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7. ~ 25.12.19.
약 2주간 여행했던 폴란드를 떠나는 날. 그새 조금 정이 들어서 떠나는게 아쉬웠다.
8시쯤 일어나 전날 산 청어 통조림과 땅콩버터, 빵으로 아침을 먹고 좀 쉬다가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버스 터미널까지는 5-10분 정도만 가면 되어서 조금 여유를 두고 나왔다.
터미널에 가는 길에 있는 기차역에 잠시 들러 철로를 찍어봤다.


폴란드 여행을 다 하고 나서야 기차를 안 타 본 것이 좀 아쉬웠다. 어디서 예매를 해야하는지 찾아보기 귀찮기도 하고 플렉스버스가 워낙 싸서 그냥 버스 여행만 했는데, 한 번은 타 볼 걸 그랬나 싶다.
잠시 기차역을 둘러보고 버스를 타러 갔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크루아상 2개와 요거트를 샀다. 버스 안에서 점심으로 먹을 생각이었다.
베를린으로 가는 길은 4시간 정도 걸렸는데, 블로그 글을 쓰다 좀 잠에 들었더니 어느새 국경에 도착했었다.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를 이동할 때는 국경을 그냥 통과하면 됐는데 독일로 입국할 때는 국경에서 여권검사가 필요했다. 다만 검문원이 버스로 올라와 하나씩 여권을 스캔하고 간단히 끝났다.
10시 50분쯤 브로츠와프를 출발한 플릭스버스는 베를린 공항을 거쳐 3시 10분쯤 Berlin Südkreuz(남역)에 도착했다. 원래는 중앙역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지도를 보니 남역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게 더 편하기도 하고 빠를 것 같았다.
남역에 내려 바로 S반을 타러 갔다. 독일로 오기 전 브로츠와프에서 독일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공부하기는 했는데, 첫 날이라 많이 헷갈렸다. 일회권을 4.7유로에 구매했는데, 알고보니 3.8유로짜리 티켓으로 커버가 가능한 거리였다. 그런거 모르고 그냥 구입해서 지하철을 탄 터라, 15분 정도 이동하는데 거의 5유로를 낸 것이었다. 벌써 교통비가 장난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날 밤에 독일 교통 시스템을 더 공부한 뒤에 도이칠란드 티켓을 구매했다.

잠시 베를린 대중교통과 도이칠란드 티켓에 대해 설명하자면...
[베를린 대중교통 타는 법]
베를린 대중교통은 크게 S반, U반, 트램, 버스로 나뉜다. S반, U반은 지하철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편하고, S1/S2(...), U1/U2(...) 이런 식으로 노선 번호가 붙어있다.
베를린 대중교통 티켓은 1회권/4회권/일일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베를린의 교통구역은 A, B, C로 나뉘는데 티켓을 구매할 때 AB/BC/ABC로 구역을 나눠서 선택할 수 있다. 베를린 시내의 웬만한 구역은 AB구역으로 커버가 되고, 공항이나 근교의 포츠담에 가려면 ABC구역을 선택해서 구매를 해야 한다.
티켓창구(BVG)에서 1회권을 구매할 때는 도착하는 역을 입력해야 하는데, 이때 티켓에 출발하는 역과 도착하는 역이 기입된 상태로 출력된다. 그러면 2시간 동안 도착하는 역까지 자유롭게 교통수단을 환승해서 갈 수 있는데, 이때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다가 검표원에게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한다. 즉 순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2시간 자유이용권을 구매하는 셈이다. AB구역은 3.8유로, ABC구역은 4.7유로인데 웬만하면 AB구역으로 커버가 된다고 한다.
4회권은 한 번에 구매하면 가격 할인이 있는데, 예를 들어 AB구역 4회권을 구매할 때는 12유로로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지 안 사봐서 모르겠다. 이것도 출발역, 도착역이 기록되는 시스템인건가? 4장을 한 번에 사는거라 출발, 도착역이 미리 기록되어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일일권은 24시간동안 자유롭게 교통수단을 탈 수 있는 티켓으로, 10-11유로 정도였던 것 같다.
주의할 점은 대중교통을 타기 전에 항상 티켓 펀칭을 통해 티켓을 유효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램이나 버스는 차량 내부에, S반이나 U반은 플랫폼에 펀칭 머신이 있다.
[도이칠란드 티켓]
이렇게 대중교통을 탈 때마다 티켓을 구입하면 교통비가 너무 비싸지는데, 이를 해결해주는 한 달 기간권 '도이칠란드 티켓'이 있다. 매월 1일에서 말일까지, 58유로를 내면 독일 거의 모든 도시의 대중교통(S반, U반, 트램, 버스)과 지역열차(RE, REB)를 무료로 탈 수 있는 티켓이다. 자세한 설명은
https://namu.wiki/w/%EB%8F%85%EC%9D%BC%20%ED%8B%B0%EC%BC%93
독일 티켓
독일 티켓(Deutschlandticket)은 2023년 5월부터 도입된 독일 의 교통 티켓이다. 2020년 룩
namu.wiki
이곳을 참고
나는 독일을 좀 오래 여행할 예정이고, 이곳저곳 돌아다닐 데가 많아서 도이칠란드 티켓을 구매했다. 12월 18일에 구입해서 12월 31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지만 58유로를 확실히 뽕을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구매했다. 뮌헨 교통국에서 운영하는 mvv.app을 설치해 구매할 수 있었고, 1월달 도이칠란드 티켓도 구입할 예정이다.
도이칠란드 티켓에 대해 미리 알았더라면 이날 구매한 티켓 4.7유로도 아낄 수 있었을텐데. 쩝...
하여튼 S반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베를린에서의 숙소는 Heart of Gold Hostel Berlin이었는데, 그냥저냥 괜찮았다. 사실 하루에 10-11유로 수준이라 가격을 생각하면 좋은 편이었다. 수건도 주고, 화장실이 좀 더럽긴한데 매일 청소는 열심히 하고 침대는 깨끗했다. 무엇보다 위치가 너무 좋아서 만족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니 3시 50분 경이었다. 해가 저물고 있었는데, 해질녘의 베를린을 구경하려고 얼른 숙소를 나섰다.

베를린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블루아워를 즐기고 싶어서 열심히 걸어갔다.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가기 위해 베를린을 관통하는 슈프레 강을 따라 걸어가는데, 절로 웃음이 나왔다. 솔직히 예쁘거나 아름다운 풍경과는 거리가 있었는데, 그냥 해가 지는 베를린 거리를 걷고 있다는 그 사실이 너무 행복하고 웃음이 나왔다. 내가 베를린에 로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오랫동안 여러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독일에 대한 호감이 잠재적 로망으로 숨어있었던 것 같다.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통창 너머 모니터에 앉아 일하는 베를리너들을 보며 나도 나중에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여행을 하며 이런 생각이 든 것은 베를린이 처음이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언젠가... 외국에서도 일을 해야겠다.
그냥 실없이 웃음이 나와 즐거운 산책이었다. 독일을 갈까말까 고민을 많이했고, 왠지모를 불안함이 있어 망설였는데 온 지 채 하루도 안되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걸어갔다. 혼자 오랫동안 여행하면서 여러 나라를 다니다보니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가기 위해 베를린의 중심가, Unter den Linden를 지났다. '버드나뭇길'이라는 뜻의 Linden가(街)는 박물관섬과 브란덴부르크 문을 잇는 대로로, 각국 대사관과 베를린의 랜드마크가 모인 - 서울로 치면 광화문 앞의 세종대로 같은 곳이었다.
Linden가를 걷다 러시아대사관을 발견했는데, 그 옆에 러시아의 FSC 에어로플랏 건물을 발견했다. 러우전쟁으로 유럽에서 퇴출됐다고 들었는데 잘못된 소식이었나보다.

Linden가를 따라 걸어가면서 폴란드 대사관, 영국 대사관, 미국 대사관, 프랑스 대사관을 마주했다. 해질녘 박명으로 물든 하늘이 아름다워 얼른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가고싶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브란덴부르크 문과 그 앞의 파리저 광장은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근처에 다가갈 수 없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다윗의 별과 함께 무슨 행사가 있는 것만 보였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AI검색을 해봤다.

최근 시드니 해변 총기난사 사건이 반유대테러였다는 것도 이때 알게 됐다. 유대인 대상 테러 위험 때문에 독일 경찰이 유대인들을 지켜주고 있다니,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걸 이것만큼 체감시켜주는 것도 없다.
또 이런 지역적 사건조차 검색 한 번으로 답을 알려주는 AI의 위력에 감탄하게 된다. 예전이었으면 무슨 일 때문에 통제를 하고 있는지 알기 정말 힘들었을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날을 기약하며 브란덴부르크 문을 떠나 다시 Linden가를 되돌아 박물관섬쪽으로 걸어갔다.



박물관 섬으로 가는 길에 독일 최고 명문이라는 훔볼트 대학을 지나갔다. 교통이 너무 편리해보였다. 이게 대학이지. 왜 우리 학교는 그 산골짜기에 처박혀있는지 모르겠다. 광화문 옆으로 좀 옮겨주면 안될까?????
Linden가를 한참 걸어 박물관섬에 도착했다. 베를린돔 건너편으로 화려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었다.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다.



베를린돔은 무척 멋지고 웅장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예뻐서 감탄을 했다. 이날 밤에 본 것도 예뻤는데, 다음날 낮에 본 돔이 훨씬 아름다웠다. 내부에 들어가지는 않았고, 옆에서 구경을 하다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들어갔다.

이젠 정말 어디를 가나 크리스마스 마켓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파는 것도 비슷하고, 데코레이션도 비슷해서... 큰 감흥이 없었다. 다만 이 글을 쓰는 현재 드레스덴에 있는데, 여기는 진짜 예쁘긴하다. 유명한 이유가 있었다.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 정말 예쁘긴하더라...ㅋㅋㅋ


몰려드는 인파 사이를 이리저리 뚫고 끝에서 끝까지 구경을 했다. 더 돌아다니기에는 미리 가려고 조사해 둔 곳도 없었고, 슬슬 배가 고파져서 장을 보고 숙소에 들어갔다.
ALDI에 가서 장을 보는데, 닭가슴살/완두콩/감자퓨레가 있는 도시락 세트를 3.5유로에 팔길래 업어왔다. 프로슈토, 빵, 요거트, 제로슈거/제로카페인 코카콜라도 함께 구매해서 숙소로 돌아와 유튜브를 보며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 이것저것 찾아볼 것이 많았다. 다음날 여행할 곳들도 정해야 했고, 독일 교통 시스템에 대해서도 더 알아봐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때 이것저것 열심히 조사해 본 결과 도이칠란드 티켓을 사는게 내게 더 이득이 될 것이라는 결론이 들어서 결국 도이칠란드 티켓을 샀다. 무엇보다 내가 철도와 지하철을 좋아해서 독일의 여러 역들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싶기도 했고, 여러 열차를 타보고 싶었어서 어쩔 수 없이 사야 했다. 브로츠와프에 있을 때 도이칠란드 티켓을 샀더라면 몇 개 버스 노선은 미리 예매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할 일을 미룬 대가를 돈으로 치루게 되었다. 그래도 이런 경험이... 나중에 여행을 할 때 더 유용하게 쓰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렇게 조사를 하고 공부를 하다보니 어느새 잘 시간이 되었다. 조금 쉬다가 바로 잠에 들었는데, 전날 브로츠와프에서 코골이가 심한 룸메들을 만나 잠을 잘 못 잤던 터라 정말 잘 잤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히 씻고 옷을 챙겨 나설 준비를 했다. 주방이 8시에 열렸어서 주방이 열리자마자 전날 슈퍼에서 산 프로슈토와 빵, 요거트로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섰다. 이날 가야할 곳들이 많아서 아침 일찍 숙소를 떠났었다.
첫 번째 목표는 숙소 근처의 Berlin wall memorial을 가는 것이었다. 트램을 타고 가도 되긴 했는데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닌데다가 그냥 걸어가고 싶어서 걸어갔다. 메모리얼로 가는데 등교하는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처럼 각자 학교로 등교하는게 아니라 모두 한 곳에 모여 선생님을 따라 등교했는데, 옹기종기 모여다니는 아이들 모습이 엄청 귀여웠다.

등교하는 아이들을 종종 마주치며 메모리얼을 향해 걸어갔다. 확실히 베를린에는 오래 되어 보이는 건물은 많이 없었고, 건물들이 다 신식이었다. 2차대전으로 폐허가 된 건 폴란드도 마찬가지일텐데, 베를린은 구시가지랄게 딱히 없어서 굳이 복원을 안 한건지 궁금했다.

그렇게 숙소에서 20분? 정도 걸어 베를린 장벽 메모리얼에 도착했다.

냉전시기 베를린을 남북으로 갈랐던 베를린 장벽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을 골라 메모리얼로 정했다고 했다. 베를린 장벽을 구성했던 철근과 콘크리트가 곳곳에 남아있었고, 군데군데 안내문이 적혀있어 베를린 장벽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공원 곳곳에 안내문과 함께 베를린 장벽을 건너려다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철근이 세워져 있었다. 냉전 시기 장벽을 건너려다 사망한 사람들은 약 140여명이라고 했다.

공원을 둘러보다보니 아침의 먹구름들이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겨울의 베를린은 파란 하늘을 보기 힘들다고 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


기껏해야 3m가 조금 넘을 장벽을 넘어가려 애썼던 사람들과 장벽을 지키기려 애썼던 사람들의 흔적이 있었다. 지금은 앙상한 뼈만 남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벽의 양옆으로.

베를린 장벽을 처음 설치할 당시 체조선수와 스턴트맨을 고용해 장벽을 넘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 실험했다고 한다.

장벽을 건설하기 위해 기존 수도원의 공동묘지를 헐어내기도 해야 했다고 한다.
비슷한 분단의 아픔의 사례로 베를린 장벽을 자주 다루고, 통일에 대한 희망을 베를린 장벽의 붕괴에서 찾기 때문에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무척 익숙한 베를린 장벽. 장벽을 따라 걸어가며 몰랐던 장벽의 역사에 대해 읽었는데,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공원도 예쁘고 장벽 구조물도 의미심장해 산책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공원 건너편에는 Wall Document Center가 있어 장벽과 관련된 기념물들을 볼 수 있는 무료 박물관이 있다고 했는데, 아직 오픈시간 전이어서 나는 그냥 패스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갔다.

신호등이 느낌있어서... 찍어봤다 ㅋㅋ

베를린에 온 첫날 숙소로 오는 길에 S반은 타봤어서, 굳이 U반을 타러 찾아갔다. 그냥 궁금해서 갔는데, 지하철은 지하철이었다. 뉴욕 지하철이랑 좀 비슷한 느낌이었다.


생김새는 S반과 U반이 좀 다르다. S반은 아래쪽 절반이 빨간색으로 칠해졌는데 U반은 전체가 노란색이었다.
위쪽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노란색 기둥이 티켓펀칭머신이다. 일회권을 샀다면 지하철 타기 전에 꼭 펀칭을 해야한다.

좀 구경을 하고 바로 U반을 타고 다음 목적지 훔볼트 대공포탑을 향해 갔다. 냉전시대에 지어진 대공포탑인데 위에서 보는 뷰가 좋다는 리뷰가 있어 찾아가고 싶었다.

옛 동독 지역을 걷다보니 중앙아시아와 발칸반도에서 많이 본 것 같은 아파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공산권일 때 지어진 건물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았다.

공원에 들어가 계단을 좀 오르면 훔볼트 대공포탑에 도착한다. 물론 대공포는 없고, 대공포가 놓여있었을 터만 남아있다.

높이 올라오니 베를린이 한 눈에 보이기는 했는데, 시내 중심지를 향하는 방향이 아닌데다가 난잡한 주거지역뷰여서 기대와는 달랐다.

게다가 솔직히 베를린이 미관으로 유명한 도시는 아니다보니...

대공포탑터는 그래피티로 가득했다. 밤이 되면 비행청소년들의 아지트가 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위에서 좀 둘러보다가 바로 내려와 기차역으로 향했다. 베를린에서 여러 기차 사진을 찍고 싶어서 제미나이로 검색을 해보니 추천해준 스팟이 하나 있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S반을 타고 다시 이동했다. 베를린 시내 중심과는 좀 거리가 많이 떨어져있어 도이칠란드 티켓이 없었으면 이동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티켓을 처음 쓰기 시작한 날부터 제대로 뽕을 뽑고 있었다.



열차를 타고 몇 정거장 이동해 슈프레 강가로 갔다.

열차에서 내려 좀 걸어가며 강변을 걸었다. 북적이는 도심지와는 달리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날씨가 좋아 해를 등지고 걸으니 따뜻하고 사진도 예뻤다.


저 멀리 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를 등지고 이쪽에서 찍어야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았는데, 공사를 하는지 진입을 막고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반대편으로 넘어가야 했다.

역 자체가 붉은 벽돌로 지어져 예뻤다.

기차가 무척 자주 지나가서 사진 찍기 좋았다. 샛노란 기차들이 예뻤다.

다리 이름이 Oberbaumbrücke다.
사진을 찍으러 가기 전 다리 바로 앞 벽에 그려진 벽화들을 모아 둔 Eastside Gallery를 구경했다.



옛 베를린 장벽 위에 그대로 벽화를 그려놓았다. 미리 찾아보고 간 것이 아니라 그냥 걸어가며 쓱 둘러봤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사회주의 형제의 키스?라는 유명한 작품을 놓쳤다는걸 알았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어서 내가 보기엔 좀 거부감이 든다...ㅋㅋ

벽화 구경을 좀 하고 이편에서 다시 다리를 찍는데, 태양이 정면에 있어서 아무리해도 각이 안나왔다. 그래서 도보교를 건너 강 저편으로 넘어갔다.

텔레비전 타워는 여기서도 보이더라.


건너편으로 넘어오니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사진이 찍히기는 했다. 교두보가 모두 잠겨있어서 손과 휴대폰만 내밀어서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배경은 너무 예쁜데도 사진에 잘 안담겨 많이 아쉬웠다.



한참 구경하고 사진도 찍다보니 화장실이 너무 가고싶어졌는데, 주위에 공중화장실도 없고... 그래서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쪽이 숙소로 바로 가는 교통편도 없고 시간이 오래걸려서, 전날 베를린 공부하며 설치해뒀던 자전거 어플을 이용해서 자전거를 렌트했다. nextbike라는 어플을 통해 베를린 곳곳의 '따릉이'를 렌트할 수 있었는데, 10분에 1유로라 따릉이에 비하면 많이 비쌌다. 그래도 이날 날씨도 따뜻했고 자전거도 생각보다 좋은 자전거여서 자전거 타고 가는 길이 행복했다. 베를린은 워낙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라 차도 가장자리에 자전거도로가 따로 만들어져서 자동차와 같은 신호를 받으며 움직이는데, 너무 편리하고 좋았다. 평지에 지어진 도시라 참 부러웠다.

자전거 타고 다니니까 나도 왠지 베를리너가 된 것 같은 느낌이어서 웃음이 막 나왔다. 화장실 급했던 것도 다 잊고 재밌게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요금은 이틀?사흘? 뒤에 등록해 둔 카드로 결제됐던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볼일을 보고 좀 쉬다가 1시쯤 다시 숙소를 나섰다. 박물관섬으로 가서 베를린돔을 다시 보고 Linden가를 따라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갈 생각이었다.


철도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지, 좋아하면서도 모르겠다.
베를린돔은 숙소에서 무척 가까워서 금방 도착했다.

전날 저녁에도 느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뻐서 좀 놀랐다.


공원에서 음악을 들으며 베를린돔과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Linden가를 따라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걸어갔다.

약 1.5키로를 걸어 브란덴부르크 문에 도착했다. 다행히 전날처럼 통제는 없어서 파리저 광장에서 브란덴부르크 문을 바라볼 수 있었다. 파리저 광장은 '파리 광장'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브란덴부르크 문 위의 기마여신상은 나폴레옹이 프로이센 점령 후 가져간 것을 비스마르크 시절 파리를 함락하며 다시 되찾은 것이라고 한다. 파리 함락 후 파리에서 독일 통일을 선포한 프로이센의 영광을 상징한다고...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계속 걸어가 국가의회의사당(Reichstag)으로 갔다. 히틀러에 관련된 유튜브를 여럿 보다보니 Reich가 독일어로 '국가'라는 뜻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stag이 붙어 국가의회라는 뜻이 되는 것 같았다.

의사당 꼭대기의 유리돔은 무료입장이 가능한데, 미리 신청을 해야한다. 나는 이런게 있는 줄도 모르고 전날 신청을 해보려했더니 자리가 없었다. 최소 일주일 전에는 신청을 해야하는 것 같다.
의사당 옆에는 현재 독일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국회 건물이 있었다.

파울 뢰베를 조금 더 자세히 보고싶어 슈프레 강변으로 이동해 강가를 따라 한 바퀴 돌아봤다.


건물 뒤편으로 가니 건물이 엄청 신기하게 생겼다.

방 하나하나가 국회의원들의 사무실인 것 같았다. 밖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국회의원 사무실, 이거 참 귀하다.
걸어가다보니 회의?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유럽의 정치를 우상화하고 맹목적 이상향으로 설정해 두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볼 때면 거부감이 굉장히 심했는데, 독일 국회의사당을 보니 확실히 선진적이었다. 문화가 정말 다르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독일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건 절대 부정할 수가 없다.


독일 국회 구경을 마치고 옆에 있는 잔디밭으로 갔다.

잔디밭 끝까지 걸어가보니 강 건너편으로 베를린 중앙역에 보였다.



다리를 건너 중앙역으로 가고 싶었는데, 해가 지기 전에 가야할 곳이 많았던데다가 다음날 포츠담으로 갈 때 중앙역을 이용해야 할 것 같아서 바깥에서만 구경하고 돌아갔다. 다시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돌아가 근처의 관광지들을 보러 갔다.


2차대전에서 가장 치열했던 독소전쟁, 그 전쟁에서 죽은 소련의 군인들을 기리는 조형물이라고 한다.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남쪽으로 걸어가면 학살당한 유대인들을 위한 홀로코스트 추모비가 있다.


이런 식으로, 관 모양의 제각기 높이가 다른 돌을 배치해놓은 추모공원이었다. 무릎정도의 높이부터 키를 한참 넘는 돌까지, 높이가 다양했다.

깊이 지하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다보니, 워싱턴에서 방문했던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이 생각났다. 비슷한 느낌이었다.


지하에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있는데, 무료입장이지만 시간대별로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가야할 곳도 많고 기다리기는 힘들어서 여기까지 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홀로코스트 메머리얼 바로 남쪽의 사거리를 접하고 '현대 베를린'의 중심, 포트다머 플라츠(포츠담 광장)이 있다. 각종 마천루가 자리잡은 베를린의 지붕이라고 했다.



광장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었다.

유명하고 좀 중심지라는 광장이라서 와봤는데, 사실 생각보다 볼 건 없었다. 광장을 좀 둘러보다보니 슬슬 해가 질 시간이 되어갔는데, 일몰을 보기 위해 미리 찾아둔 베를린 남부의 템펠호퍼 필드로 이동했다. 2차대전 이후부터 냉전 시기 서베를린의 메인 공항으로 사용되었던 템펠호퍼 공항은 독일 통일 이후 공항의 기능을 잃었는데, 공항을 없애는 대신 부지를 그대로 남겨두고 공원으로 시민에게 개방한 곳이라고 했다. 날씨 좋은 날이면 돗자리를 펴놓고 피크닉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다고 했는데, 이날은 피크닉을 즐기기에는 날씨가 좀 추웠다. 그래도 넓은 평지에서 일몰을 볼 수 있는 장소라고 하기도 했고, 옛 공항으로 사용됐다는게 호기심이 생겨 찾아가고 싶었다.


U반을 한 번 갈아타고, 20분 정도가 걸려 탬펠호퍼 필드 근처의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다시 여기서 10분 정도를 더 걸어가야 했는데, 가는 길에 간식으로 프레첼 하나를 샀다. 공항에서 일몰을 보며 먹을 생각이었다.

해가 다 떨어져버릴까 전전긍긍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원에 처음 발을 디딘 순간, 하늘에는 이미 태양이 저물고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노을은 아니었지만, 겨울의 베를린에서 노을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활주로가 무척 길어 여기서 스케이트보드,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등등을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을 보며 걸어다니는 길이 좋았다. 이렇게 관광지가 아닌 곳들을 돌아다니다보면 이방인의 시선에서 현지인의 삶을 느낄 수가 있다. 음악을 듣다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 보드의 바퀴 소리를 듣고 싶어 귀를 열고 걸어다녔다.


좀 걸어다니다가 사왔던 프레첼을 먹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맛이 없었다...

공원을 가로지르는데 한참 걸렸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을 보면서 그냥 걸어다녔다.





나중에 알아보니 공항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가이드 투어상품이 있다고 한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석양의 붉은 빛도 사라지고나서 다시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갔다. 그런데 가는 길에 컨테이너로 된 집들이 보였다.

컨테이너 앞에 자전거도 주차되어 있고, 빨래도 널어져있고 컨테이너에 불도 켜져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려서 뭔가 싶어서 찾아봤다.


이 겨울에 춥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최근 전유럽, 특히 난민을 많이 받은 독일에서 반난민극우세력이 힘을 얻어가고, 대표적으로 AfD가 의회에서 점점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파고 들어가면 너무 복잡하고, 아는게 별로 없어 의견을 가지기도 망설여지더라.
하여튼, 굉장히 차분하게 여러 생각들을 하며, 노을도 잘 감상했던 템펠호퍼 공항 산책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독일에 특히 터키계 이주민이 많아 케밥에 무척 진심이라고 해서 베를린에서 가장 평이 좋은 케밥집 중 하나를 찾아갔다. 시내에서는 좀 떨어져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지만 마침 템펠호퍼 필드 근처에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갔다.

현지인들로 가득 찬 케밥가게에서 가장 기본으로 보이는 1번 메뉴를 주문했다. 내 앞에 대기가 많아 한 10분 정도 기다려 케밥을 받았다.

일단 양이 무지하게 많았다. 양에 비하면 꽤 싸다는 생각을 하면서 먹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커서 케밥 맛을 잘 못느끼고 있다가 고기를 처음 맛 본 순간 감탄이 나왔다. 진심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먹은 케밥 중에 가장 맛있는 케밥이었다.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 고기와 감자에 불고기양념?비슷한 느낌의 양념이 되어있었는데, 야채와 빵이랑 너무 잘 어울렸다. 진짜 맛있었다. 심지어 양도 엄청 많아서, 먹기 전에 배가 많이 불렀는데 먹고 나니 배가 꽉 찼다. 이날 너무 맛있게 먹어서 다음날에도 또 찾아갔다 ㅋㅋ
케밥을 먹고 다시 S반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공원이 넓어 워낙 많이 걸었던데다가 케밥가게가 좀 외곽에 있어 숙소까지 걸어갈 수는 없었고, 마침 도이칠란드 티켓도 있어 이동이 너무 편했다.
다만 숙소 도착하기 바로 전 역이 좀 큰 역이라서 구경하고 싶어 미리 내렸다.

숙소에 가기 전에 마트에 들러 콜라 제로슈가/제로카페인을 다시 사서 들어갔다. 제로카페인 콜라가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숙소에 들어와 다음날 여행할 곳들을 찾아보다 씻고 누워 유튜브를 보다 잠에 들었다. 영상을 좀 보려해도 너무 피곤해 사실 얼마 못 보고 잔다.
다음날,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전날 여행코스를 짜다보니 베를린에서 할 걸 거의 다 하기도 했고, 마침 도이칠란드 티켓이 있어 기차도 마음껏 탈 수 있겠다, 베를린 근교의 소도시 포츠담에 다녀올 계획을 했다. 베를린에서 포츠담은 S반을 타고 갈 수도 있고, 도이칠란드 티켓으로 탈 수 있는 RE/REB 열차를 타도 돼서 접근성이 무척 좋았다.
다만 포츠담으로 가기 전에 숙소 근처의 알렉산더 광장에 들러 베를린 텔레비전 타워, 베를린 시청을 보고 가야 했다. 이때가 아니면 루트가 안나와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루 일정이 좀 바빴어서 주방이 열리는 8시가 되기 전에 준비를 다 한 뒤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섰다. 해가 빨리 저물다보니 조금은 서둘러야했다.

텔레비전 타워 바로 옆에 알렉산더 광장이 있어 딱히 지도를 보지 않아도 길을 찾는게 어렵지 않았다.

도중에 굉장히 고풍스러운 기차역을 만났다. 하커셔 역이라는데, 역 주위로 시장과 카페, 바가 있는 힙한 거리라고 했다. 나는 뭐... 커피도 안마시는데다 이런건 그냥 바라보는 것만 좋아해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지나갔다.


역 바깥만 보고 가기에는 아쉬워서 플랫폼에도 올라가봤다.



사진을 좀 찍고 다시 내려와 알렉산더 광장으로 갔다.

이때 해가 막 떠오르는 때여서 햇빛이 참 예뻤다.

숙소에서 15분이면 올 길을 이리저리 사진찍는다고 거의 30분이 걸려서 알렉산더 광장에 도착했다.

텔레비전 타워 너머로 붉은 벽돌로 지어진 베를린 시청이 있었다.

해질녘에 참 아름답다는데 그 모습을 못 봤다.


하늘에 구름이 신기했다. 사진을 찍고 나니 꼭 모자이크를 한 느낌이다.
시청에서 좀 더 걸어가면 옛 베를린 시청 건물이 나온다.

지금은 행정부의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데, 앞 광장에서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뭘 발굴하나?

이것도 건물이 참 멋졌다.

하늘에 예뻐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베를린에서 날씨 운이 참 좋은 것 같다.
슬슬 열차를 타러가야 할 시간이 되어 다시 알렉산더 광장으로 돌아가 Alexander Platz 기차역으로 갔다.

Alexander Platz 기차역도 멋졌다. 무슨 기차역마다 다 이렇게 예쁜지 모르겠어.



시간에 맞춰 들어가, 좀 기다리니 내가 타고 갈 RE열차가 왔다. 그런데 이때 Alexander Platz에서 기차을 타는 바람에 전날의 계획과 달리 베를린 중앙역을 못 가게 되었다. 중간에 끼워넣기가 애매한 위치라 기차를 타고 나서 여행 루트를 다시 짰다.
베를린을 출발한 RE기차는 브란덴부르크 중앙역까지 가는 기차였는데, 나는 중간에 포츠담 중앙역에서 내렸다. 30분도 안걸리는 짧은 기차여행이라 베를린 근교 여행으로 좋을 것 같았다.


포츠담 중앙역에서 포츠담의 관광지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다. 베를린은 그래도 날씨가 꽤 좋았는데, 많이 이동한 것도 아닌데 포츠담은 하늘이 흐렸다.
포츠담(Potsdam)은 브란덴부르크주의 주도로, 한국사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포츠담 회담'이 진행됐던 도시다. 사실 나도 여행하기 전에는 포츠담 회담밖에 몰랐다. 1945년 연합국의 베를린 점령 이후 미국, 영국, 소련의 지도자가 모여 진행한 포츠담 회담에서 한국의 독립이 결정됐다고만 알고 있었다.
포츠담은 프로이센 왕국의 왕가인 호엔촐레른 가문의 여름 휴가지로, 녹지대가 많아 곳곳에 궁전이 세워져있다. 눈물의 여왕 촬영지로 유명하다는 상수시 궁전부터 포츠담 회담이 열린 시실리엔 궁전 등이 있는데, 잎이 푸르른 봄, 여름과 낙엽으로 물드는 가을에는 참 아름답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간 12월 말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궁전과 정원에는 볼 게 없었다. 포츠담에 가려거든 꼭 겨울을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궁전과 정원은 겨울에 볼 게 없지만 포츠담 올드타운에는 나름 구경거리가 있었다. 포츠담 구시청사부터 올드타운 거리, 자그마하지만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조금 작은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현대적 건물로 뒤덮인 베를린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다만 바로 직전에 아름다운 폴란드의 구시가지를 보고 왔어서, 예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냥 '이게 포츠담이구나~'하는 정도?




번영하던 브란덴부르크 선제후국의 수도였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인지 지도상으로는 시내에 박물관이 꽤 많이 보였다.

도이칠란드 티켓으로 포츠담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있었는데, 급하게 다닐 필요가 없어 걸어다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도시가 크지도 않다.






확대하면 사진이 더 잘나온다 ㅋㅋ


솔직히 처음 포츠담 올드타운에 들어와서는 좀 실망을 했는데 예쁜 거리도 나오고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마켓도 돌아다니며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 특히 겨울이라 관광객이 없었기 때문에 - 또 나름대로의 매력이 느껴졌다. 사실 베를린도 볼 게 많은 도시는 아닌 것 같은데, 베를린에 오래 머무른다면 포츠담은 꼭 와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 옆으로 아이스링크와 조그마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었다. 청소년들이 체험학습을 왔는지 단체로 스케이팅하고 있었다. 유럽에 오니 이렇게 체험학습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이 보인다.

이후 포츠담 브란덴부르크 문을 향해 걸어갔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에 비하면 훨씬 작지만... 그래도 포츠담의 상징이라고 한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뒤로하고 상수시 정원과 그 안의 상수시 궁전으로 갔다. 7년전쟁의 승리 후 호엔촐레른 가문의 여름궁전으로 지어졌다는데, 여름 사진을 보니 정원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도 상수시 정원에 들어오니 멋진 수도원이 하나 있었다.


이후 정원을 걸어다녔는데, 비수기라 궁전 및 기타 시설들이 다 공사중이었고 나무와 풀들도 모두 황량해서... 무척 아쉬웠다.



나는 드라마를 안봐서 몰랐는데 정보를 찾다보니 알게 되었다.


이렇게 황량해도 아름다운데, 여름엔 정말 예쁠 것 같다. 언제 다시 유럽을 갈 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여름에 가겠다.

정원의 끝에 new 상수시 궁전이 있다길래 걸어가봤다. 정원은 끝에서 끝까지 길이가 2키로가 좀 넘었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가니 금방이었다.



그런데 여기도 공사중이었다..ㅋㅋ

이후로도 정원을 좀 둘러보다 슬슬 베를린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 버스를 타고 포츠담 중앙역으로 돌아가, 다시 RE열차를 타고 베를린에 도착했다. 여러모로 계절이 아쉬운 포츠담 구경이었지만, 포츠담 올드타운은 멋졌다. 예쁜 거리도 많고, 사진도 잘 나와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베를린으로 돌아갔다.
전날 여행 계획을 세우며 아직까지 방문하지 않았던 베를린 명소들을 체크해두었다. 포츠담에 다녀와서 처음으로 갈 곳은 카이저 빌헬름 교회라는 곳이었는데, 2차대전 중 폭격으로 파손된 교회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었다.
RE기차를 타고 베를린 동물원 역에서 내려 카이저 빌헬름 교회로 가는데, 가는 길에 베를린의 명물 커리부어스트를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마침 배도 고프고 가격도 괜찮아서 하나 주문했다. 뭘 먹어야 할 지 모르겠어서 가장 위에 있는 메뉴를 주문했다.
눈 앞에서 소시지를 썰어 토마토 소스를 부은 뒤 커리 가루를 뿌려 만든게 커리부어스트.

소시지는 그냥 소시지 맛인데, 토마토 소스가 엄청 맛있었다. 생토마토소스? 그런 느낌이었는데, 사실 상상하는 맛 그대로였다.
커리부어스트를 먹고 카이저 빌헬름 교회로 갔다.

반파된 옛 교회 건물 옆으로 현대적인 팔각형 모양의 새로운 교회가 지어져 예배 등 행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교회로 들어가려는데 앞 광장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었고, 한쪽에 웬 추모공간이 있었다.

뭔가 하고 찾아보니 예전에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있는 베를린 트럭돌진테러가 바로 이곳에서 일어났나보다.

우연의 일치로 이날이 12월 19일로, 딱 9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추모를 하러 온 독일 사람이 계속 보였다.

폭격의 참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교회 건물.

교회 내부에서는 무슨 공연? 리허설을 하고 있었는데 누구나 자유롭게 볼 수 있었다.

나도 노래를 좀 듣다 나와 광장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한 바퀴 둘러봤다.

구경을 끝내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가는데, 한쪽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었다. 궁금해서 맨 앞으로 가보니 '기묘한 이야기' 크리스마스 마켓 입장 대기줄이었다.


그냥 보기만 하고 다음 목적지로 갔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내리기 한 정거장 전에 들판에 서있는 폐허가 된 건물이 있어 바로 내려서 다가갔다.


상업/여객 용도로 사용되다가 2차대전 때 폭격당한 후 역의 기능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기차역을 구경하고 조금 걸어 목적지인 '공포의 지형학'(Topography of terror) 전시를 보러 갔다. 구 SS친위대 본부가 있던 건물에, 나치가 공포감을 어떻게 이용하였는지, 그 만행은 어떠했는지를 설명해 둔 전시였다.

야외 전시장에는 베를린 장벽을 따라 전시가 이어졌고, 건물 안에서 먼저 전시를 보고 야외 전시를 보라고 해서 일단 건물로 들어갔다.


입장료는 무료고, 안내데스크의 QR코드를 스캔하면 각국 언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있었는데, 한국인이 대본을 읽으며 녹음한 오디오 가이드여서 듣기 편했다.

안을 돌아다니면서 한 시간 정도 관람을 했는데, 오디어 가이드도 잘 되어 있고 특히 당시의 사진 자료들이 많이 있어서 좋았다. 나치의 성립부터 돌격대(SA), 친위대(SS)의 탄생, 만행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두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열심히 보다가 끝으로 갈수록 힘들어서 날림으로 봤다. 박물관이나 전시 이런건 너무 힘들다...
내부 전시만 보고 야외 전시는 힘들어서 패스했다.

시간이 많다면 들러도 좋을 전시인 것 같다. 설명이 자세해서 좋았다.
바로 근처에 베를린 장벽의 판문점 같은 곳인 '체크포인트 찰리'가 있어 걸어갔다. 베를린 필수 여행코스로 꼽히는 곳이었다.




딱히 감흥은 없었고... 그냥 사진만 찍고 갔다. 이후 전날부터 보고싶었던 베를린 중앙역에 가려고 U반을 환승해서 국회의사당역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다리를 건너 중앙역으로 들어갔다.


2000년대 들어 새로 지어진 베를린 중앙역은, 지하2층 지상2층(+로비 0층) 규모인데, 동서방향 기차는 지상으로, 남북방향 기차는 지하로 노선을 분리시켜놓은 기차역이었다.

역 자체가 크고 2층에서 지하까지 한 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구조였어서 신기했다.

이후 플랫폼도 구경했다.



구경을 마치고, 중앙역에서 숙소 근처의 프리드리히가(街) 역으로 가는 S반이 있어 열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이날 저녁에 동행을 만나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기로 했어서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6시에 숙소를 나섰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 마켓은 베를린 북쪽 시가지에 위치한 '문화의 양조장'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는데, 옛 양조장 부지를 재생시켜 만든 문화공간이라고 했다. 길은 좁은데 사람이 무지하게 많아서 한 바퀴 돌고 바로 빠져나왔다.

굳이 여기를 간 것은 전날 갔던 케밥집의 분점이 바로 근처에 있어서였고, 마켓 구경을 하고 또 그 케밥집으로 갔다. 나는 두 번째 대표메뉴, 케밥 바게트를 시켰다.

똑같은 가게인데 플레이팅이 약간 다르고, 여기가 더 양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맛은 똑같이 맛있었다. 너무 맛있었다 정말....
케밥을 먹고 알렉산더 광장과 시청 앞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이동했다. 동행은 스페인에서 교환학생을 하는 친구였는데, 여행 스타일이나 음악 취향이 비슷한게 많아서 재밌게 이야기하면서 걸어갔다.

다행히 여기는 사람이 좀 적었다. 여기저기 시식코너가 있어 슈톨렌이나 술?같은 것도 맛보면서 돌아다니고, 예쁜 소품도 구경하면서 다녔다.
이후 베를린돔 앞의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구경하고 헤어졌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니 9시 반이었고 너무 피곤했어서 얼른 씻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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