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1. 2. ~ 26. 1. 4.
어쩌다보니 도시별로 쓰려던 여행기가 하루 한 도시씩을 기록한 3일의 여행기가 되어버렸다... 이게 다 파리가 너무 예쁜 탓이다.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 여행기가 예상보다 너무 길어져버렸다.
1월 2일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 저녁 11시에 독일 쾰른(레버쿠젠)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야했고, 하루종일 시간이 남아 여유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가 있었다. 파리 여행 이틀차때 먹고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Maison d'Isabelle의 크루아상을 한 번 더 먹고 싶었는데, 평소에는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아침 일찍 가서 먹는게 제일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7시에 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빵집으로 갔다. RER E선과 B선을 갈아타고 조금 걸어 빵집에 도착했다. 다시 한 번 위치 링크를 남긴다.
https://maps.app.goo.gl/nUExX5eUUPdL5GU38
La Maison d'Isabelle · Paris
www.google.com
가는 길에 파리 북역(Garre de Nord)에서 RER B선으로 갈아탔는데, 지하철 플랫폼 벽에 이상한 수식이 써져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수식인지 해석을 할 수 없어 제미나이한테 물어봤더니, 실제 수식이 아니라 예술작품이란다. 시간과 인생에 대한 의미를 담았다나? 근데 뭐 해석할 수가 있어야지.
빵집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줄이 아예 없었다. 현지인들이 출근하면서 빵을 사가는 것 같았고, 의지와 불굴의 한국인 두세명이 보였다. 진짜 한국인들 성실함은 알아줘야해.
크루아상 두 개를 시켰는데, 따뜻한게 나올 줄 알았는데 이번엔 다 식은 크루아상이 나왔다. 아쉬웠지만 오히려 그래서 몽마르뜨의 La Grenier 빵집과 제대로 비교를 할 수 있었다. Isabelle의 크루아상은, 몽마르뜨의 La Grenier에서 먹었던 크루아상 이후 처음으로 먹은 제대로 된 버터 풍미를 가진 크루아상이었다. 바로 그 풍미를 원한거였는데! 크루아상 모양이나 외부의 크러스트도 정말 좋았고, 무엇보다 너무 맛있었다. 이렇게 줄 서는 이유가 확실히 있다. 파리에 가면 Maison d'Isabelle와
https://maps.app.goo.gl/jwfLLrXfAHDiCiuP9
Le Grenier à Pain Abbesses Bodian · Paris
www.google.com
이곳을 꼭 추천하고 싶다. 꼭 가서 크루아상과 바게트를 먹어주세요...
숙소에서 전날 먹고 남은 와인과(ㅋㅋ) 크루아상 두 개로 아침을 해결했다. 좀 쉬다가, 씻고 짐을 정리해 프런트에 맡겨뒀다. 보통은 무료로 짐을 맡아주는데 여기는 5유로나 받았다. 맘에 안들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숙소의 방을 떠나기 전 창문으로 보이는 뷰를 찍어봤다. 18구와 바로 붙어있는 19구의 호스텔이라 그런지 몽마르뜨의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한 눈에 들어왔다. 다른 후기에는 에펠탑이 보이는 방도 있다고 한다. 저예산여행을 하고있다면 파리의 UCPA 호스텔, 추천할만하다.
하여튼, 짐을 맡겨두고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날의 목표는 몽마르뜨 탐험 그리고 (중요) 프랑스 고급 버터 구매였다. 프랑스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고급 버터, 보르디에 버터가 그렇게 맛있다고 다들 이야기하길래 빵돌이로서 너무 궁금해 참을 수 없었다. 네이버에서 후기를 검색해보니 라파예트 백화점 식품관에서 보르디에 버터를 판다고 했고, 오픈시간 10시에 맞춰서 숙소에서 나와 라파예트 백화점을 찾아갔다.

식품관에 가기 전 사크레쾨르 대성당 포토스팟을 찾아가서 사진을 한 장 찍고 갔다.

다시봐도 여기서 보는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너무 멋지다.
이후 식품관을 찾아갔는데, 알고보니 백화점이 10시 오픈이고 식품관은 그보다 일찍 오픈하더라.

버터는 지하1층에서 판다고 해서 찾아갔다. 좀 넓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나서야 찾을 수 있었다.

아니 그런데, 분명 Beurre Bordier라고 적혀있는데 보르디에 버터 브랜드는 없는거다;;; 그래서 어쩌지, 하다가 그냥 다른 고급버터 두 개를 샀다.

제미나이한테 물어보니까 얘네들도 좋은거라고 해서 그냥 샀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파는 무화과잼도 하나 샀는데, 각각 6유로 전후라서 총 17유로가 나왔다. 마트에 가면 버터 하나가 1~2유로 정도 하는데 시판용 버터와 비교하면 확실히 비싼 것이었다.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가 됐다.
이렇게 산 버터와 잼을 어떻게 먹을까 고민했는데, 마침 몽마르뜨에 가기로 했으니 La Grenier에서 바게트를 사서 몽마르뜨 언덕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아침부터 이렇게 결정하고는 엄청 신이 나서 가방에 와인과 프로슈토 햄을 함께 챙겨넣었었다. 마침 날도 맑아서 너무 기대가 됐다.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버스를 타고 몽마르뜨에 도착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이날 하루종일 흐릴거라고 했는데, 운이 좋게도 아침에는 날씨가 무척 맑았다. 흐려지기 전에 얼른 빵을 사가서 피크닉을 하고싶어 마음이 급해졌다.

파리 여행을 준비할 때 몽마르뜨의 치안이 안좋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한번도 치안이 안좋다는 느낌을 받은적이 없다. 팔찌를 강매하거나 사기꾼들이 많다고 했는데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잡상인은 몇 봤는데 모두 조용히 에펠탑 기념품을 팔더라.
사실 파리를 여행하면서 전반적으로 편견과는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이 너무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쥐도 한 마리 못 봤고, 지하철 지린내도 없었으며 사기꾼이나 소매치기도 못봤다. 더럽고 냄새나는 파리, 실망스러운 파리 모습 없이 여행하는 내내(첫날 저녁 빼고) 파리가 너무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였고,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생각까지 한다.
각설, 바게트를 들고 얼른 몽마르뜨를 올랐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계단 한켠에 자리를 잡고 주섬주섬 음식을 꺼냈다.

백화점에서 일회용 포크, 나이프, 스푼을 0.3유로에 팔길래 함께 사왔다. 먼저 바게트에 버터와 잼을 발라 먹었는데, 나 진짜 극락가는줄 알았다.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바게트라서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다른 빵이었으면 절대 이 맛이 안난다. 버터 풍미가 짱이고, 잼도 너무 맛있었다. 날씨도 좋고, 파리 풍경도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빵 한입 와인 한 입 하면서 먹디보니까 나 정말 행복했다.

잼을 발라서 먹다가 버터와 햄을 듬뿍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진짜 극락이었다. 나 파리가 그리워 울어 ㅠ.ㅠ




바게트 하나를 다 먹을 때까지 계속 버터 기본에 햄, 잼을 번갈아가며 먹었다. 와인으로 계속 입가심하면서 먹으니 하나도 안느끼하고 맛있었다. 이때 너무 행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파리에 오기를 참 잘했다.
빵을 다 먹고, 남은 것들을 정리해 가방에 챙기고 일어섰다. 이후 언덕을 내려와 몽마르뜨 지역을 탐험했다.



매번 Abbesse 역과 사크레쾨르 성당 사이만 오갔었는데, 언덕 주위로 몽마르뜨 지역이 꽤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 놓치고 갔으면 아쉬웠을 것 같다. 거리거리가 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기념품 파는 가게도 많아서 꽤 오래 구경했던 것 같다.


예술가의 거리라는 별명답게 화방이 많았다. 단기여행이었으면 기념품으로 사가고싶었을 그림들도 있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는데.



그냥 걷다가 예뻐보이는 골목이 있으면 들어갔다. 골목은 되게 예쁜데 사람이 많아 사진 찍기가 애매해서 사진을 많이 못찍었다. 음악을 들으며 걸어다니는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한참 돌아다니다가 중고앨범파는 가게가 보여서 들어가봤다. 좀 둘러봐도 내가 좋아하는 앨범이 안보여서 나가려는데, 나가는 문 옆에서 진짜 운좋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핑크플로이드의 The Final Cut CD를 발견했다. 선반에 꽂힌 여러 CD 중 Pink Ployd를 발견한 순간 속으로 심뵜다!!!!를 외쳤는데 심지어 Final Cut이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 두 개가 Final Cut이랑 Wish You Were Here인데, 그 중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이거 진짜 많이 들어서 가사도 거의 다 외우는데... 바로 구매했다. 주인한테 혹시 핑크플로이드 앨범 더 있냐고 물어봤는데, 좀 살펴보더니 없는 것 같다고 하길래 아쉽지만 이거 하나만 샀다.


물론 사기 전에 인터넷으로 시세를 확인해봤는데, 시세보다 훨씬 싸서 기쁜 마음으로 구매했다.

앨범을 사고 다시 몽마르뜨를 돌아다니는데, 하나 둘 빗방울이 떨어졌다. 일기예보상으로도 오후에 비가 한두시간 내린다고 되어있어서, 어차피 이날 계획한 것도 다 끝났겠다, 그냥 숙소로 들어가서 잠시 쉬기로 했다.

숙소 공용공간에 앉아 쉬면서 블로그를 썼다. 한 두시간 쓰고 세 시쯤 되니 비도 그친 것 같아서 다시 숙소에서 나왔다. 쉬는동안 지도를 보며 어디를 갈까 고민했는데, 마침 숙소에서 RER E선을 타면 라데팡스까지 바로 갈 수가 있었다.
RER E선은 급행열차 느낌이어서, 겨우 네 정거장만 이동하면 파리 서쪽의 신도시 라데팡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데팡스(La Defence)는 원래 이곳에 있던 라데팡스 기념비의 이름을 딴 것으로, 보불전쟁 당시 프로이센군의 진격을 막은 프랑스 병사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였다고 한다. 고도제한으로 인해 파리에는 지을 수 없는 초고층 마천루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런던의 the City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았다. 특히 라데팡스의 그랜드 아르슈(제3개선문)은 에투알개선문 - 콩꼬드 광장 - 카루젤개선문 - 루브르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축선의 끝으로, 파리의 미래를 상징한다고 한다.




사실 여기서 뭐 딱히 할 건 없었고, 그냥 마천루들을 보고싶어서 와봤다. 광장 한 바퀴를 돌고 다시 파리 시내로 돌아갔다.
파리 시내로 돌아와서는 서점을 구경했다. 문학, 철학 코너도 구경했지만 내 메인 관심사는 역시 수학 코너.

입시용 수학 참고서도 보고 - 정확한건지는 모르겠는데, 수준이 꽤 높다. 이공계 1학년 미적분학이나 선형대수학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있었는데, 이게 대학생용인지 고등학생용인지를 모르겠다.

전공수학책들도 봤다. 영어책과 프랑스어책이 반반 정도 있었다.

데카르트, 라그랑주, 라플라스, 푸리에, 갈루아, 푸앵카레의 나라..! 하나하나 웅장하다. 독일 다음으로 수학의 발전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나라가 아닐까 싶다. 수학 강국답게 프랑스어로 된 수학책이 많은게 참 부러웠다.

서점 구경을 한참 하다 밖으로 나와 센강변을 걸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시간도 많아 그냥 이곳저곳 걸어다니면서 센강으로 향했는데,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왠지 모를 쓸쓸함도 생겼다.




좀 돌아다니다가 루브르의 야경이 보고싶어 루브르 박물관을 찾아갔다.


유리 피라미드가 멋있었다.
이후 다시 센강으로 나와 지는 해를 바라봤다.


파리를 떠나는게 아쉬웠다. 이렇게 떠나는게 아쉬웠던 적이 없었는데.


지내는 내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 파리에 실망한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내게 파리는 너무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여행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떠난다고 생각하니 더 싱숭생숭했다. 정말 딱 한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숙소. 숙소에서 조리를 해먹을 수가 없어 뭘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 것 같다.
다음에 다시 파리를 방문한다면... 그때는 미술 소양을 키워 박물관과 미술관을 여럿 들러보고 싶다.
한참 지는 해를 바라보다, 해가 완전히 넘어간 이후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버스는 11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숙소에서 계속 쉬면서 블로그를 썼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저녁에 시간이 많이 없어 블로그를 못쓴터라 밀려있는게 많았다. 진짜 힘들었다...ㅋㅋㅋ
이후 9시 50분쯤 숙소를 나섰다. 파리의 버스터미널은 14호선 Bercy역쪽에 있는데, 숙소에서는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라 여유가 있었다.


터미널은 무지 정신없고 더러웠다. 흡연자들이 많아 매캐한 담배냄새가 가득했다. 유럽의 흡연문화는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탑승 시간을 기다려서 독일로 가는 내 플릭스버스를 탔고, 야간버스에서 잠을 자기 힘들 것 같아 미리 맥주를 사두었다. 버스에서 원래 술을 마시면 안되어서, 몰래 맥주를 까서 마셨다. 원체 주량이 적어 맥주 한캔에 금방 취했고, 블로그를 쓰다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
맥주에 의지했음에도 버스가 너무 불편해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다음날 6시 40분쯤? 뒤셀도르프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내 티켓은 원래 레버쿠젠에서 내리는 표인데, 다음 목적지인 브레멘으로 가기 위해서는 뒤셀도르프에 내리는게 더 나았다. 어차피 뒤셀도르프 이후에 레버쿠젠으로 가는 버스였어서, 한 정거장 일찍 내린 셈이라 문제 없었다.
버스터미널과 뒤셀도르프 중앙역이 붙어있어 중앙역으로 이동했다.

독일로 돌아오니 왠지 집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새 독일이 익숙해진건가? 파리에서는 뭘 잃어버릴까 걱정을 많이했었는데, 상대적으로 독일에서는 그런 걱정을 덜 해도 되어서 집에 온듯한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DB앱을 이용해 뒤셀도르프 중앙역에서 브레멘 중앙역으로 가는 노선을 찾아보니 오스나브뤼크(Osnabrück)에서 한 번 RE열차를 환승하면 되었다. 레버쿠젠에서 출발하면 두 번을 환승해야 했는데, 뒤셀도르프에 내리길 잘했던 것이다.
뒤셀도르프 중앙역에서 기차가 출발할 때까지 대기하다 7시 30분쯤 오스나브뤼크로 가는 RE에 탑승했다. 파리에 있다가 독일에 오니 날이 갑자기 쌀쌀했다. 확실히 파리 날씨가 훨씬 좋은 것 같다.
뒤셀도르프 중앙역을 출발한 기차는 2시간 조금 넘게 달려 9시 50분쯤 오스나브뤼크 중앙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내 잤어도 여전히 피곤했어서, 기차에서도 꾸벅꾸벅 졸았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그새 오스나브뤼크에 도착했던 느낌이었다. 다행히 뒤셀도르프에서 오스나브뤼크까지는 종점에서 종점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날씨는 무지하게 추웠다.

뒤셀도르프만해도 눈이 전혀 내리지 않았었는데, 오스나브뤼크쪽으로 오니 최근 눈이 내린듯 눈이 쌓여있었다.
오스나브뤼크에서 브레멘으로 가는 RE는 한 시간에 두 대가 있었는데, 최근의 눈 때문인지 그 중 한 편은 운행하지 않아 한 시간에 한 번만 기차가 운행 중이었다. 10시 30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바로 탈지, 아니면 오스나브뤼크 시내를 좀 둘러보고 11시 30분이나 12시 30분 기차를 탈지 고민이 됐다.

일단 기차역 밖으로 나가보았다.

나가서 지도도 살펴보고, 여행후기도 찾아봤다. 시내에 볼만한게 꽤 있는 것 같기는 했는데, 일단 날도 너무 춥고 짐도 다 가지고 돌아다니기는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역 안에서 기다리다가 브레멘으로 가는 RE를 탔다.
브레멘으로 가는 RE는 정시에 출발했지만, 브레멘에 가까워질수록 눈이 많이 쌓여있어 기차가 자주 멈췄다. 결국 브레멘 중앙역으로 가야할 기차가 중앙역까지 운행하지 못했다.

한참 멈춰있다가 방송이 나온 뒤 모두 내리길래, 눈치를 보며 일어섰다. 독일어로만 방송이 나와 어쩌지, 하다가 승객 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열차가 눈 때문에 중앙역까지 이동하지 못하는게 맞았다. 알아서 중앙역까지 이동하라는 말이었다.

다행히 도이칠란드 티켓으로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고, 눈 내린 풍경이 예뻐 큰 문제는 아니었다.

RE에서 내린 사람들이 모두 다 함께 가까운 버스, 트램 정류장으로 가는 모습이 재밌었다. 독일에 대한 이미지 - 근면, 합리, punctuality 등 - 과 가장 다른게 독일철도 DB라는게 모순적이면서도 이미 여기에 적응한 독일인들이 독일인답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차를 타고 한 번에 중앙역까지 갔다면 절대 올 일 없었을 브레멘 외곽의 시골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눈이 내려 평소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한 것도 기분전환에 한몫했다.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모습에 중앙아시아가 떠올랐던건 덤. 다만 여긴 중앙아시아와 달리 아무도 안태워주더라.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환승을 해서 갈까 하다가 좀 더 걸어 한 번에 트램을 타고 중앙역으로 이동했다. 브레멘에서의 숙소는 중앙역 바로 옆에 있었다.


독일의 중앙역(HBF)들은 다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 다 멋있게 생기긴 했지만 기차역의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처럼 생겼다는 느낌을 받는다. 딱 20세기 기차역 모양?

중앙역에서 걸어서 5분도 안걸리는 곳, 브레멘 버스터미널(ZOB) 바로 앞에 숙소가 있었다. 체크인은 3시부터였는데, 도착한 시각은 1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어서 짐을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 묵은 숙소도 무척 큰 호텔/호스텔 체인이었는데, 짐 맡기는 게 유료였다. 그래서 그냥 락커 옆 공간에다가 가방을 두고 나왔다. 이런 대형 호스텔로 가면 인심이 너무 팍팍하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어서 간단하게 케밥을 하나 사먹고 브레멘 구경을 시작했다. 눈 내린 풍경이 무척 예뻤다.

여행을 다니며 도시에서 설경을 보는 것은 브레멘이 처음이었다. 높은 산맥이나 산 아래 작은 마을에서 본 설경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예뻤다. 하늘도 맑아 더 아름다웠던 것 같다.

눈이 내리면 설경이 아름답지만, 가장 큰 문제는 더러워지는 길. 자동차나 트램이 다니는 길이 온통 회색빛으로 더러워져있다. 지나가다 자동차가 튀긴 흙탕물에 옷이 젖기라도 하면 대참사. 나는 언제나 옷을 빨고 다닐 수 있는 환경도 아니라 더 주의해야했다. 브레멘은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라 중앙역 근처 숙소에서 구시가지까지는 도보로 10분도 안걸리는데, 눈이 많이 와 길이 더러워진 상태여서 트램을 탔다.
처음엔 더러운 길에 극도로 예민해졌는데, 돌아다니다보니 모든 길이 다 더러워 그냥 신경을 끄거나 숙소로 돌아가 실내에 있는 것밖엔 선택지가 없어보였다. 결국 그냥 신경끄고 다니는 것을 선택했는데, 다행히 옷이 더러워지는 일은 없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온갖 장식이 있었을 브레멘판 '쇼핑의 거리'를 지나 구시가지로 들어왔다. 이전까지 파리에 있다와서 그런지 현대적이고 통일되지 않은 건물로 뒤덮인 거리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뒤죽박죽, 좋은 미관과는 거리가 먼 느낌. 금새 적응을 했으나, 도시 미관의 1원칙이 통일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구시가지로 들어오니 반가운 '독일식' 건물들이 보였다. 파리의 네오르네상스/아르누보가 결합된 오스만 양식 건물과는 확연히 다른 특색을 가진 독일식 건물이 정겨웠다. 서로 너무 매력이 다르지만, 난 둘 다 좋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브레멘 시청, 브레멘 대성당, 브레멘 주의회 건물이다. 브레멘 시청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시청건물 중 하나로, 언제 지어졌는지는 까먹었지만 2차대전의 폭격에서도 살아남았다고 기억하고 있다.
브레멘은 독일에 세 개뿐인 도시주 - 베를린, 함부르크 그리고 브레멘 - 중 하나다. 당연히 주의회도 가지고 있는데, 구시가지에서 주의회 건물만 혼자 현대적이어서 이질감이 들었다.



브레멘은 베저강 하류의 도시로, 베저강의 수운을 이용하여 중세부터 북해와 브리튼섬 그리고 중부 유럽을 잇는 해운도시로 번영했다. 한자동맹의 가입 이후 동북쪽의 해운도시 함부르크와 함께 막대한 부를 누렸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브레멘이라는 도시 이름이 익숙한 것은 역시 그림 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 때문이다. 나 역시 굳이 브레멘을 방문한 것은 '브레멘 음악대' 때문. 솔직히 브레멘이라는 도시보다 브레멘 음악대라는 동화가 먼저 떠올랐다.

'브레멘 음악대'만 생각하고 온 도시 브레멘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아름다워 놀랐다. 역시 여행을 다닐 때는 기대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

브레멘 음악대로 유명한 도시답게, 구시가지 한켠에 브레멘 음악대 동상이 있다.

사실 브레멘 음악대가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어서 동상 앞에서 이야기를 찾아봤다. 오랜만에 동화 내용을 떠올리는 것이었는데, 줄거리를 읽으니 어렸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듯했다. 버려진 동물들이 굳이 브레멘으로 향하기로 했다는 것에서, 그 당시 브레멘이 얼마나 융성했는지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느 도시의 상징적 조형물이 그렇듯, 브레멘 음악대 동상 역시 만지면 행운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당나귀의 입과 다리 부분이 유독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브레멘 음악대 동상을 본 뒤로는 구시가지를 그냥 돌아다녔다. 여행을 오래 해보니 특별히 갈 곳을 정해 지도를 보고 따라가는 것보다 그냥 정처없이 떠돌며 배회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아무 생각없이 돌아다니며 예쁜 풍경을 보면 사진 찍고 다녔다.



혼자 여행하다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자기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면 깨달음을 얻고 배우는 점이 많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

여행이 끝나도 난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걸 안좋아하는지 조금 더 확실히 알게 된 것 같기는 하다.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다보니 슬슬 체크인 시간 - 3시 - 가 다가와서 숙소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하얗게 쌓인 눈이 더럽혀지지 않은 공원이 있었다.


눈이 너무 새하얗게 쌓여있었다. 새파란 하늘 아래 초록빛으로 빛나는 여름의 풍경도 예뻤겠지만, 흐린 하늘 아래 하얗게 빛나는 눈을 보는 겨울의 풍경도 만만치 않다.

눈을 보면 신나는건 모든 아이들의 공통점 같다. 눈이 오면 왜 그렇게 신났을까?


눈 내린 풍경이 참 예쁘다는건 알겠다.

눈이 없었으면 브레멘 여행이 그냥 그랬을 것 같은데, 설경이 너무 예뻐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숙소에 도착해서 조금 대기하다가 방을 배정받고, 짐을 챙겨 방에 가져다놓았다. 파리에서는 5시에 지던 해가 브레멘에서는 4시 10분경 저무는데, 브레멘에서는 하루만 보낼 예정이었기 때문에 숙소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짐만 내려놓고 바로 다시 숙소를 나와 왔던 길을 거슬러 구시가지로 돌아갔다.


다시 구시가지에 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군대였으면 제설때문에 눈이 혐오스러웠을텐데, 전역하니 눈이 그냥 아름답기만 하다. 게다가 남의 나라에서 관광객의 시선으로 바라보아 더 아름다웠던 것 같기도 하고.


흐린 날씨와 눈이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볼 때, 구시가지의 건물들만 떼어서 본다면 독일의 도시들이 파리보다도 아름다운 측면이 있다. 그정도로 독일 구시가지들은 정말 아름답다.
그럼에도 파리가 좋은 것은... 독일의 구시가지는 기껏해야 한 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데 반해 파리는 도시 전체가 그 구시가지에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운 건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사진이 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래도 이미 찍어놓은 사진 버리기 아까워 블로그에 다 올리고 있다.

구시가지를 다시 둘러보다 브레멘 대성당도 들어가봤는데, 내부에는 딱히 볼 게 없었다. 그냥 전형적인 성당이었는데, 내가 들어갈 때 마침 파이프 오르간과 소프라노의 공연이 진행중이었다. 아마 리허설? 같은 느낌인 것 같았는데,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 들을 수 있었다. 한 10분 정도 구경하다가 성당을 나왔다. 소프라노 목소리가 성당 안에 울려퍼지는게 좋았던 기억.
이후 구시가지에서 나와 브레멘을 가로지르는 베저강쪽으로 가봤다. 예로부터 베저강과 브레멘은 해상무역의 중심이었고, 특히 브레멘은 아메리카로 가는 유럽 이민자들이 대서양을 건너는 배를 타는 곳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브레멘에는 이민자 박물관도 있다.





사실 뭐 특별할 건 없는 강이었다.


관광객이 많은 여름에는 베저강을 따라 유람선 투어도 진행하는 것 같았다.


글을 쓰면서 사진이 너무 많아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 사실 뭐... 읽는 사람 별로 없고 나중에 내가 보기 위해 쓰는거니까, 라고 위안을 삼는다.



상류쪽으로 올라가면 넓은 공원이 있다. 눈덮힌 경사면에서 썰매를 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부러...웠다. ㅋㅋㅋ



마지막으로 썰매를 탔던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난다. 초등학생때였으려나? 마지막으로 탔던게 언제였는지는 기억 안나도, 집 근처에서 아빠, 동생이랑 썰매를 탔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경사가 꽤 길어 정말 재밌었던 것 같은데. 아빠가 모르는 애기들 썰매를 밀어주던게 심술났던 기억도 난다. 나만 밀어주길 바랐던 것 같다 ㅋㅋㅋ

한참 음악을 들으며 걷다가 슬슬 숙소쪽으로 돌아갔다. 음악 없었으면 무슨 낙으로 여행 다녔으려나?


계속 걷다보니 구시가지가 아니라 주거지쪽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정겨운 풍경이 참 좋았다. 풍경이 너무 예뻐 좋으면서도, 내가 지금 이역만리 타국에서 뭐하고 있는건가, 생각이 들었다. 얼른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다. 어떻게 몇년씩 장기여행하는지 모르겠다.



한참 걸어서 트램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트램을 타고 리들에 들러 장을 봤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은 일요일이어서 마트가 거의 다 문을 닫고,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먹을 햄을 사두었다. 이날 저녁으로는 돼지 안심을 샀는데, 저녁엔 또 이걸 삶아먹었다. 채소를 먹은지 오래된 것 같아 샐러드도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다행히 이번에 머무는 숙소는 주방이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 씻고 좀 쉬다가 돼지 안심을 삶고, 샐러드와 같이 먹었다. 프랑스에서 산 버터, 잼도 빵과 먹으니 좋았지만, 바게트가 생각나는건 어쩔 수 없었다. 맥주를 함께 사서 마셨는데, 오랜만에 먹는 맥주가 꿀맛이었다.
저녁을 먹고는 다시 블로그를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파리 이야기가 너무 밀려 고생을 했다. 이미 여기까지 와버린 이상 블로그 쓰기를 멈출 수도 없고, 나중에 이게 다 추억이 되리라는 생각에 열심히 쓰고 있다.
다음날 느즈막히 일어나, 전날 먹고 남은 안심 두 덩이를 다시 삶아 먹고 빵을 버터, 잼과 함께 먹었다. 버터가 확실히 맛있다.
DB앱으로 함부르크행 기차를 찾아보니 매시 30분 브레멘 중앙역에서 함부르크 중앙역으로 가는 기차가 있었다. 느즈막히 여유를 부리다가 10시 30분 브레멘 출발 열차를 탔다.


이번에도 눈이 문제였는지, 출발부터 20분간 지연되던 함부르크행 RE가 또다시 함부르크 중앙역까지 가지 못했다. 브레멘에서처럼 함부르크 외곽에서 멈춰 모두 내려야했다.
찾아보니 브레멘 중앙역에서 함부르크 중앙역을 왕복하는 기차던데, 이러면 함부르크 중앙역에서 브레멘 중앙역으로 가기 위해 이 기차를 기다리던 사람은 어떻게 되는건가? 꼼짝없이 기차가 취소당하는건가? 뭐... 내 알 바 아니긴하다.
다시 함부르크 외곽에서 함부르크 시내까지 이동해야했는데, 다행히 이번엔 같은 역에서 출발하는 S반이 있었다. S반을 타고 함부르크 시내로 이동해 숙소에 갔다.

함부르크에서 하루 묵은 뒤 다음날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갈 예정이었어서, 그냥 중앙역 근처의 저렴한 숙소를 잡았다. 드레스덴과 도르트문트에서도 묵었던 호탤체인 a&o hostel에 머물렀는데, 여기는 짐 보관도 무료로 해주고 주방도 있어서 요리 해먹을 수도 있었다.
일찍 도착한터라 체크인은 하지 못했고, 짐만 맡겨둔 뒤 함부르크 구시가지로 떠났다.



사실 함부르크에 대해 아는건 함부르크가 햄버거의 기원이라는 것과 손흥민이 함부르크 연고의 축구클럽 함부르크SV에서 뛰었다는 것 뿐이었다. 함부르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도시인지도 알지 못한 채 코펜하겐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잠시 경유했던 것이다.
브레멘에서 함부르크로 오는 길에 정보를 여럿 찾아보니, 함부르크는 생각보다 더 멋진 곳이었다.


우선 지도만 보더라도 어떤 도시일지 대충 감이 잡히는 듯하다.
엘베강의 하류에 위치한 함부르크는 독일 최대이자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항구도시로, 독일 해양물동량의 대부분을 담당한다고 한다. 독일에서 베를린 다음가는 두 번째 도시라고 하니, 조금 다르지만 한국의 부산과 비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부산과 다른 점이라면 강의 하류라서 평야지대이고, 운하가 발달했다는게 대표적 차이점인 것 같다. 함부르크는 독일 내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꼽힌다고 하고, 유럽의 대표적인 해양운수회사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영사관도 함부르크에 있다고.
특히 운하를 따라 늘어선 건물들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 숙소에서 나선 뒤 먼저 운하로 향했다.


함부르크의 운하지역은 Speicherstadt(스파이체르스타트)라고 불린다고 한다. 전에는 이곳에 물류창고들이 있었는데, 한동안 버려졌다가 물류창고의 붉은 벽돌을 활용한 도시재생 프로그램으로 함부르크의 명소가 되었다고 기억한다.


내가 있던 숙소 근처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운하로 오니 관광객이 꽤 많이 보였다. 이후 돌아다니다보니 생각보다 관광객이 무척 많았다. 물론 다 서양인들이었고, 간혹 중국인들이 보였다. 한국인들도 있었을텐데 일단 내 눈에는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붉은 벽돌 건물로 에워쌓인 운하가 무척 아름다웠다.

브레멘에서처럼, 함부르크에도 새하얀 눈이 쌓여있었다.

함부르크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대표사진은 모두 여름에 찍은 사진들이던데, 푸른 여름 하늘과 초록색 나뭇잎, 붉은색 건물이 대비되는 여름 사진도 멋졌지만 눈 내린 겨울의 분위기도 참 좋았다. 눈이 없었다면 여름에 오지 못한게 아쉬웠을 것 같은데, 설경이 너무 예뻐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사진으로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예뻤다.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부르크 운하 사이로 유람선이 자주 지나다녔다. 파리의 바토무슈처럼 무척 낮은 배들이 귀여웠다.




함부르크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냥 정처없이 구시가지쪽을 돌아다녔다. 시간도 많겠다, 예쁜 곳들을 볼때마다 카메라를 들었다.





운하를 따라 커다란 나무가 줄지어 심겼고, 나뭇가지에 소복히 눈이 내려앉았다. 붉은 벽돌과 새하얀 눈이 너무 잘 어울렸다.





좀 걸어다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길래 찾아보니, 함부르크에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니어처 박물관이 있었고 그곳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대기줄이었다. 철도 미니어처가 많다고 하는데, 내게 딱 맞을 것 같았다. 예약이 필요하다고 해서, 코펜하겐 여행을 마치고 함부르크로 돌아와 다시 2박을 하니 그때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참 걸어다니다보니 운하 끝까지 와버렸다. 저 멀리 바다쪽으로 수많은 크레인, 작고 커다란 배들이 보였다.


함부르크가 정말 항구도시라는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운하 끝에는 함부르크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엘베필하모닉 콘서트장이 있다. 위 사진의 오른쪽, 파도치는 모양의 유리건물이 바로 엘베필하모닉이다.
찾아보니 전망대가 있는데, 유료입장인데다가 위에서 보는 뷰도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아서 입장하지 않았다.
대신 항구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강가를 따라 산책하기 좋은 길이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산책로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운하를 벗어나니 되게 신기한 스타일의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고가도로를 따라 U반이 다니는 철도가 놓여있었는데, 무척 폭이 좁아 철도의 양옆이 서로 단절되어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서울 건대입구 즈음부터 성수까지 이어지는 지하철 2호선 고가와 그 아래로 지나는 자동차도로는 폭이 무척 넓고 육중한 콘크리트 고가때문에 햇빛이 잘 안들어와서 고가의 양옆으로 단절된 느낌이 난다. 이쪽에 갈때면 항상 어딘가모르게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 함부르크의 U반 철도를 보며 신기했다. 철골 트러스 구조로 만든 고가철도 사이로 햇빛도 잘 통하고, 애초에 폭이 좁아 고가의 양옆이 원활히 소통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교통량 차이가 (엄청나게) 커서 어쩔 수 없겠지만... 그냥 내가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걸 기록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들, 그리고 건물들이 굉장히 독특한 양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오가며 항구에 늘어선 대형 크레인들을 보며 독일의 경제력을 실감하기도 했다.




함부르크는 지금껏 방문한 독일의 어떤 도시들보다 현대적 건물이 많은 느낌이었다. 그것도 '예쁜' 현대적 건물이. 도르트문트나 뒤셀도르프, 쾰른도 굉장히 현대적인 느낌이었는데 솔직히 건물들이 예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함부르크는 굉장히 조화롭게 느낌이 좋았다. 이게 다 자본에서 나오는걸까?


지도를 보니 산책로 거의 끝에 전망대가 있어 올라가봤다. 전망대라 해봐야 별 게 아니고, 그냥 얕은 언덕 꼭대기였다.

그런데 가는 길이 너무 예뻤다.

나뭇가지에 눈이 쌓인 모습이 정말 죽음으로 예뻤다.





함부르크 설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참 행운아가 아닌가 싶다.
전망대에 오르니 함부르크 항구가 한 눈에 보였다.


위 사진 왼쪽의 돔처럼 생긴 건물은 엘베강 터널의 출입구라고 한다. 여기로 들어가면 지하터널을 통해 엘베강 건너편으로 갈 수 있다고. 이날은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전망대에서는 U반 철로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전망대에서 항구를 구경하다 U반을 타고 함부르크 시청쪽으로 향했다.


멀리 보이는 커다란 옥색 건물이 함부르크 시청이다. 독일 시청은 어쩜 다 저리 웅장한지.

시청 쪽 거리도 눈이 쌓여 무척 아름다웠다.




함부르크가 너무 예쁘다. 독일은 어디를 가도 다 아름다운 것 같다. 독일인들이 참 부럽다...
근처를 구경하다 European Plaza라는 쇼핑몰에 들어갔는데, 마침 햄버거 가게가 하나 보여 햄버거를 먹었다. 함부르크에 왔으니 햄버거 먹어야지 했는데

미국식 스매쉬 버거였다.. 쩝. 그래도 맛은 있어서 엄청 맛있게 먹었다.
다만 저녁에 함부르크 여행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햄버거 맛집을 추천받았는데, 코펜하겐 여행 후 함부르크에 도착하면 그곳을 꼭 가봐야겠다.
햄버거를 먹고 밖으로 나와 다시 시청 인근을 구경했다.


어느새 슬슬 해가 저무는 시간대였다.



시청 내부는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보니까 영어투어가 매일 있었는데, 이날은 시간이 다 지났어서 나중에 함부르크에 돌아오면 할까, 고민이 된다.


시청을 나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혹시라도 노을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다시 U반을 타고 아까 갔던 전망대로 갔는데, 하늘이 흐려 노을은 보지 못했다.

대신 사진을 많이 찍었다.





해안가를 따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 똑같은 U반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고, 함부르크 1차 여행을 마쳤다. 코펜하겐을 여행한 뒤 2차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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