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4. ~ 25.12.16.
나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14일 하루 마음고생이 심했다.
14일(일)은 발트해의 항만 그단스크를 떠나 폴란드 중부의 우쯔로 가는 날이었다. 원래 그단스크에서 바로 베를린으로 가려 했는데, 베를린으로 가는 버스는 9시간이 걸리는데다 베를린에 도착하는 시간대도 애매해 망설여졌다. 그러던 중 폴란드 남부의 도시 브로츠와프에 대해 알게 됐는데, 일단 브로츠와프 올드타운이 무척 멋져보이기도 했고, 베를린까지는 버스로 5시간만 가면 됐다. 무엇보다 폴란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브로츠와프를 갔다가 베를린으로 가는 여정을 택한건데, 그단스크에서 브로츠와프까지는 9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이었다. 9시간동안 버스 타기 싫어서 베를린으로 바로 가지 않은건데, 브로츠와프 가는데도 9시간이나 걸려서 중간에 잠깐 들러 하루 쉴 도시를 찾았다. 마침 바르샤바 인근에 폴란드 제3의 도시라는 우쯔가 있어 여기에서 하루 쉬었다 갈 생각을 했다.
그단스크에서 우쯔까지는 차가 꽤 자주 다녔는데, 우쯔 도심도 구경을 하고싶어서 일부러 그단스크에서 일찍 출발하는 버스를 예매했다. 6시 50분 그단스크 터미널에서 출발해 12시 반에 우쯔에 도착하는 버스였다.
원래 여유있게 준비하는 편이어서 아침 6시에 일어나 짐을 싸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어라? 내 지갑, 여권, 현금을 넣어놓은 작은 가방이 안보이는거다. 짐을 싸면서 멘붕이 와서 뭐지?어디갔지? 한참 뒤지다가 전날 저녁 공용공간에서 쉴 때 가방을 가지고 갔던게 생각이 났다. 방에 라커가 없어 쇼파에 앉아서 쉴 때 옆에 두고 있었는데, 나올 때 차를 마시고 설거지한다고 정신이 팔려 가방을 두고 나왔던 것 같은거다.
행방을 알았으니 공용공간으로 가서 찾아오려는데, 공용공간 문이 잠겨있었다. 안내문에는 8시에 오픈한다고 되어있었다. 내 버스는 6시 50분인데! 터미널까지 가려면 최소 20분은 걸어가야 되는데! 급한대로 전화를 해보려니까, 헝가리에서 산 내 유심은 데이터로밍은 되지만 국제전화는 안 되는 심카드였다. 왓츠앱으로 통화를 해보려 했지만 왓츠앱에도 등록되지 않은 번호였다. 더 이상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것 빼고...
어쩔 수 없어 우쯔로 가는 다음 버스를 찾아보니 저녁 9시에 출발하는 버스밖에 없었다. 완전 멘붕이 와서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같은 방에서 자는 사람들 중 한 명을 깨웠다. 너무 민폐라서 한참 고민했지만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다. excuse me... 속삭이는데 내가 목표로 한 사람의 옆사람이 일어났다. 물어보니 천운으로 폴란드 사람이었다. 다른 나라 사람이었으면 나처럼 전화가 안 될 수도 있었을텐데. 정말 미안하다고, 전화 한 번만 쓸 수 있냐고 사정도 설명하지 않고 다짜고짜 물었는데 너무 흔쾌히 휴대폰을 줬다. 리셉션에 전화해보니 정말 다행히도 바로 받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문 열어달라고 사정하니까 한 5분 뒤 윗층에서 직원이 내려와서 문을 열어줬다. 문 깨고 들어갈 생각도 했는데 다행이었다. 겨우 가방을 챙겨 늦지 않게 터미널에 도착했다.
정말 요행의 연속이었다. 하필 일어난 사람이 폴란드 사람이었어서 전화를 할 수 있었고, 마침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호스텔이었고, 새벽인데도 그 직원이 전화를 받았어서 가방을 구출할 수 있었다. 곱씹을수록 정말 큰일날 뻔 했다. 휴대폰 빌려준 폴란드 게스트에게 진짜 너무 고맙다고 인사하고 숙소를 나섰다. 가방을 찾을 때까지 진짜 불안호르몬 max 상태였어서 몸도 목소리도 떨리고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 좀 금전적 손해가 있기는 해도 어떻게든 해결은 되는 문제인데, 그때는 아무것도 안보이고 앞이 새하얗게 변했었다. 짐을 잘 챙기려고 가방을 들고가놓고 그걸 잊고 나오다니. 부다페스트를 떠나는 날에 이어폰을 숙소에 두고 왔을 때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 이때의 감정은 정말 말로 설명이 안된다 ㅋㅋㅋ... 직원이 내려왔을 때의 그 기쁨은 정말 최고였다. 그 도파민에 중독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여튼...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아침부터 그 난리를 피웠으니 버스에 타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안도감에 온 몸이 노곤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침 버스 창문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고, 따뜻한 버스 안에서, 안도한 상태로 음악을 들으며 일출을 보니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내가 지금 집 떠나와 이역만리 타국에서 뭐하는건가,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엄청 신기했다. 몇 달전만 하더라도 아무 걱정없이 하라는 것만 하면 되는 군대에서 생각없이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걸 신경쓰고 하나하나 챙겨야 되는 세상인게, 그만큼 내 마음대로 하고싶은걸 하고 다니고 있다는 그게 신기했다.
이후 일출을 보다가 잠에 들었다가, 두 시간 정도 후에 일어나 그단스크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음악을 들으며 여행기 쓰는게 루틴이 됐다.
12시 반쯤 우쯔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우쯔(Łodź). 일단 철자부터 어떻게 읽어야 될 지 헷갈리는데, 지도에 우쯔라고 나와있어서 겨우 이름을 알게 됐다. 우쯔는 바르샤바, 크라쿠프, 브로츠와프에 다음가는 폴란드 제4의 도시로 역사와 전통있는 폴란드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19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한 근대 도시라고 한다. 19세기 말 프로이센과 러시아가 폴란드를 분할한 이후 러시아 제국은 우쯔에 대규모 섬유공장을 세웠고, 우쯔는 동유럽의 섬유산업 중심지로 부상했다. 정보를 찾아보니 여러모로 영국의 맨체스터와 비슷한 점이 많은 도시라고 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섬유산업이 쇠퇴하며 우쯔도 활력을 잃어갔으나, 21세기 들어 폴란드 그리고 유럽 영화산업의 중심지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역사가 짧다보니 우쯔에는 볼 거리는 많이 없는 것 같았다. 옛 섬유공장들을 재건축해 만든 도시재생 사례들이 몇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어차피 뭘 보러 간 게 아니라 잠깐 쉬었다 갈 생각이었어서 내게는 큰 상관 없었다.


터미널 근처에 잡은 숙소까지는 10분이 좀 안걸렸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푼 뒤 바로 우쯔 구경을 나섰다. 일단 아침 6시에 일어난 이후 아무것도 못 먹은 상태여서 배가 고프기는 했는데 왜인지 그렇게 막 배고프지도 않아서 그냥 빵을 사먹었다. 피자빵, 크루아상, 요거트를 먹었는데 피자빵은 별로 맛이 없었고 크루아상은 역시 너무 맛있었다. 유럽 크루아상 너무 맛있는데 1000원도 안해...
길빵을 하며 우쯔의 중심가로 걸어갔다. 생각보다 너무 황량하고 인적이 없었다.

여기도 트램이 참 많이 다닌다. 역시 최신형 모델보다 구형 모델이 더 예쁘다.


공업도시인데다 오래된 느낌의 건물이 없어서 더 황량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시 곳곳에서 도로공사를 하고 있기도 했고.

왠지 여기도 옛 섬유공장 같은 느낌이었다.


확실히 관광객은 많이 없어보였고, 동양인도 당연히 없었다. 근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지 않았다.
숙소에서 10분?정도 떨어진 곳에 우쯔의 중심가인 피오트르코프스카 거리가 있었다.

멀리서 보니 크리스마스 마켓이 보였는데, 피오트르코프스카 거리로 가기 전에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어 그곳을 먼저 들렀다. 옛 섬유공장 부지를 활용해 만들어진 대형 쇼핑몰 'manufactura'라는데가 있었는데, 우쯔 최고의 핫플이라고 해서 이곳을 먼저 가 볼 생각이었다.


마누팍투라 근처에는 옛 섬유공장의 소유주였던 유대계 섬유재벌 이즈라엘 포즈난스키가 살았던 대저택을 개조해 만든 우쯔 시립박물관이 있다.

저녁 7시까지 운영한다길래 이따 할 게 없으면 가 볼 생각이었다.

박물관 뒷편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이 마누팍투라의 시작이다.


안에 들어가니 마누팍투라는 호텔, 영화관, 각종 식당, 놀이공원, 쇼핑몰까지 한 번에 들어있는 대형 아울렛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대규모 아울렛을 운영하나 싶어 찾아보니 2000년대 초 프랑스 회사에서 부지를 인수해 마누팍투라를 세우고, 2010년대 중반에 독일의 회사가 이를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 중이라고 했다.
여행을 할수록 유럽연합이 강대국을 경제적으로 배불리는 시스템이라는게 체감된다. 돈 되는 사업은 모두 다 프랑스, 독일 회사가 가져간다. 거기서 나온 이익도 다 프랑스, 독일로 가는게 아닐까. 내 지식이 짧아 사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재밌어보였는데 한 번 타는데 40즈워티여서 안탔다. 생각보다 엄청 높이 올라가서 좀 무서울 것 같기도...




내부로 들어가보니 쇼핑몰이 엄청 컸다.

쇼핑몰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오는 길에 왜 이렇게 길거리가 황량한가 했는데 우쯔 사람들 다 여기 와서 놀고 있었나보다. 마누팍투라에 오니 좀 사람사는 느낌이 났다. 그렇지만 사실 폴란드 제4의 도시라기에는 좀 규모가 작은 느낌이었다. 인구도 70만이라 결코 적지 않은데 왜 거리에는 사람이 안보이는지. 관광객이 많이 없어서 그러려나?

마누팍투라 구경을 대충 하고 피오트르코프스카 거리로 돌아갔다. 피오트르코프스카 거리는 남북으로 약 4.2키로 뻗어있는 엄청 긴 대로라고 하는데, 양옆으로 멋진 건물과 상점이 늘어서 있는 우쯔 대표 중심가라고 했다.



마누팍투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더 메인인 느낌이었다.



여러 도시를 돌아다닐수록 바르샤바의 크리스마스 거리 장식이 너무 안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평범하게 하지 왜 그렇게 힘써서 못생기게 꾸며놨을까 싶다.


일요일이라 미사가 한창이었다.

거리 곳곳이 또 공사중이었는데, 이게 한 두개가 아니라 모든 맨홀을 점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보도블럭을 다 걷어내고 흙을 파헤치고 있던데, 뭐 동계대비 점검 이런건가?

걷다보니 뜬금없이 한국음식점도 있었다. 이젠 정말 한식집 없는 도시 찾는게 더 힘들겠다.

피오트르코프스카 거리의 남쪽 끝에 볼만한게 몇 개 있어 약 3키로 정도 거리를 따라 걸어갔다.

근데 정말로 기대했던 것보다 거리가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곳곳에서 바이올린으로 버스킹하는 사람도 있고, 노래 부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숙소에서 막 나와 황량한 거리를 볼 때는 역시 괜히 왔나 싶었는데, 생각지 못하게 예쁜 풍경들이 나와서 좋았다.


가는 길에 우쯔 시청이 나왔다.

폴란드어로 우쯔는 '배'라는 뜻이어서, 시기(state flag)에도 배가 그려져 있었다.


한참 걸어 첫 번째 목적지, OFF Łodź에 도착했다.

이곳도 마누팍투라처럼 옛 공장부지를 재생시켜 만든 단지로, 힙한 음식점들이 많이 입점해있다고 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을 줄 알았는데 못찾아서 바깥에서만 둘러봤다. 난 좀 큰 건물인 줄 알았는데 식당 몇 개가 끝이어서 좀 실망하기는 했다. 딱히 볼 거는... 없었다.

근데 요즘 폴란드에서도 전반적으로 이런 도시재생 기조가 유행인 듯했다. OFF나 마누팍투라를 보고 그단스크에서 봤던 조선소가 생각났는데, 그렇게 생각하는게 나 혼자는 아니었다.

그냥 좀 둘러보다가 다음 목적지로 갔다.



벽화만 봐서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나온 시리즈 위처의 주인공 게롤트 벽화라고 한다. 위처의 원작자가 바로 이곳 우쯔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걸 기념하는 벽화를 그렸다고.

건물이 꽤 큰데 벽화가 빈틈없이 그려져 있었다.
벽화까지 보고 다시 피오트르코프스카 거리를 걸어 올라갔다. 시립박물관 갈까말까 고민을 했는데... 일단 다시 마누팍투라 근처로 가보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슬슬 해가 저물 시각이어서 거리에 조명이 켜지고 있었다.


날 맑을 때 오면 피오트르코프스카 거리도 꽤 예쁠 것 같기는 하다. 근데 사실 진짜 심심하고 갈 게 없는게 아니라면 굳이 우쯔까지 올 필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바르샤바에서 오랫동안 살 일이 있지 않은 이상은...


박물관까지 가기에는 다리가 아파서 그냥 안 갔다. 요즘 뒤꿈치가 계속 까져서 오래 못 걸어다니겠다...

그래서 그냥 마누팍투라를 한 바퀴 구경하기만 했다.

이걸로 우쯔 구경을 마치고, 비에드론카에서 먹을 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아니 그런데 숙소에 와보니 이번엔 또 다른 배낭이 하나 사라진거다. 거기에 진짜 없으면 안되는건 없었지만, 내 태블릿, 갈아입을 옷들, 노트, 여권 사본 등등... 이 들어있었다. 그냥 평소처럼 방에 두고 간 건데, 이것만 감쪽같이 사라졌었다. 다른 사람들 침대에도 다 배낭이 널브라져 있고, 심지어 동전도 엄청 많았는데 왜 내 배낭만 없지? 싶었다. 이날 아침부터 정말 무슨 마가 꼈나 싶어서 찾아봐도 도저히 없어서 리셉션에 가서 혹시 가방 봤냐고 물어보니까, 리셉션에 내 가방이 있었다. 청소하다가 치웠단다. 아니 그러기엔 내 가방이 두 개인데, 왜 하나만 가져갔나 싶다. 그래도 뭐 찾았으니 다행이었지만...
하여튼 이날 서로 다른 가방을 두 번이나 잃어버렸다 겨우 찾았다. 앞으로 내 물건을 좀 더 주의해서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더 큰 일 일어나기 전에 미리 경고를 받았다 생각한다.
이후 씻고, 저녁을 먹고 좀 쉬다가 잤다.
다음날은 아침 10시 30분에 우쯔에서 브로츠와프로 떠나는 여정이었고, 여유있게 일어나 아침 먹고 짐을 챙겨 터미널로 갔다.


이날 아침부터 우쯔는 흐려서 걱정이 많았는데, 브로츠와프러 갈수록 날이 맑아졌다.

폴란드는 정말 산이 하나도 없었다. 남쪽 슬로바키아와의 경계에 있는 하이타트라 산맥을 빼면 국토가 온통 평지라고 한다.
10시 30분에 출발한 버스는 1시 40분쯤 브로츠와프에 도착했다. 브로츠와프는 여행 후기가 너무 좋기도 했고, 걸어서 세계속으로 폴란드편에서도 올드타운이 예쁘다고 소개된 터라 기대하고 있었다.
브로츠와프(Wrocław) 역시 철자만 보면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발음되는지 알 수가 없다..ㅋㅋ 바르샤바, 크라쿠프에 이은 폴란드 제3의 도시로, 여러 한국기업 공장이 있어 폴란드 최대의 한인커뮤니티가 형성되어있고 그만큼 한국인도 많이 찾는 관광지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등 기업이 브로츠와프 인근에 공장을 지어놓았다. 공장 주위로 한인 커뮤니티가 있다는데, 도시에서는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있어 따로 찾아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폴란드 다른 도시들에 비하면 가끔 한국사람들이 보였고, 중국인들도 꽤 많이 보였다.
브로츠와프 터미널 역시 기차역과 붙어있고, 구시가지와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이번에도 터미널 근처에 Babel hostel이라는 숙소를 잡았는데, 길만 건너면 바로 기차역이고 그 너머로 버스터미널이 있었다. 구시가지까지는 10분 정도 걷기는 해야했지만 시설도 청결도 꽤 좋았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고 도시 구경을 나섰다. 시간이 2시쯤 되어서 간단히 구경하다가 일몰을 보러 전망대에 오를 생각이었다.


가는 길에 빵집에서 또 크루아상 두 개를 사먹는 것으로 점심을 때웠다.

여기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었다. 어딜가나 크리스마스 마켓이야.

올드타운에 들어오니 제일 먼저 브로츠와프 구시청사가 보였다. 이거 무척 예뻤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고 또 안예뻐서... 좀 실망했다. 일단 포즈난 올드타운이랑 되게 비슷하게 생겼는데 예쁜건 포즈난이 더 예쁘고, 이 전에 다녀온 그단스크 올드타운은 정말 크고 웅장한데 건축양식도 브로츠와프 올드타운이랑 비슷해서 별 감흥이 없어졌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오히려 경관을 망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랍시고 상가들이 우후죽순 난립해서 건물들도 잘 안보이고... 더 안 예뻤다. 웬만하면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 두지 말지.





다만 지금까지 본 트리 중에서는 브로츠와프 올드타운의 트리가 가장 예뻤다.
광장에서 조금 실망을 하고 다른 곳을 찾아갔는데, 이게 올드타운 끝이었다. 뭐야, 이것밖에 안돼..? 싶었고, 후기가 좋아서 기대했는데 그만큼 실망이 컸다. 아무래도 여행 순서가 좀 잘못됐던 것 같다.
그래도 일단 구경은 계속 해야하니까... 브로츠와프를 양분하는 오데르 강가로 걸어가봤다.



강가를 따라 걸어가는데, 해가 저물면서 주홍빛으로 빛나는 풍경이 예뻐서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다. 특히 강가에 반사되는 건물들이 참 예뻤다.







이 다리를 건너 섬으로 넘어가보고 싶었는데 전망대에 올라가야 할 시간이 가까워져서 다음날로 남겨뒀다.

강가를 걷다보니 예쁜 풍경이 많아서 좀 치유가 되는 기분이었다. 크라쿠프에서 바로 여기로 왔었다면 조금 더 인상깊은 기억으로 남았을 것 같은데.
여기가 프라하랑 가까워서 프라하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이 당일치기로 많이 오는 것 같은데, 그래서 좋은 후기가 많았던 것 같다. 폴란드 분위기가 좀 다르기도 하고 되게 예쁘기도 하니까...
점점 해가 저물 시간이 되어가서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갔다.




이번에 가는 전망대는 성모 마리아 성당 꼭대기의 전망대로, 브로츠와프 올드타운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였다. 마침 날씨가 좋아 노을을 보러 올라갈 생각이었다.


티켓은 일반 20즈워티, 할인티켓 12즈워티였다. 나는 국제학생증으로 학생할인을 받았다.
전망대까지는 200개가 조금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그단스크의 성모 마리아 성당에 비하면 가뿐했다. 전망대에 올라오니 뷰가 정말 좋았다.

아까 낮에 실망했던게 싹 씻겨 내려갔다. 하늘의 색감, 주홍빛으로 빛나는 건물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올드타운까지 건물이 좀 겹겹이 서있어 시야가 가렸지만 그래도 너무 예뻤다.




브로츠와프는 올드타운 곳곳에 이런 난쟁이 동상이몽 있는데, 그것 때문에 난쟁이 도시라는 별명도 있다고 한다. 전망대 난간에도 난쟁이 동상이 있었는데, 여기에 무슨 설화가 있다는데 따로 안 찾아봤다.




올해 5월에 나왔다는 데이먼스 이어의 CORPUS 0 앨범을 들으며 노을을 감상했다. 예전에 인디음악 처음 들을 때 데이먼스 이어 노래를 많이 들었다가 한동안 아예 안들었는데, 이 앨범 정말 내 취향이었다.

한 30분?40분? 정도 구경하다가 전망대에서 내려와 올드타운으로 돌아갔다.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가 너무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밤에 본 트리도 지금까지 본 트리 중 가장 예뻤다.

이후 올드타운이랑 크리스마스 마켓 좀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서 베를린 숙소를 찾다보니, 슬슬 다음 여행을 계획할 때가 왔음을 알았다. 일단 베를린 이후 함부르크로 가서 그곳에서 코펜하겐으로 가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는데, 일주일 뒤 버스를 검색해보니 코펜하겐행 버스가 최소 60유로, 좋은 시간대는 80유로도 넘는거다. 분명 전에 찾아봤을 때는 40유로대였는데..! 너무 비싸서 날짜를 좀 뒤로 미뤄보니 1월 5일에 코펜하겐 가는 버스는 32유로, 일주일 뒤 코펜하겐에서 함부르크로 돌아오는 버스는 24유로 정도였다. 이게 제일 나아보여서 이걸로 예매하고, 1월 5일까지 여행할 곳들을 찾아봐야했다. 어디를 갈까... 찾아보다가 베를린 - 드레스덴 - 라이프치히 - 도르트문트 - (네덜란드?) - 쾰른 - 브레멘 - 함부르크로 일정을 정했다. 여행이 가까워질수록 티켓 가격이 막 뛰어서 그냥 웬만한 버스 티켓을 다 예매했다. 숙소도 찾아보고, 도시에서 며칠이나 머무를지 다 찾아보고 하느라고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다. 결과적으로 베를린 - 드레스덴 - 라이프치히 - 도르트문트 티켓을 예매했다. 이후 쾰른에서 브레멘을 갔다가 브레멘에서 함부르크로 갈 생각인데, 아직 이 구간은 티켓을 안 샀다.
도르트문트, 뒤셀도르프, 쾰른, 본 등이 모여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일주일 정도 있으면서 중간에 네덜란드를 다녀올까 생각을 하고 있다. 어차피 바로 붙어있어서...
함부르크에서 코펜하겐으로 간 뒤에는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를 갔다가 다시 코펜하겐으로 돌아온 뒤 함부르크로 갈 생각이다. 이후 함부르크 - 뉘른베르크 - 프라하 - 빈 - 잘츠부르크 - 뮌헨 - 프랑크푸르트 일정의 티켓까지 다 구매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1월 30일에 한국으로 가는 일정이라 이날 앞으로의 교통편을 거의 다 구매한 것이었다.
계획 세우느라 오랜만에 머리가 아팠다. 이것저것 찾아볼 것도 많고, 멍청비용으로 돈도 날리고... 하다보니까 4시간 넘게 계획을 짰다. 그래도 대충 앞으로의 일정이 고정되었고, 새로운 곳 여행할 생각 하니까 설렜다. 도르트문트에서의 숙소까지 예약을 하고, 좀 쉬다가 지쳐 쓰러졌던 것 같다. 힘들어서 잠도 잘 잤다.
다음날 8시쯤 일어나 아침을 먹고 다시 브로츠와프 구경을 나섰다. 전날 올드타운 구경은 사실 거의 다 했어서 오데르 강가를 따라 걸어다니면서 올드타운 바깥을 좀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이날 아침은 하늘이 좀 흐렸다.

이날 아침의 산책 앨범은 핑크플로이드의 The Division Bell. 진짜 핑플 너무 좋다.




그냥 강가를 향해 걸어다녔다.






강가를 걸어가는데 웬 케이블카가 다니길래 찾아보니 브로츠와프 기술과학대 학생들을 위한 케이블카라고 했다. 학교가 강 양안에 자리잡고 있어서 이동을 쉽게 해주려고 만들어졌다는데, 학교 학생이 아니어도 탈 수 있다고 했다. 요금은 편도 1유로 정도?


궁금하기는 했는데 딱히 경치가 예쁠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안타고 강변 산책만 했다.


이쪽은 이과캠인 듯했다.

외국 대학교는 수학과가 거의 Departmenr of Imformation 안에 들어있더라.

왼쪽의 커다란 건물은 도서관, 벽화같은 포스터가 붙어있는 건물은 화학부 건물이다.
캠퍼스 구경을 하고 올드타운쪽으로 걸어갔다. 전날 가보기로 한 섬에 갈 생각이었다. 찾아보니 그곳을 성당섬이라고 불렀다. 성당이 많고 신학교가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성당섬의 중심이 되는 성당은 브로츠와프 대성당이다.




대성당은 2차대전 때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복원됐다고 한다.

여기도 전망대가 있는데 날씨도 안좋고 올드타운까지는 보이지도 않아서 올라가지는 않았다.

이후 섬을 좀 돌아다녔다.




성당섬 바로 앞 다리를 건너면 브로츠와프의 전통시장이 있다.

폴란드 와서는 처음 마주하는 제대로 된 규모있는 전통 시장이었다. 안에 식당도 많았는데, 배가 안고파서 아쉬웠다. 아침을 조금만 먹을걸 그랬다.


무슨 이상하게 생긴 빵이 있었다. 설마 가지 든 빵인가 싶어서 찾아봤는데

진짜 가지빵이었다. 난 가지튀김 아니면 다 별로더라고요...


유럽 사람들은 참 꽃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돌아다니다보니 11시 반쯤 되었는데, 뭐 할 게 없어서 그냥 숙소로 돌아가서 좀 쉬었다. 쉬면서 전날 구매한 티켓 정리를 하고, 가계부를 정리하면서 보내다가 한 시가 넘어서 다시 나왔다. 올드타운 쪽으로 다시 가서 구경할 생각이었다.

확실히 한국기업이 많은지 하나은행 지점까지 있었다.
가는 길에 길가에 신기한 동상들이 있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20세기말 폴란드에 공산정권이 집권하던 당시에 계엄령에 저항한 시민들을 기념하기 위한 동상이라고 한다.

이후 계속 올드타운쪽으로 걸어갔다.


난 이런 도로 사진이 참 예쁘다.



한참 올드타운 밖으로 돌아다니다가 올드타운에 도착했다.




근데 또 애기들이 재밌게 노는거 보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오후가 되니 학교 끝난 학생들이 다 여기로 놀러왔는지 어린 친구들이 많이 보였다.


정말 미안하지만 아무리봐도 포즈난이랑 그단스크가 훨씬 예쁘다...

돌아보다가 더 이상 볼 게 없어 다시 올드타운을 벗어났다.




마지막으로 올드타운 안에 안 가본 성당이 하나 있어서 찾아갔다.

원래 이것도 전망대가 있는데 지금은 무슨 이유때문인지 운영을 안 하고 있다.

내부는 그냥 성당인데, 안에 히터를 틀어놨는지 따뜻해서 좀 쉬었다가 갔다.
3시가 넘어가서 늦은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갑자기 숙소 라커 열쇠가 안보이는거다. 멘붕이 와서 막 주머니를 뒤지다가 없어서 숙소에 급하게 갔다. 근데 가보니까 안쪽에 입은 옷 주머니에 있었다...
이미 숙소까지 와버려서 그냥 찾아둔 맛집은 저녁에 가기로 하고 좀 쉬었다. 폴란드에서의 마지막 날인데다가 현금 100즈워티를 털어야 해서 일부러 좀 비싼 식당을 찾아갔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바르샤바에서 골롱카가 되게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 골롱카를 먹으러 갔다.

자태가 영롱하다. 족발 비슷한 요리인데, 고기는 좀 퍽퍽했지만 같이 나온 양배추겉절이랑 감자튀김이 되게 맛있고 껍질이 너무너무 부드러웠다. 맥주도 코젤흑맥주와 필스너 라거를 반반 따라먹는 체코식 맥주를 시켰는데 진짜 달콤했다. 맥주에서 무슨 초콜릿 맛이 나고 거품도 너무 부드러웠다. 프라하 가면 진짜 맥주 미친듯이 먹어야지...
여기서 70즈워티를 썼다.

이후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남은 30즈워티를 털 생각이었는데, 한국에 기념품으로 챙겨가려고 보드카 작은 병을 두 개 사고(잘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으로 먹을 청어요리와 요거트를 샀다.
이후 숙소로 들어가서 씻고, 빠더너스 보다가 잤다. 한동안 빠더너스 안봤었는데, 얼마전 취준생 브이로그를 우연히 보고 너무 재밌어서 이날 다 봐버렸다. 진짜 항마력 딸리는데 너무 재밌어서 꺽꺽대면서 봤다.
이렇게 브로츠와프를 끝으로 폴란드 여행을 마무리했다. 사실 폴란드는 원래 갈 생각도 없었고 여행지로서 매력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폴란드 여행이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다. 여러가지를 종합하면 지금까지 방문한 국가 중 수위를 다툴 것 같다. 폴란드 너무 예쁜 곳도 많고 물가도 합리적인데, 특히 여름에 폴란드 가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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