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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유럽 여행기] 12. 헝가리 부다페스트(2), 에게르

by Orthy 2025. 12. 1.

25.11.26. ~ 25.11.28.

부다페스트 3일차 정오가 넘어서야 맞이한 파란 하늘. 숙소에서 나오니, 아직 하늘엔 구름이 많고 흐렸지만 부다 방면으로 파란 하늘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파란 하늘을 본 순간 정말 신났다.
아직 흐린쪽도 있었지만, 적어도 비는 오지 않았다.

언제 다시 구름으로 뒤덮일지 모르는 일이라, 얼른 다뉴브 강변으로 걸어갔다.

부다성이 보인다.
쨍한 여름 하늘이 그리워진다.

아직 하늘 대부분은 흐렸지만, 감지덕지였다. 다뉴브 강변을 산책하며 이곳저곳 사진을 찍었다. 조그마한 햇살에도 감사하게 된다.

다뉴브 강을 따라 산책하기
햇빛을 받는 어부의 요새
다뉴브 강변의 성당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어부의 요새도 가까이에서 찍고

걸어걸어 세체니 다리에 도착했다. 얼마 전에 알게 됐는데, 이 세체니 다리가 부다와 페스트를 연결한 최초의 다리라고 한다. 그래서 유명한 거였구나.

세체니 다리에 올라 부다 지역으로 걸어가니 국회의사당이 점점 드러났다. 낮에 국회의사당을 보는건 처음이었다.

원래 이런 색이었구나

어부의 요새로 올라갈까 하다가, 페스트쪽 하늘이 아직 회색빛이길래 이따 올라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대신 숙소 근처의 게토 유적지를 가보고 싶었기에, 다시 숙소쪽으로 돌아갔다. 푸른 하늘을 보고 싶다고 동선을 너무 비효율적으로 잡았던 것 같다.

한참 걸어 도착한 과거의 게토 지역.

히브리어로 가득한 벽.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 이 지역에 유대인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특히 부다페스트에 유대인들이 많아 Judapest라는 별명까지 있었다고 들었다.

나도 잘 몰라서 ai한테 물어봤다.

1944년 헝가리가 추축국 동맹에서 탈퇴하려 하자 나치가 헝가리를 점령했고, 그 과정에서 부다페스트의 유대인 공동체가 큰 피해를 입었을 거라고. 이때 방문한 게토 유적이 도하니 거리에 있는데, 이 주위가 유대인들이 많이 모여살았던 집단거주지였다고 한다.

도하니 거리
지금은 술집으로 가득하다.

도하니 거리를 따라 걸어가면 유대교의 예배당인 시나고그가 나온다.

시나고그로 가는 길

도하니 거리는 건물이 뭔가 독특하다. 부다페스트 다른 거리의 건물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 건축사는 잘 몰라서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느낌이 달라 색다른 경험이었다. 멋지기도 해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다뉴브 강 방면으로 도하니 거리를 걸어가면 그 끝에 시나고그가 나온다. 구글맵에는 '도하니 거리 교회'로 나와있었다.

유대인 시나고그

입장료가 있는데, 유대인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게 아니라면 굳이 들어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후기가 많아 그냥 내부 관람은 안했다. 안쪽이 예쁘다는 후기도 많기는 했는데 굳이...

이쪽으로 들어가면...
시나고그의 탑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본 시나고그

도하니 거리에서 나와 맞이한 부다페스트의 중심가. 이쪽은 처음 걸어보는 것이었다. 역시 거리가 참 예쁘다. 부다페스트는 정말, 어느 거리를 걸어도 너무 예쁘다.

도하니 거리의 끝
마인크래프트 나무?
조경을 신기하게 해놨어

계속 걸어가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뵈뢰슈머르치 광장과 다뉴브 강이 나온다. 쭉 걸어갔다.

광장에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이 늘어서있다.
나름 아이스링크도 있고
걸어가는 길에 본 신기한 건물. 난 이런 느낌이 좋더라.
무슨 궁전이었는데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햇살이 참 따뜻한 느낌.

어느새 시간은 해질녘. 동유럽의 겨울은 해가 참 빨리 저문다.

해질녘의 국회의사당을 보러 가고 싶었는데, 도하니 거리를 걸어다니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썼다. 얼른 다뉴브 강쪽으로 걸어갔다.

세체니 다리 근처에서. 이젠 하늘이 거의 다 개었다.
어부의 요새
세체니 다리를 건너면서

혹시라도 노을을 놓칠까 싶어 정말 빨리 걸어갔다. 어부의 요새까지는 언덕을 조금 올라야 하는데, 계단을 성큼성큼 뛰다시피 오르다보니 추운 날씨에도 열이 많이 나 힘들었다...

그래도 덕분에 늦지 않게 요새에 올라 해질녘의 국회의사당을 볼 수 있었다.

어부의 요새
하늘까지 분홍빛이었으면 진짜 죽음이었을텐데
그래도 예쁘다
이슈트반 성당쪽
해가 넘어가고 있다.

마차슈 성당 앞 광장에도 멋진 건물이 있었다.

이거

찾아보니까 헝가리 내무부 건물이라고 한다. 국가권력급으로 멋있다(진짜임).

다시 어부의 요새로

오랜만에 날씨가 맑아져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열심히 사진도 찍고 있었다.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본 마치슈 성당
멋지구나

멋지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어부의 요새
다시 마차슈 성당

우리가 멋지다고 하는 건물들이 가지는 특징이 뭘까. 무엇이 아름다움을 결정하는건지 모르겠다. 미학에서는 이런걸 공부하려나?

어부의 요새에서 국회의사당 야경을 보고 싶어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사람들이 많은 다뉴브 강쪽 반대편으로 넘어가니 어부의 요새 너머에 위치한 부다의 주거지역이 있었다.

부다페스트의 주거지역들

딱히 볼 건 없어서 금방 돌아왔다.

요새 위에서 계속 기다리기는 지루해서 그냥 강변의 국회의사당 뷰포인트로 내려갔다.

금새 어두워지는구나
다뉴브 강변의 산책로

뷰포인트 앞 벤치에 앉아 완전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좀 많이 추웠다...

기다리면 복이 와요

그리고 다시 또 어부의 요새까지 올라갔다. 날이 저무니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다.

유명한 구도도 잡아주고
다시 봐도 멋지다.

그렇게 어부의 요새에서 야경을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세체니 다리에서
세체니 다리를 건너 어부의 요새를 바라보고

가는 길에 뵈뢰슈머르치 광장쪽으로 가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촬영팀이 크리스마스 마켓을 찍고 있었다.

이 사람들. 카메라도 전문적이고?

근처에 연예인은 안보였는데. 다큐멘터리 찍는건가? 카카오톡 화면도 봐서 한국 프로그램은 확실해보였는데.

숙소로 가면서 저녁으로 뭘 먹을까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타코 생각이 너무 나서 타코를 먹으러 갔다ㅋㅋㅋ

부다페스트 타께리아, TAKO
메뉴
내부

작고 아담한 타께리아였다. 인테리어는 한국이 확실히 잘하는 것 같다.

비리아 타코와 치킨몰레 타코를 주문했다. 2800포린트니까 약 12000원? 한국 타코가 싼 편이었어.

비리아 타코
치킨몰레 타코

좀 비싸긴 했지만 맛은 확실했다. 딱 정통 오리지널 멕시칸 타코다. 나는 퓨전타코보다는 이런 오리지널 느낌을 더 좋아하는데, 정말 맛있었다. 특히 비리아 타코의 비리아 육수 맛이 상당했는데, 먹고 조금 놀랐다. 몰레 소스도 참 잘 만들었다. 아주 맛있어서 구글 리뷰도 남겨놨다 ㅋㅋㅋ

이걸로는 배가 안차기는 해서 숙소로 가는 길에 잠깐 슈퍼에 들러 맥주와 빵을 조금 샀다.

헝가리의 대표 맥주, 드레허

드레허 맥주도 참 맛있다. 깔끔하고 고소하다.

그리고 빵과 함께 먹으려고 헝가리 전통 요거트라는 Tejföl도 구매.

빵에 발라서 잼을 조금 올려 먹으니까 맛있었다. 요거트처럼 생겼는데 맛은 버터에 조금 더 가까운 고소한 맛이었다. 저거 하나에 250포린트 정도니까 한 1000원? 맛이 괜찮았다. 삶아놓았던 달걀까지 같이 먹으니까 괜찮은 저녁식사였다.

저녁까지 먹고 나니 어느새 8시가 넘은 시각이어서 얼른 씻고 침대로 갔다. 다음날 일출을 보러 일찍 일어날 생각이었어서 얼른 잠에 들었다.

다음날 7시 일출이었는데, 어부의 요새로 가서 일출을 볼 생각이었다. 5시 40분에 일어나서 옷만 챙겨입고 바로 숙소를 나서 어부의 요새까지 걸어갔다. 40-5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어부의 요새에 도착하니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아침부터 일출을 보러 온 사람이 몇 있기는 했다.

그런데 원래 티켓을 사서 가야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 전망대가 열려있는게 아닌가?!

전날 봤을때는 여기 앞을 지키는 관리인들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여럿 올라가길래 나도 올라갔다. 공짜는 놓칠 수 없어.

올라가보니

조금 더 탁 트인 보였지만 사실 누구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아래층과 별 차이가 없었다.

올라가서 본 다뉴브 강
그리고 또 다시 국회의사당

아무리 생각해도 부다페스트는 이 뷰가 너무 사기적이다.

동트기 전 모습
어부의 요새

잠시 구경하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세체니 다리와 다뉴브 강
어느새 불이 꺼지고

내가 기대했던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은 구름에 가려 볼 수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이정도면 해가 다 뜬 것 같은데

이날도 전날 아침에 먹었듯 정육점에서 소시지를 사먹을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부다 지역의 조금 외딴 곳에 떨어진 정육점에 가려했는데, 여기가 육식맨 채널에 소개된 곳이라 굳이 거리가 있음에도 방문하고 싶었다. 아침을 맛있게 먹으려고 새벽부터 버스도 타지 않고 걸어가기도 했고.

일단 트램을 타고 가기 위해서 어부의 요새에서 내려가야 했는데, 마침 국회의사당 뷰포인트 근처에서 트램이 출발했다.

날씨가 참 아쉽구나
그래도 예쁘다.

41번 트램을 타고 몇 정거장을 이동한 뒤 걸어갔다. 아침이라 그런지 상당히 쌀쌀했다.

바로 이곳
안에 들어가보니 아침부터 아저씨들이 소시지를 사가고 있었다.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없는 바이브.

미쳤다.
이게 순대같다는 블랙 소시지
다른 것도 너무 맛있어 보였다.

블랙 소시지를 먹으러 온 것이라 겨우 유혹을 참고 두 종류의 블랙소시지를 시켰다. 피클이 맛있다고 해서 피클도 하나.

이게 2500포린트 정도? 6-7유로 정도.
단면

진짜 순대처럼 선지와 약간의 고기, 쌀알 같은게 들어있는 소시지였다. 창자가 굉장히 얇은데도 쫄깃해서 칼로 잘 썰리지 않았다. 맛도 순대랑 정말 비슷한데, 선지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간 느낌? 선지 맛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 순대가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이건 짭조름하기만 한데 한국 순대는 감칠맛도 좋아서.

함께 먹은 피클은 파프리카 절임을 양배추 절임으로 채운 것이었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었다. 이게 하나에 1유로 정도. 같이 먹으니까 좋았다. 사실 이거 없었으면 절대 소시지 다 못 먹었다.

아침을 거하게 먹고 다시 숙소까지 걸어갔다. 예보상으로는 정오 이후로 구름이 완전히 갠다고 해서 점심까지 숙소에서 쉬다가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숙소로 가는 길
정말 건물이 너무 예쁘다.
그린 브릿지

이 다리의 이름이 '자유의 초록 다리'라고 한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여기를 건너가지는 않고, 조금 더 걸어 엘리자베트 다리를 건나 페스트로 넘어갔다.

엘리자베트 다리 위에서
점점 맑아지는구나

그렇게 숙소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안되었다. 씻고, 블로그도 조금 적고, 이 다음에 여행할 곳에 대해 알아보며 시간을 보내다 12시 반쯤 숙소를 나섰다. 오후가 되어 나오니 어느새 하늘이 완전히 개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일단 점심을 먹어야 했는데, 내 선택은 또 다시 정육점...ㅋㅋㅋ 다시 숙소 근처의, 처음 방문했던 정육점을 찾아 또 다른 소시지를 먹으러 갔다.

사진이 흔들렸지만...

이번에도 무척 다양한 요리들이 있었는데, 제일 기본이 되는 파프리카 소시지와 삼겹살말이?같은걸 시켰다.

머스타드 소스까지 해서 2800포린트, 약 7유로가 조금 넘는다.

단면

와 저 머스타드 소스가 진짜 미친놈이다. 부다페스트에서는 굴라시보다도 이런 정육점에서 파는 소시지와 고기 요리가 찐이 아닐까?(라고 합리화를 해봅니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다시 도하니 거리를 걸어 다뉴브 강변으로 걸어갔다.

하늘이 예쁘네요
이날은 단체 관광객이 게토에 왔네

부다페스트에는 의외로 중국인이 정말 없다. 동양인처럼 보이면 다 한국인. 발칸반도에도 많이 보이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왜 부다페스트에는 안오는지 모르겠네. EU국가라서 비자 발급이 빡센가?

걷다보니 어느새 성 이슈트반 대성당 앞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다시 도착했다.

다시봐도 가격이 너무 창렬이다.
성 이슈트반 성당
참 예뻐요?

성 이슈트반 성당을 지나면 다뉴브 강에 다 온 것이다.

드디어 파란 하늘 아래의 어부의 요새를 본다.
다시, 다뉴브 강의 성당들

똑같은 곳의 사진이 계속 나오는데, 어쩔 수가 없다. 날이 흐릴 때 구경하면서 나중에 하늘이 맑아지면 다시 오리라 다짐했기 때문에 계속 똑같은 곳을 가고 또 가고 했다. 이쯤되면 질릴만도한데, 풍경이 정말 내 취향이라 봐도봐도 좋았다.

이번에는 다뉴브 강을 따라 더 북쪽으로 걸어갔다.

페스트 지역에서 다뉴브 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게 된다.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기 조금 전에는 '다뉴브 강의 신발들'이라는 기념물을 마주하게 되는데, 나치의 부다페스트 점령 당시 다뉴브 강에 뛰어들 수밖에 없던 유대인들을 기리는 조형물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들이 강에 뛰어들기 전에 벗어두고 간 신발을 형상화 한 것 같다. 앞으로 여행하는 유럽 곳곳에서 이런 세계대전의 흔적을 계속 마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라엘 국기와 신발들
신발 위로 놓인 꽃다발

애써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잊혀지는 것들이 있다. 잊히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하려면 힘써 마주해야 한다.

그들의 심정을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유대인들의 아픈 역사를 상기시키는 기념물을 볼 때면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을 떠올리게 된다. 중동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과가 크지만, 국론 분열을 막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쟁이 필요한 정치인들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또 다른 아픔을 만들어내고 있다. 참 슬픈 세계다.

신발 조형물을 뒤로하고 북쪽으로 더 걸어가면 마침내 국회의사당을 마주하게 된다. 가까이서 본 국회의사당은 정말 크고 웅장하다.

아무리 봐도 멋지다.
국회의사당 GOAT

국회의사당을 둘러보고 부다페스트 시내의 북쪽 경계라고 할 수 있는 마르지트 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샛노란 마르지트 다리를 건너
국회의사당의 왼쪽을 보다.

부다페스트 중심에서는 꽤 떨어진 곳이라 여기까지 오는 관광객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국회의사당 사진을 찍을 때는 대부분 그 오른쪽 면만 찍게 되는데,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지만 시간이 많다면 그래도 올만하다.

기다란 화물선이 지나갔다.

마르지트 다리를 건너 부다 방면으로 넘어간 뒤 다시 남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가는 길에 또 다시 어부의 요새에 오르게 된 나. 도대체 여길 몇 번이나 가는지 모르겠다.

또 한참 계단을 올라
마침내 얻어낸 뷰
아무리 힘들어도 이 뷰를 위해서라면

어부의 요새에 올라 구경을 마치고 다시 엘리자베트 다리 방면으로 걸어갔다.

엘리자베트 다리에서 본 다뉴브 강

이날은 네이버 카페 '유랑'에 올린 동행글을 보고 연락한 동행을 3시에 만나기로 했어서 엘리자베트 다리를 건너 페스트 방면으로 걸어간 것이다. 겔레르트 언덕을 올라 일몰을 볼 생각이었다.

시간에 맞춰 동행을 만나 함께 겔레르트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 위에 요새가 있는데, 그쪽에서 보는 일몰이 예쁘다고 해서 간 것이었는데, 정상에 올라보니 요새는 공사중이어서 출입이 불가했다. 아쉬운대로 언덕 중턱에 있는 전망대에서 해가 저무는 다뉴브 강을 바라봐야 했다.

겔레르트 언덕 중턱의 전망대에서
해가 점점 저물고 있다.
엘리자베트 다리

해 지는걸 바라보고 서로 사진도 찍다가 언덕을 내려갔다. 요새가 공사중인지 몰랐어서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중턱에서 보는 전망도 좋았다. 언덕을 오르는 길도 뷰가 참 좋은데, 나무가 많아 시야가 계속 가린다. 이걸 좀 어떻게 할 생각은 없는지?

언덕에서 내려와 다시 다뉴브 강을 따라 부다성과 어부의 요새를 향해 걸어갔다. 이분은 이날 당일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것이었고, 나는 4일 동안 이곳저곳 돌아다닌터라 거의 내가 가이드가 된 기분이었다.

하늘의 그라데이션을 보세요
세체니 다리와 국회의사당
부다성에 올라 바라본 뷰
점점 붉은빛이 하늘을 덮는다.
성 이슈트반 대성당과 세체니 다리

부다성에서 어부의 요새로 가는 길에 어느새 해는 완전히 저물고 어둠이 내렸다. 어부의 요새에서 분홍빛 황혼을 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예쁘니까
가로로도 찍고

어느 시간대에 방문하더라도 너무나 예쁜 어부의 요새. 부다페스트가 정말 아름답다.

전날만 해도 없었는데, 그새 크리스마스 조명이 생겼다.

날이 꽤 추웠다. 사진을 찍는데 손이 얼 것 같았다. 장갑에 구멍이 뚫려있는게 아니라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장갑을 벗어야 해서 힘들었지만...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는 뷰였다. 나도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주로 내가 찍어줬는데, 요즘 내 사진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봐도 좀 잘 찍었다..ㅋㅋ

어부의 요새에서 구경을 계속 하고 국회의사당 정면의 뷰포인트로 다시 가서 사진을 찍고, 쭉 걸어 마르지트 다리까지 갔다. 다뉴브 강변을 한 바퀴 도는 코스였다.

죽음으로 예쁜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진짜 국가권력급이다.
마르지트 다리에서 바라본 다뉴브 강의 밤
페스트 방면으로 넘어와 국회의사당 바로 앞을 지나갔다.

다뉴브 강을 한 바퀴 돌고, 뵈뢰슈머르치 광장의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보고나니 어느새 저녁 7시가 되어갔다. 어디를 가서 저녁을 먹을까, 지도를 뒤져보다 가격이 괜찮은 랑고스 전문점이 있길래 찾아갔다. 랑고스는 튀겨낸 반죽 위에 토핑을 올려 먹는 음식인데, 불가리아에서 먹었던 바니짜랑 거의 똑같은 음식이지만 헝가리에서는 헝가리 전통음식이라고 한다. 다만 바니짜에 비하면 훨씬 더 크고, 바니짜는 달콤한 토핑을 올리는 간식 느낌이라면 랑고스는 본격적인 식사 느낌?

서비스 차지 15%까지 해서 5040포린트가 나왔다.

나는 헝가리안 랑고스라는게 있어서 그걸 시켰는데, 4400포린트에 서비스차지 15%가 붙어서 5040포린트가 나왔다. 레스토랑도 아니고 그냥 스트릿푸드 식당같은데로 갔는데, 심지어 음식도 내가 직접 가져와야 되는데 왜 서비스차지가 붙는건지 이해가 안간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서 좀 투덜댔는데

일단 랑고스가 굉장히 큰데다가 한 입 먹어보니까 진짜 맛있어서 용서가 됐다. 헝가리안 랑고스 저거 아주 요물이다. 튀긴 반죽 위에 비프 스튜를 올린건데, 이거 진짜 맛있다.

동행 분이랑도 음식을 조금 바꿔 먹었는데, 이분이 시킨 사워크림&치즈베이컨 랑고스도 맛있었다. 여럿이서 가면 다양한 메뉴를 먹어볼 수 있는게 참 좋다.

동행과는 저녁을 먹고 헤어졌고, 그 길로 숙소에 돌아갔다. 다음날은 원래 슬로바키아로 떠날 생각이었는데, 블로그를 읽다 부다페스트 근교 에게르라는 마을이 예쁜 것 같아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헝가리 철도청 앱 MAV를 깔아 티켓을 구매하면 26세 이하는 국내선 기차표가 50% 할인이 된다길래 얼른 앱을 깔아 온라인으로 에게르 왕복표를 구입했다. UI가 많이 구려서 좀 힘들기는 했는데 네이버 블로그에 은인이 있어 그 글을 참고하니 예매할 수 있었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바로 나오니 참고하시길...

에게르에서 하루 숙박하는 것보다 그냥 당일치기로 갔다가 부다페스트에서 자는게 나을 것 같아 부다페스트의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려고 했는데, 다음날이 풀부킹이어서 숙소를 옮겨야 했다. 숙소까지 예약한 뒤,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티웨이 프랑크푸르트발 인천행 비행기를 발권했다.

11월 30일까지 이벤트 기간으로 편도 58만원에 티켓을 발권할 수 있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날 티켓을 구매했다. 할인쿠폰까지 써서 57만원에 결제했다. 1월 30일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8월 29일 시작한 여행을 5개월 조금 넘게 하고 한국으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내고 또 다시 맥주를 마셨다..ㅋㅋ 맨날 마시는 것 같기는 한데, 여기 맥주가 너무 싸고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된다.

이번엔 BORSODI 맥주

드레허 맥주와 함꼐 헝가리 맥주시장을 양분한다는 보르소디 맥주를 사왔다. 이것도 너무 맛있다. 캬라멜 향이 좀 진하고 진짜진짜 고소하다.

이날 일출 보겠다고 새벽같이 일어난데다가, 46000보 넘게 걷고, 맥주까지 마시니까 도저히 깨어있을 수가 없었다. 맥주 다 먹고 거의 바로 잠들었던 것 같다.

다음날 7시 반쯤 일어나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한 뒤 큰 가방은 호스텔에 맡기고 숙소를 나섰다. 기차는 9시에 부다페스트를 출발해 약 2시간 뒤 에게르를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기차역 가는 길
부다페스트 기차역

이날도 날씨가 좋았다.

기차역 플랫폼
포드고리차 - 베오그라드 열차에 비하면 너무 신식이다.
플랫폼에서 바라본 기차역

조금 기다리니 내가 탈 에게르행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역무원은 따로 없고 승객이 자율적으로 기차를 타는 시스템, 심지어 지정석도 없어 아무데나 그냥 앉으면 된다.

내가 타고 갈 기차
기차 내부

부다페스트를 떠난 기차는 넓은 헝가리 대평원을 달려간다. 11월 말인데도 들판이 푸릇푸릇하다. 무얼 재배하는건지 모르겠다.

산은 거의 안보이고, 온통 논밭이다.

동유럽 국가 중 헝가리만큼 평야가 많은 나라가 없다고.

2시간쯤 달려 11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에게르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고
역무원 포스가 장난이 아니네요
에게르 기차역


에게르에 온 것은, 마을이 예쁘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곳이 헝가리 최고의 와인산지라는 것 때문이었다. 특히 와인셀러들이 모여있는 에게르의 '미녀의 계곡에서는 싼값에 로컬 와인을 먹어볼 수 있다고 해서, 고민을 하다 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미녀의 계곡과 기차역 모두 시가지에서는 조금 떨어져있는데, 나는 기차역에서 바로 미녀의 계곡을 향해 걸어갔다. 약 30분 정도 시골길을 걸어야 한다.

미녀의 계곡으로 가는 길
하늘이 너무 파랬다.
잔디는 푸르르고
이 사진이 참 예쁘다.

좋은 날씨에 정겨운 시골길을 걸어 와인을 먹으러 갈 생각을 하니 절로 흥이 났다. 사실 난 와인을 많이 먹어본 것은 아니라 잘 모르고, 그냥 맛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다.

헝가리 시골마을은 이런 느낌이구나, 했다.

한참 걸어 도착한 미녀의 계곡. 왜 이름이 이렇게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미녀들이 있는건 아니다(폭소).

초입의 와인셀러
와인셀러들이 모여있는 광장

휴가 시즌이 아닌 11월 말인데다가 점심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정말 없었다. 거의 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날씨도 꽤 쌀쌀해 더 썰렁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런 풍경을 상상했는데.

사람이 없어요.

한 바퀴 돌아본 뒤 구글 리뷰를 훑어보고 가장 평이 괜찮은 곳 중 하나인 44번 와인셀러로 갔다.

내부는 이런 모습

당연히(?) 손님은 나밖에 없었다.

메뉴판을 읽어본 뒤 에게르의 특산, '황소의 피'라는 이름의 와인을 주문했다. 한 잔에 700포린트니까 3500원 정도?

느낌있네요

냄새가 정말 산뜻하고 달콤하다. 솔직히 맛은 일반적인 레드와인이랑 별 차이를 못느꼈는데 냄새가 진짜 최고다.

손님도 나밖에 없겠다, 태블릿을 꺼내 침착맨 보면서 와인을 마셨다. 와인은 조금 오래 마셔야한다고 들어서 진짜 천천히 마셨다. 냄새만 진짜 많이 맡은 듯. 그정도로 향이 정말 좋다.

와인 한 잔만 먹고 가기에는 아쉬워서 달콤한 디저트 와인을 하나 더 시켰다. 이건 600포린트.

근데 이것도 황소의 피 와인이랑 냄새가 비슷했다. 맛은 달콤해서 더 좋았다ㅋㅋㅋ

그렇게 거의 한 시간동안 마신 것 같다.

와인을 다 마시고 에게르 시가지 구경을 하러 미녀의 계곡에서 올드타운까지 걸어갔다. 이것도 약 30분 정도? 가는 길에 베이커리가 있어서 뱅오쇼콜라 두 개를 먹었다. 참 유럽은 빵 잘하고 싸다. 하나에 1000원도 안하는게 말이 안된다.

구시가지 가는 길
시골길을 다시 걸어
중간에 에게르 버스터미널도 지나고
무슨 광장이었는데

한참 걸어서 'Cathedral Basilica of St. John the Apostle'이라는 성당에 도착했다.

헝가리에서 두 번째로 큰 성당이랬나

1900년 중반에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내부는 무료 입장이어서 가능해서 들어가보니 꽤 크고 웅장했다.

성당 내부
프레스코화

딱히 볼 건 없어서 바로 나왔다.

단체 관광객들?

성당 앞에서 시작되는 거리가 에게르 올드타운의 시작점이었다. 관광객들로 북적였던 부다페스트와는 달리 여기는 조용한 느낌인데다가 현지 학생들이 소풍을 왔는지 몰려다니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역시 동양인은 나밖에 안보였다.

에게르 구시가지
구시가지의 중심도로
페인트가 다 벗겨지네

조금 걷다보면 구시가지가 다 끝난다. 굉장히 작고 아기자기한 마을이다. 딱 당일치기하기 좋은 느낌?

나름 예쁜 곳이 많아서 난 좋았다.
에게르 성

걷다보니 에게르의 중심, 도보 이슈트반 광장에 도착했다. 부다페스트의 성 이슈트반 대성당의 그 이슈트반으로, 에게르 성에서 오스만 튀르크의 공격을 막아냈다고 한다.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다.

대충 둘러봐도 부다페스트의 크리스마스 마켓과는 달리 양심적인 물가였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있고
도보 이슈트반 광장의 성 안토니오 교회
가격이 양심적이다.
도보 이슈트반 동상
광장에서 에게르 성채로 가는 길
에게르 성채

입장료가 있다는건 알았지만 1인당 4800포린트, 약 14유로. 딱히 볼게 있는것도 아니라 그냥 안들어갔다.

밖에서만 바라보기

그 뒤로는 그냥 에게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마을이 정말 예쁘다. 부다페스트와는 다른 소도시 감성이 좋았다.

이곳저곳 사진을 많이 찍었다.
에게르를 가로지르는 강?운하?
베이커리 사진
해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노점 서점?
에게르 미나렛. 원래 위에 올라갈 수 있는데 겨울에는 1시면 문을 닫아 못갔다.
에게르 주거단지 풍경
예쁘다~

그렇게 한참 돌아다니다 다시 도보 이슈트반 광장에 돌아왔다. 아무리 봐도 크리스마스 마켓 물가가 착해 뱅쇼 하나를 사먹었다. 조그마한 컵 하나 가격은 600포린트.

600포린트짜리 뱅쇼

향은 거의 없었는데 맛은 미녀의 계곡에서 먹었던 와인들보다 훨씬 좋았다. 뱅쇼 거의 처음 먹어본 것 같은데 너무 맛있었다.

그렇게 즐기다보니 어느새 부다페스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다시 기차역을 향해 걸어갔다.

마침 노을 시간이었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하늘이 붉게 변했다.

기차역에 도착해서 본 하늘이 너무 예뻤다.

기차 타기 전에 한 컷

피곤해서 기차에서는 많이 졸았다.

4시에 출발한 기차는 조금 연착되어 6시 반쯤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다시 돌아온 부다페스트

기존 숙소에서 짐을 챙겨 새 숙소로 체크인했다. 더 비쌌지만 컨디션은 훨씬 별로. ㅠㅠ

안에 주방도 없어서 밖에 나가서 케밥을 사먹고 돌아와 씻고 조금 쉬다가 잠에 들었다. 이렇게 헝가리 여행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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