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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유럽 여행기] 22. 독일 라이프치히

by Orthy 2025. 12. 27.

25.12.22. ~ 25.12.24.

어느새 여행한지 네 달이 되어가고, 집에 돌아가기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 여행하고 돌아다니는게 너무 익숙해져 한국에 돌아가서 평범한 일상을 사는게 어색할 것 같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오히려 한산하다. 상점은 거의 다 문을 닫고 거리에는 사람이 없다. 온 거리가 북적이던 며칠 전과 영 딴판이다. 홀로 돌아다니는 이방인이라는 사실이 더 씁쓸해진다. 그래서 일부러 크리스마스 당일에 오래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라이프치히에서 도르트문트로 가는 버스에서 글을 쓴다.

2025년 새해가 밝은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한 해가 다 갔다. 올해를 맞이했던 군대에서는 전역의 해가 밝았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바깥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착잡한 마음을 정리하려 수학 공부에 더 파고들었고, 위상수학 공부를 하느라 끙끙댔던 기억이 난다. 별 희안한 일을 겪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간부들에게 지쳤던, 그러면서도 동기 선후임들과 재밌게 보내던 군생활이 끝나고, 여행을 막 시작하던 순간이 기억난다. 알마티에 온 첫날 숙소 앞 호수에 비친 천산산맥의 고봉들에 설렜던 순간, 키르기즈스탄의 엄청난 자연들, 일주일동안 인터넷이 없었던, 그렇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파미르 하이웨이 횡단, 40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도착해 마치 세상의 끝처럼 느껴졌던 악타우의 카스피해, 전설의 도시 이스탄불과 터키 일주, 발칸반도 횡단 등등... 1년간 있었던 일들이 아직도 어제일처럼 생생한데, 벌써 2025년이 끝나간다. 시간이 너무 빨라서, 가끔 정말로 무서워진다.

내년에는 또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릴지 모르겠다. 어떤 하루들을 보내게 될 지 모르겠다.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연말이 되면 찾아오는 이 센티멘탈이 싫은데, 싫다고 안 찾아오지 않더라.


22일 아침, 매시 12분 드레스덴 중앙역에서 라이프치히 중앙역으로 가는 RE기차가 있는걸 확인하고 10시 12분 기차를 탈 준비를 했다. 아침을 먹고 나가기 전 다음 여행할 곳들을 둘러봤다. 원래는 사람 많고 비싼데를 굳이 가기 싫어서 도르트문트, 쾰른, 뒤셀도르프, 본 등이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에서 새해를 맞이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너무 심심할 것 같아서... 한참 고민하다가 쾰른에서 파리를 왕복하는 플릭스버스를 예매하고 숙소도 결제했다. 사실 유럽 여행 시작하면서 정보 찾다보니 사람들이 하도 파리파리 그러길래 괜히 심술났고(자랑이다 아주ㅋㅋ) 그래서 '난 파리 안갈래' 이랬는데 지금 돌아보면 참 멍청한 생각이었다. 쿨찐이다 그냥...

하여튼 이날 아침, 파리로 가는 버스가 너무 비싸서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질렀고, 그 뒤 나갈 시간이 되어서 짐을 챙겨 드레스덴 중앙역으로 이동했다.

드레스덴 중앙역에서 - 내가 탈 RE기차

전날 맑았던 하늘은 온데간데 없고 아침부터 무척 흐렸다. 다시 생각해도 운이 참 좋았다.

드레스덴이 작센주의 주도지만, 작센주 최대도시는 라이프치히이다. 굳이 여기를 여행하기로 한 건... 사실 원래 독일에만 있을 예정이다보니 코펜하겐으로 가기 전 이름난 도시에서 시간을 때우려던 생각이었다. 여행하고보니 참 잘한 선택이었지만 이때는 라이프치히에서 사흘간 뭘 하나 고민이 됐다.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들판의 바람개비들

라이프치히 하면 단연 라이프치히 대학교가 떠오른다. 수학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과학, 특히 물리가 재밌어서 물리학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물리 교양도서를 읽을 때면 항상 나오는 대학교가 있다. 괴팅겐의 괴팅겐 대학교, 라이프치히의 라이프치히 대학교. 특히 난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를 너무 감명깊게 읽어 라이프치히 대학교가 무척 익숙했다. 드레스덴 다음 여행지로 라이프치히를 택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사실 라이프치히보다도 수학 GOAT 가우스로도 모자라 난제 GOAT 리만까지 있던 괴팅겐 대학교를 가보고 싶었는데, 위치도 너무 애매하고 호스텔이 없어 숙박비가 너무 비싸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었다.

라이프치히로 이동하는 기차에서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라이프치히 도시 자체에는 볼 게 거의 없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근처 소도시들이 정말 유명한 도시들이었고 - 루터가 95개조 반박물을 발표한 비텐부르크, 헨델의 고향이자 칸토어가 있었던 할레, 니체가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나움부르크, 말 그대로 유럽 지성의 요람인 바이마르와 예나까지 - 라이프치히를 중심으로 철도가 잘 되어있었다. 그렇게 이번 라이프치히 여행은 라이프치히 근교 소도시 탐방 여행으로 컨셉을 잡았다.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여행할 곳들에 대해 알아보다보니 어느새 라이프치히에 도착했다. 12시쯤 도착했던 것 같다.

기차에서 내려서

찾아보니 라이프치히 기차역이 유럽에서 가장 대지면적이 넓은 기차역이라고 한다. 연면적이 더 넓은 기차역은 많지만, 라이프치히 기차역은 1층 단일층으로 되어있어 대지면적이 가장 넓다고.

정말 기차역이 엄청 넓었다.
Leipzig Hauptbanhof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역사 내부도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역이 굉장히 고풍스럽고 멋졌다.

역에서 라이프치히 중심지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있지 않았고, 내 숙소도 중심지역 Markt Platz 바로 옆이어서 그대로 걸어갔다. 날이 많이 추웠다.

마르크트 플라츠로 가는 깋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낭낭했다.

라이프치히의 마르크트 플라츠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었다. 역시 사람도 많았다.

라이프치히 마르크트 플라츠
배경의 건물은 라이프치히 구시청사

일단 광장 옆의 숙소를 찾아갔다.

숙소 가는 길

체크인 시간이 안되어서 짐만 내려놓고 다시 나왔다. 그런데 아침부터 어지럽던 것이, 오후가 되니 더 심해졌다. 전날 잠을 제대로 못잤는지 저혈압이 온 것처럼 좀 많이 어지러웠다. 잠을 좀 자야할 것 같았는데, 체크인 시간도 4시부터여서 침대에 눕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숙소에만 있어야 할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아서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시내 구경을 나갔다.

다시 마르크트 플라츠로

마켓을 둘러보다 배도 고프고 맛있어보이는 음식이 있어 하나 사먹었다.

8유로

무슨 요리인지 궁금해 제미나이에게 물어보니 역시 자세히 설명해줬다. 제미나이 없었으면 여행 어떻게 다녔으려나 몰라.

무츠브라텐을 시켰다.

고기는 아마 목살인 것 같았는데, 얼마나 푹 익힌건지 엄청나게 부드러웠다. 연약한 나무포크 하나로도 잘 찢어지고 기름기도 흘러서 맛있게 먹었다. 고기 겉에 시금치절임?같은게 붙어있었는데 약간 한약 냄새도 났다. 다만 고기만 먹으니까 좀 물려서 케찹이랑 머스타드를 뿌려서 먹었는데, 머스타드가 순수 겨자소스라서 케찹 단 맛이 없었으면 다 먹기 힘들었을 것 같다. 밥을 먹는데도 계속 어지러워서 좀 힘들었다.

먹고 마켓 구경을 다녔는데, 시식코너가 꽤 있어서 재밌었다.

치즈도 시식하고
베를린에서부터 많이 보이던 이 달콤한 술도 먹어보고

근데 여기서 먹었던건 진짜 시럽으로 된 감기약 맛이었다. 초콜릿맛, 오렌지맛도 있었는데 그건 좀 나았다.

현지인들로 가득

드레스덴처럼 굳이 찾아와야 할 정도로 예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볼만했다.

라이프치히 구시청사

마켓을 둘러본 뒤 바로 옆에 있는 성 토마스 교회를 갔다.

성 토마스 교회

성 토마스 교회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가 27년간 음악 감독으로 있으면서 그의 대부분의 작품을 써내려간 곳이라고 한다.

성 토마스 교회 앞의 바흐 동상

그래서 교회 앞 광장에 바흐의 동상도 있고, 바흐의 시신도 이곳에 묻혔다고 한다.

내부
바흐의 묘

교회 안에는 정말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데, 내가 들어가니 마침 연주중이었다. 머리가 많이 어지러워서 좀 쉴 겸 의자에 앉아 오르간 연주를 들었다. 술 먹을 때 어지러운 느낌이 아니라 오래 앉거나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났을 때 느껴지는 어지러움이 계속됐다.

오르간 연주는 웅장했다. 교회 안이라 오르간 소리가 웅웅 울려댔다.

교회 안에는 바흐 전시관?같은게 조그마하게 있었다.

바흐하면 G선상의 아리아밖에 몰랐는데 나무위키 읽어보니까 대단한 사람이었다. 괜히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게 아니었다.

라이프치히의 음악가들

성 토마스 교회를 구경하고 근처의 라이프치히 신시청사로 이동했다. 사실 알고 간 게 아니라 길 가다가 너무 웅장한 건물이 있어 찾아보니 신시청사였다.

건물이 ㄹㅇ 위압감이 느껴졌다.

말 그대로 거대한 건물이었다. 내부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가봤다.

사실 내부는 그닥...

찾아보니 평일? 매일 2시에 시청 투어가 있다고 했다. 시청 탑 꼭대기의 전망대도 갈 수 있는 투어라는데, 이날은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이라 인포메이션 센터가 닫혀있어서 아마 운영을 안하는 것 같았다. 시청을 잠시 둘러보다 나왔다.

정면도 웅장했다.

시청 건너편에 교회가 있었는데, 구글 리뷰를 보니 여기도 전망대가 있는 것 같다.

시청 앞 교회

여기도 운영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구경을 마치고 라이프치히 대학교 방면으로 이동했다.

대학교로 가는 길
가는 길이 예뻤다.

아쉽게도 옛 대학 건물들은 다 사라지고, 라이프치히 대학교에는 완전히 현대적 건물이 들어섰다.

구내식당인듯
가는 길에 방송사? 관계자들이 있었다.

대학교 바로 옆에는 멘델스존이 창립하고 오랫동안 지휘자로 활동했다는 세계 최초의 민간 오케스트라 '게반트하우스'가 있다.

게반트하우스 건물

다만 너무 현대적이라서 좀 김이 샜다.

게반트하우스 앞의 아우구스투스 분수

아우구스투스 분수 뒤에는 핀란드를 컨셉으로 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었다.

핀란드 크리스마스 마켓

이 가게가 맛집으로 소문난건지 다들 이 가게에서 파는 연어구이 샌드위치?같은걸 먹고 있었다.

이 건너편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었다.

뒤에 있는 건물은 오페라하우스

여기서 드디어 라이프치히 대학교 본관건물을 마주했다.

너무 현대적이네...

그래도 건물이 멋있기는하다.

안쪽 뜰에 라이프니츠 동상이 있다해서 찾아갔는데, 출입할 수 없게 울타리가 둘러져있었다.

그래서 울타리 사이로 휴대폰을 넣어 사진을 찍었다.

라이프니츠 동상

라이프니츠는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나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땄다. 철학, 수학에서 대단한 성과를 냈고 특히 대륙수학의 자존심으로서 뉴턴과 미적분학의 창시자가 누구인지 다퉜는데, 현대에는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각각 독자적으로 미적분학을 발명했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수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라이프니츠의 방법이 미적분학의 기초라 마음이 갔는데, 먼 발치에서 동상을 바라보기만 해야해서 아쉬웠다. 라이프니츠 이름은 한국 고등학생에게도 익숙할텐데, 무슨 대치동 암흑의 스킬 라이프니츠 적분법 이런것도 있더라...ㅋㅋㅋ

잠시 둘러보고 다시 길을 떠났다.
멀리서 바라본 라이프치히 대학

라이프치히 대학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라이프치히 대학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다. 마침 여름에 푸리에 해석을 공부하며 불확정성 원리를 '수학적으로' 정당화했던 기억이 났다.
https://whitemask.tistory.com/m/266

[Fourier Analysis] The Heisenberg uncertainty principle /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 원리

참고문헌 : Stein, Elias M., Shakarchi, Rami 2003. Fourier Analysis. Princeton University Press. Stein 해석학 시리즈 1권 [Fourier Analysis] 5단원 Fourier Transfrom on R">R을 공부한 내용을 TeX으로 적어 정리하는 김에 블로그에

whitemask.tistory.com

궁금한 사람은 없겠지만 이런 글도 썼다.

하이젠베르크의 연구실이 있었다는 곳을 찾아가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냥 회사 사무실이라고 하기도 했고 시내에서 좀 떨어져있는데다가 어지럼증이 계속 도져서 포기했다. 대신 적당한 거리에 있던 라이프치히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찾아가봤다.

가는 길에 재밌는 배너를 봤다. 러시아 국기 대신 프랑스 국기가 ㅋㅋ

어지러워서 걸어가는 길이 좀 힘들었다.

가는 길
드디어 도착

물리도서에서 말로만 듣던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직접 찾아가다니... 고등학생 때는 물리학이 정말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이제는 손을 놓은지 너무 오래되어 거의 다 잊어버렸다.

불 켜진 방을 확대해서 보니 칠판에 수식이 적혀 있었다.

뭔지는 모르겠네

건물을 좀 둘러보다 다시 라이프치히 대학 방면으로 걸어갔다.

막스플랑크 연구소, 라이프치히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라이프치히에만 있는건 아니고, 독일 전역에 여러개가 있다.

가는 길에 슈만 박물관도 있었는데, 큰 흥미는 없어 사진만 찍고 돌아갔다.

슈만 하우스
돌아가는 길

라이프치히도 시내를 좀 벗어나면 여지없이 소련식 무감성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었다.

도착

세 시도 넘어갔고, 슬슬 체크인을 비벼볼 수 있을 것 같아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다. 다만 돌아가는 길에도 볼거리가 있어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Mädler Passage

숙소로 가는 길에 중세부터 이어져 온 백화점, 메들러 파사주를 들렀다. 이곳의 술집 '아우어바흐'는 라이프치히에 거주하던 유명인들의 단골 술집이었다도 한다. 바흐, 괴테 등이 자주 찾았으며 괴테는 이곳을 너무 자주 찾은 나머지 대작 '파우스트'의 첫 부분에 이 술집을 등장시켰다고 한다. 그 기념으로 아우어바흐 술집의 입구에는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 박사의 동상이 있다.

근본 넘치네요

고등학생 때 파우스트를 두 번 읽었는데 사실 지식이 부족해서 두 번 다 큰 울림을 받지 못했다. 이번 계기로 한국에 돌아가면 파우스트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들어가니 3시 반쯤이었고, 다행히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평 좋고 싼 숙소를 예약했는데, 아니 무슨 지금 주방이 고장나서 이용할 수가 없다는거다. 청천벽력이었는데 일단 잠을 좀 자야해서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얼른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고 발만 씻고 바로 잤다. 피곤했는지 바로 잠들어서 6시에 알람이 울릴 때까지 계속 잤다.

다행히 자고 일어나니 개운하고 어지러운 것도 사라졌다. 먹을 것도 사러 갈 겸 저녁의 크리스마스 마켓도 구경할 겸 다시 옷을 입고 나갔다.

밤이 더 예뻤다.
옛 시청사 발코니?같은데서 무슨 공연도 했다.

마켓을 좀 구경하다가 알디로 장을 보러 갔다.

가는 길에 다시 메들러 파사주에 갔다.

알디를 둘러보니 다행히 조리 없이 먹을 수 있는 닭가슴살 구이가 있었다. 150그람에 2유로라서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빵이랑 사워크라스트, 제로사이다를 사서 숙소로 들어와 먹었다. 식기구가 없어서 들어오면서 크리스마스 마켓 노점에서 플라스틱 포크 세 개를 가져왔다 ㅋㅋㅋ

저녁을 먹으며 여행 정보도 찾아보고 푹 쉬었다. 다행히 낮에 어지러웠던 것이 다 사라졌고, 그렇게 잤는데도 또 피곤해서 일찍 잤다.

다음날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전날 저녁과 똑같은 메뉴로 아침을 먹었다. 주방이 없어 방에 있는 작은 탁자에서 먹어야 했는데, 소리와 냄새 때문에 좀 민폐가 될 것 같았지만 다행히 룸메는 열심히 코를 골며 잘 자고 있었다.

8시반쯤 호스텔을 나섰다. 이날은 라이프치히 근교의 마을 '할레'와 '나움부르크'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할레로 가는 기차가 먼저 와서 할레를 먼저 갔다가 나움부르크를 방문하고, 라이프치히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두 도시 다 라이프치히 근교이지만 작센주가 아니라 작센-안할트주 소속이다. 그런데도 S반이 연결되어 있어 서로 이동이 무척 편리했다.

마르크트 플라츠

아침이라 마켓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기차타러 가는 길
아침부터 날씨가 굉장히 흐렸다.

할레까지는 S3노선을 타고 가면 30분도 안되어 도착한다. 라이프치히에서는 S반을 탈 때마다 검표를 받았다.

Markt Platz역
할레(Halle) 도착

할레의 정식 명칭은 Halle(Salle)로, 이곳 말고 독일에 다른 할레가 있어 이곳을 가로지르는 잘레(Salle)강의 이름을 따 Halle(Salle)라고 부른다고 한다. 할레는 바흐와 중세 음악의 쌍벽을 이루는 '음악의 어머니' 헨델의 고향이자 무한집합 이론의 선구자이자 시대를 앞서나간 생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가 교편을 잡고 생을 마감한 도시이다.

할레역의 플랫폼
Halle Hauptbanhof

시내로 가는 길에 할레 출신 유명인들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게오르그 칸토어

죽어서라도 뒤늦게 이렇게 인정을 받게 되어 다행이다.

시내로 가는 길이 무척 예뻤다. 할레를 다 둘러보고 나니 오히려 라이프치히보다 볼 거리가 많았고 더 예뻤다.

시내로 가는 길
감성있나요

피르나를 방문했을 때도 느꼈지만, 이런 소도시들까지 아름다운게 독일의 매력인 것 같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역에서 20분쯤? 걸어 할레 중앙의 Markt Platz에 도착했다. 역시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었고, 광장 중앙에 헨델의 동상이 서 있었다.

헨델의 동상
할레의 자부심

광장 뒤편으로는 동명의 마르크트 교회(Marktkirche)가 네 개의 탑을 뽐내고 있었다.

Marktkirche
구글 리뷰의 사진이 너무 예쁘다.

날씨가 좋을 때 왔으면 정말 예뻤을 것 같은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광장과 교회

할레 올드타운을 구경한 뒤 근처의 헨델 박물관을 찾아갔다. 헨델이 태어난 생가를 박물관으로 꾸며놨다고 했다.

가는 길
도시가 정말 멋졌다.
헨델 하우스

헨델 하우스 옆으로는 연주당?같은 것도 있었다.

들어갈 생각은 없어서 건물 사진만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제 할레에 온 가장 큰 이유, 칸토어의 흔적을 찾아다닐 차례였다. 첫 번째 목적지는 칸토어가 살았다는 칸토어의 생가를 찾아가는 것.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에 칸토어가 살았다는 동판 하나만 붙어있다고 했지만, 그래도 찾아가고 싶었다. 올드타운에서는 좀 떨어져있어서 걸어서 30분 정도 가야했는데, 트램이 있었지만 할레 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마음에 들어 걸어다니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칸토어에게로 가는 길
정말 멋졌다.

생각지도 않았던 멋진 도시를 방문해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주택가 풍경

한참 걸어다니는데 뜬금없이 길 건너편에 한식당을 발견했다.

이곳을 찾는 한국인이 얼마나 되려나...

거의 다 도착했다.

이 주택가의 끝에 칸토어의 생가가 있었다.

도착
동판을 확대하면...

칸토어의 실무한 개념에 대해 처음 공부했을 때 정말 무슨 소리인지 감이 안잡혔다. '무한의 신비'라는 책으로 처음 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무한과 실무한에 대해 설명하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시 사람들도 나처럼 칸토어의 실무한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특히 크로네커 델타로 유명한 크로네커는 칸토어의 이론을 격렬히 반대해 칸토어를 파멸시키는데 진심이었다. 칸토어의 결국 정신병에 걸려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다 사망했지만, 사후 그의 이론은 재발굴되어 영예를 되찾았고, 힐배르트는 '누구도 칸토어의 낙원에서 우리(수학자)를 쫓아낼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결국 쫓겨났지만 ㅋㅋ.. 그렇다고 칸토어가 틀렸다는게 아니라, 힐베르트의 야망이 무너졌을 뿐이다.)

칸토어 이론의 핵심은 무한에도 '층위'(hierachy)가 있다는 것이다. 자연수의 개수는 무한하고, 정수의 개수, 유리수의 개수, 실수의 개수도 모두 무한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똑같은 정도로' 무한하냐?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연수, 정수, 유리수는 모두 같은 정도로 무한하지만 실수는 그들보다 한층 위의 무한함을 가진다는 말이다. 정확히는 자연수, 정수, 유리수의 무한은 '셀 수 있는' 무한이고, 실수의 무한은 '셀 수 없는' 무한이라는 것인데, 쉽게말해 자연수, 정수, 유리수는 첫 번째/두 번째/세 번째 ... 수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반면 실수에서는 이게 안된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실무한의 개념인데, 19세기 말 당시로서는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을지 이해가 간다.

이 이론의 핵심은, 일대일 대응이 가능한 무한집합은 서로 같은 무한의 층위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유한집합의 원소를 하나씩 서로 짝지어 줄 수 있으면(=일대일 대응이 존재하면) 두 집합은 원소의 개수가 같다. 이 사실을 무한집합으로 일반화한 것이다. 실제로 자연수와 정수, 유리수의 집합은 서로 일대일대응이 존재하지만 자연수와 실수의 집합 사이에는 일대일 대응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집합론 수업에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해하는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칸토어의 실무한 개념은 이후 연속체 가설로 이어졌고, 말년에 칸토어는 연속체 가설에 매달리다 정신병원에 입원되어 사망했다. 연속체 가설은 뜬금없이 괴델의 불완전성 원리와 연결되어 수학의 완전무결한 형식화를 꿈꿨던 힐베르트 프로그램을 파괴했다.

여러모로 칸토어는 현대 수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특히 해석학과 집합론에서는 절대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수학자다. 집합론뿐 아니라 실해석을 기초가 되는 측도 이론 역시 칸토어가 제시한 칸토어 집합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갑작스러운 수학 얘기 폭탄에 사과를... 그냥 칸토어가 이만큼 중요한 수학자였다는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칸토어 생가를 구경한 뒤 지도를 보니 근처에 일몰 보기 좋다는 교회가 있어 찾아가봤다. 할레 전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딱히...ㅋㅋ

저 교회로 가는 길
교회

안에라도 들어가보려 했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그래서 그냥 돌아왔다.

칸토어의 생가를 본 뒤, 할레 신시가지에 칸토어 기념비? 같은게 있다길래 그곳을 찾아가봤다. 구시가지에서 트램을 타고 20분 정도 이동해야 했다.

신시가지쪽은 분위기가 많이 황량했다.

단지 비석 하나만 보러 간 것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아무것도 없었다.

누가 감히 낙서를...

왼쪽의 수식은 연속체 가설을, 오른쪽의 그림은 유리수의 가산성을 설명한 것이다. 연속체 가설 수식 밑에는 그의 명언, '수학의 본질은 그 자유로움에 있다'가 양각되어 있었다.

비석을 보고 다시 트램을 타고 구시가지쪽으로 돌아와 칸토어와 그의 가족이 묻혀있다는 공동묘지를 찾았다.

꽃이라도 사왔어야 했으려나
비석 앞에 QR코드가 있었다.

QR을 찍어보니 칸토어의 업적을 설명하는 페이지가 나왔다.

묘지 옆 공원 이름도 게오르그 칸토어 공원이었는데, 무척 작았다. 여기까지 둘라보고 다시 중앙역으로 돌아가 나움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가 한 시간에 두 대가 있어 시간을 맞춰가야했다.

할레에서 나움부르크 역시 30분이 좀 넘게 걸렸다. 나움부르크(Naumburg)는 할레에 비하면 훨씬 작고 전원적인 마을이었다.

나움부르크 중앙역
중앙역 앞 거리

중앙역과 올드타운은 좀 떨어져있어 2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나움부르크를 찾은건 이곳에 있는 Naumburg Dom 전체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제미나이가 추천해줘서였는데, 이곳에 와서야 나움부르크가 니체가 오랫동안 살았던 곳임을 알게 됐다.

올드타운 가는 길

정말 시골마을이다. 독일 시골의 전형적인 풍경이 아닐까.

되게 멋진 건물이 있어서 찾아보니 법원이었다. 법원 바로 앞으로 나움부르크 성당이 있었다.

Naumburg Dom
정면

원래 들어갈 생각은 없었는데 크리스마스 연휴라 그런지 매표소도 닫혀있었다.

철창 사이로 안뜰만 찍고 갔다.

내부가 무척 아름답고 무슨 그림이 되게 유명하다는데... 별로 들어가고픈 생각은 안 들었다.

올드타운으로 계속 걸어갔다.

가는 길에 웬 술집이 있었는데 너무 춥기도 했고 이런 시골마을의 술집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서 들어가봤다.

내부

막 들어가니 안경에 김이 엄청 서렸다. 혼자 왔다고 하니 혼자 온 아저씨 옆에 합석을 시켜줬다.

메뉴

뭘 시킬까 고민하다가 Braumeister Pils를 주문했다. 도시에 비하면 확실히 맥주값이 싸다.

아니 근데... 독일 맥주 맛있다는데 난 진짜 맛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폴란드에서 먹었던 맥주가 훨씬 더 맛있는데. 이것도 솔직히 맛이 없는건 아닌데 그냥 평범했다. Ziwiec나 Oktocim 같은건 먹자마자 맛있다는 소리가 나왔는데 독일에서 먹은 맥주 세 종류 다 그냥...

그래도 맛있게 비우고 금방 술집을 떠났다.

올드타운 광장으로 가는 길

여긴 광장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엄청 조그맣게 있었다. 그래도 나름 아이스링크도 있었다.

나움부르크 시청
시골인데도 이정도면 예쁘지 뭐

앞서 방문한 할레같은 마을에 비하면 훨씬 더 차분하고 조용했다.

니움부르크의 또 다른 명물은 시내를 달리는 작은 트램인데, 배차간격이 30분이라 포착하기가 쉽지 않아서 올드타운 근처의 트램 정류장에서 한참 기다렸다.

귀엽다 ㅋㅋ

디자인도 예쁘고, 한 량짜리라서 되게 귀엽게 생겼다.

트램 사진을 찍고 니체의 생가로 이동했다.

가는 길
도착
Nietzche Haus

어려서 아버지가 죽은 뒤 니체는 어머니, 누이 엘리자베스와 함께 이곳 나움부르크로 와서 이곳에서 학교를 다녔고, 다른 곳에서 활동을 하다가도 어머니와 누이가 있는 나움부르크의 집을 자주 찾았으며 정신병에 걸린 말년에는 아예 이곳에서 치료에 전념하다 1897년 어머니가 죽은 뒤 누이와 함께 바이마르로 이사해 1890년 죽었다고 한다.

다만 이곳은 아예 여름에만(4월~10월) 운영한다고 해서 건물만 둘러보고 다시 떠났다. 근처 광장에 니체의 동상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집이 멋지구나
도착
니체의 동상

니체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고 그의 저작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친구 하나가 완전 니체빠에 전공도 니체 철학이라 이것저것 들은건 많다. 그 친구가 왔으면 정말 좋아했을 것 같다.

여기까지 보니 네 시가 가까워졌고, 라이프치히로 돌아가는 기차는 한 시간 반 넘게 타야해서 슬슬 중앙역쪽으로 다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
진짜 시골이다

운 좋게 중앙역 가는 길에 트램을 한 번 더 만났다.

나움부르크 성당
도착

4시가 조금 넘어 기차를 타서 라이프치히 중앙역에 도착했다. 이날이 23일이었는데, 24일 오후부터 26일까지 대형마트가 다 문을 닫아서 미리 먹을거리를 쟁여놔야 했다. 숙소에 들러 가방을 챙겨 나와 바로 먹을 수 있는 닭가슴살 팩, 음료수, 올리브 절임, 시금치 절임, 음료수, 라자냐 팩, 빵을 40유로 어치 미리 사왔다. 지금 도르트문트로 이동하는 길인데, 이 식량들 때문에 가방이 많이 무거워졌다..ㅋㅋㅋ

장을 봐온 뒤 씻고 사워크라스트, 올리브, 시금치와 닭가슴살 두 팩으로 저녁을 먹고 쉬었다. 그런데 8시쯤인가? 새로 체크인한 터키 아저씨가 오더니 엄청나게 말을 걸어대서 탁자에서 앉아 이야기를 했다. 진짜 엄청 귀찮고 한중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눈을 찢고 이러는 등 offensive해서 짜증이 많이 났다. 눈 찢는게 진짜 맥락없는 아시안 차별은 아니고 대충 맥락은 있어서 그냥 넘어가기는 했는데 그래도 맘에 안들었고 말이 너무 많아서 귀찮았는데, 갑자기 자기 도이칠란드 티켓 사는 걸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줬다. 그런데 자기가 독일인들한테도 여럿 도움을 청했는데 이게 안 됐고, 심지어 25년간 독일에 살고 있는 사촌도 이걸 못해줘서 2년간 도이칠란드 티켓을 못 사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고생하다 내가 설명해주니까 바로 됐다고, 자기 은인이라고 막 하면서 맥주를 사주겠다고 나가자는거다. 귀찮아서 진짜 괜찮다고 계속 거절했는데 제발 자기에게 대접할 기회를 달라며 이래서... 숙소 앞 펍으로 갔다.

이브 전날이라 사람이 정말 많았다. 처음엔 좀 짜증났는데 또 이야기하고 이러다보니까 대충 이해는 됐고 술도 사준다고 하니까 기분은 좋았다. 난 그냥 네이버 블로그에서 보고 내가 결제한 앱을 소개하고 알려준 것밖에 없는데 계속 고맙다고 그래서 좀 난감했다... 그래도 맥주 맛있게 먹고 인스타도 교환했다.

아니 근데 이것도 딱히 맛이 그냥... 평범했다. 독일 맥주 다 거품이었나?

맥주 한 잔 먹고 숙소에 들어오니 이번엔 자기가 취미로 지폐를 모으는데, 너무 고맙다고 옛 독일 지폐, 유고슬라비아 지폐, 기억 안 나는 나라 지폐를 또 줬다. 나도 한국 돈 주고싶었는데 가지고 있는 지폐가 꼬깃꼬깃한 오천원권 하나뿐이어서 안받는다고 했다...ㅋㅋ

하여튼 그러고 나니까 11시가 넘어가서 침대에 누워 좀 쉬다가 잠에 들었다.

다음날도 역시 라이프치히 근교의 소도시들을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역시 같은 메뉴로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섰다. 전날 저녁 방문할 도시들을 두고 고민을 좀 했다. 원래는 라이프치히에서 북서쪽의 베르니게로데라는 곳을 가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찾아보다보니 작센주 서쪽에 있는 튀링겐주의 주도 에어푸르트와 독일의 문화수도 바이마르를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의외로 라이프치히에서 가는 기차는 없고, 라이프치히에서 할레를 들렀다가 할레에서 기차를 타고 가야했다.

어제처럼 S3 노선을 타고 할레 중앙역으로 가서 RE를 타고 에어푸르트행 기차를 탔다. 에어푸르트에 도착하기 한 정류장 전이 바이마르였고, 그렇게 라이프치히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이동해 바이마르 중앙역에 도착했다.

도착
Weimar
Weimar Hauptbanhof

바이마르(Weimar)는 단연 독일의 문화수도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괴테가 수많은 걸작을 집필한 곳이 바로 이 바이마르이고, 그의 명성에 이끌려 전 유럽의 문학인이 바이마르를 찾았으며 실러, 푸시킨, 안데르센, 바흐, 리스트, 니체 등이 바이마르에서 활동했다. 모더니즘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한 바우하우스가 이곳 바이마르에서 설립되었으며, 전간기 바이마르에서 독일 헌법이 제장되며 바이마르 공화국이 세워졌다고 한다. 사실 다 제쳐두고 괴테가 이곳에서 활동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 할 말이 없다.

바이마르 중앙역 앞에서

다만 옛 영광은 쇠락하고 지금은 작은 시골마을이 됐다. 전날 갔던 할레와 나움부르크의 중간 정도? 그리고 그 도시나 바이마르 이후 방문한 튀링겐의 주도 에어푸르트에 비해 더 touristic했다.

바이마르 올드타운으로 가는 길
바이마르 미술관
저 포스터가 굉장히 멋졌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역시 모든 박물관이 휴관이었다. 어차피 들어갈 생각은 없었기에 도시를 한 바퀴 둘러보고 에어푸르트로 떠날 생각이었다.

바이마르 아트리움

그런데 이날 날씨가 정말 심하게 추웠다. 영하 5도까지 떨어졌는데 옷은 한국에서처럼 두껍지 않았고 바람도 너무 차가워서 사진을 찍는데 손이 다 얼어버렸다.

그래도 사진을 포기할 수 없었다.
느좋
ㄹㅇ 느좋

올드타운 광장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었는데, 이브라 모두 닫혀있었다.

올드타운 광장으로 가는 길

광장 한가운데 아이스링크가 있었고, 아이스링크 한가운데 바이마르의 상징, 괴테와 실러 동상이 있었다.

Goethe & Schiller
바이마르 광장

지도를 따라 바이마르를 한 바퀴 돌았다. 생각지도 못하게 관광객이 꽤 있었고, 다들 투어를 참여하는건지 가이드를 따라다녔다.

300년 넘은 서점 ㄷㄷ
바이마르 거리
여기가 메인 광장인 것 같았다.
튀링어 브리트부르스트 ㄷㄷ

한국어가 괜히 반가웠다. 폰트도 굴림체 아닌게 감다살이다.

바이마르 성
국립괴테박물관

괴테가 살던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했다고 한다. 계속 돌아다니는데 진심 너무 추웠다. 원래는 시 외곽, 니체가 생을 마감한 집을 가보려고 했는데 너무 추워서 도저히 걸어갈 수 없었다. 괴테 하우스까지 보고 다시 바이마르 중앙역으로 돌아갔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사람도 없고, 마을도 그렇게 크지 않아 한 시간 반 정도 둘러보고 관광을 끝냈다. 다만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곳이 성지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돌아가는 길
예쁘다..
무슨 성당이었는데 이것도 잠겨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미사라도 들어보고 싶었는데 성당이 잠겨있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바이마르도 거리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독일 소도시들은 왜 이리 다 거리가 예쁜거야.

또 다른 한국어

바이마르에도 한국 교민이 있으려나?

그렇게 짧은 바이마르 구경을 마치고 에어푸르트로 향했다. 사실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활약하던 곳이 아니라 좀 감흥이 적었다..ㅋㅋ

되돌아온 바이마르 중앙역

바이마르와 에어푸르트를 오가는 기차는 거의 10-15분에 한 대씩 있었다.

에어푸르트 도착
애어푸르트 중앙역 플랫폼
Erfurt Hauptbahnhof

에어푸르트는 튀링겐주의 주도라길래 별 생각 없이 방문했던건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예뻤다. 라이프치히와 그 근교 여행을 통틀어 에어푸르트가 가장 좋았다. 여기까지 오기가 좀 애매하긴 한데 도시가 너무 아름답고 근대풍으로 잘 꾸며져있었다. 트램 전선줄이 거리에 펼쳐져있어 더 좋았다.

여기서부터 심상치않음을 느꼈다.

그런데 가는 길에 뜬금없이 Pamir market을 만났다. 여기서 파미르를 만날 줄이야?

밖에서만 쓱 둘러봤다.
에어푸르트 거리
아니 근데 진짜 예쁘지 않음???

거리가 너무 예쁘긴한데 진심 너무 추웠다 ㅠ.ㅠ 마침 점심시간도 지났어서 좀 배가 고팠는데, 돌아다니다 아이어셰케를 파는 빵집이 보여서 바로 들어가봤다.

대 존 맛

지난번에 드레스덴 인근 피르나에서 먹었던 아이어셰케보다 훨씬 백배천배 더 맛있었다. 아이어셰케 세 층이 제대로 나눠져있고, 치즈층이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맨 위의 셰케층은 저번이랑 비슷하게 폭신한 계란맛이, 가운데 치즈층은 꾸덕한 크림치즈 맛에서 조금 단맛을 빼서 신선한 맛이, 아래층은 맛있는 식사빵 맛이 나서 세 층 조화가 대단했다. 아 진짜 맛있었다... 치즈케이크 덕후로서 인정하는 맛이었다. 뉴욕스타일 치즈케이크보다 이게 훨씬 더 맛있다.

아이어셰케 먹으면서 몸을 좀 녹이고 다시 에어푸르트 구경을 시작했다.

진심 개예쁨;;

에어푸르트 왜 안 감?

드레스덴이나 베를린에서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 가는 길에 들르면 딱 좋을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얼마나 더 예뻐질지. 여행하면서 내내 감탄을 했다.

앵거(Anger) 광장
광각으로 찍으니 좀 이상하긴 한데

앵거 광장도 진짜 예뻤다.

ㅠ.ㅠ
너무 예뻐요

여름에 꼭 다시 오고 싶다...

그리고 알고보니 애어푸르트는 바로 마르틴 루터가 사제 서품을 받은 곳이라고 한다.

루터의 동상

앵거 광장에서 에어푸르트의 랜드마크, 크레머 다리(Krämerbrücke)로 갔다. 다리 위에 상점이 있는 다리라고 하는데, 사실 난 이게 왜 특별한건지 모르겠는데 에어푸르트에서도 이 다리를 주력으로 밀고 있었다. 전에 터키 부르사에도 이런 다리가 있었고 부르사도 그 다리를 밀고 있던데, 왜케 집착을 하나 모르겠다.

크레머 다리
다리 위의 상점

이렇게 보면 다리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골목같다.

다리를 건너 시청 앞 광장으로 가는 길
시청 앞 광장 도착
햐...
에어푸르트 시청사

시청 앞 광장도 정말 예뻤다. 아니 왜케 다 예쁜거야. 에어푸르트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너무 행복했다 - 그런데 그만큼 추워서 사진 찍느라 힘들었다...

이후 시청 앞 광장에서 Domplatz(성당 광장)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도 마찬가지로 아름답다...

가는 길
Domplatz

에어푸르트 대성당은 1200년전 세워졌다고 한다. 물론 지금 남아있는건 여러번 재건축 된 성당이다. 성당 앞 광장에는 아기자기한 집들이 있다.

Domplatz의 집들

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정말 웅장했다. 성당 자체도 정말 거대하다는 느낌이어서 압도됐다.

에어푸르트 대성당
계단을 올라가며 바라본 Domplatz
확대샷

에어푸르트 대성당은 열려있어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제단이 멋졌다.

내부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에어푸르트 요새(Zitadella Erfurt)로 올라갔다. 성당 바로 옆에 있는데, 계단을 좀 올라가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바로 전망대로 갈 수도 있었지만 나는 계단을 통해 요새 정문으로 들어갔다.

웅장한 성당을 떠나
이렇게 생긴 정문으로 들어갔다.

요새 안에는 옛 궁전 등 건물들이 있었는데, 현재는 박물관, 정부청사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건 박물관이었던 것 같다.

요새 끝부분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니 에어푸르트 전경이 펼쳐졌다.

성당 방면
Domplatz 방면

지붕이 모두 주황색으로 통일된 모습이 예뻤다. 정말 기대 하나도 안하고 방문한 에어푸르트인데 정말 예뻐서 기분이 좋았다. 날씨가 너무 추웠던 것만 빼면 말이다...

콧물은 계속 흐르고, 옷은 많이 껴입어서 상체는 괜찮았는데 신발로 냉기가 계속 들어와서 점점 발에 감각이 없어졌다.

원래는 노을까지 보고 가고싶었는데 어차피 하늘도 흐렸고, 도저히 더 버틸 수 없는 추위였어서 라이프치히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
갈 때는 트램을 탔다.

Domplatz에서 트램을 타고 에어푸르트 중앙역으로 이동했다.

중앙역에서도 30분 정도 기다려 할레로 가는 RE기차를 타고, 할레에서 다시 S반을 이용해 라이프치히로 돌아왔다. 기차에 타니 몸이 좀 녹았는데, 난방이 강한건 아니었어서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할레에서 라이프치히로 오는 기차가 많이 지였되어서 예상보다 30~40분 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따뜻한 물로 샤워해서 몸을 녹이고, 저녁을 먹고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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