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29. ~ 25.12.31.
독일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가는 날. 아침 6시 50분 파리로 출발해 7시간을 달려 오후 1시 50분 파리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쾰른에서는 바로 파리로 가는 버스가 없어 쾰른 근교 레버쿠젠에서 버스를 타야했는데, 내 숙소에서 레버쿠젠의 버스 정류장까지는 트램과 S반을 갈아타 40분 정도가 걸렸다. 그런데 레버쿠젠으로 가는 열차가 자주 없었고, 혹시 몰라 새벽 5시 30분쯤 숙소를 나섰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급하게 가지고 있는 재료와 숙소의 공용 음식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챙겼는데, 이거 없었으면 버스에서 배고파 힘들었을 것 같다. 쾰른에서의 숙소는 비싼만큼 호스텔치고는 정말 좋았다. 이틀간 잘 쉬고 떠났던 것 같다.
트램을 타고, S반을 갈아타 버스를 탈 레버쿠젠의 Mitte 정류장에 도착하니 6시 20분경. 아직 버스를 탈 때까지는 30여분이 남아 있었다. 마침 차범근, 손흥민도 뛰었던 분데스리가의 팀 레버쿠젠의 홈구장이 근처에 있었다.


갔다가 오기에는 시간이 좀 애매하기도 하고 이날 아침에 정말 무지하게 추웠어서 돌아다니기가 싫었다. 잠시 바람을 피할 간이 정류장만 있어서 벌벌 떨고 있었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될 줄 알았는데

6시 50분이 되기 몇 분 전부터 계속 플릭스 버스 앱을 확인했는데, 버스 탑승 시간이 점점 미뤄지더니 결국엔 한 시간이 지연됐다. 좀만 덜 추웠다면, 아니면 어디 안에 들어갈 수라도 있었으면 상관없었을텐데 밖에서 추위를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어서 너무 짜증이 났다. 친구들이랑 카톡하면서 유럽 욕이란 욕은 다 하니 좀 기분이 나아졌는데, 추운건 도저히 나아지지가 않았다. 발은 다 얼어서 점점 감각이 없어지고, 거의 한계까지 참았던 것 같다. 이럴거면 좀 일찍 알려주지, 괜히 일찍 나왔네, 후회를 많이 했다. 버스비도 비싸게 주고 예매했는데 - 편도 80유로, 왕복 160유로 - 나에게 이런 고생을 하게 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여튼... 기다리는게 정말 힘들었다.
겨우 한 시간 기다려 차에 타니까 살 것 같았다. 얼었던 몸을 녹이기에는 차 내부가 그리 따뜻하지 않아 그대로 중무장한채 버스를 탔다. 다행히 해가 뜨니 몸도 좀 녹고, 아침 일찍 일어나 고생을 많이 했어서 그런지 버스 안에서 잠도 잘 잤다. 잠 자고 독일 여행기 쓰고 반복하다보니 7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러면 벨기에도 가봤다고 할 수 있는걸까?
파리에 들어와서는 교통체증 때문에 버스가 좀 느려져 기다리는게 참 지루했다. 얼른 파리에 내려서 짐 숙소에 두고 구경을 하고 싶었는데. 특히 이날 날씨도 좋아서 햇볕 쨍쨍한 파리를 구경할 생각에 전날부터 들떠있었는데, 버스가 지연된데다가 교통체증이 심해 도착 시간이 계속 예상보다 늦어져 짜증이났다.

이렇게 내 맘대로 안되는 일에 짜증내고 스트레스 받는걸 고쳐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파리에 오기 전 독일이나 폴란드, 발칸반도 등을 여행할 때는 이렇게 짜증내기 싫어서 일부러 계획을 세세하게 안짜고 다녔고, 실제로 그게 효과가 있었는데 이날은 그게 안됐다. 날씨가 맑을 때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에 너무 사로잡혔던 것 같은데... 겨울이라 언제 또 날씨가 흐려질지 몰라 완전히 obsessed 됐던 것 같다. 마음이 넓은 사람, 여유로운 사람, 모든 것에 감사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어쨌든... 1시 50분 도착 예정이던 버스는 3시가 좀 안되어 파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계획이 좀 틀어지기는 했어도 내리지마자 날씨가 좋아 맘이 들떴다. 하늘도 엄청 파랗고, 독일에서처럼 춥지도 않고 선선해서 기분이 좋았다. 다행히 파리는 해가 5시에 저물어서, 얼른 숙소로 가 짐을 내려두고 다시 파리 시내로 들어오면 4시부터는 구경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몰까지 볼 생각에 얼른 숙소를 다녀와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파리에 오기 전 독일에서 미리 파리 교통권 일주일권을 휴대폰 앱으로 구매해뒀다. 파리는 독일이나 다른 동유럽 국가처럼 자율탑승/검표원의 검표 시스템이 아니라 한국처럼 카드나 티켓을 태깅해야만 지하철/버스를 탈 수 있는 시스템이다. 파리 교통권(Navigo) 일주일권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 드 프랑스 1-5존 대중교통 무제한 탑승 가능한 티켓으로, 요금은 31.6유로에다 실물카드 발급비 5유로가 필요하다. 그런데 Bonjour RATP 앱을 설치해서 구매하면 실믈카드 발급비를 내지 않아도 됐고, 그냥 휴대폰 NFC 태그를 이용해 교통카드처럼 쓸 수 있다고 해서 미리 구매했뒀던 것이었다.
* 일 드 프랑스 : 파리와 그 근교 위성도시들을 합쳐 이르는 말. 한국의 수도권 개념에 대응한다고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역에 들어가 NFC를 켜고 휴대폰을 태깅했고, 자연스럽게 바리케이트를 지나가려는데 어라? 바리케이트가 안 열리는거다... 문제 없을텐데? 하고 몇 번을 태깅해봐도 NFC가 안먹혔다. 파리에 막 도착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혼란스러워졌다. 작은 역이라 역무원도 없었고, 한 켠에 있는 티켓 판매대에는 버스 터미널에서 나온 사람들로 줄이 너무 길어서 도저히 뭘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일단 검색을 해보니 대충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얼마 전 Navigo 일주일권을 결제했을 때, 내 휴대폰(S22)는 NFC 관련 정보를 유심칩에 저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티켓을 구입한 바로 다음날, 기존에 사용하던 유심의 한 달 플랜이 종료되어 새로운 유심으로 바꿨던 것이다. 유심을 바꾸니 기존 유심에 들어있던 NFC 정보는 사라진 것이고, 그래서 태깅을 해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는 이렇게 유심칩에 NFC 정보를 저장하는데, iOS는 휴대폰 자체에 정보를 저장해서 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참 운도 없어라.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나 한참 검색했는데 도저히 방법이 안 나와서 제미나이를 썼더니, 정말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내 상태에서 Navigo 패스를 한 번 더 구입하면 이 새로운 유심에 새로운 결제 정보가 저장되지 않을까? 싶어 결제하려던 찰나, 혹시나 싶어 제미나이에 물어보니 그건 또 안된다고 한다. 무슨 이유가 있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나고, 하여튼 그렇게 하면 돈만 날리는 셈이니 실물카드를 발급받고, 가능하다면 직원에게 앱을 보여주면서 실물카드에 등록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라는거다. 대충 그렇게 방법을 찾고... 실물카드를 살 수 있는, 상주직원이 있는 좀 큰 역까지 걸어가야 했다. 다행히 근처에 꽤 규모가 있는 리옹역이 있었다. 리옹역에 가서도 한참 길을 헤매다가 겨우 나비고 카드를 판매하는 부스를 발견했다. 실물카드를 살 때는 본인 증명사진을 카드 뒷편에 붙여야 하는데, 또 다행히도 나는 여권사본과 증명사진을 항상 가지고 다녔어서 무사히 실물카드를 발급받았고, 앱 내의 나비고 패스도 한 번도 사용한 적 없어서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카드 발급비 5유로는 날렸지만... 다행히 어찌저찌 잘 해결이 된 셈이었다. 유심 바꾼 스노우볼이 이렇게 구를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는데. 그래도 제미나이 덕에 해결한거다. AI 덕분에 여행도 너무 편리해졌다.
하여튼 얼른 숙소에 가서 짐을 내려두고 파리 시내를 구경하겠다는 계획은 그렇게 다 틀어졌고, 한참 헤맨 결과 시간은 어느새 4시가 되어버렸다. 그냥 다 포기하고 그냥 숙소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파리에서의 숙소는, 그냥 가장 싼 곳으로 택했다. 그러다보니 파리에서도 가장 외곽인 19구의 UCPA 호스텔이란 곳에서 머물게 됐다. 한국인 리뷰도 몇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제일 싼데다가 바로 앞에 지하철역도 있어 그냥 택한 숙소였는데, 그냥저냥 지낼만했다. 요리를 해먹을 수는 없지만 연말의 파리에서 1박 5만원으로 숙박을 해결해 수 있다는게 너무 큰 메리트였다. 샤워실은 좀 별로였는데 침대는 나름 괜찮았고... 진짜 그냥 무난히 지낼만했다. 중심가로 가면 너무 비싸서 감당이 안된다.
체크인을 하고 파리 시내로 돌아가면 노을이 가장 예쁜 시간은 놓쳤을거라는 생각에 한탄하며 지하철역에서 올라왔다. 그런데 그 시간대가 마침 노을이 지던 때였고, 역에서 나오자마자 에펠탑과 저무는 해가 보였다. 아침부터 파리에 도착해서까지 온갖 고생을 하고나서 보는 풍경이라 그런지 더 예뻤다. 다른 것보다도, 에펠탑을 보니 내가 정말 파리에 왔구나 실감하게 됐다.

마침 내린 거리가 샹젤리제 거리였는데, 샹젤리제 거리는 정확히 동/서 방향으로 나있어 개선문 사이로 저무는 태양을 봤다. 북적이는 샹젤리제 거리 한가운데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춰있을 수는 없었기에 사진은 못찍었지만...

사실 파리에 대해 잘 알고 있던건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던 파리 관련 정보는 24년에 있었던 올림픽과 관련된 것이 거의 전부였다. 그랑팔레는 태권도와 펜싱이 열렸던 장소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좀 익숙했다. 건물 자체도 멋있기도 했고. 이때까지는 기분이 괜찮았는데... 이날 돌아다니며 좀 실망을 했다.
각설, 샹젤리제 거리에서 그랑팔레를 지나 좀 걸으면 파리를 관통하는 센(Seine)강이 나온다. 센강에 도착한 뒤 에펠탑쪽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을 뽑는다면, 고대의 피라미드와 근대의 에펠탑을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중세 이후 만들어진 건축물 중에서 에펠탑보다 유명한 건축물이 뭐가 있을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인류 전체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에펠탑은 상상했던 것보다 컸고, 특히 하단부의 곡선이 부드럽고 유려해서 인상깊었다.

저무는 해를 따라 센강변을 걸었는데, 이날 노을은 색이 강하지는 않아서 좀 아쉬웠다.

강변을 지나다보면 바토무슈라고 불리는 크루즈 관광선이 수시로 센강을 지나간다. 풍뎅이처럼 납작한 배가 센강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일부러 음악을 안들으면서 강을 따라 걸었다.


강을 따라 걸으며 에펠탑쪽으로 갔다. 에펠탑을 조망하기 좋은 장소로는 에펠탑 바로 밑의 마르스 공원과 조금 높은 건너편 지대에 있는 트로카데로 광장이 있는데, 나는 먼저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올라갔다.

자주 봤던 그 뷰에 서있는 것이었다. 센강에서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카트라이더 '월드' 파리맵이 많이 생각났다..ㅋㅋ
파리에 가기 전 파리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을 알려주는 영상과 블로그를 많이 봤다. 하나같이 트로카데로 광장의 잡상인과 사기꾼,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했는데 이날은 팔찌를 채우는 사람도, 설문을 권하는 사람도 없었다. 사실 좀 두려운 마음도 있었는데, 정말 관광객도 많고 위험한 분위기는 아니어서 조금 마음을 놨던 것 같다. 파리를 여행하는 내내 이런 느낌이었고, 그렇다고 '내 물건 가져가쇼' 하고 다닌 것도 아니라 다행히 아무것도 잃어버리거나 사기당하지 않고 무사히 파리 여행을 마친 것 같다.


코로나 시즌에 파리를 방문한 여행객들은 이곳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사람 하나 없이 에펠탑을 봤다는데, 그들이 좀 부러웠다.
아침부터 뭐 먹은거라곤 빵밖에 없었기때문에 뭘 좀 먹고 싶었다. 파리에 왔으니 뭐 레스토랑이라도 가야하나 싶었는데, 딱히 알아본 것도 없고 예약한 곳도 없어서 그냥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 개선문 근처의 나름 리뷰가 좋은 곳을 찾아갔는데, 정말 맛집인건지 들어가자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더블치즈버거를 시켰다. 11.5유로.

파리 물가를 생각하면 가격도 싼 편이었다. 브리오슈번이라 맛있게 먹기는 했는데 고기 질이 좀 아쉬웠다. 원래 감자튀김 안먹는데 여행 다니다보니 돈이 아까워 그냥 다 먹게 된다.
햄버거를 먹고 좀 쉬다가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개선문으로 돌아가 샹젤리제 거리를 걸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너무 실망스러웠다. 일단 나무에 저렇게 반짝이 달아놓은게 너무 없어보였고, 밤이라 건물들도 제대로 안보여서 하나도 안예뻤다. 게다가 거리에는 명품매장밖에 없는데, 명품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보며 인간 허영심의 끝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 자신은 '난 허영심에 찌든 사람들과 달라'라며 특별하다고 느끼는건 아닌지 경계하지만, 어쩔 수 없이 조금의 환멸심까지 들었다.

그래서 이날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면서 너무너무 실망스러웠다. 사실 일몰을 보며 산책한 센강변도 에펠탑 빼고는 볼 게 없어서 그닥 감명을 받지 않은 상태였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파리 생각보다 너무 별로라고, 기대와 달라 혼란스럽다고 친구들과 부모님께도 연락을 드릴 정도였다.

웬만한 식당, 명품 매장마다 늘어선 줄들을 보고 순식간에 피곤함까지 몰려왔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모두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장면을 보며, 이걸 위해 얼마나 많은 메모리가 사용되고 있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나도 사진을 찍고 있는게 참 모순적이었다. 휘발되지 않는 사진과 나중엔 흐릿해지는 기억... 모든 기술이 그렇듯, 사진의 발명은 인간의 특정 감성을 앗아가버린게 아닌가 싶다.
워낙 실망스러워 기분이 급격히 안좋아져서 그런지 걸어다니면서 이런저런 잡생각들을 하게 됐다. 아직까지도 왜 이때 그렇게 실망스러웠는지 정확히 규명하기가 힘들다. 나도 날 모르겠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많이 실망하고 다시 센강변으로 나왔다.

다시 센강을 산책하며 에펠탑 앞으로 걸어갔다.



한참 강 건너편에서 에펠탑을 바라보다 다리를 건너 에펠탑 바로 앞으로 이동했다. 그 앞 광장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있었다. 그냥 윈터 마켓이라고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좀 둘러보다 에펠탑 바로 밑으로 가봤다. 보안검색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었고, 보안검색대 주변에는 에펠탑 모양 기념품을 파는 잡상인들로 가득했다. 이들이 악명높은 사람들이라 무조건 무시하고 소매치기를 주의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공원 한 쪽에는 에펠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티켓을 파는 곳이 있었다.

좀 돌아보다 마르스 광장에도 가보고, 다시 다리를 건너 트로카데로 광장에 들러 에펠탑을 찍은 뒤 숙소로 돌아갔다.


실망한 것 치고는 이날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7구와 16구, 에펠탑 주위를 돌아다녔었고, 숙소에 돌아오니 10시경?이었다. 얼른 씻고 누웠는데, 진짜 너무 피곤했던 것 같다. 최근들어 이날처럼 피곤했던 적이 없었다. 그래도 자기 전에 다음날 돌아다닐 곳들과 가고싶은 빵집들 리스트를 정리했다. 난 워낙 빵을 좋아하고, 특히 디저트류보다는 담백한 버터맛이 나는 빵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파리에 있는동안 특히 크루아상을 많이 먹을 생각이었는데, 이날 돌아다니며 많이 실망했던터라 '얼마나 맛있는지 두고보자'라며 심술이 난 채로 맛집들을 정리했던 것 같다.
연말의 파리는 9시에 해가 떠서 5시에 해가 진다. 해가 언제 뜨든 상관없이 빵집은 보통 7시에 문을 열고, 갓 영업을 시작한 빵집의 빵이 가장 맛있다는건 의심할 수 없는 사실. 전날 피곤했던 여파로 최대한 일찍 일어난게 7시였고, 일어나 바로 옷을 챙겨입고 맛집으로 소문난 베이커리를 찾아갔다.

19구에 있는 내 숙소의 바로 옆인 18구, 몽마르뜨 언덕 근처에 2010년&2015년 바게트 대회 1등을 차지한 빵집이 있었다.
https://maps.app.goo.gl/D1Yx4FnH9pogcd9n7
Le Grenier à Pain Abbesses Bodian · Paris
www.google.com
바게트 대회 1등은 한 번 하기도 어렵다는데 두 번이나 했고, 또 1등을 두 번 한 베이커리는 이곳 말고 없다고 했다.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유명 빵집 중 하나였고, 거창한 수식어까지 있어 첫 빵지순례 장소로 이곳을 골랐다.
트램을 타고 지하철 12호선으로 갈아타 몽마르뜨의 Abbesse 역에 도착했다. 몽마르뜨 지역은 치안이 안좋다고 들어서 이때 좀 경계가 됐는데, 위험한 사람은 안보였고 그냥 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돌아다녔다.
역 근처의 빵집에 가보니 줄이 조금 있었다. 한 5분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아직 해가 안 떠서 새벽 일찍같은 느낌이 났지만 사실은 7시 반이라 그렇게 이른 시각은 아니었다.
좀 기다려 트라디시옹 바게트와 크루아상을 하나씩 샀다. 가격은 각 1.4유로 / 1.3유로였다.

숙소에 들어갈 때까지 참을 수가 없어 걸어가면서 크루아상을 먹었다. 아니 그런데... 진심 너무 맛있는거다. 사실 지금까지 먹은 크루아상에서 엄청난 맛의 변화가 있는건 아니었는데, 고소한 풍미가 정말 남달랐다. 게다가 돌을 씹는건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껍질이 빠삭빠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버터 풍미가 계속 남아있어서 너무 조화로웠다. 다른 것보다 고소한 맛이 정말 미쳤었다. 이렇게까지 풍미가 난다고..? 하는 느낌. 진짜 맛있었다.
바로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숙소 근처 알디에서 햄과 버터를 사서 돌아갔다. 얼른 바게트를 먹고 싶어 숙소까지 돌아가는 길이 멀게 느껴졌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게트를 뜯어 사이에 버터, 햄을 넣고 먹었다.

바게트도 진짜... 진짜 맛있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게 버터랑 햄을 넣으니까 진짜 맛이 폭발했다. 한국에서 바게트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한국과 비교는 할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여행하며 먹었던 식사빵 중에 단연 일등이었다. 중앙아시아의 식사빵인 난도 맛있었고, 터키의 식사빵인 에크멕도 맛있었다. 특히 에크멕이 정말 맛있어서 '왜 프랑스까지 가서 바게트 먹음? 에크맥 먹으면 되는데'라고 생각도 했었고, 아마 블로그에도 그렇게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내가 어리석었다. 바게트를 이길 수 있는 식사빵은 존재할 수가 없다. 이것보다 맛있는 맛을 상상할 수가 없다.
진심 너무 맛있어서 충격을 받았다. 바로 가족, 친구 단톡방에 가서 온갖 호들갑이란 호들갑을 다 떨었다. 버터, 햄이 꼭 있어야 한다. 진짜 너무 맛있어서 파리에서 지내는동안 이 조합으로 계속 먹었다.
프랑스, 파리, 정말 빵이 다르긴 하구나 느끼며 아침을 기분좋게 해결하고 씻고 숙소를 나섰다. 일기예보 상으로는 다행히 파리에 지내는 동안 쭉 날씨가 괜찮았고, 이날 아침도 햇빛이 밝았다.

숙소 바로 앞에 RER(급행열차 느낌?) E노선이 지나가서 외곽에 있는데도 교통은 참 편리했다. 이날은 전날 갔던 에펠탑 쪽이 아니라 루브르 인근, 파리의 중심부를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아니 그런데... 이날은 내리자마자 주위가 너무 예뻤다.




아침부터 빵이 너무 맛있어서 전날 실망했던 기분이 좀 풀렸는데, 지하철역에 내려 처음 본 풍경부터 너무 예뻐서 전날의 실망이 다 사라졌다. 이 이후로는 파리에 대한 애정만 남았다. 난 여행하면서 멋진 건축물 보고 사진찍고 다니는걸 제일 좋아하는데, 파리 여행은 정말 내 취향저격이었다.




앞으로는 파리에 대해 감탄하고 칭찬하고 호들갑만 떨 예정이다.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여러 후보가 떠올랐는데, 파리 여행을 하고 난 지금은 파리 말고 답할 곳이 없다. 그만큼 압도적으로 너무너무너무 예쁘고 좋았다.




사실 파리에 오기 전에는 서유럽이 제일 안예쁘다는 겨울인데다가, 낭만의 도시 파리에 혼자 가서 뭐 할 게 있을까 걱정도 했다.
지나고보니 기우였다. 날씨는 운이 좋게 맑았지만, 이건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후자가 기우였다는 뜻이다. 물론 좋은 사람이랑 함께가도 좋았겠지만, 혼자 걸어다니기만 해도 매력이 흘러넘치고 할 게 많은 곳이었다. 여럿이 다녀도, 혼자 다녀도 마음에 들 도시가 아닐까 싶다.



성당 내부는 무료 입장이었다. 파리의 유명 명소들은 대부분 입장료가 있고 또 비싸지만(사실 터키에 비하면 오히려 싸다 ㅋㅋㅋ) 찾아보면 또 의외로 무료로 갈 수 있는 명소들과 많은 것 같다.

무지 화려하지만, 성당은 그냥 성당...


잠시 둘러보다 나와서 콩꼬드 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루브르 박물관, 그 앞의 카루젤 개선문(제1개선문), 콩꼬드 광장의 오벨리스크, 에투알 개선문(제2개선문) 그리고 라데팡스의 그랜드 아르슈(제3개선문)은 하나의 축선 - 샹젤리제 거리 - 를 따라 일렬로 나열되어 있다. 이 축선은 우리나라 서울의 청와대 - 경복궁 - 광화문 -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동상 - 서울시청 - 덕수궁 축선이나 미국 워싱턴의 의회의사당 - 오벨리스크 - 내셔널 몰 - 링컨기념관 - 앨링턴 국립묘지 축선과 같은 '역사의 축선'이다.

이 역사의 축선 - 샹젤리제 거리 - 은 가히 프랑스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벨리스크 앞에서 넓게 트인 샹젤리제 거리와 시선의 끝에 놓인 에투알 개선문이 정말 웅장하게 느껴진다.
콩꼬드 광장에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는 뛸르히 정원을 지나게 된다.


엄청 흐릴까 걱정했는데 날씨가 좋아 행복했다.




전에 나폴레옹이 프로이센을 정복했을 때 브란덴부르크문의 사두마차상을 뜯어왔다고 들었는데 왠지 그 사두마차상을 연상시키는 동상이 있었다.

나폴레옹이 강탈해간 브란덴부르크문의 사두마차를 탄 여신상은 프로이센이 강성해진 비스마르크 시절 보불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군이 단숨에 파리를 점령하고 되찾아갔다고 한다. 비스마르크는 심지어 파리에서 독일 민족의 통일을 선포했으니, 프랑스로서는 굴욕의 순간이, 독일에게는 최고 영광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카루젤 개선문을 통과하면 루브르 박물관이 있다.



파리 여행을 준비하며 유현준 교수님의 영상을 많이 봤는데, 이 유리 피라미드에 대해 설명한 영상도 무척 좋았다. 유현준 교수님 영상을 보며 부족한 건축 관련 지식을 많이 얻어가고 있다. 파리 여행하기 전에 보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베르사유 궁전이 지어지기 전까지 프랑스 왕국의 궁전으로 쓰이던 건물이라 그런지 무척 화려했다.

루브르 박물관을 나서면 센강의 작은 섬, 시떼섬과 생루이섬이 가까워진다.

이 건물을 보고 놀랐다. 너무 조화롭게 아름다워서... 진짜 말이 안됐다. 돌아다니면서 헛웃음만 나온다. 왜 사람들이 파리, 파리 이야기하는지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파리의 중심인 1~6구는 특히나 정말 아름답다.



이런 카페나 레스토랑들이 정말 예쁘기는 하던데, 난 평소 이렇게 식사를 하던 것도 아니고 옷차림도 너무 스포티해서 들어가기가 좀 그랬다. 해외 레스토랑 문화는 배낭여행객과는 너무 안맞아. 나중에 파리만 여행오게 된다면 그때...
시떼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다리는 여러 개가 있는데, 이날은 가장 서쪽에 있는 - 루브르에서 이동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퐁뇌프를 통해 시떼섬으로 들어갔다. 퐁뇌프(Pont Neuf)의 퐁(Pont)이 다리라는 뜻이라, 퐁뇌프 다리라고 하면 안되고, 퐁뇌프 혹은 뇌프 다리라고 해야한다. 뇌프(Neuf)는 new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퐁뇌프는 그냥 '새로운 다리'이다.






저 멀리 보이는, 우뚝 솟은 탑이 뭘까 궁금했는데 나중에서야 파리 시청이었다는걸 알게 됐다.


이때쯤 파리가 너무 예쁘다고, 이 말을 전하고 싶어서 엄마한테 보이스톡을 했다. 엄마도 대학생 때 배낭여행으로 파리를 다녀왔다는데, 아직까지 그때의 여행기를 보지 못했다. 집에 돌아가면 같이 여행기를 보기로 했는데, 여행이 너무 즐거운 동시에 얼른 한국으로 가서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떼섬 둘레를 돌아다니다 아까 궁금했다던 삐죽 솟은 탑을 향해 가봤다. 앞에 가서야 지도를 보고 파리 시청이었다는걸 알게 됐다.



시청이 무척 멋들어진다. 파리 시장이 되어 이곳에서 일하면 어떤 기분일까?


자유롭게 여행하다보니 그냥 예쁜 건물들을 따라 이곳저곳 돌아다니게 된다. 파리를 이렇게 자유롭게 누비는 날이 또 있을까?




골목을 걸어다니다 퐁피두 센터를 만나게 됐다.


이쪽은 퐁피두 센터의 배면 - 등짝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해진 파이프는 서로 다른 기능을 나타낸다. 수도, 환기, 전기 등...
비슷하게 생긴 파리의 네오르네상스 / 아르누보 스타일 오스만 양식의 건물들 사이에 뼈대를 드러내놓고 - 그것도 '날 좀 보소' 광고를 하며 드러난 퐁피두 센터의 파사드는 무척 이질감이 든다. 다른 도시가 아닌 파리에 지어져서 더 큰 건축적 반향이 일어난게 아니었을까.
배면을 본 뒤 정면 파사드를 보기 위해 광장을 지나갔다.


곳곳에서 들리는 버스킹이 좋다.


건물 전체를 가로지르며 옥상까지 이어지는 붉은색 에스컬레이터가 퐁피두 센터의 아이덴티티.

현재 리모델링 중이라 2030년이 되어야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배면으로 돌아갔다.



퐁피두 센터의 배면 거리는 그대로 일직선으로 뻗어 노트르담 대성당까지 이어진다.

퐁피두 센터로 가는 길에 봤던 성당에 들어가봤다. 그냥 다 똑같은 성당...
이후 노트르담 대성당쪽으로 찬찬히 걸어갔다. 중간에 예쁜 골목이 보이면 자주 길을 돌아갔다.





거리가 참 예쁘고, 하늘도 푸르다.
가는 길에 또 유명한 빵집이 있어서 들러서 크루아상 하나를 샀다.

아침에 먹었던 크루아상보다 훨씬 크고 페이스트리가 돋보였는데, 맛은 그냥 평범했다. 버터 풍미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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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었는데, 그냥 내 입맛에 안맞는걸지도.

크루아상을 먹고 시떼섬에 다시 도착했다.

웬 줄이 엄청 길어서 찾아보니 스테인드글라스가 제일 예쁘다는 생샤펠 성당으로 들어가는 대기줄이었다. 난 이렇게까지 해서 어디를 들어가고싶지 않다...
생샤펠 성당 근처에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다.

여기도 사람이 무지하게 많았다.

저기 줄서있는게 입장줄이다. 원래 갈 생각이 없었지만 줄을 보고는 혹시?하는 마음도 사라졌다.

예전에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났다는 소식으로 한창 떠들썩 했던 때가 있었는데, 한동안 내부 관람이 안되다가 작년 가을부터 다시 가능해졌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몇몇 부분은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광장 한켠에는 프랑스 고속도로의 기준점이라는 '포인트 제로'가 있다.


줄 서있는 사람들에 가려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곳을 밟으면 여기에 다시 오게 된다는 - 어디에나 있는 - 전설도 있다고 한다.
성당을 둘러보고는 강둑을 따라 동쪽으로 쭉 걸어갔다. 시떼섬과 그 주위의 강둑, 1~6구가 파리의 진짜 핵심인 것 같다. 이쪽이 너무 아름다워서 에펠탑, 개선문은 그냥 곁다리라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걸어다니면서 그냥 계속 감탄을 했다.



저런 갈비뼈 모양이 툭 튀어나온건 창문을 크기를 넓히며 벽이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힘이 약해져 추가로 지지대를 받쳐줘야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중세에 이런걸 다 계산했을까?
강둑의 부키니스트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정말 거리가 너무 아름답다.



강둑을 따라 생루이섬까지 가면 '아랍세계연구소'라는 현대적 빌딩이 있는데, 이곳의 9층 옥상 테라스는 무료로 개방되어 있고 사람도 거의 없다.




도시가 평지라는건 참 좋은 일이다.

엘리베이터가 되게 신기했다.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 다시 걸어다녔다.




죄수들을 가두는 감옥이었고, 그래서 프랑스 혁명 당시 가장 먼저 습격당했던 바스티유 감옥. 바스티유 감옥이 있던 자리에 감옥은 사라지고 7월 혁명을 기념하는 기념비만 남아있지만, 여전히 바스티유 광장이라는 이름은 남아있다.

이 생앙뚜엉 거리가 진짜 예뻤다.







생앙뚜엉 거리의 중간, 파리의 첫 번째 계획광장이라는 보주광장이 있다. 파리 여행코스 글에서 빅토르 휴고의 생가가 있다는 것만 기억나서 별 생각없이 찾은 공원이었는데, 너무 예쁜 곳이었다.

무료 입장인데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포기했다.

붉은색 벽돌 집으로 공원 전체가 둘러쌓여 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성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





날씨가 좋아 다행이었다.



나도 그림을 잘 그렸으면 이런데 앉아서 스케칭하는건데.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부러웠다.
일몰은 몽마르뜨 언덕에서 보고 싶었는데, 그 전에 파리 중심에 무료로 개방된 두 옥상정원이 있다고 해서 얼른 가볼 생각이었다.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두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와 프랭땅은 옥상 테라스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기도 하고 백화점 자체가 예쁘다고 필수 관광코스로 꼽히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갤러리 라파예트로 향했다.



내부가 무척 화려하다. 1890년대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한다. 벨에포크 한창때에 열려 이렇게 화려하게 장식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옥상에 가니 갤러리 라파예트의 옥상정원은 최근 예약제로 바뀌었다고 통제를 하고 있었다. 이런 정보는 없었어서... 그냥 아쉽네, 하고 바로 옆에 있는 프랭땅 백화점으로 갔다. 바로 옆이긴 하지만 백화점 건물이 워낙 커 좀 걸어가야 했다.
다행히 프랭땅 백화점은 그대로 열려 있었고, 갤러리 라파예트에 비해서는 덜 화려해서인지 사람도 거의 없었다. 옥상에서 보는 뷰는 비슷한데, 나처럼 내부 장식에 별로 관심이 없으면 프랭땅을 찾으면 될 것 같다.





통일/획일화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가장 잘 살린 도시가 파리가 아닐까 싶다. 너어어무 아름답다.
프랭땅 백화점에서 파리 시내를 구경하고 시간이 늦을새라 얼른 몽마르뜨로 향했다. 아침에 방문했던 7호선 Abbesse 역으로 다시 왔는데, 한 번 가봤다고 나름 익숙했다.
몽마르뜨에 올라가기 전 역 근처의 '사랑해 벽'에 들렀다. 세계 각국 언어로 사랑해라는 말이 적혀있는 벽인데, 지금은 보수공사로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

이후 몽마르뜨를 통과해 계단을 올라 사크레쾨르 대성당에 도착했다.


옆에 푸니쿨라가 있긴 한데 안봐도 줄이 너무 길거라서 그냥 계단으로 갔다. 나비고 일주일권이 있으면 이걸로 그녕 이용가능하긴 하다.

사크레쾨르 성당에서 바라보는 파리 모습은- 건물들이 잘 안보이기는 했지만 - 멋졌다. 노을이 지고 있어서 더 그랬다.




예쁜 곳에는 항상 사람들이 몰린다.

무지하게 많았다.

계단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파리의 일몰을 감상했다. 파리는 날씨가 춥지 않아 앉아있기 좋았다. 하루종일 너무 행복했다.



사크레쾨르 성당 앞에서는 에펠탑이 안보이지만, 조금만 이동하면 에펠탑이 보이는 스팟이 있다. 사람들이 몰려있어서 쉽게 알 수 있다.


전날과 달리 이날 돌아다니며 파리가 너무 좋아졌다. 너무 아름답고 예뻐서 마음에 쏙 들었다.

아침에 갔던 빵집에 또 들러 바게트를 샀다.

이때는 바게트가 엄청 따뜻했는데, 뜯어먹으니 모락모락 김이 났다. 따뜻할 때도 맛있긴한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식었을 때의 바게트가 더 쫀득쫀득하니 맛있는 것 같다.
저녁에 함께 먹으려고 리들에서 와인 한 병을 사갔는데, 아뿔싸. 코르크 마개라는걸 생각을 못했다.
근처 마트와 잡화점 세 군데를 돌아다녀 겨우 찾았다. 프랑스에서는 와인오프너를 티흐부숑이라고 부른단다.

티흐부숑을 겨우 찾아 와인을 따고, 페트병에 옮겨담아 저녁을 먹으며 함께 먹었다. 저녁은 또다시 바게트에 버터, 햄을 넣은 샌드위치. 아침과 달리 좀 남아있던 잼까지 발라 먹으니까 진짜 너무 맛있었다. 바게트는 왜 이렇게 맛있는걸까. 글을 쓰는 지금도 바게트가 생각난다.

또 와인이 점점 맛있어진다. 대형마트에서 3유로짜리 와인을 샀는데도 너무 맛있었다. 예전에는 탄닌맛이 별로였는데 이젠 괜찮게 느껴지는 것 같다..ㅋㅋㅋ 프랑스라서 그런가?
저녁을 먹고 씻고 좀 쉬다가 잠들었다. 하루종일 너무 많이 걸어 금새 잠이 들게 된다.
다음날은 2025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새해 행사를 보겠다고 굳이굳이 파리까지 오기는 했어도 특별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냥 평소와 똑같은 하루라는 생각과 기분? 전에는 연말연시가 되면 괜히 더 외로워지로 싱숭생숭 했었는데 여행다니다 보니 그런 생각이 하나도 안든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완벽한 혼자인데도 말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바게트를 사러 갔다. 이번에는 그냥 숙소 근처에서 평점이 괜찮은 곳을 찾아갔다. 숙소 바로 앞에서 버스타고 10분 정도? 여담인데, 파리는 버스나 지하철 배차간격이 짧아서 부담도 없고 좋다.


갓 나와 따끈따끈한 바게트를 받았는데, 몽마르뜨 언덕의 맛집 바게트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맛이었다. 또다시 버터, 햄, 잼을 발라 샌드위치를 먹었다. 먹을 때마다 행복한 맛이고 도저히 질리지가 않는다. 여기 바게트도 너무 정석적이고 맛있었다.
아침을 해결하고, 씻고 다시 관광을 나섰다. 이날도 날씨가 좋았다. 숙소에서 콩꼬드 광장으로 이동해 여행을 시작했다.


다시 와보니 확실히 시떼섬 주위보다는 밋밋하다. 파리에 온 첫날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실망한게 괜히 그런게 아니었다. 파리의 매력은 이런 랜드마크가 아니라 골목에 있는 것이었는데.


그랑팔레는 '큰 궁전', 쁘띠팔레는 '작은 궁전'이라는 뜻일 뿐이다. 두 궁전을 지나면 센강이 나오고, 다리 건너로 앵발리드가 나온다.


나폴레옹이 묻힌 곳이자 전쟁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역사상 나폴레옹버다 성공한/뛰어난/재능있는 군사지도자는 없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GOAT.

박물관이나 미술관에는 정말 흥미가 안생겨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전날 프랭땅 백화점 옥상에서 역광때문에 에펠탑쪽이 잘 안보였던게 아쉬워서 오픈시간 10시에 맞춰 다시 찾아가고 싶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었다. 옆에 있는 갤러리 라파예트는 엄청 사람 많아보이던데.


사람이 없어 혼자서만 누렸다.


다시봐도 참 멋지다.
프랭땅 백화점 옥상에서 구경을 한 뒤 지하철을 타고 마레지구로 갔다. 전날 간 퐁피두 센터 인근이나 보주 광장쪽이 너무 예뻐서 찾아보니 그 지역 이름이 마레지구였는데, 그쪽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골목들이 예쁘다고 해서 다시 찾아간 것이었다.





그냥 사진찍으면서 다니는게 좋았다. 어디를 봐도 사진을 찍고싶게 만드는 멋진 뷰였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아침이라 관광객으로 붐비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좋았다.


걷다가 프랑스 국립문서박물관?이 나왔는데, 지도를 전시해 둔 곳도 있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게다가 무료이기도 하고. 지도 이런건 좋아하는데 무료도 좋아해서 잠깐 들어가봤다.





아쉽게도 영어 설명은 없어서 좀 둘러보다 금방 나왔다.

그런데 나오니 한쪽 마당에서 쿵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서 뭐하는건지?ㅋㅋ
다시 마레지구를 돌아다녔다. 목표 없이 그냥 예뻐보이는 골목이 나오면 그쪽으로 가는 식으로 돌아다녔는데, 이렇게 돌아다니는게 참 좋다.




너무 분위기가 좋았다. 누가 겨울 유럽 별로래!






곳곳이 화보였다. 뭐 할 말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마레지구 이쪽이 파리에서 제일 예쁜 곳 중 하나였다. 무조건 1등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예쁜 곳도 정말 많았어서...
걸어다니다가 빵집 하나를 발견했다. 마침 보주공원이 근처였어서 이곳에서 빵을 사서 공원에 가 점심으로 먹을 생각이었다.

https://maps.app.goo.gl/Qyn2D7W5x8BHRUsj7
Au Petit Versailles du Marais · Paris
www.google.com
위치는 이곳
빵을 포장해서 달랑달랑 들고 보주공원으로 걸어갔다. 생앙뚜엉 거리를 다시 지나가는데, 여전히 아름다웠다.




크루아상 1.4유로, 뱅오쇼콜라 1.6유로에 사왔다. 여기도 기본은 했는데, 파리에서 처음 먹은 몽마르뜨의 크루아상에 비하면 버터 풍미가 너무 약했다. 뱅오쇼콜라는 초콜릿이 되게 조금 들어있는데도 향이 너무 좋고 진한 다크 초콜릿 느낌이어서 좋았다. 빵도 중요했지만 공원에서 멋진 풍경에 햇살을 맞으며 먹는다는게 좋았다. 날씨도 5도 정도여서 전혀 춥지 않았다. 공원에서 빵을 먹다보니 한 일 년 정도만 파리에서 살고싶어졌다.




전날 왔던 길을 그대로 반대로 되돌아가, 보주공원에서 바스티유 광장, 아랍세계연구소를 지나 시떼섬으로 걸어갔다.






사진이 너무 많아 일단 여기서 1편을 끝내고 2편으로 가야할 것 같다. 사진 폭탄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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