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9. ~ 25.11.21.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부터 험난한 13시간의 여정 끝에 마침내 도착한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그 고된 과정이 궁금하시다면 이전 글을 읽어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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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기] 8.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25.11.17. ~ 25.11.19.티라나의 Milingona hostel에서 맞이한 아침. 7시 반쯤 일어나 조금 뒹굴거리다가 짐을 싸고, 8시 반부터 시작되는 조식을 먹으러 갔다.특히 치즈가 맛있었는데, 오레가노를 넣어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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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베오그라드 중앙역에 내렸다. 조금 북쪽으로 올라왔다고 날씨가 꽤나 쌀쌀해졌다.


발칸반도의 어느 나라에서 본 것보다 깔끔한 터미널이었다. 아니, 사실 이번 여행 전부를 통틀어서도 베오그라드 중앙역보다 깨끗하고 깔끔한 터미널/기차역을 본 적이 없다. 고생이 끝나고 문명으로 되돌아 온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세르비아가 이렇게 발전한 나라였나? 의문이 들었다. 다른 발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여행 전에는 세르비아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베오그라드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세르비아의 수도라는 것도 잘 모르고 있었다.
잠시 배경 설명...
세르비야(Србиja, Serbia)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슬라브족이 세운 나라다. 슬라브족 중에서도 남슬라브 계열이고, 20세기 초의 유고슬라비아 왕국 그리고 2차대전 이후의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중심축이었다. 남슬라브족의 나라들 중에는 형님의 포지션이라고 한다.
러시아어를 배우니 슬라브 국가들을 여행할 때 언어가 비슷하다는게 느껴져 신기할 때가 많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Београд, Belgrade)는 흰색 도시라는 뜻인데, 지명 곳곳에서 슬라브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라드'는 '지역' 혹은 '도시'라는 슬라브어로, 러시아 지명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레닌그라드, 스탈린그라드 등등... '베오'는 당연히 '하얗다'는 뜻이다. 러시아어로 белый(벨릐)가 '하얗다'를 의미하는데, 여기서도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전에는 몰랐는데, 유고슬라비아도 그 자체로 '남슬라브'라는 뜻이다. 러시아어로 '남쪽'은 Юг(유그)로 말한다. 그 외에도 세르비아의 인삿말은 '즈드라보', '도바르 단', '도브리 베체'(각각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점심입니다, 좋은 저녁입니다)인데, 러시아어로는 '즈드라스뜨부이쩨', '도브리 지엔', '도브리 베체르'니까 정말 비슷하다. 숫자를 세는 말도 비슷해서(사실 거의 똑같은 것 같다) 마트나 물건을 살 때면 대충 알아먹을 수 있었다.
발칸반도에는 남슬라브족들이 세운 국가가 많다보니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정말 큰 오산이다. 얘네들은 서로 정말 사이가 안좋다. 얘네들에 비하면 한중일 관계는 거의 동맹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사이가 안좋아진게 그렇게 오래 된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내가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는 모든 불행의 씨앗은 유고슬라비아 통합에서 시작됐다. 2차대전과 유고슬라비아 전쟁을 거치며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각 국가와 민족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학살하는 악의 연쇄고리에 빠져들었고, 복수의 사슬을 끊지 못해 지금까지도 서로를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일단 자기들끼리 민간인 학살을 벌여 거의 100만명이 희생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특히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보스니아의 사이가 무척이나 험악하다고 하는데, 보스니아는 심지어 세르비아계가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스릅스카 공화국을 만들어(세르비아는 자국어로 '스르비야'라고 읽는다. 그 형용사형이 '스릅스카') 아직도 나라가 거의 반으로 갈라져있는 상태다. 또, 이 전쟁에서 서방과 나토가 보스니아를 지원하여 세르비아를 공격하고 베오그라드를 폭격한 적도 많아 세르비아 내에서는 여전히 반서방정서가 남아있다고 한다.
진짜 복잡한 역사가 얽히고 섥혀있다는걸 여행을 하기위해 정보를 찾다보니 알게 됐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정말 많았구나,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자세한 내용은 국방티비(ㅋㅋㅋ) '유고슬라비아 전쟁'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좀 길긴 하지만 정말 유익하고 좋은 영상이었다. 국방티비에서 이런 영상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정신전력 시간에 이런거나 틀어주지...
하여튼 그렇게 도착한 베오그라드. 21세기까지 큰 전쟁을 했고, 반서방정서가 강한 동유럽 국가라고 들었을 때는 당연히 경제가 무너져 잘 못사는 나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깔끔한 베오그라드 중앙역에 놀란채로 숙소로 가는 버스를 찾았다. 다행히 구글맵이 잘 작동했고, 게다가 수도 베오그라드는 2025년부터 대중교통이 전면 무료화되어 누구나 공짜로 버스, 트램 등을 탈 수 있었다.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버스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려 숙소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11시쯤 체크인을 완료했다. 원래 이날 아침 7시에 도착하는 일정이었어서, 24시간 체크인을 할 수 있는 호스텔을 예약했다. 조금 비싸도 내가 너무 피곤할 것 같아 예약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소용없게 되었다. 하지만 호스텔이 너무 깨끗하고 주방도 좋아서 만족한다. 3박에 44유로, 베오그라드의 Up hostel 추천드립니다.
그렇게 체크인을 마치고 뭘 좀 먹으러 나왔다. 전날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너무 배가 고픈 상황이었다. 먼저 환전소 몇 개를 찾아다니며 환율 비교를 하고 가장 환율이 좋은 곳에서 유로를 세르비아 디나르로 환전했다. 세르비아 역시 아직 EU에 가입되지 않아서 자국의 통화를 사용하고 있는데, 1유로가 약 120디나르이다.
환전 후 거리를 돌아다니다 신기하게 생긴 가게를 발견했다.

벽에 창문만 하나 나있고, 여기로 주문을 하는 가게였다. 근처에 패스트푸드 가게들이 많았는데 가격도 괜찮고 그냥 신기해서 닭고기 랩을 시켰다. 가격은 350디나르, 약 3유로. 세르비아 물가가 생각보다 쌌다. 조금 돌아다녀보니 마트 물가는 알바니아랑도 비슷하고, 외식물가도 몬테네그로보다는 확실히 쌌다.

담백하니 맛있었다. 나는 소스가 덕지덕지 들어간걸 싫어하는데, 소스가 오히려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그게 더 좋았다.
원래 이걸 먹고 숙소에 들어가서 쉴 생각이었다. 전날 밤을 새는 기차여행을 했으니 쉬려고 했는데, 일기예보상으로는 이날과 그 다음날만 비가 안내리고 그 후로는 계속 비가 내린다고 했다. 비 내리면 웬만하면 돌아다닐 수가 없는데, 베오그라드에는 사흘만 있을 생각이라 고민을 했다. 결국... 조금 피곤하기는 했는데 그냥 시내 관광하는게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들어 구경을 시작했다.

돌아다니다보니 중국 음식점이 너무 많이 보였다. 거의 한 블럭에 하나씩은 있는 느낌.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 중 중식당이 가장 많아서 의문이 들어 제미나이한테 물어보니 세르비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거점 중 하나여서 그렇다고.


중식당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보여서, 베오그라드에 머무는 동안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걸어 베오그라드 관광의 시작점이라는 리파블리카 광장(공화국 광장)에 도착했다. 숙소가 나름 비싼만큼 위치가 좋아 5분 정도만 걸으면 리파블리카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광장 자체가 크지는 않다. 사실 그냥 이게 끝. 광장 옆으로 보행자 거리인 '크녜즈 미하일로바' 거리가 형성되어 있고, 이 거리의 끝에 베오그라드의 랜드마크인 베오그라드 요새가 있고, 이게 베오그라드의 제일가는 볼거리이다. 리파블리카 광장으로 오는 대중교통이 많고 바로 옆에 크녜즈 미하일로바 거리가 있다보니 여기가 베오그라드 관광의 시작점이라는 말이 붙은 것 같다.
바로 크녜즈 미하일로바 거리로 갔다. Prince Micheal's street라는 뜻이라고...


발칸 곳곳에서 이런 카지노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불가리아에서만 못 본 것 같다.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그리고 세르비아까지. 왜 이렇게 카지노, 베팅을 좋아하는건지 모르겠다.



거리 느낌이 좋았다. 소피아의 비토샤 거리나 플로브디프의 중심가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기는 했는데, 크녜즈 미하일로바 거리의 네오 르네상스풍 건물들이 훨씬 더 예쁘다. 도로의 폭도 적당히 좁아서 건물 사이에 둘러쌓여있다는 느낌도 좋고, 거리에 걸려있는 세르비아 국기도 예뻤다. 보행자 거리라서 걸어다니기도 좋고.

음악 들으면서 걸어다니니까 좋았다. 그런데 걸어다니니까 조금 추웠다. 안그래도 장갑을 사려고 생각중이었는데 이제 진짜 필요해져서 LC WIKIKI 매장에 들어가 검정 털장갑을 샀다. 이 브랜드는 중앙아시아에서부터 많이 보였는데, 한국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외국에서는 꽤 유명한 SPA 브랜드인 것 같다. 괜찮아보이는 털장갑을 단돈 300디나르에 겟..!
이후 장갑을 끼고 따뜻하게 거리를 걸어다녔다.

지나가다보니 베오그라드 대학교가 있다길래 가봤다.

웬 대자보들이 붙어있길래 제미나이에게 번역을 맡겨봤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궁금해서 또 제미나이 검색을 해봤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여기도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정치권의 부패가 문제다. 또 중국의 일대일로 자본이 들어온 이상 음... 말을 아껴야 할 것 같다. 특히 작년의 노비사드 기차역 붕괴사고가 도화선이 되었다고. 베오그라드에서 세르비아의 제2의 도시 노비사드로 가는 기차편이 중단되어 나도 여행 계획을 바꿔야 했는데, 이런 배경이 있었는지는 몰랐다. 아무쪼록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잠시 베오그라드 대학교 방문을 마치고 다시 크녜즈 미하일로바 거리로 복귀. 베오그라드 요새까지 쭉 걸어갔다.






크녜즈 미하일로바 거리에서 베오그라드 요새로 걸어오는 길이 꽤 잘 정비되어 있다. 그냥 직진만 하면 되는 길이다.
베오그라드 요새는 다뉴브 강과 사바 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바라보고 지어졌다. 사진에서 가까운 강이 사바 강, 먼쪽의 강이 다뉴브 강이다. 고대 로마시절부터 요새가 있었고, 비잔틴, 오스만 제국을 지나 현재까지도 증축된 요새가 남아있는 것이라고.




요새 안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산책하기 좋다. 그런데 아무리 버텨봐도 너무 추웠다. 괜찮을 줄 알고 깔깔이는 숙소에 두고 나왔는데 진심 너무 추워서 버틸 수가 없었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대중교통이 무료라서 버스를 찾아 숙소에 와서 내피를 챙겨입었다. 나가기 전에 배가 조금 고파서 근처 마트에서 빵이랑 우유를 사와서 잼 발라 먹었다.
호스텔에서 조금 쉬다가 나가려고 했는데 러시아 친구가 말을 걸어서 이야기를 조금 했다. 오랜만에 러시아어도 조금 썼는데, 러시아 친구가 무척 반가워했다. 진짜 조금밖에 못하지만... 조금만 하다 그냥 영어를 썼는데, 이 친구 영어 발음에서 러시아어 억양이 묻어나오는게 재밌었다. r발음을 엄청 굴리고 t를 '쯔'나 '쩨' 느낌으로 발음하는 특징이랄까. 한국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서 나보고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도 물어보고 고려인 문제에 대해서도 물어봐서 영어로 말하느라 힘들었다.
그렇게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2시 반쯤 다시 시내 구경을 하러 나갔던 것 같다. 어느새 하늘이 많이 개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기껏 베오그라드 요새까지 가놓고 추워서 제대로 못 본 것 같아 다시 크녜즈 미하일로바 거리를 걸어 베오그라드 요새로 향했다.






지금까지 간 국가들과는 달리 세르비아는 이름난 과학자, 수학자들이 있다. 안그래도 어제 새로 나온 침착맨 영상, 궤도의 기후위기 특강을 보는데 세르비아 출신 과학자 밀란코비치의 밀란코비치 이론이 나와 반가웠다. 세르비아 지폐 2000디나르권의 모델도 밀란코비치이다.


유럽풍 건물과 어우러진 한자 간판, 이 느낌이 참 멋있다. 서양인들이 중국풍에 껌뻑 죽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크녜즈 미하일로바 거리를 걸어 다시 베오그라드 요새 근처를 산책하다 해가 질 때가 되어 숙소쪽으로 돌아왔다. 참 산책하기 좋은 동네인데다가 거리도 예쁘다. 베오그라드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정말 매력적이다.

사실 유고슬라비아 전쟁의 단초는 세르비아가 제공한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세르비아인들이 나토와 서방을 싫어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너무 복잡해서 어디부터 해결해야되는지 잘 모르겠다.
근처에 시장이 있어 둘러보다 정육점을 발견했다.


아니 근데 무려 양념된 삼겹살을 1키로에 1000디나르, 약 8유로에 팔고 있었다. 안그래도 전날 Cho에게 볶음 고추장을 받은 터라 삼겹살을 구워 고추장에 먹을 생각에 눈이 돌아갔다. 600그램을 600디나르 - 5유로에 사서 얼른 숙소로 돌아왔다.
기차에서 하룻밤을 보내느라 샤워를 못하고 머리도 못감아서, 얼른 씻고 티라나에서부터 모아온 빨래를 다 하고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내가 지내던 호스텔 주방이 좋아서 직접 해먹기가 좋았다.

400그램만 구워서 맥주, 고추장이랑 먹으니까 진짜 살 것 같았다. 너무 맛있었다... 삼겹살은 진짜 신의 축복이다.

유고 전쟁 영상을 보면서 저녁을 먹고, 8시도 안되어 잠이 들었다. 너무 피곤했는데 시내 구경한다고 열심히 돌아다녀서 그런지 도저히 잠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잠이 들어 다음날 8시가 넘어 일어났으니, 정말 피곤했었나보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바로 숙소를 나섰다. 이날의 목표는 성 사바 대성당 방문, 사바 강 서안의 뉴베오그라드 구경 그리고 베오그라드 요새에서 노을 보기였다.
성 사바 대성당은 세르비아인의 절대다수가 믿는 세르비아 정교회의 중심이 되는 성당이란다. 사실 이제는 성당이나 모스크가 다 똑같이 느껴져서 굳이 가봐야할지 고민이 되기는 했는데, 성당까지 2키로 정도를 걸어가며 베오그라드 구경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방문해보기로 했다.

몇 주 전에 방문했던 코소보는, 원래는 세르비아 영토 안의 자치주였다가 2006년 독립을 선언한 미승인국가다. 세르비아계보다 알바니아계 훨씬 많아 세르비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는건데, 여기도 정말 복잡한 역사가 있다. 사실 인구구성비율을 명분으로 자치와 독립을 쟁취하고 슬그머니 본국으로 편입하는건 유럽의 오랜 전통이고, 세르비아 역시 보스니아나 크로아티아에서의 전례가 있다. 보스니아의 스릅스카 공화국이 그 예시인데... 그러면서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건, 제3자의 시선에서는 내로남불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코소보 지역의 프리즈렌은 세르비아 민족이 기원했다고 믿어지는 민족의 성지인데다가 세르비아 왕국의 옛수도여서, 이곳을 빼앗길 수 없다는 세르비아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현재 세르비아는 부정하지만, 미국을 위시한 다수의 1세계 국가는 코소보를 국가로 인정하고, 코소보는 사실상 독립국으로써 기능하고 있으니... 세르비아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겠다.

공화국 광장에서 베오그라드의 중심거리를 따라 쭉 직진하면 성 사바 대성당이 나온다. 성당이 꽤 커서, 크녜즈 미하일로바 거리에서도 성당이 보이고, 그래서 그냥 보이는 건물을 따라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왜 베오그라드 한복판에 러시아 제국의 차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니콜라스 2세는 정말 무능한 차르였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차르 동상 앞에는 베오그라드의 Old Palace와 New Palace가 있다.


정면 사진을 찍고싶었는데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앞에 천막을 만들어 농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도 무슨 시위를 하는 것 같았다. 정치상황이 확실히 불안해보인다.




삼성과 엘지는 어디를 가나 보이는 것 같다.




삼십분 정도 걸어 성 사바 대성당에 도착했다.

소피아에서 본 알렉산드르 넵스키 성당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정교회 성당은 다 비슷한건가?

알고보니 20세기 후반 완공된 성당이라고. 씁... 일단 입장료는 없다.
내부는 여느 정교회 성당과 다를게 없었다. 소피아에서 본 성당들이랑 정말 비슷하고, 성호를 긋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불가리아 정교화와 비슷해보였다.

볼 게 많지는 않아서 금방 나왔다.

바로 뉴베오그라드쪽으로 넘어가기로 결정. 강을 건너는 버스를 타기 위해 조금 걸어갔다. 베오그라드 시내 대중교통이 무료라 참 좋다. 아주 선진적이야.


강을 건너는 풍경도 꽤나 아름답다. 사바 강도 강폭이 꽤 넓은데, 강변에 조성된 공원이나 높은 건물들이 꼭 한강을 닮았다.
그렇게 도착한 뉴베오그라드는 베오그라드 구시가지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도로가 정말 넓고, 건물도 서로 여유를 두고 떨어져있어서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넓은 땅을 굉장히 여유롭게 활용한다는 느낌?


구시가지와는 정말 느낌이 다르다. 그냥 다른 도시처럼 보인다.
뉴베오그라드에 딱히 볼 게 있어서 온 건 아니고, 그냥 지도를 찾아보다가 재밌게 생긴 건축물이 있어서 그것도 볼 겸, 그냥 호기심에 온 것이라 이곳저곳 걸어다녔다. 새로 지어진 건물들이 많았고, 특히 쇼핑몰이 정말 많았다. 교외 느낌이 낭낭한데, 도심지와는 가까워 접근성도 좋아 주거단지도 많았다. 보통의 베오그라드 시민은 이쪽에서 살다가 일을 하러 구시가지로 가는 것 같은데, 업무지구와 주거지구가 명확히 나뉜 느낌? 확실히 일상생활하고 여유를 즐기기에는 뉴베오그라드 지구가 더 좋아보인다.

조금 걷다보니 뉴베오그라드에서 가보고 싶었던 건물 근처에 도착했다.

굉장히 낡고 폐허처럼 보이는데 여기 실제로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있다는게 신기해서 가보고 싶었다. 노출콘크리트 공법이라 더 휑하게 보인다.
주변으로 연립주택들이 늘어서있고, 잎이 노랗게 변한 나무들이 모여있어 예뻤다.


마침내 도착한 건물. 그래피티 천국에 1층 상가에는 아무것도 없고 창문이 깨져있어서 아무도 안 살 것 같은 건물이었다.



밤에 왔으면 엄청 무서웠을 것 같다. 진짜 사람이 사는거 맞나? 싶었는데

운영하고 있는 카페가 있었다. 그리고 입구를 찾아다녔는데,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도 저 카페 옆에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기는 좀 그래서 그냥 밖에서 구경하다가 나왔다. 구글 리뷰를 보니 브루탈리즘 건축의 대표주자라고 해서 궁금했는데, 꽤 흥미로웠다.
근처에 차이나타운(?) 같은게 있어서 또 걸어가봤다.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조금 황량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밤이면 진짜 못 걸어다닐 것 같다.

처음에 이야기했듯 세르비아, 특히 베오그라드에 중국인들이 많은데 그래서 자연스럽게 중국인들이 모이는 차이나타운 비슷한게 형성된 것 같았다. 그래봐야 인천 차이나타운 같은 본격적인건 아니고, 그냥 중국인들이 모여 중국 제품을 판매하는 작은 시장이 있을뿐이었다. 뉴베오그라드에서도 꽤 외진 곳에 있었다.


곳곳에서 중국어가 들려오는데, 좀 정겹기까지 했다. 발칸반도를 여행하면서 동양인을 거의 못봐서 그랬던 것 같다. 여행을 하면 항상 내가 외부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여기에 들어오니 그런 느낌이 없다. 나도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ㅋㅋ 점포 앞에서 뭐 파나 구경하면서 다들 중국어로 말을 걸어왔는데, 한국인이라고 하면 다들 웃어서 재밌었다. 신기한건 세르비아 현지인들도 꽤 많이 보였다는 것.
시장이 크지는 않지만 나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중국인들을 좋아하는건 아니어도 또 이런 동양인이 거의 없는 외지에서 보면 정이 간다. 나한테 피해만 안끼치면 말이다...







쌈장이랑 고추장은 진짜 사고싶었는데 너무 커서 겨우 참았다.

원래 근처에 가려고 찾아놓은 중식당이 있었는데, 시장에 있는 중식당이 왠지 더 찐같아서 시장 이층에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제일 사람이 많은데로 갔다.

들어가니까 당연히 중국어로 말을 거는데... 사실 동양인처럼 생겼으면 다 중국인인줄 아는게 당연하다.

오른쪽 위에 있는 우육면이 새빨간게 너무 맛있어보여서 시켰는데...

맹탕이 나왔다.
오랜만에 먹는 아시아 음식이라 맛이 있기는 한데 너무 조미료 맛이 심한데다가 탄수화물 범벅이었다. 고기도 맛이 이상해서... 너무 슬펐다. 그냥 원래 가려던 곳을 갈 걸, 후회를 많이 했다. 그래서 다음날 다시 찾아갔는데, 훨씬 좋았다.
차이니즈 마켓 구경을 하고 뉴베오그라드의 기차역을 찾았다. 베오그라드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세르비아 제2의 도시 노비사드라는 곳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노비사드로 가는 기차가 new railway station에서 출발한다는 정보가 있어 찾아간 것이었다

아니 근데 티켓부스 같은 건 없고 그냥 플랫폼밖에 없었다.
바로 옆에는 베오그라드 버스터미널이 있었다.

좀만 생각을 했으면 여기서 버스 티켓을 알아볼 생각을 했을텐데, 아무 생각없이 그냥 사진만 찍고 떠났다... 덕분에 다음날 다시 찾게됐다.
베오그라드 버스터미널을 떠나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갔다. 환승을 하는게 귀찮아서 그냥 바로 가는 정류장까지 산책도 할 겸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에 브루탈리즘풍 아파트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처럼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웅장하고 멋있기도 하다.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있던 20세기 말에 동구권에서 특히 브루탈리즘이 유행했다고 하는데, 몬테네그로에서부터 이런 건물들을 많이 보게 된다.







뉴베오그라드에서 95번 버스인가?를 타고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왔다.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숙소에 갔다가(ㅋㅋㅋ) 다시 나와 베오그라드 요새에서의 노을을 보러 갔다. 다행히 시간이 딱 노을이 지는 시간대였다.
크녜즈 미하일로바 거리를 지나가면 베오그라드 요새까지 가지만, 많이 가본 길이라 새로운 길을 찾아갔다.









구름이 꽤 있어서 떨어지는 해를 볼 수는 없었다.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노을을 보고 크녜즈 미하일로바 거리를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들어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닭가슴살을 사왔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계속 탄수화물만 많이 먹어서 단백질 섭취를 해야할 것 같았다. 닭가슴살 300그램에 전날 남겨둔 삼겹살 200그램을 구워서 맥주와 먹었다. 진짜 이게 행복이지...

고추장과 삼겹살은 언제든 옳다. 맥주에 유튜브까지 보면서 먹으니까 너무 행복했다.
먹고 부엌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호스텔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한 친구가 세르비아의 전통주인 라키야를 사와서 한 잔 얻어먹었다. 자두향이 굉장히 세게 났는데, 알바니아에서 먹었던 것보다 과일향이 굉장히 강하고 도수는 더 낮았다. 호스텔에 머물다보면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게 재밌다. 물론 맨날 하면 기빨리고 그냥 가끔하는게 좋다. 이야기 하는 주제는 매번 비슷한 여행 이야기지만...
그러다 잠에 들었다. 다음날은 크게 할 것 없이 노비사드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고 전날 가고싶었던 중식당을 갈 생각이었다. 아침에 뒹굴거리다가 근처 빵집에서 바게트를 사왔는데 이게 왠걸, 바게트가 너무 맛있었다. 세르비아에서 이정도면 프랑스 바게트는 얼마나 맛있는거야...
아침을 먹고 뒹굴거리다가 11시 반쯤 나섰다. 베오그라드 중앙역에서 노비사드로 가는 기차표를 알아보고, 뉴베오그라드의 버스터미널까지 다녀올 생각이었다.

예보상으로는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해서 별 계획을 안잡았는데 막상 비가 안내렸다. 그래도 뭐 딱히 할 건 없었지만.

기차는 500~700디나르였고 500디나르 티켓은 노비사드까지 50분, 700디나르 티켓은 노비사드까지 40분 정도 걸렸다. 생각보다 굉장히 가까운 도시였다. 다만 인포센터에 물어보니 노비사드 기차역이 아니라 버스로 10분 정도 걸리는 페트로바라딘 역에 내려준다고 했다. 페트로바라딘 역에서 노비사드 센터까지 무료셔틀버스가 있다는 정보도 얻었다.
이게 다 작년에 일어난 노비사드 기차역 붕괴사고 때문이라고 하는데...

세르비아에서는 꽤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
그렇게 일단 기차로 가는 방법을 알아보고, 기차역 바로 앞에서 600번 버스를 타고 배오그라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전날 알아봤으면 다시 올 필요가 없었을텐데.


아니 근데 버스는 900-1200디나르에 거의 1시간 반이 걸리더라. 그리고 터미널 이용료와 짐값을 따로 받는다.
당연히 더 싸고 빠른 기차를 타는게 맞는 것 같아서 다음날 기차를 타고 노비사드로 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터미널에서 버스 티켓을 확인하고 전날 원래 가려고 했던 중식당을 찾아갔다. 이것도 차이니즈 마켓 근처에 있다.

뭘 먹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만두가 있길래 만두 한 판을 먹을까하다가 마파두부 덮밥이 너무 맛있어보여서 도저히 못참고 마파두부 덮밥을 주문했다.

한국에서 먹는 마파두부랑은 다른 오리지널 스타일의 마파두부. 진짜 맛있었다. 매콤하고 뜨겁고... 게다가 정말 오랜만에 쌀밥을 먹는거라 너무 맛있었다. 진짜 먹으면서 행복했다. 기름이 너무 많기는 했는데, 잘 걸러서 먹었다. 게다가 이게 단돈 5유로. 진짜 감사하다!
밥을 먹고 숙소로 바로 가려고 했는데, 가는 길에 Farmer's market이라는 전통시장이 있는 것을 발견해서 들렀다.


규모가 크지는 않고, 딱 이정도가 끝이었다. 그냥 둘러보고 나가려는데 토마토가 너무 싸고 맛있어보여서 4개를 사왔다. 4개에 60디나르, 그러니까 0.5유로인거다.

말이 안된다 말이 안돼!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마파두부 덮밥이 너무 기름져서 단 걸 먹고싶었는데 진짜 겨우 참았다. 이러다가는 삽시간에 몸이 불어나버리고 만다...
그래서 저녁에도 원래는 삼겹살을 또 구워먹으려했는데, 점심에 기름을 너무 많이 먹어서 닭가슴살을 사와서 먹었다.

여기 숙소가 좋은게, 소금, 후추, 강황가루, 핫 파프리카 가루가 있어서 고기를 구워먹기가 너무 편하다. 밖에 나가서 먹는게 비싸지 않아서 외식을 할까 하다가도 숙소에서 요리해먹는게 너무 편해서 계속 고기를 구워먹었다... 베오그라드의 Up hostel 정말 괜찮았다. 방도 따뜻하고 화장실도 깨끗해서 머무는 사흘간 정말 잘 쉬었다. 사실 세르비아 음식 못 먹어본 것이 좀 걸리기는 하는데 그냥 노비사드 가서 먹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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