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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유럽 여행기] 14. 슬로바키아 슈트르바

by Orthy 2025. 12. 4.

25.12. 1. ~ 25.12. 3.

반스카 비스트리차를 떠나 술로바키아 동부의 작은 마을 슈트르바로 떠나는 날. 슈트르바는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하이타트라스 산맥의 여러 거점마을 중 하나다.

버스를 타고 갈까, 기차를 타고 갈까 고민을 하다 당일까지 티켓을 사지 못했다. 일단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이 붙어있어서, 아침 일찍 그쪽으로 길을 떠났다.

아침부터 짙은 안개가

날이 좋았던 지난 이틀과 달리 슈트르바로 떠나는 날 아침에는 안개가 짙었다. 산간지역이라 그런지 안개가 한 번 나타나면 정말 짙게 나타나는 것 같다.

반스카 비스트리차 기차역 도착

숙소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기차역에 도착한다. 버스터미널과 붙어있는 기차역 근처에는 쇼핑센터도 있었는데,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빌라가 입점해 있어 먹을거리를 조금 구매했다. 슈트르바에는 이틀을 머무를 생각이었는데, 찾아보니 식당은 딱 두 개 있는데 너무 비싸고 구멍가게 같은 슈퍼마트가 하나 있어 큰 도시에서 미리 식료품을 산 것이었다. 커다란 식사용 빵, 잼, 참치캔을 사서 그것으로 밥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가는 길에 먹을 크루아상과 뱅오쇼콜라, 요거트도 샀다. 난 정말 유럽 슈퍼마켓에서 직접 구워낸 이 페이스트리들이 너무 맛있다. 크루아상과 뱅오쇼콜라가 거의 하나에 1000원꼴인데, 너무 맛있다.

장을 다 보고 기차역에 들어가 표를 알아보니, 한 번 환승해서 슈트르바로 가는 기차표가 9.6유로였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버스표보다 좀 더 저렴하기도 했고, 기차 타는 걸 좋아해서 바로 기차표를 구매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슬로바키아와 체코가 철도가 무척 발달해서 국내 이동이 주로 철도로 이루어지고, 값도 무척 싸다고 한다. 예로부터 공업지대였어서 철도 교통이 잘 발달한 것 같다. 특히 슬로바키아는 국토 대부분이 산지인데도 철도가 발달한게 신기하다.

기차역 내부
역 안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멋졌다.

표를 구매한지 15분쯤 뒤인 8시 30분경 첫 번째 기차가 출발해서 조금 일찍 플랫폼에 나가 사진을 찍었다.

반스카 비스트리차 기차역

왠지 모르겠지만 난 기차역과 기차가 참 좋다. 어디선가 낭만을 자극한달까? 기차역 사진을 찍는 것도 좋다. 슬로바키아에서는 눈이 많이 와서 분위기가 한층 더 살아나는 것 같았다.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즈볼렌행 기차
플랫폼 사진
조금 기다리니 내가 탈 기차가 왔다.

내 여정은 일단 반스카 비스트리차에서 브루트키(Vrutky)라는 도시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코시체행 기차를 타고 중간에 슈트르바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환승기차표는 기간권 형식으로 발권되었는데, 24시간 정도 유효기간을 주고 그 시간 안에서는 자유롭게 기차를 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니까 원한다면 중간역에 내려서 마을을 둘러봐도 되고, 환승역인 브루트키에서 몇 시 기차를 타든 관계가 없는 것이다.

브루트키로 가는 기차

브루트키로 가는 기차는 산맥을 뚫고 지나가는 산악열차였다.

벨카 파트라 국립공원을 뚫고 지나가는 것이다.

산을 통과하는 만큼 경치가 좋았다. 특히 눈 내린 작은 마을들을 지나가는 풍경이 예뻤다. 스위스 알프스 산악열차 부럽지 않았다(안가봄).

열차 안에서는 와이파이가 있기는 한데, 신호가 좋지는 않아서 그냥 노래를 들으면서 아침에 빌라에서 샀던 빵을 먹으며 창밖을 구경했다. 이게 기차여행의 묘미지...

설국이다
산을 통과하니 꽤 너른 평야가 나왔다. 창 너머 눈 덮힌 평야가 보인다.

눈 내린 겨울에 기차를 타고 가는걸 특히 좋아한다. 정말 풍경이 예뻤다. 맛있는 크루아상과 뱅오쇼콜라까지 먹으니 참 행복했었다.

8:36에 출발한 기차는 9:50쯤 브루트키 기차역에 도착했다.

브루트키 기차역에 내려서
플랫폼
체코 프라하로 가는 기차도 있구나
역사 내부

브루트키 기차역은 무척 조그마한 역이었다. 마을도 관광지는 아니고,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다.

어떤 기차를 타야 할지 몰라 안내창구를 찾아가니 내가 타야 할 기차를 알려줬다. 9:56 코시체행 기차를 타면 된다고 했는데, 시간대가 딱 맞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될 줄 알았는데, 5분, 30분 연착 안내가 나오더니 결국에는 50분 넘게 연착되어 10:50경 코시체행 기차에 탑승했다. 보니까 이 열차는 한 시간 간격으로 수도 브라티슬라바와 코시체를 잇는 열차였는데, 하나가 이렇게 연착되면 다음 기차들은 어찌 될지... 연착이 되어 역 안에서 기다려야 하기는 했는데, 사실 일찍 가도 이날은 딱히 계획이 없었고 체크인 시간까지는 많이 남아서 별 생각이 없었다.

내가 탈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역 안에서 기다리는 동안 슬로바키아 철도에 대해 찾아보니까 정말 철도시스템이 잘 되어 있었다. 거의 모든 도시에 철도가 연결되어 있는 데다가 운행편수도 많고 운임도 저렴해서 도시 이동이 참 편리해 보였다.

코시체행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반쯤 달려 슈트르바에 도착했다. 역시 눈 쌓인 철로를 달려 경치가 좋았다.

슈트르바 기차역에 내려서 찍은 사진
슈트르바 역
작은 마을의 기차역도 예쁘다.

브루트키에서 기차를 탈 때만 해도 날씨가 흐렸는데 슈트르바에 내리니 파란 하늘이 보였다. 한동안 날씨 운이 안좋더니 슬로바키아에 와서는 달랐다.

기차역 근처에 숙소가 있어서 바로 숙소를 찾아갔다. 작은 마을이라 도미토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호스텔이 두 개나 있었다. 이번에 묵은 Hiker Paradise Hostel은 시설도 좋고 깨끗한데다가 가격도 저렴해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체크인은 두 시부터여서 짐만 맡겨두고 슈트르바 구경을 하러 숙소를 나섰다. 기차에서 내려서부터 마을 뒤로 펼쳐진 거대한 하이타트라스 산맥의 산들이 보여 산맥 풍경을 잘 담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설 생각이었다.

숙소 바로 앞 풍경. 미쳤습니다.
숙소 앞 도로

저 멀리 보이는 산맥은 로우타트라스 산맥이다. 슈트르바는 하이타트라스와 로우타트라스 산맥 사이의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다. 지도를 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내 위치가 바로 슈트르바

폴란드와의 국경을 이루는 하이타트라스 산맥(빨간색)과 로우타트라스 산맥(파란색) 사이에 길쭉한 분지가 형성되어 있고, 슈트르바는 그 한가운데 자리 잡은 마을이다. 그래서 하이타트라스의 산들과 로우타트라스의 산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사진 가운데의 분홍빛 건물이 내 숙소
정말 멋지다.

기차에 내려서부터 하늘이 파래서 기분이 좋았는데, 숙소에 짐을 놓고 나와 슈트르바 마을을 둘러보며 눈 덮인 산들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아졌다. 전날 이곳과 립토프스키 미쿨라시라는 마을 중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슈트르바를 선택한 것이었는데, 선택을 참 잘한 것 같아 스스로를 칭찬했다. 눈 덮인 산이 너무 예뻤는데, 나는 특히 산을 좋아해서 이 멋진 경치가 참 좋았다. 결과적으로는 하루 숙박을 더 연장해서 이 조그마한 마을에 사흘을 묵었고, 지금까지 방문한 관광지 top3안에 드는 것 같다.

각설, 하이타트라스 산맥을 조망할 전망대를 찾으려 구글맵과 맵스미를 뒤지다 보니 근처에 뷰포인트가 하나 있는 걸 찾았다. 하이타트라스 산맥을 배경으로 기차를 찍을 수 있는 뷰포인트였는데, 구글리뷰만 봐도 사진이 너무 예뻐 바로 찾아갔다. 거리도도 멀지 않아 슈트르바 마을에서 20분 정도만 걸어가면 됐다.

뷰포인트로 가는 길

가는 길도 너무 멋졌다. 눈 덮인 언덕을 이리저리 넘어 다녔다. 최근 슬로바키아 기온이 0도에서 3도를 왔다 갔다 하는데도 눈이 안 녹는 게 참 신기하다. 그리고 오염이 안된 깨끗한 하얀 눈이라 경치가 너무 예쁜 것 같다.

도착. 뷰가 미친거 아닌가 싶다.

경치가 정말 좋았다. 기차가 지나가면 진짜 죽음으로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고, 정말 그랬다.

기차가 꽤 자주 다니는지, 가는 길에 기차 하나가 통과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도착하고 나서 10분도 안되어 다른 기차가 지나갔다.

온다온다
너무 예뻤다.

기차가 순식간에 지나가서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지나갔다. 미리 도착해서 구도를 잡아놓아 다행이었다. 아니 근데 진짜 예쁘지 않나요?

그 뒤로도 계속 기다려서 기차가 오는 모습을 담아봤다. 거의 한 시간 동안 벌벌 떨면서 기다렸다 세 대의 기차를 보냈다.

세로로도 찍었는데
나는 가로가 더 예쁜 듯
자동차 싣고 가는 기차였네

화물 열차를 보낼 때는 차장님이 나를 보고 경적을 울려줬다. 차장님도 심심하셨나?

한 대 더
진짜 너무 예쁘다...

이것까지 보고 나서 이미 슈트르바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아졌다. 여기 오기를 진짜 잘했다, 계속 되뇌고 있었다. 좀 추웠지만 풍경이 너무 예뻐서 문제가 안됐다.

그렇게 세 대의 기차를 보내고 다시 구경을 나섰다.

큰 길가에 있던 버스정류장
길가로 나와 바라본 하이타트라스 산맥
아 참 예뻐요...

진짜 슈트르바 너무 예쁘고 좋았다. 근처에 호수가 있길래 그쪽으로도 걸어가 봤다.

근데 호수가 이미 얼어버렸다.
호수 주위의 산책로?

합쳐서 몇백명 겨우 살까말까한 작은 마을인데 너무 예쁘다.

호수까지 보고 다시 숙소 쪽으로 걸어왔다.

숙소로 가는 길
길가의 예수상

가는 길에 정류장이 있어 버스 시간표를 찍어봤다.

이 마을을 떠나려면 근처에서 가장 큰 마을인 포프라드로 가야 했는데, 다행히 대중교통이 있었고 운행도 꽤 자주 한다.

두 시가 넘어서 원래는 바로 체크인을 하려고 했는데, 조금 더 걸어가면 교회가 나온다고 해서 교회까지만 보고 들어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슈트르바 마을의 하나뿐인 교회

교회 옆에 마침 마을의 유일한 식료품점이 있어 가봤다. 웬만한 먹을거리는 반스카 비스트리차에서 다 사 왔는데 우유를 안 샀어서, 우유 한 팩만 살 생각이었다.

식료품점입니다.
내부
술도 많이 팔고

생각보다 있을게 다 있고 가격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외진 곳이라 물가가 엄청 비쌀 줄 알았는데, 대형마트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마트를 좀 둘러보고 우유 1리터를 1.1유로에 샀다. 한국보다 훨씬 싸다.

우유 사서 돌아가는 길

유럽의 겨울은 해가 너무 빨리 진다. 이때가 세 시쯤이었는데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다.

숙소에 들어가 바로 빵에 우유를 좀 먹었다. 아침에 빌라에서 사서 기차에서 먹은 빵들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못 먹어서 무척 배가 고픈 상태였다. 간단히 요기를 하니 창밖으로 해가 지는 모습이 보여서 얼른 정리를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슈트르바의 도로...

잠시 기다리니 황혼의 붉은빛이 눈 덮인 하이타트라스 산맥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때 정말 예뻤는데

배가 안 고팠으면 미리 일몰 스팟을 찾았을 텐데, 먹느라 정신 팔려서 그만 일몰을 놓쳐버렸다.

밖에서 조금 걷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풀고, 씻고 쉬다가 본격적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래봐야 있는 음식이라고는 빵, 우유, 잼, 참치통조림이라 조촐한 식사였다.

밥을 먹고 같은 방을 쓰는 브라질 친구 라파엘과 이야기를 하는데, 호스텔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두 헝가리 친구가 와서 같이 이야기를 했다. 이날 숙소에 있는 게 이렇게 넷뿐이었어서,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날 근처의 호수까지 같이 트레킹을 가기로 했다. 나도 원래 그 호수에 가는 게 목표였기에 잘 된 셈이었다. 근데 이 친구들 정말 친화력이 좋고 영어도 너무 유창해서 좀 힘들었다... 여행 다니면서 외국인들의 스몰토크 폭격에 대처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는 했는데, 대화가 길어지면 아직도 조금 힘든 것 같다. 한국 가서도 영어 회화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해서 7시쯤 일어나 아침을 먹고, 트레킹 하며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가지고 있는 게 별로 없어서 그냥 빵에 잼을 바른 게 끝이었고, 샌드위치와 같이 먹으려고 배낭에 우유까지 챙겨갔다.

8시쯤 숙소를 나서 호수까지 트레킹을 시작했다. 지도상으로는 2시간 정도 가는 길이었다. 라파엘이 길을 찾아줘서 그냥 따라서 걸어가기만 했다. 확실히 같이 등산하니까 덜 지루하고 그래서인지 빨리 걸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헝가리에서 온 두 친구는 이제 19살이라고 했는데, 그중 한 친구가 한국 드라마를 엄청 많이 본다고 했고 친구들 중에 케이팝 팬도 많다고 해서 대화소재가 많았다. 해외 다니다 보니 진짜 한국 문화산업 종사자들에게 감사하다. 덕분에 한국에 호의적인 외국인들이 정말 많고 얘깃거리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트레킹은 눈 덮인 트레일을 따라가는 길이었는데, 저번에 슈피아나 돌리나에서와 같이 길에 눈은 많이 쌓여있었지만 지나다닌 사람들이 많아 발이 푹푹 빠지는 일 없이 나름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가끔 진흙밭을 지나야 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편하게 걸어갔다.

중턱에서 잠깐 쉬는 시간에

멀리 로우타트라스 산맥이 보이고 그 아래 커다란 분지에 눈이 가득 쌓인 모습이었다. 정말 경치가 좋다.

걷다 보니 어느새 기찻길을 옆에 두고 트레일이 이어졌다.

이런 길을 따라 올라갔다.
기찻길 옆 트레일
장관이다.

슈트르바에서 이날의 목적지인 슈트렙스케 플레소(Strbske pleso)까지는 산악기차가 다니고, 이 산악기차는 하이타트라스 산맥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트레킹을 끝내고 숙소에 돌아와 이 산악기차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재밌을 것 같아서, 결국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고 다음날 이 기차를 타러 갔다.

그 뒤로도 계속 걸어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슈트렙스케 플레소 기차역에 도착했다. 한 시간 반이 조금 더 걸린 트레킹이었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어렵지 않고 눈 내린 경치도 좋아서 초심자에게도 적합한 트레킹 코스였던 것 같다.

기차역 도착

역에서 호수까지는 조금 더 걸어가야 했다.

함께 트레킹한 두 헝가리 친구들과 라파엘

슈트렙스케 플레소는 산 위에 있는 리조트 마을이었다. 근처에 스키장이 있고 하이타트라스 산맥의 몇몇 봉우리까지 바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도 있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 같다. 주민들이 사는 집은 없는 것 같았다.

슈트렙스케 플레소 마을의 풍경

스키 시즌답게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호수로 가는 길에 돌아다녀보니 마을이라기보다는 그냥 리조트 타운이었다. 완전 관광지라서 딱히 정감이 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눈 내린 모습은 예쁘기는 했다.

마침내 호수에 도착

사진으로 본 슈트렙스케 플레소 모습이 정말 예뻤는데, 막상 가보니 호수가 다 얼어있었다. 눈 덮인 산은 좋지만 얼지 않은 푸르른 호수를 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호수가 안 얼었을때는 이렇게 예쁜데
그래도 눈 덮힌 산이 더 좋기는 하다...

호수 근처에 하이킹 코스가 많았는데, 이날은 이미 슈트르바에서부터 하이킹을 한데다가 두 헝가리 소녀들은 2시 전까지 숙소로 돌아가서 체크인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그냥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산책하다 다시 숙소로 내려가기로 했다.

호수가 꽝꽝 얼어서 올라갈 수 있었다.

호수 위에 눈이 커다란 결정을 이룬 채 쌓여있었다.

이렇게 큰 눈 결정은 처음 본다. 신기했다.

호수 위에서 같이 올라간 친구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
하나 둘 셋 야!
역동적이다 ㅋㅋ

사진을 찍고 호수 주위 산책을 시작했다.

호수 근처의 뷰포인트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하이타트라스/로우타트라스 사이의 타트라스 분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뷰였다.

날씨도, 경치도 너무 좋아서 행복했다. 슈트르바에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시 호수로 돌아가서...
호수 주위에 피었던 빨간 열매. 뭔지 모르겠다.

호수가를 걷는 산책로도 좋았다. 트레킹을 더 하고 싶었는데 돌아가야 해서 아쉽기는 했지만, 눈이 너무 많이 왔어서 올라가는 길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상까지 가려면 아이젠 같은 장비가 필요하다고 하고, 먹을거리나 물을 충분히 챙겨 온 것도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 다음에 타트라스 산맥에 다시 온다면 여름이나 가을에 와서 제대로 등산을 해보기로 하고, 호수 근처에서 각자 싸 온 샌드위치를 먹고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에

슈트르바 마을에 내려오니 1시 반쯤 되었다. 가는 길에 모두 식료품점에 들렀는데, 나는 여기서 로컬 치즈에 우유 한 팩을 다시 샀다.

로컬 치즈 4유로, 우유 1.1유로

전날 저녁에 라파엘이 저 로컬치즈를 줬는데 너무 맛있어서 나도 따라 산 것이었다. 약간 페트치즈 맛이 나는데 무척 맛있다.

숙소에 돌아와 다들 각자 쉬어서, 나도 조금 쉬면서 타트라스 산악열차에 대해 알아봤다. 되게 재밌어 보여서 자원봉사하는 헝가리 친구한테 말해 숙소 1박을 연장했고, 다음날 이 열차를 타러 갈 생각이었다. 일단 슈트르바 역으로 가서 정보를 좀 알아봤다.

슈트르바 역으로 가는 길
가격
타트라스 산악열차 지도

이거 정보 찾는 게 너무 힘들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검색해 봐도 한국어 정보는 거의 안 나오고, 이걸 탄 사람은 있는데 정보가 굉장히 단편적이어서 애를 먹었다. 슬로바키아 공식 철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설명이 잘 나오긴 하는데, 막상 읽어봐도 뭔가 모호한 점이 있었고 제일 문제는 슬로바키아 번호가 없으면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정보가 필요할 한국인을 위해 타트라스 산악열차(TEZ) 타는 방법을 정리해 본다.

<하이 타트라스 산악열차(TEZ) 타는 법 정리>
(25년 12월 기준)

일단 기본적으로
https://www.zssk.sk/en/prices-and-discounts/high-tatras/

이 슬로바키아 철도청 앱을 참고하면 된다. 설명이 잘 되어있다.

타트라 산악열차는 지도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TEZ라인과 보라색으로 표시된 OZ라인으로 나뉜다. 이건 운영하는 회사가 달라서 라인이 나뉜 것이라고 한다.

타트라 산악열차의 티켓은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일회권, 블록티켓 그리고 시즌권이다. 일회권은 딱 한 번 기차를 탈 수 있는 티켓이고, 34km 이내의 구간을 한 번 이동할 수 있는 티켓으로 가격은 4유로다. 타트라 산악열차의 어느 구간이든 이동할 수 있는데, 별로 가성비가 좋지 않아 추천하지는 않는 티켓이다.

만약 일회성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저 일회권보다 블록티켓을 끊는 게 편리한데, 블록티켓은 이동거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티켓이다. 자세한 설명은 철도청 홈페이지에 나와있는데, 이것도 거의 이용객이 없는 것 같고 나도 안 타서 사실 잘 모른다.

제일 수요가 많고 가장 편리한 티켓은 시즌권인데, 위에 첨부한 가격표에 따라 시즌권을 살 수 있다. 나는 일일권(24시간)을 구매했는데, 이건 메인 기차역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데 내가 알기로는 슬로바키아 전화번호가 필요하다. 지도상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역(Strba, Strebske pleso, Stary smokovec, Poprad-tatry, Tatranska lomnica)에서 현장구매가 가능한데, 티켓부스에서 사면된다. 일일권을 사면 24시간 동안 자유롭게 열차를 탈 수 있고, 구매한 역에 관계없이 TEZ, OZ라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까 중간에 내렸다가 다시 타는 것이 자유롭다. 타트라스 산맥을 관광하려면 이 옵션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만약 타트라스 산맥의 산장 마을에 숙박한다면 이 티켓을 끊고 하루 묵었다가, 24시간이 되기 전에 다시 이 티켓을 이용해 포프라드나 슈트르바로 내려오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역에서 현장구매를 하면 1유로의 수수료가 붙는데, 나는 방법을 몰라 수수료를 내고 7유로에 구매했다. 그런데 일단 표를 사지 않고 기차에 타도

기차 안에 이렇게 현장 구매할 수 있는 티켓 창구가 있다. 당연히 수수료 없이 6유로고,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 혹시라도 일일권을 사실 분들은 역에서 구매하지 말고 일단 티켓 없이 기차에 탄 뒤 기차에서 일일권을 구매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기차 안에서 판매하는 티켓은 일일권뿐이고, 일회권과 블록티켓은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슈트르바 역에 가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겨우 대충 감을 잡았다. 결론은 다음날 포프라드에 가서 일일권을 구매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포프라드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서 타트라스 산악열차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슈트르바로 돌아올 계획을 세웠다.

그 후로 슈트르바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추운 밖에서 손발이 얼었을 때 하는 더운 샤워가 정말 기분이 좋았다.

샤워를 하고 조금 쉬다가 네 시쯤 다 같이 영화를 봤다. 호수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좋아하는 영화 얘기가 나와서 다들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헝가리 친구들이 한국 영화를 추천해달라길래 기생충을 이야기했더니 둘 다 안봤다는거다. 라파엘은 본 적이 있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고 해서, 저녁에 숙소의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같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를 보려는데 넷플릭스에 기생충이 없어서 내 유튜브 계정을 연결했다. 예전에 할인했을 때인가, 기생충을 구매했어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영화봤다.

오랜만에 봐도 정말 재밌었다. 특히 헝가리 친구들이 막 호들갑을 떨면서 재밌게 보길래 웃겼다. 다시 봐도 참 잘 만든 영화다. 영어 자막으로 보니까 확실히 한국어판이랑 다른 점이 느껴졌는데, 봉준호 감독이 의도한 그 '한국스러운' 느낌을 나만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아쉬웠다. 한국에서 나온 좋은 영화라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라는 걸 알았다. 한국 영화계가 좀 잘 성장해야 할 텐데...

영화를 보고 이날도 전날처럼 참치캔, 빵, 우유, 잼에 로컬치즈를 곁들여 먹었다. 저녁 먹고 또 이야기하다가 내일 내 계획을 말하니까 다들 재밌어 보인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사실... 다들 좋은 친구들이고 이 친구들이랑 노는 게 재밌기는 하지만 점점 기가 빨렸는데, 큰일 났다 싶었다. 다행히 라파엘이 지도를 이리저리 찾아보더니 트레킹 코스가 있다고, 이걸 가보자고 했는데 이때다 싶어서 나는 힘들어서 그냥 기차만 타겠다고 했다. 헝가리 친구들은 라파엘과 함께 트레킹을 간다고 해서 포프라드까지만 같이 가고 그 뒤로는 나는 따로 다니기로 했다. 혼자서 음악 들으면서 걸어 다니는 휴식이 필요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해가 짧아지다 보니 요즘 점점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게 된다. 이날도 9시 반쯤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다음날 약속시간에 맞춰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서기로 했다.

숙소 호스트가 자원봉사하는 헝가리 친구들에게 호스텔 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해서 버스를 타지 않고 호스텔 차를 타고 포프라드까지 갈 수 있었다.

차에 성에가 끼어있어서
츨발하기 전에 일단 성에를 긁어냈다.

어릴 때는 겨울에 이렇게 부모님 차 앞유리의 성에를 긁어내고는 했었는데,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하고 난 뒤에는 이런 기억이 없다. 정말 오랜만에 자동차 성에를 긁어보는 것이어서 괜스레 옛 생각이 났다.

성에를 다 긁어내고 차에 올라 다 같이 포프라드로 향했다. 운전은 라파엘이 했다.

안개낀 슈트르바

이날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가 정말 심해 운전이 무척 위험해 보였다.

그래도 포프라드에 가까워지니 안개가 조금 걷혔다.

포프라드는 하이타트라스 산맥 근방에서 가장 큰 도시로, 대형마트도 있고 기차역도 꽤 크다. 보통은 포프라드를 거점으로 타트라스 산맥을 관광하는데, 여기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없어서 슈트르바에 묵었던 것이다.

안개가 짙어 운전이 힘들었을 텐데 다행히 안전하게 포프라드에 도착했다. 포프라드 기차역 근처에 주차를 하고, 세 친구는 바로 기차역으로 갔다. 나는 어차피 혼자 다닐 생각이었고, 다음날 폴란드의 크라쿠프로 가는 버스표를 사야 했어서 인사를 하고 기차역 근처의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포프라드 버스터미널

티켓창구에서 다음날 크라쿠프로 가는 버스 티켓을 샀다. 온라인으로는 13유로였는데 현장에서 구매하니까 14.2유로였다. 보통은 온라인이 더 비싼데 슬로바키아는 현장 수수료가 더 세다... 게다가 아침에 출발하는 버스도 없어서 오후 4시 5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했다.

티켓을 구매하고 근처의 대형마트 빌라에 들러 먹을거리를 조금 샀다. 반스카 비스트리차에서 샀던 식료품이 거의 다 떨어져서 빵, 참치통조림을 다시 사고 요거트와 감을 샀다. 감이 제철이라 할인을 하고 있었는데, 하나에 겨우 0.5유로였다. 정말 유럽 과일물가가 너무 착하다.

여기에 더불어 오랜만에 크루아상과 라즈베리파이를 샀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먹을 생각이었다.

대형마트에서 식료품 쇼핑을 하고 바로 포프라드 기차역으로 가서 타트라스 산악열차 일일권을 샀다. 난 현장 수수료 1유로를 냈지만 다른 분들은 꼭 기차 안에서 티켓 구매해서 돈 아끼시길...

포프라드 기차역 내부
포프라드 기차역
기차역은 항상 멋지다.
내가 탈 타트라스 산악열차

나는 조금 기다려 10:36 기차를 탔다. 보니까 매시 36분에 포프라드 기차역을 출발하는 것 같다.

기차 내부
엄청 따뜻하다.

기차에 타서 음악을 들으며 빌라에서 산 크루아상과 라즈베리파이를 먹었다. 기차에서 먹는 간식은 왜 그리 맛있나 모르겠다.

기차 출발

포프라드는 그래도 안개가 좀 적었는데 산으로 들어가니 안개가 너무 자욱해졌다.

ㅠ.ㅠ

20분 정도 달려 첫 번째 목적지 Stary Smokovec 기차역에 도착했다.

안개 보세요
뭐가 하나도 안 보인다.

여기서 기차를 하나 갈아타고 TEZ라인의 끝인 Tatranska Lomnica 역으로 출발했다. 기차 시간표가 잘 짜여서 바로 환승할 열차를 탈 수 있다.

기차를 갈아타고 다시 15분쯤 달려 Tatranska Lomnica에 도착했다.

도착
안개가 너무 짙다...
기차역

원래 여기 경치가 참 좋다고 했는데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였다. 아쉬운 대로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한 시간 뒤에 오는 다음 열차를 타고 다시 Stary Smokovec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스키 상점
마을의 공원

안개 때문에 공원이 무척 을씨년스러웠다.

귀신 나올 것 같다.
원래 이렇게 트레킹 코스가 많은 곳인데

나중에 꼭 여름이나 가을에 와서 트레킹을 해보고 싶다. 몬테네그로에 이어 나중에 다시 오고 싶은 곳이 또 생겼다.

안개 좀 치워주세요
스키 뮤지엄도 있는데 주말에만 연다.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려 지도를 찾아보다 케이블카 정류장이 있는 걸 보고 그쪽으로 가봤다.

지옥 아니라 케이블카 정류장 찾아가는 길
도착
뭐 아무것도 안보인다.

한창 성수기인데 안개 때문인지 사람이 하나도 안 보였다. 운영도 안 하고...

마을을 한 바퀴 도는데 20분 정도밖에 안 걸려서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기차역 옆의 바에서 맥주나 먹으면서 기다릴까 했는데 기차역 뒤편에 꽤나 큰 마트가 있었다. 이 외진 곳에 마트가? 놀라서 들어가 봤다.

슈트르바의 마트보다 훨씬 크고 좋다.
무려 과일도 있고
심지어 베이커리까지

가격도 도시랑 거의 차이가 없었다. 사실 여기까지 도로가 잘 되어있기는 하지만 Tatranska Lomnica 마을도 리조트 마을이라 물가가 좀 비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마트를 구경하다가 맥주 한 캔을 사서 나왔다.

기차 기다리면서 낮술 ㅎ

마침 포프라드에서 사 온 감과 함께 먹었다.

감이 아주 실해요

감이 꽤 달고 맛있기는 한데 내 생각엔 한국 단감이 좀 더 맛있다. 그런데 저 Saris 맥주가 아주 요물이다. 진짜 유럽 맥주는 왜 이렇게 맛있을까? 보리랑 홉 맛이 너무 잘 느껴지고 향이 좋다. 고소하기도 하고... 그냥 너무 맛있었다. 게다가 단돈 0.9유로니까 1500원.

맥주를 먹다 보니 생각보다 열차가 일찍 와서 열차 안에 들어가서 맥주를 마셨다.

이래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다시 온 길을 달려 Stary Smokovec 기차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도 잠시 내려 마을을 둘러봤다.

도착
여전히 안개가 자욱했다.
역사

이 마을에는 맵스미에 표시된 뷰포인트가 있었다. 분명 뷰가 예쁠 텐데, 어차피 안개 때문에 안 보일 것 같아서 갈까 말까 하다가 할 것도 없는데 그냥 가보자 싶어 산을 조금 올라갔다.

역시 눈덮힌 길

얼마 안 걸려 뷰포인트에 도착하긴 했는데 역시 아무것도 안보였다.

음...

그래서 그냥 돌아가려는데 근처에 조형물이 있는 것 같아 지도를 따라가 봤다. 조금 걸어가니 예수의 일대기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연작이 나왔다.

이런 것들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가는 길에 있어서 쭉 따라가며 사진을 찍어보았다.

구글맵 검색하니까 이렇게 나왔다.

보니까 내가 반대로 걸어간 것 같다. 이 조형물들을 따라가면 내가 본 멋진 뷰포인트가 나오는 구조였는데, 나는 다른 길로 찾아가서 뷰포인트를 본 뒤 이 조형물들을 마주친 것이었다. 날씨 좋은 날 따라가면 또 다른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난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Stary Smokovec 마을은 타트라스 산악열차가 지나는 마을 중 가장 큰 마을이라 실제 거주민들도 있고, 마을 가운데에 교회도 있었다.

교회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옆에서

교회 근처에는 케이블카 정류장이 하나 더 있다. 여기는 이날도 운영 중이었다.

케이블카 타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날씨에 왜 케이블카를 타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썰매타는 아이들도 있고

Stary Smokovec 마을도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와 Strebske pleso로 가는 기차를 기다렸다. 마을을 돌아다니고 산악열차를 타다 보니 날씨가 참 아쉬워졌다. 이 열차에 대해 미리 알았으면 날씨가 좋았던 전날 이걸 탔을 텐데, 하고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아쉬움이 있어서 나중에 다시 오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Strebske pleso로 가기 위해 점점 고도를 높이다 보니 어느새 열차가 안개를 뚫고 올라와 있었다.

너무너무너무 신기했다.
마치 구름을 뚫고 나온 것 같았다.

고도가 높아지니 하늘은 맑아지고, 저 밑으로 안개에 뒤덮인 타트라스 분지가 보였다. 너무 신기하고 경치가 예뻤다. 후회했던 마음이 싹 사라지고 창밖만 보면서 달렸다.

날씨도 맑아졌고 안개도 없겠다, Strebske pleso 바로 전 역인 Popradske pleso 역에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걷기 시작
기차를 떠나 보내고
안개가 사라지니 드디어 나타난 하이타트라스

원래 Popradske pleso 기차역에서 내리면 동명의 호수 Popradske pleso로 가는 트레일이 있어 붐비는 곳인데, 사람이 없어서 의아했다. 알고보니 눈이 많이 내려 위험해서인지 트레일이 막혀있었다.

이 길이 호수로 가는 길인데, 명목상 막혀있기는 하다.

나는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기도 한데다가 위험하게 트레킹하고싶지는 않아서 바로 Strebske pleso로 향했다.

기찻길을 지나

걸어가는 길이 정말 장관이었다.

미친거 아닌가요

한 30분정도 걸어 Strebske pleso에 도착했다.

도착!

다시 전날 갔던 호숫가로 걸어가니 저무는 주홍빛 햇살을 받은 산들이 빛나고 있었다.

분위기가 좋다.
멋지다...

해가 지는 방향으로 가보니 전날 방문했던 뷰포인트 쪽이었다. 뷰포인트에서는 안개로 뒤덮인 타트라스 분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평생 이런 광경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안개 위에 올라 맑은 하늘을 보는 것이었다.

이게 다 안개...

게다가 해는 점점 저물며 노을이 나타나고 있었다.

엉엉
점점 붉어지고
마침내
정말 시뻘겋게 타올랐다.

이날 본 노을은 정말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붉었다. 갤럭시 자동 보정만 된 사진인데, 정말 저것보다도 더 붉게 타올랐다. 하늘의 구름에 반사된 빨간 황혼빛이 너무 예쁘고 장관이었다. 자리를 떠날 수 없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 순간 슈트르바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멋진 여행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으로 도저히 그때의 풍경을 담을 수가 없다. 정말 너무 좋았다. 타트라스 산악열차를 이 날 타서 다행이었다.

해가 지는 모습을 끝까지 보고 4시 47분 열차를 타고 Strebske pleso에서 Strba로 돌아왔다.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시 47분 열차가 출발한다.

숙소에 돌아와 씻고, 아침에 포프라드에서 산 먹거리로 저녁을 먹었다. 요거트와 감을 같이 먹으니 정말 잘 어울렸다. 그 뒤로는 이날 나와 다른 길을 간 세 친구와 하루종일 한 것들을 이야기하다가, 침대에서 유튜브를 보다 잠에 들었다.


슬로바키아에 와서, 이 시기에 슈트르바를 여행해서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너무 멋진 여행이었다. 강추하고 싶은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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