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1. 9. ~ 25. 1.11.
덴마크에 온 지 5일차이자 코펜하겐에서의 마지막 날. 이날은 코펜하겐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오덴세로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했다.

유틀란드 반도에 거의 붙어있는 퓐섬에서 가장 큰 도시이고, 코펜하겐과 오르후스에 이은 덴마크 제3의 도시라고 한다.
며칠 전 급하게 플릭스버스로 왕복 티켓을 구매했다. 일찍 사서 왕복 24유로에 티켓을 구매했는데 당일이나 하루 전에 구매하면 왕복 40유로까지도 가격이 뛴다. 플릭스버스는 너무 가격 변동이 심하다. 말 그대로 P의 지옥... 한국이 참 살기 좋은 나라다.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구매했는데, 버스 터미널까지는 도보로 30분이라 7시쯤에 출발해 중간에 마트에 들러 아침을 사갔다.


코펜하겐에 온 첫날 봤던 풍경을 동틀녘 다시 보게 됐다.

구름 사이로 여명이 신기한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버스 탈 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터미널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리들에서 닭가슴살팩과 빵을 사와서 꽤 제대로 먹은 셈. 닭에게는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아침 일찍 일어난다고 피곤했어서 버스에 타고나서 바로 잠들었다. 일어나보니 어느새 오덴세에 도착해 있었다. 풍경을 감상할 시간도 없었다.

오덴세 버스터미널?은 시내에서 무척 멀리 떨어져 있었다. 걸어서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어쩔 수 없이 시내로 가는 트램을 탔다. 트램 요금은 10크로네로 코펜하겐(24크로네)에 비하면 훨씬 쌌다.
나같은 관광객은 정류장에 부착된 QR코드 링크를 통해 온라인으로 결제하면 된다. 검표원 없을 것 같아서 안해도 될 것 같았는데 바로 보였다..ㅋㅋ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도 티켓 검사를 열심히 하더라.
바로 시내까지 가지는 않고 적당히 떨어진 곳에 내려서 걸어갔다.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걸어가기로 한 것이었다.


덴마크 제3의 도시라지만 너무 휑한 느낌? 애초에 덴마크가 인구의 600만명이 좀 넘는 작은 국가라 그렇겠지만, 코펜하겐을 벗어나니 멋스러운 분위기도 사라졌고, 사실 좀 실망스러웠다. 우리나라 시골이랑 별로 다를게 없었다.
그래도 시내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집들의 생김새가 더 나아졌다. 아파트는 거의 안보이고 다 비슷하게 생긴 주택들로 이루어졌다.




콘크리트보다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훨씬 낫다.


트램에서 내려 시내까지 한 30분 정도 걸어갔다. 전반적으로 특색은 없지만 되게 평화롭고 조용한? 느낌의 거리였다.


그래도 별로 재미는 없었다. 괜히 왔나..? 생각이 계속 들었다. 사실 코펜하겐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도 굳이 갈 필요는 없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스웨덴 말뫼를 가는게 나았을텐데. 굳이 추천을 하고싶지는 않다.

한참 걸어 구시가지에 도착했다. 구시가지로 들어서니 완전히 차량없는 거리였다. 트램과 자전거, 도보 이동만 가능했는데 이건 좀 좋아보였다. 도시가 워낙 작아서 가능한거겠지만, 항상 차량보다 사람이 우선시 되는게 바람직해보였다.



매일 이렇게 눈밭에서 노는 것 같은데, 아이들은 안질리려나? 궁금했다. 어릴 때는 그냥 다 재밌었나? 잘 기억이 안나네...
구시가지의 중심이 되는 시청 근처에는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생가가 있다.

사실 오덴세에 온 것도 안데르센이 태어난 도시라서였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덴마크편에 오덴세가 소개되어 한 번 찾아가보고 싶었다.
사진 속의 노란색 건물이 안데르센이 태어나 14살까지 살았던 곳이고, 지금은 작은 박물관으로 꾸며놓았다고 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 들어가볼까 싶기도 했는데, 그냥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안데르센의 열렬한 팬인것도 아니고.. 굳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후기에도 별로 볼 게 없다는 말이 많기도 했고.
이후 오덴세 구시가지를 한 바퀴 돌았다. 그냥 이곳저곳 골목을 구석구석 살펴보려고 했다. 돌아다니다보니 구시가지에 예쁜 파스텔톤 건물들이 많아서 괜찮았다.






딱히 방문할 곳이 없어 그냥 걸어다니기만 했다.


돌아다니면서 무슨 현대미술관? 같은걸 발견했다. 현대미술에 관심있으면 좋은 전시라는 후기가 많았다.


구시가지의 끝에서 꽤 멋진 아파트를 만났다. 세 개 층마다 테라스가 다른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외벽 색깔도 굉장히 과감하고?

돌아다니다 되게 신기한 조형물을 발견했다.


뭔가 싶어 찾아봤다.

근데 제미나이는 사진만 보고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맞추더라. 너무 똑똑해서 무서워진다.
이후 다시 구시가지 거리로 돌아갔다.




너무 작은 도시라 한 시간 정도 돌아보니 구경이 끝났다. 구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안데르센 하우스'라는 박물관이 있었다.


할 게 없어서 이거라도 들어가봐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볼 게 없어서 그냥 접었다.
안데르센 하우스 뒤쪽 골목길이 아기자기하니 귀여워서 좀 둘러봤다. 원래 기념품점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았는데, 왠지 모르지만 이날은 운영하는 곳이 없었다. 도시에 전반적으로 활기가 없는 느낌?



쭉 둘러보다 근처에 안데르센이 조각된 벤치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이후로도 음악들으면서 골목골목 돌아다니다가... 할 게 없고 배가 고파져 점심을 먹을 식당을 찾아봤다.
처음엔 오덴세 지역에서 만드는 오덴세 필스너 양조장을 찾아가서 맥주를 먹을 생각이었는데, 전날 코펜하겐에서 먹은 삼겹살 샌드위치가 계속 생각났다. 오덴세에도 파는 곳이 있나 찾아보니 시 외곽, 터미널과 시내의 중간 지점에 노점이 하나 있는 것이었다. 둘 중에서 고민을 하다가 전날 먹은 삼겹살 샌드위치(Flæskestegssandwich가 정식명칭)가 계속 떠올라 그걸 먹으러 가기로 했다.
어차피 터미널 가는 길이기도 하고, 더 이상 시내에서 구경할 것도 없어서 샌드위치를 먹고 터미널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미국의 교외 풍경처럼 비슷하게 생긴 전원주택이 주르르 늘어선 길을 따라갔다. 이날 좀 현타가 왔다. 내가 덴마크 시골에서 지금 뭐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좀 쓸쓸한 느낌이었다. 오덴세에 할 것도 볼 것도 많이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한 40분동안 음악도 듣지않고 잡생각을 하며 걸은 끝에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에 도착했다.


삼겹살 샌드위치를 먹는 순간 잡생각이 다 사라졌다. 전날 코펜하겐에서 먹은 것보다는 별로였지만, 여전히 너무 맛있었다. 맛있어서 현타도, 쓸쓸한 기분도 다 사라지고 행복함만 남았다 ㅋㅋㅋㅋ 진짜 맛있다. 한국에서도 제발 먹어보고 싶더라.
샌드위치를 먹으며 좀 쉬다가 2시쯤 가게를 나섰다. 그 길로 터미널까지 걸어가서 4시 10분에 출발하는 플릭스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는동안 블로그 코펜하겐 편을 썼는데, 뭐라도 할 게 있어 다행이었다. 샌드위치를 먹고 기분이 좀 나아지기는 했어도 오덴세 여행을 괜히 왔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딱히 추천하고싶지는 않다.
6시가 좀 넘어서 코펜하겐에 도착하고,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리들에 들러 저녁거리를 샀다. 하루종일 기분이 메롱이어서 그냥 맥주 한 캔을 샀다. 다른 유럽 나라에서는 1유로 전후로 왔다갔다 하는 맥주가 덴마크에서는 4000원... 그래도 떠나는 날이었으니까 기분좋게 마셨다.
다음날은 코펜하겐에서 함부르크로 가는 날. 9시 35분 코펜하겐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여서, 적당히 느즈막히 일어나 짐을 챙기고 8시 반쯤 숙소를 나섰다.

떠나는 날이 되니 날씨가 맑아지더라.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 시청 광장에 들러 코펜하겐 시청 광장을 찍었다. 며칠만 빨리 맑아지지, 아쉽기도 했다. 덴마크 와서 물가에 많이 시달렸지만 그래도 굉장히 아름다웠고, 특히 코펜하겐에서 먹은 카다멈 번과 삼겹살 샌드위치는 한국 가서도 못 잊을 것 같다.
터미널에 9시쯤 여유있게 도착해서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플릭스버스 앱에서 'Enjoy your ride!'라는 메세지가 왔다. 보통 이건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 안전벨트 매라는 메세지와 함께 오는 알림이어서, 이건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 오는 메세진데? 뭐지?? 싶었다. 급하게 플릭스버스 앱을 켜니 출발시간이 갑자기 20분 이상 땅겨진 것이었다.

너무 당황해서 급하게 짐을 챙겨서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여기서 버스 놓치면 새로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당일 출발하는 티켓은 거의 80유로까지 값이 올라가서 진짜 큰일난거였다.
진짜 천만다행으로 마지막 사람이 짐을 싣고 있었고, 겨우 달려간 덕에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이렇게 시간 옮길거면 좀 알림을 주던가, 진짜 놓치는 줄 알고 식겁했다.
근데 더 화나는건, 앱에는 저렇게 9:11 출발이라고 되어있으면서 실제로는 9:35에 맞춰서 정확한 시각에 출발했다는거다. 또 나만 당한거였지? 그래도 안놓치고 탔으니 다행이다. 여행하면서 이런 심장 쫄깃한 일들이 너무 자주 생긴다. 이럴 때마다 가슴이 엄청나게 빨리 뛰면서 엔돌핀?도파민? 뭐시기 그런 호르몬이 나오는게 느껴지는데, 일을 잘 해결했을 때 그 기분이 너무 좋아서 중독되는 것 같기도 하다..ㅋㅋㅋ 특히 그단스크에서 여권과 지갑이 든 가방을 잃어버린 줄 알았다가 겨우 찾았을 때, 그때가 제일 짜릿했다.
하여튼... 무사히 버스를 타고, 함부르크에서 코펜하겐으로 왔던 길을 거슬러 다시 함부르크에 도착했다. 또다시 배를 타고 페메르 해협을 건넜고, 발트해 바닷바람은 여전히 매서웠다.
함부르크에 도착하니 2시 30분. 함부르크 중앙역 바로 옆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숙소를 찾아갔다. 저번에 함부르크에서 하루 묵을 때 지냈던 a&o 호스텔은 좀 별로였어서 새로 Instant Sleep 호스텔이라는 곳을 찾아갔는데, 위치가 중심부에서 좀 떨어져 있기는 해도 무척 좋았다. 오랜만에 좀 편안하게 쉬었던 것 같다.
숙소에 도착하니 3시여서 바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은 뒤 함부르크 중심가 Hafencity - 항구쪽으로 U반을 타고 이동했다. 독일에 오니 마음이 편했다. 도이칠란드 티켓 덕에 대중교통도 무한으로 즐길 수 있었고, 마트 물가도 너무 착해져서 살 것 같은 기분이었다.
U반을 타러 가는 길에 시위현장?을 지나갔다.

무슨 시위인가 싶어 검색해봤다.

중동지역 역사와 정세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게 없어 무슨 일인지, 각자 어떤 주장을 하는지, 어떤 근거가 있는지 모르고 그래서 내 의견을 말하기가 어렵다. 사실 어떤 의견이 있지도 않다. 그냥 시위현장을 쓱 보고 U반을 타러 갔다.
숙소에서 U3 노선을 타고 세 정거장 정도 지나면 선착장이 모여있는 Landungsbrücken역에 도착한다.

코펜하겐으로 가기 전 함부르크를 구경하면서 엘베강 터널을 지나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그땐 미뤄뒀다. 이날 딱히 할 게 없기도 했고, 곧 해가 저물어 오랫동안 움직이기도 애매해 엘베강 터널으로 가봤다.


엘베강 터널은 1911년 개통되어 벌써 115년이 된 터널로, 한강 밑으로 뚫린 서울 5호선(여의나루 - 마포 구간)처럼 엘베강 밑으로 뚫린 터널이다. 지하 12미터 깊이에 터널이 뚫려있는데, 당시 기술로 어떻게 이런 터널을 만들었나 신기하다.

내부는 자동차가 지나다닐만큼 넓지는 않은데, 실제로 자전거와 보행자를 위해 설계되었다고 한다. 터널이 뚫린 당시에는 엘베강 양안을 오가는 통근자(항만노동자)들이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내부는 바깥보다 훨씬 서늘해서 추웠다.
터널을 건너 엘베강 건너편으로 넘어가 함부르크를 바라봤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풍경이 그저 그랬다.


좀 둘러보다 다시 터널을 건너 반대편으로 나갔다. 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봤다.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는 직원이 상주해있었다.
엘베강 터널을 건너 다시 넘어오고 나니 해가 저무는 시간대였다. 혹시나 노을을 볼 수 있까 싶어 고지대로 올라가봤다.



오랜만에 붉은 노을을 봐서 좋았다.


다만 노을을 끝까지는 보지 못했다. 휴대폰 배터리가 거의 다 떨어져 보조배터리를 연결했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갑자기 역충전이 되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탈 때 휴대폰이 켜져있어야 티켓 검사를 할 수 있는데, 전원이 나가버리면 큰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배터리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다시 U반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진짜 너무 추워서 역충전이 일어났다고 한다...
숙소로 가는 길에 오랜만에 장을 봐와서 요리를 해먹었다. 또다시 안심을 삶아서 시금치절임?같은 거랑 함께 먹었다. 이게 영양균형이 좋다. 특히 돼지 안심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서 딱이었다. 오랜만에 제로사이다도 먹으니 살 것 같았다. 넓은 샤워장에서 샤워도 하고, 드라이어도 있어서... 이런게 행복이지, 행복 별 거 없더라.
그렇게 쉬다가 너무 피곤해서 9시 좀 넘어서 잠에 들었다. 해가 짧은 지역을 여행 다니다보니 너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같다.
다음날도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호스텔 사람들이랑 얘기를 좀 하다가 9시 반쯤 숙소를 나섰다. 이날은 함부르크 근교, 기차로 5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도시 뤼벡(Lübeck)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지금은 인구 20만명 정도의 적당한 도시지만, 중세 발트해와 유럽 무역을 주도한 한자동맹이 시작된 도시이자 동맹의 맹주였던 중요한 곳이다. 뤼벡시는 아직까지도 한자동맹의 맹주였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래서 도시의 정식 이름도 'Hansestadt Lübeck' - Hansa city of Lübeck이다. 사실 이건 함부르크와 브레멘도 마찬가지로, 정식 명칭이 각각 Hansestadt Hamburg / Bremen이다.
전날 저녁 뤼벡과 한자동맹의 역사를 다룬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한자동맹이 맹위를 떨칠 당시 뤼벡과 함부르크의 모습을 그린 그림들이 참고자료로 많이 나와 신기했다. 내가 지금 있는 이 도시가 과거에 그렇게 번영했다는게...
숙소에서 나와 S반을 타고 함부르크 중앙역으로 이동해, RE를 타고 뤼벡으로 향했다. 뤼벡으로 가는 RE는 한 시간에 두 편(RE8, RE80)이 있어서 함부르크에서 접근성도 좋다. 45분동안 기차를 타고 뤼벡에 도착했다.



뤼벡은 큰 도시가 아니라 중앙역에서 구도심(Altstadt)까지 걸어서 10~20분이면 간다.

뤼벡 구시가지는 뤼벡과 한자동맹의 상징적인 문, 홀스텐 문으로부터 시작한다.


뤼벡이 한자동맹의 맹주이자 시작점으로 기능한 것은 13세기 초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2세가 뤼벡을 제국자유도시로 선포한 것에서 시작한다.

뤼벡은 서유럽과 발트해를 잇는 거점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있었고, 특히 당시 발트해 무역의 주력상품인 소금과 청어가 풍부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점 속에서 뤼벡은 상업의 중심지가 됐고, 황제가 뤼벡에 자유도시의 특권을 내려 지방 영주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자신의 세력에 편입시켰다고 한다.
뤼벡을 둘러싼 성벽의 정문이었던 홀스텐 문은 성문인 동시에 방어요새로 활용됐다고 한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중이라고.

홀스텐 문의 뒤쪽에는 한자동맹의 상징인 흰색/붉은색 깃발과 Senatus Populusque Lubecensis - 뤼벡 의회와 시민들 - 의 약자인 S.P.Q.L. 이 적혀있다. '로마 원로원과 시민들' - Senatus Populusque Romanus, S.P.Q.R.이 떠올랐다.






홀스텐 문에서 좀만 걸어오면 Marktplatz와 뤼벡 시청사가 나온다.

뤼벡 시청사에는 한자동맹의 상징이 자랑스럽게 붙어있었다.
제미나이와 여행계획을 짤 때는 뤼벡이 무척 아름답고 중세의 모습이 잘 남아있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날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구시가지에 열린 상점들도 없고 사람도 적어서 휑했다. 썰렁한데다가 생각보다 중세 느낌이 나는 건물도 별로 없어서 또 실망을 했다.
그래도 바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구시가지를 한 바퀴 산책했다. 한 바퀴 산책을 하고 나니 그래도 골목들이 좀 예쁘기는 했는데, 그간 여행했던 다른 독일 도시들에 비하면 좀... 별로였다. 독일 여행에서는 드레스덴과 라이프치히 인근의 할레, 함부르크가 제일 예뻤던 것 같다.





교회와 성당들도 일요일이라 외부인 출입을 안받아 더 볼 게 없었다.




뤼벡 구시가지는 강에 의해 완전히 둘러쌓인 섬이다.


지금보다 예전 뤼벡이 훨씬 더 멋진 것 같다. 그때는 위용이 대단했을텐데.







생각보다 안예쁘네... 생각을 하면서, 조금 실망한채로 구시가지를 돌아다녔다. 그래도 왔으니까 구시가지 한바퀴는 다 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Füchtingshof 라는 이름을 가진 거리에서부터 풍경이 좀 예뻐졌다. 형형색색의 파스텔톤 집들과 골목 풍경이 잘 어울렸다.

걸어다니면서 정보를 찾다보니, 뤼벡에서 두 명의 독문학 거장이 태어났다는걸 알게 됐다. [양철북]의 작가 귄터 그라스 그리고 [마의 산]을 쓴 토마스 만. 대학교에 입학한 뒤 [마의 산]을 시도했다가, 알프스의 요양병원에 갇힌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내가 정신병원에 갈 것 같아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토마스 만 박물관도 구시가지 안에 있었는데, 임시휴업중이어서 그냥 안찾아갔다.


골목이 꽤 예뻤다. 그전에는 진짜 많이 실망스러웠는데 이쪽 골목 돌아다니면서 기분이 좀 풀렸다.



마침 날도 맑아서 더 좋았다. 잘할 수 있으면서 왜 그랬어.




할 수 있는건 그냥 걷기밖에 없어서, 그냥 계속 걸었다. 왕날편 들으면서 걸으니까 재밌었다. 침착맨 없었으면 진짜 어떻게 여행했나?


뤼벡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팁을 주자면, 구시가지 동부를 돌아다니라는거다. 서부는 뭐 볼 게 없는데 동부는 골목골목들이 다 예쁘다.


한참 골목을 돌아보다 뤼벡 대성당쪽으로 걸어갔다.




썰렁한 뤼벡 거리를 걸어 걸어...



뤼벡 대성당에 도착했다. 2차대전 당시 공습으로 파괴된 후 전쟁이 끝나고 복구되었다고 한다.

여느 성당들과는 달리 새하얀 내부가 독특하다.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와서 무척 성스러운 느낌이었다.

목조 소재들이 많이 부각된 느낌? 성당이 아름다웠다.
성당 구경을 마치고 뤼벡 중앙역 쪽으로 걸어가기로 시작했다. 이제 구시가지 구경도 다 해서 중앙역으로 간 뒤 함부르크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처음엔 좀 실망을 했지만 돌아다니다보니 아름다운 곳이 많았던 뤼벡. 시간이 많으면 한 번쯤 와봐도 좋지만 시간이 여유롭지 않으면 굳이... 싶다.
다시 뤼벡 중앙역으로 돌아와 RE기차를 타고 함부르크로 돌아왔다.

함부르크 중앙역은 처음 와보는 것이었다. 플랫폼 사진도 찍어주고... 항상 말하지만, 난 기차역이 참 좋다.
중앙역의 U반 승강장으로 내려가 U반을 타고 다시 Landungsbrücken의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확실히 함부르크가 예쁘다. 북독일 특유의 정취가 현대적 터치가 들어간 건물과 전통의 조화가 좋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함부르크 대중교통(HVV)에 페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개인업체가 운영하는 크루즈선이 아니라 노선번호가 달린 페리들은 HVV의 일부로 일일권, 1회권 등을 끊어 탑승할 수 있고 물론 도이칠란드 티켓으로도 탑승이 가능했다. 여러 페리 노선 중 제미나이가 강추한 62번 페리를 탈 생각이었고, Landungsbrücken의 선착장은 그 출발점이었다.


엘베강으로 도시가 둘러쌓인 함부르크는 강을 건너야 하는 일이 많고, 특히 강 건너의 항만지대로 통근하는 노동자들의 수요와 관광 수요가 합쳐져 평일에도, 주말에도 페리가 붐빈다고 한다.

페리에는 조금은 비좁아도 갑판에서 밖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가지가 눈으로 뒤덮힌 나무들과 겨울의 서늘한 하늘, 푸른 강물이 너무 잘 어울려서 아름다웠다.


때마침 거대한 화물선이 함부르크 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작은 배들이 화물선 양옆에서 도선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한국의 부산항이나 인천항은 국가주요시설로 지정되어 민간인의 출입은 물론 촬영이 엄격히 제한되는걸로 안다. 때문에 이런 장면을 촬영할 수도, 구경할 수도 없을텐데 함부르크까지 와서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독일은 이런건 별로 신경쓰지 않는 타입인가? 한국처럼 잠재적국이 근처에 있는게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62번 페리의 출발지인 Landungsbrücken에서 종착지인 Finkenwerder까지는 편도로 30여분이 소요된다. 종착지에서 굳이 내릴 필요 없이 배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페리는 다시 Landungsbrücken으로 돌아간다. 한 시간의 크루즈를 대중교통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었다.


페리를 타고 돌아오면서 본 엘베강변의 주택들을 보자니 정말 여기서 살고싶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 그 화물선을 다시 마주쳤다.





바로 Landungsbrücken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Övelgönne 선착장에서 내렸다.

선착장에 내리니 점점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유빙이 떠다니는 모습이 무척 신비로웠다.

선착장에 내려 육지로 올라오니 강가를 따라 멋진 산책로가 이어져있었다.


진짜 너무 멋졌다. 함부르크 진짜 멋진 도시다.
산책로의 끝에는 넓은 백사장이 있는데, 이때는 백사장이 눈으로 하얗게 덮여있었다.



엘베강을 바라보고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는 아저씨들이 너무 행복해보였다. 사람들의 시선은 개의치않고 즐기는 모습이 부러웠다. 뒤에 얼음으로 탑을 쌓아놓은 것도 멋있다..ㅋㅋ


크레인이 화물을 하역하는 장면도 신기했다. 세계 무역이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 눈 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크레인이 화물을 상하역하는 것이었다.

커다란 크레인이 다 뭘지 궁금했는데, 그것들이 다 화물 상하역을 위한 크레인이라는걸 알게되자 얼마나 많은 화물이 함부르크를 오가는건지 상상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만큼 보고 다음 배를 타러 갔다. 바로 Landungsbrücken으로 돌아가려다가 노을을 보고 가자는 생각에, Övelgönne에서 한 정거장 옆인 Dockland 선착장에 내렸다. 선착장에 내리니 마침 해가 저물고 있었다.





무척 추웠고 - 특히 발이 실시간으로 얼어가는게 느껴졌지만 해가 저무는걸 끝까지 봤다. 이날은 하늘이 새빨갛게 물들지 않아 아쉬웠지만, 페리를 타고 함부르크와 엘베강을 여행한 기억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이후 다시 페리를 타고 Landungsbrücken으로 돌아가 U반을 타고 숙소로 복귀했다. 함부르크 벙커나 미니어처 원더랜드 같은 곳을 못가봤는데, 나중에 여름 시즌에 다시 함부르크를 찾아 가보고 싶다. 함부르크는 너무 내게 인상 깊어 꼭 다시 방문해보고 싶은 여행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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