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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유럽 여행기] 29. 독일 뉘른베르크

by Orthy 2026. 1. 15.

26. 1.12. ~ 26. 1.13.

함부르크를 떠나 독일 남부의 뉘른베르크로 가는 날. 아침 6시 30분 함부르크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5시 40분쯤 짐을 모두 챙겨 숙소를 나섰다. 일찍 잠들다보니 일찍 일어나는게 쉬워 새벽 버스도 문제가 없다. 아예 야간버스를 타는게 아니면, 아침 일찍 출발하는게 가장 효율이 좋다.

뉘른베르크로 가는 여정은 무려 9시간이 걸린다. 함부르크 버스터미널을 6시 30분에 출발해 오후 3시 25분 뉘른베르크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9시간 버스 탈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버스에 타자마자 블로그를 좀 쓰다가 잠들었다. 잠에서 깨니 하노버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15분간 정차 및 휴식시간이 주어져 근처 리들을 들러 이동하면서 먹을 부리또와 빵을 사왔다. 전날은 일요일이었고, 유럽 마트는 대개 일요일에 문을 닫아 버스애서 먹을거리를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구사일생이었다. 아침으로 크루아상을 먹고, 오후 2시쯤 부리또를 먹으니 겨우 버틸 수 있었다. 여기서 먹을거리 안사왔으면 도저히 버스에서 버틸 수 없었을거다.

중간에 괴팅겐을 지나쳤다.

독일 자연과학의 메카

저번달에 라이프치히를 여행하며 가보고 싶었던 괴팅겐, 그때는 위치가 애매하고 숙소도 비싸 가지 못했던 곳을 버스 위에서라도 지나쳤다.

버스에서 블로그도 다 쓰고, 자다가 유튜브 보다가를 반복하다 지쳐 쓰러질 때쯤 뉘른베르크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20분쯤 빨리 도착한 것이었다.

뉘른베르크의 숙소는 버스터미널 근처의 a&o 호스텔로 잡았다. 여러 차례 숙박한 경험에서 a&o 체인은 상당히 지낼만했어서 선택한 것이었고, 역시 그냥저냥 괜찮았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푼 뒤 해가 지기 전 뉘른베르크를 돌아다닐 생각에 바로 숙소를 나섰다. 버스터미널 근처에 기차역도 있어서 기차역을 먼저 구경갔다.

뉘른베르크 중앙역
중앙역 내부

플랫폼은 외부에 따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좀 걸어가기도 해야했고 다음날 중앙역을 이용할 생각이었어서 이날은 패스했다.

중앙역 바로 앞, 길 건너편에 뉘른베르크 수공예마을이 있고, 여기서부터 뉘른베르크 구시가지(Altstadt)가 시작된다.

중앙역에서 나오면 보이는 풍경

날씨가 무척 흐렸다. 하늘은 온통 회색빛에, 진눈깨비가 섞여 내리는 날씨. 어차피 우산도 챙겨오지 않았지만, 있었더라도 우산을 써야할지 말아야할지 심히 고민될 날씨였다.

뉘른베르크 수공예 마을로 가는 길
수공예 마을 내부

수공예 마을이 왜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부터 장인들이 이쪽에 모여살았나? 이날은 딱히 문 연 가게도 없어보이고 구경하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지나쳐갔다.

수공예 마을 한켠의 탑

뉘른베르크 구시가지는 원래 성벽으로 둘러쌓였던 것 같다. 성벽 군데군데 배치된 탑들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수공예 마을을 나와 구시가지의 중심으로

뉘른베르크의 고색창연한 건물들을 보며 걷다보니 뉘른베르크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사실 프라하를 가기 전 며칠 쉴 요량에다가 나치 전범들이 처벌받은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만 알고 뉘른베르크를 방문한터라 뉘른베르크의 역사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었다. 제미나이에게 물어보니 설명을 정말 잘해줬다.

그렇군

유럽의 여행하다보면 내게 익숙했던 동양의 역사와는 정말 다른 서양의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혼란스러운건 신성로마제국을 위시로 한 유럽의 왕국들의 시스템이다. 동양의 국가와는 시스템이 영 딴판이다. 대충 감으로 잡히는 부분들이 있는데, 지식이 짧아 어떻게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를 위해 자료를 찾아보고 글을 쓸 정도로 관심이 있는건 아니다. 나중에 관련된 교양수업을 듣고 레포트 주제로 동양국가 서양(유럽)국가의 차이점에 대해 쓰지 않는 이상... 굳이 글로 적을 것 같지는 않다.

간단히 뉘른베르크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구시가지의 중심으로 계속 걸어갔다.

가는 길에 뉘른베르크의 대표적 교회 중 하나인 성 로렌스 (St. Lorenz) 교회를 만났다.

로렌스 교회의 쌍둥이 첨탑
내부

내부는 그냥 평범해서 좀 둘러보고 바로 나왔는데, 알고보니 여기 유명한 성화?가 있다고 했다. 다음날 다시 찾아야지, 생각했는데 다른 것들을 구경하느라 결국 직접 보지 못했다.

교회의 정면

날씨는 여전히 안좋았지만, 숙소로 돌아가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딱히 할 게 있는 것도 아니라 그냥 계속 걸어다녔다. 점점 물방울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었지만...

멀리 안개 사이로 뉘른베르크 고성이 보인다.

뉘른베르크 구시가지는 페그니츠(Pegnitz)강이 가로지르고 있다. 여울이라고 불러야 될 정도로 좁은 강이었다.

박물관 다리에서 바라본 뉘른베르크의 페그니츠강

다리 이름이 왜 박물관 다리일까? 모르겠다.

박물관 다리에서 뒤돌아보면

뉘른베르크 고성은 가봐야 할 것 같아서 계속 걸었다. 다음날은 뉘른베르크 근교의 도시를 돌아다닐 생각이었어서 구시가지를 다시 안 올 거라는 생각에 이날 다 보고 가고 싶었다.

길 사이로 보이는 건물은 뉘른베르크 시청, 그 뒤로 뉘른베르크 고성이 보였다.

길을 계속 걸어가다보니 뉘른베르크의 Marktplatz와 시청이 나왔다. 뉘른베르크 마르크트플라츠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드래스덴과 함께 사람들이 정말 많이 찾는다고. 이때는 마켓은 (당연히) 안열렸고 아직 철거된 것도 아니라 꽤 보기 흉했다.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명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지금 묵고있는 a&o 호스텔의 도미토리 베드가 하루에 15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뛰기도 한다고 들었다. 얼마나 예쁜건가, 궁금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값을 내고 구경하고 싶지는 않다.

Marktplatz의 성모성당

성모성당이 독일어로 Frauenkirche - 프라우엔키르헤이다. 드레스덴의 프라우엔키르헤가 기억났는데, 뉘른베르크의 그것에 비해 훨씬 더 아름다웠다. 드레스덴 풍경이 또다시 떠오른다. 진짜 너무 예뻤는데...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였다. 그에 비해 이날 여행한 뉘른베르크에서는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매력을 잘 느끼지 못했다. 굉장히 실망스러웠는데, 다음날 다시 찾았을 때 이미지가 확 달라진걸 생각하면 그냥 날씨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마르크트플라츠에서 조금만 오르막을 오르면 뉘른베르크 고성에 도착한다. 물론 복원된 성채지만, 예번에 신성로마제국 황제들이 머물렀다는 바로 그 성이었다.

뉘른베르크 고성
고성으로 가는 길에 내려다 본 구시가지

그런데 이날 내린 비에 눈과 얼음이 녹아가고 있었고, 꽤 경사있는 오르막을 오르는데 길이 너무 미끄러웠다. 생각 이상으로 미끄러워서 내려오는게 걱정될 정도였다.

아이스로드 보이나요?

어차피 올라가도 안개때문에 구시가지가 제대로 보일 것 같지도 않고, 괜히 고생하기 싫어 그냥 이쪽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버스 타고 오면서 찾아본 뉘른베르크 여행 후기는 모두 칭찬일색이길래 기대했는데, 무척 실망스러웠지만 뭐... 어쩔 수 없었다. 그냥 그 길로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 가는 길

돌아가는 길에는 확실히 날씨 좋았으면 좀 예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다음날 날씨가 좋았고, 이때 돌아다녀보니 뉘른베르크가 맘에 꼭 들었다. 나도 참 단순하다 ㅋㅋㅋ

Fleischbrücke라는 다리 위에서 바라본 모습
이것도

그렇지만 결국 이날은 날씨가 안좋았고, 괜히 기분이 안좋고 울적해져서 왕날편을 들으면서 치유했다. 왕날편 너무 재밌어서 계속 듣다보니까 이제 거의 다 들었는데, 이제 뭘 들어야하나 걱정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리들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거리를 사갔다. 뉘른베르크 a&o에는 주방이 따로 없었다 그냥 완제품들을 사갔다. 부리또와 청어필렛을 사갔는데, 생각보다 배가 안고파서 그냥 부리또만 먹었다.

저녁을 먹고 쭉 쉬었다. 요즘 그린란드를 두고 문제가 많다고 해서 관련 영상을 쭉 찾아봤다. 짧은 인생에서 역사가 반복된다는 격언이 요즘처럼 살갗으로 느껴지는 때가 없었다.

그러고 10시쯤 잠에 들었다. 다음날 8시 40분에 뉘른베르크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탈 생각이었고, 아침도 먹고 나가려고 7시쯤 일어났다. 일어나서 좀 빈둥대다가 전날 사둔 청어필렛과 식빵으로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섰다.

뉘른베르크 중앙역 플랫폼

뉘른베르크 중앙역 플랫폼은 그냥 평범했다. 그래도 나름 대도시인데 중앙역이 너무 평범한거 아닌가?

잠시 기다리니 내가 탈 RE16 열차가 도착했다.

뉘른베르크 - 뮌헨을 오가는 RE16

뉘른베르크에서 뮌헨까지 가는 RE16 열차를 타고 한시간 반쯤 달려 Donauwörth역에서 내렸다.

Donauwörth HBF

잠시 기다리다가 RE89를 타고 20분 정도 달려 이날의 목적지, 뇌르틀링겐(Nördlingen)에 도착했다.

뇌르틀링겐 기차역

뇌르틀링겐은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인구 24000명의 작은 시골마을으로, 기차역을 중앙역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로 조그마한 도시다. 1500만년 전 이곳에 작은 운석이 충돌했고, 운석 충돌로 형성된 지름 25km 정도의 분화구에 뇌르틀링겐 마을이 세워졌다고 한다. 중세에는 뇌르틀링겐이 무역 거점으로 상당히 번성했으며, 이곳 뇌르틀링겐에서 30년 전쟁의 향방을 가른 중요한 전투, 뇌르틀링겐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뇌르틀링겐을 여행 온 것은 아니었다.

뇌르틀링겐 항공사진

뉘른베르크에서 굳이굳이 두 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뇌르틀링겐에 온 것은 애니메이션 GOAT이자 21세기 창작물 GOAT인 진격의 거인이 뇌르틀링겐에서 모티브를 따왔기 때문이다.

[진격의 거인], 시간시나구가 뇌르틀링겐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건 이제 유명한 일화다.

진격의 거인 자체가 애초에 독일적 색채가 굉장히 강하고, 건물도 독일풍이기도 하다. 진격의 거인을 무척 재밌게 본데다가, 뇌르틀링겐 자체도 볼거리 많고 아름다운 관광지라고 들어 꼭 와보고 싶었다.

중세부터 번영한 뇌르틀링겐은 마을 전체를 둘러 성벽(방벽)이 놓여져있고, 2차대전애서 공습의 화마를 피해 현재까지도 중세시대의 성벽이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도시 전체를 두르고 있는 방벽에서 진격의 거인이 모티브를 얻었다고. 물론 뇌르틀링겐의 방벽은 높이가 4~5m 정도로, 집들의 지붕과 높이가 비슷해 작중 설정상 50m에 달하는 진격의 거인의 방벽과는 비교가 안된다.

기차역에서 조금 걸어 시가지로 들어섰다. 시가지로 들어가는 여러 문 옆으로 방벽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완전히 무료로 누구나 방벽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나는 일단 방벽을 돌아보기보다는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성 다니엘 교회를 먼저 갈 생각이었다. 다니엘 교회에는 높이 90m의 첨탑 전망대가 있어 높은 곳에서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뇌르틀링겐 마을 시가지

마을이 엄청 아름답다고 그랬는데, 막상 시가지 안쪽으로 들어오니 그렇게까지 아름다워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그랬다. 전날 뉘른베르크 구시가지에서도 그렇고, 이번 뉘른베르크 여행에서는 전반적으로 실망을 많이 하네..? 싶었다.

일단 탑 위로 올라가면 좀 다를까 싶어 성 다니엘 교회를 찾아갔다.

성 다니엘 교회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하얀 내부에 사람이 아무도 없이 고요했다. 첨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보이는 곳은 심지어 잠겨있었다.

뭐지..? 싶어 교회를 한참 둘러봤는데, 아무리 봐도 첨탑으로 올라가는 곳이 없었다. 구글리뷰에서는 분명히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는데, 뭔가 싶어 애꿎은 구글맵만 들여다봤다.

한참 봐도 뭐 답이 나오지는 않았고, 그냥 전망대는 포기하고 방벽이나 한 바퀴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니엘 교회 내부

교회를 나와 방벽까지 다시 걸어갔다. 사가지 안에는, 당연하지만, 평범하게 삶을 영위해나가는 일반 사람들이 있었다.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동네 마을 느낌이 물씬 들었다. 시가지에 처음 들어와서 기대했던 것에 비해 실망을 좀 했지만, 전망대도 못 올라가게 된만큼 그냥 기대를 내려놓고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나 구경하다가 가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기까지 온 시간이 아까웠지만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방벽으로 가는 길

윗 사진처럼 방벽 군데군데 바깥으로 나가는 문이 있는데, 이런 문들마다 방벽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있다. 이 계단을 따라 방벽 위로 올라갈 수 있었고, 마을을 한 바퀴 두르는 방벽은 온통 지붕이 덮여있어 비가 오더라도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이런 느낌. 오른쪽에 방벽들.

이후 방벽을 따라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처음에는 흐렸던 하늘이 걷다보니 어느새 파랗게 변하고 있었다.

날씨가 맑아지니 자연스럽게 경관도 예뻐지는 느낌이었다. 어김없이 왕날편을 들으면서 방벽 위를 산책했다.

소나무가 멋지네요

방벽을 걸으면서 진격거 느낌이 나지는 않았다. 그냥 아름다운 시골마을이라는 느낌만 났다.. ㅋㅋ

이런 길을 따라 걸어갔다.

신기하게, 벽에 딱 붙어서 지어진 집들이 있었다. 이런 집들을 보니 또 일본 시골 느낌이 났다(안가봄).

이 사진을 좋아한다.
뭔 느낌인지 알겠죠

방벽 어디에서나 다니엘 교회의 높은 첨탑이 보였다. 이따 방벽 한 바퀴를 다 돌아보고 관광안내센터라도 가서 운영 여부를 알아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왕날편을 들으면서 걷는데, 진짜 너무 재밌었다. 왕날편 한글날편 꼭 추천드립니다. 침착맨 진짜 미친놈인줄 알았다..ㅋㅋㅋ

방벽 한 바퀴
느좋마을

걷다보니 나무 벽에 진격거로 잔뜩 낙서가 되어있는 벽을 만났다.

유럽에서도 진격거 인기가 상당한 것 같았다.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뽕에 찰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21세기 창작물 중 최고라는 생각이 전혀 과장이 아닌 것 같다.

마을을 처음 둘러 볼 당시에는 생각보다 안예쁘다는 느낌이었는데, 방벽을 따라 구석구석 다니다보니 굉장히 아름다운 지점들이 많았다. 위 사진도 그렇고...

마을 안에 강?운하?가 흐르고 있었다. 이거 완전 진격거네요.

방벽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다니엘 교회를 찾아갔다.

재도전

가는 길에 뇌르틀링겐 마을을 나타낸 동판?을 봤다. 이렇게 보니 진짜 진격거 속 시간시나구와 닮아보였다.

다행히 관광안내센터까지 갈 필요 없이 다니엘 교회의 전망대로 올라가는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갈 것이 아니라 교회 뒤편, 바깥에서 첨탑 방향으로 접근하면 바로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여긴 특이하게 탑으로 올라가기 전 티켓을 구매하는게 아니라 전망대 바로 아래층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모르고 올라간 사람은ㅍ이미 올라온게 아까워서라도 티켓을 구매하게 될 터였다. 나는 학생할인을 받아 3.5유로에 입장했다.

그런데 계단이 진짜 많으니까 꼭 주의하고 올라가야한다. 와 진짜 좁고 많았다. 구글리뷰를 보니 계단이 350개라는데, 엄청 좁고 가팔라서 그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다. 탑 위에서 표를 파는 아저씨 두 분이 있던데, 그분들은 매일 여길 왔다갔다 할텐데. 밥이라도 먹으려면 여길 또 왔다갔다 하고... 진짜 극한직업이다.

그래도 힘들게 올라온만큼 경치는 정망 끝내줬다.

진짜 너무 아름다웠다. 전망대 하나만으로 여기를 올 가치가 있다.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전망대를 한 바퀴 돌면 뇌르틀링겐 마을이 분지에 위치해 있다는게 잘 보인다. 마을 주위로 산이 삥 두르고 있고, 산 위에 놓인 풍력발전기들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어디서 독일 여행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시골, 소도시의 매력에서 나온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번 배낭여행에서 독일을 거의 3주 여행하다보니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정말 소도시들 하나하나 다 아름답고 매력이 넘친다.

방벽 너머 너른 들판이... 너무 좋다. 중앙아시아에서부터 시작한 여행이 어느새 끝나고 있는데, 이 기억을 정말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보게 됐다.

전망대 위에서 놔르틀링겐 마을을 내려다보니,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는 이런 평온한 일상의 모습이 좋다. 나 자신도 관광객이면서, 왜 이런 모습들을 찾아다니는걸까.

다시 한 번 한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다 찍고도 한참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감상하다 내려왔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뇌르틀링겐 마을과 주변 풍경이 진짜 예쁘다. 붉은 지붕들과 푸른 들판이 너무 조화롭다. 여름엔 더 아름다울 것 같은데... 뮌헨, 혹은 뉘른베르크에 오래 묵는다면 근교 여행으로 뇌르틀링겐 방문을 꼭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전망대 아래층의 티켓부스

바로 내려가려다가 티켓 파는 곳 앞에 있는 전시대?에 뇌르틀링겐 지형을 형성한 운석 조각이 전시되어 있는걸 봤다.

분명 크지 않은 운석이었을텐데, 25km의 분화구를 만들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가졌다니.

뉘른베르크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까지는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마을을 좀 더 둘러보고 기차역으로 돌아갔다.

마을을 걷던 중 독일 축구선수 게르트 뮐러 동상을 발견했다. 찾아보니 독일에서 굉장히 전설적인 축구선수라고? 뇌르틀링겐 마을 출신이라 동상이 놓여있다고 한다.

방벽 위를 걸으면서 무척 인상깊었던, 벽에 붙어 만들어진 집들을 찾아갔다.

이런 모습이 신기했다.

자세히 보니 집 하나하나 다 개성있고 아기자기하게 아름다웠다.

이쁘다
아 나도 이런데 살고싶다

방벽 안 시가지를 좀 둘러보다 방벽 밖 마을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 나가봤다.

방벽 밖
방벽으로 들어가는 문

바깥은 훨씬 밀도가 낮은, 그냥 평범한 시골 풍경이었다. 방벽 안이 밀도가 높아서 대비가 많이 됐다.

계속 걷는데 갑자기 비가 조금 내리더니, 이내 그치고 무지개가 떴다.

처음엔 좀 의문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예뻐서 만족했던 뇌르틀링겐 여행이었다. 진격의 거인의 팬이든 아니든, 일단 오면 누구나 만족할 것 같다.

이후 다시 두 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뉘른베르크로 돌아갔다.

다시 Donauwörth에서 RE를 환승하고...

RE를 타고 오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만날 계획도 짜고, 노래도 들으면서 창밖을 내다봤다. 요즘 우효 그리고 신인류 노래가 왜 이렇게 좋은지. 앨범째로 듣고 있는데, 여행다니며 들으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기차를 타고 세 시 반쯤 뉘른베르크에 도착했다. 하늘도 전날과는 딴판으로 맑았다.

전날에 비하면 꽤 맑죠?

아침에 청어필렛을 먹고 뭐 먹질 않아서 배가 꽤 고팠다. 마침 구시가지에 사람들이 꽤 줄 서 있는 가게가 있었는데, 구글맵으로 찾아보니 정육점을 같이 하고 있는 샌드위치 가게였다.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없는 느낌이었다. 얼른 줄을 서서 다른 사람들이 뭘 주문하는지 지켜보고, 사람들이 제일 많이 시키는대로 주문했다. 이름이 오리지널 햄 샌드위치였나...

정육점에서 직접 만든 수제햄을 빵에 끼워 넣은 샌드위치로, 속에 머스타드와 케첩이 들어있었다. 일단 수제햄이 되게 기름지고 풍미가 좋았다.
https://maps.app.goo.gl/PpGjGGf8xDGdyc5z9

Metzgerei WALK · Nuremberg

www.google.com

혹시 뉘른베르크에 간다면 이곳, 추천하고 싶다. 내가 먹은 것 말고도 뉘른베르크 소시지라고 불리는 조그마한 소시지 서너개를 빵에 끼워넣은 샌드위치도 있었는데, 오리지널 샌드위치의 저 햄이 너무 폭력적이라 저걸 먹을 수밖에 없었다. 가격도 착하고 맛있었다.

대충 허기를 달래고 전날 구경했던 구시가지를 다시 한 번 둘러봤다. 확실히 하늘이 맑아지니 더 예뻤다.

되게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성 로렌스 교회의 벽화를 보는건 까맣게 잊고 있었고, 결국 블로그를 쓰면서 떠올랐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관심있는 사람은 꼭 보길 바란다.

박물관 다리를 다시 건넜다.
이번엔 뉘른베르크 고성이 선명히 보였다.
다시 찾은 프라우엔키르헤

고성으로 오르는 오르막길은, 이날 따뜻했던 낮기온 덕택인지 얼음이 모두 녹아 전혀 미끄럽지 않았다. 일기예보 상으로는 이날 무척 춥고 흐릴 거라고 했는데, 운도 좋다!

성 제발트 교회

뉘른베르크 구시가지 곳곳에 이런 고풍스러운 교회들이 있다. 나중에 고성에 올라가 뉘른베르크 구시가지를 바라볼 때, 시내 군데군데 삐죽 솟은 고색창연한 교회와 첨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게 됐다.

뉘른베르크 고성

날씨가 좋으니 절로 신나는 마음. 얼른 고성을 오르고 싶었지만, 근처 골목을 조금 탐방했다.

고성 옆 골목들

지붕이 무척 높은게 특이했다. 아마 옥탑방 / 다락방이 자리잡고 있겠지?

뉘른베르크 고성에 입성
내부 풍경

성 내부를 구경하려면 티켓을 구매해야 하지만, 바깥 테라스에서 뉘른베르크 전망을 바라보는건 무료다. 성에 들어가니 서쪽으로 지는 해가 아름다웠다. 한동안 노을을 못봤는데, 이날 비가 잠시 내렸다 하늘이 맑아져서 무척 예쁜 노을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대하게되는 하늘빛

일몰까지는 거의 한 시간이 남았는데도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얼른 테라스로 가보니 경치가 끝내줬다.

가장 크게 보이는게 성 게발트 교회의 첨탑. 왼쪽 멀리 보이는 첨탑이 성 로렌스 교회의 첨탑.

주홍빛으로 통일된 뉘른베르크 구시가지의 지붕이 무척 아름답더라. 전날의 모습만 보고 떠났으면 뉘른베르크를 크게 오해할 뻔했다.

줌을 풀고 찍어보면

아직 일몰까지 시간이 상당히 남았는데도 이정도 경치라니. 노을이 무척 기다려졌다.

그렇다고 테라스에서 가만히 서서 노을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구글에 뉘른베르크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사진이 있다.

바로 이 사진

이걸 어디서 찍은걸까 궁금해서 제미나이한테 물어보니까 이녀석, 바로 답을 알려준다.

이젠 진짜 무섭다.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비슷한 구도로 사진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까지 알려준다. 세상에 더 이상 비밀이란게 있을까?

어쨌든, 제미나이가 알려준 곳으로 갔다. 일몰 전까지 사진 속 거리를 갔다가 다시 고성으로 돌아오려면 좀 서둘러야했다.

'바이스게르버가세'로 가세(ㅋㅋ)

고성에서 10분쯤 걸어 제미나이가 알려준 거리에 도착했다. 형형색색의 목조건물이 아름다운 거리였다. 2차대전의 공습에서도 살아남은 건물들이라니, 가치가 대단하다.

바이스게르버가세의 집들
조금씩 이동하면서...

제미나이가 일러준 포인트로 가서 사진을 찍으니 정말 비슷한 사진이 나왔다.

그냥 똑같다 ㅋㅋ

물론 내 사진은 보정을 안한거라... 별로 예쁘지는 않더라. 그래도 바이스게르버가세의 집들이 예뻐 온 보람이 있었다. 이제 문제는 얼른 다시 뉘른베르크 고성으로 돌아가는 것. 내려오는 건 쉽지만 올라가는 건 땀이 차서 힘들었다.

고성으로 가는 길

이 광장에 도착했을 즈음 건물에 반사되는 붉은 태양빛을 보며 조바심이 났다. 얼른 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길에 이상한 토끼? 동상이 하나 있었다. 아무리 급해도 프로블로거로서 찍어야만했다.

걸음을 재촉한 보람이 있게, 테라스에 도착하니 경치가 너무 좋았다. 진짜진짜 예뻤다.

미친거 아님?
제가 이걸 누려도 될까요?

독일에서 중세의 멋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뉘른베르크라더니, 왜 그런지 단번에 이해하게 됐다.

예쁘다, 예쁘다 말해봐야 내 손만 아프지. 그냥 사진만 남긴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을 포착하는게 일몰 구경의 백미...

일몰을 구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멋진 하늘

한참 일몰을 바라보다, 마지막 몇 분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음악을 들으며 저무는 해를 바라봤다. 일몰으로 붉게 물드는 하늘과 도시를 바라보는게 가장 좋은 구경인 것 같다.

해가 완전히 저문 뒤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가기 전 역시 리들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거리를 사갔다.

돌아가는 길

저녁을 먹고는 26년 1학기 시간표를 짰다. 수리과학부 이수규정을 확인하고, 내가 안들은 필수교양이 뭔지 확인하고, 그새 바뀐 수강신청 시스템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도 무슨 강의를 들을지 결정하는건 금방 끝났다. 어차피 전공 말고 들을게 없다. 수강신청이 내가 해외에 있을때 진행되는데, 다행히 대부분 전공이고 나머지 두 개도 그렇게 경쟁이 심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잘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희망사항이지만...

다음 학기 예정 시간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렇게 들으면 진짜 사망하겠지만, 다행히 군대에서 위상, 복소, 실해석 앞부분을 공부해놓아서 (적어도 지금 내 생각엔)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군대에서 썼던 노트를 바탕으로 위상, 복소, 실해석을 한 번 정리하면서 복학하면 어떻게 학습할지 생각을 해 볼 생각이다. 3학년부터는 자연대 학부 연구인턴 프로그램도 지원해서.. 이제 진짜 내가 뭘 할지 찾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도 거의 다 끝나가고 이제 정말 현실로 돌아갈 때가 오고 있다. 얼른 한국으로 돌아가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으면서도, 이 시간이 나중에 너무 그리울거라는걸 알아 착잡하기도 하다. 아 모르겠다!!! 또 언제 이렇게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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