄불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아무래도 고대 이래로 쭉 그리스인의 도시였다가 터키인의 도시가 된지는 겨우 100년 즈음이라, 다른 도시에 비해 그리스적 요소가 많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이즈미르 거리의 모습
야자수?같은 것도 심어져있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
거리 모습
거리 모습2
거리 모습3
해가 점점 떨어진다

이즈미르로 오기 전 여행 유튜브를 찾아보다 이즈미르는 이스탄불의 하위호환같은 느낌이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는 영상을 본 적 있었다. 무슨 느낌인지 공감이 가고, 시간이 별로 없다면 건너뛰어도 되겠지만, 나처럼 오래 여행을 한다면 잠깐 들렀다 가는게 좋을 것 같다. 이즈미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인종 구성도 다르고(이스탄불과 부르사에서는 피부 검은 사람을 한 명도 못봤는데 여기는 자주 보인다), 히잡을 쓴 사람도 많이 안보인다. 그만큼 모스크도 적고, 관광객도 훨씬 적어 현지 분위기를 느끼기도 좋다. 또, 이스탄불도 해안가지만 바다냄새가 거의 안 났던 반면 여기는 바다냄새가 난다. 난 그게 좋았다.

시장에 진입
밀리터리 패션가게에 한국 군복도 있을까 했는데 없더라
이것도 중세부터 이어지던 시장 건물이라했다.
2층에서 찍은 시장

시장 거리를 빠져나오면 바닷가가 보인다. 마침 해가 주홍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크아악... 너무 예뻤다
이즈미르만의 건너편으로 이어진 이즈미르 도심
여기 버거킹이랑 KFC 뷰가 좋을 것 같다.

처음으로 바라보는 에게해 그리고 에게해의 노을이었다. 과거에 여기를 수없이 오갔을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상인들도 같은 노을을 봤을거다. 노을을 보며 오스만제국이 점령한 최후의 소아시아 식민지 중 한 곳인 스미르나에서 벌어졌을 공방전을 생각했다.

해넘이 바라보기

구름이 끼어 해가 완전히 넘어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아쉬워라

이후 이즈미르의 랜드마크, 이즈미르 시계탑 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

가는 길에 내가 지금까지 본 고양이 중 가장 작은 것 같은 새끼 고양이들이 있었다. 난 고양이 별로 안좋아하는데 얘네들은 그걸 무너뜨릴정도로 귀여웠다. 엄청 작은 애들이 움직이는게 진짜 너무 귀여웠다... 생긴 것도 순하게 생겼어.

이런 고양이들 뿐이라면 나 고양이 애호가가 되어버릴지도

해변공원 분위기가 한강공원 같았다. 이스탄불의 모다 해변보다 이즈미르 해변이 더 분위기 좋고 예뻤다.
구름아 내게서 노을을 돌려줘
이즈미르 시계탑

시계탑 광장 옆에서부터 시장이 시작된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서 시장으로 들어갔다. 시장의 모습은 부르사와 비슷했다. 그런데 조금 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가게가 많은 느낌? 부르사보다는 관광객이 많으니까 당연한걸지도...

생선가게도 많았다
냄새가 한국 수산시장이랑 똑같았다

시장 안에 블로그에서 본 홍합밥(미디예 돌마) 맛집이 있어서 구경이나 해볼까 하고 가봤다.

이곳이었다

원래 그냥 구경이나 해볼까 하고 간 것이었는데 앞에 가니까 갑자기 사장님이 홍합밥 하나를 프리프리 하면서 먹여줬다. 먹어봤는데 오, 맛있어서 얼른 가격을 물어보니 500그램에 200리라(7000원 정도)였다. 가격도 괜찮아서 바로 앉아서 500그램을 시켰다. 사장님이 장사를 잘하신다.

양이 적어보이는데 이거 엄청 많았다. 이스탄불이었으면 진짜 최소 세 배 넘었을거다.

홍합밥 맛있었다. 게 내장 비빔밥의 하위호환같은 맛인데, 홍합을 같이 먹을 수 있고 레몬즙을 짜서 먹으니까 상큼해서 좋았다. 확실히 내장소스와 함께 비벼서 만든 느낌이 난다. 손으로 먹어야 해서 레몬즙과 기름이 묻어서 사진은 못찍었는데, 확실히 명물은 맞다. 이스탄불에서 먹기에는 좀 비싸지만 이즈미르까지 갈 수 없다면 이스탄불에서라도 한 번은 먹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이것만 먹기에는 배가 고팠는데, 숙소를 떠날 당시 숙소 앞 가게에서 전기구이 통닭을 150리라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에 팔고 있는걸 봐서 이걸 먹을 생각이었다.

해가 져서 얼른 빠른 걸음으로 숙소까지 걸어왔고,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를 업어왔다. 니퍼 같은걸로 뼈를 잘라서 주시는데, 좀 더러워 보이긴 했지만 이미 위생에서는 무감각해져서 그냥 먹었다.

맛있겠다
이게 단돈 5000원, 미쳤습니다

터키 물가에서 이정도면 진짜 거저였다. 게다가 숙소 앞 마트에서 무려 제로사이다를 팔아서 함께 사와서 먹었다. 유튜브를 보면서 먹으니까 진짜 행복해서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저녁을 이렇게 먹었다.

샤워까지 하고 나니 8시쯤 되었다. 바로 수학책을 펼쳐 르벡미분정리의 활용으로 locally integrable function과 Lebesgue set of a function에 관한 정리들을 공부하고 good kernel의 일반화라고 할 수 있는 approximation to the identity에 대해 공부했는데, 공부를 할수록 르벡 적분의 강력함에 놀라게 된다. 이것까지 된다고? 하는게 다 되고 있다.

전날 잘 못잤던 피로가 풀리질 않았는지, 자리에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그런데 사이다 먹고 물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새벽에 계속 깨서 화장실을 가서 잠을 잘 못잤다.

다음날 일어나 근처 빵집에 가서 아침을 샀다.

이 파슬리 뿌려진 빵이 엄청 신기해서 사왔다. 안에 생크림인가 했는데 치즈였다. 이거 엄청 맛있었다.
집 앞 가게에서 토마토도 사오고, 치즈와 토마토가 들어간 빵도 사왔다.

토마토가 너무 맛있다. 매일 아침 먹고 있는 것 같다.

아침을 먹고 9시쯤 숙소를 나섰다. 날이 많이 흐려서 우산을 들고 갔는데, 10시쯤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숙소 근처의 스미르나 아고라. 입장료는 6유로였다.

스미르나 아고라를 가볼까 했었는데, 다음날 에페소스 고대유적을 갈 생각이었어서 그냥 패스했다. 남은게 별로 없다는 후기가 많아서...

밖에서만 봤다.

해안가를 산책하고 싶어서 또 걸어갔다.

거리 느낌이 신기했다.

걸어가는데 앞에 단체 관광객들이 있었다. 왠지 옷 입은게 한국인들 같았는데 역시 맞았다. 패키지 여행 온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궁금해서 한참 뒤를 따라다녔다.

단체관광객들을 따라가 도착한 아타튀르크 광장

토요일 아침, 날씨가 흐린데도 낚시하는 아저씨들이 엄청 많았다.

이 아저씨는 방금 잡은 물고기를 상자에 넣고 있었다.

단체관광객들을 따라다니다가, 이 사람들이 버스에 타기 시작하길래 나는 그냥 계속 해안가를 걸어갔다.

낚시하는 사람이 엄청 많다
터키 1등 남자 취미는 낚시인가 봄
멋있는 건물이 있어서 찾아보니 이즈미르 상공회의소라고 했다.
가는 길의 건물들이 무척 특이했다.
29일이 Republic's day던데 그날을 위해 공연무대를 만드는 것 같았다.

해안가에 아타튀르크 박물관이 있어서 가봤다. 아타튀르크가 터키 독립전쟁 당시 그리스군이 점령한 이즈미르를 탈환하고 사무실로 사용했던 건물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아타튀르크 박물관 옆에 있는 그리스 영사관.
아타튀르크 박물관

1층에는 아타튀르크의 생애를 설명해두고, 2층에는 아타튀르크가 이곳에서 지냈던 침실, 서재, 부엌 등을 보존해두었다.

2층

크지 않아서 많이 볼 건 없었다. 좀 둘러보고 바로 다시 해안가로 나왔다.

이날 아침의 목표는 이즈미르의 명물 '보요즈'라는 빵으로 유명한 베이커리를 가기 위해서였다. 리뷰가 좋은 곳이 두 군데가 있었는데, 서로 바로 붙어있어서 두 군데 모두 방문할 생각이었다.

보요즈는 이런 빵이다

비가 와서 해안가에는 낚시하는 아저씨들밖에 없었는데, 맛집이라는데 가보니 사람들이 줄서있었다.

여기서는 치즈+시금치 보요즈와 모짜렐라 보요즈를 주문했다. 가격은 치즈 시금치 보요즈는 50리라, 모짜렐라 보요즈는 60리라였다.

생각보다 무척 기름졌다. 튀기는건 아닐텐데...

모짜렐라 보요즈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치즈는 별로 없고 토마토 소스에 햄이 들어간 피자빵 맛이었다. 나는 그냥 치즈만 있는게 먹고싶었는데... 시금치 치즈 보요즈에는 요거트처럼 조금 시큼한 치즈가 들어있었는데, 이게 더 나았다. 그런데 속재료가 넉넉하지는 않았는데, 다음에 간 곳은 속재료가 푸짐해서 나는 두 번째로 간 곳이 더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 집에서 보요즈 두 개를 해결하고 조금 걸어서 두 번째 보요즈 가게에 갔다.

여기서는 치즈 보요즈와 초콜렛 보요즈를 시켰다. 사람이 많아서 테이블에서는 먹을 수 없었고, 밖에서 서서히 먹었는데 비가 와서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먹어야 했다. 그래서 사진이 없다...

나는 여기가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다. 일단 속재료가 아낌없이 들어갔는데, 가격은 개당 50리라로 똑같거나 쌌다. 또 엄청 뜨겁고 페스츄리도 바삭했다. 치즈 보요즈 이건 치즈 시금치 보요즈에 들어간 것처럼 조금 시큼한 치즈였는데 약간 크림치즈 맛도 나면서 좋았다. 초콜렛 보요즈는 부르사에서 먹은 이즈미르 봄바보다 더 초콜렛이 많이 들어간, 똑같이 혈당폭발 유도제였다. 그렇지만 그만큼 폭력적으로 맛있었다.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보요즈 네 개를 먹고 너무 배부르고 속이 더부룩해졌다. 첫 번째 가게를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를 했다. 비가 꽤 내리는데다 잠이 와서 그냥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본 한식당
이건 진짜 현지인이 가는 한식당 같은데

돌아가는 길에 커다란 공원이 있어 가로질러 가려고 했는데, 들어가보니 행사를 하고 있었다. 독서장려 뭐 이런 행사였는데, 새책뿐 아니라 중고서적도 함께 파는 벼룩시장같은 느낌이었다.

공원 입구에서
가판대
터키어로 된 책은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구경을 하다가 피곤해서 조금만 보고 숙소쪽으로 갔다. 피곤해서 음악들으며 가고 있었는데, 옆에서 꼬맹이들이 계속 맴돌았다. 피곤한데 또 니하오 하면서 장난치려는 것 같아서 그냥 무시하고 있었는데 예의바르게도(?)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무슨 국뽕튜브에 나오는 것처럼 애들이 소리지르면서 같이 사진 찍자고 했다...ㅋㅋ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봐서 부끄러웠는데, 애들 중 한명이 뛰어가서 여자애들 무리를 데려오며 한국인 있다고 광고를 했다. 중학생처럼 보이는 친구들인데 같이 놀러온 것 같았다. 여자애들이 안녕하세요 하면서 와서 나 진짜 혼란스러웠다. 국뽕으로 만취한 상태에서 여자애들하고도 사진 찍고... 연예인 체험을 하고 왔다.

이 친구들이었다...

제일 끝에 만화책을 파는데가 있어서 가봤다.

진격거는 역사야
스즈메의 문단속도 있다
자랑스럽다 나혼렙!

12시 반쯤 숙소에 들어와서 바로 뻗어버렸다. 내리 두 시간을 잤다.

일어나서 수학공부를 좀 하다 네 시쯤 다시 숙소를 나섰다. 이즈미르 엘리베이터라는 곳을 가보고 싶었다. 여기도 부르사처럼 언덕이 심해서 20세기 초에 언덕 접근성을 위해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이즈미르의 명물이 되어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무료로 이용 가능해서 가봐야했다. 네 시가 넘어 숙소에서 나오니 비가 다 그치고 해가 나와있었다.

가는 길에 다시 시장을 지났다.
사람이 엄청 많았다.
시계탑 광장에서 버스킹같은걸 하고 있었다.
이즈미르 시계탑
가는 길이 느좋이었다

마지막에는 가파른 계단을 좀 올라가야 했다.

언덕배기 집들이 부르사 느낌이 난다.

겨우 도착한 이즈미르 엘리베이터에는 사람이 많았다.

또 줄서야돼

일단 옆에 경치부터 구경했다...

이거 바다있는 부르사인데요
진짜 비슷했다. 부르사는 바다 대신 평야긴 한데...
반대편 기슭

줄을 서서 엘리베이터를 탈까 하다가 그냥 엘리베이터 안타고 언덕을 더 올라가보기로 했다.

언덕을 그냥 더 올라갔다.
경치가 색다른 것 같기도 하고

10분쯤 더 올라가니 언덕도 끝났다. 다시 내려가 해안가를 따라 숙소로 돌아가기보다는 지하철을 타고 가보려고 근처 지하철역을 찾아갔다.

지하철역 가는 길
지하철역 앞 도로가 예뻤다.

이즈미르 지하철은, 버스와 마찬가지로 트레블 월렛카드로 탑승이 가능했다. 요금은 40리라 언저리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지하철역 내부
플랫폼으로 가는 길
곳곳에 벽화가 있었다
플랫폼
지하철 내부

세 정거장을 이동해 숙소 앞 Basmane역에 내렸다.

리코더 불며 돈을 받는건 버스킹이라고 해야할까, 구걸이라고 해야할까?

숙소에 돌아오니 6시쯤이었다. 다시 수학공부를 하다 7시쯤 전기구이 통닭을 사와서 또 제로 사이다와 함께 먹었다.

하루종일 탄수화물만 먹었는데 단백질을 먹으니 더부룩한 느낌이 싹 내려갔다.

이후에는 다음 여행할 곳을 찾아보다 유튜브 보다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8시쯤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이날은 이즈미르에서 기차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 셀축(Selçuk)으로 이동해 다시 1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하는 에페소스 고대도시 유적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날씨가 좋기를 바랐지만 아침부터 구름이 많았다. 다음날이라도 날이 갠다면 숙박을 하루 연장했겠지만 이번주 내내 날이 흐리다는 예보가 있어서 그냥 이날 가기로 했다.

에페소스 유적이 대한 설명...

에페소스(Ephesus)는 기원전 10세기 그리스인의 식민도시로 시작해서 번성하고, 소아시아의 왕국 페르가몬의 주요 도시였다가 페르가몬 왕국의 마지막 왕이 후사가 없이 사망하며 로마 공화정으로 이양되었다. 이후 로마 최초의 속주인 아시아 속주의 주도로써 기능하며 규모가 더욱 커졌고, 최대 30만명이 살았던 도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로마 멸망 후 지진으로 파괴된 도시 위로 강에서 흘러온 퇴적물이 쌓이며 도시는 완전히 진흙에 덮혔고, 계속된 퇴적작용으로 항구도시였던 에페소스의 해안선은 6~8키로가 후퇴해 내륙지방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이후 튀르크인들이 아나톨리아 반도를 지배하며 고대도시 에페소스 근처에 새로운 도시 셀축을 만들었고, 완전히 잊혀진 에페소스는 19-20세기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 후 복원되었다고 한다. 중세 이후로 도시가 버려진 까닭에 오히려 건물의 잔해가 비교적 온전히 보존되었고, 현재는 고대 로마의 어떤 도시보다도 고대 로마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안 갈 수가 없었다.

유적 구경을 하느라 점심은 안먹을 생각이었어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9시쯤 숙소를 떠났다. 숙소 바로 앞 Basmane역에서 셀축으로 가는 기차표를 구매했다.

셀축-데니즐리(파묵칼레)-이스파르타 기차의 요금표. 13-26세는 15프로 할인을 해줘서 85리라를 냈다.
기차 시간표
앙카라 가는 기차도 있었다.
10시에 출발하는 셀축행 기차표

티켓을 사러 가면 가장 빠르게 출발하는 기차표를 준다. 왠지는 몰라도 나중에 출발하는 표를 미리 구매하는건 안되는 것 같았다.

플랫폼
기차가 들어왔다.

셀축까지는 80키로 정도 기차를 타고 달려야 했다. 무궁화호 같은 기차로 자주 정차해서 한 시간 반이 걸렸다.

기차타고 가는 길에 블로그 글을 썼다.

셀축 역에 도착
역에서 내리자마자 고대유적?처럼 보이는게 있었다.

블로그 후기에서는 Selçuk bus station으로 가라고 해서 구글로 검색해서 나온 곳으로 걸어갔다. 15분 정도 걸어가면 됐다.

걸어가는 길

셀축은 굉장히 작은 마을이었다. 거리를 걷는데 중앙아시아에 다시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른쪽 위로 셀축 성(셀축 시타델)이 보인다.
가는 길

그렇게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사람도 하나 없고 썰렁했다. 쎄한 기분으로 터미널 쪽에 갔는데 순찰돌던 경찰이 나를 발견하고는 에페소스로 가는 버스는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타야한다며 위치를 알려줬다.

낭패다

경찰이 알려준 장소는 기차역 바로 옆이었다. 괜히 한참 걸어온 것이다...

서북쪽의 Selcuk bus station이 아니라 빨간 글씨로 표시한 Selcuk Belediyesi로 가야한다.

다시 경찰이 알려준 곳으로 가니 에페소스(터키어로는 에페스), 시린제, 쿠샤다시 등 근처 유명 관광지로 가는 돌무쉬들이 모여있었다. 보이는 아무 기사님한테나 목적지를 말하면 그곳으로 가는 돌무쉬까지 데려다준다. 보면 볼수록 중앙아시아의 마슈르트카랑 똑같다...

그렇게 겨우 찾은 에페스행 돌무쉬

사람은 꽤 금방 찼다. 요금은 50리라인데, 차타고 10분 거리치고는 요금이 좀 비쌌다. 그렇지만 걸어가면 한시간이라 걸어가기도 애매하고, 가는 길에 볼 것도 없어서 그냥 돌무쉬를 타는게 나을 것 같다.

에페스에 도착하니 관광버스가 엄청 많았다. 안에 들어가보니 정말 단체관광객들이 엄청 많았다. 개인으로 온 사람은 전체의 5프로도 안되는 느낌...

관광버스로 가득 찼다.

티켓오피스로 걸어가 티켓을 샀다. 40유로... 하 이 날강도들. 그렇지만 안 갈수는 없었다. 또 들어가보니까 그만한 값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미친 입장료
소나무숲?을 지나 입장해야 했다.
에페소스 유적 지도

소나무숲을 걸어가면 왼편으로 에페소스의 거대한 원형극장이 보인다. 정말 감탄이 나왔다. 설명문도 읽고 제미나이로 궁금한 것도 찾아보면서 돌아다녔다. 제미나이랑 같이 구경하니까 확실히 관람이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원형극장
사람이 많다
항구로 가는 길
예전에는 저 기둥위로 지붕이 있었을 텐데
항구에서 내려 도시로 들어오면 저 거대한 원형극장이 보였을거다

가니까 좋긴 했는데, 계속 이게 진짜일까 가짜일까 고민하게 된다. 박물관을 가거나, 이런 유적지를 갈 때는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복원된 유물일지 알 수가 없어 고민하게 된다. 또 너무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적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겠지만...

제단과 신전의 잔해
에페소스는 바다를 접한 면을 제외하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개나 고양이가 유적지에도 많았다. 얘네들은 다 쫓아내야 하는거 아닌가?
신전
아폴론의 문이었던가? 진품 맞죠?
전경
기둥이 쓰러져있는게 마음 아팠다
성당 유적인가보다
성모 마리아의 집이라고 쓰여있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이런 일이 있었구나
다시 원형극장 쪽으로
예전 영상 보니까 안에 들어가던데 왜 나는 못들어가는거임;;
아쉬웠다
대리석 바닥이 멋지구나

내부에 Ephesus experience museum이라는데가 있었는데 여기는 유료 관람이었다. 40유로 뜯어가놓고 더 받아가는 이 심보가 고약하다.

안 가
시장이었다고 한다
쓰러진 기둥에서 번영의 흔적을 본다
에페소스 유적의 대표격인 켈수스 도서관 유적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진 것을 오스트리아 고고학자들이 복원했다고 한다. 파사드가 정말 화려했다. 일단 내려오는 길에 더 자세히 보기로 하고 위로 더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 사람이 정말 많았다

가끔씩 한국 단체여행객들이 보였는데, 근처로 가서 가이드 설명을 훔쳐듣기도 했다. 확실히 설명을 잘하더라.

이 로마놈들 상하수도 깔아놓은거 봐
미친거 아냐?
내부의 또 다른 유료입장코스, 테라스 하우스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냥 밖에만 돌아다녔다
공중화장실 유적
밑에 물이 흘렀다고 한다
하드리아누스 신전

원래 흉상 네 개가 놓여있었을텐데...

사람이 정말 많다

가끔씩 비도 내렸다. 날씨가 맑았으면 참 좋았을텐데.

트라야누스 신전
에페소스의 가장 높은 곳에서. 멀리 켈수스 도서관이 보인다
에페소스 의회
도미티아누스 신전의 잔해
원래 저 언덕 위에 신전이 있었다고 한다
신전 앞 광장?
승리의 여신 니케 조각
다 보고 내려가는 길
사자 가죽을 든 헤라클레스가 조각된 헤라클레스 문
이 분 설명도 잘 들었다.
다시 온 켈수스 도서관
부조 섬세한거 봐라...

도서관에 네 여신의 석상이 있길래 검색해봤다. 근데 누가봐도 진짜처럼 생겼는데 복원이라길래 놀랐다.

유럽놈들 보니까 또 가져갈 수 있는건 다 가져갔구나
켈수스 도서관에서 본 에페소스

돌아다니다보니 일반 시민들은 어디서 살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렇구나

내가 본 부르사나 이즈미르의 언덕 위의 집처럼 고대 에페소스에도 언덕 위에 집이 있었을거다. 풍경이 지금이랑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구나

한 세 시간 정도 돌아다녔던 것 같다. 볼수록 고대의 기술에 감탄만 나왔고, 또 익숙한 황제들의 이름을 듣는게 신기했다. 다만 너무 배고파서 좀 힘들었다.

구경을 다 하고 다시 돌무쉬를 타고 셀축으로 가서, 근처 빵집에서 빵을 사먹었다.

시금치 치즈 빵이었다

시금치가 꽤 크게 들어가있었다. 아삭아삭한 맛이 나쁘지 않았고, 빵도 맛있었다.

4시쯤 기차를 타고 이즈미르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수학공부를 했다. 다음날 페티예로 갈까 안탈리아로 갈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계속 정보를 찾다가 그냥 안탈리아행 버스티켓을 구매했다. 그러고 자정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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