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31. ~ 26. 1. 1.
바스티유 광장에서 시떼섬으로 오는 길에서부터 다시 시작. 사실 이미 시떼섬을 지나 센강의 반대편으로 넘어온 상태였다.


강의 양안으로 늘어선 초록색 간이상점들을 부키니스트라고 한다더라.




같은 거리를 카메라 비율을 달리해서 찍어보곤 하는데, 비율이 달라질 때마다 느낌이 달라진다. 어떤 풍경은 1:1이, 다른 풍경은 9:16이 어울린다. 3:4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함이 있달까?
강변을 따라 걷다가 전날 못갔던 생제르맹 거리로 발걸음을 돌렸다.



생제르맹 거리에는 네이버에서 파리 빵 맛집을 검색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빵집인 La Maison d'Isabelle이 있다. 2018년 일 드 프랑스 크루아상 1등을 한 곳이라는데, 얼마나 맛있길래 그렇게 유명한가 싶어 가보니 줄이 꽤 길었다.

약간의 웨이팅은 예상했던터라 그냥 줄을 서서 2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런데 빵을 사고 나오니 내가 처음 왔을 때보다 줄이 한참 더 길었다.
위치는 이곳
https://maps.app.goo.gl/5SC7nvc5sZutEmxq8
La Maison d'Isabelle · Paris
www.google.com
웨이팅을 싫어하지만, 빵집같은 경우는 줄을 좀 서는 것은 오히려 좋아한다. 줄을 설 정도로 유명한 빵집은 일단 기본적으로 맛이 있는데,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보면 회전율도 좋아 갓 구운 빵까지 먹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 positive feedback이 되는데, 줄을 많이 서서 대부분의 손님이 갓 구워 맛있는 빵을 먹으면 더 소문이 나 줄이 길어지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갓 구운 빵을 먹게되어 평도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한참 대기해 구매한건 고작 크루아상 하나였다. 이전에 보주공원에서 페이스트리 두 개를 먹어 속이 너무 느끼해 하나만 주문했던 건데, 여길 갈 계획을 미리 세웠으면 그 전에 크루아상과 뱅오쇼콜라를 안먹었을텐데. 크루아상을 주문하고 받은건 진짜 따끈따끈한 빵이었다.
사실 크루아상이나 뱅오쇼콜라 같은건 오히려 막 만들었을 때보다 조금 식었을 때가 더 맛있는데, 너무 따끈따끈해서 못참고 먹었다. 신기하게, 그렇게 따뜻한데도 겉면이 너무 바삭바삭했다. 이게 기술이겠지?
그런데 사실 맛은 잘 못느꼈다. 이전에 먹은 빵들을 때문에 속이 너무 느글거려서 버터향이 제대로 안느껴진데다가, 너무 따뜻한 상태였어서 속에 너무 수분이 많았던 것 같다. 좀 아쉬웠다.
이 상태로 평가를 끝내는건 형평성이(ㅋㅋㅋ) 안맞는 것 같아서 다음날 찾아봤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고, 결국 이틀 후 아침 7시에 다시 찾아와 크루아상 2개를 먹었다. 결론은 파리에서 먹은 크루아상 중 몽마르뜨의 La Grenie와 투탑이었다. 정말 맛있긴했다.
빵을 먹고 근처의 팡테옹을 향해 걸어갔다. 팡테옹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었다.

팡테옹 옆에는 생 에티엔 뒤 몽이라는 성당이 하나 있었는데, 여기 건물이 되게 멋지다.


내부에 들어가보니 지금까지 본 성당이랑은 좀 다른 느낌이었다.


대리석으로 만든 듯한 내부와 성당 중간에 놓인 다리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 같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데 갑자기 파스칼 흉상이 있었다?

뭐지? 싶어 찾아보니 파스칼이 이곳에 묻혀있다고 한다. 알고보니 이 성당은 파리의 네오르네상스 양식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고, 파리의 수호성인이 모셔진 성당이라고 했다.
성당 구경을 하고 주위를 좀 둘러봤다.

좀 둘라보다가 그냥 팡테옹으로 갔다.

팡테옹에는 프랑스의 유명한 위인 대부분이 묻혀있는 곳으로, 내부 정중앙에는 지구가 자전함을 밝힌 푸코의 진자가 놓여있다고 한다.
여기도 미리 티켓을 구매하고 예약했어야 해서 들어가지는 않았다.



팡테옹을 둘러보고 다시 대로를 따라 생제르맹 거리로 내려왔다. 근처에 뤽상부르 공원이라는 곳이 있어 가볼까 하다가 나중에 가지, 하고 생제르맹 거리를 계속 걷기로 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너무 많이 걸었는지 무릎 뒤쪽과 발목이 너무 땡기고 힘들었다. 통증 때문에 주위 풍경에 도저히 집중이 안되어 계속 걷는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냥 뤽상부르 공원에 가서 좀 쉬다가 다시 돌아다니기로 했다.





공원에 가니 거의 누워있을 수 있는 의자들이 있었고, 사람들이 다 햇빛을 받으면서 쉬고 있었다.

의자도 많아서 나도 하나 차지하고 누웠다.


햇빛이 너무 따뜻해서 온 몸이 다 녹는 기분이었다. 페퍼톤스 3집을 다 듣는 동안 비니로 눈만 안대처럼 가리고 누워있었다. 진짜 날씨가 너~~~무 좋았다. 햇빛도 완벽, 기온도 완벽, 음악도 완벽. 너무너무 행복했다.
앨범 하나가 40분 정도 분량이어서 다 듣고 이제 다시 구경을 시작하려 했다.



원래 공원 한 바퀴 돌고 바로 가려고 했는데 풍경이 너무 좋아서 그냥 다른 곳에 다시 앉아서 또 음악들으면서 쉬었다.


여름에 오면 진짜 예쁠 것 같다. 물론 겨울도 예쁘지만...




조금만 쉬려던 것이 거의 한 시간 반을 앉아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너무 행복했다.
에너지 재충전하고 다시 생제르맹 거리를 걸었다.




거리가 너무 예쁘다. 마레지구와 이쪽 생제르맹 지구가 파리에서 가장 예쁜 것 같다.


이쪽에는 분위기 좋고 전통적 느낌의(= 비싼) 카페나 레스토랑도 많아서 시간 보내기 좋을 것 같다.


왜 사람들이 파리와 사랑에 빠지는지 이해가 된다.


흉물이라고 파리지앵들은 싫어한다는데 내 눈에는 꽤 괜찮다. 물론 없으면 더 예뻤을 것 같기는 하다.
생제르맹 거리에는 또 엄청 유명하고 오래된 카페도 많다.


그 중 하나인 Les Deux Magots 카페. 여기는 유명한 파리의 문인들이 많이 찾은 카페라는데, 친구가 사르트르가 자주 다니던 카페라고 해서 알게 됐다. 가달라고 했는데 줄도 너무 길과 원래 카페는 안가서 밖에서 사진만 찍었다.

Magots 옆에 있는 Flore 카페도 유명하다는데, 여기에도 사람들이 줄 서있었다. 진짜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던데.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해가 질 시간이 되었다. 노을을 보기 위해 얼른 센강변으로 향했다.




이날 노을지는게 진짜 예뻤다. 노을 자채만 본다면 더 예뻤던 곳이 많지만, 여기는 파리였으니까.






계속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파리에 살고싶어졌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냥 센강을 계속 걸었다. 배를 탔어도 좋았겠지만 내 마음대로 멈출 수가 없다는게 난 싫다.



시떼섬괴 그 주변이 진짜 예쁘다.










파리가 너무 예뻐서 빵을 샀어.




진짜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돌아다녀도 다 예쁘다.







시떼섬을 좀 돌아보다가 다시 센강으로 돌아와 퐁뇌프를 건넜다. 마침 황혼이었고, 하늘은 이미 넘어간 태양의 검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이날 하루 종일 눈이 호강했다.






퐁뇌프에 한 삼십분 넘게 서있으면서 넘어가는 해를 바라봤다. 어쩌다보니 이날의 일몰이 2025년의 마지막 일몰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 일몰을 이렇게 멋지게 바라볼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었다.
6시쯤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먹을거리를 사가려했는데 12월 31일이라고 저녁 6시에 문을 닫은거다. 저녁으로 먹을게 없어 뭘 먹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가는 길에 전기구이 통닭을 파는 곳이 있었다. 닭가슴살 한 덩이, 장각구이 한 조각을 6유로에 사고, 숙소 근처 빵집에서 바게트도 하나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전날 남은 와인까지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난 바게트가 너무 좋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쉬다보니까 나가기가 너무 싫었다. 이날 샹젤리제 거리에서 하는 새해 기념 행사를 가려고 파리에 온 것이었는데, 이미 파리 여행 자체가 너무 만족스러웠던데다가 거리에서 한참 기다리고 인파에 치인 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게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정말 많이 고민했다.
진짜진짜진짜 귀찮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새해 기념행사를 안보면 나중에 너무 후회가 될 것 같았다.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다시 옷을 입은 뒤 샹젤리제 거리를 향해 출발했다.

이날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파리의 모든 대중교통은 무료였다.
나가기 전에는 너무 귀찮았는데 막상 나오니까 신났다. 오스만가(생 라자흐) 역에 내려 콩꼬드 광장까지 걸어간 뒤 그곳부터 개선문을 향해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갔다.

차도 한가운데로 샹젤리제 거리를 걷는게 또 언제 가능하겠어? 신나서 셀프 비디오도 많이 찍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고프로 같은 셀프캠을 사서 여행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은데.


주위에 경찰이나 군인도 많고 축제 구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짐 검사나 몸수색을 꽤 열심히 해서 안심이 됐다. 그래도 혹시나 테러가 일어나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기는 했다.

내가 샹젤리제 거리에 도착한게 9시 반쯤이었는데, 생각보다 거리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나는 막 몇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사람들로 가득할 것 같아서, 좀 늦으면 뒤에서 보자는 생각으로 여유를 두고 9시에 숙소에서 나왔는데, 10시에 나왔어도 충분했을 것 같다.
거리 곳곳에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심지어 누워있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내내 서서 기다릴 수는 없어 보도블록에 앉아 저장해 둔 유튜브 영상을 보며 기다렸다. 사람이 많이 몰리니 개선문 근처에서는 인터넷이 거의 안됐다. 노래도 오프라인 저장해 갔는데, 미리 준비 안했으면 지루해 죽었을뻔했다.

10시 반쯤 일어나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갔다. 결과적으로는 좀 일찍 나와서 좋은 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었다.




한참 기다리다가 11시 30분이 되니 샹젤리제 거리의 가로수가 적청백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11시 50분쯤에는 개선문에서 미디어아트?같은게 송출되기 시작했는데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불어가 나온 것도 아니고 그냥 영상만 나왔는데 당최 무슨 메세지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아니 근데 이 불란서놈들, 카운트다운도 안하고 그냥 불꽃만 쏜거다. 개선문에다가 이상한 미디어아트 할 게 아니라 카운트다운을 쏴줘야하는거 아닌가?
카운트다운도 못 세고, 해피뉴이어!도 못하고 그냥 불꽃놀이만 봤다. 그래도 사람들 환호성이 완전 축제 분위기여서 나도 엄청 소리질렀다. 맘껏 소리지르니까 상쾌하고 좋았다.
나중에 알아보니까 개선문에 카운트다운을 쏘기는 했는데, 사람들이 모여있는쪽이 아니라 통제되고 있는 개선문 반대편에다가 쏜거다. 친구가 릴스를 보내줘서 알았는데, 진짜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왜 사람들 있는 쪽에다 안 보여준건지 이해가 할 수 없다...ㅋㅋㅋ
그래도 불꽃놀이는 좋았다. 정각 즈음부터 시작해서 8분 정도 했는데, 처음에만 영상 좀 찍다가 그냥 맨눈으로 봤다. 제일 마지막에 쏜 불꽃이 성대했는데 그 앞 부분은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차라리 8분동안 하지 말고 4분동안 폭죽 2배 이벤트 해서 쐈으면 더 좋았을텐데.
결론적으로 굳이 귀찮은 몸을 이끌고 나간 보람은 있었지만 이 정도의 이벤트라면 두 번 참여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또 언제 새해를 외국에서, 그것도 파리에서 보낼까 싶어 가슴이 벅찼다.
축제가 끝나고 숙소로 되돌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인파가 대단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냥 차도를 점령하고 다들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가는데, 여기에 차량 경적소리, 호루라기 소리가 합쳐졌다. 평소같았으면 짜증 max가 됐을텐데 이날은 이런 분위기가 좋았다.
샹젤리제 거리 주위 지하철역은 모두 통제된 상태여서, 다시 오스만가(생 라자흐)거리까지 걸어가야했다. 한 30분 정도 걸어가야 했었는데, 가는 길 내내 축제 분위기였다. 무슨 응원가?같은거를 불러서 무슨 노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겨우 지하철역에 도착해 RER E노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유동인구도 많고 숙소가 말 그대로 역 바로 앞이라 위험한 순간은 없었다. 조금 걱정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별 탈 없이 새해기념행사를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샤워를 할 힘은 없어 간단히만 씻고 침대에 누우니 1시 30분. 그대로 다음날 9시까지 잤던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9시 즈음이었다. 너무 잘 잤다. 좀 쉬다가 느즈막히 나갈까 생각도 들었지만, 파리에 있는 시간이 곧 끝나는게 너무 아쉬워 바로 씻고 아침도 먹지 않은채 얼른 나갔다.
파리 시내로 나가보니 거리는 무척 한산했다. 아무래도 전날 늦게까지 한 축제의 여파로 다들 아직 집에서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파리 거리가 이렇게 한산한 적이 있었을까?



길을 걷다가 무척 멋진 포토스팟을 발견했다.



이 구도가 참 마음에 든다. 사진을 찍고 다시 길을 떠났다. 이날은 생제르맹 거리를 다시 갔다가 이제껏 가보지 않은 파리 6구쪽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한산한 파리 거리가 유독 아름다웠다. 어떻게 도시 전체가 이렇게 예쁠까. 이런 도시를 건설하고 유지하고 지켜내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까.
생제르맹 거리로 가기 위해서는 센강을 넘어 남안으로 넘어가야했는데, 가는 길에 루브르 박물관 근처 '팔레 루아얄'이라는 곳을 들렀다 갈 생각이었다. 발음상 Royale Palace라는 뜻일 것 같았다.

가는 길에 무척 정겨운 에이스 마트가 있었다.

알고보니 이 거리에 일식당, 한식당이 많았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생선을 잡고 있는 스시가게도 보았다.

지도에 입구로 표시된 곳이 잠겨있길래 새해 첫 날이라 영업을 안하나? 싶었는데 그런건 아니었다.




정원과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이 아름다웠다.

팔레루아얄 안뜰?에는 서로 다른 높이의 줄무늬 막대들이 땅 속에 박혀있다.



파리 여행 코스 영상을 보다 이걸 봤었는데, 팔레루아얄에 있다는건 잊고 있었다. 유명하다면서 가보랬던 것 같은데, 왜 유명한지 / 무슨 의미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설명을 안했을지도.
팔레루아얄을 둘러보고 루브르를 통과해 센강 남안으로 넘어갔다.




중간에 시떼섬을 들러 또다시 구경을 했다.



프랑스의 역사가 파리 곳곳에 드러난다.


다시 생제르맹 거리로 왔다. 전날 너무 예뻤어서 한 번 더 와버고 싶었다. 그냥 거리를 쭉 걸었다.





슬슬 배가 고파졌는데, 새해 첫 날이라 문을 연 빵집이 별로 없었다. 좀 찾아보다 뤽상부르 공원 근처의 빵집 하나를 발견했는데, 여기서 빵을 사서 공원에서 먹을 생각을 했다.
https://maps.app.goo.gl/hXCeAL2x7wzK56GX7
Maison Thevenin · Paris
www.google.com
이곳을 갔다.

원래는 크루아상과 바게트를 하나씩 살 생각이었는데, 디저트가 너무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어 마음이 흔들렸다. 한참 고민하다가 크루아상 하나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어 궁금했던 플랑이라는 디저트를 샀다. 되게 치즈케이크처럼 생겨서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빵을 사서 뤽상부르 공원으로 이동했다.




크루아상은 그냥 쏘쏘였다. 다들 빠삭하기는 한데 버터 풍미가 그냥 그렇다. d'Isabelle와 La Grenier 크루아상이 정말 맛있는 편이다.

플랑은 맛있었다. 그런데 좀 커서 혼자 먹기 좀 힘들었다. 아침을 안먹었기에 망정이지.
맛은 계란커스타드 푸딩? 느낌이었다. 조금 더 탱글탱글하고 쫀쫀한 느낌의 푸딩이다. 젤라틴 탱글거리는 듯한 질감에 커스타드 푸딩맛이 나는데, 딱 적당히 달아서 먹기 좋았다. 다만 양이 많아서 커피가 간절히 먹고 싶었다. 난 커피 못 먹는데도 말이지...
빵을 먹고 음악을 들으며 좀 앉아있다가 이제껏 한 번도 가 본 적 없던 파리 6구쪽으로 이동했다.


공원의 서쪽으로 쭉 이동했다.


아니 그런데 이쪽도 너무 예쁜거지...



마레지구나 생제르맹 거리와는 달리 좀 더 주거지역 느낌이 나서 건물이 차분하고 상점이 적은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더 통일성이 강화되는 느낌이었다.


진짜 영화 속 장면 같았다. 왜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많은지 이해가 된다. 여기 배경으로 로맨스 영화 찍으면 뭐 플롯 짤 것도 없다.



진짜 너무 좋았다. 특히 이날은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이 없어서 더 좋았다. 이날만 그랬는지, 아니면 원래 이쪽으로 오는 사람이 별로 없는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다녔다.



굳이 어디를 방문하고 찾아가지 않아도 거리만 걸어다녀도 충분했다. 오히려 차고 넘쳤다. 컨텐츠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냥 도시 전체가 컨텐츠다...


그래서인지 파리를 여행하면서 박물관 하나를 들어가지 않았다. 예술쪽에는 워낙 소양도 없고 그냥 '아 그렇구나'하고 끝날 것 같아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 나는 그냥 예쁜 파리 거리를 걸어다니는게 더 좋았다. 그래도 파리에 왔으니 루브르나 오르세 중 하나는 가야할까 생각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안 가길 잘했다. 거기는 나중에, 미술에 흥미가 생기면 가보는게 나을 것 같다. 솔직히 뉴욕에서 MoMA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가서도 큰 감흥이 없었고 너무 피곤하기만 했었다. 고흐의 그림이 좀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긴한데... 그래도.
걷다보니 7구쪽으로 넘어가게 됐다. 온 김에 에펠탑까지 갈 생각이었다.




이날 흐리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다행히 2시 전까지는 하늘이 괜찮았다.

이쪽은 진짜 관광객이 없었다.

걷다가 웬 사진에 우즈벡 느낌이 나는 건물들이 보여서 가봤는데 진짜 우즈벡의 건축물들이었다.


내가 갔던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의 건축물들 - 직접 본 건축물들 - 의 사진이 있어 무척 반갑게 사진을 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이 건물이 유네스코 본부였고 지금은 우즈벡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홍보기간이었던 것이다.

파리에서 우즈벡을 만나니 왠지 반가웠다.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한 것도 어느새 3달 전이다. 시간이 참 빠르다.

유네스코 본부 앞에는 프랑스의 육군사관학교, Ecole Militaire가 있다. 나폴레옹도 여기서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유네스코 본부의 세계국기들. 태극기가 보인다.

이후 마르스 광장쪽으로 이동해 에펠탑을 보러 갔다.





에펠탑을 바라보며 좀 쉬었다가 다시 이동했다. 센강 서쪽에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고 해서 가봤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과 서로 마주보고 있다는 파리의 자유의 여신상은 그 1/11 크기로 축소되어 있다고 했다. 자유의 여신상이 궁금한 것도 있었지만 파리 외곽 지역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굳이 찾아간 것이다.


좀 외곽으로 나가니(15구, 16구) 파리 시내의 고풍스러운 석조건물은 사라지고 현대식 콘크리트 아파트들이 보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파리의 그 많은 인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말 현지인들만 다니는 동네기도 했고, 파리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왠지 모르게 발칸국가의 도시 느낌도 나고. 유럽 아파트들은 다 소련식으로 짓는건가? 아파트는 한국 승이다.

외곽에는 현대식 고층빌딩들도 즐비했다.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나요?


피곤하고 힘들어서 섬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싶지는 않았다.
뉴욕에서 봤던 자유의 여신상에 비하면 정말 조그맣기는 하다.


좀 둘러보다보니 더 이상 볼 것도 없었고, 다시 아름다운 파리 시내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다행히 퐁뇌프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파리의 석조건물들을 보니 다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런데 그새 날이 흐려졌다. 일몰을 보고 싶었는데 무척 아쉬웠던거지.






퐁뇌프에서 조금 쉬면서 사진을 찍었다. 원래는 일몰을 보려고 몽마르뜨에 갈 생각이었는데, 날이 흐려져 일몰을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바로 숙소로 가려다가, 일단 몽마르뜨 가보고 하늘이 계속 흐리면 거기서 맛있는 바게트나 사가기로 했다.


아니 그런데, 그간 항상 Abbesse 역 방면에서 돌아다녔는데 버스를 타고 와보니 몽마르뜨 지역이 엄청 크고 넓은거다.
그간 본 지역이 몽마르뜨의 아주 일부였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날은 계속 흐렸어서 그냥 La Grenier에서 바게트만 사서 돌아갈 생각이었다. 원래 바게트만 하나 사려다가 에클레어가 너무 맛있어보여서 같이 사왔다.
돌아오는 길에 숙소 근처 전기구이 통닭집에서 통닭 반마리를 사오고, 와인도 한 병 사서 또 페트병에 옮겨담은 뒤 저녁으로 먹었다.
전기구이 통닭, 바게트, 와인이면 언제나 한 끼 식사 가능이다. 와인 덕분에 퍽퍽하지도 않고, 바게트는 너무 맛있고. 글을 쓰는 지금 바게트가 생각나서 미치겠다. 바게트가 너무 먹고싶다.
에클레어는 생각보다 그냥 그랬다.

이게 4유로나 하는데, 그냥 한 번 먹어본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굳이 비싼 돈 주고 찾아먹고싶지는 않은 맛? 많이 고급진 초코하임 맛이 나고, 아이스크림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씻고 오랜만에 유튜브를 보면서 쉬었다.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 보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진짜 여행 다니는동안 제대로 쉬고 있다. 아무 생각도 안하면서 살다보니 2025년 마무리나 새해 계획 같은 것도 하나도 생각 안했다. 너무 편안해서 복학하면 어찌 적응할지 걱정도 된다.
원래 두 편으로 마무리 하려했는데, 너무 길어서 도저히 더 쓰기가 힘들다. 파리 마지막 날은 독일 여행기랑 합쳐서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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