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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들/2025년 유라시아 여행

[유럽 여행기] 33.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by Orthy 2026. 1. 26.

26. 1.22.

잘츠부르크를 떠나는 날. 원래는 바로 독일 바이에른의 뮌헨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남은 시간을 모두 독일에서 보내기엔 할 게 별로 없는 것 같아 여행지를 찾아보던 중 체스키 크룸로프를 다녀오기로 했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프라하를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당일치기로 많이들 찾는 곳이다.

사실, 약 두 달 전 부다페스트를 여행한 뒤 원래는 바로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여행할 생각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터무니없이 비싸진 빈과 프라하의 숙박 물가에 행선지를 슬로바키아와 폴란드로 틀게 되었지만, 당시 여행지를 찾아보며 체스키 크룸로프를 방문할 계획을 짰던 터. 그때 놓친 여행지를 결국 찾아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빈에서 잘츠부르크와 체스키 크룸로프를 왕복하는 플릭스버스 티켓을 구매했고, 잘츠부르크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오전 10:40에 출발해서 시간은 여유로웠다. 잘츠부르크의 호스텔에 큰 배낭을 맡기고 필수적인 짐만 작은 배낭에 챙겼다. 10시쯤 숙소를 나서 Salzburg Süd 터미널로 가는 3번 버스를 타러 미라벨 정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도로 한가운데에서 시장이 열려있는 모습을 봤다.

잘츠부르크의 아침시장?

이날은 목요일이라 특별한 날도 아니었는데, 아마 매일 아침 이런 시장이 열리는 것 같았다. 여느 시장에서나 파는 치즈, 정육, 빵, 과일등이 주요 물품이었고 딱히 특별한건 없었다.

시장을 지나 미라벨 정원에 도착, 약 20분간 버스를 타고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Salzburg Süd

버스 터미널이라곤 하지만 그냥 표지판 하나가 덩그러니 서있을 뿐이었다. 여기가 맞을지 의심됐지만 얼마 후 몇몇 사람이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잘츠부르크에서 체스키 크룸로프까지는 버스로 2시간 반정도 걸린다. 중간에 오스트리아 제3의 도시 린츠(Linz)를 경유하는데, 이곳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도 몇 있었다.

오후 1:10분경 체스키 크룸로프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굉장히 작은 산골 마을로, 마을 전체가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마을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을이 훨씬 더 작아 아무리 길게 잡아도 3시간이면 꼼꼼히 둘러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마을이 너무 예뻐서 내 마음에 꼭 들었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서 그런지 작은 마을임에도 퀄리티 괜찮고 가격도 합리적인 호스텔도 있었다. 그래서 1박하는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터미널은 마을 외곽에 위치해있는데, 워낙 마을이 작다보니 구시가지 중심까지는 걸어서 20분이면 도착한다.

터미널에 내려서 구시가지로 가는 길

눈덮인 산이 아름다웠다.

버스 터미널에서 구시가지로 가는 길은 내리막인데, 가는 길에 본 체스키 크룸로프 구시가지가 엄청 예뻤다. 아니 벌써 이런 뷰를? 하며 근처의 언덕을 일부러 올라 사진을 찍었다.

주황색 지붕이 꼭 프라하에 온 듯했다. 프라하 압축판 느낌? 나 말고도 그런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지, 체스키 크룸로프 후기에는 항상 그런 말이 있었다.

예쁘다

날씨는 프라하에서처럼 흐렸지만, 체스키 크룸로프는 건물들이 가까워 훨씬 잘 보였다.

이미 반해버림

별로 기대를 안하고 있었는데 너무 예쁜 곳이었다. 가장 멋진 전망 하나만 본다면 프라하보다도 예쁘다. 마을이 너무 작아 볼거리가 그 전망 하나뿐이라는건 함정이지만.

언덕에서 구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고, 다시 구시가지를 향해 걸어갔다.

구시가지에 들어오니..

멀리 보이는 눈덮인 언덕이 참 잘 어울리더라. 하얀 나무들이 예뻤다.

체스키 크룸로프 구시가지에서

사진에서 뾰족 솟은 탑은 체스키 크룸로프 성의 탑. 이곳에는 체코에서 두 번째로 큰 성인 체스키 크룸로프 성이 있다. 가장 큰 성은 물론 프라하의 프라하 성.

보이는 곳이 다 포토스팟
주홍빛 지붕에 반해
구시가지의 거리

구시가지의 한가운데 성 비투스 성당이 있다. 프라하성의 성당과 동명의 성당으로, 체코의 수호성인인 성 비투스를 모신다.

성당 내부는 그냥 평범하다.
체스키 크룸로프의 Marktplatz

딱히 역사를 설명할 것도, 특별한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닌 작은 마을이다. 그냥 거리가 고즈넉하고 중세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

특히 동양인 관광객이 많았는데, 이곳저곳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가 들려왔다. 보통 프라하에서 빈으로 가는 투어버스가 중간에 체스키 크룸로프를 들러 구경하고 가는 일정이라고 들었다.

구시가지를 감싸는 볼타바 강

체스키 크룸로프에도 프라하에 흐르는 볼타바 강이 흐르고 있다. 강은 구시가지를 완전히 감싸는 형태.

체스키 크룸로프 지도

구시가지에는 운하가 뚫려있어 사실상 섬에 가깝다.

볼타바 강에서 바라본 성 비투스 성당

체크인 시간인 2시가 가까워져 구시가의 숙소 '호스텔 멀린'으로 갔다. 1박 20유로에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당일 숙박하는 인원이 얼마 없다면서 같은 가격에 개인실로 업그레이드 해줬다. 가정집같은 분위기에 무척 조용하고 작은 주방도 있어 너무 잘 쉬었다. 비수기에 가면 이런건 좋아.

짐을 내려놓고 마을 구경을 떠났다.

구시가의 외곽, 골목길

지도를 둘러보고 난 뒤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관광객은 굳이 찾지 않을 - 찾지 않는 이유가 있는...ㅋㅋ - 주거지역을 통해 성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계단을 올라...
나무 좀 치워주세요
체스키 크룸로프의 주거단지

주거지역을 지나 언덕을 오르는 길은 황량하고 -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길을 따라서
들판을 지나면

성에 거의 도착했을 때, 지도상으로 커다란 정원이 있는걸 발견했다.

자메츠카라는 이름의 정원이 있었다.

오래전 체스키 크룸로프에 살던 귀족 가문의 정원이었겠지?

정원의 문은 닫혀있었다.
창살 사이로 찍은 정원 풍경

찾아보니 겨울에는 문을 닫는다는듯?

자메츠카 정원에서 체스키 크룸로프 성까지는 내리막길이다.

성으로 가는 길
확대샷

길의 끝에는 체스키 크룸로프 궁전 전망대가 있다. 궁전 입구에서부터 올라오면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 전망대인데, 나는 제일 처음 본 장소가 된 셈.

전망대 풍경
체스키 크룸로프 전경

마을이 진짜 예쁘다. 카메라가 도저히 따라오지를 못한다.

0.6배 광각으로

마을을 감싸고 있는 볼타바강의 물결.

전망대에서 체스키 크룸로프 마을을 한참 구경하다가 성을 내려왔다. 관광객이 있기는 한데, 지금까지 간 관광지 중에는 가장 적은 편이라 둘러보기 좋았다. 고즈넉한 풍경과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
체스키 크룸로프 성

성에서 나와 구시가지로 들어갔다. 구시가지 이곳저곳을 구경했는데, 무척 작아 잠깐 돌아보니 어느새 한 바퀴를 다 돌아버렸다.

구시가지 풍경
체스키 크룸로프 성 탑
성으로 가는 다리
다리를 건너서 바라본 마을 풍경

더 이상 할 게 없어 다시 성을 올라갔다. 올라가서 똑같은 풍경을 보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같은 사진 아님..
같은 사진 아님2

정말 할 게 없어 전망대 벤치에 앉아 왕날편을 들었다. 엄청 아름다운데 별로 할 게 없다..ㅋㅋㅋ

왕날편도 이제 진짜 거의 다 들어간다. 이때의 침착맨을 돌려줘.

한참 앉아있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4시쯤. 슬슬 숙소로 돌아가도 될 것 같았다. 가는 길에 마을 외곽에 있는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갈 생각이었다. 30분 정도 걸어 마트로 갔다.

마트 가는 길
예쁘다
마트 앞, 장을 보러 온 사람들

너무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리들이나 빌라같은 마트는 없었고, penny라는 마트가 가장 큰 마트였다.

다음날이면 독일로 넘어가는데, 체코 맥주가 그리울 것 같아 맥주 세 캔을 사고 필스너 우르켈 병맥주도 샀다.

저녁으로 필스너 우르켈 병맥과 닭고기를 먹었다. 병맥이 확실히 더 맛있어. 먹기 전에 창문 바깥에 내놓고 한참 두니 진짜 시원했다.

밥을 먹고는 오랜만에 개인실에서 편히 쉬다가 잤다. 이제 정말 한국 가고싶다. 여행 원없이 하다 간다. 일주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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