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1. ~ 25.12.13.
포즈난 버스 터미널에서 11일 오후 1시 15분에 출발한 버스는 당일 오후 6시 20분경 폴란드 북부의 항구도시, 그단스크에 도착했다.

오후 4시면 해가 지는 폴란드의 겨울, 6시 반이면 이미 깜깜한 시각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무거운 배낭을 매고 숙소까지 약 20분을 걸어갔다. 가는 길이 좀 으슥하기는 했지만 혼자 걸어다니는 사람이 몇 있었다. 폴란드로 그렇고, 동유럽 국가에서는 밤에 길을 걸으며 딱히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특히 나는 싼 숙소를 찾아다니느라 관광지를 벗어난 곳도 많이 돌아다녔는데 이랬으니, 잠깐 관광을 즐기러 오는 관광객이라면 나보다도 더 안전하다고 느낄 것 같다.
체크인을 하고, 먹을거리를 사러 근처에 있는 알디에 갔다.

숙소가 한적한 동네에 있기는 하지만 나름 번화가랑은 가까워서 10분정도 걸으니 마트에 도착했다. 저녁인데다 메인 거리가 아닌데도 걸어다니는 사람이 꽤 많았다. 장을 보기 전에 근처를 조금 둘러봤는데, 시간도 늦어진데다 배가 많이 고파서 야경 구경은 다음날로 미뤄뒀다.
요즘 슈퍼마켓에서 파는 버팔로윙 혹은 닭고기 구이를 먹는 것에 맛들렸는데, 버팔로윙 450그람에 단돈 12즈워티, 닭고기 구이는 비슷한 무게에 15즈워티라 싸고 맛있다. 이날도 버팔로윙을 사고 빵, 요거트를 고른 뒤 지비에츠에서 내놓은 흑맥주가 있길래 한 번 골라봤다. 근데 진짜 오랜만에 신분증 검사를 받았다 ㅋㅋㅋ
숙소에 들어와 씻는동안 맥주를 냉동고에 넣어두고, 버팔로윙과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아쉽게 호스텔에 맥주잔은 없어서 최대한 큰 잔을 찾아 따라먹어야 했다. 그런데 흑맥주가 너무 깔끔하고 고소하니 맛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기네스보다도 훨씬 맛있었다. 집에서 맥주 먹을 때 기네스 흑맥주를 자주 마셨었는데, 이거 정말 맛있었다.

일반 지비에츠보다 50프로 정도 더 비싸고 도수도 9.8도나 된다.
이거 먹고 밤에 좀 힘들었어서 그 뒤로 쭉 맥주를 안 먹고 있다. 유럽 와서 맛있다고 현지 맥주를 거의 매일 먹는 것 같은데... 조금은 줄여야 할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8시 반에 제공되는 조식을 기다렸다. 조식 먹고 바로 나가려고 준비 다 해놓고 주방으로 가서 차를 마시려는데, 우락부락하게 생긴 아저씨 한 명이 오징어게임3를 틀어놓고 보고 있었다.

저녁에 들어와보니 임시완이랑 이정재 둘이 남아서 싸우고 있던데, 하루 종일 이것만 봤나보다.
아침은 먹을만했다.

체리잼이 나왔는데 생각보다는 맛이 없었다. 여기에 전날 샀던 토마토와 요거트를 같이 먹었다.
아침을 먹고 본격적으로 그단스크 구경을 시작했다. 발트해의 항구도시이자 폴란드 해상물류의 1/3을 책임지는 그단스크는 중세부터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과 프로이센의 주요 항구도시로써 번영했다. 그단스크라는 이름은 몰라도 단치히는 들어본 사람이 많을텐데, 1939년 독일이 이 단치히를 시작으로 폴란드를 침공하며 2차대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단치히라는 이름만 알고 있어서 이 도시가 오래전부터 프로이센과 게르만족의 도시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도시 '그단스크'로서의 역사가 더 오래되었다고 한다. 2차대전에 대한 책임과 징벌로 그단스크를 독일에게서 빼앗아 폴란드에 할양된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는데, 폴란드가 본래 자신의 것이었던 그단스크를 되찾은 것이었다.
13세기부터 폴란드 연방의 가장 중요한 항구도시이자 한자 동맹의 주요 도시로 기능했던 그단스크는 18세기말의 폴란드 분할에 의해 프로이센의 영토가 되었고, 이후 독일인의 유입과 폴란드인의 유출로 '독일화'되었다고 한다. 1차대전 이후 폴란드에게 주어진 바다로의 접근권 때문에 폴란드 회랑이 생겼고, 단치히는 폴란드 회랑과 독일의 월경지 사이에 끼어 자유시로서 존재했다.

자유시... 그냥 도시국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느 국가에도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 시가 자유시라고 이해해도 될 것 같다.
단치히가 자유시가 된 것은 폴란드 회랑과 관련깊다. 위의 사진을 보면 단치히가 없어도 폴란드는 회랑을 통해 바다와 연결되어 있지만, 바다를 접할 뿐 항구도시가 없어 단치히를 통제하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내륙국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항구도시를 새로 건설하려면 철도와 항만을 놓는 등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폴란드로서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단치히의 항구가 필요했다. 그런데 문제는 단치히 인구의 절대 다수가 독일계였다는 것이다. 1차대전 이후의 민족자결원칙에 의하면 단치히는 독일의 영토로 남아야했다.
이런 상황때문에 단치히는 독일의 영토도 폴란드의 영토도 아닌 자유시로 남았으나, 철도와 항만이 폴란드에 의해 관리되고 폴란드가 세관을 통제하는 등 명목상으로만 자유시일 뿐이었다. 독일인이 다수인 단치히 시에서는 이에 대해 불만이 많았고, 따라서 폴란드는 단치히 북부에 그디니아라는 항구도시를 건설 중이었으나 여전히 단치히는 사실상 폴란드의 통치를 받고 있었고, 심지어는 폴란드의 군대까지 주둔해 있었다.
나치당 집권 후 독일민족의 레벤스라움을 주장한 히틀러에게 단치히는 되찾아야 할 영토였다. 무엇보다 단치히 회복은 독일 본토와 단절된 동프로이센과의 육로를 연결하는 첫 걸음이었다. 거기에 폴란드의 압제에서 독일인을 구출한다는 명분까지. 그렇게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 회랑 반환을 요구하며 단치히를 침공했고 2차대전이 시작된 것이다.
2차대전 이후 과거로부터 폴란드 연방의 도시였던 단치히는 신생 폴란드 공화국에게 귀속되었고, 다시 그단스크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프로이센 시절에도 중요한 항구로서 기능한 단치히는 지금까지도 북부의 그디니아와 함께 폴란드의 가장 중요한 항만 중 하나로, 항만, 조선소 등이 운영되고 있어 각종 해양산업의 중심이라고 한다.
역사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하여튼 숙소를 나서서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은 그단스크 조선소였다.

지도에서 빨간색으로 체크한 곳이 내 숙소였고, 파란색 원으로 표시된 곳이 그단스크 올드타운이다. 올드타운으로 가기 전 숙소 근처의 조선소를 둘러보고 갈 생각이었다. 조선소는 보통 국가중요시설이라 근처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고 경비가 삼엄한 것 같은데, 구글 리뷰를 살펴보니 조선소 곳곳을 찍어둔 포토리뷰가 많아서 여기는 괜찮나보다, 생각하고 구경을 갔다.


그단스크에 오기 전 네이버 블로그를 찾아보니 그단스크 올드타운은 엄청나게 아름다워보였는데, 조선소 쪽은 무척 황량했다. 하늘도 어두워서 좀 스산하기까지 했다.


이곳저곳 둘러보다보니 강 한 가운데에 있는 조선소는 현재 운영중인 곳으로, 다리에 경비가 있어 일반인은 그곳에 들어갈 수 없지만 다리를 건너지 않은 육지쪽 강가에 옛 조선소 부지가 있고, 이곳을 일종의 관광 코스로 개발해 둔 것임을 알게됐다. 나름 찾아오는 관광객이 조금 있었다.


이곳을 좀 둘러보다 조금 더 리얼한 조선소를 보고싶어서 다른 곳을 찾아갔다.

지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처음 내가 갔던, 관광 코스로 개발된 옛 조선소 부지였고 파란색으로 표시된 곳은 현재에도 조선소로 운영되고 있는 곳 같았다. 최종목표는 제일 위쪽에 핀으로 고정해 둔 장소까지 가는 것이었다.

가는 길에 옛 조선소 부지를 활용해 카페, 식당을 차린 곳들을 지나갔다. 성수동 느낌으로 저녁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도 같았다.


걸어가기에는 좀 멀긴 했는데 대중교통 타는 법도 모르고 어차피 버스나 트램을 타더라도 한참 걸어야 했어서 그냥 걸어갔다.
걸어가다보니 진짜 조선소가 나왔다. 여기는 지금도 조선소로 사용되고 있어서 인부들이 일하는 모습과 배를 볼 수 있었다.

옆에서도 보려고 길을 찾아가니 여기는 담을 쌓아 아예 시선을 차단했다.


찾아보니 조선소에서 일어난 사고의 희생자를 기리는 곳이었다.
계속 가다보니 담장이 없는 구간이 하나 있었다.

원래 목표까지 가려다가, 점점 외진 곳으로 걸어가기도 했고 혹시 간첩으로 의심받는건 아닌가 싶어 그냥 다시 돌아갔다. 올드타운으로 가기 전 옷을 너무 두껍게 껴입고 나온 것 같아 숙소에 들러 옷을 두고 나왔다.


숙소에 옷을 두러 가는데, 가는 길에 멋진 기찻길이 보였다. 이때 화장실도 급했어서 일단 숙소를 먼저 갔다가, 기찻길이 보이는 다리를 다시 찾았다.

이곳에서 기차를 몇 대 보내며 사진을 찍었다. 기차가 꽤 자주 다녀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철도와 기차역이 참 멋지다.
이후 바로 올드타운으로 가려다가, 아침에 찾았던 옛 조선소 부지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것 같아 그곳을 다시 찾아갔다.









폐허가 된 느낌이 나름 나쁘지 않다. 여행을 떠나기 전 사진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사진찍는게 재밌다. 카메라라도 하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예 폐허가 된 부지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한쪽에서 배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요트같이 작은 개인용 배들이어서 딱히 촬영을 제지하지도, 출입을 금지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조선소 부지를 나와 올드타운 쪽으로 걸어가니 식당, 카페가 많이 보였다. 이쪽 주위가 전부 과거에 조선소 등 산업용으로 이용되던 건물들인데, 요즘은 이 건물들이 상업적 용도로 바뀌어 카페, 식당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정말 마치 성수동을 보는 느낌. 이런걸 보면 세계적으로 비슷한 감성이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아침의 조선소 구경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그단스크 올드타운 관광을 시작했다. 산업단지에서 올드타운까지는 강을 따라 걸어가면 됐다.

그단스크에 있는 2차대전 박물관은 조금 더 특별하지만, 요즘은 유튜브 등지에도 워낙 좋은 컨텐츠가 많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박물관은 너무 힘들기도 하고...

독일이 침공하고 단치히로 들어오는 입구인 베스테르플라테 요새가 함락되자 방어군은 우체국에 모여 최후의 항전을 했다고 한다. 우체국 건물은 폐허가 된 이후 다시 지어져 지금은 전쟁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당시에는 임시휴관 중이었다.

여행을 다니며 폴란드의 역사에 대해 읽을수록 참 풍파가 많다는걸 느낀다.

조선소 부지에서 20분 정도 걸어 그단스크 올드타운에 도착했다.

그단스크 지역은 예로부터 호박(amber)이란 보석이 많이 생산됐다고 한다. 그래서 구시가지 곳곳에 호박으로 장식한 장신구들을 팔기도 하고, 호박박물관도 있다. 그단스크 올드타운의 끝에 있는 대관람차의 이름도 앰버아이다.

그단스크 올드타운은 운하를 중심으로 세워졌다. 완전히 인공적으로 만든 운하는 아니고, 비스와 강의 하류가 발트해로 빠져나가는 출구를 확장해 배가 다닐 수 있는 넓이로 만든 것 같다.
중세 폴란드 연방의 항구도시로 기능할 때 네덜란드계 상인이 그단스크로 많이 유입되었고, 이 때문에 네덜란드 르네상스풍으로 시가지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2차대전 이후 그단스크 올드타운은 이때의 모습을 기반으로 복구되었고, 그래서 네덜란드풍으로 잘 꾸며져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암스테르담과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해보려 네덜란드에 가보고 싶어졌다.


마침 운이 좋아 커다란 배가 지나가는 모습을 봤다. 배의 출입을 위해 도개교가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봤는데, 이때 이후로는 도개교가 열린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운하를 오가는 배는 대개 높이가 무척 낮은 배인데, 이때 본 것만 커다란 배였다. 운이 좋았던 셈이다.

사진 왼쪽, 폴란드 국기 뒤의 노란 건물은 국립해양박물관이라고 한다.

이것도 이후로 본 적이 없다. 다리를 돌려야 할 정도로 큰 배가 지나가는게 자주 있는 이벤트가 아니었나보다.

운하를 따라 걷다보면 이런 골목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처음 마주한 골목에서 탄성이 나왔다. 정말 너무 예뻤다. 발트해의 진주라고 불린 이유가 있다. 중근세 모습을 재현한 것이라는데, 그 당시 이런 모습이었다면 도대체 얼마나 부유한 항구도시였던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한쪽은 중세 르네상스풍 건물이, 한쪽은 그 건물을 모티브로 삼아 지어진 현대적 건물들이 마주보고 있었다.



이 문을 통과하면 그단스크 최대의 번화가, 드워가 거리가 나온다.

폴란드어로 드워가는 '길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날씨가 흐린게 너무 아쉬웠다. 네이버 블로그를 보면 한여름 해가 쨍쨍하고 푸르른 하늘일 때 그단스크가 정말 아름답던데. 그단스크를 걸어다니면서도 역시, 나중에 여름철에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름철에는 옛 시청의 전망대가 개방된다고 한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보는 그단스크 풍경이 정말 예쁠 것 같다.


이런 느낌의 거리가 완전 내 취향이다.

저 거대한 성당은 16세기 초 그단스크기 번영할 때 지어진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유럽 어느 도시를 가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다. 얘네들은 크리스마스에 너무 진심인거 아닌가 싶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지나 길을 건너면 그단스크 올드타운의 서쪽 끝을 마주한다.

왼쪽의 탑은 방어용 탑이었던 것을 현재는 고문 박물관으로 사용중이라고 하고, 오른쪽 건물에는 폴란드 국립은행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단스크 올드타운 서쪽 경계 지나서는 커다란 쇼핑몰이 있다. Forum Gdansk라는 쇼핑몰인데, 규모가 상당하다.


쇼핑몰 내부에 운하가 흐른다. 실제로 지도상에는 이 물이 그단스크 운하까지 연결되어 있다.
다리도 아파서 쇼핑몰 벤치에 앉아 좀 쉬다가 이리저리 구경을 했다. 그냥 쇼핑몰.
이후 밖으로 나왔는데, 전부터 추웠지만 따뜻한 곳에 있다 나와서 그랬는지 너무 추웠다. 정말 귀찮았지만 너무 추워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 아침에 벗어두고 온 깔깔이를 챙겨입었다. 숙소까지는 15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그단스크 중앙역을 봤는데, 무척 멋졌다. 옷을 껴입고 온 뒤에 다시 올 생각을 했고, 숙소에 들른 뒤 다시 찾았다.

건축물들이 어쩜 이렇게 다 예쁜지 모르겠다.

바로 옆에 KFC가 있었는데, 마침 1시가 넘어 슬슬 배가 고팠어서 그냥 들어갔다.

더블징거버거를 시켰다. 가격은 25즈워티니까 만 원이다.

징거버거인데 패티가 좀... 너무 얇았다. 더블징거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한국 KFC 징거버거의 두툼한 가슴살 패티를 좀 본받아야 할 것 같았다. 그냥 징거버거도 20즈워티라 8000원 정도인데, 한국보다 더 비싸게 받으면서 퀄리티는 더 별로다. 한국 가면 버거킹 KFC 해야지.
햄버거 먹고 나와서 다시 그단스크 올드타운으로 갔다.




폴란드가 정말 볼 거리가 많은 것 같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외면받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너무 좋은 여행지인데.

지금은 리모델링중이라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올드타운으로 돌아와 성모 마리아 성당 안으로 들어가봤다. 그런데 여기도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내부에 페인트 냄새가 나고, 망치질 소리도 자주 들려와서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구글 리뷰를 보니 5년 전에도 공사중이었다는 리뷰가 있는데, 설마 아직까지 같은 공사를 하고 있는건가?


공사중이길래 대충 둘러보고 나가려는데 한쪽에 전망대 티켓을 팔고 있었다. 일반 요금은 20즈워티, 할인 요금은 10즈워티였다. 가격도 싼데다가 딱히 할 게 없어서 가봤늨데 나는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아니 근데 왜 학생증 검사를 안하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10즈워티만 내고 티켓을 샀고, 계단을 올라 전망대로 갔다.



바닥에 50개마다 오른 계단수가 써져있었다. 계단 오르는게 생각보다 힘들다. 400개를 오르고 몇 계단을 더 오르면 전망대에 도착하는데, 전망대가 생각보다 좁다. 그렇지만 뷰는 정말 최고.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다.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는 뷰였다. 사람이 많아서 이리저리 피해가며 사진을 찍었고, 사진을 다 찍고 나서는 이어폰을 꺼내 음악을 들으면서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돈 10즈워티에 즐기는 행복이었다.

이때 마침 하늘이 조금 개어서 더 예뻤다. 새파란 하늘이었다면 얼마나 예뻤을지...





한참 둘러보고 다시 계단을 내려왔다. 올라가는 계단이랑 내려가는 계단이 구분되어 있다.
다시 성모 마리아 성당으로 돌아와 안쪽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성모 마리아 성당을 둘러보고 나와서 안 가본 거리들을 돌아다녔다.




이것저곳 걷다가 대충 다 본 것 같아서 다시 드워가 거리로 돌아갔다. 그단스크 올드타운도 그렇게 큰 편은 아니라 조금 많이 걸어다니면 하루면 다 볼 수 있는 느낌이다.




운하 건너편은 안가봤어서 그쪽으로 넘어갔다.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면서 해가 저물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왔던 길을 되돌아서 숙소로 갔다.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다음날도 있어서 이곳저곳 야경을 보러 다니지는 않았다.
씻고 저녁먹으니 7시 정도 되었는데, 하루 종일 너무 많이 걸어다녀서 그런지 8시쯤부터 너무 잠이 왔다. 결국 못참고 8시 반도 안되어서 잠에 들었다. 여행 다니니까 하루 패턴이 되게 단조로워지고 하도 많이 걸어서 그런지 밥때가 되면 엄청 배가 고프다. 잡생각도 싹 사라지고... 몸은 고되지만(ㅋㅋ) 정말 휴식한다는 기분이 든다.
다음날 일어나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 한 뒤 짐을 맡겨두고 호스텔을 나섰다. 그단스크에는 하루 더 머물러야 했는데, 이날 호스텔이 풀부킹이었어서 어쩔 수 없이 호스텔을 옮겨야했다. 다행히 새로 잡은 호스텔도 나쁘지 않아 보였고, 무엇보다 올드타운에서 정말 가까웠다. 그래서 호스텔을 옮긴 뒤 야경을 볼 생각이었다.
웬만한 그단스크의 구경거리는 전날 본 터라 이날은 그단스크 근교의 소포트(sopot)라는 도시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단스크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면 20분도 안되어 도착하고, 소포트까지는 매10분마다 통근열차(SKM)가 있는데다가 요금도 왕복 13즈워티로 저렴해서 그단스크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역 안으로 들어가 티켓을 구매하고, 지하보도를 통해 플랫폼 3번을 찾아 소포트로 가는 SKM열차를 기다렸다.


기차에 오르니 빈자리가 꽤 많았다. 주말이기도 하고 비수기인 겨울이라 관광객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소포트로 가는 길도 예뻤다. 계속해서 여름이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단스크 외곽은 또 올드타운과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확실히 산업도시라는게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20분도 안걸려 금새 소포트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는 그대로 그디니아까지 간다. 그단스크, 소포트, 그디니아를 묶어 폴란드 북부의 Tricity라고 한다는데, 그디니아는 완전 항만뿐이라 관광거리는 거의 없다고 한다.



기끔씩 이런 조그마한 마을에 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 좋았다.






소포트의 중앙거리는 무척 조그마하다. 거리 끝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사실 여기만 보면 다 본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 오면 다 도착한 것이다.




주위를 좀 둘러보다 성 조지 성당으로 들어갔다.

중앙거리라고 해도 번화한 느낌은 없었다. 여름에는 해수욕을 즐기러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데, 그때는 또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좀 걸어가면 소포트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이 나온다.

크시비 도메크라는 이름 자체가 '기울어진 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스웨덴인가? 어느 작가의 동화책에서 영감을 받고 지어졌다는데, 나도 네이버 블로그에서 봤지만 '죽기전에 봐야하는 세계의 건축물 1001'이라는 책에 소개되기도 했단다. 죽기 전에 할 것도 참 많다.
내부에는 푸드코트와 카페가 있는데, 11시부터 오픈이라 일단 지나갔다.


모래사장이 넓어 해수욕장으로 인기가 많을 것 같았다.




그냥 평범한 바다일 뿐인데, 인생 처음으로 마주하는, 어쩌면 인생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발트해라고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싱숭생숭했다. 발트해라고 하면 내 인생과는 거리가 먼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는데, 거기에 와서 파도소리와 새소리를 듣고 있자니... 뭔가 신기하면서도 이상했다. 내가 다시 이곳에 올 일이 있을까?

그단스크에서는 가끔 동양인이 보였는데, 여기에서는 정말 동양인을 한 명도 못 봤다. 어딜가나 시선집중되는 이 느낌...

해변 한쪽에서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가족이 있어 각종 새가 많이 모여 있었다.

제미나이한테 물어보니까 백조라고 한다. 야생의 백조는 처음 본다.

백조 옆에는 갈매기, 비둘기, 청둥오리 등 다양한 새들이 있었다.



소포트의 나무 부두는 유럽에서 가장 긴 목재 부두라고 한다. 얘네들도 ~에서 제일 ~한 이런거 참 좋아해.
구글리뷰에는 입장료를 내야한다고 적혀있었는데 이날은 그런거 없이 그냥 들어갈 수 있었다.


말그대로 엄청 길기는 했다.


부두 산책하다가 너무 추워져서 얼른 육지로 돌아갔다.
슬슬 그단스크로 돌아가려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아까 본 특이한 건물, 크시비 도메크 안에 들어가봤다.

푸드코트와 카페같은게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도 k-food가 진출해 있었다.

바로 기차역 가기는 아쉬워서 둘러보다가 덴마크판 다이소라는 플라잉 타이거가 있어서 잠깐 구경했다.

예전에 잠실롯데몰에서 이런 비슷한 가게를 몇 번 구경했던 것 같은데. 그게 이건가?
하여튼, 약 두시간 반 정도 소포트를 구경하다 다시 그단스크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갔다. 소포트에서 그단스크로 가는 기차는 역에서 티켓을 구매한 뒤 플랫폼에 가기 전에 있는 펀칭머신에서 반드시 티켓을 유효화하고 가야한다.

이거 안하고 타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나도 모르고 있다가 기차 올 때까지 심심해서 티켓을 읽어봐서 알게 됐다. 그런데 나는 가는 길 오는 길 모두 검표를 안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그단스크 중앙역에 도착했다.
아직 호스텔 체크인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전날 못 봤던 조선소 근처의 명물을 찾아갔다. 조선소 부지만 세 번째 가는 것이었다. 처음 갈 때 좀 제대로 찾아보고 갔어야 했는데...



난 왜 이런게 멋진가 모르겠다.


어차피 다시 숙소로 돌아가 짐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조선소 부지를 다시 둘러봤다. 주말이라 그런지 전날보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날 본 크레인에도 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크레인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이 생각났다.

복수는 나의 것 역시 너무 좋은 영화인데... 난 아직 '어쩔수가없다'도 보지 못했다. 한국 돌아가면 꼭 보고, 복학하고 나면 이런저런 재개봉 영화를 많이 보러 다녀야겠다. 요즘 연말을 맞아 서울에서 정말 좋은 영화들 재개봉 많이 하던데, 못 가는게 너무 아쉽다.


구경을 좀 하다가 슬슬 시간이 되어서 호스텔로 돌아가 짐을 챙겨 나와 새로운 호스텔로 이동했다. 가는 길이 전에 안 가 본 새로운 길이었는데, 올드타운과 그리 멀리 떨어진 길이 아닌데도 분위기가 새로웠다. 가다가 멈춰 카메라를 들기를 반복했다.


새로운 호스텔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챙겨 다시 올드타운 구경을 나섰다.

두고두고 날씨가 아쉬운데, 이 날씨에도 이렇게 예쁘면 여름엔 도대체 얼마나 예쁠까.



2시가 넘어 조금은 늦은 점심을 하기 위해 폴란드의 기사식당 느낌인 밀크바(Bar mleczny)를 가봤다. 트레이에 원하는 음식을 받아와 한 번에 결제하는 느낌의 식당으로, 조리를 한 번에 많이 해두고 회전율로 승부보는 느낌이었다. 나는 전부터 궁금했던 양배추롤을 먹어봤다.



양배추 속은 각종 야채, 햄, 고기로 굉장히 밀도 높게 채워져 있어서 썰어먹기 편했다. 토마토 소스와도 잘 어울리는 느낌. 그런데 딱히 특별한 맛은 아니고, 그냥 상상이 되는 맛이었다. 맛있기는 하지만 굳이 찾아먹을 필요은 없는 것 같다.
밥을 먹고 드워가 거리와 그단스크 올드타운 골목을 또 돌아다녔다.



이후 못 가봤던 여러 교회들을 방문했다.


다음으로 갈 성 브리기타 성당은 올드타운 중심에서 좀 떨어져있었다. 여기는 세계에서 제일 커다란 호박 제단이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성당 자체는 작고 외형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내부가 무척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황금빛으로 빛나서 엄청 아름다웠다.
이후 성당 밖으로 나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나오니 점점 더 비가 거세졌고, 얼른 호스텔로 들어가 쉬었다. 하루종일 돌아다녔어서 다리가 무척 아팠던데다가 이전에 묵었던 호스텔이 와이파이가 잘 안됐어서 오랜만에 유튜브를 맘껏 봤다. 마트에서 사 온 것들로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비가 그치자 7시쯤 그단스크 올드타운의 밤을 보러 나갔다.

야경은 생각보다 예쁘지는 않아서.. 뭐 찍은게 없다. 돌아다닐수록 부다페스트 야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던건지 느끼게 된다.
크리스마스 마켓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았다.


한켠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길래 구경을 했다. 폴란드 노래인 것 같았는데, 진짜 가끔씩 알아먹을 수 있는 단어들이 있어서 대충 어떤 주제인지는 알 수 있었다. 폴란드어는 서슬라브어계열이고 러시아어는 동슬라브어계열이라 유사성이 매우 큰 편은 아닌데, 그래도 공통되는 단어들이 좀 있어서 들리기는 했다..ㅋㅋㅋ

사람들이 떼창도 많이 하고, 분위기가 좋아서 몇 곡 듣다가 다시 구경하러 나섰다.

야경을 좀 구경하다가 숙소로 들어가서 쉬었다. 야경이 생각보다 그렇게 멋지지는 않아서 아쉬웠지만... 낮에 예쁜 모습을 너무 많이 봤다.
그단스크 여행, 정말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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