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1.17. ~ 26. 1.19.
체코 프라하를 떠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으로 가는 날. 아침 7:20 프라하를 떠나 11:30에 빈에 도착하는 여정이었다.
뭐라도 사먹으려고 일부러 6:30쯤에 숙소를 떠나 터미널로 걸어갔다. 걸어서 30분 정도? 터미널 근처에 슈퍼마켓 BILLA가 있었는데, 슬로바키아에서 마지막으로 보고 오랜만에 보는거라 반가워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변이 온통 공사중이라 가까이에 있는 마트를 한참 돌아가야했고... 버스 시간까지 올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 그냥 포기했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식빵에 잼을 발라먹는 것으로 아침을 때웠다. 덴마크에서 사 온 플라스틱 포카락을 참 유용하게 쓰고 있다. 빈까지 가는 길에 부족한 잠도 보충하고, 프라하 여행기도 쓰다보니 금방 도착했다.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같은 독일 민족(게르만족)이다. 그러나 독일 통일 당시 비스마르크가 의도적으로 오스트리아 - 당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 - 을 배제하며 통일 독일 제국을 선포하였고, 그 후로 같은 민족임에도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두 국가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또, 2차대전 이후로는 서로를 완전히 구별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독일인과 오스트리아인이 서로를 완전히 다른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빈의 도시 미관도 독일의 도시들의 그것과는 굉장히 달랐다. 이건 차차 이야기하고...
그럼에도, 아무래도 뿌리가 같아서 그런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모두 독일어를 사용하고, 대표적으로 대중교통 시스템이나 철도 시스템이 굉장히 유사하다. 독일처럼 지하철을 S반, U반이라 하는게 신기했고, 펀칭시스템도 똑같더라.
버스에서 내려 U반을 타고 숙소까지 갔다. U반을 한 번 갈아타고 30분 정도 걸려 숙소로 갔다. 1회권은 80분에 3.2유로.
숙소 체크인 시간은 3시부터여서 짐만 두고 나왔다. 오스트리아 숙소는 1박 12유로 정도라 물가에 비하면 정말 쌌는데, 퀄리티가 정말 좋았다. 주방과 냉장고도 넉넉하고. 다만 위치가 도심에서 3~4키로 정도? 떨어져 있어서 열심히 걸어다녀야했다.
짐을 두고 시내까지 걸어갔다. 확실히 좀 멀기는 했는데, 그래도 시내로 가는 길이 예뻐서 걸어갈만했다.



가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러 간단히 빵 몇 개로 점심을 먹었다. 오스트리아에도 LIDL, SPAR, BILLA, ALDI같은 대형마트 체인이 들어와있는데, 특이하게도 여긴 ALDI 이름이 HOFER이다. 그니까.. 운영은 독일 ALDI 본사가 하는데, 이름만 HOFER인셈. 아마 원래 HOFER라는 오스트리아 브랜드가 있었는데, ALDI가 이걸 인수하고 브랜드 로고만 바꾼 뒤 이름은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분명 일기예보상으로는 날씨가 맑을거라고 했는데, 프라하처럼 하늘이 어두웠다. 프라하랑 빈에 기대를 좀 많이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날씨가 좀 안도와줬다. 그래도 나중에 또 오면 되니까.
가는 길에 웬 가게에 사람들이 몰려있길래 가봤다.

음반가게였는데, 내부는 현지인들로 북새통인데다가 바깥에서는 간이 포장마차? 같은게 차려져 먹을거리나 술을 팔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내부로 들어가서 구경해봤다. 현지인들이 엄청 많이 모여 앨범과 CD를 찾고 있어서 분위기가 되게 좋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들인 Pink Ployd와 Radiohead의 음반을 찾아다녔다. 알파벳 순으로 정리되어있어 찾기 쉬웠는데... 핑플 정식 앨범 CD는 다 사라지고 여러 앨범 음악이 믹스되어 나온 CD밖에 없었다. 이런건 별로 안끌린다. 앨범커버가 딱 있어야 소장가치가 있는데. 심지어 라디오헤드는 아예 구역도 없더라. 퀸같은 아류밴드(ㅋ) CD도 있는데 라디오헤드가 없는게 말이 안된다. 이미 다 팔려서 없는건가?
내부 구경을 좀 하다가 나와 다시 시내로 걸어갔다.

이때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빈을 돌아다니다보니 브루탈리즘 건축물을 꽤 많이 만났다. 찾아보니 실제로 2차대전 후 전후복구 과정에서 빈에 브루탈리즘이 유행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유서깊은 전통인 빠른 항복 덕택에 파괴를 면한 파리와 달리 나치와도 깊은 연관이 있던 빈은 2차대전 후반 혹독한 공습을 받아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지금 볼 수 있는 빈의 주요 관광지도 모두 전후복구사업으로 복원된 것이라고...


걷다보니 점점 건물들이 화려해지고, 순백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점점 빈의 중심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었다.


중심지에 들어오니 건물이 엄청 멋졌다. 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리스 신전을 닮은 오스트리아 의회의사당 정면에는 지혜의 여신 아테네 동상이 서있다.
의회의사당 옆에는 거대한 고딕-바로크 양식의 하이라이트, 빈 시청이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시청 앞에 커다란 마켓과 아이스링크가 있어 무척 아름다웠다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그 흔적을 치우고 있어 시청 앞 광장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프라하와 빈이 너무 비쌌다. 지금은 하루에 11~12유로 하는 숙박비 거의 40유로까지 올라갔으니. 그래서 원래 부다페스트에서 바로 빈, 프라하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슬로바키아와 폴란드를 여행한 것이었다.
그래도 그 덕에 아름다운 슈트르바, 하이타트라스 산맥 그리고 폴란드 각지를 여행했으니. 후회는 없다. 너무 아름다웠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예뻤을 것 같기는 하지만,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을 본 것으로 만족해야지.
시청 앞 광장은 접근이 불가했으나, 샛길을 통해 시청 자체는 가 볼 수 있었다.

시청 내부도 구경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정문처럼 보이는 곳이 잠겨있어서 다른 입구를 찾지않고 그냥 나왔다.
빈 시청의 북쪽으로 보티프 교회(Votivkirche)가 있는데, 첨탑이 무척 아름다워보여 찾아갔다.


크기가 (많이)작고 하얀 쾰른 대성당 느낌도 났다.
가까이 다가가는동안 파사드를 구경하는데, 첨탑 높은 곳에서 정말 위험하게 작업중인 사람이 보였다.

거의 누워서 작업중이던데 안무섭나??? 난 진짜 절대 못할 것 같다.

첨탑이 뾰족하게 변한 노트르담 성당같기도 하고?

내부는 그냥 일반적인 성당 / 교회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층고가 높아서 웅장한 느낌이 있었다.

내부를 좀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이후 '링' 안쪽으로 걸어갔다.

빈의 지도를 보면, Innere Stadt라는 도심지 지역이 있다. 이곳을 둘러싸는 도로(파란색 표시)를 따라 빈 1번트램이 운행하는데, 이것을 '링' 혹은 '링 슈트라세' 라고 부른다고 한다. 본래 이 링을 따라 빈을 보호하는 성벽이 있었는데, 19세기 제국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성벽을 허물고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있다. 의회의사당, 빈 시청, 국립오페라하우스도 그때 세워졌다고 한다.
나는 보티프 교회를 나와 큰 도로를 따라 링 안쪽으로 간 것이다.




근대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를 꼽으라면 파리와 빈이 생각난다. 각각 유럽을 대표하는 강국이던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수도이자 유럽 문화가 융성하던 곳인데, 두 도시를 다 여행해보니 차이가 꽤 뚜렷하다.
빈의 예술은 음악, 특히 클래식에 집중된 반면 파리는 클래식을 제외한 모든 예술에 특출나다. 빈과 파리의 건축물은 모두 네오르네상스, 아르누보나 아르데코 양식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었지만 빈의 아름다움은 커다랗고 웅장한 단독건물이 만들어내는데 반해 파리의 아름다움은 작은 건축물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통일과 조화에 있다. 빈에서는 건축물 각각의 독창성이 조금 더 두드러지는 반면 파리에서는 거의 모든 건축물이 비슷하게 생겼으며, 색까지 완전히 통일되어 있다. 트램이 다니는 넓은 도로가 정비되고 보행자 전용거리가 활성화된 빈과 달리 파리의 도로는 트램이 없는 좁은 도로다.
전체적으로 빈은 큼직큼직한 느낌이 드는 반면, 파리에서는 더 집중적이고 응집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파리가 거의 비교가 힘들정도로 더 멋지고 근사하다. 빈도 충분히 매력있지만 파리에는 도저히 비교할 수도 없다. 오히려 도시 미관만 따진다면 프라하나 부다페스트보다도 조금 더 아래에 있는 느낌... 다만 이건 빈이 2차대전 중 공습으로 많이 파괴된 것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걷다보니 점점 하늘이 맑아지고 있었다.

링 안으로 들어오니 바깥보다 훨씬 거리가 멋졌다.


가는 길에 웬 건물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있었다.

뭔가 싶어 찾아보니 빈 3대 카페 중 하나라는 카페 첸트룸. 내부는 엄청 고급지고 맛도 가격도 장난아니라고 하던데, 나는 뭐... 혼자 온 데다가 아웃도어 룩이라 애초에 갈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도 빈에 온만큼 유명하다는 디저트를 먹기는 해야할텐데, 생각만하고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걷다보니 합스부르크 제국의 왕궁, 호프부르크 왕궁과 그 안의 시시(Sisi) 뮤지엄을 만났다.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의 마지막 불꽃이었던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황후 '시시'(엘리자베트)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여러 황후 중에서도 가장 존경받고 사랑받는 황후라는데, 그래서 그녀를 기리는 박물관이 이곳 호프부르크 왕궁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왜 그렇게 사랑받는지 검색해보기는 했는데, 나로서는 잘 이해가지 않는다. 이렇게 박물관까지 만들 정도면 정말 대단하다는건데,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정서는 잘 모르겠다.



왕궁 내부는 구경하지 않고 바깥만 쓱 둘러보고 다시 원래 걷던 길을 따라 걸었다.

길의 끝에는 오스트리아 국립오페라극장이 있다.

반대편 알베르티나 미술관의 전망대에 올라 극장을 바라보니 정말 웅장하고 멋졌다. 용적률이 높은 건물은 자연스레 웅장해지는 것 같다. 서울역 앞의 구 대우빌딩을 볼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했다.

극장 근처에서부터 빈 최고의 번화가 중 하나인 Kärntner Straße가 시작된다. 길은 빈의 심장, 슈테판 성당으로 이어진다.

드디어 도착한 성 슈테판 성당.


말 그대로 진짜 웅장~~하다. 진짜 크고 화려하다. 백색의 대리석이 느낌이 좋고, 특히 지붕의 모자이크가 무척 인상적이다.

성당 앞 광장에는 명품시계회사들의 간판이 걸린 상점거리가 늘어서있는데, 이쪽 건물들도 파사드가 장난없더라.

슈테판 성당을 한 바퀴 돌아봤는데, 각 면에서 보는 풍경이 다 달랐다. 그 중에서 광장에서 보는 뷰가 가장 멋지다.



바깥에서 한참 둘러보다 슈테판 성당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 입장 자체는 무료인데, 내부 중앙에 들어가는 것은 성인 7유로의 입장료가 있다. 타워도 성인 7유로의 입장료로 올라갈 수 있는데, 나는 가지 않았다.
성당 내부는 그냥 평범했다. 쾰른 대성당에서 느낀 경이로움을 이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후 비엔나의 '진짜' 최대 번화가, Graben Straße를 걸었다.



건물들이 진짜 멋있긴하더라. 거리 한가운데에 있는 기념비?는 페스트 종식 기념비다.

이 거리에서는 호프부르크 왕궁도 보인다.

주홍빛으로 빛나는 해가 멋졌다.

이후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가는데, 웬 명품 매장 앞에서 시위가 있었다. 동물 모피를 이용하는 것에 항의하는 시위같았다. Fuck Fur라는 구호를 외치며 독일어로 뭐라뭐라 말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돌아갔다.

아까는 사진만 찍고 지나쳤던 정문을 나서면 빈 미술사 박물관과 빈 자연사 박물관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박물관 광장이 나온다.


건물이 하나같이 웅장하다.
이후 점점 다리가 아파오기도 했고, 배가 고프기도 하고, 숙소에서 쉬고싶어서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도 역시 먼 길을 걸어가야했다.


가는 길에 Hofer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거리를 샀다. 돼지 안심을 또 삶아먹기로 하고, 또띠아 롤, 식빵, 잼, 음료수 등을 샀다. 체코에서 맥주를 너무 많이 먹어서 한동안 맥주는 좀 쉬어야 할 것 같았다. 전날 마지막 맥주를 먹고는 속이 좀 안좋기까지했다.
숙소에서 좀 쉬다가 저녁을 먹고 빈 관광에 대해 공부했다. 세계테마기행과 걸어서 세계속으로, 기타 브이로그를 보며 빈에서 가 볼 곳들을 정했다. 찾아보던 중 슈테판 성당의 일요미사에 대해 알게 됐는데, 마침 다음날이 일요일인데다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원래는 입장료를 내야하는 내부 중앙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내부가 궁금하기도 하고,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뤄진 성당이라서 미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 10:15에 시작하는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섰다. 걸어가는데 40~50분 정도 걸리는 길이라 9시쯤 숙소를 나섰다.




이날은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통과해서 슈테판 성당으로 갔다. 시청사 / 의회의사당에서 슈테판 성당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바로 호프부르크 왕궁을 통과하는 길이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그라펜가에 관광객이 많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 걸어 슈테판 성당에 오니 광장에 웬 청소년들이 모여있었다.

되게 화려한 복장을 하고 광장에 모여있는 사람들. 다 여학생들이었다.

한켠에는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플래시몹 같은걸 찍는건가? 싶어서 멀리 떨어져 구경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음악이 나오고 학생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엄청 파워풀하게 잘 추더라. 무슨 노래였는지는 모르겠다.
좀 구경하다가 미사 시간이 다가와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10시쯤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나도 잘 끼어서 들어간 뒤 자리를 잡았다.

미사 중에는 사진을 찍기가 좀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대충 눈치보면서 사람들 일어날 때 일어나고, 앉을 때 앉았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와 소프라노의 찬송도 있어서 귀가 무척 즐거웠다. 신부님이 말하는건 독일어라서 하나도 못알아들었고, 좀 졸기도 했지만... 찬송가 부를 때는 각자 자리에 악보가 있어서 같이 불렀다. 독일어는 그냥 쓰여있는대로 읽으면 되어서 나도 같이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의미는 몰라도 다같이 노래부르는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미사를 참여했었는데 빈에서도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불신자에게도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 예수님, 감사합니다. 아멘.
미사가 끝나고 나서는 Innere Stadt를 그냥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걷다보니 화장실이 가고싶어졌다. 구글맵을 찾아보니 Stadtpark(City park) 근처에 무료화장실이 있었다. 지도를 보니 가는 길에 볼만한 것도 많았다.

여기서 클래식 음악이 많이 공연된다고 한다. 신기하게, 정문이 도로를 바라보는게 아니라 골목을 바라보고 지어졌다. 왜 이렇게 만든걸까?

빈 음악협회 근처의 공원, Karlplatz에는 카를 교회가 있다.

여기는 안에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한참 걸어 Stadtpark에 도착했다.




무료화장실을 찾는 모험을 성공하고, 다시 여정을 떠났다. Innere Stsdt 쪽은 거의 다 둘러본 것 같아서 빈 시내 외곽을 돌아다녀보고 싶었다.

마침 지도를 보니 레오폴트슈타트 옆으로 도나우강 본류가 흐르고 있었고, 도나우강 건너편으로 파리의 라데팡스같이, 마천루가 솟은 빈 신시가지가 있어 이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거리가 꽤 됐지만 시간도 많고 가는 길에 볼 게 꽤 있는 것 같아 그냥 걸어갔다.


이것도 무슨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라는데, 일요일이라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다음날 가보려했는데 까먹었네...


이 천문대도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세운 천문대라고 한다. 빈 곳곳에서 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운하를 건너 레오폴트슈타트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많이 황량해진다. 백색 대리석으로 꾸민 네오르네상스풍 건축물들은 사라지고, 발칸반도에서나 볼 법한 콘크리트 아파트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2차대전으로 파괴된 빈의 재건 과정에서 시 외곽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건설되는 콘크리트 건물을 많이 지은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바우하우스나 브루탈리즘 등, 모더니즘 사조가 전후복구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걸 실감하게 되는 유럽 여행이다.
래오폴트슈타트를 계속 걷다보면 빈의 또다른 랜드마크, 빈 대관람차가 나온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이 대관람차가 빈의 랜드마크인 까닭은, 이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대관람차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프란츠 요제프 1세 시기 세워졌는데, 1897년 무려 즉위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건설되었다고 한다.
대관람차를 뒤로하고 계속 걸었다.


드디어 도착한 도나우강. 보통 강을 끼고 있는 도시는 강변이 멋진 경우가 많아서 굳이 찾아온 것인데, 그 유명한 도나우강을 끼고 있음에도 빈의 강변에는 특출난 풍경이 없었다.

멀리 빈의 마천루들이 모인 신시가지들이 보였지만... 특색도 없고, 저기까지 가기엔 너무 멀어 그냥 다리 초입에서 되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대관람차 옆에 있는 프라터 공원에 갔다. 그냥 공원은 아니고, 놀이동산이다. 서울로치자면 서울대공원이라고 하면 될까?

일요일이라 나들이 나온 듯한 가족들이 꽤 보였다.


내부까지 쭉 구경하기엔 피곤하기도 했고, 놀이공원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해 그냥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드디어 도착한 빈의 운하. 도나우강변보다는 시내에 가까운 운하가 그래도 볼만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른 도시들에 비하면 물가 풍경이 너무 빈약하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배가 고파져 길거리 핫도그 가판대에서 핫도그를 하나 먹었다.

뭘 먹을까 제미나이에게 추천을 받아보니 안에 치즈가 박혀있는 케제크라이너(Käsekrainer) 핫도그를 추천해줬다.

와 근데 이거 미친넘이다. 진짜 맛있다. 소시지가 엄청 짜서 다른거 먹었으면 후회했을 것 같은데, 이건 그 짠맛을 치즈의 고소한 풍미가 덮어준다. 진짜 맛있으니까, 빈 거리 곳곳에 있는 길거리 가판대에서 꼭 먹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여태 먹은 소시지 중에서는 이게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소시지를 먹으면서 시내 중심부로 걸어갔다.


매일 오후 3시, 그라펜가에 위치한 성 베드로 성당에서 무료 오르간 연주회가 있다고 해서 오르간 연주를 들으러 갈 생각이었다.


레오폴트슈타트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들을 보고 와서 그런지 그라펜가가 더 예뻐보였다.


오후 3시에 시작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30분간 이어졌다. 진짜 막 감동적이다, 이런건 아니고 그냥 시간 있으면 들으러 갈만한 느낌...? 솔직히 난 평범했던 것 같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 일몰을 보러 이동했다. 벨베데레 궁전이라는 곳에서 보는 빈 풍경이 꽤 예쁘다고 해서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라펜가에서는 걸어서 30분 정도라 일몰 시간까지 적당하기도 했다.



저무는 태양빛을 받아서 벨베데레 궁전으로 가는 길이 아름다웠다.
완만한 언덕길을 몇 분 오르다보면 어느새 벨베데레 궁전에 도착한다.


완벽히 대칭적인 프랑스식 정원이 꾸며져있었다.

벨베데레(Belvedere)가 '경치가 좋은'이라는 뜻이라고 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지대가 그리 높은건 아니었지만 언덕에서 바라보는 빈 풍경이 괜찮았다.


벨베데레 궁전은 상(上)궁과 하(下)궁, 두 개가 있다. 상궁은 미술관으로 이용중인데,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난 가지 않았다...

벨베데레 하궁 앞 광장에는 커다란 분수와 함께 빈 공방전에서 빈을 사수했던 소련 병사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분수 뒤를 두르고 있는 기둥들이 소련 병사 기념비다. 키릴문자가 써져있어 처음 보고 좀 놀랐다.




건물이 참 큼직큼직하니 웅장하다. 파리와 건물의 입면은 비슷한데 규모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이후 다시 시내로 돌아가 야경을 보러 갔다.



원래 슈테판 성당 야경도 멋지다고 했는데, 이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불이 꺼져있었다. 아쉬운대로 시청의 야경을 보러 갔다.

그렇게 야경을 좀 보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하루종일 이곳저곳 여러군데를 돌아다닐 생각이어서 빈 24시간 교통권을 10.2유로에 구매했고, 숙소로 돌아가는 순간부터 개통해서 사용했다. 트램을 타고 가니 편하고 좋았다 ㅎㅎ
숙소에 돌아와 씻고 저녁을 먹으니 거의 8시. 다음날 갈 곳들을 알아보고, 빈 다음 여행지인 잘츠부르크 관광지도 공부하다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점심에 레스토랑에 가 슈니첼을 먹을 생각이었어서 아침을 대충 먹고 빈 외곽에 있는 쇤브룬 궁전으로 갔다. 트램을 타고 가니 참 편했다.

흔히 빈과 파리를 비교할 때면 베르사유 궁전에 대응되는 것이 바로 쇤브룬 궁전이다. 쇤브룬 궁전은 오스트리아 황제의 여름 궁전으로 사용된 곳이라고 한다. 방이 1400개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한다.

역시 내부는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었는데, 난 들어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이 광장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다고 한다. 예뻤을 것 같다.
궁전 뒤편에는 넓은 정원이 있다. 추웠지만 조금만 둘러볼 생각이었다.



정원은 전형적인 프랑스식이었다.
걷다보니 중앙에 도착했다. 그런데 저 뒤쪽으로 높은 언덕이 있는 것이었다.

고지대 등반 중독자로서 참을 수 없어 바로 올라가기로 했다.


올라가는 길은 빙판길이었지만 미끄럽지는 않았다. 추운데 문제였다.

위에서 보는 풍경이 멋졌다. 빈 시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얼마 있지 못하고 내려왔다. 이후 다시 트램을 타고 빈 서역(Westbahnhof)로 돌아와 그쪽에서부터 시내까지 걸어갔다. 거리가 꽤 됐지만 보행자 전용도로가 이어진 Mariahilfer Straße라는 유명거리라고 해서 걸어간 것인데, 생각보다는 그냥 그랬다.






한 3~4키로 정도 되는 거리였다. 겨울엔 딱히... 앙상한 가지 때문에 더 별로였다.

시내로 들어와서는 트램을 타고 찾아둔 식당으로 갔다. 벨베데레 궁전 근처에 있는 Falkensteiner Stüberl라는 식당이었다. 그냥 슈니첼을 먹으려했는데, 너무 특색없고 예상되는 맛일 것 같아 속을 양송이 버섯, 베이컨, 치즈 등으로 채워 튀긴, 슈니첼의 일종 Falkensteiner Cordon Bleu라는걸 시켰다.

이거 맛있더라... 튀김옷이 돈카츠처럼 바삭바삭한건 아닌데 신기하게 눅눅한 느낌과 바삭한 느낌 딱 그 중간 식감이다. 슈니첼 속을 채운 버섯 볶음?같은 것도 맛있었고, 샐러드가 있어 물리지도 않았다. 양도 진짜 많았고,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밥을 다 먹고 식당 바로 근처에 있는 벨베데레 궁전으로 갔다.

벨베데레 궁전 뒤편에는 현대적 커튼월 건물들이 늘어서있다. 나름 시내인데도 이런 건물들이 있는걸 보면, 파리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



이후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훈더르트 바서 하우스'로 이동했다. 세계테마기행을 보고 알게 된 곳으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 건축가이자 화가, 훈데르트 바서가 설계한 곳이었다. 훈더르트 바서 하우스 근처에는 그의 작품세계를 전시한 박물관 '쿤스트 하우스'도 있어 묶어서 구경할 생각이었다.


걸어가는 길도 멋졌다.


한참 걸어 드디어 도착한 훈더르트 바서 하우스. 이곳은 블럭 형태로 만들어진 아파트로, 외양이 무척 독특하다.


근처에는 역시 그가 설계한 무료 공중화장실이 있다.

내부는 전혀 화장실처럼 안생겼다.



화장실도 하나의 작품처럼 만들어뒀다. 이후 근처에 있는 쿤스트 하우스를 찾아갔다.

특유의 느낌이 드러나는 입면. 물론 내부는 들어가지 않았다.
전날 빈 관광지를 찾아보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에 빈을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있다는걸 알게됐다. 이름은 Kahlenburg 전망대라는 곳이었는데, 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침 24시간권도 끊었겠다, 전망대로 노을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전망대로 가려면 지하철 U4를 타고 종점에 내려 38A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데, U4 지하철 종점 근처에 훈더르트 바서의 또 다른 작품, '빈 쓰레기 소각장'이 있어 전망대를 가는 길에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환경보호에 큰 가치를 뒀다는 훈더르트 바서에게 소각장 설계를 의뢰하기 위해, 빈 소각장 측에서는 3년간 소각장이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지 직접 보여줬다고 한다.
소각장 구경을 얼른 마치고 다시 지하철을 탄 뒤, 버스를 타고 전망대에 올랐다.

아, 그런데... 시내에 안개가 짙게 깔려 뷰가 너무 별로였다.

그래도 이왕 온 거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한참 기다리다보니 해가 점점 저물어간다.

그런데 해가 저물수록 안개도 심해지는 느낌.


결국 그래도 그나마 해가 남아있을 때 다시 38A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그 길로 바로 숙소 근처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고, 숙소에서 쭉 쉬었다. 24시간 교통권을 산 보람이라도 있게 검표를 받았으면, 싶었지만 결국 하루종일 한 번도 검표를 받지 않은채 숙소에 돌아오게 됐고, 그렇게 빈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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